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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354)화 (354/425)

남궁마제

다 죽일 진(盡) 칼날 번뜩일 화(錵) : 정당한 복수란(4)

낙양에서 가장 큰 포구는 낙양포구였다.

낙양포구에는 늘 큰 배들이 오가고 물건을 보관하고 거래하는 큰 창고들도 마련되어 있었다.

거래를 주관할 상단이나 상회의 분점도 있고, 물건을 옮길 수레와 인력을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이동이나 거래를 위해 정식 관문을 오갈 수 있는 배에나 해당되는 사안이고.

지름길이 필요하거나 관문을 피해야 할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포구가 따로 있었으니.

강물 통하는 곳엔 언제나 길이 있었다.

스르르륵---.

배가 물 위에서 점점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배 위에 있던 선원이 불빛이 반짝이자, 반대편에서도 불빛이 몇 번 반짝거렸다.

잠시 후.

사라락, 사라라-락.

울창하게 강 주변을 채우던 나뭇가지가 치워지고 풀숲이 거두어지자, 중간치 정도의 배가 아슬아슬하게 드나들 수 있는 작은 물길이 나타났다.

옆에 있던 큰 나무의 가지와 수풀과 이어져 절묘하게 가려져 있던 수로였다.

선원이 배를 움직여 수로 안으로 들어가자, 다시 나뭇가지와 풀숲이 내려와 길을 가렸다.

물길은 북망산 뒤편까지 이어졌다.

북망산은 예전부터 고관대작들이 앞을 다투어 묘지를 만든 명당이라, 무덤 속에 있는 값비싼 보물을 노린 도굴꾼과 밀수꾼도 바글바글했다.

북망산 뒤편에는 그들이 도굴한 물품을 바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밀수꾼들의 포구가 있었던 것이다.

수심이 얕아지는 곳에서 배가 멈추고.

배에 있던 검은 인영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휙-! 휙휙-!

흑의 인영들이 갈고리를 건 사슬을 커다란 나무를 향해 던지고, 까만 어둠을 따라 수많은 이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느긋하게 뱃머리를 나온 노인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곳에서 대기하도록.”

“에, 예!”

노인이 말을 걸자 놀란 선장이 말을 더듬으며 고개를 숙였다.

노인이 싱긋이 웃으며 선장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 발을 한번 박차는 것으로 공중으로 뛰어올라 단숨에 강을 넘었다.

선장과 선원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노인과 검은 인영들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 * *

뭍에 내려선 광마제가 주변을 보았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의 왜곡이 느껴지는 것이 멀지 않은 곳에 역천비지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광마제가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산속에 잡스러운 기척이 많은 것이, 혼현마제 놈이 뭔가 꾸민 게로군……. 안 그런가?”

광마제의 시선이 어두운 숲속으로 향하고, 그가 손을 뻗는 동시에 뭔가가 날아들었다.

휘이이익-!

“윽!”

숲속에서 날아든 것은 흑의 복면을 한 사람이었다.

광마제가 허공섭물(虛空攝物)로 사람을 끌어와 그 목을 쥔 것이다.

“크읏! 저, 저는……!”

흑의 복면인은 목을 조르는 손길을 견디며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애당초 광마제는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관심이 없었다.

“네가 혼현마제가 보낸 쥐새끼로구나.”

“끄륵…… 호, 혼현마제께서…… 꺼억, 꺽. 거, 거래를…….”

툭.

광마제의 손아귀에서 조금씩, 조금씩…… 복면 속에서 얼굴이 붉게 변하고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로 괴로워하던 흑의 복면인은 결국 허옇게 눈을 까뒤집고 정신을 잃었다.

눈동자 속에 보이던 두려움, 각오, 살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절망과 죽음.

죽는 순간까지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비루한 발버둥과 손안에서 세차게 뛰다가 뚝 끊겨 버린 맥의 감촉.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즐긴 광마제가 손바닥을 풀었다.

쿵.

광마제의 손에서 풀린 흑의 복면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광마제에게 그는 저 땅바닥의 흙과 하등 다를 바 없는 흙이 될 무언가일 뿐이었다.

하지만 아주 짧은 유희치고는 제법 재미가 있었으니.

