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궁마제 (319)화 (319/425)

남궁마제

떨쳐 일어날 진(振) 불행 화(禍) : 선택이라고 한다(3)

파란(波瀾).

살각주의 선언이 있고 사패천에는 그야말로 파란이 일었다.

부딪치고 깨지는 파란에는 어려움이나 시련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살각주의 선언은 파란 그 자체였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사랑탑주가 무겁게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도전이라니.

아무리 내공이 늘고 무공에 진전을 보았다고 해도, 상대가 사패천주였다.

어려움이나 시련 정도라 아니라 필패가 예상되는 결사대전을 뭐 하러 한단 말인가.

사랑탑주는 물론 소패주 강무련과 하오문주도 살각주 보곡성의 의도를 짐작하지 못했다.

“살각주의 경지가 지금까지 보여 준 대로는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무모한 도전이죠.”

“목숨을 걸 정도라면 그자도 뭔가 승산을 찾았다는 건데…… 하오문에서는 뭔가 찾았습니까?”

“없어요.”

강무련의 물음에 하오문주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홍렬문주가 죽었다.

일의 심각성을 인지한 하오문주도 필사적으로 살각의 뒤를 쫓았으나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다.

“수상한 점도 못 찾았습니까?”

“수상한 점이라…… 허!”

말끝을 흐린 하오문주가 기가 찬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수상한 점은 한둘이 아니죠. 살각 사람들의 내공이 비약적으로 늘었는데, 주변으로 아무 이야기가 없다는 게 말이 될 것 같아요? 영약을 구했다면 심마니 쪽으로, 뭔가 큰돈이 생겼다면 상인들 쪽으로, 외부 손님이 있었다면 살각 주변으로 사람들의 말이라는 게 있어야 정상인데, 너무 아무것도 없어요! 심지어 요 근래 살각 암살자들이 외부 활동을 했다는 말도 없더군요.”

하오문주의 말에 사랑탑주와 강무련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대로 수상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수상한 부분은 넘쳐 나는데, 증거가 없어요. 증거가 없다는 것조차 수상하고요!”

하오문주 채명지가 싸늘하게 말했다.

미미하게 붉어진 얼굴이 그녀답지 않게 흥분한 듯도 보였다.

사랑탑주가 그런 하오문주를 조용히 쳐다보다가 물었다.

“하오문주께선 따로 의심하고 계신 곳이 있나 보군요.”

사랑탑주의 질문이 핵심을 찔렀는지, 하오문주가 선뜻 답을 못 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잠시 입술을 움찔거리던 하오문주가 결국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지금 군조가 살각 건물을 지었던 목수를 찾고 있습니다. 대부분 암살문이 그러하듯, 일꾼들이며 목수며 살아 있는 자들이 없더군요. 하지만 오래전에 설계에만 참여하고 빠진 이가 있다 하여 수소문 중이에요.”

“갑자기 건물까지 조사하는 이유는요?”

“……그자가 귀천성과의 접점은 없는지 알아보려고요.”

“귀천성!”

사랑탑주와 강무련이 크게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때.

“다음 말은 제가 하는 것이 좋겠군요.”

“홍랑대부!”

홍랑대부 초산하가 탑주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더 늦기 전에 이야기를 나눠야 할 듯하여 찾아왔습니다.”

홍랑대부 초산하의 등장에 모두가 놀란 얼굴로 그를 보았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임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는 태도로 자리에 앉은 홍랑대부는, 탑주와 강무련, 하오문의 앞에 붉은 구슬 하나를 내놓았다.

“이, 이건……!”

“사기가 예사롭지 않군요. 이것이 무엇입니까?”

“후후후, 역시 탑주님은 느껴지시는가 보군요. 혈정이라는 것입니다. 한수림의 일로 정의맹에 가서 협업을 하면서, 몇몇 귀천성의 기물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중에 하나지요.”

“귀천성의 기물이라…… 갑자기 이것을 내보인 이유가 따로 있는 겁니까? 혹시, 홍랑대부께서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던 겁니까?”

사랑탑주가 혈정을 보며 눈을 빛내면서도 동시에 경계의 눈초리로 홍랑대부와 하오문주를 번갈아 보았다.

사랑탑주는 이 일을 하오문주에게 맡겼을 정도로 그녀를 신뢰했고, 홍랑대부 또한 자신만큼이나 사패천주와 오래되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화를 내지 않고 이 일이 새어 나간 경위에 대해 은근히 돌려 물은 것이다.

그러자 홍랑대부가 묘하게 웃으며 눈을 번뜩였다.

