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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304)화 (304/425)

남궁마제

떨칠 진(振) 시끄러울 화(譁) : 혈마제의 각성(4)

둥둥둥. 둥둥둥. 둥둥둥.

또 한 차례, 폭풍 같은 전투가 끝이 났다.

신제국군이 때가 되어 빠져나가는 썰물처럼 관문에서 물러났다.

“누구, 누구 마음대로! 누구 마음대로 전투를 끝내느냐!”

황태자가 뒤늦게 흥분하며 소리쳤다.

“잡아! 놈들을 죽여라! 놈들을 도망치게 두지 말란 말이다!”

황태자가 그를 돌보던 비장과 표기군에 명을 내렸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상태가 좋지 않은 그의 명을 따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미 표서량이 진화의 명에 물러나면서, 이 관문의 지휘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실해졌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나는 지지 않았다! 어서 가! 가서 죽이라고!”

퍼-억!

“가! 가서 죽여! 어서! 명령이다! 황태자의 명이다!”

퍼억!

잔뜩 흥분한 황태자가 명을 따르지 않는 이들에게 주먹질까지 하며 행패를 부렸지만, 표기군 비장들은 그것을 꿋꿋하게 버티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것들이 지금 황태자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냐! 역적이다! 내 명을 거역하는 건……!”

파지지지직-!

“으아아악!”

푸른 번개가 황태자의 등에 꽂히고, 황태자가 비명에 쓰러졌다.

“……!”

비장들은 물론이고 모두가 놀란 눈으로 진화를 보았다.

파지직!

남아 있는 번개가 사라지고 황태자도 조용해졌다.

아니, 모두가 조용해졌다.

모두가 황태자의 추태를 지켜보았고, 쓰러진 황태자의 몸에서 푸른 번개가 번뜩였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황태자에게 번개를 꽂다니, 이건…….

“안으로 데려가.”

“……추, 충!”

이걸 역모라고 해야 하나, 지휘관의 권리 행사라 해야 하나.

너무 아무렇지 않은 진화의 태도에 표기군 비장들이 기절한 황태자를 업어 나르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자들은 적호단에서 데려가시죠.”

“추웅.”

진화가 사로잡은 신제국의 장수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북회군 사마 원자기가 순간 발끈하려 했지만, 팽가 형제의 우람한 팔뚝을 보며 입술을 꾸욱 다물었다.

“아까도 말했듯 이번 전투는 몹시 실망스럽군. 위치적 우세를 지키지 못했을뿐더러 황태자를 위험하게 했으니, 표기장군 표서량은 막사에서 근신하고 있으라.”

“……충.”

진화의 명에 표서량이 잔뜩 굳은 얼굴로 물러섰다.

“북회군 사마는 사상자를 살피고 전장을 정리하라.”

“충.”

원자기는 이제 진화의 명을 받는 모습이 무척 자연스러워졌다.

모든 사람들이 제 역할대로 흩어지고, 남은 진화의 곁으로 적호단주가 다가왔다.

“너도 봤냐?”

“예.”

진화의 눈빛과 더불어 적호단주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어쩔 거냐?”

“일단, 저것부터 조치를 취해야 할 듯합니다.”

진화가 황태자의 막사를 가리키자, 적호단주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황태자의 막사를 노려보았다.

* * *

일다경쯤 지났을까.

남들이 보기엔 황태자를 번개로 지져 놓은 것 같지만, 진화의 입장에선 뇌로 가는 기운에 아주 약간 충격을 준 것뿐이었다.

일다경이면 깨어나고도 남을 시간이라, 진화가 황태자의 막사를 찾았다.

하지만 진화의 예상과 달리 황태자는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깨울까?’

진화의 손끝에 슬쩍 뇌기가 모였다.

그때, 잠이 든 듯 누워 있던 황태자가 신음을 내었다.

“끄으, 으윽…….”

“…….”

진화는 황태자가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고 신음하며 땀까지 흘리는 모습에 당황한 듯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쭈뼛쭈뼛 의자를 끌어와 황태자가 깨길 기다렸다.

“으아아! 안 돼요! 제발! ……제발 어머니…….”

소리치고 애원하고.

진화가 어머니를 떠올릴 때의 얼굴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렇게 황태자가 깨어나기 기다리길 잠깐.

“끄응. ……헉!”

놀란 신음과 함께 황태자가 두 눈을 번쩍 떴다.

