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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293)화 (293/425)

남궁마제

진압할 진(鎭) 꽃 화(花) : 밝히는 자, 아는 자, 숨기는 자(3)

“저하……!”

동 태감과 건희전 궁인들이 진화의 마중을 나왔다.

눈물까지 흘리는 동 태감의 모습을 보자니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나 싶지만, 지난번 황궁을 떠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동 태감.”

“잘 오셨습니다! 어서 건희전으로 드시지요. 조 숙수가 저하만을 위한 요리를 만들어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황자가 만두를 좋아하는 것은 이미 건희전은 물론 창신궁 숙수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라. 동 태감은 세상 모든 재료를 만두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에는 진화를 오래도록 황궁에 머물게 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동 태감의 속내와 상관없이 그의 말에 기뻐하는 사람이 또 있었으니.

“황궁 숙수의 요리라니! 아아,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불과 얼마 전까지 이렇게 굶고 사느니 죽는 게 낫네 어쩌네 하던 현오였다.

“땡중, 나오는 요리 다 먹게?”

“이번에도 밖에서 고기 타령하면서 소림 망신시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각우 사부가 협박, 아니 엄포를 하신 것으로 아는데?”

“자네들은 자비심을 좀 가지시게! 이렇게 뼈밖에 남지 않은 날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옆에서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딴지를 걸자 현오가 뼈가 보이는 손목을 내밀며 툴툴거렸다.

실제로 이번에 얻은 부상 때문에 일주일 정도 미음으로 연명했던 그는 퉁퉁한 턱살은 온데간데없이 근육이 드러날 정도로 말라 있었다.

“……보통 손목뼈는 보이는 게 정상 아닌가?”

“깊이 따지지 마라, 형님.”

“그것보다 고작 일주일 만에 저렇게 살이 빠질 정도면, 그 전에는 얼마나 먹었던 겁니까?”

“저놈의 밥값을 벌려고 소림 백팔나한들이 야밤에 염주를 만든다는 소문이 있어.”

팽가 형제와 제갈상, 당혜군이 저마다 한마디씩 덧붙였다.

관서겸은 화려한 황궁의 모습에 넋을 놓고 구경 중이었고, 나하연은 어쩐지 수줍게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적호단은 사천당문에서 머무르기로 했으나, 적호단 십 조만큼은 진화를 따라 황궁으로 들어왔다.

그때.

덜컹. 끼이이익.

타타타타타타탓!

어디선가 수십 명의 궁인들이 길목에 있던 문을 한껏 열어젖히고 나타나 바쁘게 시립했다.

군인만큼이나 일사불란한 모습에 일행이 놀랄 새도 없이, 궁인들 너머로 반가움이 가득한 목소리가 익숙하지 않은 호칭으로 진화를 불렀다.

“황자-!”

자신의 궁에서 기다리다 못한 황후가 진화를 맞으러 나온 것이다.

세상 화려한 붉은 예복과 그보다 더 화려한 황후의 자태에, 황후를 처음 보는 적호단 십 조원들이 뒤늦게 몸을 숙였다.

“황후 마마를 뵙습니다. 천세 천세 천천세!”

“평신하라.”

몸을 일으키는 십 조원들의 얼굴이 한결같이 상기되었다.

일행 중 태연한 이들은 그나마 황궁 출입을 해 보았던 남궁구와 남궁교명뿐이었다.

“황자, 참으로 격조하였구나.”

“모후를 뵙습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덤덤하게 황후를 맞는 진화의 모습에, 백의생 때부터 함께했던 적호단 십 조원들은 진화가 제국의 황자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은 얼굴들이었다.

동 태감과 건희전 궁인들의 안내를 따라 진화와 십 조원들이 건희전으로 갔다.

건희전은 창신궁 안에 있으면서도 황제의 처소인 장추궁과도 가까운 곳이라, 총애받는 황자의 처소는 주인이 있든 없든 아름답게 가꿔져 있었다.

“와아! 이 정도면 한 백 명은 먹고 자고 수련할 수 있겠군.”

“양주 시골구석의 궁핍한 소문파 후계자의 시야엔 그렇겠네.”

“아, 거기선 다들 그렇게 지낸다고!”

관서겸의 소박한 감탄에 제갈상이 그를 놀렸다.

관서겸을 제외하면 다들 무림에서 내로라하는 명문 출신들이라, 그들이 보기에도 관서겸의 감탄이 남달랐던 것이다.

순수한 관서겸의 반응에 궁인들 사이에서도 웃음이 나왔다.

“진화, 혹시 아침에 저 앞에 있는 돌을 뽑아 써도 되나?”

