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떨칠 진(振) 꽃 화(花) : 역사를 바꾸려는 자들(4)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 귀천성의 공격.
하지만 정의맹도 손 놓고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이제까지 중구난방으로 이권 다툼을 했던 건, 마치 지금까지 적이 없어서였을 뿐이라는 듯.
귀천성의 깃발이 올라갔다는 소식이 있자마자 회의 참석자들의 눈빛부터가 달라졌다.
“가장 급한 건 역시 장안과 남해검문입니다.”
“장안에는 현무단이 가 있지만, 종남과 당문에서 지원을 가도록 하고, 혹시 모르니 청성파에서 한중권문으로 가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소.”
“진가현은 우리 무당파 검수들이 출발했소.”
“감사합니다. 그럼 남은 것은 박가장과 남해검문인데, 박가장은 백호단이 있어서 여유가 있습니다.”
“남해검문에는 본 가에서 나서겠소. 이미 창궁무애단에서 출발했습니다.”
“오오.”
남궁조의 말에 제갈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작단주와 눈을 마주쳤다.
“남해검문에 남궁세가가 갔다면, 주작단은 곧바로 화산으로 출발하시게.”
“그리하겠습니다.”
남궁세가에서 나서지 않았다면 주작단이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남궁세가의 무단이라면, 주작단주도 마음 놓고 다른 임무에 투입될 수 있었다.
한편, 회의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은 설명을 바라는 눈으로 두 사람을 보았다.
귀천성의 공격이 시작된 마당에 정의맹의 주축 무단인 주작단을 다른 곳으로 보낸다니.
선뜻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으나, 곧바로 반발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제갈가주와 주작단주를 신뢰하기 때문이었다.
“화산파에서 역천비록을 보내오기로 했습니다.”
“오!”
“역천비록의 비밀은 다 풀지 못했지만, 일단 안전한 곳에 모아 놓고 연구를 해 나간다면 곧 실마리가 풀릴 듯합니다. 특히 이번에 남궁세가와 적호단에서 확보한 암림혈귀갑을 파훼하면서, 의선께서도 뭔가 알아내신 듯합니다.”
“오, 의선께서!”
“역시 의선이군!”
의선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에 곳곳에서 감탄이 나왔다.
‘칠산가의 비약’이라는 혼현마제의 수작에도 기어이 해약을 만들어 낸 의선이었다.
사람들은 의선이 성과를 내었다는 제갈가주의 말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다.
“역천비록의 비밀을 풀어낼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
제갈가주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의선과 총군사께서 나선다니, 믿고 있겠소.”
“전투는 걱정 마시오. 그동안 우리도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니.”
“그동안 놈들을 기다리며 준비해 온 정도 무림의 힘을 보여 줍시다!”
회의에 참석한 장문인들과 그 대리인들 저마다 포부를 전하며 기세를 끌어 올렸다.
전쟁은 두렵고, 귀천성과 역천마제가 남긴 공포도 여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대 제갈가주를 중심으로 이뤄 냈던 대반격의 승리가 정도 무림에 큰 자신감으로 남아 있었다.
게다가 최근 현무단과 적호단이 월하회와 함께 환마제를 죽이고 남궁세가에서 소리마제를 격살한 것도 정도 무림이 자신감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작금의 사태를 예측하지 못하고 청룡단이 두 곳에 쪼개져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여 돌아오고 있는 청룡단의 지원에는 적호단이 나서야 할 듯합니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회의는 물 흐르듯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어쩌면 아직 역천마제와 다른 마제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까닭일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지금의 순탄함이 나쁠 것은 없지.”
회의를 마치고 나온 제갈가주가 슬쩍 옆을 보며 말했다.
그의 곁에는 당연한 듯 남궁진휘가 다가와 있었다.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는다면 정말로 순탄한 것이고, 정보가 새어 나간다고 한들…… 집 안에 들어온 쥐 새끼가 아직 남았다는 걸 알게 된 셈이니, 그 또한 나쁠 것은 없지요.”
남궁진휘가 웃으며 하는 말에, 제갈가주도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역시 자네는 남궁이 아니라 제갈을 타고났어야 했어.”
“하하, 안 그래도 요즘 내놓은 자식입니다.”
칭찬인지 악담인지 모를 농담을 서로 주고받으며 제갈가주와 남궁진휘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매섭게 빛나는 눈이 회의를 마치고 나가는 장문인들과 그 대리인들을 향했다.
