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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343)화 (343/425)

남궁마제

진압할 진(鎭) 시끄러울 화(譁) : 욕망의 힘(2)

교주 위림군 이화문.

혼현마제가 날아 들어온 전서구에서 전서를 꺼냈다.

[소강]

장안에서 날아든 전서였다.

광폭한 행보를 보이던 광마제와 광룡귀면대가 장안성의 함락 후에 잠시 멈췄다는 소식이었다.

“역시…….”

혼현마제가 예상했던 일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광마제의 행보를 보며 그가 이전처럼 피에 미친 광룡이 되어 밀고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혼현마제의 생각은 달랐다.

“그자는 피에 미친 광룡이 아니라 흉심을 품은 교룡이지.”

“광마제가 걸음을 멈추는 것까지, 모두 예상하신 겁니까?”

혼현마제의 말에 이화문주 사멸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파 무인들이 십이좌회에 가진 경외처럼 귀천성 출신 무인들에게도 팔마제에 대한 환상이나 경외가 있었다.

하지만 혼현마제는 이화문주의 물음에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문제였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이전에도 그자는 역천마제의 그늘 아래에서 교활하게 몸을 숨기고 덩치를 키웠어. 이번에도 역천마제에게 회복 시간을 벌어 주는 척, 사실은 장안에서 실컷 제 배만 불린 게지. 지금의 휴식도 흡정흡기 한 기운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드는 데에 시간이 필요했던 것뿐일세.”

혼현마제가 차갑게 식은 말투로 답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이화문주에게 또 다른 걱정을 가지고 왔다.

“광마제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까?”

“……본래 힘을 찾는 거겠지. 역천마제의 명성과 잔인한 손 속으로 보이는 광기가 광마제의 명성을 부풀리긴 했지만, 어쨌든 그자가 검마제와 함께 이인자의 반열에 있다는 건 변치 않는 사실이니까.”

“하면…….”

이화문주가 말끝을 흐리며 혼현마제의 다음 말을 재촉했다.

혼현마제는 별것 아닌 것처럼 건조하게 답했지만, 그의 말처럼 광마제의 강함은 진짜였다.

귀천성을 배신한 입장에서는 그의 다음 행보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마시게. 당장 장안에서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진 못할 테니까. 게다가 우리는 그것 때문에 한 제국으로 사신을 보내지 않았나. 장안의 함락은 우리보다 한 제국에 더 치명적일 것이네. 결코 우리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할 것이야.”

“아! 그럼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예상하시고…… 역시, 역시이십니다!”

이화문주가 크게 감탄했다.

꾸며서 칭찬할 다른 말을 찾지 못한 솔직한 반응에 혼현마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문제는 광마제지. 조금 시간을 두고 기운을 다 삼키고 나면, 그 탐욕스러운 자는 분명 다른 집어삼킬 것을 찾아 눈길을 돌릴 것이네.”

“이다음으로 생각해 두신 것이 있으십니까?”

“놈이 가진 지독한 탐욕과 집착. 그것이 놈을 파멸로 몰고 가겠지.”

혼현마제는 자세한 계획 대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화문주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혼현마제의 자신만만한 얼굴을 보고 그대로 수긍했다. 그가 혼현마제의 계획은 알지 못해도 혼현마제가 승산 없이 움직일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혼현마제에게는 입 밖으로 뱉어 내진 못해도 내심 확신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두 번의 수 싸움에선 내가 이겼고, 이제 진짜 싸움을 이길 차례지. 그때 그…….’

혼현마제의 눈매가 가늘게 떨렸다.

그저 잠깐 눈을 감는 것만으로도 혼현마제의 머릿속엔 역천마제의 등극식에서 있었던 싸움이 떠올랐다.

광마제의 흑룡이 남궁진화를 삼키려 날뛰고, 남궁진화의 번개가 흑룡을 갈가리 찢던 그 광경.

누군가 홀로, 역천마제나 광마제의 정면에서 그들과 맞서는 광경은 혼현마제조차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남궁진화의 원한만큼 광마제의 집착도 깊으니, 이걸 이용한다면…… 정의맹 놈들이 어떤 일을 꾸미든, 그것을 광마제에게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놈의 무공이 실로 예상 밖이었지만 차라리 잘되었다. 그야말로 양패구상이나 하라지!’

