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궁마제 (27)화 (27/425)

남궁마제

참 진(眞) 꽃 화(花) : 여론(輿論)이란(2)

관중에게는 대회 첫날이었지만, 참가자들에겐 칠 주야의 예선과 이어진 폭풍 같은 일정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예선전이 끝이 나고, 서른두 명의 최종 선발자가 모두 뽑혔다.

다른 때 같았다면 첫날 대회 이후, 선발자들의 출신지, 학관, 무사부와 익힌 무공, 그들에 대한 호사가들의 평판까지, 온갖 정보들이 떠돌며 장안이 시끌시끌했어야 했다.

아이를 둔 부모들도 그렇지만, 다음 진출자를 두고 크게 벌어지는 내기판은 사람들의 가장 큰 오락이자 도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조금 달랐다.

첫 대회가 끝이 나고, 모든 화제를 ‘한 사람’이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창술이 유행이더니, 올해는 다시 검술이 강세로 보이지?”

“하다못해 좌수검도 등장하더군.”

“예끼! 그게 등장이나 건가? 검을 뽑아야 좌수검이지! 남궁구 공자의 천풍검법에 검도 뽑아 보지 못하고 장외에 떨어졌지 않나?”

검술은 방향과 획이 중요하기에 그걸 반대 손으로 펼치는 좌수검은 흔치 않았지만, 일단 익힌다면 검격에서 유리했다.

그러나 남궁구는 천풍검법의 쾌속으로 검격을 재기도 전에 남궁자소를 일격에 날려 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오른쪽에 검을 차고 나온 좌수검이 누구였는지 기억도 하지 못했다.

“남궁교명 공자도 굉장하더군.”

“아아, 그런 폭풍 같은 검세는 일찍이 진혜 영애 이후로 오랜만이었지.”

“아…….”

오 년 전, 남궁진혜의 검술을 떠올린 사내들은 그대로 입을 닫았다.

남궁제일검이자 남궁제일 광견이라 불리는 남궁경을 그대로 빼다 박은 그 모습을, 차마 남궁세가 유일한 영애에게 갖다 붙일 수는 없지 않은가.

입에 올릴 수 없는 것은, 피하는 게 답이었다.

“흠흠, 어찌 되었든 올해에도 남궁세가의 공자들이 굉장하더군.”

너무 별개 없어서 혹은 비교 대상이 어마어마해서.

남궁구와 남궁교명의 비무가 두루뭉술하게 회자되지 않는 이유였다.

“근데, 자네들도 그거 보았나?”

“아, 그거 말이지? 암! 남궁 소공자의 경기라고 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가! 그런 인산인해 한가운데서 번-쩍! 카아-!”

“상대 선수는 벼락을 보자마자 검을 놓치고 내동댕이쳐졌다더군. 근데 그 많은 사람들이 아무도 못 봤어. 우리 공자님 벼락 보느라고! 하하하하하!”

“났네, 났어! 남궁세가에 또 인물이 난 거라고! 제왕검과 의천검주에 이어서, 대공자와 소공자가 각각 그 명맥을 이으니. 우리 남궁세가의 앞날이 훤하구먼!”

양주는 한때 귀천성에게 코앞에서 위협을 당했던 것이 거짓말처럼 최고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호황이 남궁세가의 성세에서 빚어진 것이었으니.

양주의 사람들은 남궁세가의 일을 자신들의 일처럼 여기며 그들을 따랐다.

하지만 남궁의 모든 것에 감사하는 양주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것이 있었으니.

사람들은 귀천성이 주는 공포 앞에 전신을 피로 적시며 자신들을 지켜 준 남궁의 푸른 뇌전을 기억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제왕검이 영웅이면 의천검주는 은인이라.

그래서일까.

뇌전을 뿜은 이후, 진화는 명실상부 ‘남궁세가의 소공자’로 불리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도 입양아라는 말을 함부로 입에 담지 않았고, 혹여 담는 사람들조차도 진화가 남궁에 온 것이야말로 하늘이 내려 준 운명이라 이야기했다.

뇌전을 이용해서 사람들의 호감을 부르고 무위로는 남궁교명과 아슬아슬한 평가 속에, 여론을 가져오려 한 전략이 적중했다.

물론 조금 너무 적중한 감도 없잖아 있었다.

“어디 남궁세가의 앞날만 훤하던가? 우리 소공자님 인물도 훤하시더구먼. 벌써 양주에 있는 규수들 사이에서 소문이 쫙 퍼졌어!”

