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궁마제 (278)화 (278/425)

남궁마제

진압할 진(鎭) 꽃 화(華) : 황궁의 꽃들(3)

여인.

하지만 눈앞에 있는 여인은 정의맹 적호단의 부단주였다.

제왕검의 무재가 남궁경에 이어 남궁진휘가 아닌 남궁진혜에게 이어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손에 꼽히는 무위에, 귀천성과의 전투에서 그만큼 많은 공을 세웠기에 인정받은 자리였다.

정의맹의 사냥개라 불리는 적호단의 거친 사내들조차 오로지 힘으로, 그러니까 진짜 힘으로 누르고 쟁취했다.

황궁의 여인들이 제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진짜 무인이었다.

뚜벅. 뚜벅.

그녀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에 옷 밖으로 느껴지는 단단한 체격.

남궁진혜가 저도 모르게 사납게 발산하는 투기에, 시비를 걸었던 여인들이 고양이 앞의 쥐처럼 얼어붙었다.

남궁진혜는 그런 여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가, 감히 본 공주에게……!”

제일 앞에서 남궁진혜에게 소리쳤던 여인이 뭐라 말을 하는데, 입안에서 웅얼웅얼 맴도는 소리가 들릴 리 없었다.

물론 남궁진혜가 들을 리도 없었다.

“고, 공주님……!”

“까-악!”

코앞으로 다가온 남궁진혜의 모습에 공주를 중심으로 바짝 모인 여인들이 그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남궁진혜는 그런 그녀들의 곁을 그대로 지나쳤다.

“음?”

놀란 공주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때.

우드드득-!

“꺄아아아아악-!”

섬뜩한 소리와 함께 귀를 찢을 듯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렸다.

“무슨 짓이냐! 감히 공주의 시녀를 향해……!”

퍼-억!

“아악!”

가뜩이나 놀란 공주는 갑자기 제 발 앞에 던져진 것을 보고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공주의 앞에 날아온 것은 바로 그 공주의 시녀였다.

남궁진혜가 식은땀과 눈물을 줄줄 흘리는 여인을 한 팔로 들어 공주의 앞에 집어 던진 것이다.

“너, 너어!”

“뭐, 왜? 어깨가 빠졌기에 넣어 준 것뿐인데?”

“……뭐?”

남궁진혜의 말에 공주가 저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그사이 남궁진혜는 공주에게 다가왔다.

주춤주춤.

남궁진혜가 다가오자 공주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남궁진혜는 그 모습을 보며 능글능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가 어쩐지 적호단주 팽치를 닮은 듯했다.

“하하, 귀엽네.”

남궁진혜의 시선이 천천히 공주를 보았다.

가늘고 하늘하늘한 몸.

고집스러운 눈썹과 달리 눈망울이 촉촉하게 젖어 있는 순한 눈.

뽀얀 얼굴에 아직 남아 있는 볼살이 겁에 질려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남궁진혜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공주를 향해 목소리를 낮췄다.

“그러게…… 손만 대면 부서질 듯 연약한 것들이 아무 데나 어깨 밀어 넣고 다니면 되겠어? 그러니까 다치잖아.”

남궁진혜의 시선은 쓰러져 있는 궁녀를 향했으나, 그건 분명 공주를 향한 말이었다.

공주의 눈에 눈물 대신 독기가 차올랐다.

그녀도 이제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한 것이다.

“네 이년! 으득! 이러고도 네가 감히 무사할 성싶더냐?”

공주가 이를 갈며 남궁진혜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사납게 이를 갈아 봤자 손끝으로도 죽일 수 있는 상대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응, 난 무사할 거야. 길 가던 무인에게 몸을 던지고, 어깨 빠진 걸 고쳐 주니 화를 낸다? 공주의 시녀라고? 그럼 난? 황후께서 가만히 계실까? 아니, 내 앞에 붙은 성을 보면 황제께서 나설지도 모르지.”

남궁진혜의 말에 공주가 놀란 눈을 떴다.

무식하고 난폭한 무림의 여인이라 생각해서 조금만 건들면 금방 흥분해서 달려들 것이라 생각했다.

예상한 대로 난폭하게 손을 쓰긴 했다.

하지만 서늘할 정도로 가라앉은 눈빛은 공주의 예상과 달랐다.

심지어 남궁진혜는 제 처지와 배경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봐, 공주님, 우린 뒷배경이 같아.”

“황족도 아닌 것이 감히 황족의 행세를 하려는 것이냐!”

공주가 파드득- 반박하는 말에, 남궁진혜가 피식 웃어 버렸다.

