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떨칠 진(振) 바뀔 화(譁) : 어부지리(5)
월하객잔.
진화는 남궁구, 남궁교명만을 데리고 황도 저자로 나왔다.
궁중 예복을 벗고 적호단 무복을 입자 발걸음이 자유로워진 느낌이었다.
큰길가의 눈이 아플 정도로 붉은 장식으로 꾸민 화려한 건물들 뒤, 너무 단조로워서 허름해 보일 정도인 객잔에 도착했을 때.
진화와 남궁구, 남궁교명은 입을 떡 벌리고 한참 고개를 돌렸다.
“이런 걸 두고 덩칫값을 한다고 해야 하냐, 못 한다고 해야 하냐? 마치 토끼 뒤에 곰이 숨어 있는 격이군.”
“그런 것 치곤 너무 잘 숨었지. 볼 때마다 놀랍군.”
단조로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흑조목으로 단단하게 지어진 건물은, 큰길가에 있는 화려한 주루를 몇 채 합한 것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했다.
남궁구의 말처럼 붉은 털을 가진 토끼 뒤에 검고 거대한 곰이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라, 어쩐지 오싹한 느낌도 있었다.
황도 저자 한복판.
월하회의 본거지가 이곳에 있었다는 걸 귀천성이 알게 된다면 꽤 억울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 이곳에는 십이좌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가지.”
진화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뒤를 따랐다.
* * *
십이좌회.
당금 무림에 그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은 더 말을 해서 무엇할까.
지금에서야 그들의 정체가 드러났지만, 역천마제와의 결전이 있기까지 꽁꽁 비밀에 싸여 있었던 천하제일 열두 명의 신비 고수들.
귀천성으로부터 무림을 구원한 영웅.
정사를 막론하고 귀천성이라는 거대한 적을 둔 무림의 정신적 지주.
세상의 모든 찬사가 십이좌회를 향했다.
하지만 전쟁 이후로 그들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고, 십이좌회라는 이름으로 무림에 영향력을 발휘한 적도 없었다.
사심 없이 대의를 위해 희생하고 싸운 이들.
당금 무림이 그들을 살아 있는 신화로서 존경을 보내는 이유였다.
물론, 본인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단언컨대 세상에서 십이좌회를 가장 업신여기는 이들이 바로 그들 자신일 것이다.
진화 일행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제왕검 남궁강이 두 팔을 벌리며 반겼다.
“내 손주---!”
“할아버님!”
진화가 놀란 얼굴로 제왕검을 보았다.
그와 동시에 남궁구와 남궁교명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다.
“태, 태상 가주님을 뵙습니다!”
“태상 가주님을 뵙습니다!”
제왕검 남궁강은 남궁세가에서조차 얼굴을 보기 힘든 신화적 인물이라. 남궁구와 남궁교명은 제왕검을 만난 것에 놀라고 감격스러운 얼굴로 부복했다.
진화도 뒤늦게 부복하려 했지만, 남궁강이 흐뭇한 얼굴로 두 팔을 벌리고 선 것이 먼저였다.
“아…….”
흐뭇하게 웃는 얼굴이 주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진화가 귀 끝을 붉히며 남궁강의 품에 안겼다.
탁, 탁, 탁.
“장하다, 내 손자! 그때 이후로 또 발전이 있었구나! 역시 이 남궁강의 손자답다!”
남궁강이 진화의 등을 토닥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남궁강의 뒤편에서 핀잔이 날아들었다.
“저 빌어먹을 영감탱이. 생색내는 것 좀 보게.”
“저 새끼 잘난 척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도솔천에 튀겨도 잉어보다 더 튀어 오를 놈.”
“호오, 황자라고 귀태가 좔좔 흐르는군.”
남궁강의 뒤에서 천수현인 제갈길현과 함께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노인 둘이 계단을 내려왔다.
걸쭉한 입담을 자랑한 노도장은 한쪽 소맷자락이 비어 있는 것을 보아 옥허신검 청연이 확실했고, 진화를 향해 눈을 반짝이는 학사는 현학문주 청벽선생 운송인 듯했다.
현학문주는 몰라도 옥허신검 청연이 검마제의 기습에 좌수를 잃었다는 이야기는 무림에서 모르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할아비 원수와 할아비 친구들이다.”
“야! 이놈아, 소개는 똑바로 해야지! 할아비 형님과 할아비 원수들이다.”
“허허허. 당연히 형님이 나겠구먼.”