“흐흐흐, 인사나 해 볼까?”

광마제가 바닥에 널브러진 흑의 복면인에게서 시선을 돌려 언덕 너머를 보았다.

언덕 너머를 향한 광마제의 눈동자에 붉은 안광이 번뜩이는 것과 동시에.

크아아아아-!

콰------앙!

광마제의 손에서 빠져나간 검은 기운이 언덕으로 가 부딪혔다.

지축이 흔들리고, 뿌연 흙구름이 밤의 어둠마저 가렸다.

뿌연 연기 사이로 광마제와 광룡귀면대가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이제 그들의 앞을 막고 있던 언덕은 없어졌으므로 그들을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천천히.

광마제와 광룡귀면대는 마치 산중의 호군처럼 위풍당당하게 협곡을 거닐었다.

적진에 와 있다는 불안감 따위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

광룡귀면대는 광마제가 이대로 황궁으로 가자고 해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었다.

완성된 광룡귀면대는 그러한 존재였다.

광룡귀면대원들은 광룡귀형신공을 익힘으로써 강한 힘을 가지게 된 대신 광마제의 광룡기에 지배당하게 되었다.

개인의 감정, 사고, 본능까지도.

무감각해지거나 백치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모든 감정과 사고, 생존본능보다 광마제를 우선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광룡귀면대는 완벽하게 광마제의 명에 따라 움직이는 살인 노예였다.

그들은 광마제를 위해서라면 두려움이나 공포, 고통, 죽음마저 잊어버린 지옥의 악귀가 되었다.

광마제가 이전의 광룡귀면대에 애착이 없었던 것이나 광룡귀면대의 완성 자체에 의미를 둔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다.

광룡귀면대의 진짜 힘은 광마제에 대한 종속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이제 광마제는 잃었던 이전의 제힘을 모두 찾았다.

그와 함께 광룡귀면대의 안에 있는 광룡기 또한 완벽하게 광마제의 광룡기에 종속당했다.

몸속의 광룡기가 몸은 물론 마음까지 온전히 광마제의 지배를 받아들이게 만드니. 지금의 광룡귀면대원들이야말로 진정 수십 년 전 광마제의 뒤를 따라 무림의 삼분지 일을 집어삼키던 그 악귀들과 같은 이들이라 할 수 있었다.

광마제는 이제야 광룡귀면대원들이 한 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다.

“혼현마제가 사신을 보낸 것을 보면, 역시 거래를 생각한 모양입니다.”

새하얀 서귀 가면을 쓴 흑의인이 광마제에게 말했다.

백서는 제법 머리를 신중하게 잘 굴려 광마제가 곁을 허락한 이들 중 하나였다.

“거래는 없다.”

“하오나 아직은 혼현마제가 남아 있는 것이 역천마제의 주의를 돌리는 데 용이하지 않겠습니까?”

놀랍게도 백서에게는 역천마제에 대한 충심이나 경외도 존재하지 않았다.

광마제는 그런 백서를 한번 힐끗 본 후 인자하게 웃었다.

“허허허, 백서야, 너는 역천마제에 대해 전혀 모르는구나. 혼현마제 그놈이 귀천성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은들 역천마제가 그놈에게 신경이나 쓸까.”

“역천마제가 귀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까?”

“귀천성을 중시하지 않는다기보다, 역천마제 자신이 곧 귀천성이라 생각하는 게지. 제 놈 외에 나머지는 그저 곁다리일 뿐.”

“아…….”

광마제의 말에 백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역천마제는 주군까지도 곁다리라 생각하는 겁니까?”

“…….”

순순한 물음이 폐부를 찌른 듯.

광마제가 말없이 백서를 보았다.

악의는 없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러니 저 물음이 불쾌한 것은 제 속에 있는 열등한 분노 때문일 것이라.

광마제의 눈동자에 붉은 광기가 일렁거렸으나, 광마제는 백서의 목을 꺾는 대신 눈을 돌렸다.

“역천마제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지. 강하니까. 그러니까 놈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놈의 몸을 얻어 광룡의 봉인을 풀기만 한다면……!”

광마제의 눈이 다시 일렁거렸다.

