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나아갈 진(進), 바뀔 화(譁) : 성장하다(2)
한계(限界)란 일종의 규정지어진 테두리다.
인간은 모두 다르다.
날 때부터 타고난 성별, 육체적 특징, 능력, 가진 재능이 다르고, 자라면서 주변의 환경, 성립되는 가치관, 생각의 범위, 신념, 정신력, 노력, 성격까지 다르다.
모든 부문에서 인간은 ‘나’라는 자아와 자신을 규정할 수 있는 테두리, 즉 한계를 가지고, 그 한계 속에서 인간은 남과 섞이지 않는 단호한 하나의 세계(世界)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인간은 세상에서 주어진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전의 나’와 ‘오늘의 나’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의 나’라는 존재는 ‘이전의 나’가 가졌던 모든 한계를 무너뜨리고, 단호한 하나의 세계를 부수었다.
* * *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전신에 번개를 뿜는 듯 번쩍이는 사이로, 진화의 머리칼은 길게 자랐다가 모조리 번개에 태워졌다가를 반복했다.
진화의 몸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는 번개에 맞은 듯 꿈틀거리다 사라졌고, 안타깝게도 진화가 입고 있던 옷도 모두 타 버리고 재가 되었다.
그럼에도 진화의 번개는 멈추지 않았다.
“보는 것만으로 깨달음을 얻는다고? ……허허!”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에 남궁호명은 헛웃음이 나왔다.
속으로 괴물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한계를 넘는 무인의 탄생 순간이 경이롭기만 했다.
남궁호명이 진화를 지켜보다가 청림으로 기운을 쏘아 보냈다.
스스슷-!
놀랍게도 청림에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일색의 무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의 어깨로 혼(昏)이라는 글자가 푸르게 새겨진 것으로, 아마도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고혼암풍단(孤昏暗風團)의 호위일 것이라.
고혼암풍단은 천리호정단과 함께 남궁세가 오 대 무단 중 비밀에 싸인 무단이었다.
특히 그들은 세가의 음지에서 활동하며, 창천원의 호위를 맡기도 하지만 가주의 명에 따라 어두운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이었다.
“제왕검과 가주께 알려라. 그리고 이 순간부터 청림으로는 쥐 새끼 한 마리도 들어와선 안 된다.”
남궁호명의 말을 끝으로 고혼암풍단 단원이 사라졌다.
순식간에 청림 주변의 바람이 어지러운 것이 고혼암풍단이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아마 남궁가주가 알게 된다면 방비는 더 단단해질 것이다.
하늘조차 남궁세가에 새로운 거인(巨人)이 탄생하는 것을 막지 못하도록 말이다.
남궁호명의 눈이 다시 하늘을 향했다.
“아직 남궁을 버리진 않으셨군요.”
대신 저를 버린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언제고 귀천성은 다시 일어설 것이다.
누구보다 그들을 잘 아는 남궁호명은 이번에야말로 그들을 막아 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정의맹에서 쉬쉬하느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천하제일 고수를 자청하던 사람들 열두 명이 역천마제 한 사람에게 함께 덤벼들고도 그를 죽이지 못했다.
그리고 정의맹 측 열두 명 중 일곱이 죽었다.
남궁호명은 그 일곱의 빈자리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 다시는 역천마제에게 대항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한 자리가 채워질 희망이 보였다.
그 주인이 이제 고작 열 살이라는 사실이 기가 찰 노릇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들은 이제 겨우 검 좀 들려는 나이에 경지를 부숴? 허! 미쳤네. 하늘이 또 거꾸로 돈 게 틀림없어!”
고작 열 살에 한계를 넘은 어린 제자가 어디까지 도달하게 될지, 남궁호명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다만 인외의 존재처럼 보였던 역천마제를 상대하려면 저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존재가 있어야 하진 않을까.
절망 속에 있던 남궁호명은 진화에게서 희망이 보았다.
동시에 고작 열 살 제자의 어깨에 기대를 거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빌어먹을! 이제 스승 짓 좀 해 보려는데, 첫 스승 짓이 호법 따위를 서는 거냐!”
대체 어떤 세상을 만드는 것인지, 갖가지 다채로운 색의 번개로 수백 번씩 변화하고 있는 진화를 보며 남궁호명이 그의 앞에 자리를 잡았다.
* * *
자신은 조화를 깨뜨린 존재가 아니었다.
혼돈지체는 안정적이지 못하고 음과 양이 부딪히지만, 그 또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었다.