눈앞에 있는 진화를 발견하고 두 눈이 더 커졌다.

“너! 네가 왜!”

“이제 일어났나?”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냐!”

황태자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진화를 향해 소리쳤다.

매번 자신을 내려다보던 진화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황태자는, 이 순간조차 아무렇지 않게 아름답기만 한 얼굴을 보자 분노가 치밀었다.

“왜? 고소한가? 내 꼴을 비웃으러 왔어?”

“딱히 한가하다고 싫은 일을 찾아서 하는 편은 아닌데.”

“네놈은 늘 그래! 아무것도 원하지 않은 낯짝으로 내 모든 것을 위협해! 지금도! 입으로는 아니라고 하면서 내 자리를 위협하러 나타났지 않나!”

“……별로.”

황태자는 시종일관 분노를 뿜어내며 진화를 노려보았지만, 솔직히 말해 진화는 그런 황태자의 감정에 휘말릴 생각이 없었다.

자신에게 적대감을 뿜어내는 이를 상대하는 건 진화에게 꽤 익숙한 일이었다.

이번에도 진화는 황태자의 감정과 상관없이 제 볼일을 보고 나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황태자와의 대화는 진화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별로?”

진화의 심드렁한 대답이 황태자를 자극한 듯.

“네겐 뭐가 그렇게 별로인 것이냐? 천하의 주인 자리, 만인이 원하는 번쩍이는 용상조차 네겐 별로인 것이냐? 네 몸속의 용혈은? 고귀한 천자의 피는!”

서늘하게 가라앉았던 황태자가 단번에 폭발했다.

그는 속에 있던 모든 것을 풀어 낼 기세로 진화에게 소리쳤다.

“아무나! 누구나 앉을 수 없는 용상이다! 오직 천자의 피를 이어받은 이만이 앉을 수 있는 용상이다! 평생! 평생 그 자리를 바라보았다! 내 몸속에는 용혈이 흐르니까! 난 천자의 자식이니까! 그런데 그따위 여자의 피가 무엇이기에 내 모든 것을 흔든단 말이더냐-!”

황태자가 붉어진 눈으로 눈물을 흘리며 쌓인 울분을 토해 냈다.

물론 그런 건 진화의 관심이 아니었다.

탁.

진화가 고개를 숙인 황태자의 얼굴을 억지로 잡았다.

“너, 알고 있었나?”

진화의 눈이 황태자의 속을 꿰뚫을 듯 강렬하게 노려보았다.

“허! 그럼 내가 모를 줄 알았나? 뭐? 혈성? 네가 내 몸속에 그 여자의 피가 남았는지 확인하러 왔다는 거? 아니면 폐하께서 기어코 나를 의심했다는 거?”

“…….”

황태자가 진화를 비웃으며 하는 말에 진화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다행히 황태자는 귀천성과 혈성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저 혈성을 찾는다는 황도의 소식을 들었을 뿐인 것이다.

‘……다행히?’

순간 진화는 황태자가 귀천성과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이 다행이라 생각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황성의 소식을 들었군. 누가 알려 줬지?”

“흥, 그럼 그 커다란 황성에 내 편 하나 없을 줄 알았나?”

추궁하는 듯한 진화의 물음에 황태자가 비웃음으로 답했다.

지금 그가 진화에게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니, 황태자의 웃음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내 피 속에 그 여자의 것이 있다고? 천만에! 나는 용자다! 천자의 자식이다! 혈성 따위에 용혈이 질 리 없잖아!”

황태자가 단호한 눈빛으로 진화의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나는 혈성 따위가 아니다.

나는 황제의 피를 이은 천자의 자식이다.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믿음과 의지.

처음으로 황태자에게서 그 자리에 걸맞은 위엄이라는 것이 느껴진 순간이었다.

“……이 향은 언제부터 피운 거냐?”

황태자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를 보던 진화가 갑자기 막사 안에 가득 퍼진 향초에 대해 물었다.

엉뚱한 질문 같았지만, 황태자는 오히려 반갑다는 듯 진화의 질문을 받았다.

“원귀빈의 수작 말이냐?”

“알고 있었나?”

“내가 황궁에서 아무 배경 없이 홀로 황태자 자리에서 버틴 세월이 얼마인데, 고작 그런 수작 따위에 당할까. 진즉부터 수면향과 해독제를 같이 피우고 있었다.”

