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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97화 (197/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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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내가 바로 세계의 적이다

#8 - 내가 바로 세계의 적이다(21)

어비스의 밑으로 내려가기 전, 카이사르는 일행들의 재정비도 겸해서 지옥관광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지옥관광이라. 이거 기분이 묘하군요.”

“설마 어비스에서 관광을 하는 날이 올 줄이야...”

“이것도 나름 출세했다는 걸까요?”

암흑가에서 어비스까지 간 거면 출세라고 할 수도 있겠네.

그걸 본인이 만족한다면 말이지.

물론 나는 여기에 있는 게 조금도 기쁘지 않다.

“보스. 혹시 온천 좋아하십니까?”

“온천. 그거 좋지.”

“다행이군요. 먼저 온천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파티의 여성진들이 환호하였다.

“와아! 귀여운 리나는 언젠가 온천에 갈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후후. 귀족가에서도 온천에 갈 일은 좀처럼 없어서 나름 기대가 되네요.”

“저도 온천경험은 적어서 기뻐요.”

도로시와 리나, 모자이크녀 모두 몹시 기뻐하였다.

남자들은 남자들 나름대로 기뻐하는 기색이었다.

“산에서 노천탕을 만나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

“나도 마찬가지다. 온천은 경험치 수급이 힘든 사냥터이고 딱히 버프가 생기지도 않아서.”

“저는 가난해서 온천에 갈 수가 없었어요!”

청일과 쿠로, 레이브의 대화였다.

뭔가 이 녀석들 좀 가난하고 퍽퍽하게 보인다.

돈도 많이 주는데 왜 이리 빈티를 못 벗는지 모르겠다.

“보스는 언제 온천에 가셨나요?”

“칼슈마르 산맥 근처의 온천이었는데. 한 백이십년 전이었을 것 같군.”

“백이십 년이나 전이요!?”

그땐 다른 캐릭터였으니깐 그 정도 걸렸지.

“역시 보스는 범상치 않다니깐. 경지가 높으면 수명이 늘어나고 노화가 멈춘다고 했으니 지금의 외모대로라면.. 서른 즈음에는 절대지경에 도달하셨다는 건가.”

“하긴. 그 정도는 되어야 악신의 저주를 받고도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으셨겠지.”

“그럼 보스 나이가 120살보다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거네요?”

참고로 지금 내 캐릭터 시트지의 나이는 22살이다.

내 얼굴은 대체 얼마나 삭아 보이는 거냐.

매력이 높아도 위엄 관련으로만 보정이 되니 쓸모가 없네.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에 온천에 도착했다.

온천은 엄청나게 뜨거워보였다.

부글부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정도가 아니다.

끓고 있다.

그것도 그냥 끓는 물이 아니다.

주황색이다.

유황물이겠거니 하고 넘길 정도를 아득히 넘어섰다.

초고온의 용암이 떡하니 남아있다.

“굉장히 뜨거워보이는 용암이네요.”

“용암이네.”

“저... 주인님. 온천은 어디에 있죠?”

카이사르는 용암을 가리켰다.

“이거다.”

“…….”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이딴 용암에서 온천을 만끽할 사람이 어디에 있냐.

들어가면 몸이 살살 녹는다는 비유를 넘어서 정말로 육체가 녹아내리겠다.

“여탕은 옆에 있으니 옆으로 가면 된다.”

“어.. 여탕 온도는 좀 낮은가요?”

“500도 정도 낮다.”

단위가 커. 너무 크다고.

“보스. 괜찮다면 제가 먼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라.”

“예.”

카이사르는 입고 있던 옷을 벗고 태연스레 용암 속에 발을 담갔다.

치이이이이익!

꽈득 꽈드득!

뭔가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와 함께 카이사르가 상반신을 확 담가버렸다. 나를 포함한 일동은 망연자실한 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으음. 온천이 조금 식었군요.”

“그게 식었다고?”

“보스는 아마 간지럽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너무 차가워서 들어오지 못하실 것 같으니 500도만 더 올리겠습니다.”

카이사르의 손에서 초고열의 마그마가 방사되었다.

용암 위로 불꽃이 치밀어오르다가 픽 꺼졌다.