“하여튼 멀쩡한 낯짝으로 개소리들은. 쯧.”
생각지도 않았던 거물들의 등장은…… 정신없고 유치했다.
이미 천수현인 제갈길현을 만나고 다른 이들에 대한 환상도 가지지 않았다고 생각했건만, 옥허신검과 현학문주는 충격이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옥허신검과 현학문주라면 살아 있는 신선이라 불리는 이들이 아니던가.
“뭘 그리 놀래? 살아 있는 신선인지 생선인지 그걸 믿었나? 클클클.”
천수현인 제갈길현이 얼이 빠진 듯한 남궁구와 남궁교명을 비웃었다.
그때, 계단 위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 오랜만이군! 남궁이 주워 먹은 황자 아닌가! 아니면 우리 사위? 며느리? 하하하하! 그만한 재력과 미모면 나이와 성별이 무슨 상관이겠나! 원하는 걸로 고르시게!”
“이놈! 그 말도 안 되는 소리 계속하면 네놈 대가리를 터뜨려 버릴 거라 했지!”
사패천주의 말에 제왕검 남궁강이 진화를 가리며 펄쩍 뛰었다.
‘누님이 왜 자꾸 대가리를 터뜨린다고 하시나 했더니…….’
진화는 익숙하다는 얼굴로 소매를 걷는 남궁강을 말렸다.
남궁구와 남궁교명은 그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 *
인사를 마치고 이 층에 마련된 방에 들어가자.
마침 역천비록 연구를 위해 문서를 살피고 있던 홍랑대부와 야희성녀와 눈이 마주쳤다.
“남궁 공자는 오랜만이군요, 후후후.”
“이황자를 뵈어요.”
홍랑대부, 야희성녀의 반가운 인사에 진화가 고개를 숙여 답했다.
‘황성에서 바로 나왔다고 했는데…….’
야희성녀가 진화를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더할 나위 없이 귀한 본래의 신분을 찾고 무림의 명성도 전에 비할 바가 아닌데, 어색하게 인사를 하는 진화의 모습은 장안에서 보았을 때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야희성녀는 그 곧바름이 진화의 성품이라 생각하며 안심했다.
‘적어도 제왕검처럼 변하진 않겠어.’
남궁구와 남궁교명은 아래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진화만 역천비록을 연구하는 곳으로 올라왔다.
진화는 사방에 쌓여 있는 문서들을 눈여겨보았다.
정의맹의 일이라면 진화가 아닌 적호단주를 부를 일이었고, 황실과의 일이라면 황제와 전서를 주고받을 일이었다.
그런데 굳이 진화 자신을 찾는 거라면 결국 역천비록에 관련한 것밖에 없으리라.
“그래, 혈마제를 죽였다고 했다지?”
천수현인 제갈길현이 본론부터 물었다.
사실 진화도 그게 더 편하긴 했다.
“독마제만 살려 두라 하셨다 들었습니다.”
“아니, 그거야 그땐 혈마제의 비록이 없어서 딱히 할 말이 없었으니까 그랬지!”
천수현인 제갈길현이 답답하다는 듯 버럭 했다.
그러자 제왕검 남궁강이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내 새끼한테 소리치지 마. 옥수수 다 털어 버리기 전에.”
제왕검의 협박에 천수현인이 그를 쏘아보았다.
“지금 그게 중요하냐, 이 팔불출아!”
“그게 제일 중요해. 손주 농사 다 망친 너는 모르겠지만.”
“아아아악! 젠장! 빌어먹을 남궁 놈들!”
천수현인이 바짝 약이 오른 듯 욕지거리를 뱉고, 제왕검은 어깨를 으쓱하며 진화에게 눈을 찡긋해 보였다.
홍랑대부, 야희성녀, 사패천주와 천수현인처럼 낯익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어찌 되었든 십이좌회 일원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이었다.
결코 편안할 리 없는 상황에서 제왕검이 진화의 긴장감을 덜어 주고자 한 것이라. 진화는 그저 제왕검의 배려가 고마울 뿐이었다.
물론 제왕검이 과하게 즐거워 보이는 건 모르는 척했다.
“어쨌든, 혈마제는 기어이 죽인 것이 맞단 말이지?”
“뇌전을 심장에 꽂았습니다.”
진화가 그때를 떠올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지금이야 숨을 쉬는 데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조금씩 피가 새고 있을 겁니다.”
“그러다가 지금 이상의 힘을 쓰거나 받아들이면, 심장이 터지겠구나.”
