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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내가 바로 세계의 적이다
#8 - 내가 바로 세계의 적이다(22)
관광이 끝난 뒤, 마침내 우리는 어비스의 출구에 집결했다.
“주인님. 염라대왕을 상대하는 건 어땠었나요?”
“시답잖았다.”
“염러대왕은 강하지 않았었나요?”
“그래봤자 가토나 보스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었다.”
“…….”
기껏해야 이류무인 수준의 가토를 어디까지 추억보정 하는 건지 모르겠네. 카이사르가 지상에 돌아갈 즈음이면 가토는 불세출의 경지에 접어든 극강의 절대고수로 알려지게 생겼다.
“우리의 목표는 미궁정복. 이 너머로는 나조차도 도달한 적 없는 전인미답의 영역이다. 인류 역사상 어비스의 너머로 진출하는 건 우리들이 처음이라는 뜻이다.”
“!!”
“마음을 다잡아라. 용기를 되새겨라. 무자비한 심연이 우리를 기다릴지라도 결코 걸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
출구를 지나치자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메인 스테이지 : 어비스를 통과했습니다.]
[위업 ‘어비스 돌파’ 달성!]
[당신은 세계 최초로 일군을 이끌고 어비스를 돌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궁공략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낸 결과, 최초 달성 보너스로 인지감각이 300% 상승합니다.]
[레벨이 35가 되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스킬포인트 5를 습득합니다.]
[신성스킬 ‘성역 확장’을 습득합니다.]
[상한수치를 돌파한 활약으로 인해 여분의 정산포인트가 10억 CP로 지급됩니다.]
[당신의 명성이 현존하는 생명체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습니다.]
[당신의 존재는 현존하는 모든 생물체들에게 있어 살아 숨 쉬는 신화로 여겨질 것입니다. 이는 기존에 신화의 영역에 접어든 생명체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위차원의 존재들이 당신의 거대한 존재감의 편린을 감지하기 시작합니다.]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세계관이다.
이렇게나 강해졌는데도 아직도 위가 남아있단 말인가.
만렙이 35보다 위라는 사실도 무서워진다.
원시천존이니 고대신격이니 하는 것과 같아질 때까지 강해져야 한단 말인가.
실로 변태스러운 난이도가 아닐 수 없었다.
‘이쯤에서 상태창을 한 번 확인해야겠군.’
[캐릭터 시트지]
<신상정보>
[이름 : 빌헬름 마이어][직업 : 보스][레벨 : 35(0.01%)]
[성별 : 남성][연령 : 22세][신장 : 171cm][체중 : 62kg]
[소속 : 흑산회 보스][신분 : 현인신(마이어 국왕)]
[개인평판]
-명성 9단계(10억 이상) : ???(어비스의 돌파자)
-악명 9단계(10억 이상) : ???(악마를 선택한 자)
<건강상태>
[HP : 891/1000][MP : 1000/1000][SP : 2560/3000][FP : 78000/100000]
<기본 능력치>
[근력 130][체질 130][민첩 131][통찰 310]
[지능 310][내성 132][매력 291]
<확장 능력치>
[카리스마 340] [행운 272][공포 289][신성 311][학살 177]
<보유스킬(스킬 포인트 150)>
[신성스킬] : [신의 계시][신벌][성전선언][성역선포][성역흡수][성역확장]
[직업스킬] : [보스의 기백][조직접수][암살지령][보스의 신용][극악한 테러]
[공통스킬] : [흥정][회계][기만][교육][간파][화술][연기][공포유발][채집][백보심공]
<보유특성>
[흑산회 보스(고유)][공포의 사도][종말의 사도]
<보유칭호>
[빌헬름 마이어(고유)][멸세군주][무인들의 위대한 인도자][살아 숨 쉬는 신화]
<장비>
[무기] 매서운 브로드 소드(+3), 공포의 혈검사 클라인(장검)
[방어구] 아늑한 어둠(방어구 세트), 다용도 벨트, 대용량 아공간주머니(+4), 대용량 아공간 금화주머니(+5), 치유의 목걸이, 성마의 왕관
[그 외] 부유하는 황금공, 탐욕의 자루
<보유자산>
-8억 9096만 3112골드(대용량 아공간 금화주머니)
-모험가 신분증(상의)
-보유CP : 10억 CP
능력치만 봐도 한계를 초월했다는 게 여실히 느껴진다.
기본능력치 총합 1434과 확장능력치 총합 1389.
모든능력치 총합으로는 무려 2823이나 된다.
보통의 게이머는 어떻냐고?
일류고수 기준으로 모든능력치 총합이 150될까 말까다.
미궁공략군의 평균으로도 기껏해야 300이다.
주류 12악신의 성역을 지키는 놈들은 600 남짓이고.
거기서 한층 더 나아간 놈들은 800쯤 되겠지.
흑산회 파티의 정예 파티원들은 1200가량쯤은 된다.
‘그런 파티원들의 평균수준을 훌쩍 뛰어넘었군. 가히 두 배를 웃도는 능력치인가.’
