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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318)화 (318/425)

남궁마제

떨쳐 일어날 진(振) 불행 화(禍) : 선택이라고 한다(2)

당혜군과 나하연이 남문 성벽에서 바다를 보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일 듯한 짙푸른 바다를 보면서 당혜군의 표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너희들이랑 있으면서 나까지 싸잡혀서 사고뭉치가 된 기분이야.”

“아니다. 소외감 느끼지 마라. 너도 훌륭한 사고뭉치다.”

“……내가 사고뭉치가 된 원인의 팔 할은 네년일 거다.”

안 하느니만 못한 위로를 하고 의기양양한 나하연을 보며, 당해군이 까드득 이를 갈았다.

남해 검문의 남문은 바다를 통하는 문이라, 남문 쪽에는 절벽과 짧은 모래사장 그리고 바다밖에 없었다.

귀천성이 배를 타지 않는 이상, 이쪽으로 올 가능성은 없다는 말이었다.

적호단주는 소수 정예라 부르며 사고뭉치라고 생각하는 진화와 적호단 십 조를 남문에 격리, 아니 배치시켰다.

당혜군과 나하연이 투덕거리는 사이, 당혜군의 시야로 낯선 무언가가 들어왔다.

“저 미친놈들은 왜 대낮에 저렇게 발가벗고 있지?”

“음? 어디?”

당혜군의 말을 따라 바다를 본 나하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당혜군의 말을 의심하진 않았다.

사천당문 직계들은 어려서 무공 수련을 하기 이전에 안력 수련부터 하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나하연이 영 감을 못 잡고 있자 당혜군이 가볍게 손가락을 튀겼다.

“아아악!”

남문 옆 성벽 아래, 아담한 모래사장에 누워 있던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아이처럼 작은 키에 옷도 없이 벌거벗은 채 날카로운 검을 들고 있는 모습.

벌떡 일어난 자의 옆으로 그와 비슷한 이들이 당황한 듯 웅성거리다, 결국 검을 들고 남문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아!”

나하연은 그제야 탄성을 뱉었다.

하지만 나하연보다 더 격한 반응이 옆에서 튀어나왔다.

“해, 해적이다--!”

“해적이다!”

당혜군과 나하연의 옆에 서 있던 남해 검문 제자들이 소리를 지르고, 이 상황에 잘 훈련된 사람들처럼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놈들이 들어온다! 성문을 막아라!”

“문을 닫을까요?”

“안 돼! 배로 도망친 어민들이 들어올지 모른다! 해적들만 처리해야 한다!”

제자의 물음에 남해검문의 장로가 단호하게 답했다.

남궁세가가 양주를 지키는 것처럼 남해 검문의 본분도 남해를 지키는 것이라. 어떤 경우에도 어민들을 보호하는 것이 남해 검문의 법이었다.

남해 검문의 장로가 급하게 제자들을 이끌고 성문으로 갔다.

하지만 그들이 잠시 잊은 것이 있었으니.

지금 성문에는 적호단에서 허우대 좋은 팽가 형제를 장식용으로 세워 두었다는 사실이다.

“으아아악!”

“타, 타스케…… 아악-!”

퍽! 퍼억! 뻑!

시원하게 박이 깨지는 소리가 이렇게 끔찍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팽가 형제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끔찍한 소리와 함께 해적들의 머리가 폭발하듯 깨졌다.

붉은 피가 분수처럼 퍼져 나가고, 하얀 뼈와 뇌수가 피와 섞여 이리저리 흩어졌다.

어쩌면 앞으로도 수박은 먹지 못할 것 같았다.

“치, 칙쇼!”

퍼-억!

팽수의 등 근육이 성난 호랑이처럼 포효하는 동시에 그의 주먹이 달려드는 해적의 머리 왼쪽을 때리고, 해적의 머리 오른쪽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

남해 검문 장로와 그의 제자들이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얼어붙었다.

그때.

촤아아아아----!

멀리서 바위틈에 숨어 있던 해적들의 나룻배가 성문 쪽으로 접근했다.

배에서는 아직 성문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사슬을 던졌다.

“쿠사리오 나게로! 토오쿠에 나게로!”

“하이!”

촤라라라라-!

