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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351)화 (351/425)

남궁마제

다 죽일 진(盡) 칼날 번뜩일 화(錵) : 정당한 복수란(1)

월하객잔.

황도 저자의 뒷골목에 자리한 거대한 객잔은 적호단과 창궁무애단, 제왕무적단을 모두 수용했다.

무단 단주들은 거의 천 명에 가까운 무인들을 수용하고도 바닥을 보이지 않는 그들의 규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으흐흐, 황제 형님께서 서운해하시더군. 그래도 어쩌겠어? 단주인 내가 이 새끼들을 잡고 있어야지.”

남궁경이 아침 일찍 황궁에 들어 황제를 배알 하고 돌아왔다.

남궁세가가 은인지황의 가문으로서 현판을 하사받기는 했으나, 황제와 남궁경의 친분에 대해 믿지 못하던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직 제왕무적단 부단주 남궁해를 제외하고.

“그런 분이 어제 아니,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팽 단주님과 계단을 네발로 기어오를 때까지 술을 처마시셨습니까?”

어젯밤 제왕무적단원들의 방 배정과 머무는 동안의 행동 지침을 혼자서 결정하고 알리고 감독했던 남궁해가 이를 악물고 남궁경을 노려보았다.

“걱정 마, 황궁에는 멀쩡하게 갔어. 주취 따위 내공으로 한 방에 똬-아!”

“누가 걱정을 했다고! 아니, 내공으로 날려 버릴 술은 대체 왜 그렇게 마신 겁니까?”

“……그놈 먹이려고.”

시종일관 장난스럽게 대꾸하던 남궁경이 한순간에 진지해졌다.

계속해서 잔소리를 늘어놓으려던 남궁해가 놀란 눈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남궁경이 목소리를 낮추고 음산하게 속삭였다.

“어제 진혜 놈 봤어?”

“지, 진혜가 왜요?”

“그놈이 내가 어제 팽치를 데려가는데 순순히 보내 줬어.”

“……그게 왜요?”

“단주가 가면 어떻게 돼? 부단주가 덤탱이 쓰잖아! 그런데 진혜 놈이 지 주둥이에 술병을 나발 부는 게 아니라 순순히 팽치를 보내 주더란 말이지. 이 새끼, 마음이 있는 게 분명해! 안 그러면 그 망나니가 자청해서 일을 하겠어? 안 그래?”

“……그러니까, 단주가 자리를 비우면 부단주가 덤탱이 쓰는 걸 알면서 지금까지 그러신 거란 말이죠?”

남궁경이 열을 올리는 가운데, 부단주 남궁해의 이마에 혈관이 불뚝 돋았다.

순간 아슬아슬하게 맴도는 침묵.

“…….”

“이 망할 놈의 큰아버지 댁 망나니 새퀴야!”

남궁경의 눈동자가 또르르 굴러 도주로를 찾는 것과 동시에 남궁해가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때, 월하객잔의 문이 열렸다.

찬란한 정오의 햇빛과 함께 문을 연 인영이 모습을 드러내고.

“아…… 진화야!”

남궁경이 그 어느 때보다 감격스러운 얼굴로 진화를 맞았다.

“아버……지?”

진화는 제게 달려오는 아버지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남궁해의 주먹을 보고 알았다.

* * *

월하객잔에 마련된 회의장.

그곳에 적호단과 창궁무애단, 제왕무적단의 단주와 부단주, 그리고 숙청단의 단주로 진화가 자리했다.

진화의 옆에는 치열한 경쟁을 뚫는 대신 “이럴 거라면 생사결전을 벌이지.”라는 말을 진지하게 함으로써 모두를 위협한 강무련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자리했다.

“혼현마제가 보낸 사신들이 진짜와 가짜를 모두 보고 갔다지?”

“우리가 역천비지를 파괴하며 다니는 것을 아는 이상, 그 전에 역천비지를 차지하러 올라올 것입니다.”

어쩌다 보니 팽치와 강무련을 제외하고 모두 남궁세가 사람들로 채워졌지만, 남궁경과 진화부터 진지한 얼굴로 회의에 임했다. 

“문제는 정사연합 군사부의 판단대로 혼현마제가 진짜를 향해 올 것이냐 하는 것인데…….”

“귀천성이 반으로 쪼개지긴 했지만 혼현마제의 무력이 역천마제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역천비지가 흔한 것도 아니고, 진짜라는 걸 확인하고 갔다면 군사부의 판단대로 이번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을 겁니다.”

창궁무애단주의 말에 적호단주가 단호하게 답했다. 

