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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78화 (17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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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내가 바로 세계의 적이다

#8 - 내가 바로 세계의 적이다(3)

쿠로의 엘릭서 탈환 작전이 예상 밖의 강적으로 인해 중단된 사이, 모자이크녀의 신물 약탈계획은 현재진행형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각 교단의 병력은 국도를 따라 최단거리로 이동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당장 공문을 내려 흑산회 진영에 속한 각국의 관문을 봉쇄하고 신선교단의 말을 묶는다.”

모자이크녀는 청일과 함께 무작정 각 교단의 뒤를 쫓아 달려가는 대신, 내무부의 내무총장 클레드를 찾아가 공문을 돌릴 것을 요청했다.

“그저 관문을 폐쇄하기만 해서는 힘 있는 교단들은 무력으로 관문을 돌파하거나 지혜를 발휘해 각 현장을 돌파하려 할 거라고 봐요. 공문의 내용을 달리 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예를 들자면?

“관문을 폐쇄하는 이유로는 몬스터 군단의 준동을 대고, 병력의 움직임을 따라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급변하니 토벌을 마치는 동안 인근 성 외각에 머무르도록 하는 거죠.”

모자이크녀는 클레드의 지혜로운 조언에 감탄하였다.

“보스가 신임 내무총장 클레드가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하여 삼국에 한 명 있을까 말까한 수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더니. 너를 실제로 보았는데도 조금도 과장된 바가 없구나.”

“폐하의 대업을 이룩함에 미약하나마 보탬이 된다면 달리 바랄 바가 없습니다.”

“작전을 구체화하여 선신교단의 발을 묶도록 인근 관문과 성벽에서는 각 교단이 머무를 야영지를 마련하고 전시태세에 임하도록 하라. 또한 몬스터 군단 대신 몬스터 웨이브를 언급한다.”

모자이크녀는 클레드의 조언에서 허술하다 싶은 부분을 즉석에서 짚어내고는 보완했다. 모사꾼이 둘이 모이니 흑산회 진영 내 모든 교단의 발을 묶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청일은 모든 교단의 발이 순식간에 묶여버리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보스가 모자이크님을 참모로서 중용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직접 뒤를 쫓는다면 대부분의 교단을 놓치고 한둘이나 간신히 따라잡을까 싶었건만, 믿기지 않는 성과를 거두었군요.”

“이제부터는 청일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교단 간의 정보를 단절시키는 사이에 최대한 신속하게 많은 교단으로부터 신물을 약탈해야만 합니다.”

“만약 그들을 습격해서 신물이 없으면 어찌합니까?”

솔직히 신물이 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다.

“일의 성사가 어떠하건 간에 그들은 전부 죽여야지요. 한 명도 살려 보내서는 안 됩니다. 단, 이쪽의 의도를 깨닫고 교단 측이 신물을 파기할 가능성이 있으니 이를 주의해야 합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마침 요 근래 들어 대륙 전역에서 배달길드가 성세를 넓히고 있습니다. 진입하기 직전에 해당 지역에서의 배달길드의 활동을 허가하고 그들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겁니다.”

만에 하나라도 신물이 있다면 마지막까지 제 손으로 지키려 할 수도 있고, 배달길드를 이용해 전달하려 시도할 수도 있다. 이 작전의 성공가능성은 100%가 아니다.

그러나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신물을 습득할 수 있는 확률이 상당히 늘어나는 건 틀림없다.

“알겠습니다. 부디 제게 맡겨주십시오.”

청일은 내무부와 정보부, 각 관문 및 도시 주둔병의 협조를 받으며 순조롭게 작전을 진행하였다.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다.

이걸로 보스의 신용은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모자이크녀는 크게 한 건 성공했다며 자축하였다.

저렴한 벌꿀주를 마시며 매력 컨셉플레이는 어디가고 지능 플레이를 하고 있는지 탄식을 하던 도중이었다. 낯익은 정보요원이 허겁지겁 숙소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참모총장님! 큰일입니다!”

“무슨 일인데?”

“배달길드가 신물을 들고 날랐습니다!”

모자이크녀는 들고 있던 술병을 떨어뜨렸다. 달달한 향기가 나는 꿀벌주가 양탄자를 가득 적셨지만 누구도 거기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신물들 들고 나르다니! 예정대로 검문을 진행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잖아!”

“교단이 선수를 쳤습니다. 검문을 진행하던 와중에 입수한 첩보입니다만 각 교단들이 이미 다른 배달길드에게 이미 귀중품의 배달을 요구했었다고 합니다.”

“아니! 대체 어떤 길드가 선수를 쳤다는 거야?”

정보요원은 무척이나 곤혹스러워하며 대답했다.

“배달의 야만족입니다.”

“억!!”

