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궁마제 (350)화 (350/425)

남궁마제

다 죽일 진(盡) 칼날 번뜩일 화(錵) :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4)

“남궁진화에게 광마제를 던지겠다.”

혼현마제의 말이었다.

수오는 겁을 먹었다.

혼현마제의 눈빛이 마치 ‘너를 던지겠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허허허, 서로가 서로에게 집착하는 사이라, 재밌지 않느냐. 남궁진화가 괴물같이 광마제의 예상을 훨씬 벗어나 성장하긴 했으나, 그래서 더 가지고 싶을 것이다. 광마제는 이 미끼를 놓치지 못할 터. 네가 가거라!”

혼현마제가 저를 던졌다.

인자하게 저를 보는 눈빛에 수오는 심장이 내려앉았다.

수오의 머릿속에는 온통 광마제의 얼굴과 그의 말이 떠올랐다.

[“그놈이 너를 곁에 두는 이유가 무엇인 것 같으냐?”]

마치 어둠 속에 거대한 몸을 숨기고 새빨간 혀로 저를 흔드는 검은 뱀처럼.

광마제가 속삭인 말은 수오로 하여금 평생 아버지처럼 섬기던 스승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딱 한 번이었지만 수오는 스승을 배신했다.

그게 또 낙인처럼 남아서 수오를 계속해서 불안하게 만들었다.

의심과 배신, 불안의 굴레.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광마제의 말은 마치 독니가 박힌 듯 수오의 마음 깊숙이 의심을 심어 놓았다.

‘광마제를 만나라고? 그 괴물 같은 영감탱이를? 이제는 완전히 미쳐서 흡정 흡기까지 한다는데, 나더러 거길 가라고?’

수오의 눈동자가 쉬지 않고 흔들렸다.

수오의 속에서 그동안 꾹꾹 누르고 있던 의심의 불길이 다시 솟아올랐다.

‘아, 아니야. 스승님께서 설마 죽을 자리로 나를 보낼까. 광마제의 말처럼 내 몸뚱어리를 가지려면 내가 살아 있어야 하는데, 그럴 리 없을 거다. 아니면 혹시…… 저번에 내가 배신한 걸 눈치챘나? 아니, 그럴 리 없어!’

수십 번도 더 구르고 또 구르는 굴레 속에서 수오는 힘없이 장안으로 출발했다.

* * *

장안, 제국 최고의 도시.

황도 낙양과 함께 한 제국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였다.

앞선 황제들이 신 제국에 밀려 낙양으로 천도하기 전까진 오랫동안 제국의 수도였던 곳이기도 했다.

황도는 낙양으로 바뀌었지만 장안의 명성은 오래도록 중원인들에게 남아 있었는데…….

“이게…….”

수오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눈앞의 광경을 보았다.

아직도 다 태우지 못한 시체에서 피어오르는 까만 연기가 장안 전체를 가득 메우고.

시체와 물건, 건물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잿더미 속에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약한 냄새와 매운 연기, 검은 재가 숨도 쉬기 힘들 정도였다.

한때는 거대하고 화려했을 장안성은 검게 그을린 흉물스러운 벽만 남기고 있었고.

온 천하와 교역하며 활개를 쳤을 사람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장안에는 죽지 못해 사는 얼굴을 하고 시체들을 모아 불을 지피는 몇몇 사람들이 있을 뿐이었다.

스윽-!

“……!”

수오는 순간 제 목에서 느껴지는 섬뜩함에 화들짝 놀라 검을 휘둘렀다.

채-앵!

날끼리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수오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고개를 든 수오는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과 함께, 말 그대로 눈앞이 깜깜해졌다.

흉악한 귀면에 검은 옷을 입은 광룡귀면대가 까맣게 그를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 위림군 혼현마제 님께서 보내서 온 수오다! 광마제 님께 전할 말이 있어서 왔다!”

“…….”

수오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광룡귀면대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들은 온기라곤 느껴지지 않는 눈빛으로 처음처럼 수오를 경계하고 있을 뿐이었다.

“광마제 님께 꼭 필요한 말이다. 그분의 제물에 대한 소식이니까 광마제 님께 말을 전해 허락을 구해다오!”

수오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저들을 뚫고 도망칠 수 있을까?’

수오가 불안한 듯 눈을 굴리고 있을 때.

차르르르르-.

광룡귀면대가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어깨에 꽂힌 송곳이 눈에 띄는 검은 갑주와 검은 피풍의를 걸친 사내가 나타났다.

