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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155)화 (155/425)

남궁마제

보배 진(珍) 꽃 화(花) : 용이 잠드는 곳(5)

남궁가주가 소집한 총세가 회의.

남궁가주를 기준으로 오른쪽으로는 장로들과 무단주들을 비롯한 가신들이, 왼쪽으로는 남궁세가의 원로들이 자리했다.

그들의 뒤편으로 남궁세가를 따르는 무림 문파와 세가의 대표들도 참석했다.

그들 중에는 남궁세가에서 분리된 문파나 세가가 아닌 곳도 많았다.

귀천성과의 전쟁 이후, 양주 정파 무림이 모두 남궁세가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자리가 채워진 후.

“가주님 드십시다!”

천명관 관주의 말에 따라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의맹 못지 않은 위엄과 존경 속에서, 남궁가주가 회의장에 들어왔다.

양주는 중원의 오분지 일에 해당하는 넓은 땅이라.

특히 양주 무림에서 남궁세가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라 할 수 있었으니.

오늘의 회의 결과에 따라 남궁세가는 물론 양주 무림의 운명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시선들이 남궁가주를 향했다.

평범한 체격에 선이 굵은 호남형으로 생긴 중년인.

신비로운 천풍무의를 제외하면 그저 인상 좋은 평범한 사내였다.

그러나 그가 좌중을 둘러보자, 눈이 마주친 이들은 모두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창천명웅(蒼天明雄) 남궁성.

누군가는 아버지 제왕검과 동생인 제왕무적단주를 내세워 가문의 세를 키운 수완가에 불과하다 했으나, 실제로 남궁성을 본 이들은 그야말로 양주 무림의 영웅이라 말했다.

양주 땅에 남궁가주의 눈이 닿지 않는 곳이 없고, 그의 손이 뻗지 않는 곳이 없으니.

압도적인 무력으로 앞장서서 무인들을 이끄는 제왕검이나 제왕무적단주와 달리, 남궁가주는 무인이 아닌 이들까지 아우르는 포용력으로 양주 무림 전체를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남궁가주가 좌중을 둘러보자, 긴장된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모두 착석했으니 회의를 진행하지요.”

그제야 남궁가주가 회의를 시작했다.

* * *

“여릉이 어떤 곳입니까. 놈들이 유일하게 발을 뻗은 양주 땅입니다. 그런 곳에서 순순히 물러섰다는 것은, 우리와 싸울 생각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괜히 무인들을 끌어모으고 무기를 만들어 낸다면, 이건 우리가 먼저 싸움을 거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여릉 근처의 무현, 광명, 속강까지, 지금이 최고급 운룡차가 날 때입니다. 이런 때에 싸움이라도 나면 여러 문파와 세가에서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운송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번 수확한 곡물의 이송이 한창인 때입니다. 수익도 수익이지만, 지금은 다른 곳에 무인들을 빼낼 여력이 없습니다.”

“남궁세가 또한 그렇습니다. 곡물과 차 운송으로 일 년 세가 예산의 절반을 벌어들이는 때입니다. 유념해 주십시오!”

전쟁 준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입장을 정리해 발언했다.

남궁세가의 운송을 총괄하는 청해상단과 표국을 이끄는 이장로 남궁운을 시작으로, 차와 주류, 운송 사업에 관여하는 원로들과 문파들이 대부분이었다.

요즘 그들은 일 년 농사를 수확하는 농부의 심정과 마찬가지라, 지나가는 낙엽에도 몸을 사리고 싶은 때인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전쟁 준비라니!

그들에게는 다 같이 굶어 죽자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의견에 남궁가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 중요하고 바쁜 때라는 것은 본인도 익히 아는 바입니다. 그렇다면, 한 달 뒤에는 괜찮은 것입니까?”

“한 달로는 부족합니다. 우리 지방의 곡물과 차는, 황제가 계신 곳부터 중원 전역으로 나갑니다.”

“두 달은요?”

“서역에서 약속된 날짜에 상인들이 올 것입니다.”

“석 달은?”

“…….”

반복되는 질문에, 대답하던 이들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때.

탕-!

누군가 대답하기도 전에 남궁가주가 탁자를 내리쳤다.

“중원 전역이 전쟁에 들어가면, 우리 차와 곡물은 누가 안전하게 가져다준다 하오? 의견의 요지를 분명히 하시오! 지금이라 안 되는 것이오, 전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오?”

