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엿볼 진(診) 그림 화(畵) : 수읽기(3)
육림군은 육림(六林)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언뜻 사방의 거대한 여섯 봉우리에서 따온 이름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하나의 거대한 산맥과 두 개의 지맥으로 둘러싸인 이곳에 들어오기까지 여섯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었다.
그만큼 평지보다 산지가, 마을보다 숲이 많은 곳이었다.
“생각할수록 멍청한 놈들.”
“어느 산부터 봐야 하나 막막했는데 잘됐지.”
“산인지도 확신할 수 없는 거 아닌가?”
“아니, 산인 건 확실하지. 멍청아! 주변을 둘러봐라, 여기 산 말고 다른 곳이 있는가!”
“아닐 수도 있지! 그놈들이 뭐가 예쁘다고 우리한테 역천비지를 가르쳐 주겠냐! 아니, 애초에 우리가 역천비지를 찾는 건 놈들이 어떻게 알고?”
“…….”
“……오.”
맞는 말이라서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황계수가 허를 찔린 얼굴로 이천평을 보았다.
다른 이들도 놀란 얼굴로 이천평을 보았다.
그들은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논리적인 말을 이천평이 했다는 사실 자체에 놀란 듯했다.
“뭐야, 그 반응들은?”
“제갈상, 지형은 살펴봤나?”
“예. 확실히 계산(鷄山)도 아가리를 벌린 용 머리가 있는 형국에 용루가 모이는 지형들이 몇몇 곳 있었습니다. 순서가 어쨌든 나중엔 살펴봐야 할 곳이긴 합니다.”
제갈상의 말에 진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처럼 수많은 유력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저들의 유인을 따라 계산을 먼저 살펴본들 나쁠 것은 없었다.
게다가 육림군에는 적호단도 같이 와 있었다.
육림군이 큰 교역지는 아니지만 남해에서 익주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하여, 정의맹에서 역천비지와 상관없이 주변 정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적호단이 지척에 있으니, 적의 유인을 따라 모험도 해 볼 만했다.
“놈들이 계산을 특정한 것을 보면, 혹시 우리가 역천비지를 찾는 것을 알고 비슷한 지형을 찾아 유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남궁교명의 말에 남궁구와 당혜군, 초서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제갈상이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아마 그건 아닐 거다. 역천비록을 해석하지 않은 이상은 역천비지의 위치나 지형을 알 수 없으니까.”
“하긴. 혼현마제도 알지 못한 것을 저들이 벌써 알아냈다? 가능성이 높지 않지.”
“내 말이!”
제갈상과 강무련의 말에 남궁교명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납득했다.
이천평이 제가 이미 했던 말이라며 반색하여 끼어들었지만, 누구도 그의 말엔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하나 걸리는 것은.
“그럼 저놈들은 대체 뭘 노리고 우릴 유인하는 거지?”
“…….”
이번 남궁구의 질문에는 아무도 답을 내놓지 못했다.
‘혼현마제…….’
과연 그자가 진화 일행이 뭘 하는지 모르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계림에는 돈을 받으면 뭐든 해 주는 짐승 같은 자들이 있다 했던가?’
이전 생의 기억 하나를 떠올리며, 진화의 눈빛이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가 보면 알겠지. 만약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면 우리가 알려 줘도 좋고.”
진화는 여상하게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그의 말을 여상하게 듣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날 새벽.
진화와 숙청단은 수상쩍은 자들이 흘렸던 정보대로 계산에 먼저 올랐다.
* * *
산봉우리가 새벽에 우는 닭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계산(鷄山).
이곳은 육림군의 사람들조차 함부로 들기를 피하는 곳이었다.
길이 험하고 가파른 것은 물론 거대하고 울창한 숲이 큰 산맥까지 연결된 터라, 길눈이 밝고 계산을 아는 자라 할지라도 길을 잃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계산부터 큰 산맥까지 장족 외에도 위험한 맹족부터 이민족의 마을이 군데군데 있는데, 개중에는 한족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마을도 많았다.
그래서 육림군을 드나드는 한족 상인들은 결코 계산을 드나들지 않았다.
“마을에서 감시하는 눈은?”
“놈들 말고는 없었습니다.”
군조의 대답에 진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들 외에 귀천성과 엮인 자들은 더 이상 없나 보군.’
진화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리고 곧바로 계산 입구를 향했다.
“들어가지.”
