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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136)화 (136/425)

남궁마제

나아갈 진(進) 불 화(火) : 진화의 원수들(5)

퍼---억!

쿵!

“멍청한 새끼들!”

“죄, 죄송합니다! 설마 그 몸을 하고 강물로 뛰어드는 놈들이 있을 줄은…….”

“닥쳐, 새끼들아!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냐!”

웅사가 감옥 앞에 선 간수들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 옆에서 원귀 가면을 쓴 사내가 간수장의 뺨을 찰싹찰싹 치고 있었다.

“야, 어차피 죽일 놈들, 죽기 직전까지 다져서 입 좀 열라는 게, 그게 그렇게 힘들었어? 차라리 죽여 버리지! 묶여 있던 놈들을 놓쳐?”

꽈드득-!

“끄……어…….”

원귀 가면을 쓴 사내가 결국 간수장의 아래턱을 잡고 부수고 말았다.

피와 함께 혀와 이가 쏟아질 듯 튀어나왔지만, 원귀 가면의 사내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간수장을 노려보았다.

“원구, 대주님 오실 때다.”

웅사의 말에, 원구라 불린 사내가 던지듯 간수장의 턱을 놓았다.

그때, 광룡귀면대 대주 무맥이 들어왔다.

모두가 도열한 채 고개를 숙였다.

허락하기 전에는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그렇게 난폭하게 굴던 웅사와 원구도 마찬가지였다.

“…….”

무맥이 무심한 눈으로 정의맹 첩자들이 빠져나간 감옥을 둘러보았다.

흉악한 귀신의 얼굴도 아닌 눈과 입만 뚫린 검은 가면을 썼을 뿐인데, 무맥의 눈빛과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위압감이 모두를 내리눌렀다.

무맥의 눈이 비어 있는 수갑을 향했을 때까지, 수하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추적은?”

“능교 님이 가셨습니다.”

“능교…… 능교로는 부족하겠군. 문 앞의 두 놈은 방심하다 당했지만, 여기서 죽은 놈은 순식간에 당했다. 둘 중 하나가 스스로 손을 부수고 사슬 조각을 단번에 급소에 꽂았군. 발자국 모양을 보면…….”

무맥의 눈이 창밖을 향해 달려 나간 두 사람의 족적을 좇았다.

바닥에 흙이 파인 깊이, 앞발과 뒷발의 폭, 발가락의 방향.

“속도를 내기 위해 왼발을 사용한 방식. 한 놈은 개방 놈이다. 어차피 놈들의 목적지는 정의맹일 터, 너희 둘이 강을 따라 미리 가서 기다려라.”

너희 둘.

무맥의 말에 웅사와 원구의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의 눈빛이 서로를 향해 번뜩였다.

“혹시 놈들이 길을 둘러 오더라도, 기다렸다가 반드시 정의맹에 들어가기 전에 죽여라. 놈들이 스친 놈들까지 전부.”

“존명!”

부대주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다.

그런 시점에 두 사람에게 중요한 임무가 떨어졌다는 건, 기회가 찾아왔다는 말과 같았다.

“흐흐흐, 오랜만에 피 맛 좀 보겠네.”

“숫자로 결정하지.”

“좋아.”

웅사와 원구가 수하들을 불러 배에 올랐다.

지난번 악수아가 수하들과 함께 혼현마제가 알려 준 길을 함께했던 수하가 있었다.

그 길을 이용하면, 놈들이 무슨 수를 쓰든 그들보다 먼저 도착할 수는 없으리라.

* * *

부대주 위에 오를 좋은 기회라 생각했던 임무는 생각지도 못했던 위기를 맞았다.

“피해라---!”

웅사가 외침과 동시에, 광룡귀면대원들이 주변으로 흩어졌다.

쉐에에엑-!

“크어어억!”

원구가 자신을 향한 검기를 간발의 차이로 피하고, 그의 뒤에 있던 수하의 몸이 그대로 양단되며 떨어졌다.

주르르륵.

내장과 피가 순식간에 쏟아지듯 바닥에 퍼지는 광경을 보며, 원구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걸 느꼈다.

팟!

원구가 본능적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때.

쉐에에에엑----!

쩌어어어어……. 쿵.

검기에 스쳐 반쯤 잘려 나간 나무가 앞으로 쓰러졌다.

“광마전의 아귀(餓鬼)들이구나.”

생각보다 어린 목소리.

낭랑하게 떨어지는 목소리를 찾아 고개를 돌리자마자, 그곳에서 불꽃이 튀었다.

파지지지직----!

“크아아악!”

수하의 비명을 들으며, 웅사와 원구가 순식간에 무기를 들고 몸을 날렸다.

쉐에에엑!

퍽! 퍽!