* * *
태항산맥은 중원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곳으로, 이전부터 동북에서 낙양까지 단숨에 닿을 수 있는 경로로 상인들의 사랑을 받는 길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흉흉해지고 산도적들과 귀천성의 잔당이 태항산맥으로 숨어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산맥을 넘는 상인이나 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마을은 진즉 불에 타 없어지고, 그나마 남은 마을들도 인심이 좋지 못했다. 거기에 이전처럼 힘든 산행에 쉴 곳은 없고 산도적만 늘자, 그 많던 상인들과 객들도 발길을 끊었다.
이제는 결국 인적 하나 없는 도적들의 소굴이 되어 버린 것이다.
특히 섭현과 호관을 지나는 곳엔 군대를 배치할 정도로 치안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청룡단은 역천비록을 정의맹으로 가져가기 위해 반드시 그곳을 지나야만 했다.
푸른 무복에 청룡단을 상징하는 문양을 팔뚝에 맨 무사들이 긴장된 얼굴로 살길을 지나고 있었다.
“이제 섭현 관문을 지나면 호관까지 완전히 무법지대입니다.”
“그래도 지나가야 할 길이다. 단원들에게 방심하지 말라 주의시키고, 이동 속도를 올리도록 하지.”
“예.”
섭현 관군들이 지키는 성문을 조금 지나자 곧 두 사람이 걸어가기도 벅찰 정도로 좁은 길이 나왔다.
가파른 산 중간에 난 길이라, 발을 잘못 디디면 중간의 계곡까지 쭉 미끄러져 내려갈 듯했다.
문제는 계곡에 있는 돌이 하나같이 부딪히면 베일 듯 날카롭고 거친 것뿐이랄까.
하지만 지금은 모난 돌, 둥근 돌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다들 많이 지쳤을 때입니다. 목 좀 축이고 가지요.”
“흐음.”
청룡단 삼 조 조장 백수용검 당보검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던 청룡단주 낙추외검 남궁현인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곳에서 발을 멈추는 것은 달갑지 않았지만, 당보검의 말처럼 잔뜩 긴장한 상태로 험한 산을 넘어오느라 다들 많이 지친 상태였다.
“다들, 여기서 목 좀 축이고 가자!”
“와아아아-!”
“아, 이제 살았네!”
당보검의 말에 청룡단원들이 언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냐는 듯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저, 저!”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가는 청룡단원들을 보며, 청룡단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뭐라 한마디 하고 싶지만, 단원들은 이미 다 내려가 버린 후였다.
“하하, 뭐 어쩌겠습니까.”
인상을 쓰고 있는 청룡단주에게 당보검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 보인 후, 자신도 얼른 뛰어 내려가 버렸다.
“허!”
청룡단주가 당보검의 뒷모습을 보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험준한 산길을 지나며 이렇게 바로 마실 수 있는 맑은 물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지 않은가.
계곡이 아니었더라면 물 때문에 곤란을 겪었으리라 생각하며, 청룡단주도 계곡을 향해 내려갔다.
“으아! 이제 좀 살겠다!”
“으헤헤, 차가워! 으하하하!”
청룡단주가 계곡에 내려오자, 벌써 몇몇 단원들은 계곡에 몸까지 담그고 있었다.
물놀이를 하면서 즐거워하는 이들을 보며, 청룡단주가 다시 미간을 구겼다.
그때, 청룡단주의 미간에 차디찬 충격이 닿았다.
“읏!”
당보검이 청룡단주에게 계곡물을 튕긴 것이었다.
“인상 좀 푸십시오, 단주님!”
“……죽을래?”
“시, 시정하겠습니다!”
정색하는 청룡단주의 모습에 장난을 걸었던 당보검이 뻣뻣하게 굳었다.
몸을 돌리고 얼굴을 닦던 청룡단주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 있었다.
“음?”
얼굴에 튄 물을 닦던 청룡단주가 멈칫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악귀처럼 얼굴을 구겼다.
“독이다! 전부 물에서 나와! 물을 마신 놈들은 해신단을 삼켜라! 어서!”
청룡단주의 외침에 놀란 청룡단원들이 순식간에 물에서 뛰어나왔다.
그때, 물에서 나오던 몇몇이 휘청거렸다.
“어, 어……!”
“만경!”
놀란 청룡단원들이 해신단을 삼키고, 쓰러지는 동료들의 입에도 해신단을 밀어 넣었다.
해신단은 의선문에서 만든 해독제로 독에 당했을 때에 시간을 벌어 주는 역할을 했다.
그 말인즉, 완전한 해독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청룡단원들의 안색이 급격하게 창백해졌다.
“내공이……!”
청룡단주가 당보검을 보자, 당보검도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산공독인가 봅니다. 내공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으음…….”
당보검의 말에 청룡단주가 신음을 삼켰다.
당장 두 사람을 빼고 모두가 검을 들고 있었지만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청룡단주 혼자뿐이었다.
‘당했군.’
