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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299)화 (299/425)

남궁마제

벼락 진(震) 시끄러울 화(譁) : 황궁에 숨은 혈성(4)

완전하게 어둠이 내려앉은 까만 밤.

귀한 초를 태워 밤을 밝히는 황궁에서도 자시가 되면 불필요한 곳에는 불을 끄기 마련이었다.

그 불필요한 곳에는 당연히 냉궁도 포함되어 있었다.

냉궁은 아무도 찾지 않는 외로운 궁이라는 뜻도 있었지만, 애초부터 징벌을 목적으로 한 곳이라 초는커녕 불을 피울 수 있는 장작 하나 남겨 두지 않는 곳이었다. 밤의 추위를 고스란히 견뎌야 하는 곳이라 겨울에는 죄인이 얼어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으으으…… 으으으으…….”

허미인은 덜덜 떨리는 턱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를 부딪쳤다.

밤마다 온몸이 저릴 정도로 움츠러들게 하는 추위는 배고픔보다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대낮에도 내내 응달진 냉궁에서 조금이라도 온기가 닿는 곳을 찾아 달빛이 비치는 곳을 찾았지만, 시린 달빛이 언 몸을 녹여 줄 리 만무했다.

“하아으으으. 폐……하…… 아…….”

허미인은 눈을 감고 잠이 들려 애쓰는 와중에도 황제를 찾아 댔다.

숨 쉬는 것 외에 할 것이 없는 이곳에서 허미인은 내내 황제를 생각하며 몸단장을 하다가 정신이 들면 제가 처한 상황에 절망하며 흐느꼈다.

냉궁에 갇힌 지 며칠이 지났을까.

달빛 아래로 검은 때가 묻은 초췌한 얼굴, 헝클어진 머리, 검게 변한 소복 깃이 드러났다.

허미인은 벽에 머리를 기댄 채 초점 없이 흐린 눈을 그저 뜨고만 있었다.

누군가에겐 고작 며칠이었지만, 허미인이 무너지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시간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그녀는 이 절망이 영원할 것처럼 느꼈을 테니 말이다.

“꼴이 말이 아니네.”

스윽.

어둠 속에서 누군가 허미인의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

허미인이 눈동자만 돌려 인영을 확인했다.

그리고 달빛에 여인의 검은 손이 드러나자마자 허미인의 눈이 커졌다.

“너……는?”

“많이 망가졌네. 형편없어졌어.”

독부 은요.

은요는 허미인의 처지를 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던졌다.

“너……!”

허미인이 갑자기 기운이 솟은 듯 빠르게 은요의 앞으로 기어갔다.

허미인은 은요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그녀가 뭔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건 알았다.

그것이 자신에게 좋은 일일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날 구해 줘! 여기서 나가게 해 줘!”

허미인의 요구에 은요가 붉디붉은 입꼬리를 말았다.

“나가면? 어디로 갈 건데?”

“……뭐?”

은요의 물음에 허미인이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

허씨 가문은 이미 멸문지화를 당해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은요가 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너, 여길 나가서 황제가 없는 곳으로 갈 수 있어?”

“…….”

은요의 말에 허미인의 눈동자가 하염없이 떨렸다.

그런 허미인을 보며 은요가 요염하게 웃었다.

절망적인 상황, 목숨이 달린 순간조차 벗어날 수 없는 사랑이라니.

은요의 미소가 어쩐지 자조적이었다.

하지만 은요가 허미인에게 어떤 동질감을 느꼈다고 해서 그녀를 구해 줄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정말 육황자가 깨어났어?”

은요의 물음에 허미인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육황자!’

모성을 이길 정도로 제 사랑을 중시했지만, 모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었던 걸까.

아주 잠시였지만, 육황자라는 말을 들은 허미인의 눈에 정광이 돌아왔다 사라졌다.

“……몰라.”

허미인이 나른한 얼굴로 성의 없이 내뱉었다.

그러자 은요가 눈매를 가늘게 좁히며 다시 물었다.

“몰라?”

“몰라! 나도 못 봤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허미인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 살모사 같은 한유영 놈이 착한 인아를 두고 거짓말을 했을지도 몰라! 그래, 분명히 그럴 거야. 우리 인아는 착하게 침대에 누워서 어미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허미인이 사나운 얼굴을 했다가 갑자기 돌변하여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불안한 듯 손톱까지 깨물자, 그제야 집요하게 그녀를 살피던 은요의 시선이 떨어졌다.

허미인의 손톱을 깨무는 습관은 가까운 궁녀들만 알던 것으로, 그걸 전해 들은 은요도 일단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었다.

