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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125)화 (125/425)

남궁마제

변하지 않을 진(眞) 죄 화(禍) : 복수는 시작되었다(4)

거대한 절벽 아래 까만 점이 찍힌 듯, 동굴 입구가 있었다.

“개는 누구나 키운다.”

그 동굴 입구 앞에서 제갈무진이 말했다.

그의 곁에는 광룡귀면대 부대주 악수아가 마치 그의 수하처럼 공손하게 서 있었다.

가까이에서 본 동굴 입구는 팔척장신인 악수아가 서도 삼 척은 높고, 양팔을 벌려도 사람 둘은 통과할 만큼 거대했다.

게다가 안은 어디까지 나 있는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악수아가 내심 동굴의 규모에 놀라는 사이, 제갈무진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먼저 동굴로 들어섰다.

“역천제께선 맹견을 좋아하셨지. 개는 본래 늑대의 한 갈래라, 본디 사나운 짐승이라고. 다른 마제들은 충견을 좋아했어. 뭐, 독부는 귀여운 것을 좋아하고, 환마는 아무것도 키우지 않았지만. 그러나 내 생각에, 개는 그냥 개일 뿐이야.”

제갈무진의 말과 함께, 악수아의 눈이 조금씩 커졌다.

듬성듬성 박힌 어스름한 야명주 불빛을 따라 점차 환해지는 곳에 닿자, 많은 수의 아이들이 곡괭이와 망치를 들고 동굴을 파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지금 같은 때엔 거리에 고아들이 셀 수도 없이 널려 있지. 아무나 밥 먹이고 조금 쓰다듬어 주면 금방 사람을 따라.”

아주 어린 아이들부터 조금 큰 아이들까지 까만 땀을 뻘뻘 흘려 가며 일을 하고 있었다.

댕댕댕-!

흑의를 입은 아이가 종을 울리자, 아이들이 손을 놓고 달려왔다.

수레에는 밥과 고깃국, 야채 절임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고, 아이들은 그것을 먹고 싶은 대로 퍼 담았다.

“개가 굳이 강할 필요는 없어. 주는 대로 먹고, 훈련하고, 주인의 말을 잘 알아들으면 그뿐이라고.”

제갈무진이 밥을 먹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악수아는 그제야 제갈무진이 ‘개’라 말하는 이들이 단지 충성스러운 수하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제갈무진은 그야말로 사람을 데려다 개로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먹이를 주고 잘 훈련시켜서…….

악수아는 우르르 모여서 밥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진짜 개 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뒤편으로 어두운 동굴이 다시 밝아지는 지점이 또 있는 것을 보면, 이 동굴에는 이런 아이들이 가득한 듯싶었다.

“나중을 위해 동굴을 넓히는 중이네. 이렇게 곧바로 총 삼십 리 길일세, 정의맹이 있는 양청현 저자까지.”

제갈무진의 말에 악수아의 두 눈이 커졌다.

“놈들이 아무리 숲을 뒤지고 있다지만, 동굴의 입구는 누구도 찾기 힘든 절벽 아래, 내 진법과 현홍사, 주변 지형지물에 가려 있지. 때가 되면 단번에 정의맹을 밀어 버릴 수 있도록 말이야.”

“…….”

할 수 있을까.

악수아는 그 말이 턱 끝까지 나왔지만 내뱉지는 않았다.

정의맹의 누구도 모르게 바로 코앞에 이런 동굴을 파 놓은 사람이, 정의맹의 방비 수준을 모를 리 없었다.

게다가 이 사람이 정말 그 사람이라면…….

“항구에서 이곳까지, 이곳에서 다시 정의맹까지, 겨우 팔십 리 길이야. 어때, 광마가 들으면 좋아할 소리가 아닌가?”

“……!”

제갈무진의 눈이 요사스럽게 반짝이며 악수아를 자극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그의 주인이라면, 몸이 회복되는 즉시 지난 일의 복수로 정파 무림의 심장을 뜯는 일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악수아조차 가슴이 설레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전에 우리 약속부터 마무리해야겠지? 천살지체에게 암살자를 보낼 거다.”

“천살지체에게 암살자를 말입니까?”

예상치 못한 말에 악수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제갈무진이 입꼬리를 말았다.

“살성을 깨우는 건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다네. 주변에 있는 놈들을 모조리 죽이면 돼. 피 냄새와 들끓는 증오심이 살성을 깨울 거야. 그리고 문혜가 그걸 확인하면 끝이네. 천살지체라고 확인되면 천살지체와 자네 주인의 물건을 함께 챙기고, 그게 아니라면 자네 주인의 물건만이라도 챙기도록 해 주지. 어떤가?”

