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귀천비지의 생존자(2)
그날 밤, 남궁강의 처소로 모든 직계 가족들이 불려 갔다.
제왕검 남궁강의 몸이 완전치 않다고 알려진 터라, 잠시 휴식을 취한 제왕검이 이제 가족을 찾는대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아버님의 부상이 심각하신 겁니까?”
“도련님.”
“하아, 그게…… 가 보시면 알 일입니다.”
성정이 다소 호기롭고 단순하나, 정직하며 거칠 것 없이 호방한 성품의 남궁경이었다.
그런 남궁경이 답을 피하는 모습에, 가모인 하후민은 물론 다른 식구들의 얼굴에도 걱정이 가득했다.
하지만 창운전에 들어섰을 때.
“합!”
“이, 이게 대체…… 아버님!”
가모 하후민과 남궁경의 아내인 팽연화는 물론, 남궁가주의 자식인 남궁진휘와 남궁진혜도 남궁강의 앞임을 잊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걱정한 것과 달리 남궁강은 건강해 보였다.
하지만 남궁강의 침대에 그 대신 누워 있는 인영은, 남궁강의 부상보다 보기 불편한 종류였다.
“너, 너무해!”
어린 남궁진혜가 눈물까지 글썽였다.
남궁강의 침대에 누운 인영이 이제 겨우 대여섯 살이나 되었을 법한 작은 아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이의 상태는 한눈에도 퍽 심각해 보였다.
눈과 콧구멍만 빼고 빼곡하게 감긴 붕대 때문에 앙상한 몸이 그대로 드러나고, 거기에 군데군데 핏자국까지 선연했던 것이다.
모두가 저도 모르게 아이가 거칠게 쌕쌕- 숨 쉬는 소리에 집중했다.
그들은 위태로워 보이는 작은 생명의 가슴이 부풀었다가 가라앉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버님, 저 아이는 대체 누구입니까? 이게 어찌 된 일인지요?”
남궁경의 부인 팽연화가 다급하게 물었다.
남궁강의 몸이 편치 못하다는 소식에 걱정을 했던 것이 불과 방금 전이었건만, 지금 팽연화의 물음에는 오로지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광마제를 상대하러 간 곳에서 구출해 온 아이다. 보는 바와 같이 건강이 좋지 못하고.”
“아이에게 대해 무슨 짓을…… 아!”
하고 싶은 질문들이 속에서 쌓여 갔지만, 정작 팽연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린 것이다.
며느리로서 시아버지인 남궁강의 건강을 먼저 걱정해야 함이 마땅하고, 아이에 대한 질문은 그 이후였다.
팽연화 또한 이를 깨닫고 질문을 참은 것이었다.
더 정확히는, 남궁강에 대해 먼저 묻는 것이 도리임은 알지만 또다시 아이에 대한 질문이 불쑥 제 입 밖에 먼저 나올 것을 막은 것이었다.
그때, 팽연화를 대신해서 가모인 하후민이 나섰다.
“후우, 그럼 아버님께오서는 괜찮으신 겁니까? 벌써 가내에 아버님께서 내상을 입어 의선의 진료를 요한다는 말이 돌고 있어 크게 걱정했습니다.”
“나는 이상이 없느니라.”
“천만다행입니다.”
“하면, 의선을 모신다는 것은 저 아이 때문인 것입니까?”
“그렇다. 그 일로 모두에게 할 말이 있으니, 일단 자리에 앉도록 하자.”
가모 하후민이 자연스럽게 해야 할 말을 하며 상황을 정리했다.
남궁강도 팽연화의 마음을 알기에 섭섭해하지 않았다.
애초에 가족들을 부른 것도, 아이를 보여 주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남궁강의 의도대로 되었다고 해야 할지.
탁자에 둘러앉아 차를 따르는 동안, 가족들은 편치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후우…….”
남궁강이 오랜만에 보는 식구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듬직한 두 아들과 현숙한 며느리들, 장남에게서 본 씩씩한 장손과 어여쁜 손녀.
대세가를 이룬 남궁세가의 직계치고는 매우 조촐하기 그지없으나, 남궁강은 전란의 시기에 이들을 지켜 내고 그 어떤 때보다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음에 만족하고 있었다.
다만 걸리는 것이 있다면…….
남궁강의 시선이 식구들 중에서도 유달리 아이를 향해 신경을 쓰고 있는 작은아들 내외를 향했다.
