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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48)화 (48/425)

남궁마제

벼락 진(震) 될 화(化) : 드러내다(3)

양청현 제갈세가의 장원.

본가가 있는 곳은 진현이었지만, 정의맹에 가주가 있는 터라 이곳이 본가 취급을 받았다.

동의생 이상인 제갈후현과 제갈용성도 제갈의 장원에 머무르고 있었다.

날이 저문 밤.

제갈용성이 급하게 소가주전을 찾았다.

“형님!”

“무슨 일이냐?”

조심스럽지만 다급함을 전혀 숨기지 못하는 표정.

제갈후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제갈용성을 보았다.

“큰일 났습니다! 사망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무슨 사망자?”

이미 짐작 가는 부분이 있었지만 모르는 척 물었다.

“남궁진휘가 이미 움직였습니다. 동의장과 부장들을 불러들였다가, 부장 오개는 다시 낙양으로 갔답니다.”

“어허, 영문을 모르겠으니 소상히 설명하래도.”

제갈후현의 눈이 진득하게 제갈용성을 눌렀다.

제갈용성은 집요하게 자신을 누르는 제갈후현의 눈빛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책임질 말은 알아서 피하라는 뜻인가? 지금 상황에서도 이 사람은……!’

무서운 자.

그의 형님은 무서운 자였다.

제갈용성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낙양에 있던 동의생들 파견지에서 습격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 사망자가 둘이나 나왔는데…… 그게 단천문 소속이라고 합니다.”

제갈용성의 말에, 제갈후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어떻게 죽었지?”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만, 의선문에서 검시를 한다고 합니다. 이러다가 혹시 약을…….”

“닥쳐라!”

매서운 살기가 제갈용성을 때렸다.

제갈후현의 눈빛이 마치 독니를 드러낸 듯 제갈용성을 향해 번뜩였다.

“입조심해.”

“예, 예…….”

“항상 이르지 않았더냐. 그것에 대해서는 절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마라. 너만 입 밖에 내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입단속을 시키는 동시에, 말이 새어 나가면 제갈용성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협박이었다.

그걸 알아들은 제갈용성이 벌벌 떨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남궁진휘가 오개를 다시 보낸 이유는?”

“아, 침입자들이 그곳까지 침범한 경위 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시종일관 냉정한 태도를 보이던 제갈후현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제갈용성에게 다가가 가까이에서 눈을 마주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망자의 시신을 확보해라.”

“예?”

“네 말대로 그자가 무엇을 알아낼지 알 수 없지 않느냐. 의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아, 아! 그, 그렇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시체를 가져와. 단천문에 던져 주고 어서 태워 버리라고 해.”

“충!”

제갈후현의 강렬한 눈빛에, 제갈용성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모르게 충직한 가신처럼 대답하는 제갈용성의 모습에, 제갈후현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용성아, 안되면 전부 없애 버려야 한다.”

“충!”

제갈용성이 충직하게 답하고, 소가주전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탁탁. 탁. 탁……. 탁……. 탁…….

급히 달려가는 듯하던 발소리가 잦아들었다.

“대체 왜 죽었지?”

정말로 의아한 듯한 목소리.

“일이 미묘하게…… 잘 풀려 버렸네? 후후후, 물을 흐려 놔도 좋고, 뒤집어씌운다면 금상첨화라…….”

어둠 속에 낮은 웃음소리가 흘렀다.

* * *

남궁세가 장원, 진화의 별채 뒷마당.

일과표상, 오후에는 각자 수련을 위해 움직였다.

갑 조도 이때만큼은 뿔뿔이 흩어졌는데, 현오는 소림으로, 팽가 형제는 팽가 장원으로 갔다.

그리고 진화와 남궁구도 장원에서 따로 시간을 가졌다.

“사망자가 나온 모양이야.”

기다렸다는 듯 나오는 남궁구의 말에 진화가 눈을 크게 떴다.

“우리 쪽이야?”

“그건 잘 모르겠어.”

“동의생 임무 중에 사망자라…….”

“어떻게, 시체 신원을 조사해 볼까?”

남궁구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진화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형님과 우리 쪽 사람들 옆에 있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될 일이야. 그거 알아내겠다고 네가 자리를 비우면 곤란해.”

“야, 그 일단 지켜만 보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냐? 진휘 형님은 무슨 수리부엉이인 줄! 안 그래도 능구렁이가 완전히 요괴가 됐는지, 조금만 방심해도 고개가 막 아무 방향으로나 척척 돌아가! 간 떨려 죽겠다고!”

남궁구의 죽는 소리에 진화가 피식 웃고 말았다.

결국 남궁진휘의 지척까지 갔었다는 생색이었기 때문이다.

“시체는 우리 관심사가 아니야. 중요한 건 형님과 남궁의 안전이지, 정의무학관의 사건이 아니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형님, 남궁 소가주의 안전이야.”

