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궁마제 (315)화 (315/425)

남궁마제

두려워할 진(震) 불행 화(禍) : 배신(5)

사패천 본성의 문이 활짝 열렸다.

중원 전역에서 사파 고수들이 사패천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패천 정문에선 사패천으로 몰려드는 이들의 출신, 배경, 문파 그 어느 것도 묻지 않았다.

본래 사패천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사패천은 본래부터 있던 문파가 아니었다.

낭아왕 한구혈이 중원 전역에 퍼져 있는 사파 문파들을 문파 깨기 하듯 부수고 난 이후 그럴듯한 이름을 갖다 붙인 것뿐이었다.

사패천을 세우고 난 후 사패천주가 된 한구혈은 자신이 그러했듯 모든 사파 고수들에게도 기회의 문을 열었다.

사패천주는 사파 모든 무인들에게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실력만으로 위로 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고, 그 기회가 바로 사랑탑 결사대전이었다.

‘위에 선 자는 도전자를 피할 수 없고, 결사대전이라는 말답게 생사를 불문에 붙인다.’

‘결사대전에 거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피와 목숨뿐이라, 대전의 결과에 대해 보복할 수 없다.’

사랑탑 결사대전의 딱 두 개 있는 원칙은 그 누구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심지어 사패천주에게도.

사랑탑 대전은 사랑탑에서 종종 일어나는 결사대전과 다르지 않았다.

단, 모든 사파인들의 참여로 사파 전체의 대대적인 서열 정리가 일어난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 * *

사패천주의 선언이 전역에 퍼지고 일주일.

몰려들 만한 사람들은 전부 몰려들었다 싶은 순간, 이때만 기다렸다는 듯 사패천을 떠받치는 일곱 세력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었다.

“시, 신양초가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곳은 신양초가였다.

하얀 분칠과 새빨간 입술이 인상적인 홍랑대부 초산하를 시작으로 신양초가 사람들이 사패천 정문을 넘자, 모든 사파인들의 시선이 초산하의 뒤를 향했다.

“초서비다!”

“오오-! 과연…… 빛이 나는군.”

결사대전을 위해 모이긴 했지만, 사내들이 미인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본능의 영역이 아니던가.

빨간 옷을 입은 신양초가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반짝이는 비단 경장과 홍옥으로 치장한 초서비가 모습을 드러내자, 곳곳에서 사내들의 탄성이 터졌다.

그런 초서비의 옆을 가로막듯 신살대주 초전후가 사람들의 시야를 차단했다.

“우우……!”

야유를 보내려던 사내들에게 초전후의 매서운 눈빛이 닿자, 사내들이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젠장, 신양초가에서는 역시 매석검이 출전하려나?”

“그렇겠지. 다 늙은 홍랑대부가 나오진 않을 거 아냐.”

신살대주 매석검 초전후의 날선 검은 사파는 물론 중원 전역에 명성이 자자하여,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매석검이 사랑탑 서열을 끌어 올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신양초가가 들어오고 조금 뒤, 하오문이 등장했다.

어쩌면 사파의 모든 문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하오문은, 현재 문주 서하(西鰕) 채명지의 휘하에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특별한 체계가 없는 사패천의 유일한 눈과 귀로서, 무공을 떠나 사패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할 수 있었다.

“서쪽의 암고래로군.”

“음, 결정했다. 나는 하오문주야!”

“응?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술이든, 미인이든, 익을수록 깊은 맛이 있지!”

“미친놈! 쥐도 새도 모르게 죽으려고 환장했구먼.”

앞서 지나간 사파제일미라 불리는 초서비에 비견할 정도로 아름다운 하오문주의 미모에, 사방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휘파람을 부르며 희롱을 일삼는 질 나쁜 무리도 있었다.

그들에게는 때아닌 된바람이 목을 스치고 지났다.

쉐에에엑-!

“당신은 조금 있다 보자고.”

적발의 이국적인 외모의 청년, 하오문주의 후계자인 대붕 군조가 사내들에게 친히 경고를 하고 지나갔다.

사패천의 떠오르는 후기지수의 경고를 받은 이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신양초가와 하오문이 도착한 다음 날엔 일련의 거친 사내들이 등장했다.

제일 먼저 등장한 사내들은…… 산적들이었다.

하나같이 짐승 가죽을 하나씩 어깨에 올린 것이, 그들의 출신에 대해서는 묻거나 따질 필요도 없어 보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오른쪽 어깨에 입을 벌린 호랑이 머리를 올리고 있는 거대한 사내에게 사람들의 눈길이 쏠렸다.

