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떨칠 진(振) 합칠 화(和) : 화합 따윈 개나 주라 그래(3)
아이의 말에, 진화는 아이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남궁자소가 진화를 노려보며 얼굴을 험악하게 구겼다.
“왜 웃어? 미친 거야?”
동시에 진화의 귀에는 다른 말도 들려왔다.
“웃고 다녀? 하긴 너 같은 거지새끼가 대남궁세가에 들어와 있으니 즐겁겠지. 왜, 즐거워서 미치겠냐?”
이전 생엔, 진화가 창천대연신공을 못 익혀서 좌절하고 있을 때에 남궁자소와 처음 만났다.
한마디로 제대로 만만하게 보인 것이다.
이후로 남궁자소는 남궁교명의 옆에서 사사건건 진화를 트집 잡았다.
어릴 적 따돌림과 괴롭힘은 커서 모함과 살해 시도로까지 이어졌으니, 끈질기게 악연을 이어 간 것이다.
“……반갑네, 반가워서.”
진화가 무표정하게 남궁자소를 보았다.
아무리 험하게 보려 해도, 지금은 인상을 구긴 꼬마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째서 제 안에 치솟은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을까.
결국 진화는 더 이상 상대의 사정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가 어릴 때에, 상대도 자신의 사정을 생각해 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 멍청한 거지새끼가! 지금 내가 너한테 반가워하라고 말 건 거 같아?”
남궁자소가 진화를 비웃었다.
그리고 조금 더 언성을 높아졌다.
똑같은 동네 꼬마들이라면 험악한 얼굴과 난폭한 기세에 겁을 먹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진화에겐 그저 옛일을 떠올리게 하는 연극같이 보였을 뿐이었다.
“지금 너 같은 놈이랑 소가주님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거야? 이게 미쳤나! 이 빌어먹을 거지새끼야! 너 같은 놈이라도 거둬 준 세가에 은혜를 갚아야 할 거 아니야! 미끼든 뭐든 너 같은 놈이 쓸데가 있으면 나서야 할 거 아니야!”
이전 생에서, 마지막으로 남궁자소를 봤을 때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진화가 뇌왕에 오른 후, 남궁자소는 진화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다.
실제로 몇 번 시도까지 했지만, 능력 부족으로 실패했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들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소가주 일행과 출발하자마자 귀천성을 따르는 문파와의 전투에서 죽임을 당했다고 들었다.
일방적으로 당하고, 일방적으로 무시하던 관계.
그의 죽음도 진화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광마제와 광룡귀멸대를 마주했을 때, 진화는 제 손으로 소가주와 그 일파를 찢어 죽이지 못한 것을 후회해야 했다.
저들의 주장대로 따로따로 움직인 일정은 함정이었고, 진화 일행의 일정과 경로를 아는 자들 또한 정의맹에 있던 제갈 군사와 소가주 일파뿐이었기 때문이다.
누구의 배신인지 알 수 없었지만, 중요한 건 진화는 그때 소중한 모든 것을 잃었다는 것이다.
“왜? 나는 너 반가운데.”
진화가 방긋 웃으며 남궁자소의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뭐, 뭐?”
만만해 보이던 어린아이.
그 아이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당당하게 다가오는 모습에, 당황하고 물러선 쪽은 남궁자소였다.
“너는, 빌어먹을 거지새끼가 남궁세가의 직계로 입적을 한 게 불만인 거야?”
“이익! 그야 당연하지!”
진화의 물음에 남궁자소가 더 크게 목소리를 높였다.
“왜 너 같은 게 무적단주님의 양자가 된 건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후회하실 거야! 너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 남궁세가에 많다고! 너 같은 건 금방 버려질걸!”
남궁자소는 아이가 거지와 다를 바 없는 천한 출신이라는 어른들의 말을 기억하며, 제가 아는 모든 독한 말들을 쏟아 내었다.
지금 들으니, 그냥 아이가 최선을 다해 지껄이는 못된 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에는 이런 근거도 없는 독한 말들을 믿고 상처받았다.
‘어린 새끼가 여전히 상대의 약점을 제대로 찌를 줄 아는군. 게다가 최선을 다해서 내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가상하고.’