“신양초가가 쫓고 있는 건 살각이 아니라 귀천성이었습니다. 역천대법을 펼치는 비지에 만년독수와 수만 동이의 피를 담고 옮기는 설계가 그리 쉽고 흔한 것은 아닐 것이니. 정의맹과 십이좌회와 함께 그런 공사에 참여한 인부나 목수를 쫓던 중에 하오문과 마주친 게지요.”

“같은 목수를 쫓게 되었으니까요.”

하오문주가 말을 보태었다.

그리고 홍랑대부가 다시 혈정을 들어 보였다.

“하오문주에게 대강의 사정을 듣고 생각을 해 보았지요. 살각과 귀천성이라니, 둘 사이에 접점이 생길 만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 이전의 소리마제가 그러했듯, 귀천성에는 역천대법과 이 혈정, 암림혈귀갑이라는 귀물을 통해 암살자를 단번에 경지 너머로 인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더군요. 살각주가 탐낼 이유가 충분하지 않습니까? 후후후.”

“암림혈귀갑!”

하오문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허! 역시 놈들이 다른 마음을 품은 것이 확실하군요! 당장 놈들을 전부 잡아들여야 합니다!”

강무련이 흥분하며 분노를 드러냈다.

하지만 강무련의 말에 사랑탑주와 하오문주, 홍랑대부까지 누구도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애초에 살각이 배신할 동기와 정황증거를 연결했을 뿐이었다.

실제로 목수가 살각 내부에 역천비지가 있다고 증언을 한 것도 아니고, 결정적인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살각을 막을 수 있는 명분은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당장 살각을 친다고 하면, 천주님부터 반대하실 것이오.”

사랑탑주 마모섬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아는 천주님이라면 설령 살각과 귀천성이 손을 잡은 것을 안다고 해도 살각의 도전을 거부하지 않을 거요.”

“후후, 천주님이라면 그럴 겁니다.”

사랑탑주의 말에 홍랑대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오문주와 강무련도 ‘아니라’고 하진 못했다.

“일단 살각의 배신 가능성은 천주님께 보고드리겠소. 결과는 다르지 않겠지만…….”

사랑탑주 마모섬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패천주의 무모함이나 호전성에 대해서는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하는 편이 나았다.

“미리 막을 수 없다면 대비라도 해야지. 살각이 귀천성에 붙은 거라면, 굳이 이번 결사대전에 참여한 이유는 뭐겠소?”

사랑탑주가 세 사람에게 물었다.

그러자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 있던 하오문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살각주는 현재 천주님께 도전을 한 상태죠. 혹여 놈이 벌써 암림혈귀갑을 얻은 것이라면…… 천주님을 이기고 사패천 전체를 집어삼킬 승산을 찾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오문주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정말 승산이 있는 겁니까?”

강무련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의 의아함에는 ‘살각주가 아무리 기물의 힘을 빌려 봤자 사패천주에게 닿을 순 없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하오문주의 생각은 달랐다.

“암살자의 손에 들어간 암림혈귀갑의 위력에 대해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전의 소리마제가 죽임을 당한 건, 암살자로서의 장점을 버리고 남궁세가에 정면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에요. 그것도 남궁경과 남궁가주, 남궁세가 일장로의 합격이었다고 하죠.”

하오문주의 대답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이런. 천주님께서 대결에서 지신다면, 사패천 전체가 귀천성의 밑으로 들어가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후후후후.”

“놈들도 그걸 노리는 것인가…….”

홍랑대부 초산하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이고, 사랑탑주는 여전히 뭔가 석연치 않은 듯 생각에 빠졌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잠시 후, 갑갑함을 견디다 못한 강무련이 침묵을 깼다.

“정 그러면 일단 결사대전을 이뤄지지 못하게 사부님을 묶어 두고 살각을 처리하는 건 어떻습니까?”

“…….”

“아, 뭔가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 아닙니까! 놈들의 의도가 뭐든, 일단 그냥 치워 버리는 겁니다!”

“……후우.”

홍랑대부 초산하와 사랑탑주, 하오문주가 강무련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왜 강무련이 사패천주의 제자가 되었는지 이제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정말 유감스러운 것은, 사패천주를 묶어 둘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패천 전체가 살각주의 도전에 대해 술렁이고 있었다.

사패천 별관에 있는 한수림의 귀에도 그 소문이 들어갔다.

“아부지가 결사대전을 한다고?”

한수림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예, 정말 큰일이지요? 살각주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수림의 유모가 걱정스럽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어미도 없는 불쌍한 우리 도련님, 아버지까지 다치면 어쩌나.

