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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322)화 (322/425)

남궁마제

벼락 진(震) 태울 화(火) : 혼돈의 시작(2)

죽음까지 겪어 보았으니 끝의 허무를 알 것이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진화가 죽음의 끝에서 느끼는 것은 지독한 증오와 분노였다.

죽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

복수가 늦어진 것에 대한 후회.

광마제의 고통을 지켜보지 못한 미련.

그 모든 것을 덮을 만큼 진화는 자신을 원망하고 증오했다.

복수라는 것이 복수 대상의 죽음으로 끝이 나는 거라면, 진화는 분명 이전 생에도 복수에 성공했다.

가장 원망하고 증오했던 자신과 광마제를 죽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건 진화가 원한 복수가 아니었다.

진화는 이전의 생애 동안 제가 느꼈던 고통과 분노를 모두 돌려주고 싶었다.

진화가 자신을 증오하고 원망했던 시간조차도 광마제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고 싶었다.

‘내 모든 것이 부서졌던 시간만큼 너의 모든 것을 부숴 주리라!’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새 삶을 받았다고 증오가 옅어질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 또한 착각이다.

파지지지지직---!

콰과광---콰왕!

하늘을 울리는 천둥소리와 한 번도 본 적 없던 까만 번개가 사슬을 타고 광룡귀면대의 몸을 꿰뚫었다.

“크아아아악!”

새까만 번개에 담긴 것은 진화의 증오와 악의였으니.

오랫동안 수많은 고통과 고문을 이겨 낸 뒤 원귀 가면을 썼을 광룡귀면대원들조차 온몸이 속에서부터 타들어 가는 고통에는 비명을 지르고 몸을 비틀었다.

채—앵!

흑룡수 무맥이 놀란 눈으로 진화를 보았다.

흑룡수를 끼고 있는데도 순간 손뿐만이 아닌 심장이 저릿한 뜨거움에 놀라서 사슬을 놓고 말았다.

“으아아아악!”

“크아악!”

쿵! 쿵!

사슬을 놓을 때를 놓친 수하들이 고통에 못 이겨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평소라면 고작 지붕에서 뛰어내린들 다칠 리 없었겠지만, 지금은…… 마치 고통을 끝내려 몸을 던진 듯 머리부터 바닥에 처박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창천화룡(蒼天花龍)이라 하더니. 남궁의 천뢰제왕검법의 위력이 이 정도라고?’

흑룡수 무맥은 나약하게 떨어지는 수하들을 금방 잊은 채 진화의 무위에 집중했다.

* * *

진화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이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바닥에 처박힌 자들 중에는 운이 좋아 단번에 죽은 이도 있고 여전히 고통 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이들도 있었지만, 싸울 수 없는 자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광룡귀면대 또한 쓰러진 동료들에게 흔들리는 족속이 아니었다.

진화는 지체할 것 없이 희멸문 본관 지붕으로 뛰어올라 검기를 날렸다.

쉐에에엑-!

챙! 챙!

광룡귀면대원들이 갈고리를 들어 검기를 막았다.

그사이, 진화는 그들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쉐에에엑-!

“……커헉!”

대낮에도 새파랗게 빛나는 검강이 소리도 없이 쇠로 된 갈고리와 함께 광룡귀면대원들의 몸을 갈랐다.

검은 원귀 가면 밖으로 붉은 피가 거품과 함께 흘러내리고, 이윽고 원귀 가면이 갈라졌다.

진화가 시리도록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핏물과 시체가 지붕에서 흘러내리는 것을 뛰어넘어 앞으로 나갔다.

스윽! 스--윽!

쉐—액!

무공을 수련할 때, 대부분은 일정 경지를 넘어서면 내공 수련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이전 생에 전쟁을 겪으며 진화는 충분한 힘과 체력이란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극한의 상황, 극적인 순간에도 정확하게 적의 급소를 벨 수 있는 힘과 기술을 수련하고 난 후에는, 오래도록 싸울 수 있도록 힘과 체력을 배분하고 최소한의 힘만으로 적을 죽일 수 있도록 수련했다.

더, 더 많은 적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쉐에엑---!

서걱.

적을 죽이는 것 외에 어떤 낭비도 하지 않겠다는 듯 진화의 검은 소리도 없이 조용히 적을 죽여 나갔다.

“컥!”

“으악!”

깔끔하게 목만, 급소만 베지 않아도 된다.