웅사의 유성추가 땅과 나무에 움푹 파인 자국을 남기고, 원구의 건곤권은 허공을 갈랐다.

파지직-!

웅사가 시선을 돌리는 순간, 눈앞이 번뜩였다.

퍼---억!

“큭. ……끄어.”

웅사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 수귀면(獸鬼面)을 받은 후로 처음 듣는 웅사의 신음에, 원구가 놀라 쳐다보았다.

야무지게 웅사의 복부에 주먹을 박아 넣은 적은, 붉은 무복에 크지 않은 체구를 하고 있었다.

흑단 같은 머리칼이 가라앉자 약관도 되지 않은 듯한 앳된 얼굴이 드러났다.

정의맹 무사쯤은 될 줄 알았던 원구의 눈이 커졌다.

생각지도 못한 상대였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가시옥쇄(加尸獄鎖)를 꺼내라!”

원구의 명에 광룡귀면대원들이 가시처럼 송곳이 박힌 사슬을 꺼내 들었다.

그사이, 웅사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 내며 적을 향해 유성추를 휘둘렀다.

적이 유성추를 피하기 위해 뛰어오른 순간,

“던져!”

원구의 외침에 십여 명의 광룡귀면대원들이 사슬을 던졌다.

사슬은 공중에서 마치 그물처럼 퍼져 나갔다.

“미친 새끼. 죽여라-!”

원구는 그물에 싸이는 적을 보며, 혼자서 자신들에게 달려든 무모함을 비웃었다.

원구 또한 건곤권을 쥐고 놈을 갈기갈기 찢어 놓을 생각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무슨…… 번개?’

가시옥쇄 속에서 번개를 본 듯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인지, 스스로도 이상했다.

하지만 가시옥쇄 속 놈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원구는 나무 위로 물러서고 말았다.

마치 본능적으로 놈에게 겁을 먹고 멀리 떨어지려는 듯, 몸이 저절로 움직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가 본 것이 놈의 눈동자였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파지지지지직------!

눈이 부시도록 거대한 번개가 내리치며, 가시옥쇄를 따라 달려들던 광룡귀면대원들까지 집어삼켰다.

“크아아아악---!”

“아아악!”

고통에 찬 비명이 산속을 울렸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 앞에 넋을 잃었다.

“원구, 온다!”

웅사의 외침에 겨우 정신을 차렸을 정도였다.

“남궁 시주---!”

“도련님!”

뒤에서 날아든 매서운 검기를 피하면서, 원구가 반대쪽으로 물러났다.

* * *

이전 생에서 정도 무림은 광룡귀면대를 향해 ‘지옥의 아귀들’이라 불렀다.

그만큼 죽음을 향한 그들의 탐욕은 포악하다고 할 정도로 게걸스러웠다.

동료들이 죽어나든 말든, 적의 죽음을 향해 뛰어들었으니까.

“가시옥쇄를 꺼내라!”

웅귀 가면을 쓴 놈의 복부에 주먹을 박자마자, 원귀 가면을 쓴 놈이 외치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진화는 자신도 모르게 슬쩍 미소를 짓고 말았다.

겹겹이 가시 사슬로 둘러싸 죽이거나 발을 묶어 놓은 뒤에 한꺼번에 공격하는 것은, 광룡귀면대의 가장 유명한 전투 방식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천뢰제왕신공을 쓴다는 것이 알려진 후, 광룡귀면대 누구도 제 앞에서는 그것을 꺼내지 못했었다.

‘이전 생에서도, 내 복수는 이것과 함께 시작되었지.’

진화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와 함께 두 눈에서 푸른 번개가 번뜩였다.

벌써 겁을 먹고 물러서는 놈들을 보며, 진화는 온몸의 뇌기를 끌어 올렸다.

천뢰제왕검법 천뢰우전-!

단전의 내공이 천뢰제왕심법을 따라 흐르며, 진화의 몸속에 있는 비틀어진 양기와 음기가 반응했다.

천뢰제왕신공의 기운은 엄밀하게 진화가 말하는 천뢰기가 아니었다.

천뢰기는 혼돈지체인 진화가 본래부터 몸속에 가지고 있는 뇌전의 힘이라.

진화는 본래 가진 뇌전의 힘에, 천뢰제왕신공을 수련함으로써 내공뿐 아니라 음기와 양기가 만들어 내는 폭발을 다루는 법을 얻었다.

이전 생에 온전하지 못한 수련에도 불구하고 뇌왕의 자리에 올랐던 것부터 이번 생에 아주 어린 나이에 경지를 넘어선 것까지 모두, 진화가 타고난 힘을 천뢰제왕신공을 통해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된 덕분이라.