“…….”

남궁가주의 호통에, 반대하던 사람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들은 고개를 숙이는 척, 누가 먼저 나설 것인지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사람들의 시선에 떠밀려 가장 상석에 앉은 원로, 고명검(告明劍) 남궁명현이 나섰다.

“후우…… 솔직히 말하지요. 전쟁 준비 자체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정의맹이 전쟁을 일으키려 하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양주는 지금 전쟁을 시작하면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힘은 필요로 하되 우리의 손해는 보존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쟁은 오로지 그들을 위해 하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양주에 불필요한 전쟁을, 우리가 왜 손해까지 봐 가면서 도와야 하는 것입니까?”

“옳습니다. 자신들의 터전을 되찾고자 하는 전쟁입니다! 빼앗긴 놈들이 찾아야지요!”

남궁명현이 물꼬를 열자 남은 이들이 뒤를 따랐다.

그때, 이번에는 제왕무적단주 남궁경이 의자의 팔걸이를 내리쳤다.

타-앙!

“거참, 더럽게 계산적이네!”

“뭐, 뭐요?”

“이보시오, 제왕무적단주! 예를 갖추시오!”

“아, 됐고!”

“대체 뭐가 됐다는 것이냐!”

“그래, 너만 됐으면 됐냐?”

평소의 세가 회의와는 달랐다.

보통 남궁경이 이렇게 나오면 장로들은 입을 다물었지만, 원로들은 달랐다.

배분상으로 조카 혹은 손자뻘 되는 터라, 남궁경의 태도는 원로들의 분노만 일으켰을 뿐이다.

“다들 배가 부른 게지. 검 하나 들고 전쟁터를 오가다가, 등 따시고 배가 부르니 이제 싸우기 싫은 거 아니오?”

“뭐, 뭐야?”

“어허, 제왕무적단주는 말을 삼가시오.”

하지만 당황할 남궁경이 아니었다.

“거, 더럽게 말 많네. 더 들어 봤자, 결국 싸우기 싫다는 거 아니오?”

“이, 이……! 그래! 싸우기 싫다! 피땀 흘려서 겨우 살 만해졌는데, 쓸데없이 남의 전쟁에 끼어들기 싫다, 됐냐?”

“그게 왜 남의 전쟁이오? 노망났소? 지난번에 누구랑 피땀 흘려 싸웠는지 잊었소? 귀천성이오, 귀천성!”

“알아-! 이 망나니 자식아!”

남궁경이 끼어들면서 결국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겁쟁이 다 됐네!”

“뭐, 이 새끼야? 말이면 다인 줄 알아?”

“그놈들이 항복문서를 보내온 것도 아니고, 그냥 조금 물러선 것을 가지고 피하기는 무슨! 그러다가 한 번에 쳐들어오면, 그땐 어쩌시려고?”

“일단 지금같이 중요한 때에 우리가 굳이 나서서까지 싸움을 걸 필요가 있냐는 말일세!”

“지금이 왜요? 돈 벌어야 해서?”

“허어! 말을 가려 하래도!”

“막말로, 네놈이 부숴 먹는 검이며 건물, 무슨 돈으로 복구하는 건데! 제일 큰 돈 덩어리 주제에, 지금 돈을 무시하냐?”

“우리 같은 작은 문파나 세가는 운영비가 없으면 어렵소.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란 말이오!”

큰 소리와 고성, 삿대질이 오가며 서로 이야기가 격해졌다.

사실 틀린 말은 없었다.

돈이 있어야 먹고살고 수련도 하는 법이다.

돈이 있어야 문주네, 가주네 품위 유지도 하고 인정도 받는 법이고, 돈이 있어야 무인도 키운다.

하지만 전쟁 준비를 하자는 사람들도 전쟁이 좋아서 나선 것은 아니었다.

타-앙!

“갈-!”

남궁가주가 내공을 실어 소리를 질렀다.

순식간에 과열되었던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서로 싸우려면 처음부터 연무장에서 만났을 것입니다. 우선, 제왕무적단주는 의견을 정리해서 발언하시오.”