“……동 태감에게 물어봐라.”

“어머어머! 이건 태광양화로군요! 잘 처치하면 아주 예쁜 붉은색 독을 뽑을 수 있어요. 이거 저 좀 주세요!”

“궁인들이 많군. 대체 시댁 식구의 범위를 어디까지 둬야 하지?”

“맛있는 냄새! 맛있는 냄새! 남궁 공자, 아니 황자 시주, 내 처소는 저기로 해도 좋네!”

주인이 비어 조용하던 건희전이 손님들로 떠들썩했다.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나같이 특이한 손님들이로구나.”

“이번에도 손님 대접이 쉽지 않겠습니다.”

“허허허, 언제는 우리 황자님의 손님들이 쉬웠던 적이 있었더냐?”

“하긴 그렇습니다. 하하하.”

동 태감과 건희전 궁인들은 소란스러운 손님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달고 있었다.

* * *

건희전, 창신궁이 떠들썩해지면서 진화의 귀환 소식은 삽시간에 황궁 전체에 퍼져 나갔다.

적통 황자이자 황제의 총애를 받는 이황자의 귀환은 언제나 화젯거리였지만, 이번에는 이황자가 무림의 수하들까지 황궁으로 데려왔다는 소식이었다.

이 소식은 당연하게도 영수전에도 전해졌다.

“폐하를? 전부 장추궁으로 불려 간 거야?”

“아니오. 폐하께서 창신궁으로 오셨다 합니다.”

대답을 하는 궁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궁녀는 제 대답이 주인이 기뻐할 대답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허미인의 순하게 처진 눈꼬리가 단번에 가늘게 좁아졌다.

“흥! 후궁전 한번 들를 시간도 없으신 분이 무림의 천한 무부들을 만나려 친히 창신궁까지 걸음 하시다니. 이황자 사랑이 아주 지극하시구나.”

“마, 마마.”

황궁에서는 낮말이든 밤말이든, 모든 말이 사람의 귀를 탔다.

특히 황제와 관련된 말은 귀신이 와서 듣고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 궁녀는 황제에 관해 함부로 말하는 허미인의 언사에 당황한 듯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그런다고 말을 조심할 허미인이 아니었다.

“자식이 셋이나 있으면 뭐 해! 쓸모가 없어, 쓸모가! 이번에 사황자가 귀환했을 때도 고작 수고했다, 그거 한마디 들은 것이 전부라잖아! 이황자였어 봐! 연회를 열고, 영수전에도 직접 걸음 하셨겠지! 멍청한 놈! 수고했다 한마디 겨우 듣고 덜렁 물러나? 황제 폐하를 이리로 청했어야지! 천하의 불효자식 같으니!”

탁.

허미인이 들고 있던 자수틀을 던지며 화를 토했다.

이황자와 사황자의 차이는 이황자인 한진화가 제국 유일의 적통 황자라는 것이 결정적이었는데, 그건 이황자의 모후가 황후이고, 사황자의 모친이 미인이라는 점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물론 허미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녀에게 자식은 황제가 자신에게 보낸 애정의 증거인 동시에 그녀가 황제에게 그 애정을 상기시키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멍청한 놈! 불효자식! 고작 그것도 못 해서…… 그래! 고 영악한 이황자가 교태를 부려 폐하를 창신궁까지 청한 게 분명해! 사황자가 못한 걸 그놈은 한 거야! 그게 아니라면, 벌써 수 달째 영수전에는 발걸음도 안 하신 분이 대낮에 왜 창신궁에 가시느냔 말이야!”

버럭 소리를 지른 허미인이 그것으로는 부족한지 신경질적으로 손톱 장식을 빼고 손톱을 물어뜯었다.

짜증이 나고 불안하면 늘 보이던 습관 같은 거라 손톱 장식을 뺀 그녀의 손톱은 피딱지가 군데군데 있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그때 그 빌어먹을 놈을 죽였어야 했는데…… 그래, 아직 안 늦었어. 이번에야말로…… 모 상궁, 모 상궁을 불러와! 어서!”

광증이 도진 사람처럼 정신없이 말을 뱉어 내는 허미인의 모습에, 곁에 있던 궁녀 하나가 공손하게 읍하며 모 상궁을 부르러 나갔다.

나머지 궁녀들은 조용히 물러나 사방의 문을 단속했다.

표정 변화 하나 없이 허미인을 대하는 것이나 말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주변을 관리하는 모습들이, 영수전 궁인들에게는 이런 상황이 사뭇 익숙해 보였다.

그렇게 잠시, 한참 중얼거리며 손톱을 물어뜯던 허미인이 모든 것을 뚝 멈췄다.

