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구휼할 진(賑) 죄 화(禍) : 이전과 다른 출발(1)
청룡단과 적호단이 정의맹에 들어왔다.
한차례 위기가 있긴 했지만, 사람들은 제때 적호단을 보낸 군사부의 작전을 칭찬했다.
청룡단원은 의선문에서 준 해약을 먹고 무사히 회복했고, 정의맹은 광마제까지 완전히 부활한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군사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아무 문제 없이 수습된 상황.
그런데 유일하게 청룡단주 남궁현만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소가주께서 보낸 전서가 아니라는 말입니까?”
“예. 하지만 누가 보냈는지는 알 것 같습니다.”
“…….”
덤덤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남궁진휘를 보며 청룡단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청룡단주의 뇌리에도 한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제 코앞으로 검기를 날리던 어린 청년.
‘제왕무적단주의 아들이라 했던가.’
검기의 사용이 다소 과격하긴 했지만, 남궁세가에서도 익힌 자가 드물다는 천뢰제왕검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후기지수였다.
흐름을 역행하는 기운의 운행이나 힘의 강약, 빈틈을 파고드는 뇌전의 운용이 실로 놀라웠었다.
하지만 그런 기특한 모습과 동시에 이미 사로잡은 적을 거리낌 없이 베어 버리던 푸른 검강이 떠올랐다.
‘그때 그건 분명, 앞을 막아선 것은 그게 무엇이든 베어 버릴 듯한 눈이었다!’
위험한 눈이었다.
‘그런 자가 과연 남궁세가의 직계로 있어도 될까?’
청룡단주의 눈빛이 점점 깊게 가라앉았다.
그때, 남궁진휘의 목소리가 청룡단주의 상념을 깼다.
“괜찮습니다.”
“……!”
청룡단주가 고개를 들자, 소가주 남궁진휘가 조용히 미소를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
마치 제 속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
어린 시절부터 귀애하던 조카는 어느새 지금의 남궁가주만큼이나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을 하고 저를 보고 있었다.
“당숙께서도 조금만 지켜보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어째서 모든 남궁이 그 아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소가주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남궁진휘의 말에 청룡단주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뱉은 말은 꼭 지키는 청룡단주이니, 편견을 가지지 않고 제대로 진화를 봐 줄 터였다.
그것만으로 괜찮았다.
남궁진휘는 머지않아 청룡단주도 자신들만큼이나 진화를 사랑하게 되리라 확신했다.
그만한 애정을 받으면, 돌려주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니까.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후후후.”
군사부를 나가는 청룡단주의 뒤로 남궁진휘의 확신에 찬 웃음소리가 들렸다.
청룡단주는 문을 나서려다 결국 참다못해 뒤를 돌아보았다.
“왜 다들 그 모양으로 큰 거지? 역시 남궁경이 문제인 건가?”
“…….”
다들이라니, 저 말은 대체 무슨 뜻일까.
모른 척하기엔, 자신을 보는 청룡단주의 눈빛이 진혜와 진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와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과 진혜가 남궁경 숙부의 제자이고, 진화가 숙부의 아들이니…….
남궁진휘는 진혜가 사고 칠 때마다 ‘이게 전부 네 탓이야!’라며 남궁경을 타박하던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 *
진화는 어쩐지 몹시 억울한 기분이었다.
“대체 왜…….”
기껏 암림혈귀갑을 두 개나 빼앗아 왔건만, 의선이 왜 저를 이렇게 탐탁지 않게 보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치 각우가 만두 봉지를 들고 있는 현오를 보는 듯한 시선이랄까.
들고 있어선 안 되는 것을 자꾸 들고 있는데, 사정 때문에 빼앗을 수도 없는 듯한.
“소공자께서는 목숨을 내놓고 사는 게요?”
“네?”
“여기저기에서 귀천성이 부활했다 난리를 치는데 어찌하여 소공자께서 자꾸 앞장서서 나서는가, 이 말이오!”
역시 그런 것이었던가.
