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나아갈 진(進) 따를 화(化) : 운명의 굴레(2)
쿠-----웅!
거대한 빛과 함께 떨어진 광마제와 진화.
그리고 커다란 굉음과 기의 여파.
“주군!”
광룡귀면대원들의 고개가 일제히 광마제를 향해 돌아가고, 남궁경을 비롯한 남궁세가 무인들과 숙청단 또한 하던 전투마저 멈추고 진화를 찾았다.
“지, 진화야!”
누군가는 보았고 누군가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광마제와 진화의 싸움을 본 사람들은 마지막, 진화의 손바닥이 광마제의 가슴을 내리치는 것을 보았다.
창궁무애단주 호방련도 그중 하나였다.
‘둘째 공자의 무위가 이 정도였단 말인가!’
창궁무애단주의 얼굴에 경악을 넘어 경외감이 떠올랐다.
‘의천검주의 제자라더니…….’
한령신검 남궁위가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진화를 보았다.
광마제와 함께 떨어졌지만, 진화는 쓰러지지 않고 바로 일어나 광마제가 있는 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남궁위의 눈빛이 일렁였다.
남궁세가에 걸맞지 않게 곱고 여린 소공자로, 다행히 자질이 뛰어나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광마제를 넘어뜨리고 우뚝 선 등이 그렇게 거대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걱정과 놀람을 넘어 한 사람의 검사로서 경의로울 정도였다.
‘마치 천하제일 고수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라면 과하다 할까. 어차피 이 싸움도 무림의 전설로 남겠지. 의천검주님도 자랑스럽겠어.’
이전 생에 진화의 스승이었던 남궁위는 이번 생에 진화의 스승이 된 의천검주를 부러워했다.
검사로서 검의 극의를 보는 것도 일생의 염원이지만, 자신의 검을 온전히 잇는 후인을 가지는 것 또한 모든 무인들의 염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광룡귀면대가 그들의 주군을 걱정하고 남궁세가 무인들과 숙청단은 진화가 승기를 잡았다 생각한 순간이었다.
모두가 방심한 순간.
그 방심을 뚫고 소름 끼칠 정도로 섬뜩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흐흐, 흐흐흐흐흐…….”
낮고 흐느끼는 듯한 웃음소리.
진화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의천검을 곧게 들었다.
그와 동시에.
“크하하하하하하-!”
광마제가 광소를 터뜨리고.
콰아아아-----아!
광소와 함께 포악하고 거센 기운이 깨어났다.
광마제를 중심으로 검은 기운과 붉은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마치 포효하듯 주변 공기를 찢었다.
이제까지 겪어 보지 못한 거대한 기운이 모두를 흔들었다.
파바밧— 파파파파파팟--!
광마제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치던 검은 기운과 붉은 기운이 거대한 태풍처럼 하늘로 치솟았다.
흑룡기와 광룡기의 소용돌이가 높이 올라갈수록,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흙먼지와 작은 돌덩이, 풀숲이 날렸다.
“큿!”
“대, 대체 뭐야!”
살갗을 찢을 듯 거센 기운에 광룡귀면대와 남궁세가 무사들도 잠시 움츠러들었다.
진화에게 타격을 입은 듯 보였던 광마제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기운을 뿜자, 남궁세가 무사들과 숙청단원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때.
콰아아아아아---!
불길한 굉음이 울렸다.
이번에는 정말 짐승의 울음소리 같았다.
거세게 부는 바람에 실눈을 뜨고 울음소리를 찾은 남궁세가 무인들과 숙청단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광마제를 둘러싼 태풍이 거대한 흑룡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저게 뭐야!”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거세게 휘몰아치던 검은 기운은 이제 온전한 흑룡의 모습을 하고, 붉은 광룡기는 흑룡의 눈과 뿔, 양손과 비늘 곳곳에 박혀들었다.
기분 나쁜 광마제의 웃음소리가 모두의 귀를 때렸다.
“크하하하하하-!”
콰아아아----아아!
광마제의 광소 뒤로 붉은 여의주를 쥔 흑룡이 용트림을 하며 하늘로 치솟았다.
퍼------엉!
“크읏!”
“윽!”
이번에야말로 몸을 휘청거릴 정도의 기운의 여파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그 중심에서, 진화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검을 세우고 있었다.
“…….”
진화가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광마제를 노려보았다.
기운의 여파가 모두 흩어지고 나자, 이제는 거대하고 섬뜩한 무언가가 모두를 짓눌렀다.
“헉!”
“과, 광룡이……!”
광마제를 본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붉은 안광을 뿜고 여의주를 부리는 거대한 흑룡이 광마제를 둘러싸고 똬리를 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그게 뭐였지?”
“…….”
진화는 대답 없이 광마제를 보았다.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광마제에게 묻고 싶은 말이었다.
저게 대체 뭐냐고!
흑룡귀기가 만들어 내던 흑룡보다 족히 서너 배는 더 큰 크기에 흉측한 두 개의 뿔과 두 눈, 검은 비늘 곳곳에 용암처럼 붉은 광룡기가 꿈틀거렸다.
흑룡은 지옥의 염과 같은 검은 연기를 뿜으며 진화를 향해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단 한 사람 진화는 그게 무엇인지 알았다.
이전 생에 진화를 삼키려던 그 광룡(狂龍)이었다.
* * *
광마제가 손을 뻗자 거대한 흑룡이 여의주처럼 붉은 광룡환을 뱉어 냈다.
시각으로는 절대 좇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다가온 여의주를 향해 진화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검을 휘둘렀다.
정확하게 광룡환을 보는 시선.
쉐에에엑-!
파—팟! 쾅! 쾅!