진화의 말에 남궁구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그러니까 그래도 무슨 일인지는 알아야 대비를 하지. 게다가 진휘 형님이랑 다른 선배들이 나뉘면, 내 몸은 하나라서 한쪽만 따라가게 된다고.”

“하긴, 손이 모자라긴 하네.”

“마음 같아서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야.”

남궁구의 말에 진화가 씨익 웃었다.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이면 금상첨화겠네?”

“왜, 왜 또 그렇게 웃어?”

진화의 웃음에 남궁구가 불안한 듯 주춤거렸다.

그때, 그들이 있는 곳으로 누군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누군가를 확인 한 남궁구가 얼굴을 구겼다.

“이건 아니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면서.”

“저건 고양이가 아니라 개지! 미친개!”

“흥, 내가 할 소리다. 개 구(狗)!”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투덕거리며 서로를 향해 싫은 티를 팍팍 냈다.

그리고 진화는 둘의 관계가 어떻든 관심이 없었다.

“같이 움직이다가 따로 떨어지게 되는 경우, 진휘 형님은 교명에게 맡기고, 넌 선배들이랑 움직여.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려면 교명보다는 네가 나으니까.”

진화가 남궁구에게 말했다.

그리고 남궁교명을 보았다.

“남궁도에게 받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진휘 형님의 곁에 붙어 있을 필요가 있잖아?”

“그렇긴 한데…….”

“형님이 지금 그 약과 관련한 일을 조사 중이다. 혹시 형님 주변으로 남궁도 쪽 움직임도 있는지 살피기엔 네가 적당해.”

진화의 말에 남궁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도가 그에게 소가주를 살피라고 한 것을 보면, 언젠가 남궁진휘에게 마수를 뻗을 생각도 있는 것이라.

남궁교명이라면 아는 얼굴을 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걸리는 것은…….

남궁교명이 남궁구를 힐끗거리자, 남궁구가 발끈했다.

“내가 훨씬 이전부터 다 알았거든!”

“그래?”

“그래! 다! 다!”

“그래, 뭐.”

남궁교명이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그동안 진화와 남궁구가 보이는 신뢰 관계를 보며, 어느 정도 눈치를 채긴 했었다.

게다가 복수를 위해 진화의 손을 잡기로 한 이상, 남궁교명은 진화의 명에 딴지를 걸 수도 없었다.

“내부와 외부 상관없어. 각자 형님과 선배들의 움직임을 쫓고 행적을 파악한다.”

“파악해서?”

“당연하잖아. 진휘 형님에게 위험한 일은 제거해야지.”

순간, 진화의 눈이 시릴 정도로 매섭게 빛났다.

등짝이 서늘해지는 눈빛에, 열부 났네, 어쩌네 하려던 남궁구도 조용해졌다.

“진휘 형님이 지나가다 하신 말로는, 그 약과 같은 효력이나 증상을 보이는 징조가 정의무학관 내부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했어. 그 일과 연관이 됐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사망자가 나온 일이야.”

진화의 말에 남궁구와 남궁교명의 얼굴도 심각해졌다.

사실 진화는 긴가민가했다.

기억상 지금이 남궁진휘가 죽었던 시점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낙양의 파견지에선 본래 외부 침입자가 많다고 했으니, 정말로 임무 중 사고일 수 있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이번 사망 사건이 형님이 조사 중인 것과 연관이 있다면, 배후가 진휘 형님과 선배들을 노릴 수도 있어.”

“어느 쪽에서 움직이는지 확인할까?”

“아니. 그거 확인하려다 두 사람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칠 수 있어. 앞에서 말했지만, 우린 진휘 형님과 선배들의 안전만 챙기면 돼. 그러니까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이 행적만 놓치지 마.”

진화는 지난 생에서 남궁진휘와 함께 죽었던 남궁구를 떠올리며, 단단히 당부했다.

본의 아니게 사람들의 이목을 끈 터라 직접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진화의 말에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남궁구의 눈빛은 조금 묘했다.

유독 심각해 보이는 진화를 보며, 남궁구의 눈빛이 깊어졌다.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사라지고, 진화는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한참 보고 있었다.

남궁진휘와 함께 죽었던 남궁구.

그가 또다시 자신의 명으로 남궁진휘와 엮이고 있었다.

제가 본 남궁구는, 위험 지향형이면서도 경계심이 높고 조심스러운 인물이었다.

‘진짜 미친개는 저놈이지.’

위험스러운 비밀을 즐기면서도 제 살길은 기가 막히게 찾아 놓는 후각의 소유자.

그런데 그 남궁구조차도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기억에 없는 백의생들…….

죽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특히 진화의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들의 죽음이 그렇게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당시 남궁에는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죽은 면면을 생각하면, 전 무림에 난리가 났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건이었어. 그런데도 맹 차원의 조사가 그렇게 흐지부지 끝났다는 건, 누군가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 대체 그들의 죽음 뒤에 무엇이 있었기에…….’

그래서 진화는 새로운 인물, 변수를 끼워 넣었다.

