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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39)화 (39/425)

남궁마제

넉넉할 진(賑) 될 화(化) : 입관 시험 중 소소하게(3)

선발대회의 개최에는 상상 이상의 돈이 든다.

큰 규모의 연무장을 만드는 것부터, 질서 유지를 위한 인력 그리고 선발자들의 정의무학관 이동 경비까지.

주변으로 상권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직접적인 이득이 되지 않으니, 매년 개최할 때마다 큰 손해를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명문 정파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선발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왜일까.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는 이유는 단 하나, 미래에 더 큰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문파와 세가들이 선발대회 자체를, 문파의 명성을 쌓을 기회로 삼는 동시에, 자신들의 세력을 자연스럽게 정의맹 요직에 앉힐 기회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남궁세가에서 가문 사람의 입관을 단둘로 제한한 일은 모두의 놀라움을 산 결정이었다.

‘우리 소림에서도 하지 못한 대승적 결정이었지. 그래서인지 남궁세가 선발대회 출신들은 입관 시험 지원자를 따로 뽑아야 할 정도로 충성심이 높아.’

마라승 각우가 남궁세가 일행의 움직임을 보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남궁세가 일행이 마지막으로 도전하는 터라, 각우도 그들과 함께 움직이는 중이었다.

‘이번 남궁세가의 직계가 양자라고 했던가. 마지막으로 가면서도 조급함이 없다. 같은 일행의 얼굴에도 저 공자의 결정에 대한 불만이 없어 뵈는군.’

각우의 눈이 남궁 일행 중에서도 각별히 눈에 띄는 소년을 살폈다.

‘아직 어려도, 모든 이들의 수긍을 얻었다는 말이렷다? 그나저나, 사내가 뭐 저리 곱누. 여자였다면 천상화와 미색을 겨뤘겠구먼!’

가까이에서 남궁세가 일행의 이동 모습을 살핀 각우는, 그들이 자연스럽게 남궁 소공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존중하고 있음을 알았다.

소문에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르게 말이다.

입관 시험 전, 오 년 만에 입관하는 남궁세가 직계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제왕검이 귀천비지에서 주워 온 양자라는 것부터, 동정심 때문에 오냐오냐 키운 탓에 성품이 오만방자하고 안하무인하다는 것이었다.

‘그 소문을, 제갈가주가 낸 걸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악의적인 말을 거르더라도, 귀천비지 출신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겠지! 정의맹의 군사라는 자가 그토록 옹졸하고 저열하다니……. 부처님 손에 장 맞을 놈!’

각우는 제갈가주의 행태뿐 아니라, 지금의 정의맹이 매우 걱정스러웠다.

그들은 정의맹을 마치 무림을 주무르는 권력 기구처럼 이용하고, 정의무학관을 정의맹에 세력을 넓히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지금의 안락함에 젖어든 것이지. 또 수많은 희생을 얻고야 깨닫게 될 것인가……!’

다만 한 가지 다행한 일이라면, 정의무학관만은 본래의 의미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기관이 아닌 선별기관.

이곳을 정의맹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도전한 자들이 있다면, 결코 입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

“자, 꽃 같은 공자, 너는 어떻게 관문을 통과할 것이냐?”

각우가 흥미로운 시선으로 진화를 좇았다.

* * *

이전 생에서 정의무학관에 들지는 못했지만, 대신 전쟁을 겪어 본 진화였다.

‘돌벽. 장치는 없어 보이는군. 함정 없이 그냥 금동나한들만 깨면 되는 건가?’

첫 번째 시험이 치러지는 동굴에 들어가자, 야명주의 어스름한 빛이 동굴 안을 밝히고 있었다.

진화의 시선이 붉은 불빛 아래로 꼼꼼하게 동굴 안을 살폈다.

하지만 곧, 진화의 걸음이 굳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면에 똬-악!

전신이 금색으로 번뜩이는 금동나한들의 모습에, 모두 시선을 강탈당하고 말았다.

“와……!”

백팔 명이나 되는 금동나한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계단을 막고 있는 광경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게다가.

투웅. 퉁. 퉁.

거대한 가슴근육이 일사불란하게 환영 인사를 전하고 있었으니.

번뜩이는 금동칠 때문인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정도로 우람한 근육이 눈에 띄었다.

벌써 막바지를 달리는 입관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휘유, 팔뚝이 내 다리보다 굵겠네. 무슨 환영 인사가 저렇게 위협적이냐?”

“역시, 소림 천 년이 자랑하는 금동나한들입니다. 바위 같은 부동심과 강철 같은 육체. 무려, 무림 최고의 방어력을 가진 무단이라 불리지 않습니까?”

남궁구와 관서겸조차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실제로 보니, 그런 칭찬들이 왜 나왔는지 단번에 알겠다.