의선은 물론이고, 그의 뒤에 서 있는 백소하도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가 진화와 눈이 마주치자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내가 바로 그 시절 자네를 치료했던 사람이오! 놈들이 자네를 어찌 다룬지 뻔히 아는데, 그러다가 광마제 손에 잡히면 어쩌려고 그 앞에 나서길 자꾸 나서!”
죽어 가는 놈을 겨우 살려 놨더니, 자꾸 제 발로 죽을 자리를 찾아 나선다?
의원으로서는 속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진화는 그 당시, 저를 살리기 위해 의선이 얼마나 전심전력을 다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사정이 있어 의선에게 혼돈지체에 대해서 숨기게 되었지만.
‘살아라. 살아라! 아가, 살아라!’
수백 개의 침을 꽂으면서 수만 번도 더 그렇게 말하던 의선의 마음만큼은 아직도 감사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의선의 잔소리에 담긴 걱정을 알기에, 진화는 군말 없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얼마 전에 검강을 발현했다지요? 팔! 이리 내미시오!”
“예?”
“이번엔 도저히 넘길 수 없소! 명을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을 해야겠단 말이오!”
“아, 예.”
무림 고수의 맥을 잡는 것은 본인의 허락이 있기 전까지는 금기시되는 사항이었지만, 진화는 의선의 대찬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흐음…….”
사실 맥을 잡혀 봤자 달라질 것도 없었다.
잠시 후.
심각한 얼굴로 진화의 맥을 살피며 혹시 상한 부분은 없는지 짚어 가던 의선이, 한숨을 쉬며 손목을 놓아 주었다.
“여전히 맥이 없군.”
의선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진화를 보았다.
“이런 몸으로 한계를 뛰어넘다니…… 장하십니다. 제왕검과 남궁에서도 크게 자랑스러워할 만합니다.”
의선이 진화를 향해 눈물까지 글썽이며 그를 대견해했다.
독하긴 해도 그렇게 대견한 인간은 아닌데.
진화를 겪어 본 백소하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제 조부를 보았다.
이쯤 되면 진화도 조금 죄책감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
없어진 맥이 경지를 넘어섰다고 해서 다시 생겨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은, 지금 진화의 몸이 진화에게 가장 알맞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계를 뛰어넘은 혼돈지체.
탁기 하나 없이 타동된 임독양맥은 진화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운의 충돌에도 끄떡하지 않을뿐더러, 단전에서 충돌하는 기운의 여파를 훌륭하게 온몸으로 흘려 내고 있었다.
진화가 자신 있게 맥을 내밀 수 있었던 이유였다.
진화는 더 이상 기운의 부조화나 충돌에 휘둘리지 않았다.
그 말은 곧, 기운의 부조화나 충돌의 힘을 진화가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요즘엔 힘을 쓰는 것도 완전해졌지.’
진화가 은근히 저를 노려보는 백소하에게 웃어 보였다.
진화의 눈에서 푸른 번개가 내리치자, 백소하가 깜짝 놀라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보며 진화가 정말로 웃어 버리고 말았다.
조금 짓궂어 보이는 웃음이었다.
하지만 이제 잔소리는 들을 만큼 들었으니, 진화가 원하는 것을 들을 시간이었다.
“암림혈귀갑이 놈의 피를 먹고 움직이는 듯했습니다. 실제로 놈은, 소리마제의 암림혈귀갑 안에 있는 혈정에 대해 말했습니다.”
“흐음…….”
진화의 말에 의선이 잠깐의 고민 끝에 석벽 한쪽을 눌렀다.
놀랍게도 석벽이 안으로 움푹 들어가면서, 그 안에 작은 상자 하나가 있었다.
“공자 덕분에 마침 암림혈귀갑이 두 개나 있는 터라, 하나를 완전히 분해해 보았지요. 안에서 이것을 빼내자, 마치 심장을 뽑힌 생물처럼 발버둥 치다 죽어 버리더군요.”
의선이 조심스럽게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우우웅---!
기묘한 붉은 빛의 구슬이 울음을 울듯 기운의 공명을 일으켰다.
“그것이 놈이 말한 혈정이로군요!”
진화가 구슬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사람을 홀리는 듯, 감각을 흐리는 느낌.
동시에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사기다!’
