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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내가 바로 세계의 적이다
#8 - 내가 바로 세계의 적이다(25)
고대신격을 죽인 후, 미궁은 내 소유물이 되었다.
악신진영의 악신들은 전부 항복했다.
몬스터들과 마족들을 관리하는 걸 도울 테니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게 딱해서 전부 받아줬다.
“보스. 이제 무얼 하실 예정이십니까?”
“모처럼 미궁에 왔는데 중심부는 보고 가야지.”
우리는 심층지대의 너머, 어제까지만 해도 미궁의 최종컨텐츠라고 생각해왔던 마왕을 구경하러 갔다.
[미궁의 최저층에 도착했습니다.]
[악신들을 대신하여 지상을 정복할 결전병기 <마왕>이 거처하는 <마왕궁>에 도착했습니다.]
마왕궁 근처는 휑한 공터만이 즐비했다.
나는 통찰력으로 이 공간의 시스템 로그를 꿰뚫어보았다.
[고대악신이 사춘기를 맞이한 마왕을 길들이고자 마왕성을 제외한 모든 시설을 마기로 환원했습니다.]
[고대악신이 사춘기를 맞이한 마왕을 길들이고자 마왕군을 모두 마기로 환원했습니다.]
“…….”
생긴 건 최종보스 같았던 놈이 의외로 쪼잔하게 사네.
그보다 마왕이 불쌍하다.
사춘기에 말 좀 안 듣는다고 시설철거에 몬스터회수라니.
이건 삐뚫어지지 않을 수가 없는 엄격한 형벌이 아닌가.
아무래도 고대신격은 육아의 재능은 없는 모양이다.
내 입장에서는 나쁜 소식은커녕 오히려 반길 소식이었다.
새로운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마왕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못돼먹은 고대신격에게서 마왕을 구원해줬으니 분명 마왕에게 호감도를 얻기도 쉬울 거다.
덜컥 덜컥
“...문이 잠겨있군.”
사춘기의 냉전은 현재진행중인가보다.
“자물쇠 따기 스킬로 열까요?”
“지붕에서 잠입할까?”
“걷어차면 부서질 것 같습니다.”
부하들의 대담한 발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사춘기 아이에게는 세심한 접근이 필수적이다.”
“세심하게 잠입하면 되는 고야?”
“...잠자코 지켜봐라.”
나는 문을 두들겼다.
쿵쿵
“노크는 예절의 기본이다. 상대를 마왕성의 주인으로서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은 사려 깊은 행동이지.”
“그런 행동을 뭐 하러 해? 보스는 무자비한 사람이잖아.”
“나도 가끔은 상냥해질 때가 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리나가 배를 붙잡고 폭소했다.
다른 부하들도 터무니없는 농담을 들었다는 표정이다.
도대체 이놈들은 날 얼마나 쓰레기로 생각하는 걸까.
쾅쾅
근데 이 새끼는 왜 문을 안 여냐. 답답해서 팔짱을 끼고 문을 노려보는데 갑자기 옆에 서있던 카이사르가 문을 걷어찼다.
쾅!
“이 건방진 새끼가 감히 보스를 기다리게 하다니.”
문답무용으로 마왕성 안에 쳐들어간 카이사르를 헐레벌떡 뒤따라갔다. 귀여운 사춘기 미소녀 마왕이 카이사르의 손에 험한 꼴을 당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안 된다, 카이사르 이놈아!
세상과 격리된 환경 속에서 천진난만하게 만마의 왕으로 군림하는 연습이나 해왔던 철없는 마왕 미소녀를 부하로 키우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데 그걸 방해하려고 들어!
“보스. 책임지고 무례를 범한 마왕의 목을 베겠습니다.”
“잠깐!”
“더럽고 미천한 마왕의 피가 몸에 튈 것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실력이라면 피 한 방울 튀지 않게 말끔히 처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인간쓰레기 같은 고민 때문에 말린 거 아니다.
오해할만한 소리 좀 그만해라.
“이이익! 내 성에서 나가아아!”
커다란 대관을 지나 성을 오르자 어디선가 까칠한 변조음이 들려왔다. 미소녀 마왕설이 한층 더 굳건해지자 나는 다급히 카이사르에게 소리쳤다.
“향후의 대계를 위해서는 반드시 마왕이 필요하다! 경솔하게 행동하여 일을 그르치지 마라!”
“알겠습니다.”
카이사르는 무뚝뚝하게 대답하며 벽을 박차고 천장을 뚫으며 무서운 기세로 최상층으로 향했다.
허겁지겁 마왕이 거처하는 방에 도착할 무렵, 다행히도 방 안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들렸다.
