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꽂을 진(縉) 꽃 화(花) : 널 죽이는 이유(5)
광룡귀면대 대주 흑면마룡 무맥.
역천마제와 팔현마제를 지키는 수문장 중 하나로, 광마제의 오른팔이었다.
큰 덩치와 과묵한 말투. 그래서 마룡아, 마룡미라는 독문 무기와 아무 표정 없는 검은 가면이 알려진 특징 전부였다.
하지만 상관없다.
‘실제로 무맥을 만난다면 그가 무맥임을 곧바로 알아보리라.’
익주에서부터 퍼진 말처럼, 무맥은 별다른 특징 없는 사내라 하기엔 실제로 마주한 위압감이 달랐다.
무맥은 전신에서 상대를 짓누르는 듯한 위압감과 무시무시한 포악함이 뿜어져 나오는 사내였다.
게다가 교묘한 술수나 비겁한 음모 하나 없이, 광마제의 명에 따라 익주와 형주에서 수백의 문파를 밀어내는 동안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심지어 상대 문파의 최고 고수에겐 정정당당한 비무로써 결전을 마무리하는 그의 방식은, 정파 무인들에게마저 인정받고 있었다.
“개소리지.”
쉐에에에엑----!
진화는 거리낌 없이 무맥의 앞을 막아선 광룡귀면대원들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
“크아아아악!”
검은 기운에 잡아먹힌 이들은, 그 한순간만큼은 전신이 타들어 가는 극심한 고통 속에 죽었다.
진화의 눈이 싸늘하게 무맥에게 향했다.
“쥐 새끼처럼 숨었군. 그러면서 잘도 정정당당한 척, 정파 무인들의 흉내를 내었구나. 사방 천지에 인질을 잡아 두고 온전한 실력을 보이라니. 그게 조롱이 아니면 무엇일까!”
쉐에에엑---!
파파파파파파파팟!
진화가 분노에 찬 검기를 뿌렸다.
무엇을 죽이건, 무엇을 부수건 상관하지 않았다.
이곳은 진화가 없애고 죽이고자 하는 것들뿐이니까.
“내게 무공을 가르쳐 준 건 남궁이지만, 내게 살인을 알려 준 건 능교지.”
진화가 움직이자, 검은 악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제물들 중에서 어린아이를 챙기는 조금 큰 아이들은 구덩이에 빠뜨려 죽이더군. 겨우 숟가락질만 배웠는데.”
쉐에에엑--!
파지지지직----!
“크아아악!”
사방이 적이었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뿌린 검기에도 적의 비명이 울렸다.
“능교가 날 구덩이 앞에 세웠지. 구덩이에 매달린 다른 제물을 향해 수리검을 던지는 법을 알려 줬어. 빗맞은 애들의 비명이 아직도 귓가에 울려서 시끄러워. 그래서 능교만큼은 조금 더 고통스럽게 죽일까 했는데…… 말았어. 어차피 죽으면 끝이니까.”
쉐에에엑---!
진화가 몸을 회전하듯 움직이며, 저를 노리는 광룡귀면대원들을 베었다.
단 한 번의 휘두름만으로 목숨이 끊어지도록.
단호하고 치명적인 곳으로만 검을 휘둘렀다.
채-앵! 챙챙-!
퍼—억!
“크어어억!”
검을 막아도 소용없었다.
검을 쥐지 않은 왼손으로, 단전이나 심장, 간장을 노려 때렸으니까.
천뢰장에 맞는 순간, 숨도 뱉을 수 없는 고통이 죄어들었다.
음기와 양기의 조화가 부서지면서, 온몸을 쥐어틀며 쓰러진 자들이 사방에 널렸다.
퍼-억! 푹! 푹!
진화는 쓰러진 이들조차 놓치지 않고, 검을 찌르거나 발로 걷어찼다.
오로지 숨통을 끊어 놓기 위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손가락으로 벌레를 눌러 죽이는 아이 같았다.
순수하고 무자비한.
투명하리만치 검은 눈동자는 어떤 감정도 없었다.
그저 광룡귀면대원들의 죽음을 확인하고 있을 뿐이었다.
피를 토하고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것을 보고도, 진화의 검 끝에 망설임이라곤 없었다.
무맥은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상대를 죽이는 정파인을 본적이 없었다.
“넌, 대체 누구지?”
대부분의 정파인들은 자신들을 향해 증오와 분노를 뿜었다.
무맥이 본 많은 정파인들이 살기 가득한 검을 휘두르며 눈물도 같이 흘렸다.
그런데 눈앞의 청년은 달랐다.
“주군의 제물이라고?”