과거 남궁진휘의 죽음으로, 소가주 자리를 노렸던 남궁교명.

그리고 지금은 남궁진휘의 죽음을 막기 위해 진화의 명에 따르는 남궁교명.

‘복수를 위해 나와 손을 잡았지만, 남궁을 위하는 마음만큼은 진짜로 보인다. 내가 알던 소가주 남궁교명과 다르게 말이야.’

헷갈렸다.

소가주라는 자리와 일신의 안전을 위해 남궁세가의 멸문에 일조했었던 그와 달라서.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진화의 우선순위는 명확하다.

‘진휘 형님한테 무슨 일 있으면 너부터 죽일 거다.’

남궁을 흔드는 건, 아무것도 없어야 했다.

진화의 눈동자에 푸른 뇌전이 내리쳤다.

* * *

관도회주의 집무실.

남궁진휘가 한창 업무를 보고 있는데, 호현기가 들어왔다.

“회주님, 이틀 뒤 저녁쯤 양청현으로 들어올 것 같답니다.”

“그래? 수행은?”

“이제까진 문제가 없었고요. 황군에서 수행을 해 줬는데, 미친 게 아니면 못 덤비죠.”

“하긴. 하후 대장군께는 시체를 인계받고 감사 서신을 전하도록 하지.”

“예.”

낙양 동의생들의 임무는 성벽의 경계 업무였다.

평소에도 간자들의 출입이 잦아서, 전투가 적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의무학관 소속 동의생들이 둘이나 죽었기에, 장군부에서는 특별히 동의생들과 맞붙은 침입자들의 시체 두 구도 내주었다.

그리고 낙양에서 양청현까지, 동의생들과 침입자들의 시체를 인계해 주기까지.

“단천문에서는?”

“여전히 검시는 원하지 않고, 시신을 하루라도 빨리, 최대한 온전한 상태로 유족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야.”

“그렇죠.”

하루가 멀다 하고 죽음을 바로 인계해 달라는 단천문의 전갈과 사람들이 왔다 갔다.

문파의 제자에 가족이라면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난 왜 자꾸, 그 사람들이 시체가 언제 오는지 확인하려는 것 같지?”

“사람이 꼬여서요?”

남궁진휘가 고개를 들어 호현기의 얼굴을 보자,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과민하다고 생각하나?”

“언제나 그렇듯 철저하신 거죠. 게다가 그 단천문 소속 둘은 저희 쪽에서 주시하던 이들이고요. 다만 유족이 반대하는 검시입니다. 시체가 들어왔다는 걸 들으면, 그들이 당장 내놓으라고 난리를 칠 겁니다.”

호현기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이다.

아무리 의심 사항이 있더라도, 세상은 자식과 제자를 잃은 유가족의 편이다.

호현기는 여기서 남궁진휘가 우겨서 일을 진행했다가 오히려 남궁진휘의 명성에 좋지 않을 것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남궁도의 그 약이 정의무학관에 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반드시 검시는 해야 해.”

“의선께서도 약을 알아내려면 몸을 열어 간과 신장을 봐야 한다고 하셨죠. 하지만 만에 하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면, 유족들이 소가주님을 물고 늘어질 수 있습니다.”

“침입자들에게 수상한 점이 있었다. 그래서 사망자의 검시가 꼭 필요하다. 그렇게 알리고 막아. 만약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내가 져야지.”

남궁진휘의 눈빛이 단호했다.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진짜라면 무림에 피바람을 부를 사안이었다.

만에 하나라지만, 그 만에 하나가 제방의 둑을 무너뜨리는 법이었다.

남궁진휘는 아버지 남궁성에게 작은 구멍도 놓치지 않는 것이 둑을 지키는 법이라, 그렇게 배웠다.

“양청현에 들어오는 시신의 인계는 내가 직접 간다. 의선께서 검시하는 것까지, 내 눈으로 확인할 거다.”

* * *

다음 날.

“내일 밤이다.”

남궁구가 급하게 진화에게 전했다.

“소가주님이 직접 움직인다는군.”

남궁교명이 덧붙였다.

“그때 그, 시체 관련 일이야?”

“시체를 인계한다는군.”

남궁교명의 말에 진화가 고민에 빠졌다.

‘멀리서도 아니고, 진휘 형님이라면 남궁교명은 알아차리실 거다. 그럼 남궁구만 보내야 하는데…….’

남궁구만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이전 생에서 남궁진휘와 함께 죽었다는 사실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궁진휘의 일이었다.

진화의 시선이 남궁구를 향했다.

남궁구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생긴다 싶으면 신호해야 해.”

“알았어.”

“신호를 보내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갈게.”

의선문은 코 옆이다.

신호를 보고 움직여도 될 거리였다.

하지만 진화는 그마저도 불안했다.

“일이 벌어지면 늦어. 그러니까 조짐이 이상하다 싶으면 신호해! 꼭이다!”

“알았다니까.”

진화의 속도 모르고, 남궁구가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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