아마도 해적들은 네댓 개는 성문 쪽에 던져 문을 닫는 것을 막으려 했고, 나머지는 성문 안으로 던져 배를 고정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사슬은 모조리 팽가 형제의 손에 잡혔다.

“형님, 위!”

“알았다!”

팽신의 말과 함께 손을 뻗은 팽수가 머리 위를 지나던 사슬 하나까지 잡아챘다.

그리고,

“당겨-!”

남궁구의 말과 함께 적호단 십 조원들이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진화까지 내려오는 것을 확인한 팽가 형제가 힘을 주기 시작했다.

우두둑……!

근육을 쥐어짜는 건지, 사슬을 쥐어짜는 건지.

팽가 형제의 팔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그들의 전신에서 붉은 기사가 피어오르자, 범상치 않은 소리와 함께 해적들의 나룻배가 도무지 배라고 생각할 수 없는 속도로 끌려 들어왔다.

“나닛!”

“아, 아레와…… 으아악!

이제야 적호단원들을 본 해적들이 놀라 고함과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미 탄력이 붙은 팽가 형제는 나룻배를 거의 물에서 낚아 올리듯 끌어내었다.

휘이익--!

퍼--억! 파팟--!

“토비오리오-!”

“으아아악-!”

첨-벙! 첨벙, 첨벙!

벌거벗은 몸에 투구를 쓴 해적이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해적들이 바다에 뛰어내렸다.

파팟-! 파아아아앗-!

콰—앙!

팽가 형제에게 끌려오며 성벽과 바위, 배끼리 부딪히던 나룻배들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첨-벙! 펑! 펑!

부서진 배 조각들과 함께 사슬이 바다에 빠지며 높게 물이 튀어 올랐다.

그때.

하얗게 튄 물보라 사이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인영이 나타났다.

“메, 메가미……?”

잠깐 죽음의 여신으로 착각할 만큼 아름다운 얼굴에 해적들이 저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겼다.

죽음의 여신이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짓는 동시에 바다보다 깊은 눈에서 벼락이 번뜩였다.

“카미……나리?”

파파파파파파팟-----!

벼락이 바다로 떨어지는 순간.

바닷물은 끓는 기름 솥처럼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팟-!

“으아아아악!”

끈질긴 해적 몇이 물에서 튀어 올라왔지만, 소용없었다.

퍼-억!

“컥!”

쉐에에엑!

“으아악!”

현오의 염주가 해적의 머리를 관통하며 떨어뜨리고,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해적들의 몸과 목을 분리시켜 물에 다시 처박았기 때문이다.

파파파파파팟---!

“…….”

새파란 뇌전이 사라지자마자, 거짓말처럼 조용한 침묵이 찾아왔다.

“…….”

“……아니…….”

얼어붙은 남해 검문의 장로와 그 제자들의 옆으로, 급하게 내려왔던 남해 검문 장문인 해천검과 제자들이 입을 떠억 벌리고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진화야---!”

남궁진혜의 우렁찬 목소리가 얼어붙은 침묵을 깨었다.

해적들의 공격으로 인한 소요가 잠잠해지고.

남해 검문에는 기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해적들의 주검을 바다에 던져 넣으면서도 누구 하나 승리를 기뻐하지 않는…… 특히 남해 검문 제자들은 이전과 달리 슬금슬금 적호단의 눈치를 살피기까지 했다.

“크흠……!”

지금까지 해적들의 문제로 정의맹에 비협조적이었던 남해 검문 장문인이 민망한 듯 헛기침을 했다.

이 자리의 누구도 그의 속마음에 관심이 없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제왕무적단주 남궁경은 호들갑스럽게 꽃 같은 아들이 무사한지 확인했을 뿐이고, 청룡단주와 적호단주는 희멸문이 꿈틀거리지 않았음에 안도했을 따름이었다.

그나마 해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진화뿐이었다.

“해적들이 남해 검문을 공격하는 일이 잦은 것입니까?”

진화의 물음에 남해 검문 장문인이 다시 한번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큼! 아니오. 오히려 집요할 정도로 우리의 눈을 피해 마을로 숨어들던 놈들이오.”

“그렇다면 해적들이 남해 검문을 공격한 것은 이례적인 것이로군요.”

“그놈들도 제 놈들 목숨 아까운 줄은 아는데…….”