천수현인 제갈길현은 진화의 말을 금방 알아들었다.
그리고 짧게 한숨을 쉰 제갈길현이 낡은 책자 하나를 진화의 앞에 던져 놓았다.
“혈마제의 비록이다. 사패천주가 여태 꿍쳐 두고 있다가 이제야 내놓은 것이지.”
“아, 거참.”
제갈길현의 타박에 사패천주가 민망한 듯 헛기침을 했다.
진화는 제 앞에 놓인 책자를 멀뚱멀뚱 보기만 했다.
어차피 암호로 적힌 그것을 펼쳐 본들 뭐 하나 읽을 수 있을 리 없으니, 애초에 펼쳐 볼 생각도 않는 것이다.
그런 진화의 모습에 제갈길현이 헛웃음을 지었다.
“허, 누가 남궁 놈 아니랄까 봐, 학문적 호기심 따위 개나 줘 버렸지.”
분명 욕이었지만, 진화와 제왕검 둘 다 웃고 말았다.
그 모습에 제갈길현이 입을 삐죽거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병인년 무진월 을해일 축시. 혈마제의 것이다. 붉은 호랑이가 금룡을 타고 청돼지를 돕는다. 금룡을 황실의 피라 생각한다면, 놈은 광마제든 너든, 청돼지를 도울 운명이었다.”
“…….”
진화가 대답이 없자, 제갈길현이 진화를 떠보듯 의뭉스럽게 물었다.
“뭔가 아쉬운 기회를 날린 것 같진 않고?”
제갈길현의 물음에 진화가 그제야 사르륵 웃음을 보였다.
“그것이 운명이라면 제대로 완성되었겠습니다. 놈이 죽는 것이 절 돕는 일이니까요.”
“…….”
“허허허허, 천상 남궁이로군.”
적이 있다면 검을 들어 죽인다.
다른 길은 찾지도 않고 찾을 생각도 없었다.
천상 남궁세가 사람다운 답에 제갈길현은 할 말을 잃고, 현학문주는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허어, 그럼 독부는…… 제대로 살려 놓았느냐?”
“…….”
제갈길현의 질문에 진화가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제갈길현이 한숨을 푹 쉬고 말해 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됐어. 반신불수로 만들었대도 놀라지 않을 테니 말해 보거라.”
제갈길현의 장담에 진화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손톱 장식에 독이 든 듯 보였습니다. 하여 그것을 남기지 않고 부쉈습니다.”
“……허어!”
차라리 반신불수로 만들었다는 게 나았을 것이었다.
독부 은요의 독이 어떤 것인지는 수십 년 동안 꼼짝도 못하고 죽어 가던 제갈길현이 가장 잘 알았다.
독마제의 다른 독공들이 위협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나, 독부 은요가 가장 두려운 것은 그 독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없앴다니.
제갈길현은 자신이 해독되었을 때보다 더 놀란 눈으로 진화를 보았다.
‘……등을 태운 것까진 말 안 해도 되겠지?’
집요하게 저를 보는 제갈길현의 시선에 진화는 괜히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제갈길현은 뭔가 잘못한 듯 눈동자를 굴리는 진화의 모습에서, 그가 한 말이 진짜라는 걸 확신했다.
그렇다면…… 독부에겐 지금 그 독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새로 만든다고 해도 그만한 것을 그렇게 쉽게 대량으로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두 놈은 골로 보냈다고 봐야 한다 이거지?”
제갈길현이 눈빛을 번뜩였다.
앞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독마제를 상대하는 법은 한결 쉬워질 것이었다.
진화를 보는 제갈길현의 얼굴에 미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상을 주듯 이번에는 다른 책자 하나를 진화의 앞에 내놓았다.
“광마제의 역천비록, 반쪽짜리다.”
“……!”
“하늘이 혼란할 때라 그때의 천문은 현학문에서조차 찾지 못했다. 하니, 네가 나머지 반쪽을 찾아와야겠지.”
“어디 있는지 아시는 것입니까?”
“남해에 있다는구나.”
진화를 이곳까지 부른 이유였다.
혈마제의 일이 궁금하여 본인에게 듣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광마제였다.
“을해년 정사월 계유일 묘시, 분명 청돼지가 검은 닭 모가지를 비틀 운명이다. 청돼지에게 붉은 뱀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찌할지, 수단은 나머지 반쪽에 적힌 천문이 알려 주겠지. 다음 적호단 임무지는 남해일 것이다.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지. 주변에는 남해검문을 돕기 위한 것이라 알려질 것이니, 광마제가 눈치채기 전에 그것을 확보해 와라.”
