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엿볼 진(診) 그림 화(畵) : 수읽기(4)
정의맹 군사부.
이제는 정사연합의 군사부가 되었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제갈가주와 남궁진휘가 산더미 같은 문서와 죽간이 쌓아 놓고 있던 곳에, 홍랑대부 초산하와 천수현인 제갈길현의 자리가 더 추가되었다는 것뿐.
네 사람의 책상이 동서남북으로 떨어서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입에서 단내 나겠구먼. 어째 어제부터 지금까지 입을 여는 놈이 하나도 없어?”
천수현인 제갈길현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어제부터 두 시진마다 벌어지는 제갈길현의 불평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창 전쟁 중일 때도 이 정도로 일하는 놈들이 없었는데.
“지독한 놈들……!”
제갈길현이 치가 떨린다는 듯 제갈가주와 남궁진휘, 초산하를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문서에서 눈을 떼서 제갈길현과 눈을 마주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각. 사각.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드르르륵.
문서를 보고 있던 제갈가주가 조용히 일어섰다.
집무실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중원의 지도가 놓여 있었는데, 제갈가주가 지도에 다가가더니 그 위에 놓인 색색의 바둑돌을 움직였다.
탁. 탁. 탁. 탁.
낙양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흑돌과 양청현과 사주를 중심으로 한 백돌, 신 제국을 중심으로 중원 곳곳에 놓여 있는 붉은 돌.
그리고 제갈가주가 방금 녹색 돌을 교주 일대를 중심으로 놓았다.
“익주군에서 교주로 이동한 듯 보입니다. 이화문에서 화공문주와 홍매궁주와 수성보주의 모습이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이로써 혼현마제에게 넘어간 세력은 대강 보이는 듯합니다.”
“대호족들도 신 제국과의 끈이 떨어졌으니, 조만간 움직임이 있겠구나.”
천수현인 제갈길현이 지도를 보며 눈을 빛냈다.
중원 전역에서 백매단과 개방, 월하회의 눈들이 매시간마다 보내는 정보로 만들어진 지도였다.
이 또한 이전 그가 전쟁을 이끌 때와는 달라진 것이었다.
‘고작 십수 년이었거늘…… 대체 여기에 얼마나 매달린 거지?’
제갈길현이 누워 있는 동안, 제갈가주는 중원 전역에 있는 문파들의 정보를 수금하듯 백매단이 거둬들이는 체계를 만들었다.
효율적인 동선과 정보책, 그들을 유지하는 자금과 잘 훈련된 전서구 등등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 사람을 쥐어짠 건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제갈길현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제갈가주를 보았다.
표정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았지만, 눈 밑은 먹칠을 해 놓은 듯 새까맣고 입술을 허옇게 말라 있었다.
아버지로서 자랑스러움과 안쓰러움이 우러나왔다.
“아버지.”
“오냐.”
“아까부터 손이 놀고 계십니다.”
“……빌어먹을 새끼.”
제갈길현이 말린 생선처럼 바짝 마른 눈으로 제갈가주를 노려보았다.
그때.
드르르르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선 남궁진휘가 창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멀리서 익숙한 새 울음이 들렸다.
삐---이!
파드드드드득!
순식간에 내려온 매응이 남궁진휘의 팔에 앉았다.
삐이이이.
근래 남궁진휘와 진화 사이에서 바쁘게 오간 매응이 남궁진휘의 손에 부리를 문지르며 애교를 부렸다.
“오냐. 오냐. 진화는 잘 지내지?”
삐이이이.
“그래. 다행이다. 너도 수고했다.”
매응과 대화를 나누며 매응을 쓰다듬은 남궁진휘가 매응의 목덜미에 숨어 있는 전서를 꺼냈다.
“저 남궁 놈 시키 입 터는 것 좀 봐라. 내가 새만도 못했냐?”
“아버지, 손.”
“알아! 빌어먹을 놈아!”
남궁진휘가 암호로 된 전서를 읽는 사이, 제갈가주는 제갈길현을 재촉해서 지도 위에 바둑돌을 옮기는 것을 마쳤다.
그리고 잠시 후.
전서를 모두 해독한 남궁진휘가 입을 열었다.