황태자는 무지한 동생에게 음흉하고 살벌한 황실의 이면을 보여 주며 심술궂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늘 그러했듯, 그의 동생은 황태자의 생각과 달랐다.

“그래서 이 독기, 환각초는 누구의 것이지?”

“……뭐? 환각초?”

진화의 질문에 황태자의 눈이 커졌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황태자가 침대 한편에 있던 향로를 맨손을 잡았다.

타-앙!

“큿!”

뜨거운 향로를 맨손으로 잡은 결과야 뻔했다.

향로에서 쏟아진 재와 타다 만 약초들이 바닥으로 흩어졌다.

진화가 천천히 그 속에서 각기 다른 향초를 구분했다.

하나, 둘, 셋…… 그리고 넷.

“수면향과 해독제. 그리고?”

“호양…… 고모님이 보내 준 향초와 내가 평소 쓰던 것이다.”

처음으로 황태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혈성에 대해 말을 할 때에도 흔들리지 않던 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느 쪽이 호양공주가 보낸 거지?”

“이쪽. 하, 하지만 아니다! 고모님은 아닐 것이다!”

황태자가 진화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매달릴 것이 없어 제게 간절하게 매달리는 눈빛에 진화 또한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쪽은 아니군. 평소 쓰는 향초를 권한 사람은 누구지?”

진화의 물음에 황태자의 눈이 더 세차게 흔들렸다.

반대로 진화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자는 황도에서 혈성을 찾으러 왔다는 걸 알고 있나?”

진화의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진화에게도 대답은 필요하지 않았다.

* * *

황도 저자.

저잣거리의 불이 환하면 환할수록 그 뒤의 그림자는 짙어지기 마련이라, 화려한 불빛 아래 광경에 시선을 빼앗긴 사람들은 뒷골목으로 숨어드는 이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황도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월영루 뒤편에 그보다 더 큰 월하회의 객잔이 있을 거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푸른 달이 뜨는 그믐이라. 빌어먹을, 요즘에 누가 약속을 이렇게 애매하게 정한대?”

“허허허, 운치 있고 좋지 않은가?”

“네놈이었냐?”

“허허허허.”

굳게 닫힌 문이 살짝 열리면서 안에서 유쾌하게 떠드는 소리가 잠깐 새어 나왔다.

겉으로 보이겐 감쪽같이 낡은 문이었지만 손으로 밀자 한철 이백 근의 묵직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흐음.”

잠시 흠칫했던 인영이 그대로 한 손으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

스르르르릉.

스르릉-스릉!

뭔가 복잡하게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흐으음!”

뭐, 이런 거지 같은…… 어쩌고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던 인영이 한 손에 기운을 일으켰다.

그제야 문이 밀리며 활짝 열렸다.

“킬킬킬! 내 뭐랬나, 저놈은 오기가 나서라도 한 손으로 열고 들어올 거라고 했지?”

“흐흐흐, 내놔.”

“젠장! 구혈이 이놈, 너는 다 늙어서도 성질머리가 왜 그 모양이냐!”

“저러니 젊은 마누라가 제자 놈이랑 바람이 나지!”

“뭐-야! 어떤 씨방구가 뚫린 입이라고 지껄였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반가운 얼굴들에 반색하기 무섭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말을 들은 사패천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허허허, 저놈은 그래도 아들내미 하나는 건졌잖아.”

“진짜 아들인지도 모르잖아.”

“벌써 아주 되바라진 것이 저놈 자식 맞아.”

“이 빌어먹을 노망난 것들! 그만 지껄이지 못해?”

세상 어느 누가 사패천주 한구혈의 앞에서 그의 치부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들출 수 있단 말인가.

오직 그들이기에, 서로 목숨을 나눈 사이이기에 어떤 것도 부끄럽지 않게 농담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었다.

“거의 이십 년 만인가?”

“그렇지. 역천마제와 광마제를 죽일 모의를 하고 헤어진 것이 끝이었으니까.”

“……자리가 많이 비었군.”

이십 년 만에 다시 열린 십이좌회.

사패천주와 그의 치부를 서슴없이 건드린 옥허신검 청연, 천수현인 제갈길현, 내기를 열었던 현학문주 청벽선생 운송, 돈을 딴 야희성녀와 돈을 잃은 대장군 하후충과 제왕검 남궁강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의 명성이 천하를 울리고도 남을 칠 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빈자리는 선승뿐인가?”

“총 다섯 자리가 비었지.”

