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생긴 그대로 진(眞) 근심 화(禍) : 과거를 쫓는 사람들(1)
연회 이틀째 날.
첫날 야외 연회 이후, 앞으로 사흘 동안 연회가 벌어질 예정이었다.
첫날 연회가 오왕이 직접 주최했던 야외 연회였다면, 둘째 날부터는 궁궐에서 삼삼오오 따로 자리를 마련하여 잔치를 즐겼다.
오왕부의 솜님으로 온 진화 일행은 오늘 일왕자가 주최하는 잔치에 초대받았다.
“왕자는 열 몇 명인데, 살아 있는 왕자는 여덟쯤 됩니다.”
“쯤?”
“모르죠, 그간 또 낳았을지.”
“허!”
“그래도 후궁이 다섯이면, 꽤 간소한 편이에요, 왕비전 서슬이 퍼래서 그런 것일 수 있지만.”
진화가 기가 막힌다는 듯 쳐다보자, 남궁구가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정비, 그러니까 왕비 소생의 왕자는 셋인데, 일왕자는 작고하신 전대 성신왕비 소생이고, 이왕자와 삼왕자는 지금 홍신왕비 소생이죠.”
“한문혜는?”
“한문혜는 칠왕자. 숙빈 소생이죠. 소용 소생에 사왕자도 있긴 한데, 그 사람은 왕위 계승과는 거리가 멀고요.”
“거리가 멀어? 한문혜보다?”
“소용은 상궁 출신이지만, 숙빈은 다르죠. 이 지역에서는 태복령보다 명성이 높은 유자 집안 출신입니다. 배경 탄탄하고 유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어서, 따지고 보면 정비 소생에 꿀릴 건 없어요. 오왕이 양주에서 혼인을 했다면 왕비가 달라졌을 거라는 말이 달리 있는 것도 아니고요.”
“호오.”
오왕부의 문제에 별 관심이 없던 진화는, 한문혜의 입장이 제 생각보다 더 좋다는 것에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귀천성 문제로 시끄러웠을 텐데?”
“유자 놈들이 뭘 아나요. 무림 일이라고 일축했답니다. 오히려 왕자 저하께 무례를 범한 무림에 항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나?”
남궁구가 입꼬리를 비틀고 비꼬는 듯 말했다.
그에 진화가 반응하기도 전에 남궁교명이 싸늘하게 냉소했다.
“남궁세가 덕분에 양주에서 편하게 목숨 보존했던 주제에 무림이 어째? 얼빠진 놈들!”
귀천성과의 전쟁은 정사 무림은 물론 군부까지 나서 겨우 반격했던 어려운 싸움이었다.
남궁교명의 말처럼, 양주가 무사했던 것은 오롯이 제왕검과 남궁세가의 공이라.
양주에서 오왕부의 입지가 좁은 것도, 그들이 전쟁에서 어떤 활약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남궁교명은 가만히 지켜진 주제에 오왕부 사람들이 남궁세가를 존경하지 않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건 남궁구도 다르지 않았다.
“여하튼 현재 오왕부는 일왕자파와 이왕자파 그리고 칠왕자파로 나뉘어 있습니다. 오늘 우릴 초대한 건 일왕자지만, 가면 세 왕자들과 파벌을 이룬 신료들의 자식들도 전부 있을 겁니다.”
“셋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 건가?”
“아니요.”
남궁구의 설명을 모두 들은 진화가 여상하게 묻자, 남궁구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누굴 칠지 미리 알려만 주시면 됩니다. 검으로 사지 어디 한 군데를 날린다거나, 뇌전으로 지져서 반병신으로 만드는 일만 피해 주십시오.”
너에겐 어떤 기대도 안 한다는 말 같았다.
“…….”
“어차피 이왕자 같은 우물 안 개구리만 아니라면, 감히 남궁세가 직계에게 무례하게 굴 수 있는 위인들도 없을 겁니다.”
남궁구가 농담이라는 듯 씨익 웃었다.
개구진 표정으로 부러 가슴을 당당하게 펴는 모습을, 진화가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남궁세가 공자님들 드십니다!”
일왕자의 궁인 자승궁 앞에서, 어린 내관이 크게 소리쳤다.