광마제의 광룡기가 동요하면서 광마제의 열망이 백서에게도 전해졌다.

백서의 눈빛도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한데 혼현마제가 우리 쪽에만 왔을까요?”

“허허허, 그럴 리가. 놈은 언제나 빠져나갈 쥐구멍을 만들어 두길 좋아하는 겁쟁이지.”

광마제와 백서가 다시 사이좋은 조손처럼 이야기를 이어 갔다.

“하면 저들이 혼현마제의 거래를 받아들여 둘이 손을 잡으면 어찌합니까? 대원들이 많이 상할 것입니다.”

백서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모든 것에 광마제를 우선하기는 하지만 광룡귀면대 또한 광마제의 충성스러운 수하들이라. 백서는 철저하게 광마제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을 아까워했다.

그러자 광마제가 유쾌하게 웃었다.

“허허허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거래는 없을 테니까.”

광마제의 단언에 백서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어찌 그리 확신하십니까?”

그러자 광마제가 또다시 붉은 광기를 일렁이며 말했다.

“내게 통하지 않은 이야기라면 녀석에게도 통할 리 없지. 놈은 나를 증오하면서도 나와 똑 닮았으니까.”

인생은 그 사람의 선택으로 완성된다.

같은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은 결국 같은 선택을 한다는 말과도 같았으니.

그것이 아니라도 광마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적어도 인격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부터, 광마제는 진화의 선택을 지켜보고 간여했으니 말이다.

“무맥과 선발대의 복귀가 늦구나. 우리 먼저 가 있자꾸나.”

퍼---엉!

광마제가 다시 앞을 가로막은 커다란 바위와 낮은 언덕을 치웠다.

협곡을 지나지 않고 곧바로 역천비지로 가는 길이었다.

* * *

혼현마제는 여유롭게 웃으며 진화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자네의 실력과 무위는 인정하지. 하지만 그게 광마제나 역천마제에게 닿을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정사가 연합을 하고 십이좌회와 정사 무림의 결사대가 한꺼번에 달려들고도 고작 걸음을 멈추는 데에 만족했어야 했으니까.”

“하고 싶은 말은?”

“내 제안을 받아들이게. 자네의 손에 한 제국을 쥐여 주지.”

“당신이 바라는 것은?”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과 작은 이상향을 만드는 것으로 족하네. 진국을 인정하고 그 존속을 유지하는 것.”

말은 권유형이었지만, 혼현마제는 진화가 제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 확신했다.

이건 철저하게 서로에게 해가 되는 것이 없는 거래였기 때문이다.

“정사연합, 한 제국만으로는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지 않은가? 결국은 역천마제와 신 제국을 상대하기 벅찰 것이네. 마찬가지로 진국 또한 그러하지. 각자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인정하자는 것이네. 앞으로 우리가 서로 힘을 키우고 우리 사이에 신뢰가 쌓인다면, 또 아는가? 종국에는 서로 힘을 합쳐 역천마제와 신 제국을 물리칠 수 있을지도.”

혼현마제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는 진화 일행의 뒤로 보이는 역천비지에 시선이 가는 것을 숨기며, 우는 아이에게 달콤한 사탕을 쥐여 주듯 급하지 않게 천천히 서로의 달콤한 미래에 대해 떠들었다.

서로에게 전혀 나쁠 것이 없으니, 사탕발림이라도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단 하나, 눈앞에 있는 것이 진화만 아니었다면.

“흥미 없는 이야기군.”

“뭐?”

예상과는 전혀 다른 답변이라, 혼현마제가 놀라고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되물었다.

하지만 진화는 달콤한 사탕 맛을 아는 아이가 아니었고 손해나 이득에 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상향이라고?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전혀 인정해 주고 싶지 않다.”

“뭐라? 허어! 감정에 휘둘러 대의를 그르칠 셈이냐? 허어, 그래, 우린 적이었지. 하지만 진짜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모든 대업에는 희생이 필요하다. 진국을 만드는 데에도 희생이 필요했던 것뿐이었다!”

혼현마제는 진화의 대답이 철없고 치기 어린 결정이라 생각했다.

