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진력할 진(進) 불 화(火) : 악마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5)
푹! 푹! 푹!
진화가 피한 자리에 땅이 움푹움푹 파였다.
그럴 때마다 환마제의 기운은 조금씩 더 빨라지며, 진화를 노렸다.
그러다…….
‘이게 악몽경인가?’
진화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보자마자 악몽경에 당했음을 알아차렸다.
시간 감각이 느려진 것과 동시에, 저를 향해 원망을 쏟는 사람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거야!”
“죽어! 빌어먹을! 죽어, 이 불길한 자식아!”
어머니와 아버지가 저를 향해 원망의 말을 퍼부었다.
“아아아악! 내가 왜 이렇게 되어야 해! 죽으려면 네가 죽었어야지!”
목이 잘린 남궁진혜가 검을 들고 진화에게 휘둘렀다.
“너 때문이다. 네가 남궁에 불행을 가져왔구나!”
“제물로 죽어 가던 천한 놈이 내 가문을 몰락시키다니!”
“어떻게 지킨 남궁인데!”
“너 때문이야! 전부, 너 때문이야!”
가주님과 할아버지를 비롯해서 남궁세가의 모든 사람들이 진화에게 달려들었다.
푹! 푹! 푹!
그들이 쥔 칼이 진화의 몸을 쑤셨다.
칼이 살을 파고드는 섬뜩한 감각과 고통이 진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진화는 꼼짝도 하지 않고 칼을 맞았다.
진화는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퍼부으며 저를 죽이려는 사람들에게 저항도 하지 않았다.
곧 온몸의 피가 빠져나온 듯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때까지도 진화는 눈앞의 광경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고작 이런 게 악몽이라고?’
진화가 입꼬리를 비틀며 환마제의 악몽경을 비웃었다.
어째서 최악이라고 만들어 낸 악몽이 현실보다 못할까!
이전 생에서 저들의 죽음이 훨씬 끔찍했었다.
진화는 차라리 저들의 손에 죽었으면 좋았을 거라 수백 번도 넘게 생각했었다.
저들이 휘두르는 칼이라면 기쁘게 맞았을 것이었다.
그러니 이 광경은, 악몽이 아니라 달달한 당몽(糖夢)이었다.
다만.
‘감히 귀천성의 희충(戱蟲) 따위가 뉘의 죽음을 그리는 것이냐!’
악몽 속에서도 피투성이인 사람들의 모습이 가시처럼 목에 걸렸다.
머리가 잘린 남궁진혜의 모습에, 진화의 속에서 천둥이 울었다.
진화는 사방으로 번개를 뿜어내며 가당치 않은 환상을 그려 낸 환마제의 세상을 부쉈다.
콰광광----쾅!
쾅-! 쾅!
진화가 환마제의 기운을 베어 내자, 진화의 정신에 들어온 악몽경이 흔들렸다.
운무와 같이 자유로운 환마제의 기운은 호흡을 통해 쉽게 진화의 정신으로 들어왔지만, 진화의 정신을 지배하진 못했다.
운무처럼 자유로운 기운은 퍼뜨리기는 좋으나, 온전히 통제하기엔 환마제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진화의 기운이 환마제의 기운을 부술 정도로 강한 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
콰과----광 쾅!
“자, 잠깐!”
환마제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울렸다.
악몽경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닌지, 여전히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
진화는 망설이지 않고 환마제의 기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쉐에에에엑---!
“끄아아아악! 하악, 하악, 정말 날 죽일 셈이냐! 날 죽이며 어찌 될지 모르느냐!”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검을 제대로 휘두른 듯했다.
‘기감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라는 말이군.’
진화가 사방으로 기감을 끌어 올렸다.
악몽경에 갇혔다는 건, 시간과 공간 감각이 무너졌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나가야지. 저쯤이었나?’
환각이나 진법에 당했을 때, 기억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진화는 이전 생에도 정신세계를 지배하거나 진법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진화는 기억이 아니라, 기억의 기준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행히 기감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파지지지직-!
진화의 왼손에 뇌전이 모여들었다.
저곳을 찢으리라.
진화의 눈이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저 멀리서 느껴지는 환마제의 숨결을 노렸다.
“안 돼! 멈춰! 정말 죄 없는 이들까지 모두 죽일 셈이냐!”
환마제의 다급한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아아악!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진소야! 진소야, 정신 좀 차려 보게!”
쉐에에엑----!
“커헉!”
“어? ……헉! 명해! 내, 내가 왜! 아아악! 명해!”
