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궁마제 (88)화 (88/425)

남궁마제

성낼 진(瞋) 불 화(火) : 보물을 노리는 이들(7)

의선문이 혼잡해졌다.

백 구가 넘는 시체들.

비영문이 귀천성에 귀속된 것이 확실해진 지금, 그들의 시체는 모두 검시 대상이었다.

양청현에 있는 모든 의원들이 달라붙어서 시체들의 용모와 특징, 사인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하루에도 십여 구의 시체들이 화장장으로 갔다.

양청현 외곽에 있는 화장터에서 연기가 꺼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경계는 서는 무사들과 외부의 의원들까지 돌아다니는 부산스러운 상황에서도 분위기만큼은 엄숙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해례본의 도난으로 순식간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그 많은 적호단이 의선문을 헤집고, 의선문 내에서도 의원들이 이리저리 연락을 받고 뛰어나왔다.

적호단은 출입 명부에 있는 의원들의 행적과 그들의 호위했던 적호단원들까지 꼼꼼하게 확인에 들어갔다.

그러나 수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신분과 행적이 뚜렷하고, 적호단원들도 대부분 자신들이 맡았던 의원들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수상한 행동을 했다는 사람도 없었다 하고요.”

적호단주 팽치가 정의맹 회의에 사안에 대해 보고를 올렸다.

짧은 시간 동안 십수 명의 의원과 관계자들, 적호단원들까지 모두 조사한 것을 보면, 적호단주가 얼마나 바쁘게 움직였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싫은 소리가 영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 대체, 냉고에 있던 그것이 어디로 사라졌다는 겁니까?”

청성파 장로, 부절검 이나용이 적호단주를 탓하는 말을 꺼냈다.

청성파 또한 아직도 전쟁 중에 있는 대표적인 문파로, 이나용은 평소에도 적호단이 청성으로 지원을 가야 한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때와 장소는 적절한 대신, 상대가 좋지 못했다.

“쓰불, 지금 나한테 따지는 거요?”

“……!”

적호단주 팽치를 수식하는 말은 여럿 있었다.

경격권, 무림제일권, 정의맹의 맹호, 적호 등등.

하지만 가장 많이 불리는 별명은, 미친 호랑이였다.

‘미친 빨간 머리, 눈이 돌아갔군!’

물론 외적으로보다 내적으로 많이 불리는 것도 있었다.

시정잡배처럼 변한 어투에 핏발이 서며 붉어진 눈을 보자면, 그것만큼 잘 어울리는 별명도 없다 싶었지만 말이다.

“천리추종향이 묻어 있었다고 알고 있소만?”

상자와 죽간에 천리추종향이 묻혀 있다고 들어, 다들 금방 범인을 잡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적호단주의 대답은 그들의 생각을 벗어났다.

“정의맹의 사냥개란 사냥개는 다 풀어서 찾았습니다. 그런데 개새끼들은 한 군데밖에 안 가더군요.”

“찾았다고?”

“화장터에 있었습니다.”

“아아!”

“어쩐지 온 동네 개들이 미친 듯이 짖더니만…….”

남궁조의 말에, 사람들은 어제 하루 종일 짖던 개소리를 떠올렸다.

사그라들지 않은 피 냄새와 화장터에서 퍼진 살 타는 냄새에 흥분한 것이라 넘겼는데…….

“연기를 타고 천리추종향의 냄새가 죄다 퍼져 갔겠군.”

“애써 묻혀 둔 것이 소용없게 되었습니다.”

“해례본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없애려 하다니!”

“해례본이 없다면 역천비록은 어찌합니까?”

“큰일이군요.”

이제 모두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하지만 적호단주는 아직 멀었다는 듯 비릿하게 웃었다.

“반쯤 탔습니다. 비영문주의 시체와 함께 타고 있더군요.”

“……!”

“비, 비영문주의 시체라고?”

적호단주가 쏜 화살에, 사람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검시방 냉고 출입구는 하나고, 냉기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구멍은 없지 않나?”

“빙결관에 물을 넣을 구멍 하나 있습니다. 다만 쥐새끼도 못 드나들 만큼 작죠.”

“허……!”

검시방 냉고는 철통이었다.

실제로 비영문이 일으킨 화재에도 부검실 냉고만큼은 안전했을 정도였으니.