21레벨부터 레벨상승 및 위업달성, 최초달성 보너스로 모든 능력치가 팍팍 상승한 덕분이다. 이쯤 되면 능력치총합으로는 인류최강을 자처할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의 휘하에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소신격이 현재 8명 존재합니다.]
[카이사르, 리나, 레이브, 모자이크, 도로시 이지스, 유모, 쿠로, 청일]
[신격을 받아들이고 분배하십시오.]
[Tip> 신격분배란 어떤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신격이 스스로 하나의 진영을 이룰 정도로 강력해질 시, 휘하에 들어오기를 희망하는 신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성립됩니다.]
[신격분배를 위해서는 다른 신의 진영에서 권능을 약탈해 권능포인트를 모으거나 막대한 CP를 모아서 새로운 권능을 개발한 뒤, 이를 분배해야만 합니다.]
[신격의 투신을 받아들이고 신격분배를 마칠 시, 당신은 해당 신격이 수급하는 신성력의 10%를 자동적으로 수금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당신의 진영이 강력해질수록 진영에 소속된 신들에게 진영보너스가 주어지며 진영의 수장에게는 대신격 보너스가 별도로 추가 부여됩니다.]
심지어 신격분배와 진영구축이라는 새로운 길도 개척했다.
잘도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지경이다.
다행히도 도중부터는 권능 포인트가 남아돌아서 아껴둔 양도 충분히 있었고, 어비스를 돌파하면서 습득한 10억 CP 덕분에 없는 권능은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나는 부담 없이 여덟 명의 부하들에게 어울리는 권능을 하사하기 시작했다.
[카이사르가 학살의 권능을 부여받았습니다.]
[카이사르가 학살의 신이 되었습니다.]
[리나가 암살의 권능을 부여받았습니다.]
[리나가 암살의 신이 되었습니다.]
[레이브가 만능의 권능을 부여받았습니다.]
[레이브가 만능의 신이 되었습니다.]
[모자이크가 모략의 권능을 부여받았습니다.]
[모자이크가 모략의 신이 되었습니다.]
카이사르는 학살, 리나는 암살, 레이브는 만능, 모자이크는 모략의 권능을 하사하였다. 워낙에 컨셉이 뚜렷한 놈들이라 별반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부여했다.
대체로는 만족스러워했지만 모자이크녀만이 소심하게 불만을 피력하였다.
“어째서 제가 매력의 신이 아닌 거죠?”
“뭐?”
“저는 매력에 올인했다구요.”
“절대자 미만의 눈에는 괴물로 보였을 텐데.”
“…….”
“애초에 넌 외모를 보고 뽑은 게 아니라 모략가로서의 자질을 보고 뽑았다.”
“그래도 납득할 수 없어요.”
하도 불만이 있어보여서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너 매력 능력치 몇이냐.”
“듣고 놀라지나 마세요! 무려 180이나 되니까요!”
“나보다 낮군. 나는 291이다.”
“!?”
“나보다 매력이 높아진다면 그때는 관장하는 영역을 바꾸는 걸 고려해보도록 하지.”
모자이크녀는 허탈해하며 물러났다. 주력 능력치를 100이 넘는 수치로 찍어 눌렀는데 할 말이 있을 리가 없다.
그래도 이 정도면 차라리 귀여운 편이다.
뒤의 네 명은 도대체 무슨 권능을 하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엄청나게 고민되기 시작했다.
‘카이사르나 리나, 레이브, 모자이크 녀는 컨셉이 뚜렷한 놈들이라서 고르기가 쉬웠는데. 이놈들의 컨셉은 뭐지?’
도로시 이지스는 귀족이다. 예법에 해박하고 고급상식을 두루 지니고 있으며, 격투술에도 조예가 있고 저주의 영향으로 회피술은 만렙을 찍은 것이나 다름없다.
[도로시 이지스가 저주의 권능을 부여받았습니다.]
[도로시 이지스가 저주의 신이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도로시는 저주의 권능을 하사했다.
오래도록 그녀를 괴롭힌 저주로부터 해방되고 그녀의 이름을 가장 널리 떨친 저주가 가장 컨셉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서였다.
‘유모는…….’
잘은 모르겠는데 존나 쌔다.
아무튼 쌔다.
이유도 없이 막 쌔다.
“유모. 너는 무슨 신이 되고 싶으냐.”
“직접 고를 수 있는 겁니까?”
“특별히 너는 원하는 권능을 고를 수 있게 해주겠다.”
유모는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대답했다.
“요리의 신이 되고 싶습니다.”
“.......뭐?”
“요리의 신이 되고 싶습니다.”
“아니, 그 전투력에 그 파괴력으로 요리의 신이라고?”
“요리는 제 취미입니다. 입맛 까다로운 아가씨에게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드리면서 저 또한 요리를 만드는 일에 나름 재미가 붙었습니다.”
“본인이 원한다면 상관은 없지만... 후회는 안하겠지?”
“예.”
본인의 의지가 이렇게까지 굳건하니 할 말도 없었다.
[유모가 요리의 권능을 부여받았습니다.]
[유모가 요리의 신이 되었습니다.]