진화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비단 정신적으로 어른이기 때문이 아니라, 남궁자소가 하는 말 자체가 지금의 진화에겐 어떤 상처도 되지 못했다.
지금의 진화는 그들이 목숨을 다하는 순간까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자신해? 만약에 아니면?”
“아닐 리가 없잖아! 너 같은 게, 감히 교명 형님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아? 너만 아니면 교명 형님이 양자가 되었을 거라고! 지금이라도 무적단주님이 교명 형님을 보게 된다면 너 따윈 당장 버릴 거야!”
남궁교명이라…… 오래도록 곱씹었던 이름이었다.
남궁진휘가 죽고 소가주가 되어, 끊임없이 저를 죽이고 싶어 하던 놈.
그 이름을 듣자, 속에 있던 불길이 더 거세졌다.
사실 진화는 저들의 배신 여부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심정적 유죄.
저들이 배신하지 않았더라도, 저들이 진화의 소중한 것을 망친 것은 분명했으니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결론은 하나야. 너희가 남궁을 망치기 전에, 너희를 모두 치워 버리는 것.’
지직.
진화의 손끝에 푸른 뇌전이 반짝였다.
“그래? 어쩌나, 그런데 난 이미 입적을 해 버렸잖아.”
자신에게 겁을 먹은 남궁자소를 보며, 진화가 손을 뻗었다.
‘각오해, 조금 아플 거다.’라는 말은 남궁자소에게 거의 들리지 않았다.
파지직!
천뢰기는 내공 한 점 없이도 운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천뢰제왕신공이 있다면 더 강해졌다.
“뭐, 뭐야? ……아아악!”
콩알만 한 내공으로 만들어 낸 천뢰기에도, 남궁자소가 기겁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생전 처음 당해 보는 생경한 고통에 팔뚝을 부여잡고 진화를 올려다보았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아프기도 하고 놀라기도 해서 남궁자소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는데,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진화의 입꼬리가 빙긋이 올라갔다.
‘아, 이 정도는 흔적이 남지 않는구나.’
조금만 더 강하면 될 것 같았다.
“글쎄, 뭘까?”
“너, 이 씨!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가만히 둘 줄 알아? 우리 아빠가 서평원장이야! 내 백부가 이장로님이라고!”
남궁자소는 저보다 작은 진화에게 겁먹은 것을 티내지 않으려 더 악을 지르며 말했다.
그에 진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뭐, 뭐가 그래서야. 당연히……!”
“바보구나.”
진화가 더는 들어 주기 귀찮다는 듯 남궁자소의 말을 끊어 먹으며, 얼굴을 바짝 붙여 다가갔다.
그리고 아직도 아픈 듯 팔뚝을 쥐고 있는 남궁자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까 말했잖아. 나는 이미 입적을 했다고.”
진화는 한 자, 한 자 남궁자소의 머리에 박아 넣을 듯 그의 귓가에 읊조렸다.
“그 말은 내가 파양당하기 전까지, 네 아비고 백부고 날 건드릴 수 없다는 말이야. 그건 곧, 네가 말하는 건 전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거지. 하긴 처음부터 네 말 따윈 아무 의미도 없었는데…….”
“뭐?”
순간 고개를 돌린 남궁자소는, 진화의 눈동자에서 뭔가 번쩍이는 것을 본 듯했다.
그리고 곧, 갑자기 찾아온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악-!”
“앞으로, 직계 쪽은 쳐다만 봐도 오금이 저리게 만들어 주마. 감히 두려워서 직계에 대한 말은 입에 올리지도 못하도록! 네놈에게는 거창한 미래도 없을 거다. 그게 뭐든 내 반대편에 있을 게 분명하니까!”
사실 눈앞의 아이는 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화는 그가 앞으로 할지도 모를 일마저도 모두 없애기로 작정했다.
진화의 눈빛이 잔인하게 번뜩였고, 남궁자소의 어깨에 올린 진화의 손에서 또다시 뇌전이 번뜩였다.
푸른 뇌기가 남궁자소의 눈에도 보였을 정도였다.
“아아아아악!”
물론 남궁자소는 천뢰기를 보았다는 것을 인지할 겨를도 없이, 어깨부터 팔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몸서리를 치며 비명을 질렀다.