“자꾸 귀엽게 수 쓰지 마. 황족 사칭인가 뭔가로 엮으려고? 내가 말을 곱게 해 주니까 못 알아먹는 모양인데…… 시비도 귀엽고, 네 수작도 귀여워. 딱 여섯 살짜리가 꼼수 부리듯이 유치하고 하찮아서.”

남궁진혜의 눈이 파드득거리는 공주를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황족이면 어떻고 공주면 어떠한가.

남궁진혜는 천하제일 세가라는 남궁세가의 금지옥엽이자 스스로 명성을 세운 무인이었다.

태생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오만함과 자신감이 남궁진혜라고 없을 리 없었다.

“너, 너…… 감히! 본 공주는 황제 폐하의 자식이다. 진짜 황후의 외척도 아닌 주제에 고작 너 따위 때문에 황후전이 나설 것 같아?”

“아, 첩의 자식이라 그냥 외척이라곤 못 하고, 꼬박꼬박 황후의 외척이라고 붙이는 거야?”

“……!”

공주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황궁에서 핏줄은 곧 신분이고 권력이라, 남궁진혜가 건드린 것이 공주가 생각하는 제 유일한 약점이었다.

“약한 주제에 조심해야지. ……그러다가 진짜 죽어.”

남궁진혜가 천천히 고개를 내려 공주의 귓가에 바짝 입을 갖다 대고 속삭였다.

“오늘은 저년 어깨만 빼고 끝내는데, 다음에 또 시비 털면…… 쥐도 새도 모르게 대가리를 부숴 놓을 줄 알아.”

남궁진혜의 말에 공주는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하고 남궁진혜가 다리를 지나칠 때까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 * *

“허미인은 폐하의 두 번째 후궁으로, 투기가 심하고 폐하의 총애를 받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여자입니다. 필요하다면 자식들도 거리낌 없이 이용하지요.”

미인 허양.

현재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후궁으로, 그 근거는 그녀가 하사받은 영수전이었다.

영수전은 후궁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처로 대대로 황제가 가장 사랑하는 총희에게 내렸던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황궁의 모든 사람들이 황제의 총애가 황후궁을 단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허울뿐인 총애에 얽매이는 건 오직 영수전에 있는 사람들뿐이었다.

“현재 대사마로 있는 허임의 딸로, 대대로 이름난 문신 가문이지요. 낙양을 기반으로 둔 호족 출신이기에, 황도에서만이라면 그 어떤 집안보다 영향력이 큰 곳입니다. 지금도 낙양 출신 신하들의 중심에 있으면서 많은 대소 신료들이 신임을 받고 있습니다.”

“한데 어째서 품계가 종육품밖에 안 되는 것입니까?”

원귀빈에 비해서도 만만치 않은 집안.

진화는 궁중 법도를 배울 때에 얼핏 익힌 후궁의 품계에서 귀빈과 미인은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았다.

겨우 종육품의 미인 자리는, 황제의 단둘뿐인 후궁에 집안 좋고 황자까지 낳은 여인이 받을 만한 품계가 아니었다.

“강등된 것입니다.”

“예?”

답은 간단했지만 내용은 전혀 간단하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진화가 저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총애를 다투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한다고 했지요? 본래 둘째 황자를 낳고 받은 품계는 정사품 용화였으나, 다른 후궁에게 독을 쓴 것이 발각되어 강등되었습니다.”

“독이라면……?”

진화는 자연스럽게 제 식탁에 올라왔던 독을 떠올렸다.

하지만 조위례가 덤덤하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그건 그냥 황족이라면 다 쓰는 겁니다. 영수전의 궁녀가 같은 궁녀를 독으로 죽인 일이 있었는데, 그때 쓰인 독이 이전에도 후궁 여럿을 죽인 독이었지요.”

“그럴 수도 있습니까?”

진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기에 대해서도 조위례의 답은 간단했다.

“궁녀가 자백을 했고, 다른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해서 허미인이 강등된 이유는 단순한 투기(妬忌) 때문인 것으로 되었지요.”

“…….”

생각보다 더 위험한 여인인 듯했다.

겨우 궁녀 목숨 하나로 황제의 후궁을 강등하는 일은 없었으니, 대체 얼마나 많은 일을 벌인 것인지.

아니, 발각된 것이 그만큼 많다면 뒤로는 얼마나 더 많은 일을 벌인 것인지.

명예와 직책을 목숨처럼 여기는 황도에서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드는 허미인은 이질적이고 위험한 존재였다.

“황족에겐 언제든지 대신 죽을 목숨이 널려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범인을 찾아도 소용이 없을 거라 한 말의 의미를 아시겠지요?”

