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궁마제 (265)화 (265/425)

남궁마제

참 진(眞) 꽃 화(花) : 진짜와 가짜(5)

황제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부황, 황제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뭐예요?”

“제국. 제국이 없다면 황제도 없는 거니까.”

황제는 복잡한 장계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어린 마음에 눈을 마주쳐 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러면 부황, 제국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싸워야지.”

황제가 자신을 돌아보았다.

황제는 용감한 사람이었다.

그는 이미 수많은 전쟁을 통해 제국을 지켜 내었다.

“황제도 질 수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싸워 나가야 지킬 수 있다.”

황제가 강렬한 눈빛으로 저와 눈을 맞췄다.

마치 ‘그걸 네가 할 수 있겠느냐?’라고 묻는 듯했다.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눈을 꼭 감았다.

그러나 곧 주먹을 불끈 쥐고 물었다.

“계속 싸워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용기를 쥐어짜 내 물은 것이었다.

지금은 고작 이런 용기가 전부이지만, 언젠가는 황제처럼 용감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학문과 무예를 닦고, 판단력을 기른다. 그것을 끊임없이 계속해야 한다. 언제나 끈질기고 집요해야 하며, 절박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황제의 말은 실로 의외였다.

처음은 너무 평범해서 의외였고, 그 뒤는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말이라 의외였다.

심지어 황제가 절박해야 한다니, 선뜻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그럼 부황, 황제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중에 가장 중요한 건 뭔가요?”

그러자 황제가 되물었다.

“너는 무엇인 것 같으냐?”

“글쎄요, 백성들을 돌아보는 측은지심?”

그때 자신은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다 태자태사들이 알려 준 대로 답했던 것 같았다.

황제는 짧게 코웃음을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황제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경의지심(鏡疑之心)이다. 언제나 사람이 아니라 상황을 살피고, 모든 것을 의심하고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황제는 위대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뭔가를 두려워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 * *

황태자가 주변을 돌아보았다.

모두, 심지어 표기군마저도 자신을 비난하는 듯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쿠-웅.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다.

황태자가 말없이 얼어붙어 있자, 그의 머리 위에서 피식-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던 이황자가 그를 비웃는 소리였다.

‘이, 이, 이게…….’

이게 아닌데.

황태자의 속이 진탕이 된 듯 혼란스러웠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때, 황태자를 비웃은 이황자 한진화가 그에게서 몸을 돌렸다.

‘아…….’

한진화의 아름다운 얼굴이 보이지 않자 이제 겨우 숨이 쉬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안도감이 드는 한편으로 무시당했다는 모멸감도 몰려왔다.

“혹시 모르는 듯하여 알려 주는 말이다만, 현씨 세가는 엄연히 정의맹에 소속된 무림 세가요. 나는 이들에게 적호단이 오기 전까지 현씨 세가에 대기하고 있으라 명했고, 그들은 내 명을 따랐을 뿐이외다. 좌장군도 잘 알겠지만, 무림의 일은 황제 폐하께서 내게 일임하셨던 것이오.”

이황자의 낭랑한 목소리가 좌장군을 향했다.

황태자는 자신이 표기군의 책임자이자, 이 상황의 장본인임을 알았다.

그래서 그를 무시한 채 좌장군을 향하는 이황자의 목소리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황태자 전하께서 위험에 처하신 일은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일입니다.”

“글쎄. 황태자 전하께서 황제 폐하의 명을 지키지 않을 정도로 위기에 처하신지는 잘 모르겠군. 그럴 정도로 위험했소?”

“…….”

이황자의 물음에 좌장군이 말이 없었다.

황태자가 고개를 돌려 좌장군을 보자, 그가 매서운 눈으로 이황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황자의 말을 인정하면 황태자를 보좌해야 하는 자신과 황태자를 지켜야 하는 표기군의 책임을 피할 수 없으니, 결국 이황자가 좌장군의 말문을 막아 버린 것이다.