유모가 요리의 권능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을 다른 부하들이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들도 기가 막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암살의 신보다 전투력이 쌘 요리의 신이라니, 농담도 못 되잖아...”
“절대로 대결은 하면 안 되겠군.”
“보스가 우리에게 수치심을 주려는 걸까?”
나는 멍청한 소리를 하는 부하들에게 현실을 자각시켰다.
“유모가 전투권능을 받으면 지금보다 더 강해진다.”
“!?”
“유모에게 한손가락으로 제압당하는 굴욕을 맛보지 않게 해준 걸 고맙게 생각해라.”
부하들은 비로소 납득하였다.
“솔직히 저기서 전투권능 받고 더 강해지면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지 무서워.”
“지금의 유모도 전심전력으로 일격을 내지르면 거대한 산도 한 방에 무너지지 않을까. 요리의 신이건 뭐건 일단 우리 중에서는 제일 쌔니까.”
“저 여자를 상대로는 삼일밤낮 내로 우열을 가릴 자신이 없군.”
삼일밤낮 너머로라면 우열을 가릴 수 있다는 거냐.
역시 카이사르는 무섭다.
저 유모와 동급의 강자는 이 녀석이 유일할 것 같다.
“보스. 저희도 권능을 고를 수 있습니까?”
“저도 권능을 고르고 싶습니다.”
청일과 쿠로가 조심스레 의견을 피력하였다.
어째 탐탁치가 않다.
방금 유모를 요리의 신으로 만들어서 영 내키지가 않았다.
“무슨 권능을 바라는가.”
청일과 쿠로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검술의 권능입니다.”
“하렘의 권능입니다.”
검술은 그렇다고 쳐도 하렘은 뭐냐.
“쿠로. 네 나이가 몇 살이냐.”
“서른둘입니다.”
“그 나이 먹고 하렘 같은 소리하면 부끄럽지도 않냐.”
쿠로는 얼굴을 붉혔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런 권능이라도 없으면 안심이 안 된단 말입니다.”
“뭐가 안심이 안 된다는 거냐.”
“전 이미 악마들에게 게이라고 낙인이 찍혔습니다. 다른 게이머들도 그 발언을 기억하고 악의적으로 소문을 뿌릴 겁니다.”
“으음. 일리 있는 주장이군.”
“저는 여자가 좋습니다. 모든 일이 끝나거든 세계 각지의 미녀들을 거느리고 궁궐만한 저택을 지은 뒤에 산해진미를 즐기며 하렘구성원들과 노닥거리며 살고 싶습니다.”
이 녀석이 소박한 건지 괘씸한 건지 모르겠다.
기가 막히기는 해도 일단 들어나보자.
“하렘구성원은 몇 명을 생각하고 있냐.”
“삼천 명이면 만족할 것 같습니다.”
네가 미궁세계의 의자왕이냐.
삼천궁녀랑 같이 절벽 밑으로 던져버릴까.
“알겠다.”
불쌍하니까 소원은 들어주도록 하자.
[청일이 검술의 권능을 부여받았습니다.]
[청일이 검신이 되었습니다.]
[쿠로가 역하렘의 권능을 부여받았습니다.]
[쿠로가 역하렘신이 되었습니다.]
청일은 만족했지만 쿠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보스! 역하렘의 권능이 대체 뭡니까!?”
“하렘의 권능 비슷한 녀석이던데. 남자한테 인기가 있어지는 권능이더군.”
“아니, 대체, 어째서!?”
나는 말없이 시스템 메시지를 띄워 올렸다.
[하렘의 권능 : 2억 포인트]
[역하렘의 권능 : 1억 포인트]
[현재 남은 포인트 : 제로]
돈 없어. 뭐 어쩔 건데.
비슷한 거 사줬잖아.
“어흐흑.”
쿠로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나는 녀석을 위로해주며 말했다.
“남자 중에서도 화장시키고 여자 옷 입히면 이쁜 놈들이 없지는 않다. 카이사르가 남색을 밝히고 색마 콰이어가 여장에 취향을 지닌 것처럼 말이다.”
“그럼 전 앞으로 카이사르 같은 놈이나 색마 콰이어 같은 놈들만 주변에 널릴 거라는 얘기 아닙니까.”
“그렇겠지.”
“보스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 감상을 묻는다면 뭐가 모여도 지금보단 나을 것 같군.”
쿠로는 내 주변 멤버들을 쭉 돌아보았다.
그는 단번에 납득했다.
역하렘보다 심한 부하들이라는 것 같아서 패배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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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마이어와 쿠로가 본 서로의 위치]
평범한 NPC -> 법과 도덕, 그리고 상식의 범주 -> 평범한 게이머 -> 일반 성인남녀의 마지노선 -> 암흑조직 -> 취향존중의 마지노선 -> 역하렘 멤버(보스가 본 쿠로의 위치) -> 아버지의 인자함의 마지노선 -> 흑산회 파티원 -> 어머니의 자비심의 마지노선 -> 리나 -> 인류가 지닌 인류애의 마지노선 -> 카이사르(쿠로가 본 보스의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