‘인아도 죽이려고? 인아는 안 돼! 인아는 내가 깨워 주기로 했단 말이야!’

허미인이 연신 불안한 듯 은요를 살폈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허미인의 눈빛을 번뜩였다.

“혈성!”

“……!”

허미인의 말에 은요가 눈을 크게 떴다.

“호호호, 어때? 거래를 하겠어?”

“혈성을 찾았어? 아니,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은요가 매섭게 허미인을 추궁했다.

허미인은 그 모습에 제 꾀가 통했다고 생각했다.

“이미 알고 있었든, 찾았든. 어, 어떻게 할 거야? 나랑 거래해!”

“…….”

은요가 조용히 목소리를 낮추고 허미인을 살폈다.

진짜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내 관심을 끌려고 그냥 한 말일까.

거래를 할까. 아니면 고문을 해서 알아낼까.

망가진 허미인을 보며 조용히 고민하던 은요가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허미인의 거취를 고민하기엔 시간도 없고, 냉궁을 지키는 병사들이 뭔가 눈치를 챌 수도 있었다.

“어떤 거래를 원하는 거지? 여기서 나가지도 않을 거라며.”

안 되면 죽여 버리고 말리라.

은요가 섬뜩한 마음을 숨기고 물었다.

그러자 허미인의 대답은 실로 의외였다.

“날 죽여 줘.”

“……뭐?”

“호호호, 혈성을 알려 줄게. 그러니까 날 죽여 줘.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허미인이 강렬한 눈빛으로 은요를 향해 말했다.

어차피 죽는다.

황제도 오지 않는 냉궁에서 나날이 비참하게 말라비틀어지다가 추한 모습으로 황제의 앞에서 죽게 될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황제에게 비치는 마지막 주검마저도 아름답겠다.

허미인의 눈빛에서 강렬한 열망이 느껴졌다.

‘아아, 이 여자, 나와 정말 비슷하구나.’

허미인의 눈빛에 은요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서 혈성은 누구야?”

“아름답게 죽여 줘. 그러면 마지막 숨으로 그 이름을 뱉어 줄게.”

은요와 허미인의 눈이 마주쳤다.

그러길 잠시.

은요가 붉은 입술을 요염하게 끌어 올렸다.

“여기. 온몸이 얼어붙은 듯 차갑게 죽을 거야. 그리고 썩지 않고 황제를 만나겠지.”

은요가 검지에 있던 손톱 장식을 허미인에게 건넸다.

허미인은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 들고 한참 바라보았다.

“아아…….”

죽음 앞에서는 누구든 담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허미인은 슬픈 듯 눈물을 뚝뚝 흘리는 동시에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로 활짝 웃었다.

“좋아.”

뚝.

허미인이 손톱 장식의 끝을 부러뜨렸다.

동시에 무언가가 그녀의 눈과 코, 피부로 깊이 파고들었다.

“아!”

털썩.

허미인이 쓰러졌다.

곧바로 온몸이 뒤틀리는 듯 경련하는 그녀를 은요가 다정한 손길로 어루만졌다.

양팔을 억지로 가슴에 모으고, 엉망으로 묶인 머리를 풀어서 가지런하게 정리했다.

그러는 사이 허미인이 점점 굳어 갔다.

“……누구야?”

은요의 조용한 물음에 허미인의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

허미인이 굳기 시작한 입을 움직였다.

“한……유강…… 태, 태…….”

“태자 한유강?”

“…….”

또르르르.

대답 대신 눈에 맺혀 있던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그것을 끝으로 허미인의 숨이 멎었다.

“허! 한유강이라!”

드디어 알고 싶은 것을 알아낸 독부 은요의 눈에 희열이 가득했다.

그때, 밖에서 다급한 인기척이 몰려들었다.

독부 은요가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 * *

“어서, 문을 열어라!”

안에서 절대 나올 수 없도록 냉궁의 문은 밖에 잠금쇠와 함께 사슬이 감겨 있었다.

병사들이 급하게 열쇠를 열고 사슬을 풀었다.

그때.

휘이이익---!

탓. 탓.

뒤쪽에서 달려온 누군가 냉궁의 담을 뛰어넘었다.

“앗!”

놀란 병사들이 뭔가 소리치기 전에, 환한 횃불과 함께 이황자 한진화와 무림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열어라.”

진화의 명에 팽가 형제가 앞으로 나섰다.

촤-앙! 촹!

덜컹! 쿵!

손을 대자마자 순식간에 사슬이 끊어지고, 문이 열렸다.