환마제의 환각 속에 빠졌을 때처럼 정신이 흐려지는 느낌에, 진화는 붉은 구슬이 뿜고 있는 기운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동시에 의선이 탁-! 하고 상자를 닫았다.
“소공자라면 믿을 수 있어서 보인 것인데, 역시 잘 견뎌 내시는군요. 녹아내린 암림혈귀갑에서 피가 쏟아졌습니다, 몇 사람의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농축된 피가.”
의선이 끔찍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혈정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원기가 들어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더군요.”
의선의 말에 진화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꺼냈다.
“환마제를 없앨 때, 혼현마제는 다른 누군가를 데리고 있었죠. 당시 환마제는 사기가 섞인 내공을 퍼뜨려 환각을 만들어 내는 대신 육체가 붕괴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마치, 환마제와 제물의 육체를 바꿀 듯 말했습니다. 또한 광마제는 약을 통해 제 몸의 맥을 없앴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제 몸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역천마제의 비록은 해석이 모두 끝났습니다. 천살성을 가진 자들의 생명과 운명을 가져가는 사악한 비법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피와 원기, 어떤 이는 육체, 어떤 이는 생명력과 운명.”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역천대법은 남의 생명과 힘을 앗아 오는 비법인 겁니까?”
진화의 머릿속에, 이전 생의 마지막 기억이 떠올랐다.
광마제가 온몸으로 쏟아 낸 검은 광룡이 입을 벌리고 저를 삼키려 들던 바로 그 광경.
온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느라 두려움조차 잊어버리고 보았던 광경이었다.
그 광룡은 아마도 제 몸을 삼키려던 광마제 그 자체였으리라.
“영생(永生)은 고금 이래 가장 오래된 인간의 욕망이지요.”
의선이 씁쓸하게 말했다.
영생.
그 얼마나 광오한 말인가!
최초로 천하를 움켜쥔 황제조차 그것을 갖지 못해 미쳐 갔다.
사술이든 무엇이든, 이 사실이 밖으로 알려진다면 무림이 크게 요동칠 것이었다.
수많은 욕망이 부딪히게 되리라.
하지만 진화는 달랐다.
남궁세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온몸을 찢었던 진화는, 귀천성과 광마제의 욕망 앞에 분노만 끓어올랐다.
‘그런가. 고작 그런 것을 위해 나를, 남궁세가를 집어삼켰단 말인가.’
으드득.
끓어오르는 분노에 저도 모르게 이를 갈고 말았다.
제 소리에 놀란 진화가 그제야 의선과 백소하의 눈치를 보았다.
그들은 진화의 분노를 이해한다는 듯 그를 보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생명을 희생시킨 것이 그들의 그릇된 욕망을 위해서라니, 참으로 사악한 존재들이 아닌가. 비법이 아니라 사술이오! 영생이 아니라, 생명과 힘을 탐한 사술일 뿐이오!”
의선이 단호하게 말했다.
생명을 귀이 여기는 의원으로서, 역천대법의 과정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의선 또한 역천대법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었다.
“사술이라면…… 혹, 역천대법을 파훼할 수 있습니까?”
진화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의선을 보았다.
“모든 마제들의 역천비록이 도착한다면. 물론이오, 의선문의 명예를 걸고 파훼법을 찾아낼 것이오!”
의선이 단호하게 답했다.
진화의 격정도 가라앉기 시작했다.
“……부탁드립니다.”
진화가 조용히 의선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실 놈에게 들었던 말을 알려 주기 위해 들렀던 길.
의선은 진화에게 이 모든 것들을 알려 주지 않아도 되었다.
더욱이 정의맹에서 특급 기밀로 다룰 만한 사안이 아닌가.
하지만 의선은 당연한 듯 진화에게 모든 것을 알려 주었다.
남궁세가 출신에 역천비록에 관한 공로가 많은 것, 황실을 대표해서 정의맹과 협력하게 된 점 등등.
이유를 대려면 수많은 것을 찾을 수 있겠지만, 의선은 진화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던 듯했다.
진화는 의선의 마음을 향해 깊이 고개 숙여 감사했다.
* * *
이전 생과 달리 진화가 희망을 가질 부분은 많았다.