청룡단주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한 인영이 천천히 청룡단주의 앞으로 걸어왔다.
원숭이 귀면을 얼굴에 반쯤 걸친, 젊은 사내였다.
“과연 청룡단이로군. 아직 쓰러지지 않고 있다니 말이야.”
사내가 조롱하듯 말했다.
그리고 청룡단주를 향해 씨익 웃어 보이며, 원숭이 귀면을 완전히 내렸다.
그와 동시에 청룡단이 있던 계곡으로 천천히, 검은 무복에 귀면을 쓴 인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광룡귀면대!”
청룡단주가 그들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그쪽은 한 팔이 없는 걸 보니, 낙추외검 남궁현, 남궁세가의 외팔이, 맞나?”
원숭이 귀면을 쓴 사내가 청룡단주의 비어 있는 왼쪽 소매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이런 시건방진 새끼를 봤나!”
청룡단주의 미간이 구겨졌다.
방금의 말은 그가 한 것이 아니었다.
그 순간.
퍼억! 푹! 푹!
협곡 왼쪽에 있던 광룡귀면대원들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그리고 광룡귀면대원들의 시체를 발로 굴려 떨어뜨리며, 적호단주 팽치와 적호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개-쌍놈 호로 자슥 새끼가 우리 당숙한테 뭐라 지껄였냐? 아가리를 공손하게 찢어 줄까?”
적호단주의 옆으로 남궁진혜가 어깨에 검을 걸치고 껄렁껄렁한 자세로 말했다.
남궁진혜를 보는 남궁현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때.
“우아아아아악---! 안 멈춰---!”
“아오, 이런 미친 땡중! 그래서 살 빼라고 했잖아!”
“아미타부우우우울---!”
“누님, 중 굴러갑니다! 걔 좀 잡아요! 누님-!”
요란한 목소리와 함께, 산에서 굴러떨어지듯 내려오던 젊은 중 하나가 남궁진혜의 검에 대롱대롱 걸렸다.
“이런, 정말 멋대가리 없군.”
“이렇게 쪽팔린 건 오랜만이군.”
손으로 붉어지려는 얼굴을 가린 남궁구와 남궁교명, 그 뒤로 팽가 형제와 나하연이 불평을 하며 계곡으로 내려왔다.
“쪽은 저쪽이 팔려야지. 뭐 이런 허접한 산공독에 당했대요. 받아요! 일단 급한 사람들한테 먹여요.”
마지막으로 당혜군이 산공독에 대한 해약 몇 알을 던져 주며 등장했다.
“칫!”
원귀 가면을 쓴 사내가 적호단을 보며 혀를 찼다.
동시에 청룡단주의 눈이 커졌다.
청룡단주의 앞에 있던 원귀 가면의 사내의 등 뒤로 새파란 검기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쉐에에에엑---!
파팟-!
원귀 가면을 쓴 사내가 몸을 날리며, 청룡단주의 발 앞에 땅이 움푹 파였다.
겨우 한 치 차이였다.
“…….”
청룡단주가 뭐라 말을 꺼내기 전에, 적호단과 광룡귀면대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챙-! 챙-!
“쓰불! 죽어라, 이 개자식들아!”
남궁진혜를 시작으로 적호단이 맹렬하게 광룡귀면대를 몰아붙였다.
적호단이나 청룡단 모두 정의맹 소속 무단이었지만, 싸우는 방식이 극명하게 달랐다.
서로 맡은 역할이 달라서라기보다, 각 무단을 이끄는 단주의 성향이 무단의 전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청룡단은 뒤로 빠져!”
“젠장, 부탁한다!”
“흐흐흐, 나중에 술로 갚으라고!”
뒤로 빠지는 당보검에게 씨익 웃으며 농은 한 사람은 적호단 일 조장 서장원이었다.
그는 황당하다는 눈으로 저를 보는 당보검을 두고, 앞으로 달려 나가고 없었다.
“저 친구가 저렇게 웃었나?”
임무가 다르다 보니 못 만난 지 어언 삼 년이 넘었다.
그러는 동안, 정의무학관 시절 함께 수학했던 친우는 당보검의 기억과 참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곧, 당보검은 처음 보는 친우의 웃음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었다.
“흐흐흐흐! 꼴이 말이 아니네?”
“닥쳐라.”
당보검의 시선이 닿은 곳엔, 적호단주 팽치가 능글능글하게 웃으면서 청룡단주 남궁현의 약을 올리고 있었다.
적호단은 광룡귀면대와 용맹하게 맞붙고, 청룡단은 뒤로 빠져서 쓰러진 이들을 확실하게 처리했다.
천하의 청룡단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이렇게라도 적호단을 돕는 데에 망설이는 단원은 없었다.