“위험했다 하더라도 어찌할 수 없소. 전시의 무림맹은 군과 같아서, 내 명을 우선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오. 게다가 이들이 첩첩산중에 이 리(里)나 떨어진 거리의 전투 소리를 들었다고 확신할 수도 없으니.”

“……허허허, 이황자께서 이리 나오시니 어쩔 수가 없군요. 황태자 전하의 위엄을 바로 세우는 것만큼 전장의 명령도 중요하니. 그래요, 이 일은 차후 확인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황자의 말에 결국 좌장군이 손을 들어 표기군을 물렸다.

“표기군의 피해가 적지 않고 태자 전하의 부상도 있으니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태자 전하를 모시고 살펴 들어가시오.”

결국 이황자에게 밀린 좌장군이 표기군과 함께 물러섰다.

“하지만, 외숙!”

“……전하, 전하의 상처가 깊어 신이 심히 염려되오니, 일단 오늘은 처소로 돌아가서 정양하심이 어떠하신지요?”

황태자는 뒤늦게 반발하려 했지만, 깍듯하게 고개를 숙여 말하는 좌장군의 기세에 밀려 끌려가듯 물러갔다.

황태자와 표기군이 물러가고, 그들에게 붙잡혀 있던 백성들이 진화에게 몰려들었다.

“황자 전하, 황공하옵니다! 황공하옵니다!”

“감사합니다!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현 모, 전하의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마을 모두의 목숨을 구해 주셨습니다!”

적호단을 경계심 어린 태도로 대하던 현씨 세가의 가주는 물론 백성들까지 진화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떤 이들은 ‘만세’를 부르듯 했지만, 눈치 빠른 남궁구가 급하게 막았다.

황제가 아닌 자가 ‘만세’를 받는 것은 정략에 따라 역모에 엮일 수 있을 만큼 중죄였다.

예를 모르는 백성들의 행동이지만 황태자나 표기군이 있는 곳에서는 위험한 일이었다.

“안으로 드시지요!”

현씨 세가 가주는 물론 백성들이 적호단을 장원 안으로 안내했다.

첩첩산중.

먹을 것이라곤 밭과 숲, 개울이나 멀리 얕은 강에서 나는 것이 전부인 곳이었다.

어쩌면 평생 가도 쌀이라곤 볼 수 없을 만큼 깊은 산중 마을.

마을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갑자기 먹을 것이 달라질 리는 없었지만, 적호단이 가져온 식량과 마을에 있는 재료, 거기에 두려움을 잊은 마을 여인들의 솜씨가 더해지자 금세 잔칫상이 마련되었다.

“적사문이 없어졌으니 앞으로 더 힘들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적호단주가 현씨 세가 가주와 진화의 잔에 술을 채우며 말문을 열었다.

진화가 함께 자리했지만, 대화는 적호단주가 주도했다.

이황자의 위엄을 보인 후라 모두가 진화에게 감사하면서도 어려워하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적호단주의 말에 현씨 세가 가주는 씁쓸한 얼굴로 술잔을 비웠다.

“솔직히 적사문이 있어서 좋았던 적이 언제였나 싶습니다. 최근에는 도교 사당까지 없애 버리고 민란을 주도하더니, 인근 마을을 수탈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었습니다. 적사문이 왜 그렇게 되어 버린 건지…….”

“흐음.”

적사문의 변모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적사문주를 죽이면서 모두 털어 버린 적호단주였다.

하지만 현씨 세가 가주의 입으로 듣는 적사문의 행태는 그가 생각하던 것 이상이었다.

“도교 사당까지 없애다니, 적사문에 큰 변화가 있은 모양입니다.”

“적사문도 그렇고 그 마을 사람들 전부,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천신을 찾더군요.”

“천신요? 아, 그러고 보니…….”

“적사문도들이 죽어 가면서 그 말을 꺼냈습니다. 천신에게 대가 어쩌고…….”

현씨 세가 가주의 말에 적호단주와 진화는 적사문도들이 죽어 가며 하던 말을 떠올렸다.