“왜? 그렇게 많이 아픈가?”
“아아악! 놔! 놔! 놔아악!”
남궁자소의 비명이 주변을 울릴 정도로 커졌지만, 진화는 이참에 남궁자소의 뇌리에 확실한 공포를 심어 주려는 듯 멈추지 않았다.
아직 어린 소년에 불과한 남궁자소가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
고통과 공포에 질려 마침내 바지에 오줌까지 지렸지만, 진화의 눈은 얼어붙은 호수처럼 고요했다.
힘없고 어렸던 과거, 바닥을 기며 눈물을 흘린 쪽은 진화였었다.
“안 죽어, 걱정 마.”
지금은 죽이기 곤란할 뿐이다.
용서한다는 건, 생각도 해 보지 않았다.
용서를 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 오른팔에 손을 대지도 않았을 것이다.
‘네놈들이 정확하게 무슨 짓까지 했는지 밝힌 후에, 어떻게 할지 결정해 주마.’
진화가 거의 거품을 물려고 하는 남궁자소를 보며 어깨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바닥으로 쓰러지려는 남궁자소를 붙잡았다.
‘감히 내 앞에서 편해지려고?’
“쓰러지면 안 돼.”
나는 아직 너희를 어떻게 할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으니까.
진화는 남은 말을 삼키며 빙긋이 미소를 보였다.
그러나 끝까지 진화의 생각대로 상황이 마무리되진 못했다.
“진화야-!”
* * *
진화는 남궁자소의 비명을 막을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주변에 사람이 있다면 비명을 들을 수도 있다는 것까진 예상했다.
대신 자신의 말소리는 완전히 줄였고, 혹시나 누가 달려오더라도 이대로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척 남궁자소를 넘기면 될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들이 참 공교로웠다.
바로 창서각에 들어갔던 남궁진휘와 남궁진혜 남매였기 때문이다.
“진화야, 에비! 더러운 건 만지면 안 돼-!”
웬 사내 녀석이 바지에 오줌을 싼 채 자신의 꽃 같은 동생에게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한 남궁진혜가 급히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남궁진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보는 진화를 달랑 안아 들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진화에게 기대 있는 것 같았던 사내 녀석을 툭 밀고 그대로 멀찍이 떨어졌다.
“어휴, 내 동생, 누나가 이상한 건 만지지 말라고 했지? 저 새끼가 너 때렸어? 쟤가 왜 널 잡고 있었어?”
“뭐야, 방계의 아이 같은데 왜 저기서 소변을 지리고 있던 거지? 진화야, 저 형아가 아파 보였니? 그래서 너한테 잡아 달랬어? 어디 다친 곳은 없지?”
“…….”
남궁진혜가 진화를 내려놓으며 야단을 쳤고, 남궁진휘는 그런 진화를 살피며 진화의 손을 털어 주었다.
어쩌면 이렇게 같은 상황을 전혀 다르게 이해하는지, 그러면서 어떻게 결론은 이렇게 같을 수 있는지 놀라운 따름이었다.
“저…… 일단 저 애 기절한 것 같은데요?”
깜짝이야.
갑자기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놀란 진화가 고개를 돌리자, 진화 또래의 소년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소년의 말에 남궁진혜와 남궁진휘가 서로를 눈짓으로 재촉했다.
“에이.”
“아, 진짜!”
결국 합의를 보지 못하고 둘은 함께 남궁자소 쪽으로 향했다.
“얜 도대체 누구기에 여기서 오줌이나 지리고 있는 거야?”
“아픈 아이에게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아픈 건지 어떤 건지 어떻게 알아? 병은 없겠지?”
“네 눈에는 얼마나 더 아파 보여야 병이 있는 거냐?”
“병 있으면 어떡해! 우리 진화 몸도 약한데 옮으면 어쩌려고!”
“아, 그건 큰일이네. 의약당에 연락해야겠어.”
“에잇! 우리 진화의 첫 외출인데!”
“그러지 마. 아픈 아이가 무슨 죄겠어. 아픈 아이가 어떻게 본가에 들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떤 인간이 부모인지……. 칫, 기다려 봐!”
남궁진혜와 남궁진휘가 남궁자소의 처리를 두고 투덕거렸다.