모자이크녀는 머리가 핑 도는 느낌에 그만 이마를 짚고 주저앉았다.

“참모총장님!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아. 잠깐 현기증이 일었을 뿐이야.”

모자이크녀의 멘탈은 쿠로보다 튼튼했다.

기절하고 싶을 정도로 큰 충격도 아슬아슬하게 견뎌내었다.

“배달의 야만족의 기동력은 어지간한 유목민족의 기병대 못지않다는 말이 있던데, 그게 사실이야?”

“그렇습니다. 실제로 배달의 야만족에 속한 길드원은 험지 출신이 대다수이며 평야지대나 산악지대, 사막지대를 가리지 않고 많은 곳에서 높은 확률로 유목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 났군. 지금 물건은 어디까지 이동했을 거라고 추정되죠?”

정보요원은 즉각 어디론가 연락을 취했다.

그러더니 수정구가 한 차례 번뜩이며 입체영상이 떠올랐다.

대륙남부 전역에서의 예상루트가 전부 기록된 지도였다.

“아이스피시 관문과 진문곡, 칼비디아 해협 해안가 세 곳에 대군을 파견하세요. 이곳을 쥐새끼 한 마리 지나갈 수 없게 가로막으면 배달부들도 활동하지 못할 겁니다.”

모자이크녀의 통찰력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수 부족함이 있었다.

다행히도 그녀의 부족함을 꿰뚫어본 자가 있었다.

“참모총장님. 션 정보총장이 직접 통신을 원하십니다.”

“연결해.”

션. 그는 상급 정보상인이 마이어 왕국 정보부에 심어둔 대리인이다. 한동안은 주인의 뜻을 따라 암중에서만 활약했지만 이번만은 경시할 수 없는 사건이기에 그가 특별히 개입하였다.

“참모총장은 한 가지 변수를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뭘 말하는거죠?”

“이동속도입니다. 배달의 야만족 길드는 한 번의 배달에 한 명의 배달부를 사용하지 않고 각지마다 각기 다른 배달부를 통해 중계배달을 진행합니다.”

“헉! 그럼 실제 기동력은 얼마나 높아지는 거죠? 세 지형에 포위망을 펼칠 시간은 있을까요?”

“지적하신 세 지형에 포위망을 세우는 건 가능하지만, 아슬아슬하게 배달부들이 포위망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정도 그물로는 그들을 잡지 못합니다.”

모자이크는 두려움을 느꼈다. 이 작전은 결코 실패해서는 안 되는 작전이다.

이미 선신교단의 이탈자들을 제거하고자 독한 선택마저 내렸건만 적의 신물이 모조리 유출되어서야 본전을 찾았다고 하기도 힘들다.

당장 고급인력을 잃은 손해쯤이야 신물만 무사하다면 얼마든지 충원할 수 있다. 신물은 그 정도로 중요한 물건이다.

‘신물까지는 없더라도 성유물. 하다못해 법구나 비보 정도는 잔뜩 있을 거야.’

그것들이 고스란히 넘어갔다간 졸지에 영웅을 만들 수도 있는 뛰어난 물건들이 적대교단의 품에 입수되고 만다. 결단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포위망이 뚫린 지금, 대체 무슨 수가 남아있단 말인가. 용병술의 대가인 이전 시트지의 경험으로도 이런 사태는 손쓸 수 없다는 생각만이 짙어졌다.

“어쩔 수 없군요. 여기서는 정보부의 지혜를 빌려드리죠.”

“세 지형은 특별히 엄선된 지형이에요. 거기가 뚫린다면 다음은 이동할 수 있는 루트가 한없이 넓어져요. 사실상 작전은 실패한 것과 다를 바 없는데 지혜가 무슨 소용인가요?”

“배달부의 뒤를 쫓는다면 그렇겠죠. 허나 일이 수틀렸다면 패배가 뻔한 수를 두느니 규칙을 깨야 합니다. 체크메이트를 피할 수 없을 땐, 새로운 말을 판 위에 끌어들여 와야죠.”

션은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배달부들의 도착지점은 각 교단의 교단본부. 저희에게는 교단본부로 출입하는 배달부를 모두 제거한다는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그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군요. 놀랍게도 실제로도 가장 실효성이 있고요. 하지만 이 단기간에 교단본부까지 급파할만한 병력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하인즈 대마법사를 비롯한 마법협회의 힘을 빌려 공간이동 마법을 동시다발적으로 펼치는 겁니다.”

모자이크녀는 우려를 금치 못했다.

“공간이동 마법은 마법적인 파동을 생성한다고 알고 있어요. 적국에서 파동이 생성되면 현지에 파견한 이쪽 사람은 도착 즉시 적국의 병사들과 교전에 빠지지 않을까요?”

“대군의 감시 및 경계, 추적을 돌파하여 단숨에 목표를 제거할 수 있는 인력을 파견하면 됩니다.”

