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맛 좋은 음식 진(珍) 따를 화(化) :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것(4)
남궁세가는 양주는 물론 중원 전역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가인 만큼, 쌓아 올린 부 또한 거의 일국에 버금간다.
그리고 그 부는, 남궁세가 소속의 상단들로 인해 쓰는 만큼 더 많이 쌓이고 있었다.
청화상단은 청해상단과 더불어 남궁세가의 가장 대표적인 상단 중 하나였다.
특히 청화상단은 남궁세가의 가장 대표적인 소득원인 차(茶)를 취급하고 있었는데, 남궁세가의 차는 황도의 유지들에 의해 귀한 취급을 받으며 요즘은 금보다 가치가 높았다.
남궁세가에서 장로급에 해당하는 상단주는 청해상단뿐이었지만, 요즈음은 청화상단의 자리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었다.
진화는 최근 가문 내의 사정은 잘 몰랐다.
세가 내의 정치에 대해 남궁도 말고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전 생에서부터 남궁세가의 것을 탐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남궁세가의 거대한 부나 재산에 관심을 둔 적도 없었다.
오죽하면 백의생 때 산술회계학에서, 금전 감각과 사업 감각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콕 집어서 ‘하’를 받았겠는가.
다들 쉬쉬했지만, 홍등금판 왕진오가 진화의 성적에 일부러 ‘하하하’를 찍었다는 소문이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
그가 진화를 공공연히 ‘만두공자’라 부르고 다녔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궁세가 직계로서 진화가 가진 권한이나 자금도 상당했지만, 정의무학관에 있는 동안 주머니에 있는 돈으로 만두를 사는 것 외에는 돈을 써 본 적 없는 진화였다.
하지만 그런 진화라도, 청화상단이 꽤 잘나가고 있다는 건 단번에 알아차렸다.
“어서 오십시오!”
점원이 밝게 인사하는 그곳은, 입구부터 진가현의 그 어떤 곳보다 화려했기 때문이다.
툭.
“책임자를 불러와라.”
진화가 점원에게 남궁세가의 직계를 상징하는 창천패(蒼天牌)를 내밀었다.
“헉! 자, 잠시만……!”
창천패를 보고 놀란 점원은 진화의 얼굴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점원은 더듬더듬 뭔가를 말하려다 황급히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 * *
청화상단으로 가는 길.
진화는 삼자대면을 시키기 위해 포사를 데려가기로 했다.
팽가 형제가 할 일을 찾았다는 듯 날름 포사를 들었다.
봉두난발에 피투성이가 되어 질질 끌려가는 포사의 모습에, 뒤에서 현오가 혀를 찼다.
“어떻게 그 잠깐 사이에 사람이 저 꼴이 되나?”
“저렇게 만들 때까지 불지 않은 건가? 그렇게 입이 무거울 것 같진 않았는데.”
나하연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옆에서 남궁구가 심드렁하게 답했다.
“열 받아서 그냥 쳤어.”
“……누가?”
모두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상반신은 내가, 하반신은 저놈이.”
포사의 하반신을 때린 남궁교명이 일행의 시선에 씨익- 웃어 보였다.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쓰레기 주제에 감히 남궁세가를 입에 올렸으니.
심사가 꼬인 건, 진화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청화상단은 어렵게 찾을 것도 없이, 진가현의 가장 중심부에 있었다.
“히이익! 자, 잠시만 기다려…… 커헙!”
청화상단의 점원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안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지부장으로 보이는 이가 달려 나왔다.
“진화가 보여 준 게 뭔데 그래?”
“창천패, 남궁세가 사람들에게는 황제의 어명보다 무서운 거지.”
남궁교명이 싸늘한 눈빛으로 지부장을 보며 말했다.
비단 금포를 온몸에 감고 퉁퉁한 체격의 중년인.
진가현 지부장 주종도가 굽실거리며 진화 일행을 안으로 모셨다.
남궁구와 남궁교명 또한 ‘남궁’의 성을 쓰는 방계라, 한낱 작은 현의 상단 지부장이 무시할 바는 아니었다.
“아, 아이고, 도련님, 이런 누추한 곳까지는 어쩐 일이십니까?”
“우리 도련님이 못 올 곳에 왔어요?”
남궁구가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쏘아붙였다.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임무 수행하시고 돌아가는 길에, 더러운 소문이 공자님의 심기를 어지럽혔습니다.”
