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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291)화 (291/425)

남궁마제

진압할 진(鎭) 꽃 화(花) : 밝히는 자, 아는 자, 숨기는 자(1)

적호단이 정의맹에 귀환하다가 마침 임무를 나서는 청룡단과 마주쳤다.

“어디 가는 거지?”

“남이사.”

“쯧.”

각자의 임무에 대해서는 묻고 대답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 청룡단주 낙추회검 남궁헌이 적호단주의 질문을 가볍게 무시했다.

청룡단주 남궁헌과 적호단주 팽치는 같은 오대세가 출신에 정의맹 무단의 단주로서 은근한 비교와 경쟁 속에 있었다.

본인들은 서로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주변에 의해서 어색해진 관계랄까.

그런데 지난번 적호단이 청룡단을 구해 준 이후, 청룡단주는 적호단주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는 일이 없어졌고 적호단주는 그런 청룡단주의 태도에 둘 사이의 거리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느꼈다.

평소 한쪽 팔을 잃고도 고수의 반열에 오른 청룡단주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적호단주는 지금의 관계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쌀쌀맞게 지나는 청룡단주를 보고도 가볍게 혀를 차는 정도로 씨익 웃으며 지나칠 수 있었다.

“당숙!”

“……기둥이라니. 쯧.”

남궁진혜의 반가운 부름에 이번에는 청룡단주가 남궁진혜를 물끄러미 보다가 혀를 차고 지나갔다.

“당숙도 참 쌀쌀맞다니까요.”

“무뚝뚝한 친구라 그렇지, 흐흐.”

적호단주와 남궁진혜가 청룡단주의 뒷모습을 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왜, 함께 사선을 넘나드는 임무를 하는 자들끼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교감이라는 것이 있지 않나.

적호단주와 남궁진혜는 청룡단주와 마음으로 통한다 생각하며 정의맹 문을 넘었다.

적호단원들도 청룡단과 눈인사를 나누며 정의맹에 들었다.

그때, 뒤쪽에서 다시 청룡단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생했구나. 장하다.”

“감사합니다, 당숙님.”

청룡단주가 임무에서 돌아오는 진화를 발견하고 자애롭게 웃으며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남궁세가를 향한 진화의 진의(眞意)를 알게 된 후, 청룡단주는 때때로 진화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며 진화를 다독여 주었다.

“임무에 가십니까?”

“남해 검문 쪽의 일을 마무리 지으러 간다.”

“남해 검문이라면……?”

“그래. 네 아버지가 지금 그곳에 있다지? 걱정 마라. 그쪽도 거의 정리 중이라는구나. 만나면 네 안부도 전해 주마.”

“감사합니다! 당숙님도 무사히 다녀오십시오.”

“오냐.”

청룡단주가 진화를 거쳐 남궁구와 남궁교명의 어깨도 한 번씩 두드려 주었다.

그러다 뒤통수가 따가운 느낌에 뒤를 돌아보자.

“푸후!”

“크르르르.”

적호단주와 남궁진혜가 배신감 가득한 얼굴로 콧김을 뿜으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청룡단주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젓고는 그대로 정의맹을 빠져나갔다.

* * *

그날 저녁.

진화는 조용히 담을 넘어 의선문으로 들어갔다.

탓.

언제 심어졌는지 모를 대나무로 빼곡하게 가린 곳을 지나자 의선문의 별채가 눈에 들어왔다.

조용히.

진화가 미끄러지듯 제갈길현의 방으로 들어갔다.

“헉!”

“너, 너는……!”

“진화야!”

깜짝 놀란 제갈길현이 심장을 붙잡고, 제갈가주가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너무 놀라서 눈만 꿈벅꿈벅 뜨고 있는 의선과 홍랑대부도 있었는데, 결국 진화를 반갑게 맞이한 사람은 남궁진휘밖에 없었다.

“아니, 은밀하게 찾아오라 하셔서…….”

지은 죄도 없이 진화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염병, 두 번만 은밀했다간 겨우 돌아온 황천길을 도로 돌아갈 뻔했네.”

제갈길현이 침상이 아닌 탁자에 앉아서 구시렁거렸다.

제갈길현뿐 아니라 제갈가주와 남궁진휘, 의선, 홍랑대부 초산하까지 모두, 얼굴도 보이지 않을 만큼 죽간이 쌓인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에 진화는 지은 죄는 없지만 당장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투-욱.