“수하들과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악수아가 고개를 숙이며 제갈무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이만하면 정의무학관에서 물건을 가지고 온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을 정도는 될 거야.”

제갈무진이 끝없이 이어진 동굴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 * *

이튿날, 악수아와 수하들이 양청현 저자에 숨어들었다.

-클클클, 정파 놈들 사이에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쿵덕쿵덕하는데요.

-부대주, 정말 전부 죽여도 됩니까?

-상관없어. 일호, 이호, 왕자님 보호만 확실히 해.

-아이, 젠장! 이번엔 재미도 못 보겠네!

-소림 놈들이 다 뛰어나왔으면 좋겠다. 풀만 먹어서 내장 냄새도 향긋하려나?

광룡귀면대와 함께 움직이며, 한문혜도 고스란히 그들의 전음을 듣고 있었다.

‘젠장!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야! 숭산 아래라고!’

한문혜는 입이 바싹 마르고, 온몸은 땀으로 흥건했다.

비단 그가 천으로 앞을 가린 갓 속에 복면까지 쓰고 있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스승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토록 무모한 임무를 내리신 건지! 다른 곳도 아니고, 정의맹이 있는 양청현 저자 한복판에서 소림승을 습격하라니!’

한문혜는 처음 말을 들었을 때 놀라 기함할 뻔했다.

한문혜는 이걸 하겠다고 나선 광룡귀면대의 정신 상태가 의심되었다.

‘제정신이 아니야!’

한문혜가 임무를 받아들인 악수아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보았지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비단 천을 가린 갓 속에 복면까지 쓰고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주작단 놈들이다!

-얼마지?

-흐흐흐흐, 모르겠어, 부대주. 그냥 죽이면 안 돼?

광룡귀면대는 지금도 한문혜가 기겁할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전음으로 주고받았다.

한문혜의 불안감이 극도로 오르며,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흐흐, 걱정 마. 왕자는 내가 확실하게 먼저 빼 줄 테니까.

붉은 귀면을 쓰고 있는 악수아가 한문혜의 속을 꿰뚫어 본 듯 말했다.

한문혜는 전음 속 웃음소리가 마치 그를 비웃는 듯 들렸지만, 차마 뭐라 할 수는 없었다.

아까부터 악수아와 그 수하들이 나누는 미친 소리들을 듣고서는 말이다.

-목표 발견!

누군가의 전음에 악수아와 한문혜도 멀리 보았다.

피둥피둥한 몸집의 현오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현오가 해맑게 웃으면서 방정스러울 정도로 총총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 현오의 주변에는 십여 명의 주작단원들이 있었다.

-날파리들이 주변에 윙윙대는대요.

-흐흐흐, 좋아좋아좋아.

-빨리요, 빨리, 부대주!

한문혜는 멀리 주작단의 붉은 무복만 봐도 떨리는데, 아까부터 전음을 주고받던 광룡귀면대원들은 부대주 악수아를 재촉했다.

곧 악수아가 결정을 내렸다.

-목표가 이십 보 더 걸어 들어온 후, 시작한다.

-하핫! 좋아!

-알겠습니다-!

악수아의 전음에 그 수하들이 전음으로 괴성을 질렀다.

더 이상 물러설 길이 없었기에, 한문혜도 이를 악물었다.

최악의 상황엔, 혼란을 틈타 악수아를 방패로 빠져나오면 될 일이라.

한문혜가 스스로를 다독이며 주작단원의 발걸음을 셌다.

‘한 발, 두 발, 세 발…… 열여덟, 열아홉!’

“가자!”

악수아의 말과 함께 그와 수하들이 검을 빼 들고 뛰어들고, 허겁지겁 갓을 치운 한문혜도 악수아의 뒤를 따랐다.

파팟---!

피가 튀어 그의 복면을 적셨지만, 한문혜에겐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적이다-!”

흑의 복면인들이 순식간에 현오를 향해 달려들었다.

당황한 주작단원들이 뒤늦게 앞을 막았지만, 검을 휘둘러 보기도 전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까아아아--!”

“우아악!”

저자에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혼비백산한 이들이 가게 안으로 문을 잠그고 도망하고, 그도 아닌 이들은 좌판에 몸을 숨겼다.

다행히 흑의 복면인들은 민간인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챙-! 챙-!

주작단원들이 현오를 감싸고, 벽을 세웠다.

“죽어라--!”

“우히-! 하하하하!”

누군가 온다면 교성흑오대 수십이 올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흑의 복면인들은 겨우 십여 명이었다.

