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보배 진(珍) 꽃 화(花) : 용이 잠드는 곳(6)
일정 경지를 넘어서면, 운기를 하는 데에 의식하지 않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내공심법이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축기를 하는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여기서 다른 내공심법들과 천뢰제왕심법의 차이가 나타난다.
단전을 중심으로 축기에 힘쓰는 내공심법들과 달리, 천뢰제왕심법은 뇌와 심장, 단전의 삼위일체가 그 중심축이라.
천뢰제왕심법은 조화로운 기운이 몸을 청명하게 하는 것과 달리, 음기와 양기의 충돌이 끊임없이 몸을 깨우고 단전을 깨운다.
독에 당했을 때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독기가 단전으로 파고들어 가서 기운을 혼탁하게 만드는 것과 달리, 천뢰제왕심법을 익힌 자는 몸 안에서 독기가 끊임없이 기운들과 부딪힌다.
다른 이들이 독에 오염(汚染)되는 것이라면, 천뢰제왕심법을 익힌 이들은 독에 파괴(破壞)되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다른 경지를 넘어선 자들이 운기조식으로 혼탁한 기운을 다스리고 독기를 몰아내는 것과 달리, 천뢰제왕심법을 익힌 이들은 몸속 기운과 부딪힌 독기가 이리저리 튕기다 토해지는 것이라.
그런데 진화는 또 다르다.
진화의 혼돈지체는 매일 천둥 번개가 내리치고, 생겼다 없어지는 우주라.
제물실에서도 어지간한 독기에는 끄떡없던 진화였다.
천뢰제왕심법으로 더욱 맹렬해진 우주에 작은 파괴는 흔적 없이 사라질 충돌에 불과했다.
‘내게 독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걸 보면, 광마제의 짓은 아니겠군. 하긴, 광마제가 소중한 내 육체에 독을 쓸 리도 없지만…… 그렇다면 역시, 혼현마제의 끈인가?’
진화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스으윽-.
진화가 손에 묻은 붉은 피를 이불에 닦았다.
그러자 피가 순식간에 검게 변하며 이불을 태워 들어갔다.
‘스승님이 당하신 것과 같은 거로군.’
진화가 스르륵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창천원의 모든 침구가 바뀐 걸 범인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 * *
식사에 관해 따로 정해진 것은 없었다.
다만, 남궁세가 직계들은 점심 만찬을 즐겼다.
저녁에는 각자 일 때문에 바빠서 모이지 못했고, 아침은 제왕검 남궁강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제왕검의 언제 자든 늦게 일어나는 습관 때문인데, 불행하게도 몇몇 식구들도 그 습관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 근래의 아침 시간은 달랐다.
조금이라도 더 진화와 함께하고 싶은 남궁가주와 팽연화로 인해, 식구들이 아침에도 모두 모였기 때문이다.
“백모님과 어머님은요?”
진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덕진 할매가 싱긋이 웃었다.
“아침 일찍 여시(女市)가 있는 날이라서요.”
“여시요?”
“서역 상인들이 놓고 간 포목이나 아사천, 귀한 보석, 향신료 등 여인들이 좋아하는 물건들이 반짝 장을 연답니다. 여인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라 여시라 부르지요. 가모님과 마님께서 도련님 가실 때까지 새로 지을 옷 천과 장식 들을 사러 가셨답니다.”
덕진 할매의 말에, 진화가 애매하게 웃어 보였다.
정의무학관의 현장 임무의 일환으로 종남파에 가는 것이라, 특별한 일이 없다면 동의생 관도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여쁜 아들을 꾸미기 좋아하는 어머니의 취미를 막을 생각은 없었다.
“백모님은 왜……?”
“호호호, 도련님이 진혜 아가씨보다 분홍색이 잘 받으신답니다.”
“…….”
진화는 백모님과 어머니께서 주시는 옷을 열심히 아껴야겠다고 생각했다.
“드시지요, 안에 기다리고 계십니다.”
덕진 할매의 손짓에 따라 천화정 식당으로 들자, 남궁가주와 남궁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
진화가 남궁경을 보며 놀라자, 남궁경과 남궁가주가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오냐, 아빠는 아침 먹고 자면 된다.”
“어떻게 그런 것까지 네 할아버지를 닮았는지. 허허허.”