제갈길현이 진화의 앞으로 뭔가를 던졌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경오년 갑자월 임신일 해시, 환마제의 역천비록일세. 겨우 해석이 끝났는데, 죽어 버렸지.”

“…….”

잘못 죽였나…….

제갈길현의 말에 진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째서 이 방에 들어온 뒤로 계속 죄인이 된 기분이 드는 걸까.

진화가 어떤 반응을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때, 남궁진휘가 진화를 구해 주었다.

“자꾸 사람을 시험하는 고약한 심보 좀 버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곱게 늙으셔야지요, 곱게.”

“뭐야, 이놈아?”

“늘 그렇게 말 한마디도 사람을 시험하듯 구니까 자식 농사가 망하는 겁니다.”

“……나 아직 여기 있네.”

“허허허허.”

남궁진휘가 제갈길현과 대거리를 주고받고 거기에 제갈가주가 장단을 맞추니 의선과 홍랑대부가 유쾌하게 웃고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진화의 얼굴에 혼란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남궁진휘가 민망한 듯 웃으면서 진화에게 자리를 권했다.

“후우, 봐야 할 것은 산더미고 눈은 다섯 쌍밖에 없으니, 이렇게 농담이라도 나누며 피곤을 푸는 것이다. 어디 보자, 내 동생. 잘 다녀왔느냐? 다친 곳은 없고?”

“예, 형님.”

평소의 남궁진휘와 같은 모습에, 진화가 그제야 순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것이 아니고 환마제의 역천비록을 해석했는데, 환마제가 죽었으니. 혹시 그 자리에 다른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네게 물으려 부른 것이다. 알다시피 그곳에 있던 사람 중 천수현인께서 깨어나신 것을 아는 사람은 너밖에 없으니 말이다.”

“환마제의 역천비록을 해석했다니. 환마제의 운명을 푼 것입니까?”

“같은 생시를 가진 사람이야 중원에도 수천이지. 역천비록에 적힌 것은 역천대법에 필요한 특별한 천문과 조건들이더구나.”

결국은 풀었다는 말이었다.

이렇게 빨리 풀 줄은 몰랐는데…….

진화는 갑자기 앞에 앉아 고약한 농담을 나누던 사람들이 무림 제일의 두뇌들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제갈가주와 남궁진휘가 암호처럼 적힌 역천비록을 해석하고 나면, 홍랑대부가 사주와 팔자를 읽고, 의선이 역천대법의 진행 방법이나 효과를 연구했다.

그리고 천수현인 제갈길현이 천문을 읽어 역천비록에 적힌 역천에 필요한 운명을 알아내었던 것이다.

“경오년 갑자월 임신일 해시, 오명성이 빛나는 천문에서 흰 말이 푸른 쥐와 검은 원숭이를 한 잔에 담아야 한다.”

제갈길현이 또렷한 눈으로 진화를 보았다.

“여기서 푸른 쥐는 갑자년의 독마제이고, 검은 원숭이는 독마제와 술시에 운명이 중첩된 임신년의 누군가겠지. 한 술잔에 두 가지 술이 담기면 반드시 하나는 넘쳐흐르기 마련이다. 환마제를 죽일 때, 뭔가 다른 일은 없었느냐?”

바로 얼마 전까지 좌활백설옥에 의지해서 누워 있던 환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안광이 진화의 속을 꿰뚫을 듯 빛났다.

무섭도록 날카로운 현기는 그 어떤 거짓도 빗겨 낼 것 같았다.

‘과연 천수현인이라 해야 하나. 오성과 지략으로 천하제일 십이좌에 오른 위인답구나.’

진화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제갈길현 또한 마찬가지였다.

제갈길현은 진화가 속으로 말을 고르지 못하도록 현원전단공으로 진화의 평정을 흔들려 했다.

하지만 진화의 눈은 흔들리기는커녕 점점 더 깊게 가라앉았다.

‘허! 제왕검의 눈을 보는 듯하군. 어린 녀석이 벌써 저런 경지에 도달했단 말인가!’

제갈길현은 은근히 미소를 지으며 진화를 흔들던 현원전단공을 거두어들였다.

진화가 침착하게 말문을 열었다.

“혼현마제와 검마제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혼현마제는 일전의 일로 좌안과 좌수를 잃은 상태였고, 검마제는…… 장담컨대 무림에 나와 만난 고수들 중 가장 강한 자였습니다. 백 합을 조금 넘게 겨루었고, 삼십 보 차이였습니다.”