제물실에서 살아남은 인간이라면, 복수심에 가득 차서 저를 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눈앞의 사내는, 희미하게 비치던 복수심마저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더 거세게, 더 맹렬하게 검을 휘둘렀다.
채----앵!
무맥의 마룡아와 진화의 검이 부딪혔다.
수하들이 왜 맥없이 죽는가 했더니, 그저 검을 부딪치는 것만으로 뼈가 시리도록 음습한 느낌이 온몸을 타고 올랐다.
무맥이 온몸의 기운을 끌어 올리며, 검은 기운의 침습을 막았다.
그리고 진화를 노려보았다.
“제물실의 괴물, 그게 너였나?”
“제물. 그게 너한테도 중요한가? 아, 중요하겠다. 소중한 주군의 최종 제물이 다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
눈이 멀어 버릴 듯 아름다운 얼굴이 묘하게 웃음을 흘렸다.
“……!”
이상한 낌새를 느낀 무맥이 급하게 팔을 뺐다.
채---앵!
‘교활한 놈!’
무맥은 진화가 일부러 최종 제물임을 흘렸다고 확신했다.
그 말과 동시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제 검과 얽힌 마룡아를 제 목까지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놀란 무맥이 급하게 마룡아를 뒤로 빼고, 진화는 기회라는 듯 검을 휘둘렀다.
파지지지직---!
“큿!”
뼈를 울리던 시린 기운이 사라지고, 검은 기운이 번뜩이는 순간.
마룡아를 잡은 손에서 뜨끈한 고통이 느껴졌다.
무맥이 황급히 몸을 물렸다.
챙--!
파지지지지직---!
진화의 곁으로 광룡귀면대원들이 몰려들었다.
“안 돼! 놈을 다치게 해선……!”
무맥이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진화와 함께 일렁이던 검은 기운이 무맥을 비웃듯 광룡귀면대원들을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파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악-!”
검은 기운 속에 갇힌 광룡귀면대원의 찢어질 듯한 비명이 울렸다.
그리고 검게 타다만 시체들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노옴-!”
무맥이 분노에 차 소리쳤다.
하지만 그라고 어쩔 수 없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
광마제의 명령 없이 무맥은 진화를 다치게 할 수 없고, 진화는 제 목숨을 인질처럼 내놓고 광룡귀면대원들을 무참하게 죽이는 싸움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주군께……!’
무맥의 눈빛이 단호해졌다.
“놈이 아래로 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어라. 곧 오겠다.”
무맥이 순식간에 계단 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 모습에 진화의 눈빛도 번뜩였다.
“놓치지 않겠다!”
진화가 무맥을 따라 몸을 날렸다.
그때.
채----앵!
날카로운 단검이 진화의 앞으로 박혔다.
“더 이상은 안 돼.”
흉측한 쥐의 귀면을 쓴 작은 인영이 진화의 앞을 막았다.
가면 안에서 흘러나온 목소리 또한 여린 소녀의 그것이었다.
그리고 진화는 그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넌……?”
“비킬 수 없다. 무맥 님이 널 여기 묶어 두라고 하셨으니까.”
기억이 날 듯 말 듯.
“제물실 출신인가?”
“그……래!”
진화의 물음에, 쥐의 가면을 쓴 소녀가 단호하게 외쳤다.
“제물신 출신이 무맥을 지킨다고?”
“그래! 내 은인이니까.”
“…….”
소녀의 말에 진화는 잠시 말을 잃었다.
현오가 떠올랐다.
제물실에서 함께한…… 그 관계를 뭐라 불러야 할까.
“이름이 뭐지?”
“서이.”
“그래, 서이…….”
진화의 눈 속에서 푸른 번개가 쳤다.
퍼---억!
“꺄아아악!”
진화의 왼손이 서이의 복부를 때렸다.
천뢰장의 기운이 진화의 주먹에서 번뜩거리고, 서이는 벽으로 밀려나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약하군.”
진화가 서이를 향해 뱉은 말은 그게 끝이었다.
동기, 동지, 형제…….
제물실에서의 끔찍한 기억을 함께한 관계를 뭐라 부르든, 진화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진화가 남궁진화라는 것이고, 소녀는 서이라는 것.
진화에게 서이는 무맥을 은인으로 부르는 광룡귀면대원일 뿐이었다.
쉐에에엑---!
퍽! 퍽! 퍽!
진화가 검기로 음기와 양기의 조화를 깨뜨리고, 천뢰장으로 적의 심장과 단전을 부수었다.
파파파파파팟---!
파팟----! 콰----앙!
땅을 뚫고 들어간 검은 뇌기는 돌바닥과 함께 광룡귀면대원들의 헤집었다.
진화가 섬전십삼검뢰의 연속기로 유려하고 맹렬하게, 우왕좌왕하는 광룡귀면대원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파하하하하하--!