“예?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흥, 모르는 척은.”
이번에는 남궁교명이 코웃음을 치며 주종도를 긴장시켰다.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번갈아 가면서 위협하는 통에, 주종도의 얼굴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주종도가 땀을 닦으며 한숨을 돌리는데.
“허억!”
주중도는 그제야 피 떡이 된 포사를 발견했다.
포사가 새빨갛게 물든 이를 드러내며, 주종도를 향해 비열한 웃음을 보였다.
‘저 인간 망종이 공자님 손에 잡혔는데 왜 이리로 온 거지?’
뭔가 불길함을 느낀 주종도가 바짝 긴장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인가 싶은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에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위엄.
주종도는 창천패의 주인이 소문의 제왕무적단주의 양자, 창천화룡 남궁진화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저자가 말하길, 저자가 운용하는 고리대의 자금이 이곳 청화상단에서 나왔다더군.”
진화는 다짜고짜 본론부터 꺼냈다.
진화의 말에 주종도가 펄쩍 뛰었다.
“예에? 그 무슨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십니까? 저는 처음 듣는 말입니다.”
주종도의 말에, 진화의 눈이 포사를 향했다.
그러자 포사가 주종도를 향해 비열하게 웃었다.
“흐흐흐, 어르신, 왜 그러십니까? 어제도 제가 어르신의 주루에서 술을 마시고, 그간의 이자를 드리지 않았습니까?”
“뭐, 뭐? 술이야 네놈이 와서 처먹은 거겠지! 이자? 네놈에겐 술값 외에 뭔가를 받은 적이 없다!”
능글맞게 저를 알은척하는 포사의 말에, 주종도가 분노하며 소리쳤다.
그리고 정말 억울한 표정으로 진화에게 말했다.
“아이고, 도련님, 이 미친놈이 무슨 속셈인지 모르나, 저희 청화상단은 이놈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원하신다면 장부도 내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포사가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아니, 장부를 믿는 건 아니겠지요? 당장 소득부터 속이면 끝인데, 그걸 장부에 써 놓는 미친놈이 어디 있겠습니까? 제 돈은 다 지부장님께 받은 것이 맞습니다!”
“어허, 이놈이 무슨 억하심정으로 날 모함하는 게야!”
“모함은 무슨! 들킨 마당에 깨끗하게 시인하시지요!”
주종도가 몹시 분노하며 포사를 노려보고, 포사는 당당하게 그의 눈빛을 받아쳤다.
“…….”
진화는 둘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사실 진화는 장부를 볼 생각조차 없었다.
간단한 계산이라면 몰라도, 진화에게 장부 조작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런 진화도, 눈앞에서 저를 기만하는 놈은 알아볼 수 있었다.
진화가 저를 보며 소리치는 포사를 향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구, 당장 저놈의 소굴로 가.”
“장부를 가져올까요?”
남궁구의 말에, 포사의 눈이 진화를 살폈다.
그에 진화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아니, 전부 태워 버려. 안에 누가 있든, 얼마가 있든, 전부.”
“……!”
진화의 말에 포사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포사의 눈이 처음으로 이리저리 흔들렸다.
옆에 있던 주종도도 놀라긴 했으나, 그는 이내 고소하다는 듯 포사를 향해 혀를 찼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극명하게 다른 반응.
누가 진화를 기만하려 했는지는, 따지지 않아도 알아볼 수 있었다.
진화가 당황하고 있는 포사를 내려 보았다.
자, 이제 어찌할 셈이냐.
포사가 어찌 나오는지 구경하겠다는 듯한 진화의 태도에, 포사가 더욱 당황하기 시작했다.
‘미친놈! 거기 돈이 얼마나 있는데 그걸 상관하지 않겠다는 거야!’
포사는 제 전 재산을 태우라고 해 놓고 태연하게 있는 진화를 노려보았다.
“흐, 흥! 이렇게 뒤처리를 하려는 수작인가? 증거를 전부 태우려고? 남궁이 더러운 짓거리를 숨기기 위해 내 수하들까지 죽이려 하는구나!”
포사가 진화를 향해 쏘아붙였다.
포사의 말에, 진화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남궁이 숨기려 한다고? 하하하하하하! ……재밌네.”
어느 순간, 뚝- 하고 웃음을 멈추었다.
“남궁이 네놈들에게 그런 정성을 왜 기울여야 하지?”