정신을 차리고 제가 한 짓을 보고 고통스러워하는 이가, 곧 다시 동공에 초점을 잃고 검을 들었다.
챙-! 챙-!
“구석으로 몰아라! 살수는 펼치지 마라!”
적호단주의 필사적인 외침이 곳곳에 퍼지고, 적호단과 현무단이 이를 악물고 검을 든 사람들을 안으로 몰았다.
“비켜! 정신 괜찮은 놈은 밖으로 빠지라고!”
쉐에에엑!
“아악!”
“사형!”
악몽경에 당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구분이 어려웠다.
악몽경에 당한 사람도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기 때문이다.
난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일일이 동공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았다.
“젠장! 어쩔 수 없다! 적호단과 현무단, 종남파를 제외한 이들은 검을 넣고 물러서라!”
“그게 무슨 말이오! 우리더러 도망하라는 말이오?”
“그럼, 이렇게 계속 서로에게 칼질하면서 다 죽을 거요!”
적호단주의 명에 현무단주와 종남파가 따라 주고는 있었지만, 그건 그들이 정의맹 소속이거나 지은 죄가 있어서일 뿐. 다른 중소 문파의 장문들은 자신들의 제자를 보호하는 데에 우선하여 적호단주의 명을 들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전장은 계속 정리가 되지 않았다.
“저들을 다 죽일 것이냐? 히-익, 히-익, 날 살려 준다면, 저들을 살려 주마.”
환마제가 협상안을 내밀었다.
“진짜 같군.”
진화가 검을 멈추고 악몽경이 보여 주는 광경을 보았다.
실제 장안성에서 일어나는 일인 듯 사실적이었다.
하지만 그건 진화의 느낌만이 아니었다.
“저건 진짜다! 내 악몽경에 연결된 이들의 기억이라고!”
환마제의 말에 진화가 검을 내렸다.
환마제는 진화가 제 말에 흔들렸다고 확신했다.
“그, 그래. 저 지옥은 진짜다! 히-익, 날 살려 주겠다고 약속해라! 여, 여기서 나가겠다고 약속해! 그럼 저 지옥을 끝내 주마!”
환마제가 진화를 설득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외쳤다.
‘이번만 넘어가면, 이번 위기만 넘어가면…….’
환마제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그의 다급함이 느껴졌다.
진화는 환마제의 설득이 계속되는 중에도, 눈앞의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단주님!”
“젠장! 안 되면 죽여! 쓰불, 지들이 안 비킨 걸 어쩌라고! 그냥 우리 쪽만 정리하고, 위험한 놈들은 그냥 죽여!”
악에 받친 적호단주의 고함이 퍼졌다.
어쩐지 자포자기 한 듯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군과 적이라 표현하기엔, 저들은 적이 아니었다.
정신을 잃고 환마제의 기운에 당한 것뿐이라.
그런 이들을 죽이는 건, 생각보다 큰 충격이 남았다.
하지만 정신없이 휘두르는 칼을 맞고 죽어 줄 수도 없었다.
물론 위기를 기회로 삼은 사람도 있었다.
쉐에에엑--!
“잘됐네! 이 새끼들, 이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오늘 죽어 봐라!”
남궁진혜가 신이 나서 날 뛰었다.
손에는 검이 아니라 커다란 쇠몽둥이를 들고, 보이는 족족 팔다리를 부수고 있었다.
문제는 남궁진혜가 악몽경에 당한 사람들을 부수고 나가면 나갈수록, 점점 그들로 둘러싸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 귀한 집 망나니 같은 놈이!”
“차라리, 저렇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
위태로워 보이는 상황 속에, 적호단원 하나는 차라리 저게 속이 편하겠다 싶었다.
적호단주 팽치의 고민이 깊어졌다.
‘누님!’
악몽경에 당한 이들의 상태를 알면 알수록, 점점 혼란스러워는 상황.
진화가 넋을 잃은 듯 그것을 보고 있자, 환마제가 기쁜 듯이 소리쳤다.
“곤란하구나! 상황이 점점 위험해!”
하지만 그도 잠시.
“히-익, 히-익, 어서, 어서 결정해. 나가겠다고 약속하면 악몽경을 풀어 주마! 전부! 그러니까 여길 나가! 나가…… 큿!”
흥분한 듯 소리치던 환마제가, 갑자기 숨이 막힌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진화의 검이, 악몽경 속에서도 정확하게 그의 두툼한 살덩어리를 찔렀기 때문이다.
“아아아아악-!”
머릿속이 터질 듯 비명이 울렸다.