단번에 죽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비스듬히 잘린 머리로, 팔다리가 날아간 채로 오랫동안 살아 있는 것이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니 적의 비참한 죽음은 걱정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스윽, 슥-!

진화는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거침없이 베고 나아갔다.

화경은 인간의 육체가 가지는 힘과 감각의 한계를 극복하게 했다.

그리고 현경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마저 극복하게 했다.

쉐에에엑---!

실로 눈 깜짝할 사이였다.

지붕 위에 있던 광룡귀면대원들이 모두 뜨거운 핏물을 흘리며 쓰러지는 데 걸린 시간은.

광룡귀면대의 입장에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제 앞에 나타나 검을 휘두르는 진화가 마치 공간 이동을 하는 듯 느껴졌을 것이었다.

그건 진화를 보고 있던 흑룡수 무맥도 마찬가지였다.

번-쩍.

‘……!’

진화의 눈이 정확하게 광룡귀면대 사이에 숨은 흑룡수 무맥을 향했다.

눈동자가 푸른색으로 번뜩이는 순간, 흑룡수 무맥은 진화가 저를 향해 웃은 것 같다고 느꼈다.

그때.

섬전십삼검뢰 붕격우산이 산사태처럼 거세고 무지막지하게 그들을 향해 떨어졌다.

파파파파팟--!

챙-! 챙챙-!

“크아아아악!”

“……!”

흑룡수 무맥의 눈이 커졌다.

갈고리를 걸었던 광룡귀면대원은 새파란 빛무리 속에서 골격을 훤하게 드러낸 채 쓰러졌다.

채—앵!

무맥은 본능적으로 양팔을 들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퍼-억!

“큿!”

충격으로 뒤로 밀려난 무맥이 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지붕에서 내려온 진화가 중정에 있던 광룡귀면대원 수십 명을 쓰러뜨리고, 나머지에 둘러싸여 있었다.

파지지직---!

푸른 불꽃이 번쩍일 때마다 광룡귀면대원들이 쓰러졌다.

진화가 저를 향해 웃었다고 생각한 것은 흑룡수 무맥의 착각이 아니었다.

진화는 광룡귀면대원들에게 둘러싸인 와중에도 흑룡수 무맥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마치 ‘다음은 너다.’라고 말을 하는 듯.

저를 향해 번뜩이는 번개를 본 흑룡수 무맥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쏟아졌다.

지독했다.

하나, 하나 휘두르는 모든 순간에 살의를 담아 낸 저 검이.

‘주군의 제물.’

흑룡수 무맥은 흑룡수를 받고 새롭게 태어나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과연 저것을 주군에게 가져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답은 이미 내려졌다.

‘주군의 제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주군과 대업이다!’

흑룡수 무맥의 눈에서 살기가 흘렀다.

그리고 곧장 모든 광룡귀면대를 불러 모았다.

삐이이이--!

흑룡수 무맥의 휘파람 소리에 희멸문 본관 안쪽에 숨어 있던 광룡귀면대원들이 중정으로 모여들었다.

“저놈을 죽여라!”

주군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제물이었지만, 저는 물론 다른 누구도 저놈을 잡을 순 없을 것이다.

주군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은 얼마든지 바칠 수 있지만 저건…… 목숨을 바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게 흑룡수 무맥의 결론이었다.

‘주군은 저놈을 잡을 수 없으면 그냥 놓아 버리라고 하셨지만, 이대로 살려 둔다면 필시 주군의 일에 방해가 될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죽인다!’

흑룡수 무맥은 자신의 주군을 위해 그의 제물을 죽이기로 했다.

무맥의 결정에 따라 광룡귀면대가 시체를 발견한 까마귀 떼처럼 까맣게 진화를 향해 내려앉았다.

“진화야--!”

남궁경의 목소리가 중정을 넘었다.

그 순간.

콰광--! 쾅!

파지지지지직--!

“크아아아악---!”

광룡귀면대 사이로 푸른 번개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진화를 덮었던 이들이 모조리 나가떨어지고, 흑룡수 무맥은 진화의 왼손에 팔이 잡혀 있었다.

번개가 뿜어져 나오는 눈으로 무맥을 보며 진화가 미소를 지었다.

“……!”

그 무지막지한 광경에, 진화를 구하기 위해 급히 달려왔던 청룡단주나 적호단 십 조원들 모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 * *

퍽-! 퍽퍽!

진화는 갈고리로 제 몸을 엮고 단검을 찔러 들어오는 광룡귀면대원들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죽을 자리로 찾아오는구나.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꼴은 보지 못하겠지만, 뭐 어때. 잠삼현의 사람들보다 고통스럽게 죽여 주마!’