그때는 그냥 예사로 넘겼는데…….

적호단주와 진화가 눈을 마주쳤다.

천신과 대가. 종교와 신념을 바꿀 만큼 맹목적인 사람들.

적호단주와 진화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 지났다.

“출발은 잠깐 미루고 인근을 조금 더 조사해 봐야겠습니다.”

“그래야겠군.”

진화의 의견에 적호단주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 * *

다음 날.

황태자와 표기군이 이른 시간부터 이동을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한껏 두려운 얼굴로 마지못해 밖으로 나와 그들을 배웅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마을 사람들의 눈은 적호단, 그중에서도 진화를 힐끗거렸다.

하늘의 자손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광채가 나는 사람.

게다가 황태자의 손에서 그들을 구해 주기까지 했으니.

마을 사람들은 진화가 함께 있어서 안심이 되는 듯한 얼굴이었다.

“황태자가 또 못된 짓은 못하겠지.”

“확실히 진짜 황자님이 계시니까 다행이구먼.”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감?”

“몰러. 나도 그냥 주워들은 거여. 군사들이 진짜 적통은 황자 어쩌고 하더라고.”

“그럼 황태자는 가짜인가?”

“예끼. 그럴 리 있나? 입 싸물어. 또 지랄헐라.”

황태자는 적사문에 기습당할 때 아름다운 백마를 잃었다.

전투 중에 말에서 내린 뒤로, 백마 또한 현장에서 도망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말들도 적사문의 습격으로 대부분 죽어 버렸기에, 겨우 황태자와 좌장군만이 이전에 하급 장수가 타던 말을 타고 갈 수 있었다.

처음에 비해 사뭇 초라해진 행렬이었다.

황태자와 좌장군이 굳은 얼굴로 마을을 나가고 수군거리는 마을 사람들.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몸도 마음도 지친 군사들의 귀에 꽂히듯 박혀들었다.

“적통이면 핏줄이 대빵이라는 말 아니여?”

“저 예쁜 황자님만 황후마마 소생이시라니까.”

“아니, 저런 황자님을 두고 왜 그 개지랄이 황태자가 된 거여?”

“아, 나야 모르지, 높으신 양반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디 가도 씨도둑질, 밭도둑질은 못 한다고 했어. 한쪽은 하늘의 자손이시고 다른 자식도 멀쩡한데, 저 개지랄만 저런 행상머리를 보면 밭이 아주 몹쓸 밭이었던 게 분명혀!”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군사들이 입술을 꾹 다물고 걸어갔다.

당한 만큼 인색한 평가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마을 사람들의 말에는 틀린 것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좌장군의 직속 부대라 할 수 있는 표기군 군사들이 저 말을 듣고도 그냥 지나가는 것은 큰 문제였다.

그만큼 이번 일로 황태자가 표기군 장수와 군사들의 인심을 잃었다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마을을 벗어나 고된 산행이 시작되었다.

말을 잃은 장수들 또한 군사들과 함께 산을 걸어 내려가야 했다.

“그놈들을 내버려 둬도 되나?”

“뭐 어때, 이황자님이 적통 황자인 것도 맞고, 황태자 전하의 친모는 폐서인된 것도 다 맞는 말인데.”

죽은 군사, 죽은 장수들은 모두 그들의 동료이자 친우였다.

특히 젊은 장수는 황태자가 자신을 위해 몸을 던진 친우를 향해 쓰레기를 말하듯 ‘이것 치워!’라고 했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잊지 않았다.

그들의 목숨을 소모해서 본인의 안위만을 챙기던 황태자의 모습을.

“확실히 적통이 다르긴 다르더군.”

“아아.”

다들 말을 아꼈지만, 한 문장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군사들끼리의 대화가 황태자나 좌장군의 귀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다만 표기군 내에 기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황태자 또한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자신을 힐끔거리는 시선, 이전과 극명하게 달라진 눈빛 변화, 그리고 어제부터 침묵을 지키는 좌장군의 모습까지.

