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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내가 바로 세계의 적이다
#8 - 내가 바로 세계의 적이다(10)
[주요 12선신을 모시는 12주교가 모두 살해당했습니다!]
[중앙연합국의 3왕7공이 모두 살해당했습니다!]
[중앙연합국의 요인 수천 명이 대규모 피살을 당했습니다!]
[중앙연합국의 행정이 일시적으로 마비됩니다. 모든 분야의 내정이 전면 중단되며 중앙연합국 전역에서 강력한 국가퇴행 현상이 발생합니다.]
[흑산회의 충격적인 연속암살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병사들은 창칼을 버리고 달아났으며, 모험가들은 다급히 이주를 개시하고, 민중들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대륙 중부일대가 충격적인 사태에 의해 집단패닉(Lv 15)에 빠집니다!]
[돌발퀘스트 ‘신물 탈환’이 실패합니다!]
[에픽퀘스트 ‘신들의 역습’이 실패합니다!]
[메인퀘스트 ‘반 흑산회 연맹’이 실패합니다!]
[EMERGENCY! EMERGENCY!]
[중앙연합국의 존속 그 자체가 뒤흔들리고 있습니다. 국경지대의 병사들의 사기가 급격히 하락합니다. 북부지대 몬스터들의 침공에 맞설 의지력이 빠르게 하락합니다.]
[변방지대에서 대규모 소요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중앙연합국의 통치를 거절하고 자발적으로 흑산회 진영에 항복하기를 원하는 민중과 지방귀족에 의해 폭동과 반란이 빗발칩니다.]
[신들이 일시적으로 지상에의 관심을 저버렸습니다.]
[주요 12선신의 신성이 지상에 닿지 않습니다.]
[수많은 신성 관련 직업이 <버려진 자>가 되었습니다.]
[신실함이 낮은 성직자들이 신성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모험가들의 사제수급이 어려워짐에 따라 미궁공략 진척속도가 50000% 저하됩니다.]
[모험가들의 활동이 위축됨으로 인해 몬스터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많은 상단들이 잇따른 소요사태와 몬스터들의 창궐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시급히 조치를 취하지 않을 시, 머지않아 거대상단들의 파산과 연쇄부도가 발생합니다.]
대륙 중앙일대는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이사진은 망연자실했다.
충격이 너무 큰 나머지 헛웃음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선신진영은 더 이상 지상에 개입하지 않습니다. 향후 백년 간 지상에 힘을 발휘할 의사가 없어 보입니다.”
“길드는 고작 회사 하나를 매수하고 무용지물이 되었군요. 활동터전 그 자체가 무너졌으니 길드의 파벌싸움은 원로파벌의 압도적인 패배로 끝났습니다.”
권도준 이사의 참패에 이어서 데이비드 이사까지 무참한 패배를 맞이했다. 애당초 전략적 목표가 시간벌이였음을 감안해도 이건 너무나도 크나큰 패배였다.
“참담하군.”
신민혁 이사는 쓰라린 속내를 감추지도 못했다. 이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해도 절대로 이긴 게 아니었다.
원활한 게임운영을 위해서 빌헬름 마이어를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한 것이지, 지상의 세력균형이 흑산회에 급격히 기울도록 만들고자 판을 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미궁 안에서 빌헬름 마이어를 제거하는 데 실패하면 다음 기회 따위는 다가올 수도 없다. 게임 벨런스를 유지하는 코어 인공지능 또한 그들에게 CP를 지급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전략적 목표만은 달성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이걸로 이점을 볼 수는 없습니까?”
데이비드 이사는 시스템 로그를 모니터 위로 띄웠다.
[선신진영의 힘이 대폭 약화됨에 따라 악신진영의 힘이 대거 상승합니다.]
[미궁의 난이도가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지저세계의 힘이 그 어느 EO보다도 강성해졌습니다. 미궁의 마기가 지상을 잠식합니다.]
[B0층 : 중간계]
[중간계에 암흑시대가 도래합니다.]
