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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내가 바로 세계의 적이다
#8 - 내가 바로 세계의 적이다(17)
악신들은 무언가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오픈필드의 안쪽으로 가면서 마주쳐야 할 신역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성역이 파괴되었다!
<유희의 날>에 축제를 만끽하도록 초대조차도 받지 못한 작고 나약한 소신격들은 전부 자신들의 성역 안에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었다. 그들은 아마 소멸을 피할 수 없었을 거다.
“젠장! 이런 건 말도 안 된다고!”
“백만 대군이 어떻게 한 번에 이동할 수가 있지?”
“미쳤어. 이건 미쳤다고.”
던전의 끝에 자리한 핵을 부수거나 각각의 성역으로 이어지는 차원문을 통과하거나, 혹은 어비스로의 추방마법에 당하면 입구를 무시하고 곧바로 심층지대에 발을 들일 수는 있다.
허나 그런 마법에는 대게 이동가능 인원에 상한선이 그어져 있다. 이런 미친 숫자가 한 번에 이동할 수는 없다.
설마 빌헬름 마이어가 자신의 권능을 부하들에게 몰빵하면서 [결속]권능을 습득해 단체이동을 했으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으니 제대로 허를 찔린 셈이었다.
“아아악!!”
갑자기 악신 한 명이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성역이, 내 성역이이이!”
악신의 힘이 실시간으로 격감하였다. 평소라면 탐욕스러운 시선을 드러내며 신격을 집어삼킬 궁리를 하였을 다른 악신들도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성역도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몇몇 악신들도 이내 비참한 비명을 내질렀다.
“당장 신역으로 돌아가야 해!”
“제기랄! 난 내 신역으로 복귀하겠어!”
“백만 대군이면 병력을 퍼뜨려서 각개격파를 할지도 몰라!”
오합지졸들이 흩어지는 건 무섭지 않다.
허나 신격을 살해한 군단이 흩어져서 공략한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안 돼! 돌아와! 네놈들은 내 파벌에 속했다는 걸 잊었는가!”
오만의 악신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방향에는 자신의 성역이 있다.
최종목적지는 그의 성역이 될 수밖에 없다.
“저 오만한 악신이 오만을 떨 여유조차도 없다니, 더욱 심각하군! 당장 돌아가야겠어!”
“크크. 오래도록 정체된 주류 12악신의 세력구도가 격변할지도 모르겠군...”
“평소부터 오만하던 신격에게 바칠 의리 따위는 없다. 네놈이 빼앗아간 것들의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악신들은 가차 없이 오만의 악신을 버렸다.
위기에 처하고 무사히 세력을 보존할 가능성도 없다.
오만의 악신을 위해 제 성역의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제기랄.”
오만의 악신도 돌아가는 상황을 깨닫고는 이를 악물었다.
득달같이 달려가려던 그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오만의 악신은 갑작스레 고민에 빠졌다.
‘이거 나 혼자 가서 이길 수 있는 건가?’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은 미궁세계 전역에 만연했다.
그는 인간시절에도 희대의 파멸자였다.
신이 된 지금은 어디까지 악랄해졌을지 상상도 안 된다.
‘만일 핵을 탈취하고 협박한다면 어쩌지?’
솔직히 늦었다는 자각도 있었다. 지금부터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빌헬름 마이어의 군세가 성역의 핵에 도달하는 게 보다 빠를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구태여 서두를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그는 <오만한 행동>을 유지할수록 강해지는 권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성역이 위기에 처했다, 라는 희대의 위기에 처하고도 오만하게 걸음을 늦춘다면 그에게 부여될 힘이 어디까지 솟구칠지는 그 자신도 짐작할 수 없었다.
‘그래, 이거다.’
오만의 악신은 만면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뿔뿔이 흩어지려던 악신들이 주춤거렸다.
저 미소를 지을 때마다 언제나 사태가 반전되었기 때문이다.
“오만의 악신에게 숨겨진 한 수가 있는 건가. 핵을 지킬 가디언까지 축제의 날을 즐기겠다고 데려왔는데.”
“오만을 가장한 치밀한 안배. 그거야말로 오만의 악신의 진가라고 할 수 있지. 아직 간교한 성질이 모두 죽은 건 아닌 모양이로군.”
“으음. 역시 오만의 악신을 지지하는 게 낫겠어.”
직접 부를 때에는 들은 척도 안했던 자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제 발로 다가와 대열을 갖추었다.
여력이 남아있는 주류 12악신의 뜻을 거슬렀다가 자칫 찍히기라도 하면 소신격 쯤은 언제든지 박탈당하고 모든 신력을 흡수당한 채 소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으윽. 신격에 손상이..”