“충.”
진화의 뒤를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바짝 붙어 따르고, 그 뒤를 다른 일행이 쫓았다.
그리고 제일 뒤에 팽수과 황계수가 자리를 잡았는데, 그 모습이 퍽 자연스러워 보였다.
쉭-! 쉭쉭--!
비슷비슷한 나무 기둥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튼튼한 나뭇가지가 얽히고설켜 울창한 잎을 하늘마저 가려 버리니. 조금만 깊게 들어와도 어디가 어딘지 모르게 되어 버리는 것이 숲이었다.
하지만 그건 진화 일행과는 상관없는 말이었다.
휙-!
숲으로 들어온 지 반시진 정도 되었을까.
거대한 석벽이 이어지는 길 앞에서 진화가 걸음을 멈추었다.
“……진짜 역천비지가 있었군.”
진화의 말에 일행이 일제히 진화가 멈춰 선 석벽 앞을 보았다.
양쪽이 석벽으로 막힌 좁은 길이 안쪽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이전에도 보았던 지형이었다.
“확실한 거요?”
“집중해서 느껴 봐라.”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은 사람은 이천평뿐, 다른 이들은 진화의 말이 있기 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기감을 집중하고 있었다.
중원은 거대하고 넓은 땅이라, 아무리 역천비록이 알려 주는 천문으로 위치를 찾았다고 한들 지도 위의 한 점조차 수개의 마을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았다.
용루가 모이는 지형조차도 비슷비슷해 보이는 곳이 지천으로 널렸다.
하지만 단 하나.
역천비지에서 흘러나오는 독특한 기운만큼은, 주변 어떤 곳과 비슷하다고 할 수 없는 확실한 증거였다.
진화가 잠시 시간을 둔 것은 단주로서 단원들이 실전에서 적의 기운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기감을 가다듬을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특히 역천비지의 독특한 기운을 알아차리는 것은 앞으로 귀천성과의 전쟁에 도움이 될 것이었다.
푸르고 맑은 숲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침한 사기가 좁은 길을 따라 조금씩 흘러나와, 이제는 다른 일행도 조금씩 그것을 느끼는 중이었다.
“됐나?”
진화의 물음에 강무련과 남궁구, 현오와 나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지만 마냥 시간을 주고 있을 순 없었기에 다음을 기약했다.
“사기만이 아니다. 주변을 둘러싼 기운의 흐름을 파악해라. 숲의 흐름 속에 숨은 이질적인 기운이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 앞으로 너희들의 눈을 피해 숨을 수 있는 적은 없을 테니까.”
진화의 눈에는 실타래처럼 이어진 기운의 흐름이 선연했다.
청명하게 이어지는 풀숲의 호흡, 그 속에 끼어든 짐승들의 뜨끈한 숨소리.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데, 딱 역천비지에만 기운이 고인 듯 흐르지 않았다.
세상에 순환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뿐이라, 어째서 귀천성에서 이곳들을 필요로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지.”
진화의 말과 함께, 숙청단이 거침없이 석벽 사이의 좁은 길로 뛰어들었다.
그때.
쉐에에에에에엑----!
석벽사이의 공기를 뚫고 뭔가가 빠르게 날아왔다.
파지직.
진화의 눈에서 푸른 빛이 번뜩였다.
* * *
퍼---펑!
굉음과 함께 석벽이 무너졌다.
“뭐지? 물러나라!”
놀란 추설대가 수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추설대의 명령에 수하들이 뒤로 삼 장씩 물러섰다.
추설대가 눈을 크게 뜨고 석벽 사이의 길을 노려보았다.
‘분명 쇠살을 날렸는데 적의 비명은 울리지 않고 석벽만 무너졌다고?’
석벽 사이 좁은 길의 출구가 한층 넓어지고, 무너진 돌 더미가 뿌연 먼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추설대가 눈매를 가늘게 좁히며 사냥감을 찾았다.
그때.
쉐에에엑---!
“크아아악!”
퍽. 퍽.
“으악!”
추설대의 뒤, 뭔가가 꽂히는 듯한 소리와 함께 수하들 사이에서 비명이 났다.
쇠살을 날렸을 때 그가 기대했던 그런 소리였다.
그런데 그 소리에 왜 그의 수하들에게서 난단 말인가!
“뭐야?”
놀란 추설대가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 순간.
그가 왜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거대한 기운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퍼—억!
“큿!”
