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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30)화 (30/425)

남궁마제

늘어놓을 진(陳) 재앙 화(禍) : 지옥을 만들다(1)

준결승이 끝나고, 육장로 남궁백과 칠장로 남궁문이 급히 남궁도를 찾았다.

남궁도의 장원을 급히 찾은 사람은 두 장로들뿐 아니라, 남궁교명도 있었는데.

어찌 되었든 그들은 모두 남궁진화의 비무가 끝나기도 전에 제왕무적단에 끌려간 남궁경옥의 일로 찾아온 것이었다.

“이미 청해상단의 주요 인물들이 소환당해 있었습니다. 가주가 작정을 하고 일을 꾸민 듯합니다.”

“청해상단의 인물들이라면?”

“아무래도 자금의 유통 경로를 책잡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칠장로 남궁문이 남궁교명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조심했다.

그에 남궁도가 잠시 남궁문의 말을 멈추고, 심각한 표정으로 남궁교명을 보았다.

“이장로가 평소 양자의 대우 문제로 가주와 마찰을 빚어 온 것은 너도 알 것이다. 갈등을 이런 식으로 해결하려 들 줄은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다만…… 가주가 작정을 했다면 일이 쉽지 않을 게다.”

남궁도가 무척 곤혹스럽다는 듯 말을 이어 갔지만, 결국은 남궁경옥을 곧바로 풀려나오게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남궁교명도 그의 말을 납득했는지, 그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도는 남궁교명이 예상보다 순순히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흡족한 듯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하더니, 곁에 있던 육장로에게 목갑 하나를 건네받아 남궁교명에게 내밀었다.

“받거라.”

“이건 무엇입니까?”

“이런 때일수록 네가 더 힘을 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혈기를 끌어 올려 내공의 위력을 더해 주는 칠산가(七山家)의 비약이다.”

“아……!”

남궁도의 말에 남궁교명의 눈빛이 극렬하게 흔들렸다.

남궁도는 그런 남궁교명을 이해한다는 듯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독성이 강해서 적절한 해약을 복용해 줘야 하지만, 그만큼 효과를 보증하는 것이지. 해약은 대회 이후 따로 챙겨 줄 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복용하거라.”

“하지만, 스승님, 그 양자 놈을 상대하는 데에 비약에 의존하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남궁교명이 비약이라는 말에 반발했다.

남궁교명의 거부에 남궁도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내 인자하게 웃으며 남궁교명의 손에 올려 준 목갑을 열어 보였다.

“안다. 너를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이겨 보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준결승을 보니 그 양자의 내공이 범상치가 않았다. 하나 뇌기를 다루는 모습을 제외하면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러니……!”

“하지만! 그 양자가 활약을 하면 할수록 제왕검의 안목에 대해 칭송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그리되면 이쪽이 주장하는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창 비무가 이뤄지는 곳에서 이장로를 잡아 가두는 모략을 펼친 가주다. 앞으로 어찌 나올지 모른다.”

자애로운 말투, 그러나 반론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였다.

게다가 남궁도는 친히 목갑에서 약을 꺼내 다시 남궁교명에게 내밀었다.

“네가 그 양자를 압도적으로 이겨야 우리 쪽의 명분이 선다. 그리고 우리 쪽의 명분이 서야, 가주의 손에서 이장로도 구해 올 수 있지 않겠느냐.”

남궁도가 아버지 남궁경옥을 들먹이며 옥죄어 들자, 남궁교명도 하는 수 없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약을 집어 들었다.

“그래. 남궁강이 별 볼 일 없는 양자 놈을 띄워 주기 위해 영약을 구해 먹인 모양이다만……. 흥, 내가 가르친 제왕무적검은 강하면서 섬세하다. 내공만 아니라면 네가 양자에게 질 리가 없지.”

남궁도는 제왕검이 전쟁을 핑계로 도망쳤다 생각했고, 그의 말투에는 남궁강을 향한 반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미 해약도 준비해 두었으니, 결승 이후에 복용한다면 독기를 상쇄하고 효력을 지속시켜서 영약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후우, 예.”

거듭 권유하는 남궁도의 말에, 남궁교명이 약을 입에 넣고 삼켰다.

약을 씹어 삼키는 순간까지 남궁도의 눈이 집요하게 따랐다.