“허!”

진화의 말에 제갈길현이 참을 수 없는 듯 탄성을 뱉었다.

삼십 보라니, 고작 삼십 보라니!

무려 검마였다.

고작 약관도 되기 전에 옥허신검의 좌수를 자른!

제갈길현은 물론이고 제갈가주와 남궁진휘, 의선, 홍랑대부 모두 할 말을 잃고 진화를 보았다.

그들은 진화가 말한 거리라는 것이, 진화가 밀려난 거리가 아닌 진화가 검마제를 죽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리라는 사실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지? 역천을 타고난 자의 운명이네. 죽는다 해서 쉽게 끊어질 것이 아닐세. 뭔가 이상하다 싶은 일은 없었는가?”

제갈길현이 흥분을 감추지 못한 상태로 물었다.

그는 그저 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진화는 제갈길현의 말이 가슴에 와서 박혔다.

역천을 타고난 자의 운명.

‘죽는다 해서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라…….’

진화는 제갈길현의 말을 곱씹으며 쓴웃음을 삼켰다.

“이상한 일이라면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혼현마제가 달아나면서 현오를 베었습니다.”

“현오? 천살성을 가진 역천마제의 제물 말인가?”

“위장부터 비장, 신장에 간장까지, 조금만 더 깊었다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정도로 깊게 베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마제들은 결코 최종 제물을 상하게 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이전 생에 광마제마저도 그랬었다.

진화를 잡아서 제물대 위에 올릴 때까지, 그토록 치열하게 싸우는 와중에도 진화의 몸을 영구적으로 상하게 만드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정도로 그의 몸을 아꼈었다.

하물며 현오는 역천마제의 최종 제물이었다.

진화는 혼현마제가 실수로 그랬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혼현마제가 역천마제의 제물을 건드렸다라…….”

진화의 말에 눈빛을 번뜩인 제갈길현이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잠시 후.

제갈길현이 진화의 앞에 죽간 하나를 내놓았다.

“기사년 병진월 을해일 진시. 정의맹이 확보한 역천비록 중 하나인데, 가짜지.”

다른 죽간 하나도 그 옆에 놓았다.

“여기 진짜도 있네. 신사년 병진월 을해일 묘시…… 진짜 혼현마제의 것일세. 아직 전부 해석하지는 못했으나, 혼현마제가 가짜를 만든 것만은 확실하지. 혼현마제, 그놈이 뭔가 다른 꿍꿍이를 가진 모양이야.”

제갈길현이 진짜 혼현마제의 비록을 보며 의미심장한 비소를 머금었다.

그때, 제갈가주가 덤덤한 목소리로 주의를 환기했다.

“혼자만 음흉하게 웃는다고 죽간이 해석되진 않습니다.”

“……재미없는 후레자식.”

제갈길현이 잔뜩 흥이 올랐다가 김이 팍 새어 버린 얼굴로 제갈가주를 째려보았다.

잠시 후.

탁자 위에 가득 쌓여 있던 죽간과 문서들이 바닥으로 내려가고, 탁자 위에는 단 네 개의 죽간만 올라와 있었다.

제갈가주가 그중 하나를 왼쪽에 두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환마제가 운명을 완수하고 죽었느냐, 아니냐 아니었습니까?”

“환마제의 운명에 나온 ‘흰 말이 푸른 쥐와 검은 원숭이를 한 잔에 담는다.’ 할 때의 임신년 검은 원숭이가 검마제라면, 환마제가 운명을 완수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게 어떤 운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남궁진휘가 독부의 역천비록을 환마제의 것과 같은 왼쪽에 두며 말했다.

그러자 제갈길현이 혼현마제의 것을 오른쪽에 두며 투덜거렸다.

“둘이 쿵짝이 잘 맞는구나. 어쨌든 혼현마제 놈이 역천마제와 중첩된 운명을 숨기려 했다면, 뭔가가 있을 거다.”

제갈길현은 혼현마제의 것 옆에 역천마제의 것도 놓았다.

“가짜를 제외하고 정의맹이 가진 것은 총 네 개군요. 거기에 운명이 중첩된 것끼리 묶으면 역천마제와 혼현마제의 것 그리고 독마제와 환마제의 것, 이렇게 되나요?”

“귀천성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 소리마제와 권마제, 검마제의 역천비록. 그중 소리마제는 혈정을 모아 암림혈귀갑을 만드는 것이고. 권마제는 알다시피 죽었고 한수림 공자는 사패천에서 보호 중입니다.”