추설대가 팔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
양팔을 겹쳤음에도 충격이 팔과 어깨를 타고 가슴까지 전해졌다.
“쓰불, 내가 사기, 탁기 이런 건 못 느껴도 산적들 암내는 기가 막히게 맡는다고! 산 밑에서부터 따라오는 걸, 누가 모를 줄 알았냐?”
퍼---억! 퍽! 퍽!
이천평의 주먹이 사정없이 추설대의 온몸을 향해 쏟아졌다.
구 척 거구에 터질 듯한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에 추설대는 가까스로 주먹을 막아 내면서도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쉐에에에엑-!
“크아아악!”
솨아-! 퍽퍽!
“으악!”
“컥!”
추설대가 밀려나는 순간에도 그의 수하들은 빠르게 죽임을 당하고 있었다.
이미 그들이 자신들을 쫓고 있다는 걸 알고 있던 숙청단은 좁은 길을 뚫고 날아드는 화살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진화의 뇌전이 쇠살을 터뜨리는 충격 속에 자신들의 기척을 숨기고, 그대로 추설대와 그의 수하들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마음먹은 대로 무자비하게 그들의 목숨을 앗았다.
‘이렇게는 안 돼-!’
추설대는 조금 이르지만 수하들이 전멸당하기 전에 지원을 부르기로 했다.
“누님--!”
추설대가 간신히 이천평의 주먹을 막으며 소리쳤다.
그때.
“싸우는 중에 치사하게 누나 부르기 있냐?”
“누님 무섭기로는 우리 단주님 누님이 최고라고.”
쉐에에엑-!
“헉!”
언제 접근했는지 알지도 못한 사이에 청색 무복을 입은 두 사내에게 뒤를 빼앗긴 추설대는, 꼼짝없이 자신의 허리가 양단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 그의 누님이 늦지 않았다.
쏴아아아- 파팟-!
채-앵!
갑자기 날아든 채찍에 남궁구와 남궁교명의 검이 막혔다.
“오, 누나가 빠르네.”
“속도는 우리 단주님 누님보다 낫군.”
남궁구와 남궁교명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장난스러운 농담을 이어 가며, 채찍이 날아든 곳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
쉐에에에에엑---!
파-아!
나무 사이에 몸을 숨긴 인영이 급하게 몸을 날려 남궁구의 검기를 피하고, 남궁교명의 검기를 채찍으로 쳐 냈다.
검은 두건에 검은 허리띠, 그리고 이제 막 떠오르는 햇빛에 번들거리는 검은 채찍을 든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와 동시에 숲속에 숨어 있던 다른 인영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맹족 좋아하시네.”
검은 두건과 허리띠를 하고 화살과 도끼, 채찍을 든 무리를 보며 남궁구가 입술을 이죽거렸다.
수십 명의 인영이 그들을 둘러싼 상황임에도 숙청단의 얼굴에는 여유가 흘러넘쳤다.
“네놈들은 모두 여기서 죽는다!”
채찍을 든 여인이 숙청단을 향해 소리쳤다.
그녀의 표독스러운 눈빛이 유독 진화를 향했다.
“수하들의 복수를 위해 찢어 죽여 주마!”
여인과 함께 수십 명의 무인들이 숙청단을 완전히 감싼 형국이 되자, 추설대가 등에 매고 있던 채찍을 풀어 내며 목소리를 키웠다.
이미 추설대의 수하들을 모두 죽인 숙청단이 진화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역시 계산 장족을 이끄는 추편문입니다. 저자가 육저귀편 추설대, 저 여인이 마라독편 추설미인 듯합니다.”
제갈상의 말에 진화가 저를 노려보며 혀로 입술을 핥고 있는 추설미와 숙청단을 향해 살기를 뿜어내는 추설대를 보았다.
그리고 특히 추설미를 향해 눈을 맞추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서서히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진화의 얼굴이 붉게 빛나고.
“계산삼살은 삼남매로 알고 있는데, 한 명은 아직 오지 않은 건가? 뭐, 상관없지. 오늘로서 너희 덕분에 계산에 있는 모든 장족들이 사라질 테니까.”
“뭐야!”
요요하게 빛나는 진화의 미소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추설미와 추편문 무인들은 정신을 차렸을 땐.
피이이이이---!
팽가 형제가 부는 피리 소리가 석벽을 뚫고 계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진화의 손에서 새파란 뇌전이 추설미를 향해 뿜어져 나왔다.