“가만, 그런데 놈이 왜 이렇게 빨리 황궁으로 돌아왔지?”

추하게 구겨졌던 허미인의 얼굴이 서늘하게 바뀌고, 음울하게 처진 눈매가 요요하게 접혔다.

“황후가 그놈을 황궁으로 부른 건가? ……왜?”

가늘게 접힌 눈 속 검갈색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났다.

허미인이 엉망이 된 손톱에 다시 손톱 장식을 끼우고 조용히 궁녀를 불렀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뭔가 명을 내리려는 찰나.

“마마.”

모 상궁이 허미인의 곁으로 왔다.

허미인이 미간을 좁히며 모 상궁을 째려보았다.

“대체 어딜 다녀온 거야?”

“대사마댁에 다녀왔습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물건이 필요할 듯해서요.”

모 상궁이 허미인을 달래듯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그 여유로운 말투와 새로운 물건이라는 단어에 허미인의 표정이 거짓말처럼 밝아졌다.

“그래? 역시 모 상궁이야. 곧 그게 필요해질 것 같았는데, 알아서 척척척. 다른 이들도 다 모 상궁 같으면 얼마나 좋아?”

“황송하옵니다, 마마.”

기분이 좋아진 허미인이 웃음을 보이고, 영수전의 닫힌 문만큼이나 답답하던 분위기가 조금 풀려 나갔다.

하지만 그때.

밖에서 급하게 뛰어 들어온 궁녀 하나가 급하게 영수전 궁녀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이고, 그녀의 말을 들은 영수전 궁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마, 마마!”

영수전 궁녀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급히 허미인을 불렀다.

“미, 미향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뭐야!”

허미인이 앙칼지게 되물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겨우 좋아졌던 기분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처박혔다.

모 상궁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 * *

궁녀들 사이에도 급은 존재했다.

궁녀들은 어린 견시, 견습 궁녀의 신분 동안 상급 궁녀의 수발을 들며 필요한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견습 궁녀에서 벗어나면 특기나 집무에 따라서 배치가 되거나, 필요에 따라 황궁 안의 각 궁으로 배치가 된다.

황족들의 궁을 관리하고 황족을 전담하여 모시는 궁녀들은 상궁이라 불리는 장사궁녀부터 대부분 상급 궁녀에 해당하는 전내궁녀라. 그들은 보통의 궁녀들보다 직급과 녹봉이 높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황궁에서 소모품보다 못한 존재인 궁녀들에게 있어 주인의 존재는 그 자체가 든든한 뒷배였다.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동시에 휘하 궁인들의 모습이 황족의 자존심과 연결되는 터라, 대부분의 전내궁녀들은 주인에게 따로 받는 재물이 녹봉보다 훨씬 많았다.

게다가 후궁전 궁녀들의 경우에는 황제를 만날 기회마저 다른 궁녀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어린 궁녀들이라면 누구나 후궁을 윗전으로 모시기를 희망했다.

미향(微響)도 그런 어린 궁녀들 중 하나였다.

어린 궁녀들은 황궁 어느 곳이든 의심을 받지 않고 다닐 수 있는 동시에 누구에게도 의심을 사지 않을 사소한 존재라. 특히 미향은 영수전 궁녀와 친척이라 일을 믿고 맡기기에 딱 좋은 인물이었다.

“제 언니를 죽이지 않으려면 일을 성공시키겠지. 휴가를 내줄 터이니, 일을 성공시키고 곧바로 집으로 가서 의심받지 않을 때 돌아오라. 돌아오면 영수전에 자리를 줄 것이다.”

적절한 협박과 달콤한 유혹.

어린 미향은 허미인과 모 상궁의 명을 받아들였고, 그들에게 독 병을 받아 나갔다.

그 후 닷새가 지났으니 미향이 영수전으로 돌아올 때였다.

그런데 그 미향이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어찌 된 것이냐!”

모 상궁이 매서운 눈으로 미향과 친척인 궁녀에게 물었다.

하지만 궁녀도 아는 것이 없었다.

“소, 송구하옵니다, 마마님. 오늘 약속된 시간이 되어 마중을 나갔는데, 미향을 기다려도 한참 동안 오지 않았습니다.”

“그 계집의 집이 어디라고 했지?”

“황도에서 멀지 않은 고현입니다.”

“어서 집으로 사람을 보내거라. 혹여 날짜를 잘못 알았거나 오는 중에 일이 있어 늦어진 것은 아닌지 알아 오란 말이다!”

“예, 예! 마마님!”

모 상궁의 재촉에 궁녀가 연거푸 허리를 숙이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허미인이 매서운 눈으로 모 상궁을 노려보았다.

