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궁마제 (199)화 (199/425)

남궁마제

생긴 그대로 진(眞) 근심 화(禍) : 과거를 쫓는 사람들(3)

연회 사흘째.

분위기가 조금 부산스러웠다.

흥청망청 즐기던 전날과 달리, 사람들은 각자의 파벌끼리 모여 아침의 일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었다.

“허! 실로 기세가 등등하지 않습니까? 남궁은 오왕부의 백성이 아니라니!”

“뭐, 틀린 말도 아니지 않소.”

콧김을 뿜으며 화를 내는 신료의 말을 다른 신료가 심드렁하게 받았다.

그러자 처음 화를 내었던 신료가 그를 노려보았다.

탕-!

“지금 남궁의 역성을 드는 것이오?”

애꿎은 곳에 분풀이를 한다고.

분풀이를 당하는 신료도 참지 않았다.

“아, 사실을 말하는 것이오, 사실을! 그러는 정랑이야말로 그렇게 불만이면 왜 그때 따지지 않았소? 남궁 공자의 면전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해 놓고, 왜 이제 와서 이러시는 게요?”

“어허, 그래도 이 사람이!”

“뭐,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소?”

옳은 말을 하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정곡을 찌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건 옳은 말이 듣기 불편한 것을 넘어, 때때로 상대를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그게 수치심을 찔렀든, 양심을 찔렀든. 혹은 다친 것이 자존심이든, 자존감이든.

어쨌든 어딘가 불편한 사람은 예민하기 마련이었다.

“어허, 이 사람들, 왜 이러나? 이미 지나간 일을 우리끼리 싸워 어쩌자는 겐가!”

아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신료들이 나서서 말리기 시작했다.

“우리끼리 이리 싸워 봐야 뭐 하나, 이미 상황은 끝이 났는데.”

“그러니까요! 끝난 상황을 두고 왜 이제 와서 우리한테 큰소리랍니까?”

사람들이 두 사람의 사이를 가렸지만, 잔뜩 오른 화가 금방 가라앉진 않았다.

“뭐야? 답답해서 그랬다! 왜!”

“너 혼자 답답해? 너 혼자 답답하냐고! 성질은 집에 가서 부려! 아니면 진즉에 삼왕자라도 잘 챙기든가!”

“어허! 이 사람들이 그래도!”

이왕자파, 아니 왕비파 사람들은 오늘의 일이 영 찜찜했다.

대전회의에서 입도 벙긋 못 하고 당한 것도 그렇지만, 그 바람에 연회를 주관해야 할 왕족들이 아무도 나서지 않았으니.

혼례 기간 연회를 주관해야 할 삼왕자는 근신을 받았고, 왕비는 회의 내내 아무 말도 없이 있다가 사라졌다.

그러니 다른 파벌들이 왕자들을 따라 움직이는 동안 왕비파 신료들만 붕 뜨고 만 것이다.

평소 부유한 왕비 덕에 다른 파벌들보다 무엇이든 성대하고 화려하게 지냈던 터라, 단 한 번의 패배가 비참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틀간의 신방 행차가 끝났으니 이왕자께서도 오늘부터 외부 활동을 하시지 않나?”

누군가 슬쩍 기대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혼례 신방을 차려 이틀을 보냈으니, 이제 신랑, 신부가 나와서 왕실 가족들과 연회의 빈들에게 인사를 다닐 때였다.

삼왕자가 근신을 받긴 했지만, 어차피 이왕자의 자리를 대신한 것이었으니. 이제 공식 활동을 시작하는 이왕자가 자신의 자리를 찾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답을 아는 신료의 안색이 그리 좋지 못했다.

“이왕자 저하는…….”

“흐음.”

“왜, 왜 그러는가?”

심상치 않은 이들의 표정에 물었던 신료가 불안한 듯 물었다.

그러자 한쪽에서 다른 신료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두문불출이 아니라 주문불출일세!”

“응?”

“벌써 고주망태가 되어서 뻗었다 이 말이네! 정신을 차린 후에도 기대는 말게! 패거리를 끌고 사냥이나 가실 테니!”

진상을 이미 알았거나, 이제 들은 왕비파 신료들 모두 낯빛이 어두워졌다.

차라리 아무 소식이 없었다면 좋았을 것을.