“어이구! 자네, 우리 소공자님 웃는 거 못 봤나? 남자인 나도 방심이 흔들리더구먼.”

“뭐야? 예끼! 이 사람아! 하하하하!”

멀리서도 빛이 날 정도니 소공자의 미색이 출중한 것은 인정하나, 어쨌든 같은 것 달린 사내를 향해 눈을 빛내는 친우의 모습은 조금 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친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첫 경기를 마치고 환호하는 사람들을 향해 웃는 모습이 막 피어나는 꽃처럼 어찌나 싱그럽던지…….”

“얼레? 이놈 보게? 미쳤나?”

남자는 오히려 자신을 변태 보듯 하는 친우를 향해 당당하게 역정을 내었다.

“뭐야? 자네야말로, 지금 우리 소찬회(小讚會)를 모독하는 겐가?”

“뭐, 뭔 찬회? 소찬회? 그건 뭔가?”

“우리 소공자님의 미모를 찬양하는 식견 있는 사람들의 모임일세!”

첫 대회 이후, 어머니를 향한 진화의 미소를 본 사람들의 감탄이 전해지며, 그 자리에 있던 화가가 그린 진화의 미소화(微笑畵)가 축제의 분위기를 타고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있었다.

* * *

그리고 진화는 침울해졌다.

‘난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예상치 못한 사람들의 반응에 당황하긴 남궁가주와 남궁경도 마찬가지였다.

“거참, 사람들이 봐야 할 걸 안 보고 왜……. 무, 물론 우리 아들 얼굴이 예사로 지나치기 힘든 거긴 하지만…….”

“허허허, 이거 참…….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스러운 것은 안다만, 어쩌겠느냐. 본래 여론이라는 것이 그렇더구나. 가끔은 상식적이지 않은 것이 사람들의 심리를 움직이기도 하고, 가끔은 분위기에 휩쓸려서 뜻하지 않은 유행을 낳기도 한단다. 네 경우에는 후자겠지. 크게 신경 쓰지 마렴.”

“……네.”

남궁가주의 말이, 그나마 진화에게 쓸 만한 위로가 되었다.

가끔 양주의 여인들이 웬 공주가 했다며 하나같이 머리에 노란 꽃을 달고 다닌 적도 있었고, 눈이 아프도록 강렬한 새빨간 의복이 유행한 적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하필 이번 유행이 자신이라니…….

자신의 웃는 얼굴이 그려진 그림이 저자에 돌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듯했다.

“남궁교명 그 아이도 절정에 이르렀다니, 지금까지 꽤나 자신만만해하고 있었겠지. 그 와중에 사방에서 우리 진화의 뇌전만 이야기하고 있으니……. 욕심이 많은 자다. 아마 지금도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 거다.”

“지금 사방에서 우리 진화 얼굴 이야기밖에 안 하는데요? 그걸로 속이 끓을까요? 내 속만 끓다가 끝나는 거 아닙니까?”

슬쩍 성질이 돋은 남궁경의 반격에 남궁가주도 확실히 아니라고 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남궁경옥 쪽을 흔들려고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천리호정단으로 하여금 집 안팎의 감시는 확실히 하고 자금줄도 파악했지만, 남궁도가 있는 의천무학관의 안쪽만은 뚫지 못했다. 의천무학관에 있는 사람은, 하다못해 시종조차도 전부 남궁도의 외가 쪽 사람들로만 쓰고 있으니……. 참, 철저하기도 하지.”

과연 제왕검의 적수였다고 해야 할지, 남궁도에겐 도무지 파고들 틈이 없었다.

익숙한 사람, 신뢰하는 사람이 아니면 머리칼 하나 맡기지 않는 점이 소름 끼칠 정도로 결벽적이었다.

“이장로 쪽을 흔든다고 해도 남궁도가 엮여 나올지도 미지수입니다. 결정적인 증좌가 있어야 그자를 끌어내릴 텐데……. 아버님은 뭐라십니까?”

“그분이야…… 이번 일에 눈을 감아 주시는 것으로 만족하자꾸나.”

남궁가주의 말에 남궁경도 뭐라 불만을 나타내진 못했다.

뭐라고 해도 형제를 무너뜨리는 일이 아닌가.

제왕검이 없다고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었다.

남궁가주와 남궁경을 불편하게 하는 건, 제왕검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지, 그자들이 버거워서는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

남궁도의 철저함을 꼬집는 남궁가주의 말투에는 냉소가 가득했고, 남궁경 또한 방법을 고심할 뿐 곤란해 보이지 않았다.