“광마제를 죽이고 들어간 놈의 처소에서 발견한 아이이다. 유일한 생존자였고.”
“아…….”
“아까 본 것과 같이 저 아이도 그리 온전한 상태는 아니다. 제갈세가와 소림 쪽에서는 아이를 정의맹으로 데려가 살펴야 한다고 했지만, 내가 세가로 데려왔다. 의선은 내가 요청한 것이 아니라 정의맹에서 아이의 몸을 살펴보기 위해 보내는 이다.”
“의선을 정의맹에서요?”
“역천비록을 가져가서 연구하고 있지만, 진법의 한가운데에 있던 아이이니만큼 아이의 몸에도 뭔가 흔적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 그들의 추측이다.”
“아이는 어찌 되는 겁니까?”
“글쎄. 일단은 의선이 살펴보고 나서 결정되겠지. 물론 그 전에 아이가 죽지 않는다면 말이지.”
“아아!”
조금은 냉정하고 남궁강의 말에 팽연화와 두 아이들은 물론, 표정을 잘 관리하고 있던 하후민마저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이 본 아이의 상태라면, 남궁강의 말처럼 의선이 오기 전까지 살아 있을 것이라 확신하기 어려울 정도였기 때문이다.
“아버님께서는 어찌하길 바라십니까?”
하후민이 차분하게 물었다.
현명한 하후민은 남궁강의 말에서, 그가 이번 전쟁의 가장 큰 전리품이라 할 수 있는 역천비록을 두고 아이를 데려왔음을 알았다.
남편인 남궁성이 받아들인 일이라면, 그녀 역시도 다른 생각은 품지 않는다는 점이 그녀답다 할 수 있었다.
“아이를 남궁에서 거두고자 하십니까?”
“아니, 아니다. 다만 가혹한 운명에 있던 아이다. 거기서 살아남아 내 눈에 띄고 내 마음을 움직인 것도 아이의 운명이겠지. 가문을 위해서는 역천비록을 가져와야 했으나, 어찌하겠느냐. 늙은 시아비의 변덕이라 이해해 주려무나.”
“어인 말씀이십니까. 고작 마두들의 비록 따위보다 가여운 생명이 먼저지요. 옳은 결정을 하셨습니다.”
“그렇지?”
“예?”
“아니, 흠흠, 이해해 주어서 고맙구나.”
남궁강의 얼굴에 돌았던 화색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며, 다시 진중한 눈빛을 찾았다.
“내 욕심대로 아이를 데려와 놓고 너희들에게 입적을 하라 마라 할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의 처지가 그러하니, 괜한 소문이 돌지 않도록 의선이 오기 전까지 너희들이 수고를 해 주었으면 하는구나. 부탁하마.”
“어인 말씀이십니까. 세가를 위해 당연히 따라야 할 일입니다.”
“아버님께서 데려오신 아이입니다. 저희들이 살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남궁강의 부탁에 두 며느리들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따르겠다고 나섰다.
남궁강이 두 며느리들의 모습에 절로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마치 저를 사기꾼처럼 보고 있는 두 아들과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뭘 보느냐?
-별로요.
-제왕검이 아니라 혓바닥의 제왕, 제왕설(帝王舌)이라고 할 걸 그랬습니다.
-네놈이 아직 덜 맞았느냐?
-…….
며느리들 앞에서 자애롭게 웃던 남궁강이, 얼굴을 돌려 아들들을 향해 험하게 눈을 부라렸다.
* * *
제왕검 남궁강이 돌아왔지만, 첫날을 제외하고 어떤 공식 석상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태상가주전에는 여전히 남궁의 직계들만 드나들고 있었고, 가신들은 슬슬 뵙기를 청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 가주인 남궁성을 통해 ‘부상은 깊지 않으나, 다만 잠시 쉬기를 원하신다.’는 남궁강의 뜻이 전해졌고, 남궁강의 전언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우려하던 걱정이나 의심은커녕, 오히려 다들 그만한 전투를 치른 후라면 누구라도 편히 쉬고 싶을 거라며 흔쾌히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두 며느리들 덕에, 남궁강의 처소에 묽은 미음이나 붕대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밖의 상황만큼 안의 상황까지 조용한 것은 아니었다.
남궁세가에 온 것에 안심한 듯, 처음 이후로 진화는 단 한 번도 깨어나지 못했다.