“마왕. 보스는 네놈의 충성을 원하신다.”
“꺼져!”
“고대신격도 보스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순순히 투항해라.”
“내 집에서 나가!!”
“역시 좋게 말로 해서는 들어먹지 않는군.”
귀여운 마왕 미소녀의 팔다리라도 꺾을까봐 흠칫 놀랐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의 기선제압은 필요했다.
그 흉폭한 고대신격이 악신들을 대신하여 인과율의 제약 없이 지상에서 설칠 그릇으로 키워온 것이 마왕이다.
하물며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면 이성적인 대화로 포섭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노릇.
‘까짓것 다치면 회복시켜주지 뭐.’
가볍게 골절상 정도나 생각하던 와중이었다.
[카이사르가 마왕을 살해했습니다.]
“뭐하는 짓이냐 이 새꺄!!!”
문을 박차고 들어가니 이미 절명한 마왕의 시체가 힘없이 바닥에 툭 엎어졌다. 카이사르는 대수롭지 않게 마왕의 시체를 손으로 헤집으며 대답했다.
“보스의 지령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어디가 지령을 이행하고 있다는 거냐! 마왕 죽었잖아. 한 번에 즉사해버렸다고!”
“걱정 마십시오. 이렇게 하면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카이사르는 마왕의 심장을 베어 물었다.
느닷없는 그로테스크한 광경에 나를 포함해 뒤따라온 부하들마저 우뚝 멈춰 섰다.
이 새끼가 악마가 되더니 기어이 미쳐버리기라도 한 걸까?
바로 그때, 카이사르의 주변으로 막대한 마기가 일렁거렸다.
마기는 그의 몸을 휘감더니 단숨에 내부로 흡수됐다.
미궁 전역의 마기의 20%가량은 될 법한 엄청난 농도였다.
[카이사르가 마왕의 심장을 섭취합니다.]
[카이사르가 염라대왕에서 마왕으로 전직합니다.]
그리고 전직했다.
“보스의 충실한 부하인 제가 마왕이 되면 괘씸한 사춘기 마왕 따위를 거느릴 필요는 없습니다.”
“허.”
“보스께서는 이런 한심한 애송이 마왕 따위보다 2년간 심층지대에서도 충심을 유지해온 유능한 부하인 제가 마왕이 되는 걸 원하셨다는 사실쯤은 이미 간파했습니다.”
그런 적 없어.
미소녀 마왕를 부하로 갖고 싶었을 뿐이라고.
환불해. 당장 직업 뱉어 새꺄.
“보스가 의외로 신중하고 사려깊은 성격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철없는 마왕을 겁박해서 마왕직위를 빼앗는 수고를 던 것에 대한 감사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거 정말 고맙군.”
“변함없이 부하에게 칭찬할 대목에서는 쑥스러워하시는군요. 마지못해 퉁명스럽게 말하는 척 해도 사실은 기뻐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으니 그냥 넘어가드리겠습니다.”
이 새끼는 어쩜 이리 1렙 시절부터 초월지경에 접어든 30레벨대인 지금까지 한결같은 또라이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말해버리니 마왕직위 뱉으라고 말하기도 힘들어지잖아.
실은 그냥 마왕이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언제부터인가 카이사르의 지능도 엄청나게 높아졌고. 지능적으로 싸이코 짓을 하는 게 틀림없어.
“보스! 귀여운 리나는 아직 마왕 찔러보지 못했다구!”
“어쩔 수 없다. 이미 죽었으니까.”
“그럼 시체는 필요 없는 거 맞지? 연금술사인 브루투스는 배신하고 죽었으니까!”
뭐, 시체쯤이야 상관없겠지...
아니, 잠깐.
지금 남은 신성력이라면 부활주문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목을 몸통에 붙여라.”
“응!”
리나는 정성껏 마왕의 시신을 수습했다.
뒤로 누운 마왕을 반듯이 눕히고 외모를 확인했다.
미소녀 마왕이 아니라 심해어 같은 끔찍한 괴물의 면상이 보였다.
“그리고? 그리고?”
“...네 마음대로 해라.”
“와아! 고마워, 보스!”
미소녀 마왕이 아니잖아. 저 시체를 리나가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는 이미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역시 보스는 무자비함의 극을 달리는군.”
“마왕의 자리를 찬탈하고 시체마저 농락하다니...”
“솔직히 보스가 악신들보다 더 사악해보여.”
평소라면 그게 아니야!! 라며 속으로 꿍얼거렸겠지만 막상 이런 상황에 처하니 그리 거부감이 들지도 않았다.
“그렇게 보였다면 다행이군.”