자신감 넘치는 남궁가주와 남궁경의 모습을 보며, 진화의 입꼬리에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가 스쳤다.

“할아버님이 빠진 것은, 오히려 그들에게 더 안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온전히, 가주님과 아버지를 상대해야 할 테니까요.”

진화의 말에, 남궁가주가 깜짝 놀란 눈으로 진화를 보았다.

허투루 듣기엔 너무 핵심을 찔렀고, 싱긋이 웃는 진화의 얼굴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남궁가주는 작은 능구렁이라 불리는 제 아들 남궁진휘와 꼭 닮은 진화의 미소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하, 우리 막내가 벌써 이렇게 컸구나. 작은 능구렁이라는 별명이 주인을 바꿔야겠어. 하하하하!”

옆에서 남궁경이 “아무리 그래도 우리 진화한테 뱀 새끼는…….”이라며 구시렁거렸지만, 진화는 남궁가주의 말이 싫지 않았다.

한바탕 웃고 난 남궁가주가 진화를 보며 눈을 찡긋거렸다.

“그래, 연극이란다. 남궁도, 그자가 계속 착각을 했으면 하거든. 아직도 제가 제왕검의 상대인 줄 알고, 이제까지 써 온 방식으로 싸우면 될 거라는 착각 말이다.”

“늙은이가 춘몽(春夢)이 벌써 지나간 줄도 모르지…….”

남궁가주와 남궁경이 남궁도를 향한 냉소와 함께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제왕검이 전쟁터로 떠난 뒤 남궁을 휘어잡은 형제는, 이전의 제왕검과는 전혀 달랐다.

자격과 명분을 얻기 위해 고집스러울 정도로 옳은 길만 걸어야 했던 제왕검과 달리, 형제는 이미 제왕검의 뒤를 이었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들은 힘과 권력을 휘두르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나저나 진화야, 좀 컸다고 가주님이라니. 큰아빠 서운해진다.”

“그,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백부님.”

단언컨대, 어릴 적에도 가주를 큰아빠라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힘과 권력 앞에서, 누군들 작은 타협쯤은 하지 않겠는가.

진화는 작은 타협을 하고 서둘러 방을 나왔다.

활기차고 자신감 넘치는 남궁가주와 아버지의 모습은 언제 봐도 좋았다.

그래서 문을 닫고 나온 진화는 웃을 수 없었다.

‘……역시, 제왕검의 허락이 문제였던 건가.’

냉정하고 강력한 형제의 검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은 제왕검밖에 없었다.

경쟁조차 못 하고 밀려났던 형제에게 약간의 권력을 허락했던 제왕검의 자비(慈悲).

단지 거기에, 유일한 후계자인 남궁진휘의 죽음과 귀천성의 발호가 겹친 것이다.

악재와 악재가 겹쳐져, 거대한 해일처럼 남궁을 덮쳤다.

남궁도 때문이 아니었다.

남궁의 멸망은, 작은 자비에서 비롯된 가혹한 운명 때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왕검의 자비를 원망할 순 없었다.

그 자비에 기대 살아남은 진화였기에.

‘그러니 이번에는 올바른 주인에게 은혜를 갚아야지!’

진화가 반드시 정의무학관으로 가서 남궁진휘의 죽음을 막아야 하는 이유였다.

* * *

내일 곧바로 비무가 있는 진화가 자리를 뜬 후.

남궁가주의 눈빛이 서늘하게 내려앉고, 남궁경의 미간이 팍 구겨졌다.

“육장로 새끼가 움직이다 딱 걸렸습니다.”

“저번처럼 대가리를 깨 놓은 건 아니겠지?”

“에이, 그럼 티가 나지 않습니까? 그 새끼 아들놈의 팔모가지를 부숴 놨지요. 아비 눈앞에서 손가락부터 또각또각 분지르는데, 지가 안 넘어오고 베기겠어요?”

“괜한 원한을 사는 것 아니냐?”

“그거야 어설픈 놈들이나 그렇죠.”

저잣거리의 왈패처럼 말하는 남궁경을 보며, 남궁가주가 실소를 흘렸다.

“그러는 형님이야말로, 일성상단의 명줄은 잡아챘습니까?”

“일성상단주가 계산이 통하는 자여서 다행이더구나.”