“저 사람이 녹림산군 황계수 어른인가?”

“쉿! 저긴 흑수파야!”

친우의 말에 눈을 크게 뜬 사내는, 거대한 덩치의 사내 오른쪽 어깨에 있는 호랑이 가죽이 다른 것보다 유난히 검은 것을 확인했다.

“헉! 대산흑호로군!”

사내가 놀란 얼굴로 흑수파 사람들의 시선을 피했다.

그들을 녹림으로 착각했다는 걸 들킨다면 뼈도 못 추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한 산에 두 호랑이는 살 수 없다지만, 사패천에는 사패천주라는 절대 강자의 아래로 ‘산적’들을 이끄는 두 문파가 존재했으니. 대산흑호 이만평이 이끄는 흑수파와 녹림산군 황계수가 이끄는 녹림은 한 산의 호랑이처럼 으르렁대는 사이였다.

“킁!”

구 척 장신에 곰처럼 두꺼운 체격을 한 이만평이 콧김을 뿜으며 주변을 노려보았다.

대산흑호 이만평은 눈을 마주치는 사파 무인들의 기선을 모조리 제압하고 나서야 수하들을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다음엔 공교롭게도 녹림이 등장했다.

짐승 가죽 하나씩 걸친 모양새가 흑수파와 전혀 다르지 않았지만, 녹림채주 산군 황계수만큼은 대산흑호 이만평과 확연히 달랐다.

산적 중의 산적왕 같던 이만평과 달리, 녹림산군 황계수는 백염백발을 단정하게 정돈하고 녹색 비단 무복을 깨끗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마치 산에서 안빈낙도하는 학사 같았던 것이다.

“허허허, 이곳도 오랜만이구나.”

황계수는 반가운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마저 이만평과 달랐다.

세 번째 날에 도착한 곳은 수로채와 홍렬문으로, 중원 전역에 루주와 객잔을 운영하는 홍렬문과 장강 수로의 한 축을 차지한 수로채는 상부상조하며 가까이 지내는 관계였다.

다만.

“산돼지들의 냄새가 벌써 진동을 하는군.”

“신양 영감탱이의 분 냄새는 아니고?”

수로채는 단지 이름만 비슷할 뿐인 녹림채 산적들 때문에 수적이라 불리는 것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홍렬문은 운영하는 사업이 겹치는 신양초가를 경계했다.

자연스럽게 녹림과 흑수파는 서로에게 으르렁대는 이상으로 수로채와 앙숙 관계였고, 신양초가는 일방적인 홍렬문의 경계를 가소로워하며 무시했다.

어쨌든 하오문을 제외한 다섯 문파의 관계는 돈과 감정이 얽히면서 좋을 리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의 가장 마지막 날.

검은 복면에 검은 무복, 전형적인 암살자의 모습을 한 일련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오자, 시끄럽던 사패천 정문의 분위기가 일순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았다.

검은 도포를 걸치고 유일하게 얼굴을 드러낸 인물.

마르고 각진 얼굴에 감은 듯 가는 실눈, 창백한 피부가 인상적인 사내가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주변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때, 누군가 목소리를 높였다.

“거참! 암살자들 주제에 더럽게 티를 내네! 누가 살각이라고 벌벌 떨…… 컥!”

반골 기질을 가진 사내가 살각의 등장을 비꼬는 순간, 그의 무모한 용기는 목이 갈라지면서 끝을 맺지도 못했다.

사내의 목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목을 잃은 육신이 온 사방으로 피를 뿜었다.

“으아아악!”

바로 곁에 있던 이들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사이, 살각주 보곡성을 비롯한 살각의 암살자들은 조용히 사랑탑 안으로 사라졌다.

결사대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일어난 잔혹한 살인에,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던 사패천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 * *

사랑탑 제일 꼭대기 층.

“으하하하하하! 오랜만에 보니 신수들이 훤하군.”

왕 중의 왕.

사파에서도 누구보다 거대한 사내가 늙지도 않은 건장한 모습으로 수하들을 맞았다.

“천주님을 뵙습니다!”

“천주님 얼굴이 제일 훤한데요, 뭘.”

사패천의 일곱 기둥이라 불리는 세력들의 수장들이 밝은 얼굴로 사패천주에게 인사를 했다.

“다들 어때? 이번에도 이 꼭대기 층에 올라올 수 있겠어?”

