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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205화 (20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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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04. 리나의 실수

#Epilogue 04. 리나의 실수

빌헬름 마이어는 미궁을 통해 지상세계까지 장악할 수 있는 힘과 권력을 거머쥐었고, 그들에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적수인 주류 12선신과 원시천존 또한 천계로 달아났다.

대업은 이루어졌다.

2년 반에 걸친 대장정이 끝을 맞이했지만 리나는 알 수 없는 초조함에 사로잡혔다.

‘어째서 보스는 기뻐하지 않는 걸까.’

적은 없다. 그런데도 보스의 행동에는 지금껏 보아온 과감함이 결여되어 있음을 직감했다.

“보스. 뭘 기다리고 있는 거야?”

“스테이크.”

“...응?”

“인간의 미각을 되찾으니 음식도 의외로 먹는 맛이 있더군.”

“…….”

동기화 비율 1%일 때는 맛보지 못한 즐거움이 있다는 얘기다. 물론 게이머의 동기화 비율에 대해 알지 못하는 리나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슬프게 들리는 이야기였다.

‘아... 보스는 금기를 범한 대가로 약해진 대신에 인간으로서의 오욕칠정을 느낄 수 있는 몸이 되었지.’

대업이 끝났다면 순수하게 기뻐해야 할 이야기였지만 리나에게는 모든 거짓을 꿰뚫어볼 수 있는 암살자의 직감이 있다.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보스. 보스가 노리는 적은 대체 누구야?”

“음?”

“원시천존이 아닌 다른 뭔가가 아직 남아있는 거야?”

빌헬름 마이어는 흠칫 놀랐다. 찰나간의 망설임은 곧 연기스킬의 보정으로 절제되었지만 리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꿰뚫어볼 수 있었다.

“역시 있는 거구나...”

“괜한 걱정이다. 우리의 모험은 이미 끝났다.”

“하지만...”

“신경 쓰지 마라. 세계의 명운을 결정지을 운명의 시계가 있다면 나는 시계바늘을 뜯어낼 것이다. 영원히 다가오지 않을 미래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

기계 장치의 외신.

장차 미궁세계에 나타날 페이즈 2의 보스몬스터는 고대신격이나 원시천존 못지않은, 어쩌면 그 이상의 강적이다.

그렇기에 빌헬름 마이어는 자기 자신이 고대신격의 자리를 대체하고 미궁이 영원히 존재하며 인류가 미궁을 돌파할 수 없도록 새로운 악이 되는 것을 선택했다.

“보스의 저주가 풀리지 않은 것도 그것 때문이야?”

“아니, 이건...”

저주 걸린 적 없는데.

그렇게 말했다간 그간의 거짓말이 모두 발각되고 만다.

지금의 리나라면 별 다른 반발 없이 모든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빌헬름 마이어는 구태여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절망은 끝났다.

이제는 부하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만끽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그만이다. 그는 곧 리나의 턱을 쓰다듬어주었다.

“기특한 녀석.”

“우우. 비겁하게 이러지 말라구...”

“너는 지금까지처럼 내 곁에 있기만 하면 충분하다. 주어진 시간에 만족하며 사는 것 또한 승자에게 주어진 권리다. 너는 권리를 누리지 않을 셈인가.”

리나는 결국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그녀 혼자서는 아무리 고민해도 그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리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보스가 무언가를 감추고 있고, 적이 남아있다고?”

“응.”

“그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카이사르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학살광. 너는 보스가 걱정되지도 않아?”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

“냉혈한!”

“우리가 보스의 사고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다. 그분은 언제나 아득히 먼 곳을 내다보며 그에 걸맞은 행동을 취하신다. 무기가 잡념이 들어 무뎌져서는 안 됨을 알고 있을 텐데.”

“그래도...”

“보스의 근심거리를 늘리지 마라. 그분께서 너를 곁에 두고 쟁취해낸 일상을 만끽하고자 하신다면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뜻에 응하는 것이 전부다.”

평소에는 그저 또라이나 싸이코패스 같은 카이사르도 이럴 때는 자신의 의견을 진솔하게 밝혔다. 그래도 리나는 보스와 카이사르와의 첫 만남을 아직 잊지 않았다.

「당연한 말을 하지 마라, 계집. 보스는 장차 세상을 파멸시킬 암흑조직을 만들 거물이시다.」

보스는 인간을 등진 배덕한 존재들과 결탁해 세상을 멸망시키더라도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 있었다. 카이사르는 사마외도를 넘어선 비인외도의 길을 여는 선봉장이 될 것을 자처했다.

소망은 절반이나마 이루어졌다.