다른 광룡귀면대원의 험악한 귀면이 아닌 검은색 무면.

수오는 한눈에 그가 마지막 광룡귀면대의 대주, 무맥임을 알아보았다.

구 척은 될 듯 거대한 키와 덩치, 온몸에서 위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과 함께, 광마제의 신병 중 마룡아와 마룡미, 마룡창에 이은 세 번째 마룡검(魔龍劍)을 등에 메고 있었다.

“따라와라.”

무맥의 말에 수오는 한시름 놓았다는 듯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곧 주체할 수 없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광마제와 대면할 시간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한때는 어느 황제가 있었을 법한 거대한 장안성 본관 안.

소문에는 낙양의 황성보다 더 화려한 색체와 금은보화로 장식되어 있다고 했던 그곳은 현재 장안의 여느 곳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검은 그을음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것들이 타는 냄새, 깊은 어둠 속에 침잠한 분위기.

다만 그 안에 단상에 마련된 화려한 의자 위에 광마제가 앉아 있었다.

“수오, 오랜만에 보는구나.”

다정하고 자애로운 인사.

하지만 그걸 들은 수오는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어둠 속에서도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는 비단 혈포가 광마제가 자세를 바꿀 때마다 차르르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그 안에 검게 새겨진 흑룡이 있었다.

어둠 속에 피를 감고 똬리를 튼 거대한 뱀처럼, 수오는 그 흑룡이 광기 어린 눈빛으로 저를 노려보는 듯했다.

“과, 광마제를 뵙습니다.”

“허허, 그래. 혼현마제는 안녕하고?”

“예, 예. 잘 계십니다.”

역천마제의 등극식에서 귀천성과 제국을 한 번에 반으로 쪼개는 배신을 하고 나갔음에도, 혼현마제의 안부를 묻는 광마제의 말투는 여상하기만 했다

역천마제와 광마제의 관계가 평범한 주종 관계와 다르다는 말이 사실인 듯했다.

“그래, 혼현마제가 내게 전하라는 말이 무엇일까?”

“그, 그것이 남궁진화에 대한 소식입니다.”

“호오.”

수오의 말에 광마제가 흥미롭다는 듯 탄성을 뱉었다.

하지만 곧, 수오가 저도 모르게 주춤 물러설 정도로 날카로운 눈빛으로 수오를 노려보았다.

입가에는 비릿한 비소가 걸려 있었다.

“혼현, 그놈이 남궁진화를 내게 던지라 했구나.”

“……!”

광마제의 말에 수오가 차마 표정을 숨길 새도 없이 크게 놀랐다.

앞뒤는 달랐지만 어쨌든 광마제는 남궁진화와 광마제를 서로 만나게 하려는 혼현마제의 의도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나, 남궁진화가 황도에 있습니다.”

“황도? 황도라면 어디의 황도를 말하지?”

“……!”

광마제의 물음에 수오가 눈을 크게 떴다.

중원 사람들에게 황도는 오랫동안 한 제국의 황도였다.

신 제국 사람이든, 진국에 속한 이들이든, 누구에게든 오랫동안 황도는 한 제국의 것이었다.

그런데 광마제는 흥미로운 눈길로 수오를 보는 동시에 진심으로 묻고 있었다.

하나의 물음이었지만, 수오는 광마제가 어떤 사람인지 그 일면을 본 듯했다.

그는 오랫동안 사람들이 인정하고 받아들인 관습, 법, 인식까지 모든 것을 당연한 듯 거부한 사람이었다.

어쩌면 역천마제조차 가능성으로만 보고 있을 귀천성의 천하 정복을 광마제만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는 질서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낙양요. 한 제국의 황도. 남궁진화와 정사연합이 역천비지를 파괴하고 다니는데, 최근 역천비지 중 하나를 황도에서 발견했습니다. 확인 결과 역천비지는 진짜였습니다.”

“호오. 역천비지라…….”

혼현마제를 신뢰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마제들에게 제물과 역천비지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말이었다.

광마제 또한 제물과 역천비지가 함께 있다는 말에 흥분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후우.’

수오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게 너무 일렀을까?

사아아아---.

분명 아무것도 없었을 테지만, 수오는 뭔가가 제 숨통을 내리 누르는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고개를 들고 광마제와 눈을 마주친 수오는 살기를 뿜지 않고도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웃고 있는 얼굴 위로 번들거리는 광기(狂氣).

“크흐흐흐, 그래, 우리 혼현마제는 그걸 왜 내게 알려 주지? 역천비지라면, 약해 빠진 그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 텐데?”