진화를 둘러싼 악몽경이 흔들리며, 밖의 상황과 살을 출렁이며 고통스러워하는 환마제의 모습도 보였다.
“죄 없는 이들을 모두 죽일 셈이냐! 내가 죽으면 저들도 전부 죽일 거다! 살인자! 장안의 원수! 너, 너 때문에 다 죽었다는 걸 알게 되면, 너는 장안의 악마로 불릴 거다! 네가 바로 악마라…… 끄어어어억----!”
진화는 환마제의 비명을 들으며 검을 뽑았다.
그리고 무심한 얼굴로 검을 확인했다.
비릿한 혈향과 미끌거리는 붉은 피.
환마제를 찌른 것이 환상이 아니라!
진화의 입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히익, 히익, 악몽경을 풀어 주마! 환몽을 깰 방법을 알려 주마!”
환마제가 정말로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진화는 이미 환마제를 찌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였으니.
“필요 없다.”
푸---욱!
흑요석처럼 빛났지만, 동시에 온기 하나 없이 식은 눈.
진화가 가차 없는 손 속으로 환마제를 찔렀다.
“아아아악! 이 악마 같은 자식! 이런 개 같은 새끼! 아아아악!”
환마제가 진화를 향해 욕지거리를 끌어 퍼부었다.
하지만 진화의 눈에서 번개가 번뜩이자, 다시 입장을 달리했다.
“사, 살려 줘! 제발 살려 줘! 헉, 헉, 죄 없는 사람들을 전부 죽일 거냐? 당장 풀어 줄게! 헉, 헉, 날 살려 주면 당장 저들을 풀어 줄게!”
환마제가 애원했다.
하지만 진화는 환마제의 몸에 박아 넣은 검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장안의 절반이 아니라 전부를 죽인데도, 누님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그러니 지금 당장 죽어라!”
번------쩍!
천뢰제왕검법 현천섬뢰-.
해가 터진 듯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진화를 둘러싸고 있던 악몽경과 새하얀 운무 같은 환마제의 기운이 일거에 사라졌다.
진화는 까맣게 잿덩어리가 된 환마제의 시체를 밟고 섰다.
“어떻게! 죽, 죽였다고?”
혼현마제가 경악하며 진화를 보았다.
진화는 야희성녀와 관도생들을 압박하고 있던 혼현마제를 향해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 * *
퍼-----엉!
푸른 뇌전이 혼현마제의 팔에 부딪혔다.
카가가가가강---!
끼아아아악----!
현홍사가 마치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를 내며, 진화의 검에 잘려 나갔다.
챙! 챙! 챙!
진화가 눈앞에 닥치는 대로 현홍사를 끊고 혼현마제를 몰아붙이고, 혼현마제는 이제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진화의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큿!”
혼현마제의 입에서 신음이 나왔다.
‘이놈,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구나.’
혼현마제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콰광---!
“네놈 탓에 장안의 절반이 죽었겠구나! 과연, 환마제의 저승길이 외롭지 않겠어!”
혼현마제의 목소리가 진화는 물론 일행의 귀에 박혀들었다.
진화가 혼현마제를 몰아붙이는 동안, 관도생들은 그들의 싸움에 끼어들지 못했다.
대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살아 있는 노예들을 풀어 주었다.
그리고 그 많던 흑의인들이 모두 죽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과연 누가 악당일까? 장안의 절반이 죽어 버렸는데! 과연 정의맹에서 네놈을 받아 줄까? 남궁에서 네놈을 품을 수 있을까!”
혼현마제의 말에 진화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남궁세가에서 계속 진화를 품을 수 있겠냐는 말이 진화를 자극한 듯했다.
진화와 함께 혼현마제를 노리고 있던 야희성녀의 눈빛도 같이 흔들렸다.
야희성녀가 걱정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남궁세가의 사랑받는 양자라 했지만…….’
야희성녀가 진화를 보았다.
아무리 사랑받는 양자인들, 전 무림이 비난하고 나선 이를 품어 줄 수 있을까.
환마제를 죽인 불세출의 인재건만, 과연 사람들의 비난을 견뎌 낼 수 있을까.
야희성녀의 눈빛이 걱정으로 물들었다.
그때, 진화가 서늘한 눈으로 혼현마제를 보았다.
“이미, 전쟁은 터졌다.”
쉐에에에엑---!
천뢰제왕검법 천뢰우전-.
난폭한 기세로 입을 벌리고 있던 강철로 된 회오리 속으로 거대한 번개가 꽂혔다.
퍼-----엉!