황태자는 그 모든 것에서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꼈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느낌이었다.

“놈들을 죽일 것입니다.”

아버지는 자신에게 싸우라 했다.

“그 이황자 놈도 반드시……!”

황태자가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좌장군을 보았다.

좌장군은 마치 ‘당장 놈을 사냥해 오라’ 재촉하는 듯한 황태자의 눈빛에 놀란 눈을 떴다.

하지만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허! 우리 전하께서 단단히 화가 나셨군요.”

“그 버러지만도 못한 것들이 내 앞에서 내 허락도 없이 입을 열었습니다. 내 위엄이 상했습니다. 게다가 그놈! 으드득! 이황자 놈의 방자함이 내 목에 상처를 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늘어놓았지만, 내용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좌장군 또한 황태자가 하는 말이 아니라 그가 뿜어내는 독기를 흐뭇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허허허. 우리 태자 전하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지요.”

좌장군의 말에 황태자의 눈빛이 번뜩였다.

“방법이 있는 것입니까?”

황태자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러자 좌장군이 은근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황자 저하의 무위가 예상 밖이기는 하나, 세상일이 어디 무력만으로 되던가요. 세상은 법과 질서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조정은 그 법과 질서를 소유한 자들이 있는 곳이고요. 질서를 흐리는 것은 그치들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지요.”

“호오. 그렇다면!”

“황태자의 권위를 상하게 했으니 황도에서 마땅히 대가를 치르게 하면 됩니다.”

“그렇군요!”

좌장군의 말에 황태자가 손바닥에 주먹을 내리치며 반색했다.

죽어 가던 얼굴에는 어느새 화색이 가득했다.

그런 황태자의 얼굴을 보며 좌장군이 조용히 웃음을 흘렸다.

‘제 잘못은 생각지도 않고 그저 당한 것만 기억하다니. 참으로 황족답지 않은가. 후후후!’

무력이 안 된다면 다른 방법으로 눌러 주면 되는 법.

옳고 그른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황도는 그런 세상이었다.

‘다음에는 조정에서 보게 되겠군. 그때도 나를 내려다볼 수 있는지 보자고, 황자.’

좌장군이 살기를 번들거리며 다음을 기약했다.

황태자와 표기군의 모습이 마을에서 점차 멀어지다가 곧 사라졌다.

그들의 모습이 충분히 멀어지면서부터 생기를 찾던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만세’를 불렀다.

“아유, 속이 다 시원하네!”

“빌어먹을 놈들! 퉤엣! 다신 오지 마라!”

“어여, 소금 쳐라! 금줄도 달고 부적도 써 버려!”

마을 사람들은 속이 다 시원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현씨 세가 가주가 진화의 눈치를 살폈지만, 진화가 살짝 웃어 주자 완전히 안심한 듯 마을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때, 적호단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정말로 괜찮겠어? 황태자잖아. 게다가 저 좌장군은 황태자의 외척이라며. 이 일로 무슨 말을 꾸밀지 모른다. 어쨌든 황태자를 막아선 일이니까.”

적호단주의 염려에 진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았다.

“왜? 그런 건 전혀 생각도 못 했어?”

“아니요. 단주님이 그런 걸 생각할 거라 전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뭐야!”

진화의 말에 적호단주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올렸다.

그 모습을 보며 진화가 웃음을 터뜨리며 한 발자국 물러섰다.

적호단주가 화를 낸 것은 진짜가 아니나, 주먹은 진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진화가 겁이 나서 피한 것은 아니었다.

“어쭈, 피해?”

마찬가지로 적호단주의 염려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진짜 불안 요소였다.

다만 진화에게는 그 어떤 위협도 되지 못했다.

“걱정 마십시오. 가짜로 휘두르는 주먹은 스치지도 못할 테니.”

“음?”

적호단주는 진화의 말이 단지 제 주먹을 가리키는 게 아니란 걸 알았지만, 더 깊이 물어보지 않았다.

진화가 환하게,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