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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101)화 (101/425)

남궁마제

보배 진(珍) 꽃 화(花) : 화룡점정의 의미(1)

이전 생.

교성흑오대의 역할은 도망친 정파 기수들을 쫓는 것이었다.

촤르르르!

“사슬을 끊어라!”

채앵! 챙-!

“먼저 가십시오.”

“아니, 네가 무사들을 이끌고 먼저 가라.”

“하지만……!”

“너희가 없는 편이 더 낫다. 전부 죽이고 따라가마.”

단호한 진화의 말에 그의 부대주가 입술을 짓씹었다.

진화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화가 말없이 쇠사슬을 손에 감고, 결국 부대주는 수하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들을 이끌었던 대주를 던져 주고 도망해야 하는 순간임에도, 수하들 중에 살아 돌아갈 수 있다는 데에 안도하는 몇몇이 보였다.

“젠장! 반드시, 꼭 살아오십시오.”

부대주의 말에 진화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빠르게 도망가는 수하들의 등을 확인한 후, 진화가 손에 쥔 사슬에 뇌전을 흘렸다.

파지지지지----!

파팟-!

진화의 눈에서 푸른 안광이 뿜어져 나오고, 넘실거리는 뇌전이 사슬을 움직여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펑-! 펑펑---!

“크아아아악---!”

흑면을 쓴 죽음의 까마귀.

웃기는 소리다.

가면으로 피와 살로 이뤄진 인간의 육신을 가려 보았자, 그걸 꿰뚫은 고통에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으리라.

“뇌왕---!”

거친 사자후가 진화의 머리 위에서 울렸다.

나무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며, 사자의 갈기처럼 머리칼을 휘날리며 분노한 거미귀신이 진화를 덮쳐 왔다.

“새끼들 다 죽고 나서 온 주제에 왜 지랄이야.”

파지직---!

진화의 눈동자에 번개가 내리쳤다.

촤롸라라라--!

“죽인다, 뇌왕!”

분노한 뇌평의 목소리를 들으며.

진화는 거미귀신의 손에서 순식간에 뽑혀 나오는 현홍사 하나하나를 눈여겨보았다.

어느새 사슬을 놓고 두 손을 들었다.

파지지지지지직----!

수백, 수천의 번개가 양 손바닥에서 번뜩거렸다.

“남은 속이 끓다 못해 터져 나갈 듯한데, 네놈은 이제야 화가 난 게냐. 그거 참, 열 받네.”

콰광-! 쾅쾅!

진화의 번개가 수십 개의 현홍사 하나하나에 떨어졌다.

“크아아아악!”

현홍사를 타고 올라간 수십의 번개가 뇌평의 온몸을 관통했다.

그렇게, 이전 생의 진화는 승현 뇌평을 죽였다.

* * *

“너무 한 번에 죽였지.”

“크하하하하! 애송이, 뭐라는 거냐!”

쉐에에엑-!

“큿!”

진화의 검이 뇌평의 현홍사를 가르고 그의 눈앞을 지났다.

멈칫한 뇌평의 앞에 진화의 얼굴이 보이고…….

“너무 쉽게.”

퍼-억!

“크억!”

뇌평의 복부에 검이 없는 진화의 왼손이 꽂혔다.

뇌평이 복부를 잡고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너, 너, 뭐야!”

경악에 찬 목소리.

기겁한 뇌평의 얼굴을 보며, 진화가 피식 웃었다.

“겁에 질린 거 보니까 좋네.”

이전이라면 모를까.

더 이상 귀천성을 두려워하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안 이상, 진화는 이제 적을 앞에 두고 자신의 경지를 숨길 이유가 없었다.

확실하게 죽이면 그뿐이리라.

이전에도 뇌평을 죽였다.

그리고 진화는 이미 이전의 경지를 따라잡았다.

콰광! 쾅!

뇌평을 보는 진화의 눈동자에 번개가 번뜩였다.