다만 복면 안에서 내지르는 괴성과 살벌한 손 속이 그들과는 전혀 달랐다.

쉐에에엑--!

“피해라!”

갑자기 날아든 검기에 주작단원 중 하나가 급히 앞으로 나섰다.

퍼-엉!

기운들이 충돌하며 그 여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크읏!”

특히 현오의 앞을 가린 주작단원들이 충격을 흘리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견디며 신음을 흘렸다.

그때…….

“흐흐흐!”

“헉!”

현오의 앞을 막고 있던 주작단원 중 하나가 바로 귓가에서 들리는 괴이한 웃음소리에 놀라,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채-앵!

챙-챙챙--!

공격과 돌진밖에 모르는 듯 막무가내의 공격에, 흔들리던 주작단원들이 이제는 냉정을 찾고 결사적으로 공격을 막았다.

퍼-엉!

“가만히……!”

“제 걱정은 말고 버티십시오!”

현오의 나한권에 주작단원을 몰아붙이던 흑의 복면인 하나가 가게 안쪽으로 튕겨 나갔다.

주작단원은 현오를 말리려 했지만,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챙-! 챙챙-!

쉐에에엑!

“으억!”

현오의 뒤를 막던 주작단원 둘을 상대하던 흑의 복면인 하나가 기묘한 움직임으로 공중을 날더니 기어이 주작단원 하나의 목을 베었다.

“충료!”

“카학학학학!”

원숭이처럼 묘기를 부리며 공중을 뛰어오르던 흑의 복면인이 괴이한 소리로 웃어 댔다.

화가 난 주작단원들이 흑의 복면인을 향해 검기를 뿌렸지만, 두 손에 반월 모양으로 끼워진 칼날에 모두 막혔다.

오히려 흑의 복면인은 노점 천막을 받치던 나무 기둥에 올라앉아, 여유롭게 주작단원들을 보았다.

“보통 놈들이 아니구나! 어쩔 수 없다! 현오를 데리고 저자 안쪽으로 이동한다!”

“예!”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간다면 민간인들이 위험할 수 있겠으나, 그만큼 혼란 속에 숨을 곳도 많고 지원이 올 때까지 견디기도 쉬웠다.

주작단원들은 조장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고, 현오 또한 흔들리는 눈으로 군말 없이 움직였다.

“도망치게 둘까 보냐!”

“캬하하하! 도망간다! 도망간다!”

앞을 막아선 흑의 복면인 둘과 기둥 위에서 비웃는 흑의 복면인 하나. 그리고 양옆에서 그들을 공격해 오는 여섯 명.

고작 아홉 명의 적 앞에, 현오를 보호하고 있던 주작단원 중 셋이 죽었고 일곱 명이 도망칠 궁리에 바빴다.

숫자는 비슷했지만 주작단원들은 기세에서 완전히 밀린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 기세만 밀린 것이 아니었다.

‘강하다! 가지고 놀고 있어!’

현오의 호위를 맡은 주작단 팔조 조장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바로 앞에서 남다른 기운을 뿜고 있는 사내를 노려보았다.

꿀꺽.

팔조 조장 완수검(婉洙劍) 강현필은 마른침을 삼키며 온몸의 기운을 끌어 올렸다.

‘어디서 이런 강자가 나타난 거지?’

사실 ‘과연 자신이 저자를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지만, 그건 속으로도 생각하기 싫은 말이었다.

-이봐, 왕자, 확인했나?

-아, 아직입니다.

악수아의 전음에 한문혜가 대답했다.

그는 아직까지 현오에게서 아무것도 읽어 내지 못했다.

‘설마 제갈지현이 날 속였나? 아, 안 돼!’

순간 의심이 들었지만, 피가 식는 느낌에 한문혜가 애써 불길한 생각을 떨쳤다.

-피! 피가 조금 더 필요할 듯싶습니다!

“흐흐흐, 아직 덜 익었나 보군. 뭣들 하나, 전부 죽여라!”

강현필의 눈앞에 있던 사내가 적의 대장이었는지, 놈의 명에 흑의 복면인들이 다시 뛰어들었다.

‘어딜 본 거지?’

강현필은 눈앞의 사내가 자신이 아닌 제 뒤를 본 것 같았지만, 생각을 이어 가기도 전에 강한 충격에 뒤로 밀려났다.

“크억!”

“강 대협!”

현오가 놀라 강현필을 받치고, 뒤이어 들어오는 공격을 막았다.

퍼-억!

“호오?”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낸 현오의 모습에, 악수아가 흥미롭다는 듯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복면 안에서 재밌다는 듯 웃고는 현오에게 달려들었다.