특별하게 각각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을 뿐, 부딪히는 것이 꼭 부조화는 아니었다.
깨뜨린다고 생각했지만, 그것 결국 조화를 찾아가는 과정이었을 뿐이다.
진화를 보호하고 있는 듯했지만, 사실은 가둬 두고 있던 족쇄가 하나둘 풀려 나갔다.
어린 시절부터 그를 꽁꽁 싸매고 있었던 붕대처럼 귀천성이라는 굴레 또한 술술 풀려 나갔다.
‘누군가의 목숨을 대신해서 다른 운명을 이어 가야 했던 제물은 없다. 억지로 끊어 내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그저 귀천성에게 짓밟힌 하나의 존재였을 뿐이다. 시간을 역행한 특별한 인간 따위는 없다. 세상의 법칙을 거역한 체질 따위는 없는 거다. 그저 하나하나가 다를 뿐, 하나하나가 특별하기에 평범해지는 것이다.’
제물이라는 건 그놈들이 만들어 낸 희생의 이름일 뿐, 그게 진화는 아니었다.
진화는 그저 귀천성의 악행에 짓밟힌 가련한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과거에서 겪었던 또 다른 미래 역시, 진화만 가진 하나의 기억일 뿐이다.
그리고 순리를 위배한 듯한 혼돈지체.
진화에게 존재의 의문을 갖게 하는 상처인 동시에, 특별함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오만한 생각에서 벗어나자, 그건 진화에게 하나의 특색에 지나지 않았다.
더 이상 혼돈지체를 염두에 두고 특별하게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었다.
천뢰제왕신공은 평범한 모든 이들이 해낼 수 있는 것이었고, 혼돈지체 역시 그 범주 안에 들어가는 것일 뿐이었다.
번개는 조화 속의 균열이었다.
뇌전은 조화를 찾아가는 과정의 부딪힘이었다.
천뢰는 조화의 순리를 찾는 세상의 힘이었다.
‘내가 시간을 거스른 것 또한, 나는 거슬렀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천리 흐름의 하나일 뿐이다. 어른의 정신을 가지고 어린아이의 몸속에서 그에 맞게 움직이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저 나로서 살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미래를 알고 있기에 역사를 바꾼다고 생각했지만, 아니다! 나는 나로서, 새로운 미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번개가 내리치는 동안, 진화의 세상도 수백 번 깨지고 무너졌다.
그리고 환한 빛과 함께, 진화의 세상은 한 번도 본 적 없던 곳이 되었다.
이전의 그가 아닌 것도 아니고 이전 그의 세상이 없어진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의 세상은 이전과 완전히 달랐다.
* * *
진화가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눈 밑이 까맣게 내려앉은 초췌한 남궁호명의 얼굴이었다.
“스승님.”
환골탈태를 하면서 키가 조금 자란 듯했다.
그리고 진화의 몸을 거미줄처럼 엮고 있던 붉은 흉터도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진화의 눈이었다.
기쁨과 슬픔이 함께 공존하던 특이한 분위기를 가진 아이의 눈동자에, 이제는 형형한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
“이게 진짜……!”
진화 또한 스스로 몸속에서부터 용솟음치는 생소한 힘에 놀란 듯 제 손을 들어 보았다.
그러곤 환하게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들어 남궁호명에게 말했다.
“스승님, 저랑 대련해 주세요.”
“뭐? ……하아. 닥쳐, 이 미친놈아! 옷이나 입어!”
황당함에 저도 모르게 되물었던 남궁호명은 곧 무척이나 피곤한 얼굴로 파리 쫓듯 손을 저으며 진화에게 성질을 부렸다
그리고 막 깨어난 진화를 혼자 남겨둔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청림의 집에 들어가서 뻗어 버렸다.
알고 보니 그는 거의 사흘 동안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호법을 섰다고 했다.
그리고 진화에게 남겨진 것은 다 타 버린 옷과 수치심을 가려 줄 의복 한 벌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펼쳐진 거대한 뇌격(雷擊)의 흔적이었다.
“진화야!”
“어머니! 아버지!”
집으로 가자 팽연화와 남궁경이 초조한 얼굴로 마당까지 나와 있었다.
그리고 진화를 발견하자마자 달려와 그를 끌어안았다.
“잘했다! 잘했어!”
“수고했다!”
남궁경은 무사히 돌아온 진화를 안고 크게 기뻐했다.