조위례의 물음에 진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원귀빈에 대해 말할 때와 허미인에 대해 말할 때의 태도가 차이가 난다 했다.

뭔가 진화가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하는 듯 대충대충 설명하면서도, 말투가 좀 더 냉소적인 것이 적대심이 묻어났다.

호불호에는 무신경했지만, 적아(敵我)의 구분에는 민감한 진화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태사께서는 처음부터 독을 쓴 범인으로 허미인을 의심한 모양이군.’

죽인 전례가 있고, 빠져나온 전례도 있으니.

범인은 상관없다는 조언도 허미인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인 듯했다.

“황족에게 사람은 세력이고 권력이며 여벌의 목숨이지요. 그래서 대개 황족들의 싸움은 주변에 있는 사람을 노리는 법입니다.”

“또 건희전 궁인들을 노릴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진화가 제 주변에 있는 궁인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제게 무슨 일만 있으면 호들갑을 떨던 사람들.

진화는 건희전 궁인들이 자신의 여벌 목숨이라 생각해 본 일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이제야 저들의 주인이 된다는 의미가 무겁게 느껴졌다.

이미 남궁세가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웠는데, 원치 않았던 책임감이 밀려오는 듯했다.

“궁인들은 물론이고 하남 조씨 일문과 남궁세가 손님들까지 노릴 수 있습니다. 사실 조씨 일문에는 그런 어설픈 술수에 걸려들 위인이 없으나, 저하의 손님들은 아직 이 황궁이 익숙지 않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위례의 말에 진화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은 있었다.

“그런데 허미인은 왜 나를 노린 걸까요?”

“강등의 이유가 투기(妬忌)가 되어도 괜찮았을 여자입니다. 폭력을 행사하고 궁녀들을 죽이는 일이 예사였으며 폐하를 모실 기회를 받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는 여자였죠. 그런데 모처럼 폐하의 눈길을 받을 기회를 생각지도 않게 빼앗긴 적이 있으니 분명 벼르고 있었을 겁니다.”

“제가 폐하의 눈길을 받을 기회를 빼앗은 적이 있다고요?”

진화가 깜짝 놀라 물었다.

“…….”

진화의 반응에 조위례야말로 이상하다는 듯 진화를 보았다.

하지만 진화는 정말로 허미인의 이유가 금시초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황제의 눈길 따위를 받아서 무얼 한단 말인가.

거저 줘도 고민해 볼 것을 빼앗았을 리 없었다.

말도 안 된다는 진화의 반응에, 조위례와 동 태감의 입에서 동시에 한숨이 흘러나왔다.

관도공주를 모른다고 할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황자님의 환영연회에서 관도공주가 준비한 검무를 남궁 영애가 이어 한 적이 있지요.”

“아!”

진화는 이제야 기억이 나는 듯 탄성을 내었다.

“폐하의 눈길을 끌기 위해 관도공주가 몇 년 동안 준비한 것을 마침내 선보일 기회였는데, 그때 사람들의 선망과 폐하의 칭찬을 모조리 남궁 영애가 가져갔으니…… 황자님의 존재를 모든 황족들이 거슬려 하는 와중에, 굳이 먼저 나선 이유를 찾는다면 그쪽이 가장 합당하지요.”

조위례는 이제 진화에게 말을 돌려 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상대로 진화는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그런 이유라면, 그들이 누님을 노릴 수도 있겠군요.”

진화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조위례는 이제야 진화가 상황을 좀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다.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조심을…….”

“그런 거라면 괜찮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누님께 행동을 조심해 달라 부탁하고 싶지 않습니다.”

진화가 조위례의 말을 단칼에 거절했다.

다른 모든 일에 무던한 진화였지만, 단 하나 ‘남궁’에 한해서만큼은 달랐다.

“하지만 황자님…….”

조위례는 진화를 설득하려 했지만, 진화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검은 궁녀의 자백보다 빠를 테니까요.”

남궁진혜를 건드린다면, 여벌의 목숨 같은 건 생각하지도 못하게 모조리 죽여 버릴 것이다.

검고 깊은 눈동자가 끝없이 단호했다.

살기나 투기가 느껴지지 않는데, 그래서 더 소름이 돋았다.

‘……이거, 조심시켜야 할 곳이 잘못되었나?’

조위례가 두려움을 느껴 본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다른 조심할 것을 알려 주십시오. 모후께 폐가 되지 않도록, 제가 익혀야 할 것을 익히겠습니다.”

“그들과의 다툼을 피하지 않으시겠다면, 그들처럼 싸우는 법을 익히셔야겠지요.”

그들처럼 싸우는 법.