아픈 몸이야 늘 사선을 넘나들던 진화에겐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지켜보는 주변 어른들은 애를 끓였다.
“아아으으으…… 아으…….”
“괜찮다! 괜찮다! 아가, 조금만 힘을 내렴.”
팽연화가 연신 아이의 얼굴을 찬 수건으로 닦아 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방금 전까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건으로 전신을 닦아 주었던 참이었다.
처음에는 의선이 오기 전까지 아이의 미음을 챙겨 주고 붕대나 좀 갈아 주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누워 있는 아이를 챙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잔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아이는 미음 하나도 곱게 삼키는 법이 없었고, 그것을 입으로든 생리 현상으로든 뱉어 내기 일쑤였다. 게다가 하루에 대여섯 번은 위험할 정도로 열이 올랐다가 내렸다를 반복했고, 서너 번은 경련까지 일으켰다.
그중에서도 팽연화를 경악하게 한 것은 따로 있었으니.
“아가, 힘쓰지 말거라. 괜찮아. 편히, 편히 있어라.”
팽연화가 주문을 외듯 아이를 달래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아이의 몸을 살폈다.
아이의 붕대 안에는 전신의 살이 얼기설기 꿰매져 있었고, 아이가 몸에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위태롭게 벌어져서 피를 뱉어 내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좀 전의 몸부림 때문에 붕대에 피가 배어나고 있었다.
팽연화는 익숙한 손길로 젖은 붕대 위로 깨끗한 천을 대고 단단히 감았다.
가모 하후민이 연일 승전연회가 이어지는 세가의 일을 맡아야 했기에, 아이를 돌보는 일은 오롯이 팽연화의 몫이 되었지만, 팽연화는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오로지 아이에게만 집중했다.
‘대체 뭘 바라고 이 작은 아이에게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경련을 멈추고 힘든 숨을 쉬는 아이를 보는 팽연화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아가, 잘 견뎠다. 잘했어. 다음번에는 조금 더 편하게 지나는 거다. 할 수 있지? 너는 잘 해낼 거다.”
팽연화가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붕대가 없는 눈가의 연한 살을 살살 쓸어내렸다.
그리고 그런 팽연화를 지켜보는 남궁경의 얼굴이 점점 굳어 갔다.
* * *
아이를 돌보는 팽연화를 보고 나오던 남궁경이 남궁강, 남궁성과 마주쳤다.
그들은 남궁경의 얼굴이 좋지 못함을 보고 두 가지를 떠올렸다.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은 거냐?”
남궁강이 물었다.
대외적으로 칩거 상태인 그는, 아이에게 침실을 내주고 본의 아니게 자신의 집에서 도둑처럼 숨어서 다니는 중이었다.
“발작이 있었지만 괜찮습니다.”
남궁경의 답에 남궁강과 남궁성이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아이가 아니라면, 남은 것은 하나.
“이번에도 제수씨가 많이 울었더냐?”
“……우는 것이야 늘 일상이지요, 아이에게 그렇게 정을 붙였으니.”
퉁명스럽게 나오는 말투에 남궁강과 남궁성의 얼굴이 편치 못했다.
애초에 세가 일로 바쁜 하후민 대신 팽연화가 아이를 도맡게 되리란 건, 쉽게 예상되는 일이었다.
팽연화가 아이에 정을 붙일 것 또한.
벌써 세 번의 유산 이후 아이 소식이 없는 남궁경 부부였다.
특히 팽연화는 세 번의 유산으로 건강을 잃고 죄책감마저 떠안았다.
남궁경은 그런 팽연화에게 아이를 맡긴 아버지와 형님의 처사가 불만스러우면서도, 그들이 무얼 원하는지 이해했다.
팽연화를 걱정하며, 남궁경도 하루에 몇 번씩 아이가 누운 방을 찾고 있었다.
“아이의 탕제를 들여놓으면서 화 매의 탕제도 같이 들이라 해야겠습니다. 가뜩이나 몸이 약한데 저 사람까지 쓰러지겠어요.”
“오오, 좋은 생각이다. 네가 직접 가서 챙기거라.”
남궁경의 말에 남궁강이 크게 찬성하며 등을 떠밀었다.
사실 아이에게 마음이 쏠리는 것은 팽연화만이 아니라, 남궁강과 남궁성의 눈에는 터벅터벅 걸어가는 남궁경의 등이 괜히 축 쳐져 보이는 듯했다.