“암살단! 흑산회의 최고 전력으로 손꼽히는 암살단을 동원하자는 거군요! 암살단이라면 목표를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은밀하게 배달품을 회수하고 귀환하는 것도 가능하니까요.”

바로 그때, 수정구 너머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실례.”

션은 자신을 찾아온 수하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곧 심각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번에는 또 뭐죠?”

“쿠로님의 엘릭서 탈환이 실패했습니다. 치유의 교단 소속 사제를 모두 죽였지만 배달의 야만족을 통해서 물품이 이미 배달 중이라고 합니다.”

모자이크녀는 기함을 내질렀다.

엘릭서가 넘어간다.

신물이나 성유물, 법구나 비보라면 괜찮다.

하지만 엘릭서는 안 된다.

흑산회 진영은 현인신 빌헬름 마이어의 절대적인 카리스마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그가 무형지독에 중독되어 죽거나 쇠약해진다면 대륙 남부일대는 단숨에 혼란에 휩싸이고, 선신진영의 견제와 중앙연합국의 압박에 의해 빠르게 몰락할 것이다.

“암살단에 연락을 넣어주세요. 특히 엘릭서 쪽은 암살단주인 리나가 직접 나서야만 해요.”

“알겠습니다. 그럼 암살임무의 수행을 위한 정보제공 및 진행은 저희 정보부에서 이어받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리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게요.”

모자이크녀는 이를 악물며 포위망 전개를 지시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다수는 포위망으로 막을 수 있다.

그 사이에 새어나간 소수의 배달부만 암살단이 죽이면 된다.

션과 상급정보상인은 그녀가 그 정도의 대응만 할 거라고 생각했다.

NPC이기에 그 이상을 생각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모자이크녀는 게이머였고, 게이머만이 취할 수 있는 방법도 존재했다.

“톡쏘는엘프님. 탕쏘는엘프님.”

“뭘 도와드릴까요?”

“두 분은 선동에 상당한 자질이 있었죠?”

브람 시 공성전도 따지고 보면 이 두 사람이 얼토당토않은 선동을 벌이다가 일이 커져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배달의 야만족이 성물을 배달중이라는 소문을 퍼뜨려주세요. 덤으로 성물은 미궁공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키 아이템이라는 정보도 포함해서요.”

“그게 먹힐까요?”

“마이어 왕국 참모총장의 직위로 퀘스트를 뽑아내드리죠. 흑산회가 탐내는 신물이라는 정보가 더해지면 중앙연합국 게이머들은 모두 성물을 노리고 배달부를 습격할 거예요.”

두 엘프남은 상당한 의욕을 보였다.

“좋습니다. 미궁 안에서는 그닥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도움이 될 겁니다. 저희가 좀 쓰레기같은 놈들이라 이런 건 자신 있거든요. 하하.”

“선동과 날조로 싸우는 키보드워리어의 실력을 확실하게 보여드리죠. 배달부를 보물고블린으로 만들어버리겠습니다.”

“…….”

모자이크녀는 포위망 구축과 선동전이라는 두 가지 무기로 배달부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션은 포위망 구축 하나만이 이루어졌다고 상급정보상인에게 보고했다.

“이거 참. 대인을 따르는 부하들은 어쩜 이리 하나같이 미숙할까. 끌끌. 어린 것들은 사내건 계집이건 가리지 않고 손이 많이 가서 곤란하다니깐.”

상급정보상인은 느긋하게 곰방대를 빨아들여 연기를 뻐끔거리며 손짓했다. 그녀의 손을 따라 휘갈겨진 글씨체가 유려한 필체로 완성되더니 빛을 번뜩였다.

“뭘 어쩌겠어. 이럴 때 어린 것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게 늙은 것들의 역할인 것을.”

빌헬름 마이어는 걸린 적도 없는 무형지독으로 인해, 그가 모르는 곳에서는 그의 부하들이 점차 모략을 펼치고 무장들이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상급정보상인의 개입은 그 중에서도 가장 핵폭탄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아예 대륙 위에 존재하는 모든 배달부들의 목에 막대한 현상금을 걸어버렸다.

그것도 다수의 현상금사냥꾼들이, 나아가 지방군벌과 귀족들이 일제히 나서고도 남을 막대한 현상금을 말이다.

빌헬름 마이어의 부하들은 꼬여가는 사태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맡은 바 역할을 이행하였다.

그 결과, 불쌍한 배달부들은 골 때리게도 대다수의 게이머와 NPC들에게 목숨을 노려지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배달 난이도 변천과정]

매우 어려움 -> (모자이크녀) -> 극한

극한 -> (상급정보상인) -> 절망

절망 -> (리나) -> ???

배달의 야만족 의문의 수난과 곶통.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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