사사건건, 제 모든 계획의 변수가 되었던 남궁진화와 광마제를 떠올리며 혼현마제가 눈빛을 번뜩였다.

“밖으로 나가 소리마제에게 날 찾아오라 전해 주겠나?”

“예.”

혼현마제가 나가는 이화문주의 편으로 소리마제 살각주 보곡성을 찾았다.

* * *

매응이 황궁으로 들어왔다.

황실에서 애완용으로 키우는 앵무들과 달리 날카로운 눈빛과 부리, 칼날 같은 발톱을 가진 거대한 매가 빠르게 날아들자, 건희전에 배정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궁녀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엄마야!”

쨍그랑-!

궁녀가 겁을 먹고 쟁반을 떨어뜨리자, 함께 있던 정 나인이 혀를 차며 쟁반을 주웠다.

“쯧쯧, 칠칠치 못하게.”

“하지만 정 나인님, 저렇게 큰 매라니…….”

“우리 황자님이 어디 보통 분이시니? 무림에서도 손가락에 꼽는 고수신데, 당연히 키우는 새도 저렇게 강한 놈이어야지! 가서 매응 주게 고기나 좀 담아 와.”

“예, 예.”

정 나인의 태연함에 어린 궁녀가 존경의 눈길을 보내며 쟁반을 들고 사라졌다.

정 나인뿐 아니라 처음부터 진화를 모신 내관과 나인 들은 매응을 보며 놀란 어린 궁인들에게 잘난 척 중이었다.

그들도 처음 매응을 봤을 때는 깜짝 놀라 병사들을 부르기까지 했지만, 그 난리가 이제는 마치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졌다.

건희전 응접실까지 걸어간 매응이 진화를 발견하고 진화의 팔을 향해 뛰어올랐다.

“영물이네, 영물이야.”

남궁세가에서도 남궁구와 남궁교명을 헷갈리지 않고 오직 진화만 찾아내는 매응을 보며, 이천평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맹수나 동물을 좋아하는 이천평은 남궁세가가 거대한 매를 훈련시킨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그것은 남궁세가 내에서도 특급 기밀에 속하는 비법이라 진화도 알지 못했다.

“결국 장안이 함락당했다는군.”

전서를 확인한 진화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느긋하게 있던 숙청단원들이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뭐?”

“벌써? 그럼 거기의 종남파는? 현무단도 있지 않아?”

“현무단이 종남파와 장안 무림의 후계들을 데리고 탈출했다. 다만, 결사대로 남았던 현무단 절반과 장안 무림은…… 전멸이다.”

“……!”

진화의 말에 숙청단원들이 말을 잃었다.

장안 무림은 사패천과는 크게 연관이 없는 곳이라 사패천 출신들은 좀 덜했지만, 정파 출신 숙청단원들은 크게 충격을 받은 듯했다.

특히 진화를 비롯한 일행은 적호단 소속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현무단과 종남파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서로 목숨을 맡기고 함께 싸운 인연이었다.

“혀, 현무단주님은?”

“옥화혜검 운해진인은 장안을 뚫고 나오는 중에 부상을 입긴 했지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는군.”

“아…….”

다행이라고 말하려던 남궁구가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그걸 다행이라 할 수 있을까.

동고동락하던 수하들을 절반이나 잃고.

아마도 현무단주 본인은 수하들과 같이 죽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 또한 그런 심정이었으니 말이다.

남궁구는 물론 숙청단원들이 모두가 숙연해졌다.

그때, 진화가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다음 소식을 전했다.

“광마제와 광룡귀면대는 장안에 머물러 있다는군. 다만 광마제가 장안에서 흡정흡기를 하는 사술을 보였다. 생존자들 중 많은 이들이 직접 목격했고, 월하회 소속 정탐꾼이 자세한 광경을 목격했다는군.”

“흡정흡기라니! 이 미친놈들이 진짜 끝까지 가자는 건가!”

“무림공적……이라고 할 것도 없지. 이미 세상의 공적이나 다름이 없으니.”

진화가 전한 소식에 남궁교명과 강무련이 치를 떨며 말했다.

다른 이들의 눈빛에도 불신과 혐오가 가득했다.

