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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143)화 (143/425)

남궁마제

꽂을 진(縉) 꽃 화(花) : 널 죽이는 이유(2)

수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놈들을 죽였다.

그러면서 수없이 다른 방식으로 놈들을 죽일 궁리만을 하고 살았다.

이름을 기억하고 죽인 이들만도 백 명이 넘었다.

기억하지 못하는 놈들은 셀 수도 많을 것이다.

그들은 때론 잘못했다 빌기도 하고, 살려 달라 애원하기도 했다.

차라리 죽이라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너도 다를 바 없다고 악담을 퍼붓기도 했다.

이전 생을 통틀어 죽이는 데만 매달려 삶을 소진하면서 진화는 많은 후회를 했다.

그러나 그 후회 중에, 놈들을 살려 주고 한 후회는 없었다.

배 위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다만 경험이 많은 적호단원들을 적호단주의 명이 있기도 전에 검으로 난간에 걸린 줄을 끊어 냈다.

“노가 잡혔습니다!”

누군가의 외침에 남궁경옥이 급히 배 밑을 내려다보았다.

노마다 굵은 줄이 엉켜 있었다.

“이런! 배를 멈춰서는 안 된다! 노에 걸린 줄부터 잘라라!”

남궁경옥의 외침에, 노잡이를 제외한 선원들이 칼을 들었다.

그때, 진화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창궁무애단은 선원들을 지킨다! 노를 잡은 줄을 끊고, 타고 오르는 놈들을 죽여라!”

“추-웅!”

이전에도 선원들을 도와 움직이던 창궁무애단원들이었지만, 진화의 명이 있고 나자 순식간에 움직임에 체계가 잡혔다.

창궁무애단원들이 두세 개의 노대 위에 한 명씩 자리하며, 노잡이를 지켰다.

진화도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쉐에에엑----!

배가 상하면 안 되니, 천뢰기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천뢰기를 쓸 필요도 없었다.

진화의 일 검, 일 검이 치명적인 경로와 힘으로 움직였다.

“크아아악!”

퍼-억!

쉐에에엑!

줄을 끊는 창궁무애단원을 노리던 귀면이, 진화의 검에 깨끗하게 잘려 나갔다.

귀면 속에 있던 얼굴과 머리통이 갈라지며, 강으로 짙은 피가 퍼져 나갔다.

“공자님!”

창궁무애단원이 고마움을 표하기도 전에, 진화는 노에 걸린 줄을 끊어 냈다.

줄이라 하지만 장정의 팔뚝만큼 굵은 그것이 단번에 잘려 나갔다.

진화는 어느새 제 몸에 주어진 것을 천뢰기, 천뢰제왕신공으로 얻은 내공을 뇌기라 분리했다. 

그것을 뭉뚱그려 말하기엔, 각각 근원부터가 달랐으니.

진화가 쓰는 뇌기에 화기가 강한 것은, 진화가 타고난 천뢰기의 폭발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폭발력이 없다 해도 천뢰제왕검법은 남궁세가에서 가장 파괴적인 검술이었고, 진화 또한 여전히 경지를 넘어선 검사였다.

쉐에에엑--!

진화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굵은 줄은 물론, 사람의 살과 뼈를 단번에 베어 냈다.

이 모습을 각우가 보았다면, 출발 전 진화에게 ‘살기 위해 움직여라, 망설이지 마라.’ 충고한 게 무척 민망해졌을 것이다.

진화는 이전 생에서처럼 간결하고 치명적으로, 단 한 명의 광룡귀면대라도 더 죽이기 위해 움직였다.

텅! 텅!

광룡귀면대가 그들의 작은 배와 남궁세가의 배 사이에 판자를 놓고, 배 위로 오르려 시도했다.

파지지직---!

물을 만난 뇌기처럼, 진화가 천뢰장으로 판자를 부쉈다.

그의 뒤로는.

뿌지직! 쾅!

“어딜 감히!”

남궁진혜가 주먹으로 판자를 부수고, 검으로는 줄을 끊어 내고 있었다.

끊임없이 날아들 것 같던 줄도, 이제 슬슬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퍼---엉!

각우가 탄 배에서, 굉음과 함께 물기둥이 솟았다.

각우가 갈고리를 건 작은 배를 향해 금강붕산권을 날린 것이다.

그것을 보는 진화의 입매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이전 생에선, 뇌왕을 만나려거든 사막에서 만나라는 말이 정론이었거늘.’

물기둥을 향해 어김없이 천뢰장이 쏘아져 나갔다.

퍼-엉!

푸른색 강기가 강으로 돌아가던 물기둥을 쪼갰다.

파파파팟---!

파지지직-----!

물과 함께 푸른 불꽃이 사방으로 번뜩였다.

한순간 번뜩였다 사라지는 빛처럼, 광룡귀면대원으로 보이는 흑의인들이 물속에서 이리저리 몸을 뒤틀다 한순간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파팟! 파팟! 팟-!

비명도 없이, 수많은 광룡귀면대원들이 강물 위로 둥둥 떠올랐다.