광마제의 질문이 정곡을 찔렀다.

하지만 수오에게는 혼현마제가 미리 알려 준 답이 있었다.

“그, 그것이, 현재 혼현마제 님께서는 진국을 인정받기 위해 한 제국 조정에 사신을 보내 놓은 상태입니다. 한 제국이 수세에 몰린다면 진국을 인정받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며…….”

“내가 죽든, 남궁진화가 죽든, 약해진 틈을 노려 역천비지를 차지하고 싶은 거겠지.”

“…….”

광마제가 코웃음을 치며 하는 말에 수오가 입을 다물었다.

광마제 같은 사람에게는 진국이든, 신 제국이든, 심지어 한 제국마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질서란 그저 존재하고 있을 뿐인 귀찮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마제는 자신의 욕망과 혼현마제의 탐욕을 믿었다.

“혼현 놈은 내가 거절하지 않을 것을 알았을 것이다. 흡정 흡기로 내공도 올렸겠다, 이제 더는 두려울 것이 없으니! 귀찮은 날파리들이 붙겠지만 상관없다! 내 제물과 역천비지가 있는데! 광룡의 부활을 한 번에 이룰 기회를 놓칠 리 없으니까-! 으하하하하!”

광마제는 스스로를 이야기하는 건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말투로 점점 목소리를 키웠다.

흥분을 감출 수 없을 정도로 그에게 남궁진화와 역천비지는 유혹적인 이야기였다.

“혼현마제의 뜻대로 갈 것이다! 슬슬, 기운의 정제를 마쳐 가니 곧 출발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모든 것이 혼현마제의 뜻대로 될까?”

이거다.

탐욕을 위해 불길도 마다하지 않는 광인 같으면서도, 꼭 이렇게 모든 걸 꿰뚫어 보는 사람처럼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기는 것.

광마제의 말에 수오의 눈이 흔들렸다.

“흐흐흐, 불안하구나. 그래, 너도 느끼는 거겠지. 내가 남궁진화와 역천비지를 한 번에 차지하려는 것처럼, 혼현 놈이 역천비지와 너를 두고 무슨 생각을 할 성싶으냐?”

“…….”

“너를 왜, 나와 함께 그곳에 보내는 것 같으냐?”

“……!”

수오의 눈이 커졌다.

‘내가 광마제와 함께 움직인다고?’

수오는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겁쟁이처럼 움츠러들다가 고개를 번쩍 든 수오를 보며 광마제가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하, 그럼 내가 너를 그냥 보낼 것 같으냐? 혼현 그놈은 내가 너를 순순히 보낼 거라고 생각했을 성싶으냐?”

“…….”

수오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생각지도 못한 위험한 상황,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느껴지는 불안감에 뇌까지 멈춰 버린 듯했다.

광마제가 웃음을 멈추고 자애로운 표정으로 수오를 보았다.

“걱정 말거라. 너를 죽이지 않을 터이니. 그 황도에서 너를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확인한 네 얼굴이 어떻게 변할지 퍽 기대되는구나.”

광마제의 말과 함께, 고민에 잠긴 듯 혹은 넋이 나간 듯 멍한 얼굴을 한 수오가 물러났다.

그런 수오를 보며 광마제가 다시 나지막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흐흐흐, 멍청한 놈.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약한 놈의 편을 드는 자는 아무도 없다고. 너는 계속 겁쟁이처럼 그리 숨어 있거라.”

광마제의 비웃음이 멀리 혼현마제를 향했다.

그리고 곧.

“이틀 뒤, 낙양으로 갈 것이다. 능구렁이 같은 혼현의 말은 어떤 것도 믿지 말고, 귀면을 보내 상황을 알아봐라.”

광마제의 말에 무맥이 고개를 숙이고, 새로운 지옥을 향해 광룡귀면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 * *

낙양 포구.

청해상단의 배에서 우르르 일련의 무리가 내렸다.

척. 척. 척. 척.

군대처럼 질서 정연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적색 무복에 검을 든 사람들 면면이 심상치 않아 보였으니. 그들의 어깨에 적호가 새겨진 띠가 눈에 띄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적호단’이라 말하는 소리들이 들렸다.

특히 적호단주 팽치가 위협적인 덩치를 드러내었을 때에는 포구가 순간 조용해졌을 정도였다.

“우에에에엑-!”

척. 척 척. 척.

“우에에에엑!”

척. 척. 척. 척.

침묵 때문일까.

무인들의 발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을 소리가 들려왔다.