아무리 왕비의 부와 권력이 좋다지만, 정작 왕위에 오를 왕자를 생각하면 미래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때, 누군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래도 다행이지 않습니까. 이왕자비마마께서 따로 남궁진화를 찾으셨다 합니다. 같은 무림 출신으로 친분이 있으니, 말이 통하지 않겠습니까?”

“흐음. 그건, 그렇긴 하오.”

무림의 일은 잘 모르지만, 제갈지현은 두뇌가 명석하기로 이름난 집안의 재녀이니.

왕비파는 슬그머니 제갈지현에게 희망을 걸어 보기로 했다.

이제 와 편을 바꿀 수도 없으니, 다른 수도 없었다.

“왕자 저하와는 악연이 있으니, 오히려 왕자비마마가 나을 수도 있겠소.”

“하긴, 친분이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것이 낫겠지요.”

“무림인들은 의리를 중시한다 하니, 기대를 해 봅시다.”

무림의 사정을 아는 이들이라면 뻔한 미래였지만, 그걸 모르는 신료들은 곧 사라질 춘몽에 기대 빈약한 잔칫상을 보며 상한 마음을 위로했다.

* * *

“싫습니다.”

“…….”

제갈지현이 화살이라도 쏠 듯한 눈빛으로 진화를 노려보았다.

제갈지현이 화를 꾹 눌러 삼키며 말했다.

“어째서죠? 남궁세가에도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닐 텐데요.”

처음 이왕자궁으로의 초대를 매몰차게 거절당한 터라 좋은 감정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또 ‘싫다’니!

돌려 거절해도 ‘싫다’로 알아들은 마당에, 말 그대로 ‘싫다’라니!

제갈지현의 매서운 눈빛에, 진화는 오히려 의외라는 듯 그녀를 보았다.

“어째서라니…… 하하, 당연한 걸 물으시니, 놀랍군요.”

“당연한 걸 물었다?”

진화의 표정을 살피던 제갈지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진화의 뒤에 있던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겨우 웃음을 참았다.

“누구도 남궁세가에 나쁜 조건은 제시하지 않습니다. 왕자비의 조건이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닌데, 이를 따라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케케묵은 감정은 제외하고, 남궁에 이득이 되는 거라면 제갈지현이 아니라 이왕자의 제안이라도 받았을 것이라는 말투였다.

차라리 약을 올리려는 의도라면 좋으련만, 진화는 정말로 순수하게 사실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표정과 말투에서 진심이 묻어나니, 그게 더 제갈지현의 심기를 자극했다.

“이문을 최대로 맞춰 주겠어요.”

“그 또한 다른 곳에서도 맞춰 줄 수 있는 조건이죠.”

“남궁을 위해서라면 제갈세가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남궁에 제갈세가의 도움이 필요해 보이십니까?”

진화의 반박에 제갈지현은 말문이 막혔다.

가장 어려운 거래 상대는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라.

진화의 물음처럼 남궁은 제갈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고, 제갈지현은 이런 일방적인 열세의 위치는 처음이었다.

‘이익!’

제갈지현은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애석하게 그녀가 이 궁의 주인이었다.

주인이 화가 난다고 손님을 두고 자리를 뜨는 일은 없는 법이다.

“오왕부와의 미래를 생각해 보죠. 부군의 어머니는 현 왕비님입니다. 부왕의 총애는 물론이고 살아 있는 권력이 잡고 있으니, 오왕부의 미래가 누구에게 있겠습니까. 제 부군의 손을 잡는다면, 앞으로도 남궁세가와의 거래는 지금의 조건으로 하겠어요. 문서로 약조하죠.”

지금의 거래는 남궁세가에 일방적으로 좋은 조건이었다.

그런데 제갈지현은 앞으로 상황이 어찌 바뀌든 지금의 조건을 유지해 주겠다고 했다.

그것도 모자라 계약을 문서로 남기겠다고 공언까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진화의 표정은 여전히 심드렁했다.

“앞으로라…….”

말을 끄는 목소리에 웃음기가 느껴졌다.

그게 또 제갈지현의 심기를 자극했다.

“제 부군이 부왕의 자리에 오르지 못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제갈지현의 목소리에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에 진화가 고개를 저었다.

“이왕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의 오왕 전하도, 아직 도성의 새 황제 폐하께 고명을 받지 못하셨지 않습니까? 지금도 정식 제후가 아니신데, 이다음이라…….”

진화의 말에 허를 찔린 듯, 제갈지현의 눈이 커졌다.