그리고 사위가 조용해졌다.

뉘라서 이렇게 순식간에 사람이 죽여 버리는 광경을 본 적 있겠는가.

놀라지 않은 사람은 지난밤 진화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뿐이었다.

“거봐요, 우리 말이 다 맞지.”

일 조 조장이 입을 벌린 팽치를 향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하하하하! 이번에도 잘 튀겼네.”

퍼---억!

남궁진혜가 웃으면서 판자에서 달려오는 광룡귀면대원들의 배를 검으로 꿰뚫었다.

남궁진혜의 검에는 세 명이 꾹 눌리듯 꿰뚫려 있었다.

그러고도 모자라 남궁진혜는 왼손으로 날아드는 광룡귀면대원의 목을 잡아 부수고, 검에 꿰여 있는 이들과 함께 판자 건너편으로 밀어 버렸다.

“사어 님!”

광룡귀면대원이 그들의 부대주인 사어를 찾았다.

“저게 무슨!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사어도 처음 보는 광경에 욕지거리를 씹어 삼켰다.

하지만 선두의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어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선단을 분리한다. 마지막 배만 잡아!”

지금의 수로는 배 하나도 제대로 올라타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눈 뜨고 공적을 빼앗길 수 없으니.

사어는 가장 쉬워 보이는 배 하나를 붙잡기로 했다.

배 세 척 중 하나만 잡아도, 삼분지 일은 제 몫을 챙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하지만 그거야말로 사어의 실수였다.

* * *

“배를 움직여라-!”

남궁경옥의 외침과 함께,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놈들도 불리해진 정황을 알았는지, 아니면 더 이상 남은 줄이 없는 건지, 배를 붙잡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섣부른 판단이었다.

첫 번째 배와 두 번째 배가 움직이고, 앞을 향해 조금 나아갔을까.

퍼-억!

휘익- 휙휙휙휙!

남이 있던 줄들이 세 번째 배를 붙잡은 것이다.

“마지막 배가 잡혔습니다!”

뒤를 살피던 적호단원이 외쳤다.

그와 동시에.

콰광-! 쾅!

커다란 굉음.

배에 오른 광룡귀면대원 하나가 세 번째 배의 난간을 날려 버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틈에 살아남은 놈들과 숨어 있던 놈들까지. 남아 있던 광룡귀면대원들이 모조리 줄을 타고 배 위로 올랐다.

선창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것을 보며, 적호단 일 조장이 적호단주 팽치에게 물었다.

“다시 배를 멈춰야 하지 않습니까?”

걱정스러운 얼굴로 뒤를 보는 적호단 일 조장.

하지만 잠시.

제대로 고민은 해 봤나 싶을 정도로 짧은 동안 미간을 찌푸렸던 적호단주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간다.”

“하지만 단주님……!”

“우린 임무를 해결한다. 혹시 이럴까 봐 마지막 배는 마라승에게 맡긴 것이다.”

세 번째 배가 마라승 각우가 탄 배라는 말에, 일 조장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일 조장은 마라승 각우의 명성은 알았지만, 그가 실제 싸우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적호단주는 달랐다.

“미친 물귀신 놈들. 마라승 각우와 소림의 능구렁이 같은 무승들을 상대로 선상 전투라니. 물에서 안 나오는 게 나았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다.”

적호단주 팽치가 고소하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그의 말을 증명하듯, 세찬 물소리를 뚫고 우렁찬 기합이 들렸다.

실제로 각우가 탄 배에서는 선원들조차 하던 일을 놓고 무기를 들고 있었다.

휙-!

각우가 자신들의 배로 줄이 던져지는 것을 보았다.

순식간에 자신들의 배가 목표가 된 것을 안 각우가 지원대와 선원들에게 크게 외쳤다.

“배 위에서 놈들이 전부 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놈들이 배에 타는 순간, 선원들도 전부 무기를 휘둘러라!”

“예!”

선창에 있던 모든 이들이 우렁차게 끄덕였다.

“무승들은 나한진을 펼쳐 놈들을 나눈다.”

“충!”

소림 무승들이 합장을 하며 준비 자세에 들어갔다.

“유운대는 앞쪽을 제외하고 모든 줄을 끊어라!”

“예!”

날아드는 줄을 보며 점창파 유운대가 선미로 바쁘게 움직였다.

“와, 완전 떨린다, 그쵸?”

“허허, 예.”

말은 떨린다고 하면서도 남궁구의 표정은 잔뜩 신난 아이처럼 들떴다.

그 모습을 보며, 남궁옥은 그저 웃어 버렸다.

창궁무애단 삼 조의 책임자는 남궁구였지만, 실질적으로 삼 조를 이끄는 조장은 창애검 남궁옥이었다.

사실 그는 배를 탈 때만 해도, 귀한 창서각의 도련님을 어떻게 지켜야 하나 걱정했었다.

하지만 웬걸.

“창궁무애단은 노잡이들과 안쪽으로 서세요. 배가 풀리는 대로 바로 움직일 테니, 노잡이들이 다치거나 노가 부서져서는 안 됩니다.”