“늙은이가 아직도 엄마 치마폭에서 못 벗어나선……. 쯧쯧! 지금 그 외가가 누구 손에 떨어진 줄도 모르고. 안 그렇습니까?”

남궁경이 씨익 웃으며 묻자, 남궁가주 또한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남궁경이 저자의 왈패라면, 남궁가주는 악덕 고리대 상인이 연상되는 웃음이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걸 이쪽은 못할 거란 생각이야말로, 가장 큰 착각이지.”

남궁도는 남궁가주가 외가 상단의 자금줄을 옭아매고, 남궁경이 충성스러운 하인과 가신 들의 가족을 빌미로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할 것이었다.

-옳은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

남궁세가의 가훈과 같은 말이었다.

그래서 이제까지 제왕검 남궁강은 여전히 남궁세가의 권세에 빌붙은 전 대부인의 친정을 내치지 않았고, 동생의 도전을 인내해 주었다.

그는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쳐 귀천성과 싸웠고, 약자는 언제나 보호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라는 건 해석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남들은 동생과 다툼 없이 편하게 가주 위를 이어받았다 비하하지만, 현 가주 남궁성은 귀천성이 코앞까지 칼을 들이밀고 아버지 제왕검이 목숨을 건 결전에 나섰을 때에 가주 위를 이어받았다.

형제에게 옳은 길은 세가를 지키는 것이었고, 그것을 위해선 못할 것이 없었다.

“청해상단을 엎고 나면, 그자는 결국 남궁경옥을 버릴 것이다. 그리고 다시 웅크리겠지, 이번에도 우리를 잘 속였다 생각하면서. 하지만 일성상단으로 자금줄이 일원화되면……. 그때까지 우리가 일성상단의 자금줄을 옭아매고 있다가,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파악한다. 그자의 손이 어디까지 닿았는지, 모조리 찾아낼 수 있을 거다. 그때가 되면, 제왕검의 인내가 끝났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겠지.”

남궁가주의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

“것보다, 우리 진화가 제법이지 않느냐? 벌써 만사(萬事)를 사람과 같이 볼 줄 알아. 일찍 교육을 시작한 보람이 있구나.”

화제를 돌린 남궁가주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남궁가주 남궁성은 진화가 경지를 넘어선 날 이후, 더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가신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진화에게 소가주 남궁진휘와 같은 후계 교육을 시작했다.

양자라는 차별은 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역시 부전자전(父傳子傳)이지요.”

“……양심은 있느냐?”

남궁경이 의기양양하게 말하자, 남궁가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반박했다.

“닮기로 치면, 진화는 어릴 적부터 나를 닮았지. 기감에 예민한 것부터 무공의 세심한 묘리를 따르는 운용. 결정적으로, 제왕학 교육에 잘 따라오고 있지 않느냐?”

진화에게 벌모세수를 했을 때부터, 진화의 재능이 제왕검에서 남궁경, 남궁진혜로 이어지는 재능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 알려지지 않았던가.

확신에 찬 남궁가주의 말에 남궁경이 콧김을 뿜었다.

“나는 내가 잘하는 거에만 집중한 거지! 그래도 내가 전략, 전술 평가에선 형님을 앞섰지 않습니까? 형님과 경쟁을 피하려 한 아우의 깊은 뜻을 아직 몰랐습니까?”

“그래서 사흘 만에 선생의 이마에 벼루를 던지고 때려치웠느냐?”

“그, 그건 그 새끼가……. 끄응.”

남궁가주는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하는 남궁경에게 승자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곧, 웃음기 없는 얼굴로 남궁경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진화가 전략과 전술에는 특출 난데, 제왕학과 경영에는 통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구나, 너처럼.”

“우리 진화가요?”

“그래, 그 영리한 아이가.”

남궁가주의 말에 남궁경이 조금 복잡한 얼굴을 했다.

“어떤 면에서 진휘보다도 더 나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미끼를 쓰는 회유책을 최선으로 꼽으며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면이…… 그런데 막상 과제를 해결하라 하면, 꼭 개중에 가장 과격한 것을 고른다는구나. 아이의 변덕인지, 너를 닮으려는 건지. 이번에는 어찌할 것 같으냐? 날 닮았을까, 널 닮았을까?”

남궁가주의 물음에 남궁경은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당연히 마음이야 우리 아들은 날 닮았다고 하고 싶었지만, 꽃같이 고운 아들이 자신처럼 상대의 멱살을 쥐고 협박하는 장면은 도무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우리 연화를 닮은 걸로, 합의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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