“잘했다. 돌아가서 두 시진 정도 천천히 대주천을 하며 약효가 돌도록 하거라.”

“예.”

남궁도의 말에 남궁교명이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는 남궁교명의 모습을 남궁도가 가만히 쳐다보다 깊은 생각을 하는 듯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육장로 소천호검 남궁백과 칠장로 혼현불괴 남궁문이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가주가 잡은 횡령의 증거가 완벽합니다. 증인과 증거도 모두 확보했고, 횡령의 규모도 정확합니다.”

“쯧, 걸릴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허술할 줄이야.”

“심마니들도 걸려 들어왔습니다. 아마도 곧 약의 규모도 알아낼 것입니다.”

남궁교명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라 말한 것과 달리, 그들은 모두 일이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 듯 당황하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빨리, 모든 것을 들킨 남궁경옥의 허술함에 화가 났을 뿐이었다.

“힘을 키우기 위해 우리가 과하게 요구하긴 했으나, 그걸 온전히 아랫것들에게 짜 대니 원성이 자자하지. 바닥의 것들은 늘 조급해. 그래서 뭘 믿고 맡길 수가 없구나.”

“하지만 이럴 줄 예상하고 스승님께서 조치를 취했으니, 정확한 규모나 약의 출처에 대해선 알아내지 못할 것입니다.”

육장로 남궁백의 말에 남궁도도 입가에 잔잔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남궁경옥처럼 허술하고 경박한 자에게 모든 일을 맡길 생각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버거운 숙제를 내려 주었더니 결국 이 사단을 만들지 않았나.

그에게 중요한 일은 맡기지 않은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

“남궁교명 그 아이는 어찌하시겠습니까?”

“이대로 버리기엔 자질이 쓸 만한 아이다. 높은 자존심에 그만한 오기를 가졌지.”

“한데 왜 그 약을……?”

“그릇이 너무 크고 두꺼우면 다루기가 힘들지. 이쪽의 온기를 전달하는 게 너무 느려. 뭐든 적당한 게 좋은 법인데 말이야.”

육장로 남궁백의 물음에 남궁도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비무 후에 해약을 주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약을 복용하고 나면 위력을 실감하게 될 거다. 한번 맛본 고양감은 쉬이 잊히지 않을 테지.”

“아……!”

육장로 남궁백과 칠장로 남궁문은 그제야 남궁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남궁교명은 버리기 아까우니 손에 넣어 두려는 것이고, 대신 후일 남궁교명을 조종하는 데 귀찮은 방해자가 될 수 있는 남궁경옥은 일찌감치 처리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남궁경옥을 무리하도록 몰아세운 것이리라.

“때를 보아, 우리에 대한 말이 나오기 전에 처리해라.”

“예.”

남궁도의 말에 육장로 남궁백과 칠장로 남궁문이 충직하게 대답했다.

같은 장로인 남궁경옥을 그들이 어찌할 수 있을까 싶지만, 육장로 소천호검 남궁백은 잠삼현의 치안을 맡고 있어 남궁경옥의 비리를 조사하는 데에 참여할 수 있었고, 칠장로 혼현불괴 남궁문은 남궁세가의 징벌방인 갱옥(坑獄)을 맡고 있어 언제든 죄인과 가까이할 수 있었다.

늘 그렇듯 저들보다 먼저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자이자 믿음직스러운 수하인 두 장로를 내보내고, 남궁도가 창을 열었다.

그리고 지는 해를 향해 말을 걸었다.

“허술해. 그러니 늘 이렇게 늦장이지 않나…… 남궁의 직계에 양자? 지금이야 이긴 것 같겠지. 하지만 그 어리석은 동정심이 네놈을 끌어내릴 것이다. 이제 남궁강 네놈의 운도 다했구나.”

철옹성 같았던 남궁세가 직계의 자리에, 남궁강이 양자를 들이면서 빈틈을 만들었다.

이제 남궁도 자신이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그만이리라.

아주 오래전 집을 나왔을 때, 남궁도는 서평원의 집들이 본가를 향해 줄을 선 듯한 풍경을 경멸하며 서평원과 조금 떨어진 외곽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숨겨진 욕망을 내보이듯, 그의 의천관이야말로 늘 남궁 본가를 향해 있었다.