가뜩이나 사람 같지 않은 얼굴이 얼음처럼 서늘한 눈빛까지 담자, 포사는 저도 모르게 간담을 쓸어내렸다.
“내가 왜 너 같은 놈의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뭐, 뭐?”
“고문? 그거 별거 아니야. 고문으로 뱉어 내는 말이 다 사실이라고 믿는 천치는 없다고.”
진화는 감히 제 앞에서 뻔뻔한 얼굴로 이간질을 하려 했던 포사를 비웃었다.
세상에는 이런 놈들이 제법 많다.
눈앞에서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면전에서 거짓말을 하고 남을 속이는 이들.
이들은 삼자대면에서도 당황은커녕 오히려 열을 내며 남을 모함했다.
“악당 주제에 신뢰받을 거라 생각했나?”
진화의 말에, 포사는 제가 완전히 농락당했음을 깨달았다.
“이, 이! 이런 제기랄! 이 빌어먹을 애송이가--!”
포사는 화가 머리까지 솟은 듯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마구 소리를 질렀다.
팽가 형제가 요동치는 포사를 잡아 눌렀다.
“하지만 진가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보고도 없었던 것은 사실.”
진화의 눈이 주종도를 향하자, 주종도가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지부장은 책임지고 저놈을 끌고 가서 본가에 처결을 맡기고, 청화상단이 어떤 관계도 없음을 증명하도록.”
“충.”
방금 교활하고 포악한 포사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았기 때문일까.
진화의 명을 받는 주종도의 모습은 더없이 극진했다.
그리고 진화는 아직 나가지 않은 남궁구에게 눈짓을 보냈다.
-구, 놈의 소굴에 가서 장부와 문서, 쓸 만한 건 전부 챙겨.
-증거 때문이야? 도련님이 지부장은 관련이 없다면서?
남궁구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
-지부장은 아니지.
지부장은…….
진화의 눈빛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새롭게 남궁세가의 장로가 된 자의 이름을 저놈이 어찌 알았지? 직계인 나도 몰랐는데.
-아……!
진화의 말에 남궁구의 눈이 커졌다.
-사전에 접촉이 없었다면 알지 못했겠군.
남궁구가 알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본인은 쉬쉬하지만, 어쨌든 명실공이 남궁의 작은 송골매니.
그런데 남궁세가의 사람도 아닌 작은 현의 악당 따위가 먼 양주에서 일어난 최근의 인사를 알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포사가 당당하게 주종도를 모함하면서 장부를 들먹이는 것에, 진화는 그가 믿는 것이 지부장이 아니라 장부에 있음을 눈치챘다.
-안상범에 대해서도 본가에 미리 경고를 보내도록.
-충.
진화의 명에 남궁구가 심각한 얼굴로 바람처럼 사라졌다.
-아, 그런데, 저놈 소굴에 있는 수하들은, 진짜 전부 태워?
-남궁의 이름을 농락한 자. 가법에 따라 전부 부숴 버려.
-충.
진화의 눈빛이 까맣게 가라앉았다.
* * *
남궁구는 정말로 포사 패거리가 있던 금문각을 전부 태워 버렸다.
포사의 수하들은 안에서 타 죽지 않을 거라면, 무릎을 꿇고 나와 목숨을 구걸하는 수밖에 없었으니.
진가현에서 군림하듯 행패를 부리던 그들 패거리의 몰락을 지켜보지 않은 자가 없었다.
살인, 방화, 강도, 고리대에 인신매매까지.
그동안 그들의 횡포가 어찌나 심했는지, 기어 나온 이들을 단칼에 베어 버리는 남궁구와 남궁세가 무사들의 손 속을 말리는 이들이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남궁구가 금문각에 불을 질렀을 땐, 모두가 박수를 쳤을 정도였다.
억지로 만든 고리대 때문에,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심정으로 그들의 노예처럼 살아온 사람이 한둘이겠는가.
금문각에 있는 문서가 모두 없어졌으니, 진가현 사람들은 해방을 맞은 듯 좋아했다.
그들 중에는 전가장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 그럼, 이제 우리 의약방도 다시 찾을 수 있는 거야?”
“그럼, 우리 이제 파 말고 다른 것도 먹을 수 있어?”
전보현의 동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어머니와 전보현의 옆에서 만세를 불렀다.
그 모습을 당혜군도 뿌듯한 눈을 지켜보았다.
“용기 있는 여성이 아름다운 꽃을 쟁취하는 법이지.”