게다가 아까 적호단에 있던 웬 소녀가 던져 준 해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쓰러져 있던 세 명도 곧 정신을 차렸다.
오랜만에 식은땀 나던 위기에서 벗어난 것 같자, 당보검이 자연스럽게 이 일의 원흉을 찾았다.
‘설마 흐르는 물에 독을 타서 내려보낼 줄이야. 그 영악한 놈은 어디 있지?’
당보검이 이를 갈며 원귀 가면을 쓴 사내를 찾았다.
‘아까 검기를 피해 산 쪽으로 몸을 날렸는데…….’
산 쪽으로 눈을 돌린 당보검은 어렵지 않게 원귀 가면을 쓴 사내를 찾을 수 있었다.
주변의 온 나무가 쓰러지고 땅이 움푹움푹 패는데, 못 찾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챙-! 채-앵!
순식간에 누군가 원귀 가면을 쓴 사내의 쌍검을 날려 버리고 그의 목에 검을 대었다.
‘누구지? 적호단에 저런 자가 있었나?’
변화가 많고 예리한 쌍검의 움직임을 단번에 파헤치고 막아 내는 검술과 힘.
눈 깜짝할 사이에 빠르게 적의 급소를 노리는 예리함.
원귀 가면을 쓴 사내의 목을 겨눈 검에 파지직- 뇌전이 번뜩이는 것을 보며, 당보검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뇌전! 단주님 외에 천뢰제왕검법을 저 경지까지 익힌 자가 있었나?’
머리를 굴리던 당보검의 뇌리에 언뜻 들었던 이름이 스쳐 갔다.
“창천화룡 남궁진화.”
남궁세가의 양자로, 사실은 황자였네 어쩌네 요즘 황당한 소문이 많은 인물.
그중 가장 황당했던 소문은 약관도 넘지 않은 나이에 천뢰제왕검법으로 경지를 넘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청룡단주를 보면서 천뢰제왕검법이 얼마나 수련하기 힘든 것인지 알았기에, 헛소문으로 치부하고 넘겼었는데…….
“그게 다 사실이었다고?”
당보검이 단번에 원귀 가면을 쓴 사내의 목을 날리는 진화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렴풋이긴 하지만, 분명 새파랗게 빛나는 검강을 보았다.
* * *
숲에 숨어 있는 원귀면을 쓴 놈을 발견한 진화가 나무 사이를 피해 검기를 날렸다.
천뢰제왕검법 낙엽-.
펑! 펑! 퍼-엉!
번뜩이는 뇌전이 화살처럼 쏘아져 나가 원귀면의 주변에 있던 나무들을 쓰러뜨렸다.
결국 모습을 드러낸 원귀면이 진화의 품을 파고들었다.
돌개바람처럼 몸을 회전하는 그의 양팔에는, 한 자 조금 넘는 검이 매섭게 진화를 노리고 있었다.
챙--! 챙챙---!
진화의 눈에 푸른 번개가 내리쳤다.
그리고 순식간에, 원귀면의 모든 움직임이 진화의 눈동자에 담겼다.
경지를 넘어서고 난 뒤 완전히 달라진 감각의 세계는 요즘 들어서 날카롭게 물이 올랐다. 더불어 진화의 신체도, 이제는 진화가 원하는 대로 힘을 실을 만큼 성장했다.
진화 스스로도, 이전 생에 뇌왕이라 불렸던 그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힘과 감각을 실감하는 중이었다.
회전하고 있는 원귀면의 정수리와 어깨, 짧게 검을 쥔 손가락의 움직임은 물론, 원귀면의 모든 것을 훤히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채—앵! 퍼억-!
진화는 검 끝으로 정확하게 원귀면의 검 끝을 쳐 내고, 압도적인 힘으로 남은 검과 함께 원귀면의 몸을 날려 버렸다.
그리고 여유 있게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으로, 원귀면의 뒤를 잡았다.
스윽-!
목까지 닿은 시퍼런 칼날.
파지직.
진화가 뇌전이 번뜩이며 원귀면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항복을 하려는 듯 양손을 든 원귀면의 귓가에 조용히 물었다.
“광마, 그 늙은이가 남궁을 죽여서 인사를 하라든가?”
“……!”
원귀면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그리고 그 순간.
쉐에엑-!
진화가 순식간에 원귀면의 목을 베어 버렸다.
원귀면의 눈에서 광마제가 완전히 깨어났음을 읽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전과 달라. 역사는 이미 달라졌다.”
진화가 쓰러진 원귀면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낙추외검 남궁현.
광마제의 손에 제일 먼저 죽었던 남궁세가의 무인.
청룡단 단주가 경악한 눈으로 진화를 보고 있었다.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http://novelagit.xy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