* * *
함정이란 애초에 지형적, 상황적 이점을 이용해서 상대를 이길 목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형적, 상황적 이점이 아니라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것.
“이, 이렇게 강하다는 말은……!”
“정보를 못 들었나? 역시 너희는 혼현마제가 버린 패였군.”
“닥쳐-!”
덤덤하게 떨어지는 진화의 말에 추설미가 피를 뿜으며 소리쳤다.
쉐에에엑-!
퍽! 퍽!
추편문 무인들이 든 화살보다 빨리 당혜군과 제갈상, 군조의 암기가 그들의 목을 꿰뚫었고, 그들이 도끼로 내려치는 힘은 나하연과 팽가 형제에게 어떤 충격도 주지 못했다.
또한 남궁구와 남궁교명의 검은 그들의 채찍이 출렁이는 것보다 빨랐고, 현오와 이천평, 황계수의 주먹은 단번에 추편문 무인들의 뼈를 부러뜨리고 머리를 터뜨렸다.
“이런 망할--!”
“동작이 크고, 단순하군.”
추설대가 채 채찍을 감기도 전에 그의 코앞에 접근한 강무련은 훤하게 열려 있는 추설대의 가슴을 향해 사정없이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퍼퍼퍼퍼퍼퍽! 퍼퍽!
“커헉!”
추설대가 피를 토하며 물러서고, 그의 가슴은 그곳을 보호하던 모든 뼈가 부러진 듯 움푹 들어가 있었다.
“설대야---!”
추설미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녀 또한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녀의 코앞에서 뇌전이 번뜩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약하니까 되레 우리가 악당 같군. 물론, 네놈들에겐 악당이 아니라 악마도 될 수 있지만!”
번---쩍.
추설미가 본 것은 새파랗고 눈부시게 환한 빛이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조용히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땅바닥에 쓰러졌다.
“전부 부숴라.”
“추-웅!”
추편문 무사들이 모두 죽은 가운데, 진화의 명을 받은 숙청단이 악당들처럼 앞으로 나섰다.
콰과광---쾅!
마지막 팽가 형제의 일격에 역천비지로 가는 입구와 같던 좁은 석벽 길이 무너졌다.
이로써 죽은 기운을 품고 있던 역천비지의 지형이 모두 부서지고 무너진 채, 주변의 숲으로 사기와 탁기가 모두 흩어졌다.
그리고 때마침.
“여어-! 새끼들, 일 치르기 전에 신호하라니까!”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두건을 쓴 머리를 들고 적호단주가 한 손을 흔들며 나타났다.
“진짜 악당 나셨네.”
“저건, 초살일편 추설주의 머리인가?”
“두건의 붉은 깃을 보면 장족 우두머리가 확실하다.”
적호단주를 보며 당혜군과 초서비, 제갈상이 수군거렸다.
사실 그들의 말처럼 적호단주의 뒤로 어슬렁어슬렁 나타난 적호단원들은, 짙은 혈향을 풍기며 흉흉하게 웃는 얼굴이 딱 계산 산적이라 하면 어울릴 법한 모습이었다.
“끝났나?”
적호단주가 흔적도 없어진 역천비지를 둘러보며 여유롭게 물었다.
“예.”
“역시 함정이었군.”
“그보다…… 혼현마제가 눈치를 챈 듯합니다.”
“뭐?”
진화의 덤덤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적호단주가, 이어진 말에 놀라 되묻고 말았다.
하지만 곧 심각해진 눈으로 진화에게 다시 물었다.
“확실하나?”
“우리가 역천비지를 찾고 있는 것이 맞는지, 그걸 확인하려고 저자들을 보낸 듯합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제갈 군사에게 바로 연락하지.”
적호단주가 심각해진 얼굴로 답했다.
그리고 적호단주가 더 뭐라 하기 전에.
“진화야--!”
남궁진혜가 끼어들어 진화의 안위를 살피며 끼어들었다.
대화의 흐름이 깨어졌지만, 진화와 적호단주는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충분했다.
“우리 쪽 누님이 확실히 느려.”
“아아. 더 무섭긴 하지만.”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피투성이가 된 남궁진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이, 근데 왜 자꾸 적호단 사람들이 우리더러 시발단이라고 하는 거야?”
“…….”
어쨌든 이번 임무까지.
결과는 언제나 고요하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