진화는 제 몸을 감는 사슬을 내버려 두었다.

그들이 눈을 깜빡이는 그 순간조차 진화에게는 기다림의 시간이었으니.

극한으로 집중력이 오른 시야로 단검을 든 자들과 사슬을 엮은 자들이 교차하는 그 순간을 포착하자마자, 진화는 망설이지 않고 뇌전으로 사슬을 터뜨렸다.

“크아아아악---!”

터져 나간 사슬 조각이 온몸에 박혀 비참하게 나가떨어지는 광룡귀면대의 모습을 보며, 진화가 만족스러운 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공기의 흐름에 따라 몸을 회전하며 저를 노리고 뻗어 오던 흑룡수 무맥의 팔을 잡았다.

“……!”

흑룡수 무맥의 눈빛이 경악으로 가득 찬 것이 마음에 들었다.

“고통스럽게 울부짖어라.”

진화의 눈동자 안에서 다시 천둥번개가 내리쳤다.

파지지지직----!

“크아아아아악-!”

흑룡수 무맥이 비명을 질렀다.

무맥은 온몸의 실핏줄이 검게 타들어 가는 와중에 이를 악물고 잡히지 않은 오른팔을 뻗었다.

퍼---억!

설마 흑룡수 무맥이 그 상태로 공격을 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진화는 급히 무맥의 손을 놓고 몸을 틀어 주먹을 피했다.

그때.

“이놈의 새끼! 감히 내 아들을 쳐-!”

쉐에에에엑---!

흑룡수 무맥의 뒤통수로 거대한 기둥이 날아들었다.

그 광경을 보며 진화가 눈을 크게 떴다.

진화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잠삼현의 지옥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오로지 남궁경의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

진화가 놀란 얼굴로 남궁경을 불렀다.

남궁경은 진화를 향해 씨익- 웃으며 흑룡수 무맥을 향해 기둥, 아니 검강을 휘둘렀다.

“뭐 하나, 남궁진화를 구해라!”

청룡단주가 멈춰 있는 적호단 십 조를 움직였다.

“어째, 우리가 도련님을 구하는 게 맞아?”

“저놈들을 구할 순 없잖아.”

청룡단주가 남궁구의 말을 모르는 척하는 사이, 남궁교명이 남궁구의 말에 대꾸를 하며 검을 들고 광룡귀면대를 베었다.

퍽! 퍽! 퍽! 퍽!

그들을 향해 다가오던 광룡귀면대원들은 현오가 던지는 염주 알에 머리가 터져 나갔다.

“남궁 시주 손에 고통스럽게 죽느니, 이 몸이 불자의 자비로 한 방에 죽여 주겠소!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부처님은 망자의 외모에 대해서도 관대하신가 보군.”

관서겸이 머리가 터져 나가며 죽은 시체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영혼은 멀쩡하겠지?”

“아마도.”

“흥! 머리가 터지나 안 터지나 어차피 저놈들의 얼굴은 망했다!”

확신 없는 팽가 형제와 오로지 진화의 외모만 보고 청혼서를 넣었던 나하연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글러먹었어.”

“오랜만에 말이 통하는군.”

무모하게 뛰어든 이들을 보며 얼굴을 찌푸린 제갈상과 당혜군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표창과 은화대침을 날렸다.

진화가 놀란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흑룡수 무맥을 몰아붙이는 남궁경.

두려움 없이 광룡귀면대와 맞서 싸우는 동료들.

용감하게 싸우는 그들의 모습에서 절망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게 지금의 전쟁터로구나.’

아무런 희망 없이 죽을 날을 기다리며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승리할 것이라 믿으며 싸우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화는 잠삼현의 악몽에서 완전히 깨어났다.

‘아버지, 청룡단주님, 남궁구…… 남궁교명.’

복수를 해야 하는 사람은 자신만이 아니었다.

비록 저들은 모르는, 몰라야 하는 복수겠지만.

진화는 광룡귀면대와 싸우고 있는 남궁세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가슴에서 울컥 뜨거움이 올라왔다.

하지만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밖에는 아직 적호단과 청룡단, 창궁무애단이 수적 열세 속에서 귀천성 무인들과 싸우는 중이었고, 이곳 중정에도 광룡귀면대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화 자신의 복수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누구도 살려 보내지 않는다.’

진화가 입을 굳게 다물고 의지를 다졌다.