퉁! 퉁!

남궁구와 관서겸의 대화를 들은 것인지, 금동나한들의 근육이 더 우쭐해진 듯했다.

그때, 진화가 앞으로 나섰다.

“……!”

진화와 눈이 마주친 금동나한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절간 놈들, 놀랐나 보네.”

“부동심이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거였나?”

“뭐, 보기 드문 거긴 하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남궁구와 남궁교명의 시선 속에 한심함이 느껴졌다.

웃고는 있었지만, 관서겸의 얼굴에도 기대감이 사라졌다.

“수련승들 아닐까요?”

퉁퉁!

금동나한들의 가슴근육이 흔들렸다.

“맞네.”

“맞나 보군.”

금동나한들이 염불을 외기 시작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

부동심을 되찾은 금동나한들의 두 눈에서 단호한 결의마저 느껴졌다.

그럼 뭐 하나.

이미 번쩍이는 금동칠과 우람한 근육 위의 앳된 얼굴을 들켜 버렸으니.

일행의 안에서 금동나한들의 격이 하향조정 된 후였다.

‘벌써 만만해졌다고, 이 사람들아!’

* * *

정의무학관의 시험은 매해 달라지지만, 결국 평가하는 것은 동일했다.

불리한 싸움에서 살아남을 만한 무력이 있는가.

적의 교활한 함정을 알아볼 통찰력과 이겨 낼 무력이 있는가.

독과 암기 같은 술수를 회피하거나 이겨 낼 무력이 있는가.

결론은, 그냥 무력이 강하거나 무력을 상회할 만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능력 중에는 적의 허점을 공략하는 지략과 전술도 포함돼 있었으니.

애초에 각 선발대회별로 순서는 정했어도 개인별 순서는 따로 정하지 않은 것은, 그러한 능력을 발휘할 여지를 두기 위함이었다.

사방에서 위협적으로 가슴근육을 튕기는 금동나한들을 보던 진화가, 일행을 향해 방긋 웃어 보였다.

“제가 보기에, 몇몇 분들께서 조금 수고를 해 주시면, 우리 모두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 듯합니다.”

자신감 있는 진화의 말에 일행이 눈을 번쩍 떴다.

“남궁구와 남궁교명, 호 소협과 유 소협, 관 소협이 조금 수고해 주시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진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호명기와 유경제가 눈빛을 반짝였다.

그들뿐 아니라 일행 모두, 진화가 무슨 말을 해도 다 괜찮다는 얼굴들이었다.

남궁구와 남궁교명은 포기한 듯 한숨을 쉬었다.

“어떤 나한들에게 도전해야 한다는 제약이 없지 않았습니까? 요컨대, 시험은 한 사람씩 저 계단을 통과하면 된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앞의 다섯 사람이 각자 금동십팔나한들을 상대하는 동안, 저와 다른 분들은 계단 정면을 돌파해서 순식간에 통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리되면, 공자님께서 모두가 일다경 안에 계단을 지나갈 정도로 빨리, 금동나한들을 쓰러뜨려야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다섯 사람이 도전할 수 있는 일다경이란 정해진 시간.

그 안에, 진화가 나한들을 쓰러뜨리고 모두가 지나갈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조심스럽게 우려를 내비치는 유경제에, 진화가 자신만만하게 웃어 보였다.

한편.

‘성적이 좋은 자들이 앞으로 나선 것인가? 강한 자들이 공략법을 선보이는 전략이군.’

남궁 선발대회 입관 지원자들의 의논 과정을 보며, 각우가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많이 사용한 전략이지만, 그게 나쁜 건 아니지. 물론, 큰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지만! 이제까지 모두 그랬던 것처럼.’

각우가 음흉하게 웃었다.

사실, 첫 번째 관문의 규칙은 열여덟 명의 나한들에게 한 명씩 도전해야 한다는 것으로, 그것 자체가 각우가 만들어 놓은 하나의 함정이었다.

‘팽가의 괴력(怪力) 쌍둥이 놈들이 연약한 놈들 몇을 기절시키는 바람에 절반이나 통과시켰지만, 나머지는 어림도 없었다고!’

시험은 시험일 뿐.

금동나한들이 죽도록 끈질기게 버티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공격도 하지 않고 그저 일다경 동안 앞을 막아섰다가, 끝까지 공세를 펼치는 이들에겐 적당히 문을 열어 주도록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 말미에는 일다경이 지나기도 전에 포기하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그따위 정신 상태로 무슨 전쟁을 이끌겠다는 건지. 아미타불이 곡할 놈들!’

각우는 명색이 정의무학관 입관 희망자이면서 입관 첫 관문에서 지레 포기한 이들을 향해 욕지거리를 뱉었다.

‘힘을 빼놓은 생각이라면 통하지 않을 거다.’