아니, 떨어져 나갔다.

“화, 황자님!”

뒤늦게 달려온 중랑장이 급하게 진화를 불렀지만, 진화와 일행은 이미 안으로 들어간 후였다.

진화가 냉궁 안으로 들어가자, 먼저 담을 넘었던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밖으로 나왔다.

“없어.”

“허미인은?”

“…….”

진화의 물음에 남궁구가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당혜군이 허미인의 시체를 살피고 있었다.

반듯하게 누워 있는 모습이, 창백한 피부와 눈을 뜨고 있는 것만 아니었다면 잠이 든 줄 알았을 것이다.

“……독인가?”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지만요.”

당혜군이 자존심이 상한 듯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진화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육황자가 아니라 허미인 쪽으로 오다니.”

육황자가 깨어났다는 소문을 들었다면, 눈을 뜬 육황자를 확인하기 위해 당연히 그쪽으로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십 조원들을 번갈아 보내 육황자를 지키게 했는데, 설마 이미 죽을 날을 받아 놓은 허미인 쪽을 노릴 줄이야.

‘익숙한 쪽을 택한 건가? 허미인에게 육황자를 내가 살렸다고 하긴 했지만, 그저 그것뿐이었다. 허미인은 육황자의 해독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독부가 허미인에게서 알아낼 것이 전혀 없는……!’

독부 은요가 허미인을 노린 이유를 생각하던 진화가 화들짝 놀라 죽은 허미인을 보았다.

“설마, 혈성에 대해 알아낸 건가?”

“혈성?”

“아! 허미인에게 그것에 대해 말하게 했을 가능성도 있겠군요!”

진화의 혼잣말을 들은 남궁구와 남궁교명도 놀란 눈으로 허미인을 보았다.

시체로 발견된 허미인.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앞으로 알아볼 일이었지만, 독부 은요가 허미인에게 알아낼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젠장, 하오문의 소문 작전이 전혀 통하지 않았군.”

“멀리 가지 못했을 거다. 퇴로를 중심으로 흩어져 찾아라! 궁 안에서 우리보다 빨리 움직이는 존재는 드물 거다.”

“알겠어!”

진화의 말에 십 조 일행이 밖으로 나갔다.

“궁 문을 닫고 궁의 모든 곳을 수색하라!”

“충!”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중랑장이 군사들에게 명을 내리고, 황궁 전체에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시신은 최대한 보존해. 황실에서 확인할 거다.”

“네.”

허미인의 시신을 살피고 있는 당혜군을 남겨 두고 진화도 밖으로 나왔다.

넓은 황궁.

하지만 사람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고 황궁 경비를 서는 무위군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무공 고수라면 황궁 담을 넘는 법도 있겠지만, 황궁에 있는 무위군들의 수가 적지 않았다. 게다가 궁인들이 서로를 살피는 것은 물론이고 무위군들도 각 구역 궁인들의 얼굴도 익히고 있었다.

황궁이 넓고 사람이 많은 것에 비해, 낯선 사람이 발각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진화의 ‘자신들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을 찾으라.’는 명도 그래서였다.

낯선 얼굴, 낯선 기척, 낯선 움직임. 그리고 궁중 법도에서 어긋난 모든 물건의 배치까지.

남궁도와 남궁교명의 은신이 동 태감의 눈에 발각된 것처럼, 예리한 궁인들의 눈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침입자다-!”

“아아악-!”

고함과 비명이 들렸다.

진화는 곧장 소리가 들린 쪽으로 몸을 날렸고, 주변에서 십 조원들도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쉐에에엑--!

“으아악!”

“쳇!”

아찔한 실수였다.

독부는 왼팔을 휘둘러 옷자락으로 날아드는 화살을 막고, 모여든 병사들을 향해 오른팔을 휘둘렀다.

오른손에 있던 손톱 장식 두 개가 흩어지며 독부의 기운을 따라 병사들의 호흡으로 파고들었다.

“억! 끄으으!”

“컥! 도, 독……이다!”

“크어억! 커헉!”

수십 명의 병사들이 순식간에 눈과 코, 입, 귀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귀찮은 것들!’

쓰러지는 병사들을 뒤로하고 독부가 곧바로 몸을 날렸다.

은신을 들킨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이미 봐 둔 퇴로가 있었다.

쉐에에엑---!

바위 장식 하나, 계단이 이어진 문 하나만 넘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날아든 푸른 기운이 독부의 등을 노렸다.

휘이이익!

펑!

독부가 옆으로 몸을 굴려 피하자 그녀를 노렸던 검기가 바위를 때렸다.