“혼현마제가 눈치를 챘다고 합니다. 우리가 역천비지를 찾아 부수고 있다는 걸 추편문을 움직여 확인했다는군요.”
“호오.”
투덕거리고 있던 제갈길현과 제갈가주는 물론, 조용히 문서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홍랑대부 초산하까지 고개를 들었다.
네 사람의 눈이 일제히 번뜩였다.
“고기가 미끼를 건드렸으니, 다음 진도를 나가야지.”
“미끼를 흔들 차례로군요.”
“다음 역천비지가 황도에 있다는 말을 흘리고, 월하회와 하오문에도 알려 두겠습니다.”
“진화에게는 조금 천천히 황도로 움직이라 하겠습니다.”
정사연합 군사부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갈가주와 홍랑대부, 남궁진휘가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위해 나가고.
혼자 남은 천수현인 제갈길현이 지도 앞에 섰다.
지도 위에 어지럽게 널린 바둑돌을 뚫어져라 보던 제갈길현이 눈빛을 번뜩이며 바둑돌을 움직였다.
탁. 탁. 탁. 탁. 탁.
몇 개의 바둑돌이 움직이면서 붉은 바둑돌이 북쪽으로 깊이 들어왔다.
“그래, 네놈이 가만히 있으면 이상한 일이지. 대호처럼 울면서 쥐 새끼처럼 움직이는 게 특기이지 않나. 안 그래? 클클클.”
탁한 목소리로 웃은 제갈길현이 다시 두 개의 바둑돌을 움직였다.
탁. 탁.
“영리한 쥐가 늘 제 발로 덫을 향하지.”
황도 깊숙이 녹색 돌이 들어오고, 그 위에 붉은 돌과 하얀 돌이 하나씩 얹어졌다.
* * *
신 제국 황궁.
불을 켜지 않은 깜깜한 대전.
거대한 용좌의 아래에 세 명의 사내가 서 있었다.
용좌에 앉은 이가 그중 한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복건주.”
오랫동안 대사마로 불려 왔기에, 대전에서 이렇게 이름을 불린다는 것이 새삼 어색했다.
지금 용좌에 앉은 이가 조정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이렇게 실감이 났다.
“그대가 날 따른 이유를 안다. 그대의 선택이 옳아. 혼현의 곁에 머물렀다면 모든 실권을 그에게 빼앗기고 허수아비 노릇만 하게 되었겠지.”
그건 모를 일이었다.
복건주가 본 혼현마제는 무림인답지 않게 치밀하고 세심하면서 동시에 상식적인 인물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혼현마제는 나라를 운영하는 데에 인재를 활용할 줄 아니, 거기에 제 역할도 만들어 두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복건주가 혼현마제가 아닌 역천마제를 택한 것은, 저 깜깜한 중에서도 현현하게 빛나는 안광 때문이었다.
지금도 제 정수리에 꽂히는 시선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대를 재상에 임명하지. 내정은 그대를 중심으로 한 신 제국의 행정 신료들이, 군사와 외치는 귀천성이 맡을 것이니. 재상 복건주는 내정을 꾸려 갈 적재적소에 맞는 신료를 뽑아 조정을 구성하고, 앞으로 혼란한 정국에 대비하여 민생을 안정시키고 제국에 동요가 없도록 하라.”
“황공하옵니다, 폐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머리를 짓누르는 듯했다.
압도적인 힘과 위험.
복건주는 혼현마제같이 현명한 사내가 왜 역천마제를 배신하려 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
복건주가 대전에서 물러나고.
역천마제의 시선이 광마제를 향했다.
“잠시 몸을 정양해야겠네. 그사이에 귀천성을 자네에게 맡기지.”
“무슨 꿍꿍이지?”
복건주와 같은 자에게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무례한 물음이었다.
검마제의 시선이 날카롭게 광마제를 향했다.
하지만 광마제가 그러한 것을 신경 쓸 리 없었다.
역천마제도 광마제에게 존경이나 충심을 바라지 않았다.
“허허허, 꿍꿍이랄 게 뭐 있나. 독마제의 독을 완전히 정화할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네.”
“정화(淨化)?”
광마제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역천마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 그런 의미에서 멸(滅)이야말로 진정한 정화가 아니겠나.”