“제길. 내 성역도 박살났군.”
소신격들은 힘이 사라지는 상실감에 고통스러워했지만 결코 대열에서 이탈하지는 않았다. 오만의 악신과 함께 한다면 이정도 손실은 언젠가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곁을 떠난 배신자들이 죽음을 맞이한 뒤, 오만의 악신이 취하고 남은 신격과 권능은 그들에게 주어질 게 틀림없다.
그런 확신이 있기에 그들은 느긋한 이동에 함께하였다.
‘흥. 이놈들의 속셈이야 뻔하지.’
오만의 악신도 자신을 따르는 신격들의 생각쯤이야 훤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런 괘씸한 심보를 방관하는 이유는 지지하는 신격이 없으면 다른 주류 12악신에게 낭패를 겪기 때문이다.
주류 12악신은 기본적으로 언제나 한 세트로 묶이는 존재이지만 서로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다.
‘잠재적인 경쟁자에 가깝다고 해야겠지.’
어느 한 명의 세력이 강해질 경우에는 몇 명이 연합하여 견제하기도 하고, 매우 강력한 악신은 기존의 악신을 폐위시키고 제 파벌 소속원을 그 자리에 꽂으려는 흑심도 품는다.
복마전(伏魔殿)이라는 말은 이러한 악신들의 관계로부터 비롯된 것이나 다름없다.
당장은 이익실현을 위해 그의 밑으로 들어온 악신들도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빛조차도 들지 않는 검은 단검을 품고 그를 배신할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래도 지금은 이놈들이 필요하다.’
주류 12악신의 일원인 오만의 악신이 생각하기에도 백만 대군은 너무 많았다. 덤으로 끌고 다니는 수백만 마리의 빅 마우스는 말할 것도 없었다.
밑도 끝도 없이 스펙 업을 거듭한 빅 마우스 군단은 더 이상 미궁 하층부의 청소부가 아니라 닥치는 대로 적을 먹어치우는 생태계 교란종이 되어버렸을 터.
악신들의 권능을 총동원하여 쓸어버리지 않으면 신성력을 수급해주는 신자들과 권속들이 무수히 죽어나갈 게 틀림없다.
“이 앞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 기운.. 빌헬름 마이어의 신성력이로군요.”
“성역이 무사한 걸 보니 핵을 부수지는 못했나봅니다.”
용처럼 똬리를 튼 두터운 안개가 저절로 걷혔다.
웅장한 도시, 장엄한 성채.
오만의 악신의 성역은 다행히도 무사히 존재했다.
“음?”
오만의 악신은 눈을 껌뻑거렸다.
처음에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환각이라도 본 건가 싶었다.
자세히 보니 결코 환각 따위가 아니었다.
“허. 인간들이 겁도 없이 발칙한 짓을 저지르는군.”
성벽 위에 인간들이 잔뜩 올라서있다. 얼추 보아도 몇 만 명은 되어 보인다.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 숫자까지 고려하면 능히 십만 대군이 수성을 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성역을 역이용하여 농성전을 벌일 심산이 틀림없었다.
오만의 악신의 입가에 잔혹한 웃음이 어렸다.
“감히 이 오만의 악신의 영토를 전장으로 고른 것을 후회하게 해주지.”
“좌측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놈들의 패배는 확정되었다. 전군은 이 자리에서 대기하며 나의 위엄과 승리를 지켜보도록 하라.”
오만의 악신은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뒤따라 나서려는 악신들과 휘하 권속들마저 저지한 채, 홀로 십만 대군이 바라볼 수 있는 공중으로 떠올랐다.
인간들은 시커먼 안개를 두른 범상치 않은 존재의 등장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뭐지, 저건?”
“엄청나게 강해보여.”
“신격 같은데. 지금까지보다 강하다면...”
인간 측 지휘관이 부하들의 말을 이어받았다.
“오만의 악신.”
흑오문(黑五門)의 다섯 수장 중 하나.
교주 라만.
그가 노구의 몸을 이끌고 성벽 위에서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이곳은 빈승이 지키는 성이니, 부덕하고 무도한 자들은 감히 손가락 하나조차도 올릴 수 없도다.”
“기개가 대단하군. 이 몸이 인세에 다시없을 절망이라 불리는 주류 12악신의 일원, 오막의 악신임을 알고도 그따위 언동을 취하다니. 네놈의 정체는 무엇이냐.”