너무 높은 온도로 인해 압력이 생겨서 불길조차도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꺼져버린 탓이었다.

“지금은 온천에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 아니다.”

“정말입니까?”

“그렇다.”

“하지만 저는 이미 온천에 들어왔습니다.”

“…….”

그래서 뭐 어쩌라고 또라이 새끼야.

너 혼자 즐겨.

“애초에 인간은 용암온천을 즐길만큼 강인한 육체를 지니지 못했다. 다른 부하들의 나약함을 고려해서라도 혼자만 온천을 즐길 수는 없다.”

“못 보던 사이에 많이 나약해지셨군요. 예전이라면 울고불고 때를 써도 한 명씩 붙잡아 온천 안에 집어던지셨을 텐데.”

이상한 소리 하지 마라.

갑자기 부하들이 내 주변 10m 밖으로 물러났잖아.

“그래도 쓸 만한 부하가 한 명은 생기셨군요.”

카이사르가 뭔 소리를 하나 했는데 유모를 보고 있었다.

저 멀리서 유모가 용암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다.

여성진은 망연자실해서 멍하니 구경만 하는 상황이다.

“도로시의 유모다.”

“훌륭하군요. 보스의 부인의 유모다운 실력을 지녔습니다.”

“어... 뭐 그렇지. 아이스드래곤의 드래곤하트를 먹었으니까.”

“그럼 보스의 부인인 도로시님께서는 어느 정도로 강합니까?”

“용암을 마시지 않을 정도로만 강하다.”

“용암 따위는 음료수로도 치지 않는 겁니까. 경이롭군요.”

여러모로 심신이 심란해지는 화제다.

그보다 저거 일단은 온천물이잖아.

저렇게 마시고 있어도 되는 거냐.

“보스, 저기에 세워져 있는 구조물은 뭡니까?”

“……!”

내 캐릭터가 어비스에 끌려오자마자 툭 떠밀려서 용암에 빠져 죽은 그 절벽이다. 자세히 보니 절벽에 박힌 말뚝에 기묘한 장치 같은 게 붙어있었다.

싫은 기억이 떠올라서 얼른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는데, 갑자기 악마 한 명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헤헤. 저기는 제가 운영하는 처형장입니다. 온천을 즐기다가 영혼수집기에 강력한 영혼이 매달리면 마음껏 가지고 놀다가 절벽에 빠뜨려 죽이는 흥미로운 체험도 할 수 있죠.”

“…….”

“어떠십니까? 보스의 잔혹함에 대해서는 염라대왕께 많이 전해들었습니다. 보스와 파티원들도 한 번 사용해보시면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나는 주변의 다른 악마들에게 명령했다.

“이 새끼 매달아.”

“!?”

악마들이 주저하자 온천 안에서 카이사르가 흉악한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안돼애애애!”

“돼.”

퍽. 첨벙.

나는 막대기로 온천관리자 악마를 용암에 빠뜨렸다.

용암에서 온천욕도 즐기는 새끼를 빠뜨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의외로 의미가 있었다. 카이사르는 피식 웃으며 의외의 토막상식을 알려주었다.

“악마는 수영을 못합니다.”

“…….”

저딴 용암 속에서 수영할 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온천관리자가 질식사로 사망했습니다.]

“호의로 처형을 권한 관리자를 그 자리에서 익사시키다니. 보스는 정말로 무시무시한 분이시군.”

“염라대왕님의 말이 맞았어. 저분이야말로 지옥의 진정한 지배자가 될 자격이 있으셔.”

“보스에게서 범상치 않은 악명의 카르마가 느껴져. 그것도 염라대왕의 몇 배 이상의 악명이야. 어쩌면 어지간한 악신들보다도 높을지 모르겠어.”

왠지 모르게 악마들에게 잔인함을 인정받았다.

[칭호 ‘악마족이 인정한 보스’를 습득합니다.]

[악마족의 기본 호감도가 20 상승합니다.]

...이딴 칭호 필요 없어.

충격과 공포의 온천관광이 끝난 뒤, 카이사르는 다음 목적지를 고심하였다.

“보스. 포도는 좋아하십니까.”