그들은 인류를 멸망시킬 마왕군을 손에 넣었고, 직접 육성하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마왕군을 이끌고 지상에 올라가는 행동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보스가 정말로 세계를 정복하고 파멸시키려면 지금 하는 행동은 전부 뭔데? 쿠로나 청일 같은 바보들의 신 놀이에 어울려주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뿐이잖아.”

역하렘교나 검교의 부흥은 전력강화에 조금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효율적으로 강해질 수 있는 길을 점차 우회하는 행동일 뿐이다.

카이사르 역시 리나의 발언에는 동의하였다. 그렇기에 선뜻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정 보스의 생각을 알고 싶거든 내 펫을 찾아가라.”

“모자이크 언니?”

“적어도 우리보다는 제대로 된 추측은 할 수 있겠지. 그렇다고 네 의문을 있는 그대로 밝혀서는 안 된다. 네 행동이 보스의 귀에 들리면 괜한 걱정을 끼칠 테니까.”

“고마워. 생긴 건 멍청한 주제에 가끔은 쓸 만한 소리를 할 수 있구나!”

“…….”

리나는 냥냥한 기분으로 모자이크를 찾아갔다.

“저기, 언니.”

“응? 사탕 줄까?”

“필요 없어! 애 취급하지 마! 리나도 이제 성인이라구!”

“그래 그래. 그럼 솜사탕 먹을래?”

“와아! 솜사탕 정말 좋아!”

리나의 미각은 여전히 애였다.

맛있는 솜사탕을 한 입 베어 물고 행복한 표정을 짓기를 수 차례 반복하던 도중, 리나는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

“우우우, 리나는 솜사탕을 먹으러 온 게 아니야!”

“쪼코 줄까?”

“와아, 쪼코 정말.. 아니, 그만 꼬셔!”

모자이크녀는 무척이나 흐뭇해하였다.

“그래. 그럼 오늘은 무슨 일로 내 신전에 찾아왔니?”

“상담을 하고 싶어.”

“어머. 혹시 연애상담이니? 보스와의 관계가 진전이 안 돼?”

리나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다른 문제!”

“어떤 문제?”

“아는 사람이 큰일을 절반쯤 진행하던 도중에 갑자기 멈춰버렸어. 목표를 달성하기 직전인데 좀처럼 달성하려고 행동하지 않고 자꾸 시간만 허비해.”

“사업가 친구니?”

“어... 그렇게도 볼 수 있으려나?”

모자이크녀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다행이네. 언니도 소싯적에는 용병사업을 해서 사업에 대해서는 조금 알거든.”

“정말? 근데 왜 학살광의 펫 같은 걸 하는 거야?”

“어... 그건...”

자신이 게이머라는 걸 밝혀봤자 득이 될 게 없다. 캐릭터시트지 제작에 대해서 설명해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고, 시스템 적으로 제제만 당하게 된다.

결국 적당히 핑계를 대어서 대답해야만 했다. 모자이크녀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언니의 어머니가 용병왕이었거든.”

“우와! 근데 왜 카이사르의 펫이 된 거야?”

“어... 그게... 저주에 걸렸거든.”

“모자이크의 저주?”

“응응. 그거야. 외모가 흉측해지니 미궁도시에서도 사냥을 당할 뻔하고 큰일이었지.”

말하는 당사자도 이런 적당한 핑계가 먹힐지 꺼림칙했지만 리나는 보기보다 꽤 순진했다.

“흐끅. 너무 슬퍼..”

“하하.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출세했잖니.”

“그래도. 바보 학살광의 펫이 됐잖아.”

“...그건 좀 그렇지만. 주인님도 의외로 착한 사람이잖니. 너도 그래서 보스의 펫이 되어도 만족하는 거고. 그렇지?”

“응응.”

뭔가 우울한 화제로 빠져들었지만 모자이크녀는 금세 논점을 되찾았다.

“아무튼 사업하는 사람이 성취를 내는 걸 두려워하는 이유는 두 가지밖에 없어.”

“어떤 이유야?”

“목적을 달성하면 소중한 무언가를 잃을 수밖에 없어서. 아니면 지금껏 누린 성과에 취해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려는 열정이 사라져서겠지.”

리나는 두 눈만 껌뻑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모자이크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암살밖에 모르는 순진한 아이에게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사업이 커지면 그만큼 개인시간은 줄어들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게 된단다. 리나도 강적을 상대할 때에는 여유가 사라지게 되잖니?”

“음. 확실히...”

“주변에 지키고 싶은 게 남아있다면 망설임이 생기는 거란다. 사업의 발전보다 중요한 것을 지키고 싶은 거지.”

리나는 빌헬름 마이어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고운 얼굴이 홍시처럼 붉게 물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모자이크녀는 눈웃음을 지었다.

‘보스에 대한 상담이었구나.’

리나가 저런 표정을 지을 대상은 보스밖에 없다.

그녀를 곁에서 지켜봐왔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다.