위압감 넘치는 적호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리라 사람들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미친놈이 벌써부터 술 처먹고 토하고 있는 거야? 목숨을 내놨나?”

“윽! 방금 적호단주가 인상을 썼어!”

“아, 아니, 그래도 정의맹 소속인데 설마 토 좀 한다고 사람을 죽이기야 하겠어?”

사람들 사이로 불안한 듯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적호단주 팽치가 옆에 있던 서장원에게 조용히 말했다.

“사람들이 보기 전에 바다에 쳐 넣어 버려.”

“하하, 전 싸우다가 장수하고 싶습니다.”

“휴우, 부단주라는 새끼가 적호단 위신은 다 까고 지랄이야. 대충 안 들키게 챙겨 와.”

“흐흐, 예엡.”

적호단주의 말에 서장원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적호단주가 서장원을 슬쩍 노려보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참는 얼굴이었다.

이미 적호단원들이 익숙한 듯 남궁진혜가 있는 곳을 몸으로 가리고 있었다.

잠시 후.

적호단을 태웠던 배가 빠져나가자 그 뒤에 들어온 거대한 배……도 청해상단의 것이었다.

심지어 이번 배에는 남궁이라는 푸른 깃발이 배 전체에 걸려 있었다.

척. 척. 척. 척.

푸르른 남궁세가의 무복을 입은 창궁무애단이 배에서 내렸다.

창궁무애단보다 조금 더 짙은, 새파란 쪽빛에 가까운 무복을 입은, 제왕무적단도 배에서 내렸다.

척. 척. 척. 척.

그들은 적호단과 달리 제국의 정예군처럼 질서 정연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제왕무적단이다!”

“이황자님의 남궁세가야!”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남궁세가를 알아보았다.

황도 백성들에게 남궁세가는 그 어떤 무림 문파나 세가보다 유명한 곳이었다.

“그런데 은인지황, 양주대부는 어디 있지?”

“이황자님의 양부이자 폐하께서 의동생 삼은 그분 말인가?”

은인지황의 가문.

남궁세가에 대한 소문이 황도를 한번 휩쓴 뒤라, 몇몇 사람들 사이에서 남궁경을 찾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에에에엑!”

척. 척. 척. 척.

“오오오오옥-!”

척. 척. 척. 척.

“쓰불우우우엑-!”

창궁무애단과 제왕무적단 무인들의 입꼬리가 움찔거렸다.

그들의 앞에 선 창궁무애단주와 부단주, 제왕무적단 부단주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

“누가 알아보기 전에 치워!”

“제왕무적단주님을요? 어, 어떻게요?”

“……안 되면 가려. 아니, 바다로 밀어 버려!”

창궁무애단주 단애구검 호방련과 부단주 한령신검 남궁위가 모르는 척 먼저 가 버리고, 남은 제왕무적단 부단주 소격패검 남궁해가 짜증 가득한 얼굴로 수하에게 말했다.

하지만 멀미라는 것이 본래 배 위에서나 불치병이지 두 발이 땅에 닿으면 금방 사그라들기 마련이라. 곧 제왕무적단주 남궁경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제왕무적단의 앞에 섰다.

그렇게, 그들의 속사정이야 어떠하든, 정의맹 적호단과 남궁세가 창궁무애단, 제왕무적단이라는 무림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한 무단이 황도에 모여들었다.

대체 무슨 일로 하나하나가 제국 정예군에 버금간다는 무단이 셋이나 몰려들었는지.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그들의 등장이 신기하면서도 의아한, 무림을 아는 사람들은 불안감마저 느꼈다.

그때.

“아버지-! 누님!”

“오, 내 아들.”

“진화야--!”

세상이 환해지는 듯 아름다운 미모에 천하절색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했던가.

황도 백성들은 환하게 웃으며 남궁경과 남궁진혜를 찾는 진화를 보며 방금까지 의문스러웠던 것들을 모두 잊어버렸다.

* * *

이틀 뒤.

북망산에서 불길한 귀곡성이 울렸다.

쉐에에에엑----!

어둠 속에서 한순간 번뜩인 빛이 자욱한 피 안개를 뿜었다.

파지지지직---!

뇌전이 번뜩이는 순간.

황도를 빛내던 아름다운 얼굴이 소름 끼치도록 서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들이 이곳으로 올 줄 알았지. 네놈들의 사냥법은 너무 익숙하거든. 이번엔 눈 코 입 귀, 팔다리까지 모조리 떼어 주마,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파지짓.

서늘한 눈빛 속에서 푸른 번개가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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