흡정흡기는 그 옛날 마교에서나 다루던 사술, 아니 악술이라, 무림인들 사이에서는 식인(食人)을 하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하지만 강무련의 말처럼 귀천성에는 더 이상 비난할 말도 없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곳에서의 일은 월하회와 하오문이 움직이고 있을 거다. 현학문에서도 나선다 했고.”

진화의 말에 숙청단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현학문이라는 말에 잠시 멈칫한 정파 출신들이 몇몇 있었지만, 어쨌든 도박에 미친 그 학사도 제가 해야 할 일만큼은 확실했으니. 설마 도박에 미친 학사가 현학문도 중에 또 있을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으리라 의심을 떨구었다.

다만 군조의 시선이 남궁구를 향했다.

남궁구는 그의 시선을 모르는 듯했지만, 눈치 빠른 몇몇은 군조가 그를 보고 있다는 것 알았다.

남궁교명이 군조를 향해 날을 세우듯 날카롭게 쳐다보자, 초서비가 슬쩍 군조의 소매를 당겨 시선을 돌렸다.

그때.

“우리는 이곳에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진화가 눈빛을 마주하며 숙청단원들 하나하나를 집중시켰다.

“혼현마제…… 그자라면 장안에서의 일을 알고 있을 거다. 어쩌면 이 모든 걸 미리 예측하고, 사신을 통해 한 제국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보내온 건지도 모르지. 하지만, 여기까진 정사연합의 군사부에서도 예상한 일이다.”

진화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천수현인 제갈길현과 제갈가주, 홍랑대부 초산하 그리고 혼현마제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도 잘 알았다.

서로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식으로 세울 것인지, 전부.

하지만 정사연합의 군사부에는 혼현마제가 잘 알지 못하는 인물도 있었으니. 바로 남궁진휘였다.

혼현마제는 단 한 번도 남궁진휘와 직접적으로 부딪힌 적이 없었으니, 남궁진휘의 움직임이야말로 혼현마제에겐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가 진화를 ‘변수’라고 지칭한 것처럼 말이다.

진화는 이번 함정을 만든 것이 남궁진휘라는 사실에 자신감을 가졌다.

“연회장에 그자들을 부를 거다. 그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헛짓거리를 할 듯하면 그냥 죽여 버려도 좋다.”

“충-!”

진화의 명에 숙청단원들이 우렁차게 답했다.

정파 출신들은 죽은 현무단원들을 생각하며 울분을 담았고, 사패천 출신들은 그런 동료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그들과 함께했다.

숙청단은 이제야 겨우 하나의 단체처럼 움직이는 듯했다.

* * *

일황자궁에서 모처럼 큰 황실 연회를 열었다.

일황자 한유강으로선 어거지로 떠맡은 연회였지만, 그의 마음과 달리 일황자궁의 준비는 일사천리였다.

호양공주가 오랜만에 원미인의 속을 뒤집을 생각에 신이 나서 연회 준비를 진두지휘하고, 일황자궁 궁인들은 모처럼 일황자가 장남으로서의 위엄을 보일 기회를 가졌다는 데에 기뻐하며 의욕을 보였기 때문이다.

“너무…… 과한 것 아닙니까?”

일황자궁 앞으로 마련된 연회장을 보며 일황자가 떨떠름한 표정을 했다.

“호호호, 황후마마께서 특별히 금족령도 풀어 주시고, 지원도 빵빵하게 해 주셨지. 오랜만에 돈을 물 쓰듯 쓰니 좋더구나.”

호양공주는 귀하다는 수국으로 사방을 장식하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멋……지군요. 감사합니다.”

세상 화려한 연회장을 보며 숙청단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진 사이.

진화 역시 떨떠름한 표정으로 일황자와 호양공주에게 감사를 표했다.

잠시 후, 원미인과 그녀의 소생들, 열양공주와 무음공주, 삼황자와 오황자가 도착했다.

“…….”

“…….”

원미인과 호양공주가 눈을 마주치고도 서로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원미인은 비록 강등되긴 했으나 여전히 염녕전을 차지한 황제의 후궁이었고, 호양공주는 무위종사정부인이 정식 위치였지만 어쨌든 황제의 유일한 친누이였다.