의선과 홍랑대부가 상황을 정리했다.

“거기에 더해, 역천비록은 없지만 검마제와 광마제의 생시는 알고 있습니다. 운명의 중첩으로 본다면, 검마제는 왼쪽의 환마제, 독부와 엮일 것이고 광마제는…… 이쪽이겠지요.”

마지막으로 제갈가주가 까만 바둑알을 왼쪽에 놓고, 푸른색 옥함 하나를 오른쪽에 놓으면서 슬쩍 진화의 눈치를 살폈다.

그때 제갈길현이 붉은색 연주를 가운데 놓으며 말했다.

“남아 있는 세 개의 역천비록을 풀어내는 건 시간문제일세.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검마제와 광마제의 천문 그리고 혈마제의 역천비록뿐인가?”

“혈마제와 광마제의 역천비록 둘 다 행방을 알지 못합니다. 게다가 혈마제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남궁진휘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당초 생각보다 많은 것이 풀렸고 앞으로 풀어 갈 예정이었지만, 진화와 연관된 광마제의 것을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남궁진휘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도 안타까운 눈으로 진화를 보았다.

제갈길현의 시선도 진화를 향했다.

‘이 자리의 누구보다 담담하군.’

진화와 눈이 마주친 제갈길현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고 말았다.

“하나는 사패천주가 꿍쳐 두고 있을 거야.”

“네?”

“사패천에 있어야 할 비록이 두 개였거든. 우리에게 하나만 줬으니, 하나는 들고 있겠지. 광마제의 것인지, 혈마제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갈길현이 진화를 보며 말했다

진화의 반응을 살피며 눈을 반짝이는 것이, 기특한 건 기특한 것이고 도발과 시험은 제갈길현의 본능인 듯했다.

남궁진휘가 한숨을 쉬며 진화의 등을 토닥였다.

‘매번 사람 마음을 흔들긴. 심술궂은 영감탱이 같으니!’

제갈세가 사람들을 제외한 모두가 제갈세가의 자식 교육이 실패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진화야 이제 와서 역천비록이니 운명이니 말 한마디에 흔들릴 리 없었지만, 남궁진휘와 의선은 슬쩍 진화를 도발하는 제갈길현의 시선을 막았다.

“흐흐, 걱정 말게. 어쩌면 두 가지 모두 조만간 해결될 수 있으니. 곧 십이좌회가 열릴 거거든.”

사람들이 걱정한 것은 그게 아니었지만, 어쨌든 제갈길현의 말에 모두 놀란 얼굴로 그를 보았다.

* * *

남궁세가 장원으로 돌아오는 길.

남궁진휘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진화를 보았다.

결국 진화에게 중요한 광마제에 관한 것을 풀어낸 것이 없으니, 혹시나 진화가 실망했을까 봐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장원으로 들어가기 전 진화가 물은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형님, 귀천성에서도 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일전에 광마제의 운명과 천살성의 운명은 서로 죽고 죽이는 상극이라 했었다.

진화가 아는 광마제는 그 사실을 알고도 가만히 있을 위인이 아니었다.

혹시 혼현마제가 다른 마음을 품은 것처럼 광마제도 다른 마음을 품고 있진 않을까.

그렇다면 저는 그런 점을 이용해서 광마제를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오는 내내 진화의 머릿속에 맴돈 것은 그런 생각들이었다.

걱정과 실망, 절망은 이미 이전 생에서 충분히 했기에, 이번 생에 진화는 온통 앞으로 나아갈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남궁진휘는 그런 진화의 속을 알 리 없었으니.

‘녀석, 안 그런 척하면서도 불안한 모양이구나.’

남궁진휘가 안타까운 눈으로 진화를 보았다.

“그렇진 않을 것 같구나. 만약 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혼현마제가 가짜를 만들어 모두를 속이도록 두었을 리 없으니 말이다. 걱정 말거라. 천수현인의 말씀처럼 십이좌회가 열리면, 우리가 놈들보다 먼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남궁진휘는 안쓰러운 마음을 감추고 진화를 안심시키려 웃어 보였다.

“예, 정말 그리되면 좋겠습니다.”

천하의 광마제도 모르는 것이 있다니.

‘이건 이것대로 놈을 유인하는 데 쓸 수도 있겠군.’

진화는 진화대로 히죽 웃었다.

달밤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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