처음 있는 남자들끼리의 식사.
“한창 클 때니 많이 먹으렴.”
“이거! 우리 아들 좋아하는 것이로구나.”
남궁경과 남궁가주는 오랜만에 진화의 곁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게 기쁜 듯했다.
진화도 마침 어머니에게 걱정 끼치기 전에, 남궁가주와 아버지만 뵐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창 밥을 먹고 있을 때.
진화가 슬쩍 말을 꺼냈다.
“오늘 새벽엔 제가 독에 당했습니다.”
툭.
턱. 턱.
“……뭐?”
진화가 고개를 들어 남궁가주와 남궁경을 보았다.
두 사람 다 밥그릇과 젓가락을 놓고 진화를 보고 있었다.
“역시, 독의 매개가 베개가 아니었던 걸까요?”
앞서 독의 매개가 베개라고 난리를 친 기억 때문일까.
진화가 민망한 듯 팔자 눈썹을 하고 물었다.
그러나 남궁가주와 남궁경에게 베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진화야!”
“인석아, 그게 밥 먹다가 할 이야기더냐?”
“의원! 의원을 데려와라-!”
남궁경과 남궁가주가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덕진 할매가 급하게 의원을 찾았다.
그때, 진화가 나서 덕진 할매를 말렸다.
“저는 괜찮습니다. 독기를 뱉어 내고 운기조식도 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범인은 창천원 사람들 중에는 없는 듯합니다. 침구를 다 간 것을 창천원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데 여전히 독을 쓴 것을 보면 말입니다.”
“인석아, 지금 그게 문제냐! 몸은? 몸은 진짜 이상이 없는 게야?”
“네 엄마가 들으면 까무러쳤을 거다! 아니, 지금 내가 까무러치고 싶다! 아이고, 내 새끼!”
“그래도 의원은 필요합니다. 무조건 필요합니다!”
“그, 그래, 덕진 할멈. 의원 데려와! 빨리!”
진화의 의도와 달리, 식당의 누구도 진화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았다.
진화가 조금 곤란한 눈빛으로 남궁가주를 보았다.
“베개가 아니면 뭘까요?”
“어허, 지금 그게 문제냐! 가서 누워. 아, 아니. 거기 눕지 말고 가주전으로 가자!”
결국 진화는 끌려가듯 식당에서 나와 남궁가주의 처소인 창천정으로 갔다.
진화는 극구 사양했지만, 남궁가주와 남궁경을 말릴 재간은 없었다.
그렇게 가주와 가모 침실에 눕혀지기 직전.
진화가 부부의 침상 앞에 우뚝 섰다.
“어허! 어서 눕지 못하겠느냐?”
“아, 왜, 애를 닦달해요? 우리 아들, 여기 눕자, 응? 아버지를 봐서라도, 응?”
남궁가주의 닦달과 남궁경의 애원을 들으면서도, 진화의 시선은 한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부부 침실답게 청룡과 홍련이 새겨진 금침.
베개에도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남궁세가 가주와 가모의 침구인 만큼 화려하고 세심한 자수 장식이었다.
“침구 자수입니다!”
진화의 침구에도 운무를 유영하는 청룡이 있었다.
속 이불과 베개는 갈더라도 침구 장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자수를 새긴 장식 자체가 고가이고 자주 교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창천원의 식구들은 개인마다 침구 장식이 따로 있었다.
침구의 자수라면, 특정 사람을 중독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아무리 베개를 찔러 독을 검사한들 찌르는 위치에 따라 발각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
“침구 자수는 누가 하고 있는가?”
남궁가주가 차갑게 내려앉은 눈빛으로 물었다.
어느새 곽 총관이 남궁가주의 앞에 시립하고 있었다.
“저자의 창포점이라는 곳에 맡겨 두고 있었습니다.”
“진화가 돌아와 침구 장식을 달리한다고 알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주문을 관리하고 물건을 운반하는 자까지 모조리 잡아들이겠습니다.”
“감히 남궁세가의 직계를 해치려 한 자다. 방해하는 자는 누구든 죽여도 좋다.”
“존명.”
관련자 모두를 죽여도 좋다.