혼현마제와 쌓인 감정에 휘둘려 눈앞의 이득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의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진화가 혼현마제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감정적인 결정이었지만, 감정을 떠나서 처음부터 진화는 혼현마제와 손을 잡았을 때 얻을 이득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한 짓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진화가 여전히 감정적으로 나오는 듯하자 혼현마제가 다급해졌다.

“내가 싫다면, 좋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단순한 거래를 하지!”

혼현마제가 급하게 말을 바꾸었다.

그래, 아무래도 자신이 서둘렀던 것이다.

무위는 광마제와 맞설 정도로 올랐다곤 하나, 상대는 아직 치기 어린 애송이일 뿐이다.

혼현마제는 나중에 조금 더 계산을 할 줄 아는 정사연합 윗선에 다시 제안을 보낼 생각을 하며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내게 역천비지를 넘기게. 그러면 삼황자의 치부를 넘겨주지. 그러면 자네가 어렵지 않게 황태자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거네!”

‘아무리 계산을 못 하는 애송이라 하나, 황태자 자리가 어떤 것인지는 알겠지.’

혼현마제는 확신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섣부른 확신이었다.

“관심 없다.”

“……뭐?”

“네 이상향도, 네가 생각하는 희생이나 진국 뭐시기도. 전부 다 관심 없다. 게다가…… 당신이 진짜 힘을 합쳐 역천마제와 신 제국을 물리칠 생각이었다면, ‘물리칠 수 있을지도.’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칠지도.’라고 했겠지. 스스로도 믿지 않는 미래를 주저리주저리 떠드는데 그거에 속는 사람도 있나?”

진화의 물음에 혼현마제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정확한 그의 성격이 만들어 낸 실수였다.

그리고 혼현마제는 진화가 그것을 알아차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놈-! 그럼 대체 뭘 원하는 것이냐!”

결국 혼현마제가 본색을 드러내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혼현마제를 보며 진화가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하! 내가 당신한테 뭔가 원하는 게 있어 보이나?”

“뭐라?”

“내가 당신한테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단 하나. 당신의 목숨이겠지.”

진화가 혼현마제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뇌전을 일으켰다.

파지지직----!

진화의 온몸에서 일어난 뇌전이 땅을 가르고 나아갔다.

파파파파파팟-!

뇌전이 향하는 곳은 혼현마제가 있는 쪽이 아닌 그의 반대쪽.

진화 일행의 뒤 적벽이 있는 곳이었다.

“아, 안 돼-! 그 역천비지는 내 것이다-!”

혼현마제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진화의 뇌전은 멈추지 않고 땅을 가르며 나아가 적벽에 부딪혔다.

쩌억. 쩌어어억.

적벽이 수십 갈래, 수백 갈래 번개 모양으로 갈라지고.

결국에는 아래에서부터 무너져 내렸다.

콰아아아앙-!

“안 돼----!”

혼현마제가 절망감에 소리치며 앞으로 나섰지만.

파-팟!

혼현마제의 발 앞으로 진화의 뇌전이 떨어지며 그를 막아섰다.

“너어!”

혼현마제가 독기 어린 눈으로 진화를 노려보았다.

진화는 그 눈빛을 당연하다는 듯 덤덤하게 마주했다.

“역천비지를 원했나? 당신이 나한테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면, 그 또한 단 하나. 폐허뿐이다.”

크라라라--락!

콰---앙!

진화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진화의 뒤로 역천비지가 있던 적벽이 무너져 내렸다.

“네 이놈-----!”

혼현마제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 * *

광마제의 뒤로 광룡귀면대가 일제히 도열했다.

“호오…….”

역천비지에 도착한 광마제가 주변을 돌아보며 탄성을 뱉었다.

기운의 느낌을 보면 역천비지가 맞았다.

이제 이곳에서 제 제물이 오기만 기다리면 되는 것인가.

광마제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정면을 보았다.

걸리적거리는 잔챙이들이 엉겨 붙긴 했지만, 제물이 도착하기 전 유희 거리 정도는 될 것이라.

광마제가 붉은 안광을 번들거리며, 눈앞에 잔뜩 기세를 끌어 올리고 선 방해꾼들을 보았다.

“이런, 기대도 안 했던 대어가 걸렸네.”

남궁경이 광마제를 향해 검을 겨누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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