유모가 안쓰럽다는 듯 한수림의 볼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한수림의 반응은 그녀의 생각과 달랐다.

“보고 싶어!”

“네?”

“보고 싶다고! 나도! 아부지가 싸우는 거!”

“예에? 말도 안 돼요! 도련님이 그 위험한 걸 어떻게 봐요? 안 돼요!”

“그치만! 아부지도 늙었다고. 언제까지 잘 싸울지도 모르는데, 내가 미리미리 봐 둬야지!”

누가 들었다면 기함할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한수림이었다.

아니, 아무리 한수림이라도 사패천주가 들었다면 딱밤이 아니라 꿀밤을 날렸을 말이었다.

“도련님-!”

귀한 도련님에게 손을 댈 수 없는 유모는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 몰래 가자. 나는 쪼끄매서 몰래 가서 보고 와도 모를 거야. 가자, 유모!”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 어딜 가신다고, 큰일 날 소리를!”

유모는 애교스럽게 조르는 한수림의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물론 그녀의 도련님에게는 이것으로도 부족했다.

“그날은 제가 도련님 옆에서 한시도 안 떨어지고 붙어 있을 거예요. 문 딱- 닫고 방에만 있을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아, 너무해!”

“하나도 안 너무해요!”

한수림과 유모가 눈썹을 역팔자로 하고 불퉁하게 입술을 내민 뒤 서로 등을 돌려 앉았다.

* * *

쉐에에에엑---!

펑-! 펑!

“으아아악!”

“도, 도망쳐…… 커헉!”

문을 막아 선 중년인의 등으로 시커먼 갈고리가 와서 박혔다.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중년인을 끌어당겼다.

“아, 안 돼! 아아악!”

파팟-!

얼마나 힘을 주고 있었던 건지.

중년인이 잡고 있던 문설주가 뜯겨 나올 정도였다.

“아, 안 돼……. 안 돼……!”

등에 박힌 갈고리가 중년인의 가슴 쪽으로 나와 있는 상황에서도 중년인은 바닥을 기어갈 정도로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그때.

꽈드득!

인정사정없는 발이 중년인의 등을 짓밟았다.

“커억!”

중년인이 충격으로 피를 토했다.

그런 중년인의 머리 위로 비정할 정도로 냉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귀찮게 만드는군.”

그것이 끝이었다.

파팟-! 팟--!

“컥……!”

등에 박힌 갈고리가 그대로 뜯겨 나가며, 중년인은 단발의 비명도 남기지 못했다.

중년인의 등을 밟고 사정없이 갈고리를 수거한 인영이 고개를 들었다.

흑의에 흉측한 귀면을 쓴 다른 무리와 달리, 인영은 흑색 갑주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흑면을 쓰고 있었다.

그가 문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쫓아라.”

“충.”

인영의 목소리와 함께 흑의에 흉측한 귀면을 쓴 일련의 무리가 문밖으로 쏘아져 나갔다.

무심한 시선이 다시 죽은 중년인을 향했다가 조용히 걸어 나갔다.

“보해문은 끝이군. 남은 곳은?”

“주애조가가 남았습니다.”

“가지. 오늘 안으로 정리를 끝낸다.”

“충.”

인영의 말과 함께 대낮에 보해문을 쑥대밭으로 만든 흑의에 귀면을 쓴 무리가 일제히 떠날 준비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보해문을 둘러본 인영이 빠르게 몸을 날리고, 흑의 귀면을 쓴 무리가 그 뒤를 따랐다.

“저기!”

“……음? 저기가 왜?”

“왜긴, 이 미친놈아! 해질녘에 저렇게 무시무시한 가면 쓴 놈들이 애들을 쫓고 있으면 뭐겠냐!”

쉐에에에엑----!

남궁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저를 보는 현오에게 욕지거리를 뱉고는 검기를 날렸다.

퍼-엉!

청년 하나와 어린 소년 하나.

그들의 뒤를 쫓는 듯하던 흑의 귀면을 쓴 이들이 남궁구의 검기를 막았다.

“……어쭈? 보통 산적이 아닌데?”

남궁구의 눈이 대번에 사납게 굳었다.

그때, 공격을 받은 흑의 귀면인들이 숲으로 모습을 감췄다.

남궁구가 그들의 뒤를 쫓으려 했지만, 하필 그 순간 남궁구의 곁으로 적호단원들이 모여들었다.

“무슨 일이야?”

“그게…….”