* * *

잠시 사내를 붙잡고 있어 주기만 바랐는데.

진화가 사내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자, 각우가 마음 놓고 날뛰며 교성흑오대를 때렸…… 터뜨렸다.

“허! 전에 저 땡중이 베개로 비영문도들을 때려잡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쉐에에엑-!

실전을 겪어 본 경험이 있어서일까.

남궁구가 농담을 던지면서 검을 휘둘렀다.

끝도 없이 몰려드는 적을 보며 자꾸 몰려드는 긴장감을 떨쳐 버리기 위함도 있었지만, 실제로 조금 여유가 있기도 했다.

파팟-!

천풍신법으로 이리저리 오가며, 몰려드는 적의 진형을 파헤쳤다.

난전 상황에서 천풍신법만큼 자유로운 경공은 없으리라.

뻐---억!

“우앗!”

도무지 사람을 때리는 소리 같지 않은 소리에, 남궁구가 깜짝 놀란 듯 각우를 보았다.

“와, 그 사부에 그 제자도 아니고, 땡중 너처럼…… 현오?”

현오를 향해 농담을 하려던 남궁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촤르르르---!

퍼-억!

“죽어!”

어느 때든 투실투실한 볼이 출렁이게 웃어 대던 땡중은 어딜 가고, 야차같이 험악하게 얼굴을 구긴 사내가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현오야, 중심 잡아라.”

“크으, 놈들이 대사형을 노렸어요! 현각 사형이 위험했다고요!”

“현오야!”

“제기랄, 죽어!”

말리는 나한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현오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주먹을 뻗었다.

현오의 옆에 있던, 현 자 배의 대사형 현각이 나한진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현각은 옆구리 한쪽이 뜯어진 듯 피를 흥건하게 흘렸고, 제갈상이 붙어서 그의 옆구리에 금창약을 들이붓고 있었다.

그러나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으아아아아-!”

파파파파파파-앗!

퍼-엉!

금강나한공이 땅을 뚫고 사슬과 함께 교성흑오대 한가운데서 폭발했다.

‘현오, 저 녀석!’

각우의 시선도 현오를 향했다.

“크아아아아아악---!”

현오가 저래서 앞이 보일까 싶을 정도로 눈물을 흘리며 날뛰었다.

“크흡! 죽어! 죽어! 이 미생만도 못한 것들아! 죽어-!”

그때.

퍼—억!

현오의 옆으로 나하연이 왔다.

위험하게 움직이는 현오의 옆으로 나하연이 함께하면서, 현오의 빈틈이 줄었다.

그리고 파괴력은 배가되었다.

뻐어어억--!

나하연의 주먹에 맞은 교성흑오대원의 머리가 뒤통수부터 터져 나갔다.

그 뒤로 현오가 교성흑오대 다섯의 가슴뼈를 부숴 놓았다.

서로의 움직임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공격에 더 강한 공격만을 퍼부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교성흑오대의 움직임을 잡아 두었다.

각우는 물론 현오와 나하연의 활약으로 교성흑오대의 파상공세가 잦아들고, 영리하게 움직인 남궁구와 당혜군의 보조에 정의무학관 쪽에도 여유가 생겼다.

그 모습을 보며 뇌평이 입술을 깨물며 인상을 구겼다.

“제길!”

뇌평은 어쩐지 문혜에게 당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교성흑오대를 이끌어 달란 말에 왔더니, 그냥 애송이라는 홍의생들의 실력이 절정 이상만 십여 명이다.

게다가 나한들의 숫자도 들은 것보다 훨씬 많았다.

문혜는 이전 평가시험 정보를 뇌평에게 제공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유별난 홍의생들 덕에 나한들의 숫자가 대폭 늘어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자식!”

쉐에에엑!

“큿!”

“한눈팔다니, 섭섭해지네.”

