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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92화 (19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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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내가 바로 세계의 적이다

#8 - 내가 바로 세계의 적이다(16)

제대로 허를 찔렀다.

어찌된 영문인지 심층지대의 성역을 지키는 병력은 한없이 적고 미약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건 엄청난 기회다.’

두 번 다시 이런 찬스는 오지 않는다.

나는 최선을 다해 백만 대군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인근 성역을 순회하며 소신격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성역을 파괴하였다.

[위업 ‘신을 죽인 군단’ 달성!]

[백만 대군이 신살의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심층지대를 구성하는 거대한 악에는 미치지 못하는 소신격들이라고는 하나, 그런 신이나마 제거한 것은 대단한 위업입니다.]

[놀라운 위업 달성의 결과, 군단의 일원들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합니다. 군단 구성원들의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당신은 군단을 이끌고 55명의 소신격을 제거하였습니다.]

[소신격들의 권능 중 일부를 흡수합니다.]

[흡수된 권능이 <권능 포인트>로 적립되었습니다.]

[<권능 포인트>를 이용해 기존에 보유한 권능을 한층 더 강화하실 수 있습니다.]

[군단강화 및 소환수 강화, 정신보호를 선택하였습니다.]

[흑산교에 소속된 모든 군단과 소환수들의 전투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군단구성원 일부가 절대지경의 문턱에 돌입하였습니다.]

[신살의 업적이 <시험>으로 대체됩니다.]

[절대지경의 문턱에 들어선 자들이 절대자가 되었습니다.]

[성과를 계측할 수 없는 막대한 위업입니다.]

[당신의 능력치가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합니다.]

[특대량의 CP가 지급됩니다.]

[신살의 업적에 의해 신자들의 신실함이 높아졌습니다.]

[막대한 신성력이 보급됩니다.]

[당신의 신격 레벨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위업 달성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엄청난 보상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그 보상을 고스란히 투자하여 군단의 전력을 강화시켰고, 이는 새로운 보상으로 이어졌다.

이주일 간 치열한 사투를 거듭하며 성장한 결과, 어느덧 보잘 것 없던 모험가들도 대부분이 절정고수의 반열에 접어들었다.

본래부터 유능한 모험가나 실력자들은 모두 가뿐히 절대지경에 진입했다. 처음에는 물량의 힘으로 몰아붙였지만 이제는 실력으로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군단이 되었다.

“보스! 새로운 악신의 성역이야!”

“으음. 기어이 이곳까지 도달했는가...”

“아는 곳이야?”

당연히 알 수밖에 없다.

심층세계의 패권을 두고 다투는 주류 12악신의 일원.

탐욕의 악신이 지배하는 성역이다.

“무수한 영웅들이 몰락했던 곳이다.”

전작 미궁도시의 TOP100위 안에 드는 랭커들의 대부분이 쓰디 쓴 고비를 마셨던 난관이다. 내가 알기로 주류 12악신의 성역을 돌파한 게이머는 한 손가락에 꼽는다.

인류 모든 게이머들의 정점에 군림하는 TOP5의 다섯이다. 공개된 일부 영상만 봐도 난이도는 절망 그 자체였다.

소신격들의 성역에서 출현하는 몬스터들보다 압도적으로 위험한 몬스터들이 출몰하여, 악신들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무자비한 강함을 자랑한다.

“그냥 푹 찔러서 죽이면 되지 않아?”

“그게 안 된다.”

인류최강의 게이머로 불리는 랭킹 1위 게이머가 주류 12악신 중 한 명의 능력치를 <간파>로 읽어낸 적이 있었다.

그때 본 기본능력치는 하나같이 200을 넘었다. 게이머는 50 달성도 힘든 능력치가 200을 넘었다고.

이건 잡으라고 있는 게 아니다.

“주류 12악신과는 싸움조차도 성립될 수 없었다. 악신은 우리를 곧바로 죽이는 대신에 유희를 원했고, 영웅들은 거기에 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보스도 그 유희를 겪은 거야?”

“그렇다.”

“그럼 보스에게 저주를 건 것도 주류 12악신이겠네?”

“어... 뭐 그런 셈인가.”

리나의 질문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얘는 거짓말도 안 통하잖아.

그냥 저주에 걸린 설정을 대충 이어받자.

“아무튼 악신들의 유희는 가혹했다. 그들은 강제로 우리를 타락시켰고, 영웅들은 이를 버티지 못해 무너졌지. 타락을 견뎌낸 자들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우우... 그럼 보스는?”