역천마제의 말끝에 서늘함이 묻어났다.
“정의맹, 십이좌회 놈들은 반드시 이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을 걸세. 지금쯤이면 뭔가 준비하고 있지 않겠나. 이번에야말로 놈들을 모두 멸하려면, 본좌가 본래 힘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
역천마제의 말에 광마제가 마지못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십이좌회.
거창한 이름만 붙은 버러지들이 지난번엔 생각지도 못한 한 방을 날렸다.
버러지가 모인들 뭐 크게 문제가 있겠냐 방심했지만, 떼로 모인 버러지는 기어코 역천마제와 광마제를 멈춰 세웠다.
중요한 것은, 방심을 했든 뭐든 결국 그들이 그만큼 강했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아는 광마제는 역천마제의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정사연합이라곤 하지만, 그들의 머리는 결국 제갈세가 놈들일 것이네. 그놈들 생각이야 뻔하지. 상대가 약할 때만 움직이는 소인배들이니…… 결국 혼현마제를 먼저 노릴 거다.”
제갈세가를 말하는 역천마제의 말투에 은은한 노여움이 배어 나왔다.
“내가 독을 정화하는 동안 자네가 장안을 먹어야 하네.”
“장안?”
“낙양의 코앞에서 놈들의 묶어 둘 수 있도록. 할 수 있겠지?”
“허! 지금 누구에게 묻는 건가?”
확인하듯 묻는 역천마제의 말에 광마제가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불쾌감이야말로 광마제의 자신감에서 시작된 것이니.
“장안이라…… 내가 먹어도 되는 거겠지?”
광마제가 도발적인 눈빛으로 물었다.
광마제에게 장안을 정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중요한 것은 그다음 문제였다.
장안은 지금의 황도인 낙양만큼이나 사람이 많은 곳이었다.
역천마제가 독을 정화하는 동안 광마제는 장안에서 쏟아질 혈정에 욕심을 내었다.
혈정을 독차지하고 힘을 키우겠다고 노골적으로 묻고 있는 것이다.
“허허허, 그래. 자네는 구훤이지. 중원이 경거망동할 수 없도록 광룡의 무서움을 알려 주게.”
역천마제가 흔쾌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오랜만에 장안의 피 맛을 보겠구먼. 흐흐흐흐.”
역천마제의 허락에 광마제가 기대를 숨기지 않으며 웃었다.
광마제의 머릿속에는 이미 장안의 모든 것이 지옥 불에 휩쓸린 광경이 선연하게 그려졌으니, 그의 웃음에는 들뜬 기대감과 살기가 묻어 나왔다.
광마제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대전을 나갔다.
검마제의 날카로운 시선이 광마제가 대전을 나가는 순간까지 뒤따랐다.
“감시 잘하거라.”
“예.”
광마제가 나가자마자, 역천마제는 인자하게 웃던 얼굴 따윈 집어치우고 차갑게 굳은 얼굴로 명을 내렸다.
“대관식에서 제물에게 한 방 먹더니 마음이 급해졌군. 허, 그러니 어리석지. 제 욕심을 담아 제물을 괴물로 만들어 버렸으니.”
역천마제의 차가운 얼굴에 비소가 흘러나왔다.
그때, 검마제가 차분한 얼굴로 역천마제에게 물었다.
“혼현마제는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그놈은 당분간 그대로 두어도 된다.”
검마제의 눈빛 안으로 살기가 잘 갈무리되었다.
그는 역천마제의 명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언제나 그 꿈이 문제야. 늘 제 분수에 넘치는 꿈만 꾸거든.”
역천마제의 말끝에 안타까움이 묻어 나왔다.
그는 진실로 아쉬운 눈빛을 하고 대전을 둘러보았다.
고요하던 검마제의 눈빛에 잠깐 동요가 일었다 사라졌다.
* * *
교주 위림군 이화문.
혼현마제가 교성흑오대가 보내온 전서를 읽고 조용히 덮었다.
“예상대로 역천마제가 이쪽의 동태를 파악해 갔네.”
“그럼 이제 곧…….”
“광마제가 움직이겠지.”
“오오!”
혼현마제의 단언에 탁자에 앉아 있던 인영들 사이에서 탄성이 나왔다.