[중간계의 낮은 태양이 가장 강력한 정오 무렵의 1시간만 유지됩니다. 두터운 어둠의 장막이 푸른 하늘을 뒤덮으며 대기의 온도는 낮아집니다.]
[모든 생물체들이 부정한 마기에 의해 돌연변이가 될 확률을 지니게 됩니다.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취약한, 혹은 유전적 안전성이 떨어지는 개체들은 마수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생태계가 급변함에 따라 대자연의 안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며 천재지변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암흑시대의 종말은 심층지대의 공략으로만 이루어집니다.]
[모든 게이머들에게 신화 퀘스트 ‘암흑시대’가 부여됩니다.]
신들의 도주와 중앙연합국의 몰락은 인간들의 저력을 격감시키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대륙 중앙에서 인간은 패권을 상실하고 최상위포식자의 위치를 반납하게 된다.
자연히 흑산회 진영에 의탁하는 무력한 인간들의 수는 늘어날 것이고, 이는 경제적으로 막대한 부담을 유발한다.
내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미궁공략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심층지대를 공략할만한 강인한 파티를 결성할 즈음에는 이미 흑산회 진영 또한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을 것이다.
“어림도 없는 소리를.”
신민혁 이사는 데이비드 이사의 낙관을 부서뜨렸다.
“자네들은 아무래도 잊고 있는 것 같군. 흑산회 또한 미궁 내에 막대한 저력을 지니고 있음을.”
“카이사르 말입니까?”
“그 괴물 같은 녀석을 제외하더라도 심층지대 공략을 위한 무기가 남아있지.”
권도준 이사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게 뭡니까?”
신민혁과 데이비드는 뭐 이런 멍청한 새끼가 다 있나 하는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권도준은 자기가 바보 취급을 당했다고 생각하자 대뜸 욱하며 반발했다.
“모르니까 물어볼 수도 있지 왜 그 따위로 무안을 줍니까?”
“권도준 이사.”
“따지고 보면 우리 전부 수평적 위치 아닙니까? 능력 좀 있다고 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거 굉장히 불쾌합니다. 제가 LA지부에 있을 때에도 이런 수치는 당해본 적이..”
“권도준.”
“허. 권도준? 이젠 이름도 막 부르네?”
권도준 이사는 분노조절장애의 기미를 드러냈다.
회의실의 분위기가 부쩍 싸늘해졌다.
다행히도 신민혁 이사는 물리치료에 일가견이 있었다.
슥─.
신민혁은 기다란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꺼내들었다. 권도준은 막 발현되려던 투머치토커의 본능과 분노조절장애를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제가 이름이 좀 정겹죠. 막 불러도 됩니다. 헤헤.”
“…….”
퓩.
억눌린 총성이 권도준의 머리를 관통했다.
비명조차 내뱉지 못한 최후였다.
“멍청하기는 해도 나름 얼굴마담으로 있던 자입니다. 이렇게 제거해도 괜찮습니까?”
“멍청한 아군만큼 위협적인 적도 없지. 저 녀석을 살려두었다간 우리 모두가 더 큰 위기에 처했을 거다. 이번 임무에 실패하면 부사장에게 우리 모두가 죽는다는 걸 명심해라.”
“호되게 당한 입장에서는 달리 드릴 말도 없군요. 권도준의 업무는 제가 이어받겠습니다. 공식석상에 나서는 일은 모두 책임지고 맡을 테니 부디 뒤를 부탁합니다.”
데이비드 이사는 유능한 인물이다. 그의 실패 또한 빌헬름 마이어의 대응이 월등히 뛰어났기 때문임을 감안한다면 탓할만한 노릇이 못 되었다.
신민혁은 고뇌에 빠졌다. 시간벌이에 나설 인력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네트 이사는 제국의 잔당들과 접선하여 유령기사단을 설립하였고, 최철준 이사는 혼란의 와중에도 용사들을 잘 숨겨서 호시탐탐 반격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겠군.”