“몇 번은 나아갈 수 있었다. 허나 거듭되는 타락의 후유증을 모두 견뎌내기란 무리였지. 심층지대의 중추에 위치한 <관>을 통해 미궁의 중심부에 진입하려면 12악신의 영역을 모두 통과해야만 했으니.”

리나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내 발언의 진위유무를 확인하고 이것이 진실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

이 또한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어떤 회차에서도 절대자가 수백 명에 절정고수가 수만 명, 일류고수가 수십 만 명에 달하는 공략군단을 이끌지는 못했다.

역대급 공략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게이머들은 하나같이 다 미친 거 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을 정도다.

“응! 귀여운 리나는 보스만 믿을게!”

그래도 긴장감은 내려놓지 않고 단단히 각오를 다지며 12악신의 성역에 발을 들였다. 어떤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놀라지 않겠다며 모두가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화아악!

장막 하나를 넘었을 뿐인데 아득한 심해에 들어선 것처럼 중압이 온 몸을 짓눌렀다. 신위를 이루며 신성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면 움직이기도 힘들었을 굉장한 압박이었다.

“방어태세!”

“전원, 진열을 갖추어라!”

우리는 적들의 급습에 철저히 대비하였다.

“…….”

“…….”

“……?”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영문을 모르겠네.

“보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전진한다.”

언제까지고 한 자리에 머무를 수는 없기에 일단 전진했다.

“이건 분명 12악신이 꾸민 함정이 틀림없다. 허나 지금은 함정을 부수며 전진할만한 시간적 여력이 없다. 함정에 걸리면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돌파할 뿐이다.”

군단은 경계심을 유지하면서 행군을 실시하였다.

몬스터들은 기이할 정도로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을씨년스러움에 도리어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대로를 지나쳐 환히 열린 성문을 통해 웅장한 성채 안에 진입하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첨탑들을 보며 내 안의 긴장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기억에 있는 구조물. 틀림없다.’

악명 높은 주류 12악신 중 하나, 오만의 악신.

하필이면 녀석의 영토에 발을 들였다.

몬스터가 없는 것 또한 실로 오만 그 자체로 느껴졌다.

놈은 언제나 약점을 노출한다.

그리고 그 약점조차도 꿰뚫지 못하는 모험가를 조롱한다.

게이머의 전의를 근본부터 박살내는 녀석이다.

‘오만의 악신! 대체 어디까지 나를 우롱할 작전이지!?’

오만의 악신은 결코 궁지에 몰리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궁지를 가장한다.

그러니 궁지에 몰았다고 여길수록 주변을 더 경계해야 한다.

“내성으로 향하는 길까지 열렸어요!”

“기사단 경계초소가 비어있어요!”

“중앙탑의 문이 열려있어요!”

완전 대놓고 열려 있잖아.

대체 이건 얼마나 위험한 함정인거야!?

“보스. 그냥 들어가면 되는 거 맞아?”

“잠깐만요. 이건 너무 수상합니다.”

“지나온 곳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부하들도 엄청난 위화감을 느끼기는 했나보다.

다들 진입을 꺼려했다.

하지만 막상 안 들어가기도 곤란했다.

‘이대로 물러나봤자 언젠가는 다시 통과해야 하는 게 주류 12악신의 성역이다.’

만전을 기하고자 리나의 기척감지와 레이브의 생체감지, 황금마법사 테라치의 마법감지를 동시에 활용해보았다. 그걸로도 부족해서 내 통찰력을 이용한 감지도 시도했다.

그 결과, 모든 감지수단에도 어떠한 생물체도 성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이판사판이라며 과감하게 첨탑 위를 오르고, 최악의 경우에는 갑작스레 첨탑이 폭발하는 사태마저 상정하며 권능을 이용한 저항마저도 생각해두었다.

“??”

그리고 홀에 도착했다.

홀 중앙에는 성역의 핵이 두둥실 떠있었다.

“저거 핵 같은데요?”

“부수면 성역 부서지는 거 맞죠?”

“가디언도 안 보이는데요?”

정말로 영문을 모르겠다.

핵이 부서지면 성역도 부서진다.

그건 신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타격이다.

성역이 부서지면 거기에 투자한 신성력도 증발한다.

성역이 선사하는 온갖 부과효과도 증발한다.

대신격쯤 되면 성역 없이는 전력이 20% 미만으로 급감한다.

신성력 수급속도도 더뎌지고 양질의 신성력을 얻지도 못하며, 맨땅에서 헤딩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인간조차도 집을 잃으면 비참하게 망가지니 신은 그보다 더하다고 보면 된다.