* * *

실전과 비무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

실전의 관점에서 보자면 죽고 사는 차이일 것이고, 비무의 관점에서 보자면 볼거리의 차이일 것이다.

실전의 목표는 본인의 생존이 수반된 승리이기에, 수단과 방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일차적으로 생존 그리고 승리이기에, 땅을 파서 들어가는 처절함이나 바닥을 구르는 자존심은 두 번째 문제였다.

반면, 삶의 지속이 당연한 비무에선, 승리조차 일차 목표에 지나지 않는다.

최종적인 목표는 승리로 얻을 수 있는 부와 명성이다.

그래서 고고한 자존심을 무사의 결기로 포장하고, 화려한 무공으로 볼거리를 제공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 면에서, 진화의 비무는 이미 성공적이었다.

곳곳에 소천회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사람들은 결승전이 시작하기 전부터 남궁진화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쯤이면, 잠삼현 전체에 남궁세가의 소공자, 남궁진화의 이름이 퍼져 나갔을 것이었다.

무인(武人)으로 진화가 얻고 싶은 명성은 아니었으나, 어쩌면 진화에게 딱 필요한 만큼의 명성은 얻었다 할 수 있었다.

‘남궁세가의 직계로 인정을 받으면서, 불필요한 경계는 사지 않는 정도의 명성은 얻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돼. 적어도 남궁의 땅에선, 마땅히 한 사람의 무인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굳은 얼굴에 불안한 심중을 채 가리지 못한 눈빛으로 연무장 위를 오르는 남궁교명을 보며, 진화의 눈빛이 냉정하게 가라앉았다.

‘이전에 네가 너의 남궁을 빛낼 불쏘시개로 나를 이용했다면, 이제는 내가 나의 경외를 만들어 낼 재료로 널 써 주마.’

잘 숨겨 둔 증오가 순간의 틈을 비집고 끓어오르고, 심판의 ‘시작’ 구령이 들리자마자 진화의 몸이 땅을 박차고 날아갔다.

쉐에엑-!

진화가 처음부터 이렇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기에, 주변에서 ‘오오’ 하며 동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남궁교명이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진화의 공격은 불발에 그쳤다.

채-앵!

챙! 챙! 챙!

남궁교명까지 본격적으로 공세를 펼치면서, 비무는 처음부터 ‘이게 비무인가?’ 싶을 정도로 격렬하게 이어졌다.

사람들이 잠시 잊었던 남궁진화와 남궁교명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떠올릴 정도로, 그들은 상대를 향해 인정사정없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주변에서 보는 치열함과 달리 당사자들의 속내는 달랐다.

‘설마…… 무공마저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고?’

남궁교명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화를 보았다.

남궁교명은 ‘격렬하게 검을 나누는 때야말로 무인들의 수준이 가늠하기 쉽다.’는 말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었다.

그때, 차분한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갑게 남궁교명을 깨웠다.

“이봐, 표정 관리해.”

상황을 관조하는 듯한 담담한 눈빛이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다.

“남궁도가 보고 있다.”

“……!”

진화의 말에, 남궁교명은 찬물을 뒤집어쓴 듯 몸을 긴장시켰다.

그 모습에 진화가 안 되겠다 싶은지, 검의 방향을 꺾어 검의 면과 면끼리 부딪히게 하여 남궁교명을 떠밀듯 거리를 벌렸다.

남궁교명에게 냉정을 찾을 틈을 주기 위한 것임을, 누구보다 남궁교명 스스로가 잘 느꼈다.

‘나와 격렬하게 검을 나누면서도,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된다는 말인가? 대체 얼마나 격차가 난단 말이지?’

처음에는 참담한 패배감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다음엔, 단지 패배감이 문제가 아니었다.

남궁교명은 진화와 검을 나누면서, 중간중간 검이 부딪칠 때마다 다른 검로를 인도받는 듯했다.

심지어 남궁교명 평소의 날카롭고 강한 검세는 그대로 이어 가면서 말이다.

진화가 남궁교명의 검을 훤히 읽고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진정한 제왕의 검은, 적의 검마저도 지배한다 했던가?’

남궁교명은 제왕무적검을 배우면서 들었던 말을 이렇게 실감하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남궁교명의 마음이 살짝 무너지려던 찰나.