게다가 하나 있는 냉고의 문 앞과 부검실 앞, 그리고 검시방 별채 전체를 적호단이 에워싸고 있었다.

그래서 검시방 냉고에 비영문주의 시체와 해례본을 넣어 두고, 막 역천비록까지 보관할 참이었다.

심지어 해례본이 없어진 것을 본 의원과 적호단원이 왔을 때만도 비영문주의 시체도 함께 없어진 줄 누구도 몰랐다.

적호단주 팽치의 눈이 돌아간 것이 그 시점이었다.

“비영문주의 시체가 어떻게!”

“시체가 사라지는데 그걸 본 사람이 없단 말인가!”

대체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게다가 맹주를 비롯해서 연합 회의의 실세라 할 수 있는 자들이 조용했다.

특히 총군사인 제갈가주와 남궁조, 무당파 운허의 얼굴이 무겁게 굳어 있었다.

격하게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그들의 눈치를 보며 잠잠해질 즈음, 제갈가주가 입을 열었다.

“둘 중 하나겠군요. 시체에 발이 달려 그걸 훔쳐 나갔거나, 귀천성의 그자가 나타난 것이겠지요.”

“그자라면?”

“무량부술…… 혼현마제 말이오.”

“헉!”

“그자는 죽었지 않소!”

“그자의 후대가 나타난 것이란 말이오?”

운허 도사의 말에 몇몇 이들의 신음을 내었다.

지금의 세대보다 조금 더 윗세대에게, 혼현마제의 이름은 악몽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정의맹에 있는 사람들에게 혼현마제는 귀천성의 군사로 지난 대반격에 죽은 자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운허 도사를 비롯한 거의 모든 전쟁을 겪은 이들에게 혼현마제는.

“단주, 지난번 제갈무진이 다룬 것이 현홍사로 추정된다고 했던가?”

“예.”

“하, 하지만 단지 현홍사만으로 혼현마제를 연결하는 건 이르지 않겠습니까?”

“늘 그렇듯, 판단은 이른 것이 늦는 것보다 나을 것이오. 현홍사는 혼현마제의 독문무기였소.”

“게다가 현홍사로 사람을 현혹하는 환위와 시체를 조종하는 사술을 부리는 것은, 그자의 대표적인 술수였습니다. 그자의 술수가 시체를 움직이고 목격자들의 눈을 가렸을 겁니다.”

운허 도사의 말을, 남궁조가 살을 덧붙였다.

그들의 말에 분위기는 거의 혼현마제의 등장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제갈무진이 혼현마제의 후인이라 생각하십니까?”

“확신할 순 없지만, 글쎄요, 지금은 달리 집히는 곳이 없소이다.”

“허어! 아미타불…….”

승리는 잠깐이었다.

오히려 승리감에 젖어 있던 사이, 중요한 해례본이 없어졌다.

게다가 비영단주의 시체까지.

버젓이 정의맹이 경계를 서고 있는 의선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완벽한 농락(籠絡).

딱 혼현마제가 할 만한 짓이 아니던가.

제갈세가에서 나온 배신자 문제를 잘 봉합했다고 생각했는데, 산 넘어 산이라고.

혼현마제의 흔적이 분위기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그래, 적호단주는 어찌하기로 하였소?”

“의선문의 모든 출입자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자가 있다면, 행적을 낱낱이 확인할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로.”

검시방 출입자가 아니라 의선문 전체의 출입자.

비영문의 일로 외부 의원들까지 출입하고 있어 조사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졌지만, 혼현마제의 후인이라면 어떤 한 부분도 놓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처사였다.

어떤 것이라도 협조하리라.

그런데 적호단주의 매서운 눈빛이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 향했다.

“총군사께선 의선문에 왜 들르셨습니까?”

적호단주가 제갈가주를 향해 추궁하듯 묻자, 사람들이 당황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보았다.

“저, 적호단주!”

“어허, 이 사람아, 아무리 그래도!”

제갈세가와 연이 깊은 점창파와 당문의 장로가 제갈가주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적호단주 팽치가 제갈가주를 노려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고, 제갈가주는 덤덤한 눈으로 그 시선을 마주했다.

아슬아슬한 침묵이 흐르고.

“의선문에서 제갈후현을 본 후 행적이 어찌 되십니까?”

“……내 아버님을 뵈러 갔네.”

제갈가주가 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자 물어본 적호단주와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더 서늘하게 굳었다.