검은 악마의 웃음소리 같았다.
서이는 검은 기운에 휩싸여 우수수 떨어지듯 죽어 가는 광룡귀면대원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괴……물……!”
광마제의 살인 집단이라 하나, 서이에게는 집이었다.
집이 파괴되는 광경을 보며 서이의 눈에 눈물과 함께 증오가 들어찼다.
“이 괴물아!”
진화가 서이를 돌아보았다.
너는 그 가면을 쓰고 남의 터전, 남의 목숨을 지독하게 파괴하고 빼앗지 않았나.
그래 놓고 저를 향해 괴물이라니.
진화는 서이의 눈에 찬 눈물과 증오를 보자니, 오히려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비켜.”
“꺄아악---!”
뭘 믿고 제 앞을 막은 걸까.
이렇게나 약한 주제에.
같은 제물실 출신이라는 것에, 뭔가 특별한 게 있다고 생각한 걸까.
‘멍청하긴.’
그딴 건 추억조차 되지 못한 비참한 기억일 뿐이다.
진화는 제 검에 목이 떨어져 나가는 서이를 무덤덤하게 보았다.
정확하게 진화의 관심은, 목 없는 서이의 시체 뒤로 있는 ‘계단’에 있었다.
진화가 위를 한번 보았다.
천장이 아니라 정의맹 무인들이 싸우고 있을 꼭대기를 떠올렸다.
바위를 열기 전까지는 못 들어올 거라고 했던가.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무맥,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진화가 검을 들고 계단을 향했다.
진화의 뒤로 짙은 피비린내와 섬뜩한 고요만이 남았다.
* * *
콰아아아앙---!
“어엇!”
천 년이라도 버틸 것 같던 바위산이 흔들렸다.
쿵! 쿵!
지진이 난 것과는 달리, 속에서부터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툭. 콰르르르!
“우아아아악!”
풍—덩! 펑! 펑!
절벽에 매달려 있던 지주비의 수하들이 가장 먼저 흔들렸다.
보이지 않는 강철의 거미줄을 고정하고 있던 바위가 무너져 내리면서, 우르르- 절벽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어딜-!”
쉐에에엑---!
펑! 펑! 펑!
남궁진혜가 떨어지는 놈들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
살려서는 강물에 빠뜨리지 않겠다는 그녀의 의지는, 금세 강물을 붉게 물들였다.
“저 계집이 감히-!”
쉐에에엑---!
지주비의 채찍이 남궁진혜에게 날아들었다.
촤아아아악--!
고통스럽고도 찰진 소리가 울렸다.
남궁진혜의 검을 떨어뜨리려는 듯, 지주비의 채찍이 남궁진혜의 팔에 감겼다.
그런데 그다음은, 지주비의 예상과 달랐다.
꽈아아악---!
거슬리는 양팔의 옷은,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찢어 던져 버리고 없었다.
남궁진혜가 힘을 주자, 굵은 혈관이 도드라지며 이두와 삼두, 전완근을 중심으로 남궁진혜의 팔이 터질 듯 부풀었다.
남궁진혜는 검을 입에 물고 본격적으로 손으로 채찍을 잡았다.
“무슨? ……아악-!”
검을 문 남궁진혜가 씨익 웃는가 싶더니.
지주비는 생전 겪어 보지 못한 힘에 끌려 내려갔다.
탁! 탁탁!
타다다다다닷!
다른 손에 숨겨 놓은 송곳으로 절벽을 찍었지만, 소용없었다.
남궁진혜가 한 팔로 채찍을 당기기 시작하자, 지주비는 절벽을 긁으며 끌려 내려갔다.
결국 지주비는 채찍을 포기했다.
“크읏! 미친년!”
꼭대기에서 여유롭게 내려다보던 때와 달리, 가까이에서 본 남궁진혜의 눈빛은 사나운 짐승의 그것과 같았다.
살면서 저렇게 뜨겁고 맹렬한 눈빛은 단 두 명밖에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 둘 모두, 제가 아는 한 가장 강한 남자들이었다.
‘남궁세가의 계집이 대주님과 웅호를 닮았다고? 말도 안 돼!’
지주비는 제게 든 생각을 떨쳤다.
하지만 남궁진혜를 보면, 도무지 명문 정파 남궁세가의 유일한 영애라는 사실이 어울리지 않았다.
“기다려라! 이 쌍년아-!”
일단 말버릇부터 글러먹었다.
게다가 한 손에 검을 쥐고, 한 손과 두 발만으로 절벽을 기어오르는 모습을 보라.
줄 하나 없는 맨몸으로 이제는 요령까지 익힌 듯.