들은 것과 가장 큰 차이가 있는 건 남궁진화였다.

진화는 뇌평을 교성흑오대에게서 떨어뜨리고, 그가 상황을 잘 볼 수 없게 했다.

그리고 시종일관 여유로운 시선으로 뇌평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베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뇌평을 구석으로 몰았다.

슥.

“……!”

뇌평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숲이 있는 곳까지 밀려 나왔다.

“이 영악한 애새끼가! 허! 날 숲으로 오게 한 것이 얼마나 큰 실수인지 알려 주마!”

진화를 향해 이를 간 뇌평이 나무 위로 올라섰다.

그 모습을 보며, 진화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검집에 넣으며 물었다.

“사방에 끊어진 현홍사야. 정말 네가 유리한 것 같아?”

파지지지직----!

“……!”

진화의 말뜻을 알아들은 뇌평이 놀란 눈을 떴을 땐, 이미 그의 주변에 푸른 뇌전에 싸인 현홍사가 뱀의 혓바닥처럼 그를 향해 날름거리고 있었다.

솨아아아아---!

“이런! 크읏!”

황급히 눈앞의 현홍사를 피했지만, 뒤에서 쏘아진 현홍사가 뇌평의 팔을 꿰뚫었다.

파지지직---!

“으아아아악!”

뇌평의 팔을 꿰뚫은 현홍사에 푸른 천둥 번개가 치고, 뇌평은 팔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정신없이 맨손으로 현홍사를 뽑았다.

팟-!

피가 터져 나왔지만, 급히 내공과 근육으로 출혈을 막았다.

“지금 숨는 건가? 도망?”

진화가 번개를 휘둘렀다.

퍼-억!

천뢰장이 벼락을 내리치듯 뒷걸음치는 뇌평의 허벅지를 때렸다.

“으아아아아악---!”

나무 아래, 여전히 현오가 날뛰고 나하연과 각우를 필두로 나한들과 홍의생들이 교성흑오대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현오, 나한들이 현오 쪽으로 몰려 있어. 나한진을 왜 현오의 뒤에 펼치는 거지?’

진화가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그리고 뇌평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현홍사로 앞을 가렸다.

“으아아악! 망할 꼬맹이!”

“시끄러워.”

쉐에에엑--!

‘이쯤에서 끊어야겠군.’

시간이 길어지면, 어쨌든 불리해지는 건 정의무학관 쪽이었다.

많은 수를 죽였지만, 여전히 많은 수가 남아 있었다.

게다가 뇌평의 명이 없더라도, 교성흑오대는 집단 전투에 능한 이들이었다.

노련한 각우가 사슬과 현홍사를 끊고 다니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정의무학관 쪽에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진화의 동공에 푸른 번개가 내리치고, 넣어 놓은 검에 손이 갔다.

그때, 갑자기 모든 교성흑오대가 물러나기 시작했다.

“크읏! 아깝군.”

뇌평이 진화를 노려보며 순식간에 몸을 날렸다.

“누구 마음대로-!”

결코 이대로 보내 줄 생각이 없었던 진화가 검을 휘둘렀다.

천뢰제왕검법 낙뢰(落雷)--!

콰-앙!

쿵! 쿵!

뇌평이 있었던 곳, 커다란 나무가 세로로 쪼개졌다.

“아까운 게 누구인지 모르겠군.”

진화는 검게 낙뢰가 떨어진 자리를 보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뭐야? 왜 그랬지?”

“저거!”

숭산 자락, 산 능선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직 차고 습한 계절에 저절로 불이 날 리 없으니, 누군가가 피워 올린 불일 것이다.

진화와 홍의생들은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곧 짙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그들은 더 이상의 희생 없이 살아남았다.

“흐윽! 사형, 사형…… 흑흑! 크흡! 흑!”

“옮기자!”

나한들이 큰 부상을 당한 나한을 급조한 들것에 옮기고 있었다.