“만약, 누군가 놈들에게 목숨값을 주었다면요?”

진화의 물음에 남해 검문 장문인은 물론 남궁경과 청룡단주, 적호단주가 굳어 버렸다.

이제 모두의 시선이 남해 검문 장문인을 향했다.

“……은자만 준다면 지옥에서 부처도 죽일 놈들이오.”

“이 시점에서 놈들에게 은자까지 쥐여 주면서 남해 검문을 공격해 달라고 할 놈들은 귀천성밖에 없습니다.”

남해 검문 장문인과 진화의 말에 남궁경과 청룡단주, 적호단주도 동의했다.

게다가 귀천성이 해적들을 부려 정의맹과 남해 검문을 붙잡아 두고 있었다는 건…….

남해 검문과 적호단이 해적들을 상대하는 동안, 창궁무애단과 청룡단이 귀천성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귀천성이 깃발을 걸어 놓고 창궁무애단과 청룡단을 붙잡고 있었다는 의미였으니.

“젠장! 완전히 농락당했군! 혹시 들킬까 봐 눈도 깜짝하지 않고 깃발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새끼들이 정승같이 서 있는 우리를 보면서 얼마나 비웃었겠어! 으아아! 이 쓰불 놈의 새끼들 눈깔을 뽑아 쌍가락지로 만들어 버릴 테다!”

남궁경의 눈이 불을 뿜는 것과 동시에 입에서 거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이 깃발을 걸어 놓고 무슨 짓거리를 했는지가 문제로군!”

“청룡단원들로 정찰단을 꾸리겠습니다.”

“그놈들만으로는 안 돼. 우리 적호단 추격조와 함께 움직여라.”

청룡단주와 적호단주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들의 눈에도 분노의 불길이 화르르 타오르고 있었다.

“현오와 남궁구를 보내겠습니다.”

진화가 개코 현오와 부엉이귀 남궁구를 정찰단에 포함시켰다.

남해 검문 장문인 해천검 계용백은 입도 벙끗하지 못했다.

* * *

사패천.

쉐에에엑--!

파팟!

“우아아아아--!”

철로 된 접선이 벌처럼 지나가며 상대의 목과 가슴을 베었다.

분수처럼 피를 흘리는 목을 잡고 쓰러지는 상대에게 재빨리 의원이 달려가고, 살각주 보곡성은 그들을 남겨 두고 유유히 연무장에서 내려갔다.

“살각주 보곡성 님 승-!”

우렁찬 승리 선언이 없더라도 살각주의 승리가 확실했지만, 상대가 사파 무림에서 제법 이름이 높은 복양박가의 가주였기에 환호가 컸다.

이것으로 살각주 보곡성은 정점을 향해 단 한 계단만 남겨 두었다.

하오문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살각의 뒤를 캐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살각주 보곡성과 후계자 소명 그리고 살각의 비선들은 결사대전에 집중했다.

후계자 소명은 사천패룡 강무련을 만나 떨어졌고, 살각 비선들 역시 신살대 대주 초전후와 사패천 교룡대주, 수로채 채주 등을 만나 떨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들의 예상 이상의 결과를 만들었고, 남은 대전 동안 착실하게 살각주를 따라다니며 사람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흑면 흑의를 입은 살각 사람들의 등장은 어디서나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만큼 그들의 명성도 높아졌다.

“대체 무슨 의도인지 너무 확실해서 문제군.”

“살각이 명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남궁세가처럼 사패천 일곱 기둥 최고의 자리라도 노리는 걸까요?”

“암살자와 여론몰이라니, 여러모로 안 어울리죠.”

사랑탑주와 소천주 강무련, 하오문주가 연무장에서 벗어나는 살각 사람들을 보며 한마디씩 나누었다.

그들 모두 살각의 행보가 수상하다는 데에 뜻을 모은 상태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서 대비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혹시 누가 살각주와 손을 잡았을지 모를 일이죠. 괜한 분란만 만들 수 있습니다. 그건, 천주님부터 용서치 않을 겁니다.”

소천주 강무련은 사패천에 불안 요소를 남겨 두기 싫어했지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오문주의 말이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무슨 꿍꿍이인지 오늘 안에 결판이 나겠군. 차라리 일곱 기둥의 최고 자리를 노리는 거라면 다행이련만…….”