퍽! 퍽퍽!

난전의 방어에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나한권이었다.

빠르고 변화무쌍한 보법이 악수아의 공격을 피하고, 단단한 팔이 강하게 그의 공격을 막았다.

“재밌구나.”

퍼억! 퍽! 퍽!

악수아가 검이 아닌 권으로 현오를 몰아붙였다.

그때, 강현필이 끼어들어 악수아의 옆을 노렸다.

쉐에엑-!

퍼-엉!

강현필의 검기가 악수아의 팔에 부딪히는 동시에, 강한 기운이 강현필을 밀어냈다.

‘젠장!’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한 걸음 물러났지만, 현오가 물러서던 것과는 달랐다.

악수아의 기운에 흔들려 밀려난 것이기 때문이다.

‘소림의 천재라지만, 아직 약관의 후배보다 못할 수는 없지!’

주작단이 정찰과 조사에 특화된 무단이라곤 하지만, 정의맹 육 대 무단 중 하나였다.

그런 주작단 팔조의 조장으로서, 강현필은 현오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낄 생각 따윈 버렸다.

쉐에에엑-!

청성파 제자로, 완수검이라 불릴 정도로 행운유수(行雲流水)에 몸을 맡기는 유려한 유운신법과 분광검이 악수아를 현오로부터 떨어뜨렸다.

“하! 정말 귀찮게 하는군.”

시간이 없는 것은 악수아 쪽이었다.

-이봐, 왕자, 아직이야?

-송구합니다.

악수아의 전음에 멀리 싸움에서 떨어져 있는 한문혜가 뜨끔하며 대답했다.

“쳇, 이놈의 피를 맞고도 아직일지 보자고. 시간 없다! 피를 뿌려라--!”

“예!”

악수아의 말과 함께 광룡귀면대의 대답이 우렁찼다.

동시에 악수아의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사아아아아---!

숨 막힐 정도로 음습한 살기가 강현필을 향하고, 사방에서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파팟-!

“크아아악!”

푹푹푹!

“죽어라! 카하하하하!”

반월의 검날에 온몸이 흔들리며 사방으로 피가 뿌려졌다.

그리고 난도질된 앞모습을 드러내며 주작단원이 쓰러졌다.

“이놈들--!”

강현필이 울분을 담고 검을 휘둘렀다.

극한으로 차오른 분노가 없는 실력까지 만들어 주지는 않았다.

“집어치워, 버러지야!”

악수아가 검을 들었다.

까아아아아--!

찢어질 듯한 비명 같은 검명이 울고, 붉은 기운에 휩싸인 아랑쌍정이 강현필의 검을 뚫고 그의 몸을 뚫었다.

“선배님!”

자신의 앞을 막고 있던 주작단원을 돕고 있던 현오가 놀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악수아가 아랑쌍정을 빼는 순간, 피가 터지며 강현필의 신형이 무너졌다.

“이놈들! 이 천벌받을 놈들아--!”

현오가 소리치며 온몸의 내공을 끌어 올렸다.

터질 듯 얼굴이 달아오르고 두 눈도 붉어졌다.

퍼펑---!

현오의 금강붕산권이 앞에 있는 광룡귀면대 둘의 가슴을 때렸다.

그리고 손바닥에 맺힌 하얀 기운이 악수아를 향해 쏘아졌다.

퍼—엉!

악수아가 무기를 들어 현오의 강기를 막았다.

그때, 한문혜가 다급하게 전음을 전했다.

-봤어요! 오성의 붉은 별이 떴습니다! 천살지체가 맞아요!

한문혜가 흥분해서 전음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동시에, 멀리서 달려온 지원대의 검기가 날아들었다.

쉬익-! 쉬익-!

쉐에에에엑---!

“흐흐흐, 운이 좋았군. 자리를 뜬다!”

악수아가 현오와 살아 있는 주작단원들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광룡귀면대와 함께 날듯 저자 뒤쪽으로 도망갔다.

“어딜 가는가-!”

현오의 외침과 함께 그가 분노에 찬 대력금강장의 금빛 기운을 날렸다.

그 속으로, 어디선가 날아든 푸른 기운이 섞여들더니, 기어코 가장 마지막에서 움직이던 광룡귀면대원 하나를 떨어뜨렸다.

“현오, 괜찮습니까!”

진화가 현오의 곁으로 달려왔다.

진화의 뒤로, 창궁무애단과 다른 주작단원들도 달려왔다.

-놈들이 확인하고 갔나?

-정면으로 보여 줬네.

현오가 굳은 얼굴로 진화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화의 입꼬리가 미미하게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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