진화도 바라는 바였다.

하지만 그 전에 똑바로 잡아야 할 것이 있었다.

“아까부터 느낀 것인데, 외조부님과 저는 전제가 조금 다른 듯합니다.”

“예?”

“외조부님은 그들의 시비를 피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처음부터 수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요.”

정치를 해 온 사람의 생각이었다.

명분을 움켜쥐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의 사고방식.

그래서 진화와는 뿌리부터가 달랐던 것이다.

“틀렸습니다.”

진화에게 그들처럼 싸우는 법이 필요한 건 잘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제가 그들의 방식을 알려는 이유는 그들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

진화는 목숨을 걸지 않고 싸우는 법을 잘 몰랐다.

그래서 그들을 모조리 죽이지 않기 위해 그들의 방법이 필요한 것뿐이었다.

지붕 위.

아직 사이가 어색한 조손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태사께선 아직 어느 쪽이 위험한지 잘 모르고 계시는군.”

“우리 도련님을 진짜 꽃으로 본 모양이야. 사나운 꽃, 독 쓰는 꽃, 미친 꽃이 있으면, 당연히 미친 꽃이 더 위험한 법인데 말이야.”

“…….”

남궁교명은 저 불손한 말의 어디부터 고쳐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때, 남궁교명의 시선에 건희전으로 달려오고 있는 누군가가 들어왔다.

“진짜 위험한 꽃은 저 사람 아닌가.”

남궁교명이 손가락이 남궁진혜를 가리켰다.

그러자 남궁구가 재밌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남궁교명을 향해 웃음을 흘렸다.

“미쳤냐? 저게 어떻게 꽃이야. 저건 그냥…… 미친 소지.”

남궁구의 말과 함께 건희전에 도착한 남궁진혜가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진화야-!”

* * *

진화의 말을 들은 조위례는 교육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

“평화적인 화법.”

“그렇습니다. 절대 직접적으로 죽이겠다, 어디를 부수겠다, 베겠다 협박하는 건,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발언입니다.”

조위례가 엄격한 얼굴로 진화와…… 남궁진혜, 남궁구, 남궁교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윗전이 말을 걸기 전에 아랫사람이 먼저 말을 걸어선 안 됩니다. 그건 법도에 어긋나는 무례로, 상대에게 윗전이 공격당할 수 있습니다.”

조위례의 말에 남궁진혜가 손을 들었다.

“공격이라는 건, 내 윗전을 때릴 수도 있다는 겁니까?”

남궁진혜의 말에 동 태감의 얼굴이 벌써부터 창백하게 질렸다.

애초부터 황궁의 사람과는 사고의 뿌리부터가 다르다는 걸 다시금 실감하며, 조위례가 두 눈을 부릅떴다.

“아니오! 황족은 절대! 누구도! 황제의 명 없이는 건들 수 없습니다! 내 윗전이 아니라 다른 윗전도!”

“아, 그래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남궁진혜를 보며, 조위례는 황태자나 두 후궁들이 아니라 이들이 하남 조씨 일문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족시해죄로 줄줄이 엮어서 말이다.

“어여쁜 마음가짐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외양, 밖으로 내뱉는 말이 중요합니다.”

“오, 몹시 현실적이군요. 앞에서만 잘 보이면 뒤로 수작을 부리는 건 괜찮다는 거죠?”

남궁구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절대 먼저 눈을 피하거나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됩니다.”

“단 한 번도 걸어온 싸움을 피한 적이 없습니다.”

남궁교명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대환장이라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걸까.

남궁진혜와 남궁구, 남궁교명이 입을 열 때마다 조위례는 수명이 줄어드는 듯했다.

“걱정 마십시오. 절대 폐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순순한 진화의 대답이 가장 불안했다.

“후우, 절대, 절대 허미인 측과는 얽히지 마십시오. 남궁 영애는 관도공주와 함께하는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니, 무조건 피해 주십시오.”

“예,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요. 제가 재빨리 튀는 것도 제법 잘합니다. 관도공주라는 사람이 보이면 바로 튈게요.”

조위례의 간곡한 당부에 남궁진혜가 안심하시라며 자신 있게 웃어 보였다.

그렇게 진화의 연회 준비는 ‘시빗거리를 주지 않는 완벽한 외양만이라도 갖추자.’는 방향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이후 매시간마다 창신궁에서 궁녀들이 오갔다.

신수가 훤칠한 무인들을 꾸미는 데에 신이 난 황후와 궁녀들과는 대조적으로 진화와 남궁세가 사람들의 안색이 점점 죽어 갈 즈음에.

마침내 황실 연회의 날은 오고야 말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