팽연화는 어린 나이에 너무 일찍 찾아온 깨달음으로 진화가 주화입마에 빠지지는 않을까 사흘 밤낮으로 걱정하느라, 그저 무사한 진화의 모습에 눈물을 쏟아 냈다.
* * *
청림에서 있었던 일은 결코 창천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남궁가주 남궁성은 남궁호명에게 진화의 소식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고혼암풍단을 모두 동원해서 청림을 막았고, 제왕검은 천주산에서 돌아와 처소에서 바짝 기감을 세우고 있었다.
제왕검과 남궁가주, 남궁경은 남궁세가에 찾아온 기연을 반기는 한편, 진화를 지키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우선, 진화의 성취는 철저하게 비밀로 붙여졌다.
당금 무림에서 이토록 빠른 고수의 탄생이 있었을까.
천고의 기재가 품으로 들어온 남궁의 행운은 남궁을 적대하는 세력에겐 결코 원하지 않을 일이라.
진화의 이야기가 퍼지면 귀천성은 물론이고 정사 무림의 경계를 살 것이며, 어쩌면 진화와 남궁세가를 향하는 암습이나 공격이 시작될 수도 있었다.
심지어 세가 내부에서도 원치 않은 분란이 생겨날 수 있었다.
“클클클, 다른 건 몰라도 남궁경옥만큼은 알면 놀라서 까무러칠 텐데.”
“남궁경옥만인가? 이번 일이 알려지면 전 무림이 경천동지할 것이다. 어쩌면 그자도 놀라서 다시 눌러앉을지 모르지.”
남궁경이 남궁경옥을 생각하며 고소를 흘리고, 남궁가주 또한 이번만큼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누구보다 ‘내 덕이야!’를 외쳤을 제왕검이 심각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그 집 아이에게 남궁도가 붙었다고 했던가?”
“빌어먹을 놈들이 끼리끼리 모였죠.”
“남궁도의 외가가 정의맹에 줄을 대었고?”
“진휘가 궁금했겠지요. 아, 진짜!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놈은 진화도 모자라서 진휘까지 노리고 있다고요! 이렇게 명명백백한데, 자꾸 그렇게 망설이실 겁니까?”
남궁경은 자꾸만 중요한 말을 피해 가는 제왕검에게 화를 내고야 말았다.
은수천검 남궁도.
지금이야 의천관에 처박혀 있는 뒷방 늙은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가 없었다.
세가 내에서는 제왕검, 의천검주와 함께 자애로운 스승으로 명성이 자자하여, 남궁가주와 남궁경 형제로서도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자였다.
전쟁터에서 피 한번 흘리지 않고 그런 명성을 누리고 있는 것도, 남궁가주와 남궁경 형제가 그를 불만스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형제가 그를 경계하는 이유는, 남궁경옥이 주제도 모르고 창천원의 아성에 도전하는 피라미라면, 남궁도는 제대로 된 자격을 갖추고 남궁강의 아성에 도전하던 자였기 때문이다.
“놈이라니, 그래도 네 숙부다.”
그랬다.
은수천검 남궁도는 제왕검 남궁강의 이복형제였으며, 아주 오래전 그와 함께 소가주의 자리를 걸고 치열하게 다투었었다.
당시 남궁강에겐 장자라는 정통성과 빼어난 무공 실력 그리고 그를 인정해 주는 세가 내 무인들의 지지가 있었고, 남궁도에게는 문무에 다재다능한 재능과 어머니의 배경 그리고 남궁세가와 연결된 협력 세력들의 지지가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귀천성이 발호하고 전 무림이 전화에 뒤덮이자, 무가 본연의 원칙에 따라 장자인 남궁강이 소가주로서 전쟁터로 나갔다.
그렇게 전쟁이 길어지고, 남궁도는 제대로 된 도전조차 해 보지 못한 채 스스로 창천원을 나가야 했다.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던가.”
남궁도를 생각하는 제왕검 남궁강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소가주 위를 다투기 전까지 그들은 우애 좋은 형제였고, 여전히 하나뿐인 형제였으니까.
하지만 그의 아들인 남궁가주와 남궁경은 생각이 달랐다.
“물 밑에 숨어서 세가를 좀먹고 있는 자입니다. 아버님의 심경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나, 세가를 위해서도 이번엔 결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진휘와 진화를 위해서라도요!”
“흥! 남궁경옥 같은 피라미를 잡으려다가 대어가 걸린 거죠. 놈이 우리 진화를 물어뜯으려는 이상, 형님도 나도 이번만큼은 안 참을 겁니다!”