현경을 밟은 고수의 의지는 현실이 된다.

가볍게 휘두른 검에도 진화의 살의는 잔혹하게 광룡귀면대의 목숨을 빼앗았다.

청룡단주와 적호단 십 조의 시선이 진화에게 모여들었다.

자유롭게 걸음을 밟고 검을 휘두르는 모든 움직임이 바람이 부는 듯 자연스러운 동시에 남궁세가의 검법에 한 치도 어긋남이 없으니. 적을 죽여 가는 진화의 모습은 잔혹하다기보다 아름다워 보일 정도라,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도무지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진화의 시선이 남궁경을 찾았다.

“크아아아앗---!”

퍼-억!

챙! 챙!

남궁경은 흑룡수 무맥을 쉴 틈 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

진화는 그런 남궁경의 모습을 황홀한 듯 바라보았다.

이전 생에선 흑면마룡 무맥과도 겨우 호각을 다투던 남궁경이, 지금은 흑룡수 무맥을 과감하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남궁경은 적호단주가 남궁세가의 기둥을 뽑아 왔냐고 놀리는 거대하고 두꺼운 검강을 뿜으며 남궁세가의 모든 검술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구현했다.

쉐에에에엑----!

창궁무애검법 청명일기의 날카로운 검도를 따라 무맥의 흑룡수가 매끄럽게 갈라졌다.

퍼억! 퍽!

무맥이 광룡귀형권으로 사납게 심장을 노리자, 천풍검법 산개여야로 검막을 휘둘렀다.

기력이 쇄하고 몸을 혹사하여 육체마저 약해진 남궁경이 아니라, 창천의 모든 검술을 통달한 남궁제일검 남궁경의 모습.

이전 생에 진화가 그토록 동경하고 애정하던 남궁경의 모습이었다.

다시 가슴속에서 울컥 뜨거움이 솟았다.

차오르는 감격만큼이나 이전 생에 이 모든 것을 없앴던 광마제를 향한 증오도 차올랐다.

“타아아아앗!”

진화가 사위를 향해 천풍검법 하해광풍을 휘둘렀다.

진화의 안계에는 공기 중에 안개처럼 퍼진 핏방울이 선연했다.

진화는 복받치는 감정을 끌어안은 채 땅에 검을 박아 넣고 온몸의 기운을 쏟아부었다.

천뢰제왕검법 무수전뢰--!

파파파파파파팟----!

마지막까지 검을 들었던 광룡귀면대원들의 온몸에 불꽃이 튀었다.

“크아아아악----!”

“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비틀던 그들의 머리 위로 마침내 천뢰우전까지 떨어지고.

그들은 마치 천벌을 받은 듯, 새하얀 백골까지 타들어 가며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크아아아아---!”

고함은 남궁경의 것이었다.

꺄아아아아----!

흑룡수 무맥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기운이 사납게 입을 벌린 흑룡처럼 공기를 찢으며 남궁경을 덮쳤다.

남궁경은 기합 한 번과 함께 그 광경을 마주하며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남궁경의 검을 둘러싸고 있던 거대한 검강이 확장되며 그의 전신을 둘러쌌다.

스스로 푸른 불꽃이 된 남궁경이 흑룡의 입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

진화가 눈을 크게 뜨고 남궁경을 불렀다.

쉐에에에에엑---!

제왕무적검 제왕검형 불위(不危).

흑룡의 입 안에서 남궁경이 자유롭게 남궁세가의 창궁을 그려 냈다.

쩌억, 쩌어억.

조각조각 검은 기운을 뚫고 남궁의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타아아아앗-!”

파—앗!

푸른 불꽃이 검은 흑룡을 터뜨리고. 

흑룡을 뚫고 나온 남궁경이 흑룡수 무맥의 두 팔을 자르고 그의 목을 베었다.

“크아아악!”

쿵.

흑룡수 무맥의 목이 떨어졌다.

진화는 저도 모르게 정신없이 남궁경에게 달려갔다.

“아버지!”

“오오! 진화야! 내 아들-!”

남궁경이 환하게 웃으며 진화를 안아들었다.

“아버지……!”

남궁경의 옷깃을 붙든 진화의 손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남궁경은 그제야 폭포처럼 눈물을 쏟아 내고 있는 진화의 얼굴을 발견했다.

“진화야?”

“아아…… 아버지…….”

진화는 떨리는 손으로 남궁경의 옷깃을 잡고 뜨겁게 살아 숨 쉬는 남궁경의 체온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울음을 쏟아 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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