허를 찔린 사람들은 두 부류로 행동한다.

마음이 급해서 허둥지둥하거나, 머리를 굴리다가 급한 대로 임기응변을 하거나.

“왕비의 친정이 태복령의 집안입니다.”

제갈지현은 두 번째 부류의 사람이었다.

“오왕부가 그러하듯 조정에는 수많은 대소 신료들이 있죠.”

제갈지현이 급해질수록, 진화는 느긋해져 갔다.

결국 남궁세가에 필요한 것을 찾지 못한 제갈지현이 한숨을 쉬며 물었다.

“……원하는 것이 뭔가요?”

“그걸 찾는 사람이 거래를 얻겠지요.”

진화는 그걸 가르쳐 줄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보였다.

그리고 제갈지현은 그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았다.

“……제갈세가와 쌓인 감정 때문인가요?”

“이해할 수가 없군요. 그게 왜 자꾸 나오는 겁니까?”

여동생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던 남궁세가의 양자.

하지만 오히려 여동생이 죽었고, 남궁세가의 양자는 창천패를 가졌다.

‘혹시 뭔가 알고 있는 건가? 내가 한 일이라든지…… 아니, 그걸 알 리 없잖아. 그런데 왜 내게 이렇게 적대적이지?’

제갈소현이 독을 쓸 때 그녀를 부추긴 전적이 있어서일까.

제갈지현은 진화를 볼 때마다 그때의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진화는 제갈지현이 고뇌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고 있었다.

“감정이 없을 수 없으니까요. 제 동생이 한 짓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동생은 충분히 벌을 받고 죽었어요. 그리고 저는 그 일과 아무 상관도 없고요.”

제갈지현은 진화가 악감정을 가진 사람이 자신이라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듯했다.

‘충분히 벌을 받았다라…….’

사실 진화에게 제갈소현은 그저 잠시 걸리적거리던 돌멩이에 불과한, 악감정을 가질 ‘거리’도 되지 못했다.

진화의 생각에 ‘충분한 벌’을 받아야 할 것은, 남궁세가를 희생시켜 발판으로 삼은 제갈지현과 제갈세가였다.

충분한 벌이 있기까지, 진화는 조금 더 기다릴 참이었다.

“……제갈세가가 감히 본가의 소가주를 노린 것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지요.”

진화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면 그렇지!’

진화의 말에 제갈지현이 눈을 크게 떴다.

‘남궁진화가 어떤 악감정을 가졌기 때문에,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제 생각이 맞았던 것이다.

“난 오라버니와 관련이 없습니다.”

제갈지현이 급하게 말을 받았다.

그녀는 진화의 틈을 발견한 듯 눈을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보며, 진화는 일부러 아쉽다는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영애께서 집안을 이어받지 그러셨습니까.”

“남궁 공자!”

“왕비마마의 제안 자체를 거절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왕비껜 아들이 하나 더 있으니까요. 왕자비의 말대로 오왕부와 잘 지내게 된다면, 남궁세가에도 나쁠 것은 없지요.”

진화는 은근히 말을 흘리고 자리를 떴다.

이제 진화가 제갈세가에 대한 유감 때문에 거래를 거절하는 것이라 완전히 믿게 된 제갈지현은, 진화를 잡지 못하고 자리에 앉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자순궁을 나온 후.

“왕비에게 아들이 하나 더 있다는 건 뭐야? 진짜 삼왕자와 거래를 하게?”

남궁구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진화에게 물었다.

그에 진화가 당연한 듯 고개를 저었다.

“저런 여자는 제가 본 것, 제가 생각해 낸 것 외에는 믿을 생각이 없어. 내가 거래를 하지 않는 이유를 제갈세가 때문이라고 믿고 있으니, 다른 쪽으로 제 살길을 찾으려고 하겠지. 삼왕자에게 거래 공로를 주어 근신을 풀게 한다면, 그 또한 제갈지현이 왕비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은 될 테니까.”

진화의 말에,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갈지현이 신뢰를 얻게 해서 뭐 하게?”

“이왕자의 실망 하나, 왕비와 삼왕자의 신뢰 둘. 제갈지현은 제게 이득이 되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글쎄…… 그런 선택이 계속되면 이왕자는 불안해질 테고 결국은 제갈지현의 입지도 불안해질 거다.”

“그걸 제갈지현이 모를까?”