“하아, 경이 내외에 못할 짓을 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저러다 아이가 죽는다면…….”
“그곳에서 살아남아 온 아이다. 쉬이 죽을 운명이 아니기에 둘째 내외에게 보인 것이니라.”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그저 그토록 아이를 바라는 이들에게 마음 한 자락 써 준 것뿐, 억지로 붙인다고 인연이 되겠더냐. 결국은 다 순리대로 가는 것이지.”
남궁강과 남궁성이 사라져 가는 남궁경의 뒷모습을 그렇게 한참 바라보았다.
* * *
“아가, 오늘은 어떠니? 기분은 괜찮니?”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며 진화가 정신을 차렸다.
진화는 금방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알아차렸다.
‘어머니……!’
꿈에선들 잊었을까.
진화의 가슴이 크게 울렁였다.
‘돌아왔구나, 정말로!’
과거의 기억과 상처, 때때로 온몸을 엄습하는 고통과 그걸 버티고 있던 복수심까지 모두, 팽연화의 목소리 하나에 깡그리 날아간 듯했다.
일단 기분상은 그러했다.
‘어머니! 어머니!’
남궁세가에서 지내는 동안 감내했던 모든 괴로움들 끝에는 어머니 팽연화가 있었다.
그래서 차마 버릴 수 없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구나. 벌써 봄이 오려는지 목련이 꽃봉오리를 내밀었어.”
꽃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실 목련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다만 진화는 이전 삶에서는 고통 속에서 흘려보냈을 팽연화의 손길을 조금 더 느끼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때부터 제게 정을 주신 겁니까? 벌써요? 저 같은 화근 덩어리에게……!’
남궁경과 팽연화가 저를 입양하고 세가 내에서 어떤 수군거림에 시달렸는지 기억했다.
제가 남궁세가에서 겪었던 모진 세월과 상처 또한 선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는 다시 한번 그들의 아들이 되길 바랐다.
아니, 진화는 언제나 그들의 아들이고 싶었다.
‘어머니…… 어머니…….’
무림 따위, 세상 따위 어찌 되어도 좋았다.
남궁세가의 다른 인간들이 뭐라 하든 상관없었다.
“아가, 너는 가지런하고 짙은 속눈썹을 하고 있으니 눈이 클 것 같구나. 어서 눈을 뜨고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보여 다오.”
팽연화가 손가락으로 진화의 보드라운 살결을 쓸었다.
벌써 며칠째 진화를 돌보고 있으려니, 자꾸만 진화에게 말을 걸게 되고 쓰다듬게 되었다.
“코가 오뚝하네. 콧방울도 아주 귀엽구나.”
팽연화가 진화의 코끝을 간질이는 순간, 진화의 눈이 살짝 움찔거렸다.
“아!”
아이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팽연화가 감탄을 터뜨렸다.
저도 모르게 다시 코끝을 갈질이자, 이번에는 코를 찡긋거렸다.
“호호호, 간지러웠나 보구나. 그래, 우리 아가가 간지러웠구나.”
이게 뭐라고, 팽연화는 아이의 작은 반응이 왜 이렇게 기쁜 것인지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 이럴 게 아니구나. 작은 변화도 알려 달라 하셨는데……!”
팽연화는 배경이 평범하지 못한 아이이니 작은 변화라도 알려 달라던 남궁강의 말을 떠올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그녀의 작은 옷자락이 진화의 손가락에 잡히지 않았다면 말이다.
‘어머니, 좋은 아들이 될게요. 이번에는 정말로, 좋은 아들이 되겠습니다!’
진화는 팽연화의 옷자락을 놓지 않았다.
늘 애정에 굶주렸지만 과거엔 단 한 번도 욕심내지 못했다.
모든 것이 전부 과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죽는다고 생각했을 때, 그것을 가장 후회했다.
“아, 아가!”
마찬가지로 놀란 팽연화가 도로 주저앉아 진화의 손을 꼭 잡았다.
“……어……마.”
“……!”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모를 아이의 목소리에, 팽연화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제대로 말한 것이 맞는지 모를 혀 짧은 소리에, 진화의 심장도 내려앉았다.
‘아, 발음! 이번 생엔 처음으로 불러 보는 건데!’
진화는 팽연화가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다시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이 애정을 놓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