선신연합과 길드의 원로파벌, 중앙연합국이 모조리 붕괴하는 데에는 고작해야 한 달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데에는 고작 일주일 남짓한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앞으로 삼 주.”
미궁의 심층지대가 공략되기까지 삼 주를 버텨야만 한다.
하지만 도저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는 모니터 위에 떠오른 시스템 알림을 보고 미간을 구겼다.
[빅 마우스]
[개체수 : 550만 이상]
생긴 건 병신같이 생겼지만 전투력은 무시할 수 없는 빅 마우스들이 무서운 기세로 그 숫자를 불리고 있다. 심지어 이놈들은 이상할 정도로 흑산회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다.
몬스터가 가축화 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였다. 심지어 영리한 빌헬름 마이어는 이와 관련된 권능도 개발했다.
[기승친화]
[생체형 탑승물의 충성도 및 호감도 기본치가 10 오른다.]
완전히 빅 마우스를 써먹을 작정으로 나선 모양새였다.
신민혁은 떠올렸다.
빌헬름 마이어가 엄청난 귀계를 지닌 모략가라는 이야기를.
자신도 모략으로는 어디 가서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허나 이 남자를 보면 최고라고 자처할 자신은 사라졌다.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도 치밀하게 맞물리고 있다.
선신들의 몰락.
빅 마우스들의 대규모 유입 및 성장.
빅 마우스 군단의 확보.
천상의 영향력을 말소함과 동시에 지상의 패권을 장악하고 미궁공략에 나설 교두보를 확보하였다. 천상과 지상, 지저를 포괄하는 대계는 솔직히 따라잡을 엄두조차도 나지 않았다.
게이머 이호연에게 이 정도의 정략적인 능력이 있는 이상, 미궁세계는 그의 뜻대로 흘러갈 것이 틀림없다. 그렇기에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유령기사단과 두 명의 용사를 사용해서 말이다.
[현재 부여된 <가호 : 아르고스의 천리안>의 유효시간이 앞으로 감기기 시작합니다.]
[시간의 신의 가호가 소멸되었습니다.]
[악신들은 암흑시대가 도래하였다는 사실에 고취되었습니다. 더 이상 당신에게 미궁세계의 모든 시스템 알림을 꿰뚫어보는 특권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퇴로는 닫혔다.
이제는 끝을 향해 나아갈 시간이다.
신민혁은 비장한 각오를 다진 채, 다시금 게임에 접속했다.
* * *
빅 마우스 군단을 이용해서 심층지대를 공략하려고 한 건 맞다. 모험가들이 빅 마우스의 충성도를 유지하기 쉽도록 이와 관련된 권능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 정도로 미친 물량을 생각한 적은 없었다. 조사 결과, 현재 빅 마우스 군단의 수는 무려 백만 마리를 넘었다.
“병신 같은 군대가 생겼군.”
그래도 테이머들이 빅 마우스에 다른 모험가들을 잔뜩 싣고 이동하면 기동력 하나는 뛰어날 거다. 빅 마우스도 보기보다는 이동속도가 빠르고 전투력도 엄청나니까 말이다.
“보스! 빅 마우스들도 귀여운 아이들이라구. 리나처럼 아껴줘!”
“비글 같은 새끼라는 점에서는 맞는 말이군.”
미궁세계의 지상이 B0층, 즉 미궁의 일부로 인식됨으로 인해 온 세상에 마기가 창궐하게 되었다. 이제는 빅 마우스들도 미궁 안을 돌아다니는 것처럼 태연하게 지상을 활보하고 다닌다.
덤으로 이 새끼들은 1년 365일 굶주려있고, 하층부에 서식하던 놈들이라서 졸라 쌔다.
지상에 올라온 개체들은 아주 제 세상을 만난 것처럼 바위건 산이건 보이는 건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며 날뛰고 있다. 오죽하면 빅 마우스를 이용해 토목공사를 하자는 말도 나오겠는가.
“보스. 비글이 머야? 리나처럼 귀여운 거야?”
“그렇다.”
귀여운데 지랄 맞은 것도 딱 닮았네.