“인류를 위해 지상에 남기를 택한 현인신, 빌헬름 마이어의 충실한 추종자. 흑오문의 다섯 수장 중 한 명인 교주 라만이 바로 이 노구의 신분이외다.”
부하들은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중얼거렸다.
“자랑하는 거 맞지?”
“자랑하는 거네.”
교주 라만은 브람시 공성전에서 빌헬름 마이어에게 가세한 이후로 딱히 주목을 받은 적이 없었다.
다른 실력자들만큼은 강하니 나름 일개 도시의 시장직위를 부여받기도 했고, 권력자로서 크게 대단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범용한 모습만을 보였다.
그의 모든 관심사는 인간으로서 영생을 누리는 것이기에 이런 대단한 자리에서 관심을 받을 일도 당연히 없었다.
그런 무미건조한 나날에 마지막 예외가 찾아왔다.
미궁정복을 위해 심층지대의 보다 깊은 곳으로 진군한 본대를 위해 시간을 버는 수성 사령관. 그것도 주류 12악신의 일원을 상대로 시간을 버는 역할이다.
라만의 인생에 있어서 이처럼 많은 이들과 거물들의 주목을 받을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올 수 없다.
말하자면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것이다.
“노구는..”
라만이 입을 열기가 무섭게 좌중의 공기가 형언할 수 없는 불길한 마기에 동조하였다. 당장이라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재앙이 온 세상을 멸망시킬 것 같은 공포가 치밀어올랐다.
공포의 근원은 명백했다.
오만의 악신. 그가 자신의 신성을 아낌없이 드러내며 무언의 외침을 하고 있다. 지껄여보라고. 이 몸의 앞에서 마음껏 나약함을 드러내보라고 말이다.
“만물의 근원은 대지에 굳건히 뿌리내린 뿌리에 있나니. 이매망량과 괴력난신의 영역에서 찰나의 미혹을 보인들 굳은 뿌리를 움직이게 할 수는 없소.”
“!?”
라만은 아주 멀쩡하게, 그것도 유창한 어조로 난해한 소리를 지껄였다. 오만의 악신은 혼란에 빠졌다.
‘왜 멀쩡한 건데?’
‘그보다 방금 뭐라고 지껄인 거야?’
오만의 악신은 선문답에는 자질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선문답에 응하지 않는 건 무식하게 보인다는 사실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만인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자, 때로는 원치 않는 연기도 해야 하는 법.
오만의 악신은 그럴싸한 개소리를 생각해내었다.
“진정한 거악은 하찮은 뿌리를 일일이 찾아 손수 뽑아내지 않는다. 대지를 부수고 모든 것을 무너뜨릴 뿐.”
“만물의 근원인 대지를 부정한다면 그대의 힘의 원천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
오만의 악신은 내심 욕지기를 내뱉었다. 저 망할 인간새끼가 자꾸 어려운 말만 쓰니까 울화통이 치밀어오를 지경이었다.
애초에 악신의 교단은 교리부터도 간단하다.
그건 선신교단과 달리 법칙에 구애받기 때문이 아니라 복잡하고 난해한 이야기를 하고 설정놀음을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선신들과 달리 악신들은 설정충의 재능이 미진했다.
“내 힘은 어느 누구에게서도 비롯되지 않는다. 세상만물 그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는 오연함이야말로 오만의 극치. 그렇기에 오만의 악신이라 불리는 것이다.”
“!!”
“이제야 깨달았는가. 너희 인간들은 신의 앞에서는 그저 한낮 유흥거리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마! 네놈들이 의지하는 성벽이 누구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오만의 악신은 자신의 신성력을 발휘해 성벽을 무너뜨렸다.
“…….”
“…….”
“……?”
성벽을 무너뜨렸다.
아니, 성벽을 무너뜨리고 싶은데 무너지지가 않았다.
아무리 신성력을 발휘해도 안 무너졌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성은 빌헬름 마이어의 성역이기 때문이다.
오만의 악신도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다.
‘안 돼!’
오만의 악신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성역을 뺏겨서 창백해진 건 아니고 이 상황이 너무 수치스럽고 쪽팔려서다. 기껏 큰 소리를 쳤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나면 이런 개망신이 따로 없다.
-오만의 악신? 그거 자기 성역 뺏기고도 뺏긴 줄 모르는 찐따 아니냐?
-보여주마! 네놈들이 의지하는 성벽이 누구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킥킥!
-지껄인 건 오만의 악신인데 왜 우리 손발이 오그라들지?
10초 뒤의 미래가 보였다.
이대로는 평생 지울 수 없는 흑역사가 완성된다.