* * *
일왕자의 궁인 자승궁은 본궁이자 왕의 궁인 자원궁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대신 매우 컸다.
궁 안에 건물만 다섯 채가 넘고, 커다란 연못과 전각이 눈에 띄었다.
연회는 연못 옆에 있는 전각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공자님들, 이쪽으로 오시지요.”
궁녀의 안내를 받아 진화 일행이 전각에 들어서자, 소란스럽던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리고 연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진화 일행, 정확히는 진화의 얼굴로 향했다.
-보기 쉽네요.
남궁구의 전음에 진화가 피식 웃고 말았다.
남궁구의 전음은 사람들의 속내가 얼굴에 훤히 드러나서 보기 쉽다는 뜻도 있었지만, 연회장에 앉아 있는 면면이 각 파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의미도 있었다.
입구에서 정면에 일왕자를 중심으로 그를 따르는 가문의 자식들이 앉았고, 오른쪽에는 혼례 당사자인 이왕자를 대신한 삼왕자를 중심으로 한 왕비를 따르는 가문의 자식들이, 맞은편엔 칠왕자 한문혜와 그를 지지하는 가문의 자식들이 앉아 있었다.
“세상에!”
“아, 아름답네요.”
진화 일행이 자리를 안내받아 갈 동안, 곳곳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넋을 잃고 감탄하는 목소리들이 이내 진화를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소문을 주고받는 소리는 대부분 이왕자파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성격이 그렇게 사납다면서요?”
“이왕자님의 팔을 꺾은 자가 저자라잖아요.”
“어쩜, 무림인들은 하나같이 거칠고 무례하다더니, 사실인가 봐요.”
“오왕 전하를 뵙고도 허리를 빳빳하게 들었다지요?”
“어쩌겠습니까, 배워 먹은 것 없는 무부이니.”
점잖아 보이는 사내부터 단정한 차림의 여인 할 것 없이, 시기와 질투를 담을 눈빛으로 진화를 곁눈질했다.
그들은 조용히 속삭인다고 하는 것이겠지만, 그 소리가 진화 일행의 귀에 들리지 않을 리 없었다.
-저놈들을 가만히 둡니까?
남궁교명이 화가 난 듯 전음을 보냈다.
남궁구 또한 입은 웃고 있지만 눈빛이 사나워졌다.
하지만 진화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뭐가 문제지?
-하는 말들이 너무…….
“사실이지.”
진화가 자리에 앉으며, 남궁구와 남궁교명을 향해 생-긋 웃어 보였다.
얼굴이 아름답고 성격은 사납다.
또한 이왕자의 팔을 부러뜨린 적이 있고, 거칠고 무례하여 오왕에게 허리를 굽히지 않았다.
진화는 기분 나쁠 이유가 전혀 없는 사실들이었다.
사라락- 꽃잎이 접히듯 접히는 눈초리에,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입을 다물었다.
장내에도 잠깐 정적이 지나갔다.
진화를 곁눈질하던 사람들도 그 미소를 본 것이다.
사심 없이 순수한 미소에, 진화의 옆에 앉은 사내가 기회라는 듯 인사를 해 왔다.
“흠, 어제 보았지만 이제야 인사하는군. 일왕자 한문길이라 하네.”
일왕자 한문길은 오왕만큼 살이 찌진 않았지만, 크고 살집이 있는 체구에 모난 곳 없이 둥글둥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일왕자는 정비 소생이자 장자로 흔들릴 것 없는 정통성에 오왕을 꼭 빼닮은 외모라, 오왕을 따르는 원로대신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는 말투와 표정마저도 오왕처럼 호방하고 시원했다.
“……남궁진화입니다.”
진화의 눈이 일왕자를 향했다.
둘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일왕자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자네의 소문은 익히 들었네. 남궁세가에 신룡이 둘이라, 무림에 소문이 자자하다지? 꽃 같은 외모의 화룡(花龍)이라더니, 부언낭설(浮言浪說)은 아니지 싶네.”
“그러게요.”
진화의 깔끔한 인정에 일왕자가 당황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그것을 농담으로 받아들이며 크게 웃었다.
“음? ……하하! 하하하하! 이 사람, 보기와 달리 농도 잘하는군. 하하하하!”