현오가 눈물, 콧물을 비처럼 쏟아 내며 따라붙었다.

진화와 홍의생들이 그 모습을 보았다.

“괜찮으셔야 할 텐데…….”

“괜찮을 거야.”

“그래. 저걸 보면 그럴 것 같아.”

남궁구의 말에 진화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쓰러진 나한의 옆구리에 홍의생들이 저마다 꺼내 놓은 금창약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나한들의 희생이 컸어.”

“……현오는 어쩌냐?”

진화와 남궁구의 대화에, 살아남은 홍의생들 사이에 안도보다는 슬픔과 걱정이 번져 나갔다.

* * *

챙! 챙!

퍼-억! 쿵!

“망설이지 마라! 그냥 죽여!”

적호단주의 명령에, 입술을 질끈 깨문 적호단원들이 인정사정없이 검을 휘둘렀다.

검에 부딪히는 곡괭이.

온몸을 던지며 낫을 휘두르는 사람들.

선량한 농민은 아니었다.

그들 또한 살벌하고 치명적인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적호단원들보다 강할 리 없었다.

하나같이 싸우기엔 사지 중 하나가 없거나, 너무 늙어 버린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개자식!”

대체 언제 이렇게 큰 마을을 지었을까.

이제까지 몰랐던 게 이상할 정도로, 잘 정돈된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예쁘게 정성껏 지은 듯 보이는 집과 소박한 밭.

서민들이 꿈꾸었을 이상적인 평화로움이 깃든 마을.

그러나 적호단이 도착했을 땐, 정겨웠을 마을은 서늘하게 비어 있었고.

목숨을 던져서 적호단의 발목을 잡을 이들만 남아 있었다.

“없습니다.”

“불을 지르고 뜬 것 같지?”

“예. 제갈세가 그림자로 보이는 불에 탄 시체가 있었습니다. 제갈무진의 처소였던 듯한데, 완벽하게 탔습니다.”

“젠장!”

수하의 말에 적호단주가 짓이기듯 욕지거리를 씹어 냈다.

고작 이런 일방적인 살육이나 하자고 온 길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바라던 모습이든 아니든, 마무리는 해야 했다.

“잡아들일 것 없다. 전부 죽여라.”

“충.”

이런 임무가 한두 번은 아니었다.

삶의 희망이 잃은 이들을 농락하듯,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보여 주고 목숨을 이용해 먹는 행태도 한두 번이던가.

명을 내리는 적호단주도, 받드는 단원도 표정이 좋지 못했다.

그때…….

퍼---엉!

“이런 빌어먹을 늙은이들! 제갈무진은 어디다 빼돌리고!”

남궁진혜가 누구보다 단호하게 달려들던 마을 주민을, 아니 주민들을 검면으로 때려죽였다.

그러고도 사방을 노려보는 것이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쟤는 누굴 닮아서 저렇게 인정사정이 없을까요?”

“남궁진휘, 남궁조, 남궁경, 남궁가주, 제왕검? 누굴 택할래?”

“……그러네요.”

“이들이 제갈무진에게 이용당했을지는 모르나, 알지 않느냐? 무고한 자들은 없다. 약하든 강하든 적이다. 전장에서 적에게 마음 쓰지 마라.”

“예!”

귀천성에 대한 신념 따윈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순수하게 제갈무진에게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해 움직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귀천성에 선택된 이들 중 무고한 자들은 없었다.

귀천성의 작자들은 인간의 죄책감을 파고들어 합리화하고 동조하게끔 만들어, 그들이 하는 나쁜 일에 이용했으니까.

적호단주가 죽은 노인의 목에서 눈에 익은 문양의 목걸이를 떼어 냈다.

몰살된 비영문도의 마을이라.

“정말 골수 끝까지 뽑아 먹었군. 빌어먹을 새끼.”

적호단주가 잔인하게 이들을 버린 제갈무진을 향해 욕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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