각우는 자신만만해하면서도, 시험이 어렵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다.

* * *

하지만 진화의 생각은 각우의 예상과 많이 달랐다.

“저 나한들, 몸에 금동칠을 하지 않습니까?”

“네?”

“공교롭게도 뇌전은 금 속성에서 더 강한 힘을 발휘하지요.”

짓궂은 장난기가 진화의 입가에 달렸다.

“아-!”

“그런 방법이……!”

일행 사이에서 탄성이 터졌다.

그들이 애지중지하고 있지만, 진화는 뇌기를 다루는 절정의 고수였다.

그렇게 남궁 선발대회 일행이 진화의 생각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궁구를 비롯한 다섯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 자리 잡고, 진화가 계단 정면으로 나섰다.

“그럼, 시작할까요?”

진화의 말을 시작으로, 남궁구와 남궁교명, 호명기, 유경제, 관서겸이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금동십팔나한들의 맨몸으로 그들의 검과 창에 맞섰다.

여섯 사람이 앞을 나서는 걸 보며, 각우가 혀를 찼다.

“쯧쯧, 앞의 실력자들이 시범을 보여 봤자, 뒤에 놈들이 그걸 못 따라 하면 그만이라니까.”

남궁에 호의를 가졌던 만큼, 각우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첫 번째 관문이 평가하는 건 무력이었지만, 통과자의 수는 우두머리가 그들을 어떻게 이끄느냐의 문제라.

“누군가는 이끌어야 하고, 또 누군가는 희생해야만 한다. 그게 전쟁이지.”

뛰어난 사람만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살아남는 법.

정의무학관 무사부로서, 각우가 첫 번째 관문에서 가르치고 싶었던 것이었다.

각우가 안타까운 눈으로 마지막 시험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곧, 각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저……!”

* * *

카-앙!

내가 수련 위주의 무림에서, 내공과 외공의 조화로움을 강조하는 소림의 정수가 바로 금동백팔나한들이었다.

외공은 내공을 배우면서 등한시하기 마련이지만, 각우는 나한들에게 신체 단련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었다.

챙-! 챙-!

“옴-!”

실로 묵직한 기합성이 아닌가.

남궁구와 남궁교명의 검을 맨몸으로 막은 나한들이 아무 일 없는 듯 제자리로 돌아가 합장했다.

이후로도, 나한들은 손과 발, 그리고 몸으로 남궁구와 남궁교명 등이 그들의 뒤로 가는 것을 막았다.

날과 부딪히는 살결에서 날카로운 금속성이 울렸다.

그리고 진화는 동굴을 울리는 금속성에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소림의 금동칠이 뇌전을 다루는 이들에겐 손쉬운 먹잇감이나 다름이 없지. 멋 부리다 죽는 수도 있다고!’

파지지직-!

진화의 양손에 뇌기가 번뜩이며 모여들었다.

그리고 진화가 벽으로 돌진하는 소처럼 달려갔다.

파지-직!

진화의 천뢰장이 계단 정면에 있던 나한 두 명의 가슴을 때렸다.

퍼-엉!

“오므아아악-!”

“으악-!”

“앗!”

마치 폭발하듯 내던져진 두 나한과 그들 옆의 나한들.

동시에, 섬세하게 조정한 진화의 뇌기가 어깨를 맞댄 나한들을 모두 꿰뚫었다.

한 몸처럼 살을 맞대고 있던 나한들이 놀란 얼굴로 널브러졌다.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었던, 심장을 직격하는 짜릿한 느낌에 충격을 받은 얼굴들이었다.

“지금입니다-!”

진화가 소리를 지르며 빠르게 계단을 향했다.

진화의 외침을 따라,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순식간에 나한들을 뛰어넘어 계단을 올랐다.

다른 금동십팔나한들이 놀라서 그들을 돌보았지만, 이미 남궁 선발대회 일행 모두가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각우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저! 뇌기라니……!”

각우는 어떤 기척도 없이 시험을 지켜본다는 원칙도 잊은 채, 계단을 손가락질하며 숨을 꺽꺽댔다.

각우가 손가락질한 곳에는, 남궁세가 선발대회 출신들이 쓰러진 금동나한들을 뛰어넘어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그것도, 무더기로.

댕-댕-댕-댕-!

통과를 알리는 종소리가 쉬지 않고 울리는데, 그때마다 각우는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 얼얼한 기분이었다.

“이게 무슨……!”

이제 남은 사람들은 남궁구와 남궁교명, 호명기와 유경제, 관서겸뿐이었다.

그들은 마치 이제야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겠다는 듯, 검과 창에서 희미한 빛을 피어 올렸다.

잠시 후.

댕- 댕- 댕- 댕- 댕-!

시험의 마지막 다섯 번의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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