남궁가주의 차디찬 분노에, 천리호정단주 곽가진이 살기를 피워 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곽 총관이 나가기 전, 남궁경이 그를 불러 세웠다.
“내 몫도 좀 남겨 놓게.”
어째 조용하다 했다.
남궁경이 혹여 놓칠까 진화의 손을 꼭 붙들고 있었다.
안 그래도 창천원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도련님이었다.
그중에서도 남궁경과 팽연화가 하나뿐인 아들을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모르는 이가 없었다.
하루아침에 아들을 잃을 뻔한 남궁제일검의 분노가 부들부들 떨리는 등짝에서부터 느껴지는 듯했다.
곽 총관이 남궁경을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가주전을 나갔다.
* * *
갑자기 저자에 나타난 남궁세가의 무사들.
거기에 가주전 총관으로 유명한 한응(寒鷹) 곽가진의 등장에, 저자 사람들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평소보다 사나운 곽가진과 남궁세가 무사들의 분위기에 사람들이 의아함을 느낄 즈음.
한쪽에서 달려온 무사의 말을 들은 곽가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게!”
“충!”
우렁찬 대답과 함께, 곽가진의 뒤에 있던 남궁세가 무사들이 점포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아이고, 살려 주십시오!”
“꺄-악! 사람 살려!”
점포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끌려 나오고, 비명이 터졌다.
“총관 나리,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저희에게 왜 이러십니까! 저희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흥,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가주님께서 가려 주실 것이네.”
가게 주인의 항의에 곽 총관이 코웃음을 쳤다.
가게 안에서는 주인의 일가와 직원, 부리는 몸종까지 모두 끌려 나왔다.
“총관님, 여기!”
창궁무애단의 부단주 장천수가 옥명에 든 물건을 가져 나왔다.
곽 총관이 그것을 천에 적시자, 천이 순식간에 검게 삭아 들어갔다.
곽 총관의 눈에서 불길이 일었다.
“그, 그게 무슨……!”
퍼억-!
“컵!”
곽 총관이 청포점 주인의 멱살을 쥐고 얼굴을 마주했다.
겁에 질린 표정과 당황한 눈을 보며, 곽 총관이 조용히 속삭였다.
“결코 편히 죽지 못할 것이네.”
“무, 무슨…… 으억!”
“가주님께서 지푸라기 하나 남기지 말라 하셨네. 증좌를 모두 수레에 실어 본가로 보내고, 이자들은 모조리 갱옥으로 끌어다 놓게.”
“충!”
청포점 주인이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곽 총관은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그의 멱살을 던지듯 놓았다.
그리고 창궁무애단을 향해 명을 내리고, 서둘러 본가로 돌아갔다.
남궁진화에 대한 독살 시도가 알려지면서, 남궁세가가 발칵 뒤집혔다.
창천원에 들어오는 물품을 관리하는 가신과 그 일가부터 진화의 이불보와 베개보를 운반한 짐꾼까지 모두 일거에 잡혀 들어왔다.
“허! 눈에 익은 놈이군.”
남궁경이 대번에 짐꾼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공산 포구의 점원이 그려 준 인상화와 흡사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네놈이 혼현마제의 첩자였냐?”
남궁경이 흉신악살처럼 얼굴을 구기며 짐꾼을 노려보았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사내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때, 남궁가주가 사내, 창천원 물품을 관리하던 마진의 턱을 들어 올렸다.
“이보게, 마진.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소상히 말해 주겠나?”
남궁경이 흉신악살처럼 사납게 얼굴을 구겼다면, 남궁가주는 그야말로 눈빛이 흉신악살과 같았으니.
나지막이 묻는 그 말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마진의 턱이 절로 떨렸다.
“가, 가주님, 그것이……!”
“아아, 너무 서두를 것은 없네.”
마진이 다급하게 입을 여는데, 남궁가주가 오히려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 걸음 물러서는 남궁가주의 뒤로, 작고 마른 노인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허허허, 마진, 오랜만일세.”
“헉! 가, 가주님!”
노인의 등장에 눈이 찢어질 듯 커진 마진이 다급하게 남궁가주를 찾았다.
그도 그럴 것이, 노인이 바로 천금수(天衾手) 명현보.
남궁문 이전, 대전쟁의 시기에 이 남궁세가의 갱옥을 만들고 관장하던 자였기 때문이다.