일왕자가 대소를 터뜨리자, 그의 주변에 있던 사내와 여인 들이 일제히 웃었다.
그것으로 다시 연회의 흥이 올랐다.
악사들과 무희들이 연못에 띄워 놓은 배에서 공연을 펼치고, 하나둘 술잔을 나누다가 나중에는 모두가 한데 섞여들었다.
젊은이들의 모임이다 보니, 신료들의 그것처럼 서로를 원수 보듯 하진 않는 듯했다.
“하! 네가 우리 형님의 팔을 부러뜨렸다고?”
아니, 진화의 착각이었던가.
젊은 혈기로 서로에게 시비를 걸러 다니는 것인지도 몰랐다.
진화가 제 앞에 비틀거리며 다가온 사내를 무심한 눈빛으로 보았다.
“……누구지?”
“뭐야?”
진화 딴에는 예를 차려 신원을 밝히라 돌려 말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사내는 크게 화를 내었다.
진화가 팔을 부러뜨린 것은 이왕자뿐이니, 사내는 이왕자보다 더한 망나니로 소문난 삼왕자가 분명했다.
“건방진 놈! 감히 내게 시비를 거는 것이냐? 왜, 이 몸의 팔도 부러뜨려 보고 싶은가?”
삼왕자는 진화가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척, 자신 모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주기가 달아오른 얼굴이 더욱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보며,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진화의 앞을 막아섰다.
“공자님한테서 떨어지십시오.”
남궁교명이 팔을 뻗어 삼왕자가 진화에게 다가서려는 것을 막았다.
그러자 삼왕자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뭐야, 이 떨거지들은!”
탁.
“벌써 많이 취하신 듯합니다. 정신 좀 차리시죠.”
삼왕자가 화가 나서 팔을 휘두르자, 이번에는 남궁구가 삼왕자와 팔을 부딪치듯 그를 밀었다.
그의 팔이 진화에게 닿기 전에, 거리를 벌리기 위함이었다.
습관적으로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유들유들한 말투에는 짜증이 살짝 섞여 있었다.
“어? 감히! 지금 날 친 거야? 날 쳐? 이 천한 놈이 감히!”
잔뜩 약이 오른 삼왕자가 남궁구의 뺨을 내리칠 듯 손을 번쩍 들었다.
그 순간.
남궁교명이 사나운 얼굴로 삼왕자의 팔을 잡았다.
“어엇? 자, 잡았……어?”
팔을 잡은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려던 삼왕자도, 남궁교명의 사나운 눈과 마주치자 조금 당황한 듯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는 도움을 구하려는 듯 주변을 보다가, 이내 연회장의 모든 이들이 저를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더욱 목소리를 키웠다.
“이런 호로 새끼들을 봤나! 감히 왕자의 팔을 잡아? 누구 없느냐! 이 천한 무부 놈들을 싹- 다 잡아서 무릎을 꿇려라. 너, 이 씨, 남궁, 너도……!”
삼왕자가 남궁교명의 손에서 억지로 팔을 빼고, 사방에 소리쳤다.
삼왕자의 뒤에 있는 이들은 당황한 표정이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탁-!
진화가 소리가 울리도록 술잔을 놓았다.
“호로…… 새끼? 남궁?”
파-핫!
스스스스슷--!
진화의 손에 있던 술잔이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미리 말할게. 교명, 꺾어 버려.”
“충!”
남궁교명은 망설이지 않았다.
빠각-!
충성스러운 대답과 동시에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삼왕자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아아아악----!”
남궁구가 ‘안-돼!’ 하고 소리치려던 입 모양 그대로 굳어 버리고, 일왕자를 비롯한 구경하던 사람들이 경악했다.
악사들마저 연주를 멈추고, 전각에는 경악 섞인 정적이 흘렀다.
“아아아아악--! 아아악! 이런 씨! 미친!”
“와, 왕자님-!”
삼왕자가 팔을 잡고 바닥에 나뒹굴고, 그의 뒤에 있던 이들이 급히 튀어나와 그를 부축했다.
뚜벅뚜벅.
사람들이 숨도 쉬지 않고 놀란 가운데, 진화가 남궁구와 남궁교명 사이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바닥에 누워 고통스러워하는 삼왕자를 태연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감히 본 공자를 향해 그런 천박한 욕을 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핏줄에 감사해라.”