“바퀴벌레 같은 년!”
바퀴벌레보다 빨랐다.
지주비가 이를 갈며 도망쳤다.
“크아아악!”
남궁진혜가 철사에 매달려 움직이던 수하의 몸을 그대로 양단을 내었다.
공중에 피가 뿌려지며 남궁진혜의 얼굴까지 적셨다.
하지만 남궁진혜는 벌어진 입으로 피가 들어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기, 다, 려……?’
지주비가 남궁진혜의 입 모양을 읽었다.
그와 동시에 남궁진혜가 몸에 반동을 주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절벽을 뛰어올랐다.
“미친……!”
탁.
순식간에 지주비가 있는 곳까지 뛰어오른 남궁진혜가 왼손으로 몸을 지탱했다.
그리고 지주비를 향해 마음껏 검을 휘둘렀다.
“죽어라!”
“꺄-악!”
퍼어억-!
남궁진혜의 검이 지주비가 잡고 있던 철사를 찍었다.
놀란 지주비가 다른 줄을 잡고 황급히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남궁진혜는 지금의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꺄악은 지랄!”
퍽! 퍽!
“읏! 젠장!”
줄이 보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남궁진혜는 집요하게 지주비가 잡은 줄을 노렸다.
‘대체 어떻게 아는 거야!’
지주비가 남궁진혜에게서 도망치면서도 그녀를 노려보았다.
이리저리 수하들이 몸이 날렸지만, 남궁진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퍼억-!
날아든 광룡귀면대원의 얼굴을 그대로 절벽에 밀어 목을 부러뜨리고, 남궁진혜가 다시 멀어진 지주비를 노려보았다.
공포가 밀려들었다.
절벽에서만큼은 그녀를 이길 자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주비는 저를 향해 날아오는 남궁진혜를 보며 저도 모르게 겁을 먹었다.
“저리 꺼져!”
쉐에에엑---!
지주비가 남궁진혜를 향해 표창을 날렸다.
남궁진혜가 손을 뻗으려던 딱 그 자리에.
휘청!
남궁진혜가 손을 놓치고 공중에 휘청거렸다.
“좋아!”
지주비가 떨어질 듯한 남궁진혜를 보며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두 발을 깊이 박아 넣은 남궁진혜는 허리의 힘만으로 다시 몸을 일으켰다.
“괴……물 같은 년!”
천천히 몸을 바로 하고 저를 보며 웃는 남궁진혜에, 지주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더는 쓸 수 있는 무기가 없는데, 남궁진혜는 점점 더 강해지는 듯했다.
“거기 서---!”
타다다다닷---!
남궁진혜가 속도를 높여 달려오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그렇다, 달려왔다.
맨몸으로 절벽에 매달려, 더불어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탓.
심지어 날아오르기까지.
저를 향해 다가오는 남궁진혜를 보며 지주비가 입술을 깨물었다.
마지막은…….
‘이것밖에 없어.’
지주비의 눈이 다시 소매 속에 숨긴 송곳을 향했다.
채찍과 표창, 거리를 벌리고 사용하는 무기였다.
송곳은 그것들을 모두 잃었을 때를 대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오냐, 와라-!’
스치기만 해도 죽는 맹독을 발라 놓은 송곳을 보며, 지주비가 눈을 빛냈다.
그때.
“야, 호.”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경악에 찬 지주비의 눈에 의심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 전에 남궁진혜의 검이 지주비의 복부를 뚫었다.
푸욱-!
지주비의 배를 뚫은 소리가 아니라, 그녀의 배를 뚫은 검이 절벽에 박히는 소리였다.
“너…… 윽!”
“죽어, 이년아!”
“안 돼!”
지주비가 비명을 지르는 듯 소리쳤지만, 남궁진혜는 송곳을 들고 있는 지주비의 손을 잡아 그대로 그녀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남궁진혜가 지주비에게서 떨어지기 무섭게, 지주비가 검은 피를 뿜었다.
“커억! 컥! 컥!”
지주비는 검을 피를 쏟으며 거미줄에 잡힌 나비처럼 퍼덕이다, 그대로 죽었다.
“후우. 거머리같이 질긴 년.”
남궁진혜가 한숨을 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남궁진혜의 활약으로 절벽 쪽은 많이 정리가 되었다.
하지만 정의맹이 건 사슬 위에선 여전히 정의맹 무사들과 지주비의 수하들이 싸우고 있었고, 꼭대기에서도 치열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전투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진화는 어딨지?”
남궁진혜가 절벽 위를 보았다.
콰광광---쾅!
다시 바위산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남궁진혜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꼭대기를 보았다.
“우리 진화 기다리겠네. 누님이 간다-!”
남궁진혜가 빠르게 절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