정의맹 소속이라 군사부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귀천성을 상대하면서 역천마제와 혼현마제의 격차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군사부의 계획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진화의 시선이 새삼스레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에 오래 머물렀다.

이전 생에선 남궁진휘의 일을 조사하다가 죽었던 팽치.

호현기, 호명기 형제의 아버지로 지금 창궁무애단의 위상을 만들어 냈지만 의문의 죽임을 당했던 호방련.

마지막까지 진화를 지키고 그에게 살라는 말을 남겼던 남궁경.

창천원의 입구 앞에 목이 없는 시체로 서 있었던 남궁진혜.

그리고…… 창궁무애단 부단주 한령신검 남궁위.

눈썹 한 올조차 어그러짐 없는 단정한 얼굴에 매서운 눈매, 좀처럼 열리는 일이 없는 굳게 다문 입. 어딘지 서늘함이 느껴지는 미남자는 진화의 기억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팽치보다 열 살은 많은 주제에 열 살 더 어려 보이는 남궁위의 외모도 한몫하긴 했지만, 그보다 진화는 그가 젊다는 자체에 이질감을 느꼈다.

이전 생에 진화 자신의 스승이었던 사람.

남궁세가의 검에 차디찬 냉기를 주입한 독창적인 검술을 만들 정도로 남궁세가 검술 자체에 조예가 높던 사람으로, 그 때문에 창궁대연심법을 익히지 못하고 천뢰제왕심법조차 반쪽짜리였던 진화의 스승이 되었다.

억지로 스승이 된 것을 티 내듯 마음 한 자락 주지 않았던 냉정한 스승은, 끝까지 진화와 함께 결사대로 나서면서 광룡귀면대주 무맥의 손에 죽었다.

[“스승님……!”]

[“커헉! ……네 탓이…… 아니다. 미……안하…….”]

한쪽 팔부터 가슴까지 떨어져 나간 채 죽어 가는 남궁위를 안았을 때.

냉정하기만 하던 스승, 저를 싫어하는 줄만 알았던 스승은 진화를 향해 사과의 말을 남겼다.

그의 유언과 달리 진화의 마음속엔 오래도록 죄책감이 남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위로를 받았었다.

결국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모두 귀천성의 손에 죽었던 사람들.

진화는 이번 기회에 그들의 복수를 하기로 했다.

비록 그들은 알지도 못하고 그들에겐 아예 없었던 일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진화에게는 그들과 함께하는 복수라는 의미가 있었다.

“군사부의 말대로 혼현마제가 수하를 보내거나 혹은 직접 확인하러 올지도 모르는데, 숙청단은 어디로 가겠나?”

남궁경이 진화에게 의견을 물었다.

“저희는 진짜에 가 있겠습니다.”

“진짜라면?”

“가짜로 위장한 ‘진짜’에 가겠습니다.”

“그러니까 놈들이 가짜라고 알고 간 곳에 간다는 거지? 좋아! 제왕무적단도 그쪽으로 간다.”

“그게 무슨…… 윽!”

반발하려는 팽치의 허벅지를 남궁경이 엄지로 꾹 눌렀다.

팽가 사람들도 천력을 타고난다지만 남궁강과 남궁경, 남궁진혜로 이어지는 힘은 그 궤가 달랐으니. 팽치가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힘과 연륜을 앞세워 망나니처럼 날뛰는 남궁경에게는 같은 망나니가 답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 숙청단 인원 절반이 적호단 출신이니, 함께 임무를 수행하기엔 적호단이 더 적합하다고요! 게다가 창궁무애단이랑 제왕무적단도 갑자기 적호단이나 숙청단이랑 호흡을 맞추기 힘들잖아요!”

남궁진혜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놀라운 것은 그녀의 말이 무척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었다는 사실이다.

달리 반박할 말이 없었던 남궁경이 몹시 분한 얼굴로 물러섰다.

결국 진짜로 위장해 놓은 ‘가짜’에는 창궁무애단과 제왕무적단이, 가짜로 위장해 놓은 ‘진짜’에는 숙청단과 적호단이 가기로 했다.

뒤바뀐 진짜와 가짜.

군사부가 준비한 첫 번째 함정이었다.

진실 속에 거짓을 숨기기 좋아하는 혼현마제의 속임수를 간파한 군사부가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려고 할 때, 진화와 숙청단이 아예 진짜와 가짜를 뒤바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에 정보를 끊어 놓는 겁니다. 정보를 알지 못할수록 급해진 마제들이 직접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개미 새끼 하나 드나들 수 없게 하지.”