“뭐야! 너! 너, 내가 가만히 둘 줄 알아? 어마마마! 어마마마께 말해서 너 따윈! 아아아악---!”
삼왕자가 고통을 견딜 수 없는지, 말을 마치지도 못하고 악에 받친 비명을 질렀다.
고작해야 왕비에게 일러바치겠다는 한심한 말이었으니, 오히려 말을 마치지 못한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시끄럽군.”
진화는 삼왕자의 비명이 시끄럽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동시에, 삼왕자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헉! ……어억.”
“허억!”
진화가 기운을 풀어 삼왕자를 내리누르자, 삼왕자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진화를 보며 숨을 꺽꺽거렸다.
일부러 기운을 조절하지 않은 덕에, 삼왕자를 부축하고 있는 이들도 식은땀을 흘리며 바닥에 몸을 조아렸다.
“이들은 내 호위도, 천한 무부도 아니다. 남궁세가 직계와 가장 가까운 혈족으로, 차기 세가를 이끌어 갈 인재들이지. 핏줄 말고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네놈들 따위가 함부로 말할 이들이 아니라는 거다. 또한, 본 공자와 세가에 대한 발언은, 정식으로 오왕부에 항의할 것이다.”
진화는 조용해지길 기다렸다는 듯 천천히,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왕자에 대한 경고였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다.
이전과 다른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그때, 삼왕자의 뒤에서 한 여인이 나왔다.
“손 속이 과하시군요.”
“……거친 무림인이라.”
여인의 말에, 진화가 그녀를 힐끗 보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서늘한 미소를 달고 삼왕자와 여인을 지나쳐 연회장을 걸어 나갔다.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사나운 기세를 뿜으며 뒤를 따랐다.
누구 하나, 진화 일행을 앞을 가로막거나, 그들을 불러 세우지 못했다.
진화 일행이 멀어지고 나자, 전각에는 한차례 더 소란이 일었다.
* * *
자소궁.
연회가 끝이 난 깜깜한 밤, 왕비 궁의 불이 대낮처럼 밝게 켜 있었다.
낮에 진화를 책망하던 여인이 왕비의 궁을 찾았다.
“삼왕자는 어찌 되었다고?”
“둘째 오라버니처럼 팔이 부러졌어요.”
목에 있던 무거운 목걸이를 벗던 왕비의 물음에 여인이 다소곳하게 답했다.
“허! ……건방진 놈!”
왕비는 노한 듯 동경을 노려보듯 했지만, 그뿐이었다.
잠시 후, 왕비에게서 무거운 장신구들이 모두 떨어져 나가고, 왕비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와 꼭 닮은, 하얀 얼굴에 순한 눈매, 단정한 입꼬리를 한 여인이 의자에 편히 앉아 있었다.
왕비의 앞에서 이리 편히 있을 수 있는 여인은, 세상에 단 한 사람, 그녀의 딸인 화숙공주뿐이었다.
“네가 보기엔 어떻더냐?”
“그 사람요?”
왕비의 물음에, 화숙 공주가 낮의 일을 잠깐 상기했다.
그리고 저를 비웃으며 지나가던 것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무례했어요!”
왕비가 눈썹을 들썩였다.
얼굴을 찌푸리는 제 딸의 얼굴에 미미한 홍조가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투정을 부리는 듯 얼굴을 찌푸리던 화숙공주의 표정이 대번에 달라졌다.
“그리고, 그래도 될 만큼 강하고 영악한 자였어요. 그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에게 경고를 하며, 남궁세가의 위세를 드러냈으니까요.”
잘난 일왕자까지 입을 조개처럼 다물었답니다.
화숙공주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덧붙였다.
“내일 이 일로 잠깐 대전 회의가 열린다. 그 자리에 그자를 불러야겠구나.”
왕비가 호기심이 동한 듯 말했다.
하지만 다음 날.
대전 회의에 삼왕자의 모후로 자리에 참석한 왕비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입도 떼지 못했다.
‘어떻게! 어떻게, 그년과 똑같은 눈을 할 수가 있지? 어떻게!’
왕비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창백한 얼굴로 진화의 얼굴만 보다가, 회의가 끝나고 도망치듯 대전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