음기와 양기가 만들어 내는 폭발만으로 천뢰라 불리었던 그것이, 진짜 하늘이 만들어 낸 뇌전의 힘을 만난 것이다.

뇌전의 힘과 내공의 기운이 좁은 길을 따라 응축되는 만큼 점점 더 거세져서, 진화의 손을 따라 밖으로 분출되었다.

파지지지지직-----!

번뜩이는 빛 속에 검은 옷과 귀면으로 감췄던 골육이 훤하게 드러났다.

“크아아아아악---!”

“아아아악!”

불에 뛰어든 부나방처럼, 번개에 휘말린 광룡귀면대원들이 고통에 울부짖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재가 되어 떨어지거나 흩어졌다.

“…….”

진화를 쫓아온 일행도, 그들과 싸우고 있던 광룡귀면대도.

모두 조용히 숨을 죽이고, 가시옥쇄 밖으로 사람의 형체를 한 검은 잿덩어리를 짓밟고 나오는 진화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 * *

정적(靜寂)이 흘렀다.

진화의 발걸음을 따라 광룡귀면대가 주춤주춤 물러섰다.

죽음을 탐식하는 지옥의 아귀들이, 겁을 먹고 물러서고 있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저 귀면. 그놈들이 남아 있었던 거야?”

현오가 진화의 곁으로 와서 대화를 트면서, 남궁구와 일행도 급히 진화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글쎄. 원래 있던 놈들이 남은 것인지, 새로 온 놈들인지. 잡아서 털어 보면 알겠지.”

진화가 광룡귀면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그리고 곧 시선을 돌려 일행과 함께 온 주작단원을 보았다.

“선배님은 가서 사람들에게 알려 주십시오.”

“그건…….”

진화의 말에 주작단원이 곤란한 얼굴을 했다.

당장이라도 ‘안 된다.’라고 말해야 했지만,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주작단원인 자신이 관도생들을 인도해야 마땅했지만, 방금 진화의 신위에 가까운 무공을 보고는 도무지 그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가장 약해 보이는 남궁교명이 날린 검기조차 자신에 비해 모자람이 없었으니.

“주작단은 주로 경공을 우선해서 수련하는 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들이 시간을 끌고 있을 테니, 어서 가서 알려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진화의 설득에, 주작단원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못난 선배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목숨 걸고 달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실제로 그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달렸다.

쉐에에에엑---!

채---앵!

주작단원을 향해 날아가던 건곤권이 진화의 천뢰지에 나무 쪽으로 튕겨 나갔다.

퍼—억!

건곤권이 손잡이도 보이지 않게 나무 기둥에 박혀 들어갔다.

그리고 곧.

쩌어어어억---!

쿵!

나무가 쪼개지면서, 마치 경계선을 그리듯 진화와 원구 사이로 떨어졌다.

그리고 쓰러진 나무를 경계로, 광룡귀면대와 진화 일행이 서로를 노려보고 섰다.

“……하아, 남궁 공자라고?”

원구가 보기만도 섬뜩한 살기를 뿜으며 진화를 노려보았다.

설마 이런 애송이가 그런 무공을 가졌을 줄이야.

할-짝.

원구가 긴 혀를 내어, 진화에게 군침을 다시듯 제 입술을 핥았다.

“찢어 먹을 맛이 있는 도련님이군.”

“저런 원숭이 같은 새끼가!”

“감히!”

원구의 말에,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그를 노려보며 분노했다.

하지만 진화는 그 징그러운 식탐조차 반가웠다.

“살려 줄 거라고 오해하면 곤란해.”

주작단원에게 한 말은 그냥 한 것이었다.

그를 보내기 위해 설득하려고.

이전 생에서처럼 아군까지 죽여 버릴 순 없으니까.

진화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 진화와 마주한 웅사의 두 눈이 커졌다.

“원구, 저거…… 주인의 물건이다.”

웅사가 진화의 두 눈동자 속에서 번뜩이는 혼돈을 알아보았다.

원구가 놀란 눈으로 웅사를 보자, 웅사가 확인시켜 주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놈이 왜 여기에 있어? 악수아 부대주는?”

원구의 의문에, 대답은 맞은편에서 나왔다.

“죽었어.”

진화가 덤덤하게 말했다.

주작단원을 보냈으니 이제 거칠 것이 없었다.

이전 생에 어머니를 잃고 복수에 미쳐 버린 진화는 그런 걸 따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족들이 살아 있으니까.

물론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었다.

진화가 여전히 복수에 미쳐 있다는 것.

“너희도 전부 죽일 거다.”

진화가 광룡귀면대를 향해 통보하듯 말했다.

그건 특별할 것 없는, 이전 생에서부터 진화가 귀천성에 정해 놓은 복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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