역천마제가 이쪽의 움직임을 읽고 광마제가 움직일 것이라는 혼현마제의 예상이 딱 들어맞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다른 이유가 더 컸다.
“자, 동지 여러분, 우리에게 잃어버린 세력을 모조리 회복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소. 광마제가 날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마음껏 시작해도 좋소.”
“오오!”
“역시 혼현마제 님이십니다!”
혼현마제의 말에 모두가 기뻐하며 혼현마제를 칭찬하기 바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역천마제를 배신하고 혼현마제를 따르기로 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역천마제가 신 제국을 삼키고 황제 놀이에 심취한 사이, 귀천성 휘하의 문파들은 정의맹의 반격에 많은 것을 잃었다.
혈육과 제자, 많은 문도, 목숨보다 소중하게 모았던 재물과 땅까지.
심지어 귀천성 휘하 문파들은 정의맹으로 피난 가는 정파 문파들과 달리 잠시 기댈 곳조차 없었다.
신 제국 황성은 그들을 받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제가 기거하는 귀한 성이 되어 버린 그곳엔, 천한 무인들이 몸을 누일 곳이 없었다.
이전처럼 귀천성 무인들로 가득 찬 귀천성지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본성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모조리 무시당한 것도 당한 것이지만, 앞으로도 역천마제가 귀천성 세력에 대해 신경을 쓸 거란 기대가 없어진 것이 배신의 가장 큰 이유였다.
“지금쯤이면 정사연합에서 내가 그들의 의도를 눈치챘다는 걸 알게 되었을 것이오. 하지만 그게 전부지. 역천비지 따위, 결국 부활을 꿈꾸는 역천마제나 광마제에게나 중요한 것을.”
혼현마제의 입가에 요요한 미소가 맺혔다.
그가 자신이 세운 계책의 결과를 확신했을 때 나오는 웃음이었다.
“정사연합에서 역천비지를 노린다는 소식이 자연스럽게 신 제국 역천마제의 귀에 들어가도록 할 것이오. 그들이야말로 역천비지를 지키기 위해 발등에 불 떨어진 이들처럼 헐레벌떡 나설 터이니.”
혼현마제가 차갑게 비소를 흘렸다.
“나는 한 제국이 우릴 건드리지 못하도록 할 것이오. 그대들은 아무 걱정 말고 세력을 회복하는 데만 집중하면 될 것이오. 남은 잔챙이들은 여기 소리마제와 독마제가 해결해 주실 터이니.”
혼현마제의 눈짓에 소리마제 살각주 보곡성이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모든 것은 혼현마제 님의 뜻대로 이뤄질 것입니다.”
“마제님들만 믿습니다.”
자리에 앉은 이들이 하나같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혼현마제와 소리마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화문과 화공문에 이어 교주에서 가장 큰 문파인 구마문과 홍매궁, 수성보를 비롯해서 이곳에 모인 중소 문파의 문주들만 수십 명이었다.
회의실을 나가는 그들 사이엔 기대감과 투지가 가득했다.
귀천성 고수들의 웃음소리가 오랫동안 들렸다.
“사람 없이 텅 빈 역천마제의 대전과 달리, 오히려 이곳이 이전 귀천성의 전성기 시절을 닮지 않았나? 그리웠던 광경이로군. 허허허.”
혼현마제가 그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모두 가가의 덕분이에요.”
“기대가 크군. 나는 이만 움직일 준비를 하러 가지.”
독마제와 소리마제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리를 떴다.
그리고 회의실에 남은 혼현마제가 수오를 향해 전서 하나를 건넸다.
“광마제의 움직임을 놓치지 말거라.”
“예, 스승님.”
수오가 복잡한 눈빛을 숨기고 고개를 숙였다.
‘역천비지가 필요한 사람은 부활을 꿈꾸는 역천마제와 광마제뿐이라고? 자신은 아니라는 말인가…….’
회의실을 나가는 수오의 표정이 사뭇 심각했다.
혼현마제가 수오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첫 번째 수 싸움은 내 승리 같군. 물론 두 번째도 내가 이길 테지만. 발버둥 쳐 봐야 소용없다. 후후후.”
요요하게 웃음을 흘리는 혼현마제의 눈빛이 붉은 빛으로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