적호단주가 다시 한번 군사부의 주의를 전하고, 제왕무적단주 남궁경과 창궁무애단주 호방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아아, 어차피 지켜야 할 건 ‘진짜’밖에 없으니까. 놈들이 오는 것을 확인하는 즉시, 제왕무적단과 창궁무애단은 천라지망을 펼치고, 적호단과 숙청단은 역천비지를 파괴하고 놈들을 죽인다.”

남궁경이 앞으로의 계획을 확인하는 것으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남궁경이 알고 있다면 다 끝난 듯 보였다.

“젠장. 잔챙이들 정리는 빨리 끝내자고. 광마제 놈이 장안을 집어삼키고 언제 움직일지 모르니까.”

“예.”

창궁무애단주 호방련의 말처럼 낙양으로 적호단을 물론이고 남궁세가에서 두 개의 무단까지 보낸 것은, 비단 혼현마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장안은 낙양에서 물길로는 하루도 걸리지 않는 거리라, 한 제국 황실과의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 광마제를 상대할 수 있는 전력들이 지원을 나온 것이었다.

황제가 있는 황도에 무림인들이 대거 드나들기엔, 그나마 믿을 수 있는 남궁세가가 나았으니까. 남궁경이 아침 일찍 황제를 배알 하고 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 전쟁을 결판 지을 때까지 혹은 광마제를 죽일 때까지 적호단과 창궁무애단, 제왕무적단은 황도에 남을 예정이었다.

군사부의 논의 과정 중에 ‘혼현마제가 광마제와 정사연합을 이용해서 이이제이를 노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지만, 결국 역천비지의 파괴 가능성을 두고 그렇게 늦장을 부릴 리 없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었다.

그렇다고 진화 혼자서 증거도 없이 혼현마제가 광마제를 보낼 거라 주장할 수도 없었으니.

진화도 군소리 없이 군사부의 작전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군사부에서 광마제가 뒤를 노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 이만한 전력이라면, 부족하지 않을 테니까.’

진화는 그들이 황도에 머무는 날이 그리 길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놈들이 혼현마제보다 먼저 올 것이다. 광마제는 결코 혼현마제를 믿지 않을 테니까!’

* * *

그날 밤.

숲의 그림자들 사이사이로 달빛이 비치는 곳에 그림자처럼 까만 무복을 입은 사내들이 빠르게 숲을 지났다.

다섯 명쯤 되었을까.

그들은 붉은 흙으로 된 적벽을 발견하자 이전보다 더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람 소리가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다섯 명의 사내들은 적벽을 따라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다가, 적벽 사이로 난 작은 틈이 벌어진 곳을 발견하고 멈춰 섰다.

끄덕.

맨 앞에 있던 웅귀면을 쓴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일행들에게 손가락으로 뭔가를 지시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쉐에에엑-!

어디선가 날아든 빛이 눈앞에서 번뜩이고, 짙은 혈향과 함께 피 안개가 퍼졌다.

탁. 탁. 탁.

원귀 가면을 쓴 이들이 재빨리 주변으로 흩어졌다.

“쥐와 범, 말, 닭. 넷? 아니, 다섯이군.”

몸과 떨어져 굴러다니는 머리에는 곰을 닮은 원귀 가면이 씌워져 있었다.

“누구냐!”

“함정인가?”

호귀면을 쓴 자가 입구를 노려보며 소리를 지르고, 서귀면을 쓴 자가 사방을 경계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소용없었다.

서귀면을 쓴 자의 바로 귓가에서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응. 함정이야.”

푸-욱.

서귀면을 쓴 자가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차디찬 단검이 그의 목을 꿰뚫었다.

단검을 뽑자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며 남궁구의 얼굴을 적셨다.

한순간이지만 시리도록 냉정한 얼굴을 본 군조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러는 동안.

파팟-! 퍼억!

나하연의 주먹이 마귀면을 쓴 자의 가슴을 때리고, 현오의 주먹이 마귀면을 부수고 깊이 들어갔다.

그때.

파파파파팍--!

어디선가 날아온 단검이 흙벽에 박혔다.

그 자리에 있던 나하연과 현오, 남궁구와 군조가 급하게 뒤로 물러선 후였다.

파파파파--팟-!

또다시 날아드는, 이번에는 수십 개가 넘는 듯한 단검 소리.

그와 동시에 나하연과 현오, 남궁구, 군조의 뒤에서 뛰어오른 이들이 그들의 앞에 서서 검을 휘둘렀다.

쉐에에엑-!

채-엥!

남궁교명과 제갈상, 관서겸이 단검들을 모두 쳐 냈다.