“남해…….”
진화의 눈이 깊어졌다.
운명이라 해야 할까.
남해검문은 남궁세가의 무단이 지원을 하고 있는 곳이었다.
현재는 남궁경이 그곳에 가 있고 말이다.
‘광마제가 알기 전에 끝낸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과 동시에 진화가 단단하게 주먹을 쥐었다.
진화가 돌아가고.
월하객잔에 십이좌회의 일원들이 돌아가는 진화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네 말이 맞았네. 요즘 녀석들은 배짱이 좋군.”
“우리에게 둘러싸여 있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이야. 허허허.”
오늘 진화를 처음 본 옥허신검과 현학문주가 감탄을 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때 제갈길현이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 녀석, 일부러 그런 것이 분명해.”
“무슨 말인가?”
“장안 사람 절반의 목숨이 걸렸는데도 망설임 없이 환마제를 죽였어. 이번에도 독부를 죽일 수 없으니 독부에게선 가장 중요한 독을 없앴고, 혈마제는…….”
“놈들,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온몸의 피를 흘리며 죽겠지. 흐흐흐, 역천마제 놈의 얼굴이 궁금하군.”
제갈길현의 말에 제왕검이 낮은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심각한 제갈길현의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환마제와 소리마제, 권마제에 이어 혈마제와 독마제까지…… 모든 팔현성의 죽음이 저 녀석과 얽히고 있네. 한 사람에게 과한 기회와 부담이 주어지는 건 위험한 일이네.”
제갈길현이 걱정을 드러냈다.
그러자 잠자코 있던 야희성녀가 조용히 목소리를 내었다.
“한 사람에 주어진 과한 기회와 부담. 우리는 그걸 달리 역경과 고난이라 말하지요. 그리고 그 모든 역경과 고난을 이겨 내고 살아남은 이들을 일컬어, 사람들은 ‘영웅(英雄)’이라 부릅니다.”
야희성녀의 말에 제갈길현이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보았다.
“저 아이가 그 정도의 운명을 가졌다고 보는 건가?”
“너무 빡빡하게 보지 말아요. 벌써 다섯 마제의 운명이 저 아이의 손에서 끝을 보고 있어요. 이 운명이 영웅의 그것이 아니고 뭐겠어요?”
“…….”
야희성녀의 반문에 제갈길현이 말없이 진화의 뒷모습으로 시선을 돌렸다.
진화를 보는 그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 * *
‘남해.’
무거운 숙제를 안고 황궁으로 돌아온 진화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감축드리, 아니, 큰일 났사옵니다. 황태자 전하께서 황제 폐하를 뵙고 폐서인을 자처했다 하옵니다!”
진화가 건희전에 오자마자 동 태감이 득달같이 달려와 소식을 전했다.
“뭐? 황태자가, 왜?”
진화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궁 안에서 그 소식을 듣고 놀라는 이는 진화 한 사람뿐이었다.
건희전 궁인들뿐 아니라, 건희전에서 식충이처럼 음식만 축내고 있는 듯하던 십 조원들도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일전에 본 삼황자인가 뭔가가 가만히 있겠어?”
“걔 엄마가 귀빈에서 미인으로 강등됐다잖아! 기세 싸움에서 완전히 진 거지. 이런 정치싸움은, 팔 할이 ‘명분과 기세’야!”
나하연의 말에 당혜군이 표독스러운 얼굴로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녀의 시선은 아마도 당문 어디쯤을 향하고 있는 듯했다.
“열심히 하더니 애먼 사람만 좋은 꼴을 시켜 줬군. 이래서 인생은 고기서 고기 아니겠나!”
“너는 공수래공수거라고 해야지!”
현오의 말에 남궁교명이 자연스럽게 타박을 이어 갔다.
“이러다 큰일 나겠네! 우리 도련님 진짜 황태자 될 위기인 거 아니야?”
남궁구가 걱정스레 물었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제갈상이 한숨을 푹 쉬었다.
“……보통 그걸 위기라고 하나?”
제국의 다음 대 주인이 되는 자리였다.
남들은 꿈도 꿔 보지 못할 자리인데…… 받는 당사자가 죽상, 아니 화상을 하고 있으니.
제갈상은 단단히 화가 난 얼굴로 황태자궁을 노려보는 진화를 보며, 십 조원 중 정상인은 저 하나라는 생각을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