“헛! 죄, 죄송합니다. 딱히 앞담을 까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상관없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악신이 되어야 하니까.”
“예?”
“못 들었는가. 그럼 다시 말해주지. 우리가 악신이 될 거다.”
부하들은 벙찐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저희가 왜 그래야하죠?”
“보스는 악신에게 받은 저주를 없애고자 미궁에 내려왔던 게 아니었나요? 고대악신까지 죽었으니 저주는 이미 사라지고 목정은 달성했다고 봐도 무방할 텐데..”
“그럼 저희도 막 몬스터들을 지상으로 보내면서 사람들을 학살하고 그래야 되는 겁니까?”
나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그런 이유가 아니다. 더 중대한 이유가 있다.”
페이즈 2가 시작되면 온 세상이 지옥이 된다.
지상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가 미궁이나 다름없다.
기계장치의 외신과 기계군단의 행성침략을 어떻게 막아.
미래예지에서도 나왔었잖아. 내 카리스마와 공포 위주의 플레이는 기계한테는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파괴력과 전략만으로 하늘을 빼곡하게 뒤덮으며 쏟아져 내리는 기계군단과 맞서 싸우며 죽어나갈 인간들은 얼마나 많고, 거대기계에 당할 부하들은 또 얼마나 될까.
설령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궤멸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결말이다.
‘행성침략 이벤트도 뜨는데 그 뒤는 또 어떻겠어.’
사실 그게 제일 무섭다.
기계장치의 신은 ‘외신’이라고 했다.
그건 분명 우주에 존재하는 신이라는 거다.
드넓은 우주에 존재하는 행성의 수는?
그런 행성에서 나온 걸출한 신들의 수는?
계측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이다.
인류가 평화를 찾으면 이런 미래가 다가올 것을 알게 된다면.
부하들도 결국은 악신이 되어야 한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입니까?”
“그 이유는.”
부하들을 설득시키려고 시스템 로그를 띄웠다.
그런데 엉뚱한 문구가 떠올랐다.
[경고. 경고. 미래예지를 통해 엿본 미래를 타인과 공유할 시, 즉각 페이즈 2에 돌입합니다.]
반투명한 문구는 내게만 경고하고 있었다.
입 다물고 비밀 엄수하라고.
그리고 지금, 부하들은 궁금해 죽겠다며 나만보고 있다.
‘아니 시벌, 이 타이밍에!?’
뭐라도 말은 해야겠고, 할 말은 없고.
한참 고민하는 와중에 카이사르가 불쑥 끼어들었다.
“악신이 되고 마왕의 직위를 빼앗으려는 이유가 달리 뭐가 있겠는가. 보스께서는 미천한 인간들과 동급의 반열에 서는 것을 원치 않기에 그들을 복종시키고자 세계정복을 결심한 거다.”
“역시 그런 거였나...!”
“맞아 맞아! 리나두 분명 기억하고 있다구. 보스는 아주 예전부터 마왕군을 이끌고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열심히 애써왔었는걸!”
“뭣이! 우리들은 마왕군의 앞잡이였단 말인가!?”
“절벽꼬맹이의 말이 맞다. 엄밀히 말하자면 앞잡이가 아니라 우리들 자체가 마왕군이다. 암흑가의 모든 어둠을 거둬들이는 검은 우산, 흑산회의 이름부터가 이를 암시하고 있었지.”
카이사르와 리나의 환상적인 연계에 다른 부하들이 망연자실하였다. 인류평화를 위해 미궁까지 쳐들어와서 악신들과 싸웠건만 정작 자신들이 인류멸망을 부를 악신이 되고 만다니.
농담으로도 써먹지 못할 폭언이 따로 없다. 근데 카이사르랑 리나는 아무리 봐도 진심으로 저렇게 믿고 있잖아.
이제 와서 그건 너희들의 착각이다, 라고 단언했다간 더욱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뜻이 꺾인 보스는 필요 없으니 신위를 물려받겠다며 대뜸 카이사르가 공격했다간 즉사라고.
“카이사르와 리나의 말이 맞다.”
“!?”
“지금부터 흑산회는 고대신격을 대신하여 미궁을 접수, 지상을 향해 무자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도로시는 심적 충격이 큰지 그 자리에서 혼절했다. 먼 옛적에 인간 따위는 아득히 초월해버린 유모는 아무 생각도 없어보였고, 레이브나 청일은 그냥 겁에 질려 있었다.
그나마 반박다운 반박에 나선 것은 게이머인 모자이크녀과 쿠로 두 사람이었다.
“딱히 이런 짓을 하지 않아도 저희들은 지상에 돌아가면 인류를 구원한 영웅이 됩니다.”