두 사람의 눈빛이 매섭게 마주쳤다.

이번만큼은 일황자 또한 호양공주를 말릴 생각이 없는지, 그녀의 옆에서 황자들을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살얼음판이군.’

‘황실은 원래 이런가?’

화려한 연회장에 한 번, 인사조차 쉽게 나누지 않는 황실 식구들 모습에 두 번.

살벌한 분위기에 놀란 사패천 출신 숙청단원들이 정파 출신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이미 황실의 아귀다툼이 익숙한 남궁구와 남궁교명은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여긴 웃으면서 꽃으로 뺨 때리는 곳이야.’

‘금으로 똥칠을 하는 곳이지.’

‘하지만 저래서야 어떻게 자리에 앉나?’

부지런히 눈짓들만 오갔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서로 전부 다 알아들었다.

‘우리 단주까지 저럴 줄이야…….’

황계수가 그들 사이에서 역시나 말없이 서 있는 진화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보았다.

진화와 황실 권력 다툼이라니…….

남궁교명과 남궁구가 황계수를 향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 공자님은 그냥 아무 생각이 없으신 거다!

-애초에 인사를 나눌 생각 자체가 없으실걸. 도련님이 저 인간들 얼굴도 기억 못 한다에 내 전 재산과 손목을 걸지.

남궁교명과 남궁구의 변호 아닌 변호에, 숙청단원들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일황자와 호양공주 그리고 원미인과 그 소생들의 대치는 전 허미인의 소생인 사황자와 육황자, 관도공주가 도착하고서야 끝이 났다.

“고모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큰형님도 잘 지내셨습니까?”

어쨌든 이 자리에선 호양공주가 가장 큰 황실 어른이라. 사황자의 인사로 인해 애매했던 서열 정리가 끝이 났다.

원미인의 눈빛이 매섭게 사황자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그 사이로 육황자가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큰형님, 일전에 보내 주신 약재 감사합니다.”

“아니, 뭐 별거라고…….”

“아닙니다. 신경 써서 챙겨 주셔서 소제, 마음으로 탄복했습니다.”

“크흠, 마음 쓰지 말고 몸조리 잘하시게.”

육황자의 인사에 일황자가 쑥스러운 듯 헛기침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육황자의 시선이 진화에게 닿았다.

“둘째 형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때 그렇게 헤어져서 어찌나 아쉬웠던지. 이번에는 궁에 오래 머무시는 겁니까?”

웃으며 사근사근 묻는 말에, 진화가 물끄러미 육황자를 보다가 사황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황자는 동생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면서도 크게 웃지 못하고 있었다.

진화와 눈을 마주치자 민망한 듯한 웃음을 보이기까지 했다.

“……너도 건강해 보이네, 의욕적이기도 하고.”

진화의 말에 일황자가 슬쩍 진화에게 눈길을 주고, 사황자는 그대로 얼어 버렸다.

다만.

“아, 그렇습니까? 하하하, 건강을 찾고 보니 마음이 급해서 그런가 봅니다.”

육황자가 진화에게 웃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그 모습을 남궁구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지켜보고, 모두가 자리로 돌아가는 내내 남궁교명이 육황자의 뒷모습을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잠시 후.

“손님들께서 참석하셨습니다.”

태감이 진화가 진짜 기다리던 손님들의 참석을 알려 왔다.

진화와 숙청단원들의 눈빛이 대번에 달라졌다.

입구에서 다양한 나이 대의 사내 다섯이 들어서더니, 곧 일황자와 진화의 앞으로 와서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받는 진화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관복이 제법 그럴싸하군. 천천히 즐기다 가시게.”

초대한 손님에게 하기엔 무척 무례한 말이었다.

주변에서 놀란 시선들이 진화에게 쏟아졌다.

“배려 감사합니다.”

제일 앞에 있던 중년인은 그저 공손하게 웃어 보였으나, 뒤에 선 네 명의 사내들은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진화의 눈빛도 번뜩였다.

-구. 군조.

-암살자의 걸음걸이가 확실합니다.

-살각 출신들입니다.

남궁구와 군조가 확신했다.

‘사신으로 온 암살자들이라…….’

자리에 앉은 사신들을 향해 진화가 싱긋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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