파지지직-!

진화의 검이 푸른 불꽃을 만들어 남궁교명에게 쏘았다.

남궁교명이 급히 피하지 않았더라면, 움푹 꺼진 것은 대연무장이 아니라 남궁교명 자신이었을 것이다.

“오오-!”

주변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위협적인 공격인 동시에, 대회에서 처음으로 나온 검기였다.

사람들은 놀랐고, 남궁교명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래! 이대로 끝내선 안 돼!’

아직 더 싸울 수 있고, 더 싸워야만 했다.

심지어 아직 지치지도 않았고, 약의 효력인지 온몸에 내공이 철철 넘치는 듯했다.

‘지더라도…… 내가 건재함을 보여야 한다!’

남궁교명의 눈에 독기가 차올랐다.

남궁교명이 전신의 내공을 끌어 올리며, 청백색의 아지랑이가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검에 은은한 기운이 빛났다.

“간다-!”

“그래, 그래야지.”

결의에 찬 남궁교명의 외침에, 진화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맺혔다.

동시에.

파지지직-!

잔잔하게 번뜩이던 뇌기가 완벽하게 푸르른 뇌전이 되어 진화의 검을 감쌌다.

“흐아아아앗-!”

남궁교명의 제왕무적검 만인지상(萬人之上)이 송곳 같은 검세로 돌진하며 일격을 날리고, 진화의 푸른 번개 또한 남궁교명의 검기를 직격했다.

콰-광-!

한 번의 부딪힘에 남궁교명의 검기가 터져 나가고.

콰광-!

두 번째 부딪힘에 남궁교명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천뢰제왕검 낙엽(落曄)의 빗살 같은 번개의 마지막 조각이, 남궁교명의 가슴팍을 때렸다.

쿠-웅!

남궁교명은 그대로 연무장과 함께 바닥으로 꺼졌다.

번개를 맞은 듯 사방으로 갈라진 대연무장의 모습에, 사람들은 잠시 동안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잠시 뒤, 거대한 환호가 새로운 우승자에게 쏟아졌다.

“우아아아아아-!”

“남궁세가 만세!”

“소공자 만세-!”

적어도 이곳 양주에서만은 황제도 부럽지 않은 제왕 남궁을 향해, 사람들은 만세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귀빈석 한쪽에서 제왕검이 가진 남궁세가의 위세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 남궁도는, 미칠 듯 끌어 오르는 질투심에 가면처럼 짓던 인자한 웃음마저 잊어버리고 말았다.

‘설마 절정에 오른 것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교명이에게 조금만 비약을 일찍 줬어도 결과가 달랐을거늘. 대체 제왕검의 운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까드득……!

이를 꽉 깨물어 분노를 참은 남궁도가 제자들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계획이 어그러졌구나. 남궁경옥은 꺼낼 수 없을 듯하니, 놈이 뭔가 말하기 전에 끊어 내거라.

결국 더 이상 제왕검의 남궁세가를 향한 찬양은 듣기가 싫었던 남궁도는 누구보다 먼저 자리를 떴다.

진화의 시선이 그런 남궁도의 빈자리를 스쳤다.

그리고 누구보다 이 승부에 관심이 많았던 또 한 사람.

“약 처먹었네, 약 처먹었어!”

남궁구는 창백한 안색으로 연무장에 누워 있는 남궁교명을 보며 혀를 찼다.

져 주기로 약속하긴 했지만, 사실 진지하게 싸웠어도 승부를 장담하기 힘든 상대였다.

게다가 일전에 진화가 패배를 부탁을 하면서 말해 준 약.

그게 사실일까 긴가민가했지만, 오늘 남궁교명은 확실히 뭔가 먹긴 먹은 듯 보였다.

그리고 그런 남궁교명조차 쓰러뜨리다니…….

“무슨 자신감인가 했더니, 설마 숨겨 둔 한 수가 검기일 줄이야! 그러고 보면 저 도련님,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리잖아? ……허! 약은 도련님이 먹은 거 아니야?”

진화를 보는 남궁구의 얼굴, 놀라움과 함께 호승심이 떠올랐다.

진화는 사람들의 환호에 귀 끝을 붉히며 연무장에서 도망…… 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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