“닥……쳐.”
슬쩍 다가온 나하연의 말에, 당혜군이 망설이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그때, 전보현이 당혜군에게 다가왔다.
“저기…… 당 소저.”
“……말해.”
전보현의 얼굴이 붉어진 것을 보고, 당혜군도 덩달아 얼굴이 붉어졌다.
“혹 폐가 안 된다면…….”
“안 돼!”
“아…….”
“아, 아니! 폐가 안 된다고!”
“아!”
당혜군이 당황하며 변명을 하고, 전보현이 눈에 띄게 안도했다.
“뭐냐, 저 병신 같은 것들은.”
“당 소저도 사랑 앞에서는 바보가 되는 모양이군.”
아닌 척, 대놓고 그들을 구경하고 있던 일행이 한마디씩 했다.
“흥, 중놈이 뭘 안다고.”
“뭐, 뭐? 자네들이나 나나, 쓴 적 없는 건 똑같은데 뭘 그러나? 앞으로 쓸 일이 있을지도 확신할 순 없지.”
“뭐야? 이 땡중이 말이면 다인가? 부처님 손바닥에 변사체로 발견되고 싶나?”
남궁교명과 현오가 서로 멱살을 잡으며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보지 못했다.
다만, 다음 날.
“떠나신다고요?”
전보현이 어머니와 동생들을 데리고 짐을 꾸렸다.
“숙부라는 도박쟁이나 장남이라는 사기꾼 놈이 언제 또 올지 모르니까. 내가 당가로 가 있으라고 했어.”
“당가로? 그럼?”
“하하하하! 일단은 낙양에서 의약방을 열까 합니다.”
기쁜 얼굴로 말하는 전보현을 보자니, 일행도 덩달아 기분 좋은 듯 웃었다.
“장원은 어찌하시고요?”
“아, 당분간 청화상단에 관리를 부탁드렸습니다.”
“그렇군요.”
한쪽에서 나하연이 능글맞게 웃으며 당혜군의 옆구리를 찔렀다가 등짝을 세게 얻어맞은 것을 빼면, 일행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가현을 떠났다.
* * *
진가현에서 뱃길로 겨우 하루.
그리고 다시 반나절 더 걸어 들어가면.
“왔네!”
진화와 일행이 양청현에 도착했다.
멀리 정의무학관을 상징하는 붉은 깃발이 보이자, 진화와 일행의 얼굴이 저절로 밝아졌다.
이제는 숙청관을 나왔지만, 여전히 정의무학관이 집처럼 반가운 이들이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반가운 것은 진짜 가족이었다.
“그래, 이번에 휴가 전에 오왕부로 가게 되었다고?”
숙청관을 나와 남궁세가 지부에 묵고 있는 진화는, 오랜만에 만난 남궁진휘를 보며 저도 모르게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어찌나 기분이 좋아 보이는지, 지금은 소태라도 달게 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예, 제갈지현과 이왕자의 호위라고 합니다.”
다만 소태보다 제갈지현과 이왕자가 더 싫은 것뿐.
내내 눈빛을 반짝이던 진화가 대번에 입술이 불툭- 내밀었다.
그 모습에 남궁진휘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하! 어지간히도 싫은가 보구나.”
“…….”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이었다.
진화로서는 왕자이기 때문도 있지만, 제갈지현이 싫어서 일부러 한문혜를 살려 보낸 것도 있었다.
원한을 쌓아서 둘이 치고받으라고.
그런데 제갈지현이 뭐가 예쁘다고 그들의 무사안위까지 지켜 줘야 한단 말인가.
불만스러워 보이는 진화의 모습에, 남궁진휘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걱정 말거라. 네가 아니라 제갈지현이 너를 못 지켜서 안달이 나게 해 줄 테니. 이 형님만 믿거라.”
남궁진휘가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어쩐지 남궁가주가 뒤로 일을 꾸밀 때 모습과 비슷한 것 같은 것이…….
진화는 얼른 머리를 털어, 순간 머릿속을 스친 불길한 생각을 지웠다.
그리고 사흘 뒤.
진화는 소태가 아니라 똥을 씹은 듯 구겨진 이왕자 한문태와 제갈지현을 마주하고, 불길한 생각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긴 여정, 잘 부탁합니다.”
“그래요.”
예의 없는 대답에 구겨진 제갈지현의 표정을 보자니, 어쩐지 조금 즐거운 듯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