“아무튼 테이머들을 모아야겠군. 빅 마우스들을 테이밍할 테이머들이 필요하다.”
“리나가 하인즈 영감한테 전해둘게!”
“다른 모험가들도 총 소집령을 내린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미궁공략에 시간을 끌어서 득이 될 일은 조금도 없다. 삼일 후, 흑산교의 모든 전력을 동원해 공략에 나선다.”
모험가, 군인, 게이머.
싸울 수 있는 인원은 닥치는 대로 모아서 미궁에 내려간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느긋하고 싶지만 더는 시간이 없다.
선신들이 몰락한 시점에서 악신들이 지나치게 강해졌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세계는 비참하게 몰락한다.
리나라면 그런 세상에서도 웃고 즐길 수 있겠지만 내가 싫다.
이왕에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맑은 태양 아래에서가 좋다. 대 지진과 특대형 허리케인, 용암과 쓰나미가 밀려오는 극한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싶지는 않다.
[총동원령에 의해 모든 전력이 소집되었습니다.]
삼일 뒤, 모든 전력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하인즈 대마법사는 거의 갈려나다시피 내정에 전념한 끝에 간신히 보급을 맞출 수 있었다.
보급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모여든 전력에 있었다.
“우선 테이머부터 분류한다. 테이머는 도로시 이지스를 따라 좌측으로 나온다.”
명령을 내리기가 무섭게 좌중에 모여든 백만 명의 인간들이 우르르 좌측으로 이동했다.
“???”
처음에는 이게 뭔 병신같은 상황이지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지나고 나니까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거 다 테이머냐?”
“““맞습니다!!!”””
인간들이 죄다 테이머로 전직했다. 격투가도, 전사도, 마법사도, 대장장이도, 요리사도 모두 테이머가 되었다. 테이머 한 명이 모험가 서너 명을 태우며 이동하는 그림은 싹 사라졌다.
여기에는 빅 마우스와 테이머들밖에 없다.
보병이니 창병이니 궁병이니 마법병이니 이딴 거 없고 그냥 순도 99.999% 빅 마우스 군단이다. 내 직속 부하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테이머가 되었다.
“흐흥. 어때, 보스? 리나가 열심히 일한 보람이 있지?”
“리나. 이게 무슨 병신 같은 상황이지?”
“귀여운 리나가 하인즈 영감한테 테이머들을 모으고 모험가들을 총동원한다고 알려줬어! 영감이 테이밍 전용 칫솔을 배포했고! 리나도 열심히 도와줬어!”
“…….”
“이걸로 미궁공략도 낙승이네! 아하하핳!”
닥쳐! 이 멀록 같은 년아!!
============================ 작품 후기 ============================
[추천구걸코너]
신규유입 독자는 소개문을 보고 생각했다.
잔인하지만 강한 상남자, 비정하지만 실력 있는 암살자, 전라여서 더욱 섹시한 여자.
그런 부하들을 거느린 마피아 보스가 나오는 느와르 어반판타지인가보다 라고.
"우선 또라이부터 분류한다. 또라이는 작가를 따라 좌측으로 나온다."
명령을 내리기가 무섭게 등장인물 전원이 우르르 좌측으로 이동했다.
"???"
처음에는 이게 뭔 병신같은 상황인지 고민했다.
조금 지나고 나니까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거 다 또라이냐?"
"""맞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죄다 또라이다. 전사도, 암살자도, 섺쓰한 모자이크녀도, 보스도, 심지어 조연과 적군들도 모두 또라이가 되었다. 여기에는 또라이밖에 없다.
"흐흥. 어때, 독자? 성실한 작가가 열심히 글쓴 보람이 있지?"
"작가. 이게 무슨 병신 같은 상황이지?"
"귀여운 작가가 요즘 트랜드는 또라이 같은 등장인물일 것 같아서 또라이들을 총동원해서 가져왔어!"
"..."
"이걸로 추천은 낙승이네! 아하하핳!"
신규유입 독자는 추천 대신 선호작 삭제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