“싫어한다.”

지옥에서 자라는 포도라니.

또 온천처럼 병신같은 게 나올 것 같아서 철벽을 쳤다.

“그래도 보십시오. 제가 좋아합니다.”

물론 카이사르는 철벽을 몸으로 때려부수는 또라이 새끼다.

눈치가 없기로는 예전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주제에 스케일만 지옥규모로 늘어나서 부담스럽다.

일행은 이미 아무 기대도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그나마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브루투스랑 유모였다.

“양조는 제 취미죠. 괜찮은 포도가 있으면 좋겠군요.”

“간만에 먹어볼 맛이 나는 포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유모는 대체 음식을 어떻게 먹고 싶은 걸까.

난이도가 높은 음식을 좋아하는 건가.

히드라 고기나 바질리스크 눈알구이 같은 거 좋아할 것 같네.

존나 단단하게 생겼으니 석회암이나 대리석을 가져다줘도 석회암 무침이나 대리석 쉐이크로 먹어치울 것 같다.

이쯤 되면 그냥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다.

악마들도 유모를 보며 연신 ‘악마보다 악마다운 인간이군.’, ‘터프함이 마음에 들어’ 따위를 중얼거리고 있다고.

“여기가 제가 좋아하는 포도농장입니다.”

시뻘건 핏줄로 이루어진 식물에 새빨간 핏방울이 맺혀있었다.

“레드 포도입니다.”

“…….”

먹기 싫어.

죽어도 먹기 싫어.

“보스. 이 포도 이상해... 막 꿈틀거려...”

“리나. 지지다. 먹지 마라.”

“히익! 포도가 눈을 떴어요! 눈을 마주쳤다구요!”

“눈 감아라, 도로시.”

이딴 불길한 포도를 먹을 수 있을까보냐.

“어... 이건 와인으로 만들기에는 좀 무서운 포도네요.”

브루투스가 중얼거리는 말에 카이사르가 관심을 보였다.

“와인? 브루투스. 네놈 와인을 만들 수 있었나?”

“어... 다 까먹었는데요.”

“아까 취미가 양조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나는군.”

“취미는 취미죠. 잘 만든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럼 잘 만들도록 노력해라.”

브루투스는 살려달라는 무언의 시선을 보냈다. 까딱 잘못했다간 지옥에서 핏줄기에 매달린 눈알 같은 끔찍한 포도로 평생 새빨간 포도주만 담그게 생긴 탓이다.

무심코 도와주려다가 멈칫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브루투스는 안 그래도 수상해서 어떻게 떨쳐낼지 고민하던 놈이다.

이 기회를 이용해서 떨쳐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악마들도 이제는 내 부하다. 나는 부하들의 복지와 편의를 신경 쓰는 훌륭한 보스이지. 그러니 네 자비심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포도주를 만들도록 해라.”

“아, 안됩니다! 제게는 연단법이 있다는 걸 잊었습니까? 백보심공을 대성한 뒤에 정해진 방법으로 연단법을 복용하고 시술을 받지 않으면 연단법은 무의미합니다.”

“그거 없어도 이미 여기 있는 놈들은 전부 절대자다.”

브루투스는 할 말을 잃었다.

실제로도 아군 전력이 엄청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연단법을 거치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카이사르가 불쑥 끼어들었다.

“지난 2년 간 어비스에서 악마들을 때려잡으며 백보무투술과 백보심공을 한층 더 개량했지. 마기를 이용한 역천마도백보무투술과 수라마혈백보심공을 새로이 창시했다.”

“엑.”

“위력은 기존의 50배 이상이다. 무학적 이치로도 패도적인 위력으로도 연단법 따위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을 거다.”

“아, 아닐수도 있습니다.”

“그럼 너 자신에게 직접 연단법을 시술해라. 그걸로 내 역천마도백보무투술과 수라마혈백보심공을 익힌 악마를 이길 수 있다면 너를 양조사가 아닌 연금술사로 인정해주지.”

브루투스는 힘겨운 고뇌 끝에 결심하였다.

“연단법을 증명하겠습니다.”