남궁도는 도전의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생각했지만, 남궁가주와 남궁경은 제왕검이 그자를 죽일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했다.
광마제와의 결전을 위해 제왕검이 가주 위를 아들 남궁성에게 넘기고 떠난 뒤, 남궁도는 제왕검의 아성에 도전할 수 없는 대신 갓 가주 자리에 오른 남궁성을 쥐고 흔들려 했었다.
남궁세가 오 대 무단에 그의 세력을 끼워 넣었고, 장로들의 이권에 개입하면서 스스로의 영향력을 늘렸던 것이다.
그때, 남궁가주 남궁성이 과로사를 각오하며 가문의 이권을 전부 가주전으로 가져와 장로들의 힘을 약화시켰고, 남궁경이 형을 도와 검을 휘두르며 가문에 남아 있는 오 대 무단의 기강을 바로잡았다.
다행히 남궁가주와 남궁경은 새롭게 세가를 통제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몇몇 장로와 오 대 무단에 있는 남궁도의 그림자를 모두 없애지는 못했다.
“남궁경옥을 통해 밝혀진 것만 해도, 가문의 사업과 연결된 외부 세력 중에 그자의 세력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입을 통해 감히 가문의 사업에 개입하고 있죠. 이제까지 잔뜩 웅크리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자가 갑자기 존재를 드러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이제까지는 그냥 세가의 위기, 정확히는 아버지의 목숨이 간당간당하길 기다린 거죠! 망할 늙은이!”
남궁경의 욕지거리가 거슬렸지만 이제는 제왕검 남궁강도 외면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남궁가주와 남궁경이 말했듯, 그가 진화를 노리고 있는 것만큼은 제왕검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화의 존재가 제왕검 남궁강의 마음을 흔들었다.
“조금 더 기다리면 녀석도 마음을 놓아 버릴 줄 알았거늘…….”
“지금도 많이 늦은 겁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남궁교명에게 붙었습니다. 이유야 뻔했죠. 우리 진화 때문에! 정확히는 아버지가 죽길 기다리다, 의천검주까지 진화에게 붙었다니 마음이 급해서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더 이상 창천원의 기세가 높아지는 걸 두고 보지 않겠다는 거겠지요! 그런 놈이 이제는 진휘를 쫓아 제갈세가 놈들에게 줄을 대었습니다. 청해상단의 자금 일부는 사패천에도 흘러들었고요!”
남궁경은 제왕검이 지금도 한발 빼려 할까 봐 적극적으로 그를 설득했다.
이제까지 아버지의 자식으로서 그를 설득했다면, 지금은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통보하고 있는 것이었다.
“오히려 지금 나타난 것이 다행일 수 있습니다. 이대로 그의 의도를 모르고 있다가, 정말로 아버님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거나 세가에 위기가 왔다면……. 어쩌면 세가가 속수무책으로 그자에게 넘어갔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아버님, 그자가 움직임과 동시에 남궁경옥의 처소로 몇몇 장로들과 무인들이 움직였고, 가문을 둘러싼 자금의 흐름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그자가 노골적으로 움직인 때에, 모조리 도려내야 합니다!”
남궁가주 남궁성까지 나서서 제왕검 남궁강을 설득했다.
진화의 자리만 노린 거라면 가문의 권세를 조금 나눠 갖고 말겠지만, 남궁진휘를 노리는 건 문제가 달랐다.
남궁가주와 남궁경 형제에게 제왕검에게 결단을 독촉할 충분한 명분이 생긴 것이다.
“내가 가주 위에서 내려오면 녀석의 마음도 좀 풀리나 했거늘, 녀석은 예나 지금이나 포기를 모르는구나. 기어이 나로 하여금 저를 죽이게 하는구나!”
남궁강이 두 눈을 감으며 탄식했다.
드디어 제왕검 남궁강이 결정을 내린 것이다.
남궁가주는 고혼암풍단과 천리호정단, 남궁세가에서 가주 이외에 누구에게도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두 무단의 단주들을 불러들였다.
“앞으로 오 년! 놈들이 노리는 것도 남궁교명과 진화가 맞붙을 오 년 후일 것입니다. 사람이 움직이면 돈이 들기 마련, 지금 벌어지는 수상한 자금의 흐름을 따라가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삼 년까지 감히 세가를 흔들려는 무리를 전부 알아낼 것입니다.”
진화도 모르는 사이, 진화로 인한 변화가 남궁세가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