“알겠지. 하지만 제게 이득이 된다면 누구라도 희생시킬 여자니까, 이왕자를 버리는 선택도 마다하지 않을 거다.”

진화의 입가에 싸늘한 비소가 걸렸다.

이전 생에 남궁세가 수십, 수백 명의 목숨을 희생시켰던 여자다.

게다가 그토록 원하던 제갈세가를 남겨 두고 왔다.

제갈후현의 입지가 조금이라도 흔들린다면, 제갈세가를 가지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리라.

“이제 한문혜를 만나야겠어. 제갈지현에게 이를 갈고 있을 테니까.”

앞으로 벌어질 제갈지현의 불행을 생각하며, 진화가 즐겁다는 듯 웃었다.

그에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뜨악- 한 눈으로 진화를 보았다.

“아까 거기서 그런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거야?”

“설마. 그 여자가 쳐다보고 있는데. 그런 의심 가득한 부류들은 거짓을 말하면 기가 막히게 눈치챈다고.”

“그럼?”

“거래를 파투 낼 생각만 하고 있었지.”

진화가 남궁구를 보며 씨-익 웃었다.

생각을 단순화하는 것.

남궁도와 제갈, 귀천성 등등 누구도 믿지 않는 의심 많은 부류들을 속일 순 없지만, 적당히 상대할 수 있는, 이전 생에서 아프게 배운 방법이었다.

“어쩐지 표정이 순수하더라니.”

“순수가 그렇게 쓰는 뜻은 아닐 텐데…….”

뒤에서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좋은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은 진화는 그들을 가볍게 무시했다.

* * *

쉐에에엑----!

파팟-!

피가 얼굴에 튀면서 입안에까지 들어갔다.

시큼한 혈향이 입안 가득 느껴지며, 사내는 황홀한 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긴 팔을 휘둘러 남아 있는 상대의 목을 날렸다.

쉐에엑-!

투두두두둑!

하늘에서 피가 비처럼 내리고, 사내는 황홀경에 젖은 얼굴로 그것을 만끽했다.

한낮의 경치 좋은 정원.

연못이 붉게 물들고, 술잔도 함께 물들었다.

한가롭게 풍류를 즐기던 십여 명의 남자들이 모두 죽었다.

그들뿐 아니라, 그들을 접대하던 기녀와 악사, 그들을 모시던 하인들, 밖을 지키던 무사들까지 수십, 수백 명이 모두 죽었다.

그 시체들 속에서 혼자 혈향을 만끽하던 사내가 눈을 떴다.

사내는 특이하게 허리부터 손끝, 목 끝까지 붕대로 감고 붉은 바지만 입고 있었는데, 붕대를 감은 팔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가늘고 길었다.

게다가 그의 얼굴에는 콧잔등을 가로지르는 검상도 있었다.

“주군.”

“……뭐지?”

사내가 손을 내밀자, 붉은 옷을 입은 수하가 손바닥에 붉은 종이 두 개를 내려놓았다.

사내가 그것을 순서대로 읽더니, 잠시 후 몸을 들썩이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 이거 참, 오랜만에 재미있는 일이 들어왔구나.”

“재밌는 일……입니까?”

“흐흐흐흐, 하나는 혼현마제가 보낸 것이다. 두 번째는, 오랜 단골인 태복령이 보냈군. 아니, 그 딸이 보낸 건가? 재밌는 것은 두 개 모두 한 사람과 연관이 있구나.”

“한 사람요?”

수하가 눈치 좋게, 사내가 대답하고 싶어 하는 것을 물었다.

그리고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 기분 좋게 대답했다.

“흐흐흐, 혼현마제는 남궁진화를 죽여 달라고 하고, 오랜 단골은 첫 거래에서 납치한 제물이 어찌 되었는지 묻는다.”

“그런데 그게 한 사람입니까?”

수하의 물음에 사내가 음흉한 눈빛으로 웃어 보였다.

“지금 오왕부에 남궁진화가 들어 있어. 그런 때에, 납치한 제물이 죽은 것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니……. 참 공교롭지 않으냐?”

사내의 입이 가로로 길게 찢어지며,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났다.

“혼현마제의 청이 있으니, 암살자를 보내긴 해야 할 터. 남궁진화에게 미끼를 보내면서 왕비에게 물어봐. 결국은 죽이고 싶어 하는 걸 테니, 돈을 더 낼 것이다. 오랜만에 귀한 피 맛을 보겠어.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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