남궁가주는 말을 시작도 하기 전에 시비부터 붙어서 끝난 남궁경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젠장, 전쟁을 원해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목숨 아깝지 않은 사람 없고,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도 없소. 그런데 대체 언제부터 남궁세가가 이러했단 말이오! 정도 무림이 필요로 하는 전쟁? 아니오, 살기 위해 하는 전쟁이오! 눈 감지 말고 똑바로 보시오! 저들이 제 땅을 찾으려고 하는 전쟁? 맞을 것이오! 그런데 이러다가 귀천성 놈들이 다 부활하면, 그 처참한 전쟁을 또 할 셈이오? 다른 정도 무림이 다 죽고 나면, 그때도 우리가 차며 곡물 운운하면서 저들과 싸울 수 있겠소?”

“…….”

남궁경의 물음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사실 모두 알고 있었다.

양주 무림도 귀천성과 홀로 싸울 수 없고, 이전처럼 정사 무림이 모두 힘을 합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혼현마제와 광마제가 이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다른 마제들, 역천마제도 언젠가는 모습을 드러내겠지요. 아버지 제왕검도 죽이지 못했던 자들이오. 그 마두들이 온전한 상태에서 우리 중 누군들 맞붙을 수 있겠소!”

제왕검의 아들이자 남궁제일검이라 불리는 사내의 말이었다.

매사를 검으로 해결하려 들던 남궁 망나니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원로들도 입을 꾹 다물었다.

“피하지 맙시다. 피해서 될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남궁경의 말은 모두의 가슴을 때렸다.

그때, 갑자기 세가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진화?”

빛과 함께 들어온 아름다운 사내.

처음 보는 사람도 많았지만,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창천화룡 남궁진화.

제왕검이 데려온 양자이지만, 최근 광룡귀면대주를 죽이고 신룡으로 떠오른 신예 고수였다.

그런 남궁진화가 원로들의 가장 앞자리에 자리했다.

“어허, 작은 공자께서 여기는 웬일이시오?”

“아무리 소공자라 하나 세가 회의 중에 끼어들다니, 무례하오!”

가장 상석에 자리하는 진화에게 원로들의 호통이 이어졌다.

남궁진화의 위명은 익히 알았으나, 세가 회의는 그런 명성으로 참석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대부분 의아한 눈으로 진화를 보고, 몇몇은 불쾌한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둘러보며 진화가 큰 검을 앞에 내려놓았다.

탕.

푸른 옥으로 된 용과 자수정 운무가 장식된 검집.

“……!”

손잡이에 새겨진 의천(義天)이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남궁세가의 모든 검수들이 일어섰다.

척. 척. 척.

원로와 장로, 무단주 할 것 없이 검을 쓰는 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했다.

그중에는 남궁경도 있었다.

“의기의천! 남궁세가 검수가 의천검을 뵙습니다!”

의천검을 향하는 남궁세가 검수들의 우렁찬 존경 속에.

키만 자란 듯 아름다운 소년이 해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스승님을 대신하여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 * *

갑작스러운 의천검의 등장으로 어수선해진 분위기.

남궁가주가 걱정 어린 눈빛으로 진화를 보았다.

“의천검주를 대신하여 참석했으니 할 말이 있을 터. 남궁진화는 발언하라.”

남궁가주의 말에, 진화가 천천히 일어섰다.

“우선, 양주가 평화로우니 많은 분들이 착각하고 계신 듯합니다.”

“허어! 흠.”

처음부터 공격적인 진화의 말에, 원로들 사이에서 불편한 듯 헛기침 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진화는 저를 불편한 얼굴로 보는 사람들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쳤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벌써 수많은 무인들이 싸우다가 죽었고, 수많은 힘없고 약한 자들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귀천성은 이미 부활을 시작했습니다. 또다시, 저와 같은 제물을 다시 납치하기 시작했고, 이를 막지 못한다면 우린 더 강해진 역천마제와 싸워야 할 것입니다.”

전쟁 준비를 반대하는 이들이 모르는 척하고 있던 불편한 진실이었다.

하지만 진화의 말에, 사람들은 그들이 피하고 있던 진실이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정의맹은 귀천성이 본래보다 더 큰 힘을 갖기 전에 그들과 싸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들의 악행을 막고, 정도가 이기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선택해야겠지요. 여러 원로님과 장로님, 선배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지켜야 할 것이 있지 않습니까?”

많은 이들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었다.

“광마제와 직접 대면했습니다. 그가 저를 보았습니다. 자신의 최종 제물이었던 저를 데려가기 위해서, 앞으로 광마제는 끈질기게 저를 쫓을 것입니다.”

“……!”