“모 상궁, 어떻게 된 일이야? 틀림없을 거라며!”

곧바로 제게 화살을 돌리는 허미인의 모습에 모 상궁은 저도 모르게 윗입술을 움찔거렸다.

‘누가 사고 치래! 멍청한 년이 사고는 제가 치고 냉큼 사고 수습만 떠넘긴 주제에 일이 잘못되니까 내 탓을 해?’

모 상궁은 뻔뻔한 허미인에게 당장 소리를 치고 싶었지만, 그 대신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억지로 끌어 올렸다.

“황후궁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잠시만 계세요.”

“감이 안 좋아. 멍청하게 왜 이딴 일도 제대로 못 하는 거야! 망할! 그 망할 이황자가 환궁한 게 다 그 일 때문 아니야?”

허미인이 어느새 다시 손톱을 물어뜯었다.

“갑자기 이황자가 왜 왔나 했어! 그 일 때문에 황후가 부른 거야. 틀림없어! 두 년이 전부 잡힌 거 아냐? 전부 잡혀서 뭔가 불었다면? 이게 폐하의 귀에 들어가면 어쩔 거야?”

허미인이 소리를 지르며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였다.

모 상궁은 그런 허미인의 목소리를 못 들은 척 한 귀로 흘려버리며 제 목소리를 더 나긋나긋하게 깔았다.

“걱정 마세요, 마마. 혹시 일이 잘못되어 황후가 그 두 년을 다 잡았다고 해도, 폐하께서 나서시기 전에 두 년 다 죽여 버리면 그만 아니겠어요?”

“그건…… 그렇지!”

모 상궁의 말에 무섭게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있던 허미인이 언제 그랬냐는 듯 방긋 웃었다.

“그러네! 그럼 빨리 그렇게 해! 아이 참, 괜히 놀랐잖아.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요즘 왜 일 처리가 깔끔하지 못해? 모 상궁도 늙었어?”

“……소인이 책임지고 처리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다녀오겠습니다.”

천역덕스럽게 모 상궁을 타박하는 허미인의 모습에, 모 상궁이 조용히 허리를 숙이며 물러났다.

허미인에게서 돌아서기 무섭게 모 상궁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구겨졌다.

* * *

건희전.

진화와 일행들이 건희전 앞에 있는 정자에 모여 다과를 나누고 있었다.

정자가 있는 연못 건너편에는 울창한 숲과 아담한 별채가 있었는데, 창신궁 안에 있는 작은 광과 정원이었다.

“지금쯤 영수전에서 알게 되었겠군.”

“설마 월하회에서 그 미향이라는 여자의 집과 집으로 보낸 전서까지 알아낼 줄은 몰랐지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누가 있지?”

“제갈상과 관서겸이 있습니다.”

남궁교명의 말과 동시에,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별채의 지붕 위에서 제갈상과 관서겸이 손을 흔들었다.

“하오문에서 손을 쓴다고?”

“황궁으로 오는 길에 있는 다리가 무너진 척을 해 놓고, 미향이라는 여자의 집에도 전서를 바꿔치기하려고 대기 중에 있다네.”

“정보는 최대한 천천히 흘려야지. 긴가민가할 즈음에 미향이 집에 오지 않았다는 걸 알리고, 그걸 알 즈음에 미향이 황후궁에 잡혔다는 소식을 알리면…….”

“정신없겠지. 당장 뒤처리를 하려고 움직일 거다.”

영수전에서 누군가 뒤처리를 하러 움직인 순간, 별채에서 매복 중인 제갈상이나 관서겸, 혹은 다른 누군가의 손에 잡힐 것이다.

그리고 저들은 그걸 해결하려고 다른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한번 일을 쉽게 해결한 적이 있다면, 다시 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지, 궁지에 몰리면 몰릴수록 더.”

일이 어려워지면 허미인은 반드시 이제까지 만능 해결책이 되었던 독부의 독을 찾을 것이다.

그러면 그때가 바로, 독부는 물론 허미인과 그 일파의 목에 적호단과 황군의 칼이 겨눠지는 때가 될 것이었다.

“우리가 찾을 건 독을 쥔 사람이다. 구, 네가 영수전을 감시해라. 독부 본인이 그곳에 있다면 너무 가까이 감시하는 건 위험해. 그러니까…….”

“알았어. 멀리서 소리만 들으라는 거지, 도련님?”

“들키지 않게 조심해.”

진화가 남궁구에게 다시 한번 주의를 주며 연못 건너편을 향해 눈을 빛냈다.

사냥감이 함정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사냥꾼의 눈에 들켰다는 사실을 모르도록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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