* * *
하루가 가기 전에 일의 전모가 모두 밝혀졌다.
도박에 빠진 마진이 청탁을 받아 젊은 사내를 짐꾼으로 받아 주었고, 그 사내가 교성흑오대원이었던 것.
남궁가주는 잠삼현에 있는 도박장을 뒤집었고, 거기서 남궁세가 무인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였다.
현감이 놀라 달려오긴 했으나, 무림의 일이라는 말에 한발 물러섰다.
양주는 그런 곳이었다.
귀천성의 손아귀에서 관부가 아닌 무림이 이곳을 지켜 낸 이후로, 양주에서 남궁세가의 행사를 막을 수 있는 곳은 오왕부와 양주자사부 정도랄까.
그마저도 남궁세가의 세력권 안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놈들이 여릉에서 물러서는 척, 양주 깊숙이 들어와 있었군. 이참에 모조리 발본색원하겠다. 남궁세가의 세력 안에 있는 도박장과 투기장을 뒤져 첩자를 색출하라!”
남궁가주는 혼현마제가 사람들의 약한 곳, 눈길이 닿지 않는 음지로 침투한다는 것을 꿰고, 세력권 안의 모든 곳을 뒤집었다.
그리고 수십 명의 첩자 혹은 교성흑오대가 운영하는 투기장을 쓸어 내었다.
이 모습을 보고, 양주에 있던 모든 문파와 세가 들도 대대적인 첩자 색출에 들어갔다.
모든 일이 시원하게 끝나는 듯했지만, 진화에겐 두 가지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대체! 그런 일이 있었다면 새벽에라도 당장 알렸어야지!”
“흑흑, 내 아들, 얼마나 아팠니?”
저자에 나가 있던 가모 하후민과 어머니 팽연화가 난리를 목격하고 돌아온 것이다.
팽연화는 진화가 독을 토했다는 말을 들은 직후부터 진화의 곁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심지어 진화의 침실에 남아 있는 독의 흔적을 보았을 때는, 눈물까지 쏟았다.
“이렇게 독한 것을 삼키고, 얼마나 아팠니. 엄마가 걱정할까 봐 말도 못 하고…… 흑흑.”
팽연화는 독이 이불을 까맣게 태웠듯이 진화의 속도 태웠을 거라 생각하는 듯했다.
진화는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그렇게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진화의 입에는 지금도 백 년 묵은 산삼 정과가 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임무지로 갈 때까지 진화는 이 지극정성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듯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
‘결국 태상가주님과 가주님을 독살하려 했던 범인은 밝혀내지 못했구나.’
몸은 점점 영약과 보양식으로 건강해져 가는데, 진화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지금의 사태를 보고 범인이 숨은 건가? 아니면…… 아직 범인이 세가에 들어오지 않은 건가!’
* * *
천주산 근처의 노역장.
바다 염전에서 가져온 소금을 널어서 햇빛에 말리는 곳이었다.
내리쬐는 뙤약볕을 피해 쉴 수 있는 곳 하나 없이, 소금기에 절은 몸으로 무거운 소금을 날라야 하는 곳.
남궁세가에서 죄인이나 죄인 일가가 감시를 받으며 일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한때는 남궁세가의 장로였던 남궁문이 소금을 나르고 있었다.
남궁도의 죽음에 일조하면서, 남궁문과 항복한 수하들은 공로를 인정받아 이십 년 노역형을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역적에게 몹시 자비로운 처결이라 했고, 남궁문 본인도 감사하며 형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가혹하고 가슴 아픈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십 년이라…… 참 길지.”
“누, 누구십니까?”
소녀가 놀란 눈으로 제게 접근한 사람을 보았다.
“일전에 본 적이 있었지. 기억나지 않느냐?”
“아! 당신은……!”
친근하게 웃는 사내의 모습에, 소녀는 사내가 누구인지 기억해 냈다.
“아버지가 이번에 태어난 동생의 얼굴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이 숙부가 도와줄까?”
사내가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벌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척에서 얼굴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할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소녀가 사내의 손을 잡았다.
혼현마제의 검은 손은 사람의 약한 부분을 공략한다는 남궁가주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사람마다 그 약한 부분이 다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