그러다가 남궁진혜가 창서각의 시종이나 의약당 사람을 찾으러 가는 듯 달려갔다.
‘보통 쓰러진 사람을 걱정해야 하지 않나?’
기절한 아이를 두고 다짜고짜 제 편부터 드는 남매의 모습에, 진화는 조금 얼떨떨했다.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진화가 조금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내가 괴로워 보였어?”
“아니, 누가 봐도 쟤가 괴로워 보이지. 근데 내가 온 거 어떻게 알았어?”
어느새 진화의 곁에 서 있던 아이는, 진화의 물음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이는 진화가 말을 걸었다는 것보다, 저를 알아차린 것에 더 놀란 듯했다.
크게 떴는데도 작은 눈이 인상적인 아이였다.
“오는 게 보였어. 그런데 저분들은 왜 저러지?”
“글쎄. 저 애는 혹시 네가 때렸어?”
“글쎄. 증거 있어?”
“아니, 없어. 아 참! 나는 남궁구야. 만나서 반가워.”
“……너도 이상한 애구나.”
진화는 남매의 모습도 이상했지만, 이 상황에 태연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남궁구도 정상적인 것 같진 않았다.
“나는 남궁진화야.”
“그래. 넌 참 재미있는 애 같아.”
남궁구가 진화를 보며 히죽 웃었다.
하지만 남궁구가 진화를 보는 눈빛이 진화가 남궁구를 보는 눈빛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두 아이는 서로가 나누는 대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는 듯했다.
* * *
그리고 이어진 상황은 점점 더 진화의 예상을 벗어났다.
“자소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자소야! 아이고, 자소야, 정신 차려 보거라! 대체 누가 이렇게 한 거냐!”
창서각 시종이나 의약당 의원을 데리러 간 줄 알았던 남궁진혜가 정말로 아이의 부모를 찾아서 데려온 것이다.
서평원장 남궁필이 다급하게 달려와서 쓰러진 남궁자소를 보곤 분노를 토했다.
그 뒤로 세가회의에 있던 남궁가주와 가신들이 오고 있었다.
“네놈들이냐? 네놈들이 내 아들을 이리 만든 게야? 네놈들 아비가 누구냐!”
서평원장 남궁필이 남궁자소를 끌어안고는, 남궁진휘는 물론 뒤에 서 있던 진화와 남궁구를 노려보며 물었다.
“거참, 이 아저씨, 말 가려서 할 줄 모르시네!”
“무척 무례한 오해로군요.”
남궁진혜가 와락 얼굴을 구기며 사납게 눈을 떴고, 남궁진휘 또한 차갑게 굳은 얼굴로 남궁필을 보았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남궁세가 본가에 있는 아이들이 평범한 집 아이들일 리가 없건만, 눈앞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쓰러져 있자 평소대로 막 내뱉은 말이었다.
일개 경비대장인 남궁필은 아직 남궁세가 직계 아이들의 얼굴을 몰랐지만, 이장로 남궁경옥은 남궁필이 막말로 추궁한 남매가 누구인지 대번에 알아보았다.
‘이런, 낭패로구나!’
이장로 남궁경옥의 낯빛이 빳빳하게 굳었다.
다른 때라면 속상하고 다급한 마음에 그랬다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 대상이 남궁세가의 몇 없는 직계들이라면 말 한마디의 무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전에, ‘네놈들’이라 불린 아이들의 아버지도 있었다.
“이 개쌍다구 같은 새끼가! 너 지금 내 새끼한데 노옴? ‘놈’이라고 했냐?”
뒤늦게 어슬렁거리며 따라왔던 남궁경이 분노의 콧김을 뿜으며 서평원장을 노려보았다.
아이 싸움이 순식간에 어른 싸움이 된다더니.
남궁가주 남궁성이 남매의 앞으로 나서며 한숨을 쉬었다.
“자, 이럴 것이 아니라 일단 아이를 의약당으로 옮기고 이야기를 나누지.”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서평원장을 보는 남궁성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제야 남궁필은 제가 막말은 뱉은 아이들의 ‘아비’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하얗게 질렸다.
‘말리실 줄 알았더니……!’
진화는 상상도 못 했던 낯선 전개에, 이번엔 진짜로 당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