“푸하-! 지금 우리 걱정을 하는 겁니까? 너무하시네!”

“천주님이야말로 각오하십시오! 이번에야말로 얼마나 늙었는지 확인해 줄라니까!”

사파 하늘을 대하는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편한 대화들이 오갔다.

하지만 이 또한 사패천주 한구혈의 사파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구혈은 수하들에게 충성심을 강요한 적이 없었고, 수하들 또한 가지고 있는 존경 이상을 보인 적이 없었다.

“흐흐흐, 그래? 이만평이가 제법 자신이 있나 봐?”

한구혈이 나지막하게 웃으며 저를 도발한 이만평을 다시 도발했다.

사납게 이글거리는 눈빛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이만평을 향하는 순간, 이만평이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우악! 무슨 눈이 아직도 그럽니까?”

이만평이 펄쩍 뛰며 물었다.

허탈할 정도로 솔직한 반응에, 사패천주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 나 아직 안 죽었다! 너는 황계수나 이기고 나서 이야기해, 인마!”

“아, 저 영감탱이는 한 주먹 감이라니까!”

“허허허, 하룻강아지 주제에.”

“뭐요? 딱 기다리시오. 요번에는 아주 결판을 내 줄라니까.”

속내를 감출 필요도, 생각과 말을 달리도 할 필요도 없는 관계.

사패천주는 확실히 제 식구들을 대할 때가 편하다는 생각을 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가서 쉬어. 며칠 있으면 펄떡펄떡한 놈들이 금세 올라올 테니까.”

“예!”

“그럼 쉬십시오!”

아무리 거칠고 방탕한 사파의 무인들이지만, 생사 결전을 앞에 두고 술을 찾는 바보들은 없었다.

사패천주와 인사를 나눈 이들은 자연스럽게 여독을 풀고 몸을 회복하기 위해 숙소를 찾았다.

그때.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랑탑 탑주 마모섬이 조용히 그들을 따라 나왔다.

“눈깔 관리 잘해야지 않겠나? 천주께서야 건방진 것을 좋아하신다지만, 길 때는 확실하게 기어야지.”

“…….”

귓가에서 들리는 사랑탑주의 조용한 목소리에 살각 각주 보곡성이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잠깐 멈칫하는가 싶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후후후, 결사대전 때문에 꽤 예민해진 모양입니다.”

“내가, 아니면 자네가?”

“…….”

살각주 보곡성은 한마디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걸고넘어지는 사랑탑주를 가만히 보았다.

실처럼 가는 눈 속에서 눈동자가 도르르 굴러갔다.

“……후후후, 이번 결사대전이 기대가 되는군요.”

또다시 이어지는 애매한 말.

생과 사, 확실한 갈림길 속에서 살아가는 보곡성의 말투는 이렇듯 불확실하기만 하니.

‘이상하군. 이번엔 묘하게 자신감에 차 있어.’

사랑탑주 마모섬이 매서운 눈으로 사라지는 보곡성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 * *

“남해 검문이 문을 성문을 개방할 수 있는 시간은 진시부터 오시까지. 신시부터 유시까지입니다.”

남해 검문 장문인 해천검 계용백이 굳은 얼굴로 말하자, 제왕무적단주 남궁경은 물론 청룡단주와 적호단주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해천검이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크흠! 남해에서 중요한 것은 물때요. 물이 들어오는 때는 해적들이 자주 출몰하는 시간이라 검문을 비울 수도, 성문을 열 수도 없는 시간이오. 그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어쩔 수 없소.”

“…….”

누가 물어봤나.

남해 검문이 희멸문을 치는 데에 소극적이라 들었던 적호단주는 놀란 눈을 청룡단주에게 돌렸다. 청룡단주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고, 제왕무적단주는 눈을 부라리며 되레 적호단주를 보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눈빛으로 확인했지만, 아무도 남해 검문에 희멸문을 치자고 한 사람이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갑자기 세 사람을 불러서 남해 검문이 성문을 열 수 있을 때는 알려 준 사람은 해천검 계용백이었다.

‘뭐지?’

숨은 꿍꿍이가 있나 의심하기엔 속내가 너무 확실하게 겉으로 드러났다.

잔뜩 굳은 표정과 냉랭한 눈빛을 보면 적호단이 지원을 왔다고 좋아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아니, 눈빛만 본다면 이전보다 더 적대적이기까지 한데 어째서 갑자기 희멸문을 공격하자는 의견에 적극적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갑자기 왜…….”