“됐어, 세지 마! 어차피 소용도 없었던 거!”

현학문주의 정확한 지적에 옥허신검 청연이 투덜거렸다.

애초에 십이좌회는 귀천성을 막기 위해 필요한 열두 자리에 그에 맞는 인물들을 골라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결국 십이좌회로도 역천마제를 죽이지 못했으니, 숫자가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자리에 앉은 칠 인이 침중한 눈빛으로 빈자리를 보았다.

“빈자리에 채워 넣을 사람들은 봐 두었나?”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한 놈은 확실하지.”

사패천주의 말에 제갈길현과 야희성녀의 눈이 제왕검에게 향했다.

회의가 시작되고 천수현인 제갈길현이 다짜고짜 본인의 용무부터 꺼냈다.

“가지고 온 거 내놔 봐.”

천수현인의 말에 사패천주가 심술맞게 입술을 실룩거렸다.

그러곤 품에 있던 비록을 꺼내 제왕검에게 주었다.

툭.

제왕검은 그것을 받아 다시 천수현인에게 내주었다.

“아, 왜 그걸 그리 주나?”

“허어, 참, 애들도 아니고! 어차피 해석을 하려면 제갈 놈의 손에 줘야 할 것, 성질 좀 그만 부려!”

발끈하려는 사패천주를 옥허신검 청연이 버럭 하며 자리에 앉혔다.

사패천주를 향해 얄밉게 웃던 제갈길현도 옥허신검의 매서운 눈초리에 입을 다물었다.

“누구의 것인가?”

제갈길현이 사패천주가 준 역천비록을 살피기 무섭게 옥허신검이 물었다.

하지만 제갈길현은 아무 대답 없이 빠르게 눈을 굴려 비록만 읽었다.

심상치 않은 제갈길현의 태도에 모두가 제갈길현을 주목했다.

잠시 후, 한참 비록을 읽어 내리던 제갈길현이 매서운 눈을 하고 고개를 들었다.

“이런 망할! 이걸 이제 내놓으면 어쩌자는 게야!”

제갈길현이 사패천주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뭔데 그러나?”

“혈마제의 비록이다, 이 멍청한 놈아!”

적호단이 누굴 찾으러 전장에 갔는지 아는 제갈길현은, 혈마제의 비록을 들고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사패천주에게 ‘멍청이’라는 말 외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뭐 멍청한 놈?”

사패천주가 입술을 실룩이며 발끈했지만, 그보다 먼저 제갈길현이 북풍한설보다 차고 매서운 기세를 뿜었다.

“왜, 내가 틀린 말했나? 대가리에 똥만 차서, 그저 좀 있어 보이면 그게 뭔지도 모르고 아가리에 밀어 넣고 보는 거지 같은 근성 좀 버리라 했지? 적호단은 이것 때문에 전장으로 뛰어들었는데, 이제 뭔지도 모르고 입 꾹 처 다물고 있어? 이 빌어 처맞을 놈아!”

제갈길현의 말에 사패천주는 아차 싶었지만, 점점 심해지는 제갈길현의 욕지거리에 슬슬 열이 오르고 있었다.

세월이 흘렀다고 모든 사람들이 저절로 현명하고 정숙해지지 않는다.

세월이 간다고 해서 저절로 완벽해지는 사람도 없었다.

누구보다 똑똑한 제갈길현은 식구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사파지존 한구혈은 여전히 피가 뜨겁고 투쟁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세상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냐! 거지? 내가 대가리에 똥이 찼으면 넌 아가리에 똥만 물었냐?”

“뭐야? 이 개호랑거지 같은 사파 새끼가 힘 좀 세다고 어울려 주니까!”

“뭐! 이 멸치꼬랑지 같은 샌님 놈아!”

콰—앙!

내일모레 일흔을 바라보는 이들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치한 인신공격에 질려 갈 즈음, 가만히 듣고 있던 제왕검이 탁자를 내리쳤다.

“둘 다 닥쳐. 지금 누가 거기가 있는지 잊었나? 해결책 내놔. 내 손주들 털끝이라도 다치면 니들 두 놈 대가리, 아가리, 똥구녕까지 전부 따 버릴 테니까.”

제왕검 남궁강이 콧김을 뿜으며 제갈길현을 재촉했다.

세월이 제갈길현에게 배려심을, 사패천주에게 현명함을 주지 않은 것처럼, 제왕검 남궁강에게도 인내심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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