“예!”

적이 보이는 순간, 남궁구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리고 남궁옥이 뭔가를 판단하기도 전에, 명령을 내렸다.

‘제법이야.’

사실 대단했다.

창궁무애단에 명령을 전달하는 남궁옥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때 갑자기, 줄이 아닌 물속에서 누군가가 튀어 올랐다.

촤아아아악----!

물속에서 뛰어오른 광룡귀면대원은 배에 올라서며, 사슬이 달린 삼지창을 날려 배의 난간에 꽂았다.

꽈지지직-! 쿵-!

순식간에 난간 한쪽을 뜯어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각우도 소리쳤다.

“온다--!”

훙! 후-웅! 훙-!

다다다다다닷.

다른 이들과 다르게 요란한 귀면을 쓴 광룡귀면대원이 사슬에 연결된 난간을 휘두르며 지원대를 안으로 모는 동안, 나머지 광룡귀면대원들이 줄 위를 달려 배에 올랐다.

적이 모두 선창에 오르는 것을 확인한 각우가 제 앞을 지나가는 난간을 향해 금빛으로 빛나는 주먹을 휘둘렀다.

퍼어어어억---!

“가자--!”

난간이 터지듯 산산조각이 나고, 소림의 무승들이 몸을 날렸다.

“하-압! 오옴--!”

타닥. 타탁. 타닥! 탁!

소림 무승들이 선창을 달리면서 순식간에 나한진을 만들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무승들의 봉에 밀린 광룡귀면대원들이 이리저리 나뉘었다.

그리고 철저하게 만들어진 수적 우세.

갑자기 만들어진 소림 최고의 방어진에 성벽처럼 갇혔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적으로 둘러싸이는 형국이었다.

게다가 남궁세가의 선원들까지 무기를 들고 합세하면서 모든 구역에서 정의맹에 유리한 전투가 만들어졌다.

적호단주의 말처럼, 마라승 각우와 무승들은 귀천성과의 숱한 전쟁을 겪어 낸 무인들이라.

그들이 탄 배야말로, 세 척의 배 중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배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창궁무애단을 이끌고 함께 싸우던 남궁구는.

“미친……!”

각우가 요란한 가면을 쓴 놈을 나한권으로 다지듯이 두드려 대는 것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남궁구는 각우가 나한들과 함께 놈을 가둬 놓고 패다가 결국 놈의 배에 금강붕산권을 날리는 장면을 보며, 조용히 노잡이들에게 노를 들라 전했다.

세 번째 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각우의 금강붕산권이 터지며 사어가 강물로 떨어졌다.

진화는 마지막까지 세 번째 배의 전투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굉장하네.’

지금 배에 오른 이들은 하나하나가 각 문파에서 손에 꼽히는 무인들이었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이들이 세 번째 배에 올랐을지라도, 그중에 정예가 아닌 자는 없었으니.

그런 이들이 각우처럼 경험이 많은 고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면, 아무리 광룡귀면대라 한들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 예상했던 바였다.

‘선원들조차 따를 수 있는 간결한 전략과 명령. 무엇보다 정말 놀랍도록 효율적인 나한진 활용 방식이군.’

진화는 각우의 무공도 무공이지만, 그가 선창에서 소림 무승들과 보인 움직임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전 생에서는 명성만 듣고 한 번도 본 적 없었는데, 실제로 보니 명성만큼이나 제대로 싸울 줄 아는 스님이었네.’

각우에 대해 감탄을 하다 보니, 진화의 머릿속에 그가 키운 나한들과 만두를 든 현오가 떠올랐다.

‘소림은…… 괜찮은 건가?’

이전 생에 소림이 봉문이나 멸문당했다는 소리는 죽을 때까지 들은 적이 없으니, 아마도 각우가 키운 무승들이 제 몫을 잘한 것이리라.

부처님의 생각은 어떠실지 몰라도 말이다.

진화가 느긋한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배 안에 탄 사람들 모두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이제 백매단주가 말한 봉우리가 가까워졌고, 갑자기 튀어나온 물귀신들처럼 또 누가 그들을 노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화의 생각은 달랐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광마제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광룡귀면대는 하늘과 땅처럼 격이 달라지니. 차라리 지금이야말로 광룡귀면대를 모조리 없애 버리기 좋은 기회야.’

진화가 눈을 빛냈다. 

그러면서도 손은 바빴다.

“우에에엑--!”

토닥. 토닥. 토닥.

“우에에에엑!”

“누님, 정말 괜찮으십니까?”

“아아. 우엑-! 싸울 때는 괜찮았는데…….”

진화처럼 차라리 광룡귀면대가 쳐들어오길 기다리는 사람이 하나 더 있는 가운데.

선수에서 봉우리를 찾던 선원이 신호를 보냈다.

졸졸졸졸졸……!

백매단주의 말과 달리 폭포는 아니었지만, 꼭대기에서 물줄기가 떨어지는 절벽.

바위로 된 산이 일행 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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