그러자 적벽 건너편 풀숲에 빼곡하게 숨은 검은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살아남은 호귀면과 계귀면도 어느새 풀숲 속으로 사라졌다.

숙청단이 긴장감 가득한 눈으로 풀숲을 노려보았다.

타박. 타박. 타박.

숙청단 사이를 벌리고, 달빛에 반짝이는 청색 무복을 입은 진화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곰, 쥐, 닭, 범, 말. 어쩐지 익숙한 조합이다 했어. 광룡귀면대의 추격자들. 선발대구나. 익숙한 사냥법이야.” 

어둠 속에서 진화의 눈동자가 푸르게 빛났다.

그리고 곧 시릴 정도의 푸른빛이 풀숲을 향해 쏟아졌다.

파파파파팟---!

풀들이 폭발하듯 터져 나가고, 바로 뒤에 있던 광룡귀면대원들 또한 튕겨 나오듯 쓰러졌다.

풀숲에 숨어 있던 광룡귀면대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그걸 신호로 숙청단을 물론이고 주변에 몸을 숨긴 채 그들을 따라 들어온 적호단까지 모두가 몸을 날렸다.

쉐에에엑---!

챙! 챙!

“죽어라-! 단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적호단주의 외침과 함께 거대한 푸른 기둥이 날아들어 광룡귀면대원들을 후려쳤다.

“광마제의 수하라면 내가 감정이 많아! 대가리를 터뜨려 주마-!”

남궁진혜가 살기를 뿜으며 날뛰었다.

‘대가리’를 특정하긴 했지만,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푸른 기둥은 걸리는 모든 곳을 후려쳤다.

“크아아악!”

허리가 쪼개지면 다행이지만, 비켜 맞고 날아가는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적호단의 칼이 온몸을 꿰뚫었다.

쉐에에에엑----!

“죽어라! 죽어!”

진화의 시선이 남궁진혜에게 닿았다.

‘……그때도 저걸 휘두르셨을까.’

이전 생에 죽는 순간까지도 검을 들고 있던 남궁진혜가 그때도 저런…… 기둥을 휘둘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진화가 본 당시에는 모든 빛이 꺼져 있었으니까.

그래서일까.

진화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꽤 오래 남궁진혜를 지켜보았다.

파파파파팟--!

“감히!”

때때로 흥분한 남궁진혜의 뒤를 노리는 광룡귀면대원들을 처리하면서 말이다.

치열하게 벌어진 전투는 금방 끝을 향해 갔다.

잔인한 공방을 주고받긴 했지만 애초에 선발대로 보낸 광룡귀면대원들의 수가 서른 명을 넘지 않았으니, 수적으로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금세 사방이 조용해졌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가운데, 방금까지 타오르던 살의와 흥분을 진정시키려는 거친 호흡 소리만 가득했다.

진화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광룡귀면대는 모두 죽었고, 몇몇 부상당한 적호단원들이 뒤로 물러나 치료를 받았다.

악착같이 손 속을 펼친 광룡귀면대원들의 살수에 운 나쁘게 죽은 이도 있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았다.

‘끝이라고……?’

광마제가 흡정 흡기까지 했다고 들었다.

광마제가 진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 광룡귀면대 역시 전성기의 힘을 찾았다는 것인데…….

진화는 뭔가가 계속 걸리는 듯 기감을 날카롭게 세웠다.

그때.

온몸을 엄습하는 듯한 살기가 적호단의 뒤에서 날아들었다.

“피해!”

진화의 목소리와 함께 적호단의 뒤로 검은 기운이 날아들었다.

채---앵!

남궁진혜가 본능적으로 검을 휘둘러 검은 기운을 쳐 냈다.

“모두 물러서라!”

뒤늦게 알아차린 적호단주가 소리치고, 숙청단과 적호단이 모두 진화가 있는 틈의 입구까지 물러섰다.

검을 든 채 정면을 노려보고 있는 남궁진혜의 앞으로 검은 갑주를 입은 거대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짙은 혈향과 함께 피부가 따가울 정도의 살기가 남궁진혜를 자극했다.

남궁진혜가 사내를 향해 검을 겨누고, 사내 또한 천천히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달빛이 훤히 밝은 아래에서조차 묵빛 검에서는 아무런 빛도 나지 않았다.

‘마룡검 무맥…… 누님!’

진화는 본능적으로 알 것 같았다.

저놈이다!

저놈이 바로 이전 생에 남궁진혜의 목을 날린 놈이다!

쉐에에엑----!

무맥이 검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남궁진혜 또한 검을 휘둘러 맞섰다.

그와 동시에 새파란 번개가 무맥에게 날아들었다.

진화가 무맥을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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