대반격의 주역이자 오직 지략만으로 천하십이좌에 든 천수현인 제갈길현.

사실 그는 혼현마제와 환희마제의 환술에 당해 십여 년째 혼수상태로 있는 중이었다.

요즘 제갈세가의 상황을 상기한 이들은, 아버지를 찾은 제갈가주의 마음을 지레짐작하며 동정 섞인 눈빛을 보냈다.

* * *

천수현인(千手賢人) 제갈길현.

제왕검과 패왕도, 관운현신과 함께 대반격을 지휘한 지략가.

제갈세가를 지금의 위치에 올린 가주였고, 지금 정의맹의 체계를 만든 초대 군사였다.

하지만 지금도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심심찮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제왕검과 패왕도, 관운현신과 달리, 제갈길현은 사람들의 입과 뇌리에서 잊혀 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무림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버지, 꿈속에서 아직 길을 찾지 못하셨습니까?”

제갈가주가 침상에 잠든 듯 누워 있는 제갈길현을 보며 물었다.

“천하의 천수현인이 혼현마제와 환희마제의 환술에 아직까지 갇혀 있다니. 깨어나 십오 년이 넘게 흐른 것을 아시면, 창피해서 다시 잠들고 싶어지실 겁니다.”

현 제갈가주의 별호, 현우수사(賢宇數士).

현인의 집에 있는 셈이 빠른 인재라는 의미였다.

아버지 천수현인의 그림자가 짙은 별호였지만, 제갈가주는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그만큼 그의 아버지를 존경했기에.

“잠드실 적보다 위대한 가문을 만들어 놓고 싶었습니다. 아버질 그렇게 만든 이들을 용서하고 싶지 않았고, 아버지의 이름을 다른 모든 이들의 이름 위에 올려놓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패했습니다.”

아버지를 향해 하는 말이 제갈가주 자신의 폐부를 찌르는 듯했다.

결코 그의 아버지 앞에서는 하고 싶지 않았던 말이었기에.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걸까요?”

두 명의 자식을 잃었다.

살아 있을 때 그들을 대놓고 아낀 적은 없으나, 죽기를 바란 것은 결코 아니었다.

“후현이마저 누웠습니다. 그 아이라면, 아버지나 저처럼 환술 따위에 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싸우는 제갈을 만들 거라 기대했습니다만, 그도 틀어지고 말았습니다.”

제갈무진이 아이들의 균열을 파고들었다.

그걸 비집고 어리고 성긴 정신을 파헤쳐 교묘하게 조종한 것이라.

“저의 죄입니다.”

애초에 아이들 사이에 균열을 만든 것이 자신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피를 토하듯, 아버지에게 죽기보다 싫었던 고백을 하고 있었다.

“용서받지 못할 것입니다. 제갈무진이 혼현마제의 후인이라는군요. 눈치채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혼현마제.

대체 그 이름과는 얼마나 악연이기에 자신의 가문을 이토록 불행하게 한단 말인가.

“하나 한번 실패했다 해서 물러설 생각은 없습니다. 제갈무진을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게 죽일 겁니다, 반드시!”

덤덤해 보였던 제갈가주가 결국 복받쳐 오르는 살심에 이를 악물고 제 결심을 전했다.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제갈가주가 누워 있는 아버지 제갈길현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버지처럼 되고자 했으나 실패했으니, 이제 제 방식대로 할 차례였다.

‘아버지께서 만들고자 했던 가문의 미래와 멀어졌으나, 되었습니다. 조금 더 멀리 보지요.’

문밖으로 나갈 때, 제갈가주는 들어온 그대로 흐트러짐 없이 덤덤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분명 이전과 달라진 점은 있었다.

* * *

제갈후현이 온몸에 침을 꽂고 죽은 듯 누워 있었다.

그 옆으로는 단승호가 침상에 누워 있었다.

“남자의 알몸을 구경하는 취미는 없는데 말입니다.”

“……환자가 있는 곳입니다. 정숙하시지요.”

남궁진휘가 못 볼 것을 본다는 표정으로 제갈후현에게서 떨어지며, 당연한 듯 진화의 눈을 가렸다.

그 모습에, 백소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의선문 검시실이 터져 나가도록 채워진 시체 태반을 저기 저, 요괴 같은 남궁진화가 만들었는데, 고작 알몸 정도로 눈을 가리다니.