어지간히도 어비스에서 포도주 만들기가 싫었나보다. 솔직히 나라도 그럴 것 같다. 이딴 곳에서 저딴 포도로 포도주 만들기를 하고 있으면 멘탈이 먼저 깨져서 게임 접겠지.

하물며 저놈은 NPC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거다.

[브루투스가 특수 연단법을 사용합니다.]

[시술 대성공!]

[브루투스의 백보무투술과 백보심공 위력이 5배 상승합니다!]

무술과 심공을 대성한 상태에서 5배나 더 강해졌다.

굉장하네.

근데 카이사르는 50배잖아.

“제, 제 상대는 어떤 악마입니까?”

브루투스의 마지막 남은 희망은 대전상대에게 달렸다.

상대가 약하면 50배 더 강해져도 별 볼 일 없을 수도 있다.

허나 카이사르는 이런 자리에서 약한 놈 안 보낸다.

“나다.”

“....카이사르님 인간이었잖아요.”

“지금은 악마다.”

뿔 달렸고, 피부는 파랗고, 덩치는 4m의 근육괴물이다.

설득력이 미친 듯이 폭발하는 외모네.

“덤벼라!”

“항복합니다! 와인 만들게요!”

“이 개 같은 자식이! 감히 신성한 결투에서 꼬리를 말다니. 가토만도 못한 녀석!!”

카이사르는 성큼성큼 걸어가 브루투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기겁한 브루투스가 극성 심공을 발휘하여 막대한 내력으로 저항을 시도했지만 카이사르의 팔에 맥없이 붙잡혔다.

쾅쾅! 쾅쾅쾅!

머리를 붙잡고 몸통을 바닥에 대고 수십 번 패대기를 치더니 브루투스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다.

“이 개자식들이!! 내 정체를 눈치 채고 함정을 팠구나!!”

브루투스가 갑자기 옷을 벗어던지더니 검을 뽑아들고 익숙한 기수식을 취했다. 제국황가에 대대로 전해지는 제국검법 기수식이었다.

브루투스의 막대한 공력과 제국검법의 현묘함이 더해지며 검 끝에서 폭발적인 검강의 벽이 밀어닥쳤다.

카이사르의 몸에 부딪힌 검강의 벽이 맥없이 튕겨 나왔다.

“살려주세요.”

“그거 좋지. 영원히 살게 해주마.”

카이사르의 번들거리는 눈동자를 본 브루투스가 조심스레 말을 바꿨다.

“그냥 죽여주시면 안 될까요.”

“안 된다.”

브루투스의 필살검초를 온 몸으로 뚫으며 다가서더니 카이사르가 그의 팔다리를 꺾었다. 결국 비참하게 무력화된 그를 장대에 칭칭 묶은 악마들이 어비스의 뇌옥으로 끌고 갔다.

“그럼 다음 관광코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

우리 지금 뭘 본 거냐.

그보다 우리는 언제까지 관광 당해야하는 거냐.

============================ 작품 후기 ============================

[추천구걸코너]

참독자가 갑작스레 작가의 방에 난입해서 원고지 뭉치를 뒤적거렸다.

놀란 작가가 키보드를 집어던졌다.

작가가 던진 키보드가 참독자의 철면신공에 당해 맥없이 튕겨나왔다.

"돌려주세요!"

"그거 좋지. 영원히 참독자 사이트에 돌려주마."

절대로 돈 주고 소설을 보지 않고 도둑질을 할 잔인한 눈동자였다.

작가가 조심스레 말을 바꿨다.

"그냥 안 돌려주셔도 되요."

"싫다. 네 원고지는 양심없고 무자비한 수전노 사내새끼들 수천 명에게 무참히 유린당할 것이다."

참독자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원고지를 납치했다.

하지만 작가는 납치하지 않았다.

대세는 미저리보다 방생메타라서 훔칠 원고지를 더 만들기를 장려했기 때문이다.

"그럼 내일 이 시간, 다음 화를 약탈하러 오지."

원고지를 뺏긴 작가가 망연자실하며 주저앉았다.

신고 받은 경찰은 PPAP를 추고 돌아갔다.

일반독자들은 그 모습을 가엾이 여기며 작가에게 추천과 쿠폰을 나누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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