바위가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고, 독부가 매서운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 달빛마저 산개할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누구…… 남궁진화?”

얼핏 소문으로 들었던 이름이 독부 은요의 입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 이상 이어지진 못했다.

쉐에에엑-!

파파파파팟---!

푸른 검기가 사방에서 은요를 향해 날아들었다.

‘잡는다!’

검은 머리칼에 창백한 피부, 나른한 눈과 조금 긴 코, 요염한 입술까지.

진화는 처음 만나는 독부의 얼굴을 머릿속에 새기며 검을 휘둘렀다.

휘이이익!

파파팟- 파앗!

독부가 팔을 휘둘러 진화의 검기를 막았다.

“크읏!”

독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믿을 수 없었지만 내력에서 밀렸다.

독부는 입술을 깨물며 보법을 밟아 진화의 힘을 흘렸고, 동시에 옷자락에 숨겨진 오른손의 손톱 장식 두 개를 깨었다.

스스스스.

깨어진 손톱 조각이 바람을 뚫고 진화를 항해 날아들었다.

동시에.

파지지지직!

손톱 조각의 존재를 알아차린 진화가 뇌전을 넓게 펼쳐 그것을 태웠다.

그것을 본 은요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무색무취.

가루처럼 흩어지는 손톱 조각을 경계할 만한 어떤 이유도 없었다.

심지어 독을 태우다니.

은요가 놀란 듯 진화를 확인했다.

그 순간.

“진화야!”

“도련님!”

뒤늦게 도착한 십 조원들이 독부를 포위하듯 둘러쌌다.

남궁구가 진화의 곁으로 서고, 영리한 남궁교명과 제갈상이 그녀의 퇴로를 막았다.

“이런 젠장……!”

은요가 낭패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궁진화 하나를 상대하기도 버거운 마당에, 어느새 수백의 병사들이 사방을 벽처럼 가로막고 적호단의 애송이들이 은요를 둘러싸고 있었다.

“후후, 귀찮은 애송이들이 달라붙었군.”

주변을 살피던 은요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흘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눈동자에 시퍼런 녹광이 번뜩였다.

스스스스스.

은요가 양팔을 휘두르고, 음습한 살기가 진화와 일행이 있는 공간을 덮쳤다.

“독공이에요!”

‘불길한 기운!’

숨이 막힐 듯 불길한 공기와 기묘하게 뒤틀린 기운.

뒤늦게 달려온 당혜군이 다급하게 외치는 것과 동시에 진화가 뇌전을 뿜었다.

빠르게 사라지는 독부의 기척과 제 곁에 선 사람들.

이전과 달리 진화는 망설이지 않고 함께 선 사람들을 위해 움직였다.

천뢰제왕검법 무수전뢰-!

진화가 검을 땅에 박아 넣자, 땅에서부터 번개가 솟아올랐다.

파지지지지직---!

땅에서부터 솟아오른 번개가 진화와 십 조원들은 물론 병사들의 머리 위로 퍼졌다.

새파란 불꽃이 사방에서 번뜩이고.

불쾌한 냄새와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다.

쉐에에에엑---!

퍼어어엉!

진화의 왼팔에서 푸른 강기가 날아가며 바위를 때렸다.

하지만 그곳엔 독부가 바위 뒤쪽으로 몸을 날린 후였다.

“젠장, 도망쳤나!”

진화가 매서운 눈으로 독부가 몸을 날린 곳을 노려보았다.

새하얗게 탄 독연의 흔적이 바위가 부서진 곳을 가리고 있었다.

“도련님!”

“어쩔 수 없었어요. 저런 지독한 독은……!”

당혜군이 시선이 부서진 바위 옆쪽을 향했다.

진화의 뇌전이 막지 않았던 공간.

순식간에 삭아 버린 화초가 잘게 부서지고, 검게 녹아내린 흙이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두려울 정도로 지독한 독이었다.

이렇게 넓은 공간에, 그렇게 순식간에 풀어 내기엔.

“조금이라도 저 독에 닿았더라면…….”

저렇게 검게 녹아내리는 것은 자신들, 저 병사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되었으리라.

끔찍한 상상이 드는 순간 당혜군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했다.

‘이런 독공을 들어 본 적 없었어. 어쩌면 가주님보다 더.’

당혜군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는 듯 독의 흔적에서 눈을 돌렸다.

그때까지도 진화는 독마제가 빠져나간 산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것으로 된 건가?’

곧바로 뒤를 쫓으려는 일행을 막아서며 진화가 조용히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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