남궁의 교육은 참 이상하다 타박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고작 주의만 주고 말았다.

제갈후현과 단승호가 누운 침상 맞은편, 비어 있는 침상이 두 개였다.

그중 한 곳에, 남궁교명이 가서 익숙한 듯 상의를 벗었다.

“오, 교명, 기혈이 거의 돌아왔네. 꾸준히 시침을 받으면, 위험한 상황은 없을 듯하군. 축하하네!”

남궁교명을 진맥한 백소하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남궁교명 또한 입가에 미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어떤 동병상련의 감정을 공유하며, 둘이 말을 놓을 정도로 친해진 듯했다.

그런 두 사람, 정확하게 남궁교명을 보던 진화는 말없이 하나 남은 빈 침상으로 갔다.

그리고 윗도리를 벗으려는데…….

“진화야, 혹 음흉하게 본다든가 하면 날려 버리거라.”

“사, 사람을 뭐로 보시는 겁니까!”

남궁진휘의 당부에, 백소하가 질색 팔색 하며 소리쳤다.

오히려 남궁교명이 창피해하는 동안, 진화는 제 몸을 보았다.

이제 성장기가 시작되어, 온몸의 골격이 커지고 근육이 제법 단단하게 올라붙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환골탈태 때문인지, 아니면 온몸에서 번뜩이는 뇌기를 천뢰제왕심공이 잘 제어하고 있는 덕분인지. 진화는 빛나는 듯한 피부와 탁기 없이 맑은 내부 외에도 이전보다 더 크고 단단한 몸을 하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이전 생보다 더 당당한 체격을 가질 수 있을 듯했다.

‘많이 달라졌구나. 아니, 많이 다르구나.’

진화는 제 몸을 살펴보며, 스스로도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제 몸을 보며 감탄하고 있는 듯한 이상한 광경이었으니.

조용한 분위기를 느낀 진화가 고개를 들었을 땐, 남궁진휘와 백소하, 남궁교명이 그를 보고 있었다.

“…….”

“새삼 자신의 몸이 마음에 드십니까?”

“하하하하, 형은 다 괜찮다.”

눈으로 욕을 하는 남궁교명, 돌려서 욕하는 백소하, 욕은 아닌데 해명하고 싶은 남궁진휘까지.

반응은 달랐지만, 그들 모두 ‘스스로에게 반한 미친 사람’을 보는 눈으로 진화를 보고 있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놀란 진화가 다급하게 변명을 하려 했다.

그런데 하필 그때, 의선이 들어왔다.

“다 모여 있었는가. 이렇게 증상별로 병자를 골고루 모아 놓게 될 줄은 몰랐군. 허허허허!”

의선의 말이, 네 사람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전해졌다.

오늘의 자리는 의선이 그들을 한자리에 모두 부른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부름에 의아했다.

더욱이 지금은 연구할 수 있는 해례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역천비록은 어찌 되었습니까? 연구가 중단되는 것입니까?”

진화가 의선에게 물었다.

흑수정같이 빛나는 동시에 암흑처럼 깊던 눈동자가, 오늘은 불안감을 담고 있었다.

이제야 제 또래 소년으로 보이는 듯도 하여, 의선의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역천비록은 계속 연구할 수 있을 듯하구나.”

“방도를 찾으셨습니까?”

남궁진휘가 놀랍다는 듯 물었다.

남궁교명과 백소하도 기대감을 가지고 의선을 보았다.

귀천성이 해례본을 없앤 것은 역천비록의 연구를 방해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자신들에게는 해례본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라.

“귀천성의 첩자가 해례본을 보기 이전에 그 해례본을 본 사람이 있더군. 한번 본 것은 잊지 않는 사람이라, 바쁜 와중에도 연구에 협조해 주기로 하였네.”

“제갈무진 이외에 연구를 하던 사람입니까?”

남궁진휘가 물었다.

의선이 싱긋이 웃으며 답을 하려는 그때, 답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제갈무진에게 해례본을 맡긴 사람일세.”

“제, 제갈가주님?”

부검실, 아니 임시로 마련된 연구실에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제갈가주였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지. 의술에는 재주가 없으나, 단지 해석이라면 도움이 될 것이네. 제갈무진의 연구분을 따라잡으려면 제법 바쁘겠군.”

제갈가주의 등장에, 진화는 물론 남궁진휘와 남궁교명, 백소하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