남궁구가 뭐라 답을 하기 전, 청년과 소년이 남궁구를 잡고 매달렸다.

“살려 주십시오!”

“도와주세요!”

“어? 어?”

당황한 남궁구가 소년과 청년을 보았다.

다짜고짜 남궁구를 붙잡은 이들의 목에는 어느새 검이 겨눠져 있었는데, 그것을 본 소년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소년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본 적호단원들이 당황한 얼굴로 얼른 검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공포와 두려움, 서러움에 질릴대로 질려버린 소년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으허어어어엉! 살려 주세요---!”

“아, 아니, 그게…… 우리가 죽이려고 그런 게 아니라…….”

소년의 서러운 울음에 적호단원들이 어쩔 줄을 모르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결국 어찌어찌 소년과 함께 온 청년이 자신들의 정체를 밝히고, 남궁구가 정의맹 소속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당황스러운 촌극을 끝낼 수 있었다.

소년과 청년은 보해문의 유이한 생존자였다.

그들은 아버지인 문주가 목숨을 걸고 입구를 막아서고, 둘밖에 알지 못하는 비밀 통로로 움직인 덕분에 도망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사실 남궁구가 아니었다면 죽임을 당할 뻔했지만 말이다.

“크흐흑. ……윤호가 결국…… 크흑흑! 이 어린것들을 두고, 윤호야! 크허허헝!”

남해 검문의 장문인 해천문 계용백이 청년과 소년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린 덕분에, 진화와 남궁경, 적호단주, 청룡단주는 그들의 신분을 더 의심하지 않았다.

“흑의에 귀면이라니…….”

“광룡귀면대가 분명합니다.”

“그 새끼들, 다 죽은 게 아니었구먼.”

남궁경과 청룡단주, 적호단주가 흑의 귀면인들의 정체를 예상할 때, 진화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각오를 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진화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광마제도 이곳에 제 역천비록이 있다는 걸 안 건가? 아니면…… 나 때문에?’

진화의 눈이 울고 있는 소년과 청년을 향했다.

일가와 일문을 모조리 잃고 울고 있는 이들.

이제 와서 그들의 불행이 자신 때문이라 죄책감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

광마제가 만든 불행이었다.

진화 저 때문이 아니라 광마제와 귀천성 때문인 것이다.

“보해문이라면 남해 검문과 긴밀하게 연결된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도를 통하는 곳에 위치한.”

“크흐흑. ……맞습니다.”

“그런 곳이 또 있습니까?”

“예? 그런 곳이라면…… 두 군데 더 있습니다. 산해문과 주애조가.”

“두 곳으로 연통을 보내 보십시오. 변고는 없는지, 위험은 없는지. 광룡귀면대가 온 것이라면, 두 문파도 당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진화의 말에 남해 검문의 장로가 놀란 얼굴로 서둘러 나갔다.

남궁경과 청룡단주, 적호단주가 궁금한 눈으로 진화를 보고 있었다.

진화도 그들의 시선을 알았지만, 그 전에.

“그곳에 온 자들에 대해 세세하게 말해 줄 수 있겠습니까?”

“크흐흑. ……네?”

“흑의에 귀면을 쓴 자들. 그자들 중 특별히 갑주를 입은 자는 없었습니까?”

진화의 물음에 청년과 소년의 눈이 커졌다.

“이, 있었습니다!”

“키가 크고, 갈고리가 달린 사슬을 들었어요! 그걸로…… 그걸로 전부…… 흐어어엉!”

다시 울음이 터진 소년이 청년의 품에 안겼다.

청년은 소년보다 차분한 투로 진화에게 말을 이었다.

“다른 문파도 들렀다 온 듯했습니다. 다짜고짜 공격했는데, 도무지 막을 수 없었습니다. 갈고리가 달린 사슬로 모든 것을 부쉈지만, 그중에서도 그자는…… 검은 철로 된 장갑을 끼고 부수지 못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흑룡수!’

청년의 말에 진화는 그자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전 생에 광룡귀면대를 이끌고 잠삼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자였다.

‘흑룡수…… 무맥! 기어이 네놈이 이곳으로 왔구나!’

진화의 눈에서 푸른 불꽃이 튀어 올랐다.

‘외부와 연결된 모든 것을 끊어놓는다. 그래, 네놈의 수법이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고립된 것이 어느 쪽인지, 죽음으로 가려 보자꾸나!’

눈동자에 번개를 번뜩이며 화사하게 웃는 진화의 모습에, 진화의 앞에 있던 청년이 놀란 얼굴로 시선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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