“흥, 알면서 뭘 모르는 척이오! 역적 어쩌고 협박할 때는 언제고…… 됐으니까, 해야 할 일만 딱 마무리하고 얼른 돌아가시오!”

청룡단주가 조심스럽게 이유를 묻자마자, 해천검 계용백이 코웃음을 치며 역정을 내었다.

계용백은 다 같은 편에, 같은 집안사람인 그들이 정말 이유를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 남해검문 장문인의 집무실 문이 열리면서 꽃처럼 해사한 얼굴이 들어왔다.

“진화야!”

“……!”

적호단주는 진화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대번에 눈치챘다.

모를 수도 없었다.

해천검 계용백이 진화를 철천지원수 보듯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숙부님, 식사 때가 되어도 보이시지 않아 찾았습니다. 제가 실례를 한 건 아닙니까?”

“오오, 내 새끼! 아빠 끼니 걱정하는 건 내 새끼밖에 없구나.”

“마침 이야기가 끝난 참이다. 실례될 것 없다.”

하여튼 저 집구석은.

적호단주는 진화를 보자마자 남궁경과 청룡단주 남궁현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을 보며 절래절래 고개를 저었다.

“저 정도면 병이지.”

특히 수십 년 동안 자신에게는 냉랭하기만 했던 청룡단주가 저렇게 웃는 모습에선 약간 배신감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무엇보다.

‘저 남궁세가 귀신 같은 놈이 뭔 짓을 한 게 확실하군.’

아버지 남궁경과 청룡단주에게 조곤조곤 말하는 진화의 모습을 보며 몸서리를 치고 있는 해천검 계용백의 모습에, 적호단주는 진화가 그를 협박했다는 것에 전 재산과 오른팔을 걸 수 있었다.

* * *

정의맹 군사부에는 전서구만을 다루는 이들이 따로 있었다.

정의맹에는 하루에도 수백 마리의 전서구가 중원 전역에서 날아들었고, 그들에게는 전서를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전서구들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했다.

구구구구—구구구구---

파다다다닷-! 파다다닷!

안 그래도 시끄러운 전서구 관리장이지만, 갑자기 전서구들이 새장 안에서 갑자기 미친 듯이 날개를 파닥거리고 울음을 울기 시작했다.

“으앗! 이놈들이 왜 이래? 설마……?”

정의맹 군사부에서 오래도록 일한 관리인들은 금세 이유를 눈치챘다.

그들은 이전에도 전서구들이 이렇게 겁에 질려 난리를 치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원인은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삐이이이이----.

매서운 울음이 행차를 알리고, 이내 창공의 끝자락을 유유히 활공하는 매가 모습을 드러냈다.

빳빳한 회갈색 깃털에 새하얀 배 털,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매서운 눈매.

“휘이. 언제 봐도 멋지군!”

관리인은 전서구장으로 오지 않고 곧바로 군사부를 향하는 매응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매응이 도착하기 직전.

정의맹 군사부에서는 제갈가주와 남궁진휘가 중원 전역에서 몰려든 전서의 정보들을 가려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평소 이런 일은 부군사인 남궁진휘가 도맡아 해 왔지만, 사안의 중요성과 급박함 때문인지 총군사인 제갈가주까지 손을 거들었다.

“역시 신 제국의 군대가 이동하고 있군요.”

“후방의 군대를 움직여서 뭘 하려는 거지?”

“목적지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 동쪽 해안으로 이동 중입니다.”

남궁진휘가 수십 장이 전서를 모아 놓고 말했다.

남궁진휘의 말에 제갈가주의 얼굴이 대번에 굳었다.

“설마, 남해인가?”

“군문의 일이긴 하지만, 신 제국이 해적들의 방비에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지요.”

서서히 제갈가주의 불길한 예감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그때.

창밖에서 매섭게 날아드는 기척에 남궁진휘가 급히 창밖으로 팔을 내밀었다.

휘이이이---파다다다닥!

남궁세가의 매응이 자연스럽게 남궁진휘의 팔에 내려앉았다.

남궁진휘는 예상치 못했던 매응의 등장에 굳은 얼굴로 전서를 펼쳤다.

“……군사님!”

전서를 확인한 남궁진휘가 표정을 관리할 여유도 없이 제갈가주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

“신 제국이, 신 제국이 귀천성 놈들의 손에 완전히 넘어갔다고 합니다!”

남궁진휘의 말에 제갈가주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