충격과 공포 속에서 부들부들 떨던 도중, 인간들이 한발 앞서 웅성거렸다.
“뭐지?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외침이었는데. 너무 대단한 마법이라 아직 구현이 안 된 건가?”
“미친. 악신의 얼굴을 봐. 저 악신이 창백해지고 부들부들 거릴 정도로 엄청난 거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이대로 있다가는 마법이 완성되고 우린 다 죽을 거야!”
“안 돼! 이럴 순 없어. 이런 개죽음은 싫어!”
저거다!!
오만의 악신은 냉큼 인간들의 멘트를 받아쳤다.
“앞으로 30초 뒤, 네놈들은 전부 죽는다! 다가올 죽음의 선고 앞에서 절망에 몸부림치다 죽어라! 크하하하하!”
인간들은 그의 오만함에 두려움을 품고, 악신들은 그의 오연함에 감탄하였다.
오만의 악신은 자신의 완벽한 계산에 승리를 확신하였다. 늙은 인간 지휘관의 기량이 대단하다고는 하나 언어장애에 걸린 것처럼 난해한 화술을 사용한다.
분명 30초 안에 자신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다. 끽해야 3초 정도만 맞고 도중에 공격당했으니 마법시전을 중단하는 척 연기하면 된다.
“그런가. 보스는 아득한 과거에 이 날을 예견하였는가...”
라만은 감탄하였다. 그는 본래 악신숭배자들을 이끄는 교주였다. 그가 직접 모시는 악신조차도 있었다. 그러나 블랙마켓에서 빌헬름 마이어와 대화를 나눈 이후로 그는 신앙을 포기하였다.
그가 신앙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당장 지닌 힘은 더욱 대단할지라도 악신들에게 맞서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앙의 힘을 버리고 한 번 걸어본 강자의 길을 따라 부단한 수련을 거듭한 지금, 그는 악신의 기운에도 태연히 저항할 수 있는 뛰어난 강자로 거듭 태어났다.
“악신이 마력집중을 하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인간들이여, 힘을 모아라! 인류의 힘을 보여줄 때다! 최약의 인간종족이라도 온 힘을 모은다면 최강의 신을 무찌를 수 있음을 보여주자!!”
오만의 악신은 미처 몰랐다. 라만이 정상인처럼 말할 수 있는데 때때로 선문답을 쓰는 겉멋충이라는 사실을.
인간들은 라만의 명령을 완벽하게 숙지하였고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힘을 총동원하였다.
오만의 악신은 흠칫 놀랐다.
‘저거 존나 아파보이는데. 어쩌지?’
인간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났다간 악신들에게 얕잡혀보이고 개망신을 당한다. 죽더라도 그런 꼴을 당할 수는 없었다.
“와라, 인간들이여!!”
오만의 악신은 오연한 태도를 가장하면서 속으로 온갖 마법과 권능을 시전 하여 방어를 시도했다.
그런 시도로 인해 발생하는 마력파장과 어두운 마기가 인간들의 경각심을 부추겼다.
인간들은 전신진기까지 끌어내며 온 힘을 끌어올렸다.
“이 오만의 악신을 쓰려뜨려 보아라!!”
“우아아아아아아아!! 공겨어어어어어어어억!!”
라만의 외침과 동시에 인간진영의 총공격이 날아들었다.
눈부신 빛이 창공을 뒤덮었다.
막대한 빛이 가라앉고 황금빛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오만의 악신이 사망했습니다!]
[위대한 업적을..]
“와아아아아아!!”
주류 12악신의 일원이 죽었다.
“뭐야 이거.”
“무서워.”
“나 돌아갈래.”
악신들은 두려움에 떨며 달아났다.
영웅적인 업적을 달성한 인간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진심으로 기뻐하며 라만이야말로 최고의 수성사령관이라며 그를 고른 빌헬름 마이어의 선견지명을 인정하였다.
빌헬름 마이어가 심사숙고한 이유가 ‘죽어도 상관없는 놈’을 고르기 위함이었고 거기에 걸린 게 라만이라는 진실은 당사자의 머릿속에서도 까맣게 잊힐 충격적인 결과였다.
============================ 작품 후기 ============================
사람이 폼 재면서 살면 안 되는 이유.txt
물론 작가가 겉멋충처럼 폼 재고 살지 말라고 이렇게 쓴 건 아닙니다.
실전압축용 전개를 했을 뿐입니다.
정확히는 [개그] [조연 캐릭터 출현비중] [주류12악신 처리] 세 가지 짐을 한 번에 치워버리기 위한 잔반처리(...)식 집필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