“진화야!”

갑작스러운 진화의 충격적인 발언에 많은 이들이 놀란 듯 진화를 보고, 특히 남궁가주와 남궁경이 당황한 얼굴로 진화를 불렀다.

하지만 이미 더 이상은 숨길 수 없는 일이었다.

정의맹 윗선들은 다 알게 되었고, 앞으로 광마제의 추격을 받을 것이 뻔한데 이유도 모르고 당하게 할 순 없었다.

“불민한 저로 인해 세가가 위험해졌습니다. 혹 그것이 저어되신다면, 지금이라도 목을 내어놓겠습니다.”

“진화야!”

남궁경이 경악하여 진화를 불렀다.

하지만 진화는 담담한 얼굴로 맞은편에 있던 대장로 남궁순을 비롯한 다른 장로, 가신과 차례로 눈을 마주했다.

“저는 그리할 수 있습니다. 남궁세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지금 이 의천검으로 제 목을 치셔도 괜찮습니다.”

“갈-! 공자는 자중하시오-!”

진화의 말에 진화의 옆에 있던 원로 남궁명현이 소리쳤다.

“수많은 남궁세가 무인들이 피를 흘린 것은, 오로지 세가를 지키기 위해서였소. 남궁세가 직계를 귀천성 마두들에게 내줄 의천이 아니란 말이오!”

원로 남궁명현의 목소리가 회의장 전체에 묵직하게 퍼졌다.

침묵이 깔렸다.

그 속에 진화가 담담하게 말했다.

“이미 세가는 위험해졌고, 제가 죽는들 그건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귀천성을 대비해야만 합니다. 제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귀천성의 야욕을 분쇄하겠다거나, 광마제에게 복수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남궁을 위해 싸우게 해 주십시오. 광마제의 손에 온몸이 터져 죽더라도 남궁세가를 지키고 싶습니다.”

진화가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대장로 남궁순이 천천히 일어났다.

“남궁세가 직계의 목숨을 노린다니, 이는 절대 좌시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속히 무인들을 모아 대비를 하고, 귀천성 마두에게도 따끔한 경고를 해야 할 것습니다.”

이전부터 남궁경의 양자를 마땅치 않아 하던 남궁순까지 나서자, 분위기는 급히 한쪽으로 기울었다.

그에 남궁가주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무인들을 늘리고 본가에 집결시키는 데에 찬성하는 분은 거수해 주시오.”

남궁가주의 말에 모두가 손을 들었다.

그에 남궁가주가 흐뭇한 얼굴로 좌중을 보았다.

“모두의 의견이 옳았소. 세가를 위하는 모두의 의견을 종합하여, 양주 무림의 피와 땀에 대해서는 정의맹에 따로 요구할 것이오.”

남궁세가와 양주 무림의 힘이 정의맹이 가진 무력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바.

이번 전쟁으로 땅을 되찾을 문파들에 양주 무림의 손해를 보존할 만한 것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감히 양주 땅을 노리고 남궁세가 직계의 목숨을 노리는 마두들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니, 세가 회의의 결정에 따라 양주 전역에서 무인들을 선발하고 근 시일 내에 남궁세가의 삼대 무단은 추가로 무인들을 발탁할 것이오.”

세가 회의가 만장일치로 끝이 나고, 모두가 현명한 결정에 고개 숙여 화답했다.

진화는 복잡한 눈빛으로 남궁순을 보았다.

진화가 죽는 순간까지 그의 반대편에 섰던 자가 갑자기 진화의 편에 선 것이 놀랍고 의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물어볼 새도 없이, 남궁가주를 비롯해서 세가의 수뇌부는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에 들어갔다.

“공자의 남궁세가를 위하는 마음이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소.”

“허허, 남궁경의 말처럼, 등 따시고 배부르게 있으니 진짜 중요한 걸 잊은 모양이오.”

진화는 원로들의 격려와 칭찬 속에서 처소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날 새벽.

자고 있던 진화가 갑자기 눈을 떴다.

스르륵-.

이불이 흘러내리고.

진화가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구역감을 치밀게 하던 무언가를 토해 냈다.

“욱, 커억……!”

진화는 천천히 입을 막고 있던 손을 펼쳐 보았다.

“창천원의 침구를 전부 갈았는데, 또 독을 썼다고……?”

손에 묻은 붉은 선혈을 보며, 진화의 눈빛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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