휴식을 위해 사패천을 나가는 살각주와 일행을 눈을 좇으며, 사랑탑주가 가늘게 눈매를 좁혔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무렵.

오늘 결사대전의 마지막 싸움도 거의 끝나 가고 있었다.

쉐에에엑---!

퍽! 퍽!

살각주의 철 접선 네 쌍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홀렬문주 폭렬권 적신혜는 철 접선을 맨주먹으로 내리쳤다.

퍼억!

“어딜-!”

쉐에엑!

하나의 철 접선이 홍렬문주의 격권에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어디서 날아드는지 모를 철 접선 세 쌍이 홍렬문주의 팔과 얼굴, 목에 붉은 실선을 남겼다.

“젠장!”

홍렬문주가 울분에 찬 듯 소리를 질렀다.

홍렬문주는 아무리 빨리 눈알을 굴려도 도무지 철 접선의 움직임을 읽을 수 없으니, 그것이 답답하여 성질이 난 것이다.

살각주의 철 접선은 마치 의지라도 있는 듯 나비처럼 자유롭고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살각주는 차분하고 냉정한 눈으로 철 접선의 날갯짓 하나하나까지 읽고 조종하고 있었다.

성질이 뻗쳐 제 분노도 어찌할 줄 모르는 자와 끝까지 상대의 틈을 지켜보고 냉정을 유지하는 자.

두 사람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쥐새끼 같은 새끼! 으아아아---!”

퍼----억!

홍렬문주의 두 주먹에 기사가 회오리바람처럼 요동쳤다.

홍렬문주가 철 접선을 무시하고 살각주를 노리기 시작했다.

퍼어억-!

거대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과 홍렬문 격권의 위력은, 폭렬권이라는 별호답게 주먹을 막아 내는 살각주의 몸 전체를 뒤로 밀어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어, 어떻게……!”

홍렬문주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살각주를 보았다.

그들의 대전을 지켜보고 있던 사랑탑주와 하오문주, 강무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대전을 구경하던 모든 이들이 놀란 광경이었지만, 특히 홍렬문주 본인과 살각주를 유심하게 보고 있던 세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한 상황이었다.

살각주 보곡성이 암살자의 가벼운 몸으로 홍렬문주가 전신의 기운을 실은 격권을 단지 세 걸음 밀려나는 것으로 맞섰다는 것은.

그리고 그 순간 살각주의 눈이 피처럼 붉게 빛났다는 것은.

“커-헉!”

홍렬문주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의 등 뒤에 철 접선 세 쌍이 노을을 받아 날개를 붉게 반짝이고 있었다.

“오오오-!”

사파 무인들의 놀라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연무장에 홍렬문주의 피가 번지고, 의원들이 급히 그를 치료하려 철 접선에 손을 갖다 대었다.

“뽑지 마-!”

하오문주가 소리치기 전에, 의원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파바팟-!

철 접선에 어떤 장치가 되어 있었던 것인지, 홍렬문주의 몸에 깊이 박혀 있던 철 접선이 뽑혀 나오면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의원들이 급히 그곳을 지혈하려 했지만, 이미 홍렬문주의 몸에서 나온 피가 연무장을 적시고도 남을 양이었다.

“당신……!”

의원에게 미리 말을 했더라면 홍렬문주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 급하게 사랑탑을 달려 나온 하오문주 채명지가 매서운 눈으로 살각주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살각주는 하오문주의 시선을 무시한 채 똑바로 고개를 들어 사랑탑을 보았다.

“사, 살각주 보곡성 승!”

심판을 보던 흑살대주 추서량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결사대전을 마무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최종 승전에 오른 승자는 선택을 하시오!”

사랑탑대전의 규칙에 따라 자신의 조에서 최종 승자가 된 이는 서열을 올릴 것인지, 정점에 도전할 것인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살각주 보곡성에게도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에 살각주 보곡성이 사랑탑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얇은 입술이 더 가늘게 미소를 지었다.

“내 선택은 도전이오! 나는 사패천주 한구혈에게 도전하겠다!”

“……!”

살각주 보곡성의 선언에 사패천 전체가 숨이 멎은 듯한 침묵이 돌았다.

살각주의 선택에 모든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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