“인간들과 함께 한다는 선택지는 없는 겁니까?”
응. 나도 그러려고 했어.
미궁은 마왕한테 다 떠넘기고 돌아가려고 했거든?
근데 지금은 마왕이 카이사르 저 새끼네?
“…….”
절대 못 맡겨.
차라리 내가 직접 미궁에 체류하는 게 낫지.
“떠나고 싶은 자는 떠나도 좋다. 인류는 이제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뉠 것이다. 나의 질서에 순응하여 미궁 안으로 들어와 마인이 되는 자들과 순혈인간으로 갈라지겠지.”
“!!”
“허나 한 가지만큼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상에 남은 인간들에게 선신진영이 가세하더라도 그들이 맞서 싸워야만 하는 적은 바로 이 몸, 빌헬름 마이어라는 사실을.”
모자이크녀는 얌전히 카이사르의 곁에 기립했다.
쿠로는 그래도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간 흑산회와 함께 했기에 적으로 돌릴 때의 부담감이 막중한 모양이었다.
핵과금게이머들의 연합 <길드>의 현 수장인 쿠로가 적이 된다면 나 또한 미래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어차피 네 권능은 역하렘의 권능이 아닌가. 지상에 돌아가도 제대로 된 인정은 받지 못할 거다.”
“아.”
그렇게 내 부하들은 전원 미궁체류를 결정했다.
그리고 공지가 떴다.
[긴급 공지사항]
[미궁세계 Phase 1의 최종보스 <마왕>과 흑막 <고대신격>이 모두 파멸하였습니다.]
[이와 동시에 Phase 1.5의 최종보스 <마왕 카이사르>와 흑막 <흑산의 신 빌헬름 마이어>가 탄생했습니다.]
[미궁의 새로운 지배자 <빌헬름 마이어>가 <흑산 진영>의 설립과 동시에 행동기치를 <인류 정복>으로 결정지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과 마가 다시금 창궐하기 시작합니다.]
[흑산 진영의 신격을 이룬 존재들이 신격의 인과율에 사로잡혀 미궁을 떠날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흑산 진영은 세상을 멸망시킬 대항병기로 <마왕 카이사르>를 내세웠습니다. 마왕 카이사르가 마왕군 준동을 위해 흑산회의 모든 병력에 소집령을 내립니다.]
[인류진영의 모든 인간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하나는 지상에 남아 선신진영의 조력을 기다리며 순혈인간의 혈통하는 유지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빌헬름 마이어의 치세를 따라 미궁 속으로 들어가 마왕군에 합류하는 것입니다. 마기에 물든 마인이 되는 대가로 힘과 안정을 손에 넣을 절호의 기회입니다.]
[힘을 원하는 자, 미궁의 심층지대로 향하십시오.]
[순혈인간으로 남기를 원하는 자, 지상으로 향하십시오.]
[신화 퀘스트 <암흑시대>가 갱신됩니다.]
[현인신 빌헬름 마이어는 미궁의 심층지대에서 금단의 지식을 손에 넣고 인류를 배신했습니다. 흑산회는 악(惡)과 마(魔)를 이은 흑(黑)의 세력으로 지상인류의 적대세력이 되었습니다.]
[또한 흑산회는 구시대의 악신들을 받아들였으며 또한 기존의 간부들이 소신격을 얻고 흑신(黑神)이 되었습니다. 암흑시대의 종언을 바라는 자, 신들을 넘어서 마왕을 제거하십시오.]
미궁은 마왕한테 맡기고 우리만 냥냥하게 지상에 돌아가서 평화롭게 살고 싶었는데, 어느새 내 부하가 최종보스가 되고 내가 흑막이 되었다.
느닷없이 세계관 최고의 쓰레기가 되어버린 나는 마지못해 검을 뽑아들며 외쳤다.
“미궁정복의 숙원을 이룬 끝에 마침내 도래한 이 날을 기뻐하도록 하라! 그리고 다가올 전쟁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며 부르짖을 지어다! 인류정복을 위하여!”
“인류정복을 위하여!”
해피엔딩이 아니라 헬피엔딩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이렇게 본편은 끝났습니다만...
여러분의 많은 성원에 힘입어 소장본은 무리라도 에필로그를 빙자한 외전을 하루에 한 편씩 조금만 더 써볼까 합니다.
각 에필로그마다 쿠로나 청일, 리나, 카이사르 등의 부하 한 명을 잡고 해당인물을 중심으로 한 외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돌고 돌아서 마지막에는 보스인 빌헬름 마이어의 에필로그를 끝으로 외전편도 마무리 되리라 예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