“아무래도 저걸 공격하면 오만의 악신의 함정이 발동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모두 준비가 되었어요.”

“보스. 공격명령을.”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장 방어력이 출중한 유모에게 핵을 공격할 것을 명령했다.

“알겠습니다.”

유모는 주먹으로 핵을 후려갈겼다.

데구르르.

핵이 보관함에서 툭 떨어졌다.

[주류 12악신의 일원, 오만의 악신의 성역을 이루는 핵을 습득하였습니다.]

[오만의 악신의 성역이 <주인 없음> 상태가 됩니다.]

쿠구구구구...!

드높이 치솟은 첨탑들이 바닥으로 푹 꺼지고, 웅장한 성채는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장엄한 도시는 바람을 따라 흩어지고, 분해되며, 어느덧 원형조차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어... 끝난 것 같은데요.”

“끝났네요.”

“완전히 끝났습니다.”

그러네.

성역 사라졌네.

“어쩌죠?”

“어쩌긴 뭘 어째. 그냥 가야지.”

왠지는 모르겠지만 성역들의 수비상태가 점점 형편없어지더니 주류 12악신의 성역에 이르러서는 아예 모든 병력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제야 나는 한 가지 가정에 사고가 도달할 수 있었다. 성역의 지배자들이 대거 자리를 비우고 있다.

그것도 강한 놈들은 전 병력을 동원해서 어딘가에 가있다.

지금 그들이 경계할만한 적은?

나밖에 없다.

저들이 있을만한 곳은?

심층지대 입구, 오픈필드 초입이다.

‘허를 찔렀다!!’

어떻게 이 이점을 살릴지 고민하던 와중이었다.

“끌끌. 빌헬름 마이어여. 잠시 조언을 주어도 되겠는가?”

어느 틈에 합류했는지 상급 정보상인이 다가왔다.

로브 아래로 비치는 고운 손만 봐도 그녀가 틀림없었다.

“조언이라면 언제나 고맙게 받도록 하지.”

“그대는 그간 쌓아올린 업을 통해서 인과를 뛰어넘고 원하는 결과만을 불러올 수 있는 힘을 지녔을 걸세. 지금이 그 힘을 사용하기에 적기라는 생각이 드는구려.”

“인과를 뛰어넘는 힘이라.”

마침 그런 게 두 가지나 존재한다.

CP와 스킬포인트다.

“본래라면 다른 신격의 성역의 핵을 습득했다고 곧바로 이를 활용할 수는 없고,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서 핵을 정화하고 그 안의 힘을 자신의 신성력으로 대체해야만 하겠지만...”

거기까지만 들어도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 수 있었다.

성역을 구성하는 핵은 내 손 안에 들어왔다.

덤으로 나는 CP가 많다.

그것도 말도 안 되게 무진장 많이 있다.

게다가 스킬포인트도 엄청나게 많다.

지금껏 쓸모를 찾지 못해서 아껴둔 것들이다.

덤으로 스킬에는 없는 게 없다.

[성역흡수] [등급 : 신화] [분류 : 신성스킬]

[숙련도 : 기초 - 레벨1]

[기본 : 다른 신격의 성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듭니다. 단, 상대의 성역의 핵을 온전히 탈취하고 한 달 동안 핵에 효과를 불어넣어야만 합니다.]

[제약 : 성역흡수 도중에는 외부의 간섭을 일절 배제하기 위해 어떠한 마법적, 스킬적 결계로도 보호 받지 못합니다.]

CP를 사용해서 이딴 정신 나간 스킬도 습득할 수 있고.

[스킬포인트를 투자해 숙련도를 상승시킵니다.]

[성역흡수의 스킬등급이 마스터(Master)가 되었습니다.]

[특수효과 설정에 의해 성역흡수 속도가 3600배 상승합니다.]

스킬포인트를 사용해서 등급도 바로 올릴 수 있다.

[성역흡수 완료까지 남은 시간 12분]

[성역흡수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만의 성역이 흑산회 성역으로 흡수되었습니다.]

그 결과, 이렇게 성역을 탈취할 수도 있다.

지킬 병력?

그거야 당연히 말도 안 되게 많다.

“이제부터 이 성은 우리들의 것이다!”

“네에에!?”

“십만 명을 남겨두고 성에 축적된 모든 병기를 동원해 적들의 침입을 격퇴한다!”

남의 성을 탈취해서 디펜스 게임을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막대한 양의 CP랑 스킬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아온 건 이 한 수를 위해서였다!!

라고 주장하며 아껴둔 떡밥 하나를 치우는 작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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