‘확실히 보스는 게이머이고 업적도 잔뜩 쌓았으니, 이제는 그간 누린 성과를 만끽하고 싶겠지. 괜히 세계정복을 했다간 게임 수명만 줄어드니까.’

당연히 리나에게도 보스가 게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긴 편이 더 좋을 것이다. 모자이크녀는 약간의 오지랖을 부려보기로 마음먹었다.

“사람의 행동에는 언제나 동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단다. 모든 행동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지. 그 점을 잘 헤아릴 수 있다면 리나도 그분이 기뻐할만한 행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으음... 잘은 모르겠지만 고마워, 언니!”

리나는 암살단 숙소로 돌아와 고민을 이어나갔다.

‘보스는 리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걸 원하는 걸까?’

분명 그럴 것이다. 허나 보스는 언제나 자신의 진심을 솔직하게 토로하지 않는다. 오늘만 해도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서 대답을 회피하였다.

마음 속 불안에 흔들리며 고민하던 도중이었다.

“단주.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으응. 보스가 신경 쓰여서...”

“보스의 신변에 위험이라도 생겼습니까?”

“전혀. 그냥 보스가 세계정복을 노리지 않고 이대로 일상을 누리는 걸 바라는가 싶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단주 이질은 기꺼이 고민 상담에 나설 것을 자처했다.

이질은 리나의 이야기를 듣고는 확신했다.

“단주는 한 가지 사실을 놓쳤습니다.”

“어떤 거?”

“보스의 저주는 아직 완전히 나은 게 아닙니다.”

“뭐!?”

“생각해보십시오. 지금의 보스가 미궁을 지배하고 있다고는 하나, 일신의 무력으로 미궁 전역을 사로잡을 정도입니까?”

“그건...!”

이질은 충격적인 의견을 제시하였다.

“애초에 보스의 저주는 고대신격에 의해 발생한 저주라고 추정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전부가 아니야!?”

“대신격은 지저만이 아닌 천상에도 존재합니다. 천계 주류 12선신의 정점에 군림하는 선신진영의 수장, 원시천존입니다.”

“설마!”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아니면 어째서 지금껏 보스가 미궁공략에 보탬이 될 선신진영과도 전쟁을 치러왔으며 그들의 뜻을 거부한 멸혼객과도 손을 잡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질의 주장은 국면 자체를 뒤엎을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그녀의 말을 듣자 리나의 머릿속에 각인된 모자이크의 의견 또한 그 의미가 완전히 역전되었다.

「사람의 행동에는 언제나 동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단다. 모든 행동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지. 그 점을 잘 헤아릴 수 있다면 리나도 그분이 기뻐할만한 행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보스는 그녀를 위해서 원시천존을 제거하고 저주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미루고 있다.

이는 원시천존을 죽이는 순간, 무언가 중대한 변화가 발생해 지금까지의 일상을 없앰을 의미한다. 모자이크녀는 보스의 진의에 대한 조언이 아닌 경고를 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기계장치의 외신을 모르는 이상, 리나의 추론은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세계멸망...”

“예?”

“천신도 마신도 사라진 세상에서 보스는 이 세상의 모든 걸 지워버릴 작정이야...”

이질은 흠칫 놀랐다.

“그 말이 정말입니까?”

“리나가 아는 보스라면 틀림없어. 바보 학살광이나 다른 모두를 위해서 심판의 날을 미뤄두고 있는 거야.”

“단주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리나는... 보스의 뜻을 따라야해. 그러기 위해서 지금껏 보스와 함께 해온 거니까.”

“이대로 마지막 유예의 시간을 보내다가 언젠가 보스가 뜻을 세울 경우에는 그 뜻을 이루고 폐허가 된 세상에서 함께 죽는다고 해도 말입니까?”

“…….”

이질은 리나의 손을 붙잡았다.

“저는 다른 선택지가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질...?”

“보스께서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이유에는 저주의 해소 또한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만일 그 저주를 해소할 수 있다면 원시천존이 죽을 이유도 없고 세계가 멸망할 이유도 없습니다.”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더욱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 방법이.”

“잊으셨습니까. 단주님께서 보스의 저주를 해소하고자 수련해온 파마의 단검술을.”

“!!”

그제야 리나는 이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았다.

“리나의 단검이 보스를 찔러서 저주를 해소할 수 있다면...!”

“네. 세계는 멸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스가 그걸 원치 않는다면?”

“단주님의 직업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어쌔신마스터!”

“단주님의 신분은 무엇입니까?”

“암살의 신!”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충격과 공포의 보스암살 모의가 세워졌다.

============================ 작품 후기 ============================

이어지는 충격과 공포의 보스 암살편은

귀여운 리나가 암살했으니 안심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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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쓸 농담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내일 올라올 다음 에필로그에서 바로 공개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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