놈들은 이전과 같이 돌아왔지만, 분명 이전과 같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황자님.”
“아. 예.”
진화는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인사를 무심하게 받아넘겼다.
무림에서는 남궁진화로 살아가기로 했건만, 구태여 황자라 부르는 그 속셈을 모르지 않았다.
다만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남궁진휘나 진혜의 걱정과 달리, 진화는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현재 진화는 정의무학관 관도생 출신이지만, 제국의 황자라는 신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파군대장군이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정의맹 수뇌부나 의선문에 대한 접근이 자유로운 이점을 만끽하고 있었다.
“형님!”
진화가 남궁진휘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이전 생과 달리, 정의맹의 부군사이자 남궁세가의 소가주로서의 역할을 모두 잘 수행하고 있는 남궁진휘였다.
남궁진휘가 이렇게 헐레벌떡 달려올 일은, 저와 관련한 일뿐이었다.
“너 이 녀석! 또 청룡단 지원에 간다고?”
“저는 다만 적호단 소속이니, 차별 없이 임무에 임하겠다는 것뿐입니다. 이번에는 청룡단주님도 가시고, 누님도 가시지 않습니까?”
“진화야!”
남궁진휘가 한숨 섞인 말투로 진화를 불렀다.
그 뒤로 남궁진휘는 ‘그 들소 같은 놈이랑 네가 같으냐!’라는 말을 당연한 듯 내뱉었다.
진화는 그런 남궁진휘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다 이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형님, 광마제가 청룡단을 공격한 건 저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놈은 저를 무너뜨리려고 계속해서 제 주변을 노릴 것입니다.”
“황실은 물론이지만, 남궁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남궁진휘의 단호한 말에, 진화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예.”
이전과 다른 남궁세가.
이전과 다른 저.
“그러니 제가 숨을 이유가 없지요. 광마제의 뜻대로 되지 않을 테니까요. 광마제가 저를 무너뜨리려면 천하를 무너뜨려야 할 것입니다.”
이제 천하를 남궁세가의 방패로 둘 것이라!
진화가 황자의 자리를 얌전히 받아들인 이유였다.
“광마제가 남궁을 공격하기 위해 누굴 보내는지 확인하러 갈 참입니다.”
진화가 환하게 웃었다.
이번에야말로, 제가 먼저 광마제의 모든 것을 부수고 그를 갈가리 찢을 차례였다.
출발 전.
걱정을 놓지 못하던 남궁진휘가 기어이 적호단을 찾아왔다.
“거기! 이 코딱지만 한 건 누구 코에 붙이라고 챙긴 거야?”
“어? 그거 단주님 육포 가루인데요.”
수하의 말에 남궁진혜는 제가 제기 차듯 발로 툭툭 차던 주머니를 보았다.
어쩐지 느낌이 쎄-하더라니.
“남궁진혜.”
“우아악!”
“이 망아지 같은 놈! 내 귀중한 식량을 발로 찼겠다? 네놈 아가리에 전부 넣어 주마!”
“누가 단주님 건지 알았어요? 미안해요!”
“그게 미안해하는 놈의 태도냐!”
남궁진혜가 도망을 가고, 적호단주가 바닥에 굴러다니던 육포 가루 주머니를 남궁진혜의 머리를 향해 집어 던졌다.
적호단원들은 늘 있는 소란인 양, 단주와 부단주 없이 임무에 나설 준비를 해 나갔다.
오직 남궁진휘만이 적호단주와 남궁진혜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남궁진휘의 곁으로 다가온 진화도, 조금 복잡한 심경으로 그 모습을 보았다.
“시집은 좀 늦게 가셨으면 좋겠어요.”
진화의 말에 남궁진휘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가주님의 말씀처럼 안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에이, 아무리 누님을 아껴도 그건…….”
진화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남궁진휘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진화를 보았다.
“진화야, 혹 떼려다 혹 붙였다는 말을 들어 봤느냐? 잘못하다가 팽가 망나니까지 우리가 떠안을 수 있단다.”
“…….”
진화는 그제야 남궁진휘와 저의 ‘복잡한 심경’이 출발부터 다른 종류의 것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