현홍사가 터져 나가고, 그 여파에 혼현마제와 진화, 야희성녀 모두 한 장씩 물러섰다.
쿠르르릉!
지하가 무너질 듯 흔들리고, 남궁구를 비롯한 관도생들이 살아 있는 노예들을 감싸고 몸을 웅크렸다.
“큿!”
“으으. 으으…….”
공포에 질려 신음하는 소리를 들으며, 남궁구와 현오가 일행에게 눈짓했다.
“일단 나가자.”
“우리만?”
남궁교명이 놀란 눈을 떴다.
하지만 남궁구와 현오의 표정도, 결코 좋아서 하는 소리는 아닌 듯 굳어 있었다.
“우린 도움이 안 돼. 괜히 걸리적거리는 것보다, 이 사람들만이라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게 좋아.”
남궁구의 말에 일행도 고개를 끄덕였다.
심정적으로 선뜻 받아들일 순 없었지만, 그게 옳은 말이라는 것엔 모두 동의했다.
다만, 사방으로 터져 나오는 여파를 피하는 것이 문제라.
“죽어라!”
쉐에에에엑---!
진화의 검과 야희성녀의 월연비장을 혼현마제가 터뜨리듯 쳐 냈다.
퍼---엉!
콰르르르-쿵!
그들의 기운에 한쪽 벽이 무너지고, 남궁구와 일행은 사람들을 안고 급하게 몸을 굴려 그것을 피했다.
“차라리 나와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역천지체, 아니 혼돈지체!”
“……!”
진화의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네 옆을 보아라! 성녀라는 이마저도 눈빛이 달라졌다! 환마제를 죽였다고, 널 비난하는 것이다!”
“헛소리다-!”
혼현마제의 말에 야희성녀가 급하게 소리쳤다.
“너를 흔들려는 수작이다! 저자의 말에 흔들려선 안 된다!”
야희성녀가 필사적으로 진화에게 외쳤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진화를 모르고 있었다.
“전쟁은 일어나기도 하고 발발하기도 하는데, 왜 굳이 터졌다고 말할까.”
“뭐?”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도 그런 말을 했던가.
혼현마제가 의아한 듯 진화를 보았다.
진화의 눈이 혼현마제의 그것과 마주쳤다.
흑요석처럼 끝도 없이 깊고 빛나는 눈.
얼굴마저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로 깎아 놓은 듯했다.
그리고 돌처럼 온기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세상에 전쟁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네놈들 외에! 전쟁이 터지면 모두에게 죽을 이유가 생긴다! 대부분 원치 않았음에도 전쟁에 휘말린다. 그리고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의 죽음에 이유가 붙는다! 사람들의 죽음은 내 탓이 아니라, 그들이 약한 것이 이유고, 네놈들이 만들어 낸 이유 때문이다--!”
쉐에에엑-!
파파파파팟---!
거대한 번개가 땅을 가르며 혼현마제에게 닿았다.
“약한 것이 죄가 되는 세상을 만든 것은 네놈들이다!”
챙챙--!
푸른 불꽃이 튀었다.
천벌이 내려지듯 혼현마제를 쫓았다.
“네놈들에게 간다면, 광마제의 새 껍데기가 되는 것인가?”
콰-----앙!
피가 섞이는 듯, 진화의 번개도 자색으로 물들었다.
단정한 혼현마제의 얼굴도 낭패감으로 물들었다.
“남궁이 날 품을 필요 없다.”
콰광---! 쾅!
“크읏!”
혼현마제가 튕겨 나듯 물러섰다.
진화의 검을 막아 내는 것도 벅차건만, 야희성녀의 기운이 매 순간순간 그의 발을 붙잡으니.
이제 정말 위험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를 덮쳤다.
“이번엔 내가 남궁을 지킨다-!”
펑-! 펑펑펑---펑!
스스로 번개가 된 듯, 진화의 온몸이 새파란 뇌전에 휩싸였다.
천뢰제왕검법 폭력뇌전-!
퍼-억!
악에 받친 듯한 진화의 외침이 혼현마제에게 닿았다.
진화의 검기를 받아 내던 현홍사가 터져 나가며, 혼현마제 또한 튕겨 나와 벽에 부딪혔다.
쿵!
“크헉!”
혼현마제가 내장이 진탕된 듯 울컥- 검은 피를 뱉었다.
“스승님!”
“수오야, 지금이다-!”
갑작스럽게 들린 목소리에 혼현마제가 피를 토하며 다급하게 외쳤다.
그 모습에 불길한 기억을 떠올린 야희성녀가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피해라! 지금 당장 이곳을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