진화의 검에 양단된 광룡기가 폭발하며 흩어졌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었다.
순식간에 수십 개의 광룡환이 진화를 덮쳐 왔기 때문이다.
섬전십삼검뢰 붕격우산-!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급격하게 방향을 꺾는 움직임은 번개를 닮아 있고, 한 줄기 섬광을 그리듯 휘두른 검은 그보다 더 빨랐다.
섬광 속에 푸른 뇌전 번뜩거렸다.
진화가 섬전십삼검뢰 속에 천뢰제왕검 현뢰일섬을 담은 것이다.
“허허허, 또 재밌는 수작을 부리는구나.”
광마제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광마제는 여전히 여유로운 얼굴로 진화의 뇌전을 손에서 터뜨리고, 한번 발을 떼는 것만으로 단숨에 진화의 앞까지 날아갔다.
“이것이 진짜 광룡귀형 산악(散惡)이다!”
콰아아아아아-----!
수십 개의 광룡환이 산개하여 진화를 향해 쏘아져 나가고, 광룡이 포효하며 진화를 집어삼킬 듯 날아들었다.
빛처럼 빠르게 쏟아지는 수십 개의 광룡환.
그리고 포효하며 날아드는 광룡.
진화의 눈동자 속 우주가 검게 물들었다.
‘애초에 다른 건 없었다.’
남궁의 검이었다.
남궁이 그리는 하늘과 남궁이 닮고 싶은 바다였다.
진화는 천뢰제왕검 현천섬뢰에 천풍검법 산개여야를 담았다.
쉐에에에에----!
진화의 앞에 새하얀 바람이 검막을 이루고, 광룡환이 그곳에 부딪혔다.
검막을 둘러싼 섬뢰가 광룡환이 닿을 때마다 번뜩였다.
파지지지직!
콰광! 쾅! 콰광-!
마지막으로 거대한 광룡이 검막을 부술 듯이 부딪쳐 왔다.
파파파파파팟---!
퍼엉! 펑! 펑!
천뢰기에 둘러싸인 검막.
철옹성 같은 벽을 뚫으려 포악한 광룡이 날뛰었다.
몸으로 부딪히고 이빨로 짓씹으며 광룡환을 퍼부었다.
그리고 마침내.
콰-----앙!
붉은 폭발과 검은 연기를 뿜으며 검막과 광룡이 동시에 흩어졌다.
그 속을 진화가 파고들었다.
쉐에에에엑-!
퍼—엉!
진화가 광마제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광마제는 팔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광마제의 얼굴에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가 있었다.
“괜찮은 묘수로구나. 남궁의 검을 섞다니 말이야.”
“묘수? 당신에겐 이게 고작 묘수 따위로 보이나?”
파팟-! 팟!
진화의 검에서 천뢰기가 번뜩이고, 검은 연기가 광룡을 대신해서 그것을 막았다.
“허어, 별것 아닌 것을 두고 과하게 우쭐대고 싶은 게냐?”
검은 연기는 곧 수십 마리의 작은 광룡이 되어 진화를 향해 광룡환을 쏘았다.
“별것 아닌 것이라…….”
파지지직--!
진화의 왼손에서 번뜩인 천뢰기가 광룡환을 막고, 오른손에 든 검은 곧장 광마제의 가슴을 노렸다.
콰아아아---!
파파파파팟---!
조금 더 커진 광룡이 나타나 진화의 검을 막아 냈다.
“이런 같잖은 수작 말고 아까 전에 그것은 무엇이더냐? 천뢰기와 다른 그 검은 번개! 두 개의 내공을 가진 것이냐? 그런 거야?”
광마제가 추궁하듯 진화에게 물었다.
진화를 보는 그의 눈엔 광기와 탐욕이 번들거렸다.
“아까의 그것이라…….”
천뢰기와 다른 검은 번개.
진화도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
혼돈지체로 태어나 선천적으로 가진 뇌전이라, 이전 생엔 그걸 천뢰기가 불렀고 지금에 와선 그걸 혼돈기가 불렀다.
이전 생에는 천뢰제왕신공을 익히지 못했고 지금은 그것을 완전히 익혔기에 둘을 구분하려 한 것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전혀 쓸모없는 짓이라는 걸 알았다.
천뢰제왕심법을 통해 쌓은 기운도, 혼돈지체로 인해 선천적인 기운의 충돌로 만들어진 뇌전도, 그 둘을 합쳐서 만든 기운도.
결국은 모두 하나였다.
인간과 자연, 세상을 가득 채운 기운의 일부분일 뿐이라, 그것을 합치든 분리하든 결국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당신은 여전하군.”
“뭐라?”
진화의 말에 광마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별것 아닌 말이었지만, 이전에 진화가 한 말 때문일까.
신경에 거슬리는 말이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당신은 그렇게 여전한 것이 문제라고.”
“쓸데없는 말이 많구나!”
광마제가 짜증을 내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콰아아아아악---!
수십 마리의 작은 광룡은 어느덧 다섯 마리의 거대한 광룡이 되었다.
그리고 진화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날아들었다.
파지지지직!
펑! 펑-! 펑--!
진화의 검이 광룡의 공격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엔, 진화의 검에서 번뜩인 검은 번개가 광룡의 목을 갈랐다.
콰아아아악-!
퍼----엉!
마치 비명처럼 광룡을 이루던 기운이 찢겨 나가고, 광마제가 놀란 듯 사나운 눈으로 진화를 노려보았다
“이놈---!”
광마제의 분노에 따라 그를 둘러싼 광룡들이 난폭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진화를 둘러싸고, 또다시 수십 개의 광룡환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진화는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진화는 수십 개의 광룡환과 난폭한 광룡에 눈길도 두지 않았다.
진화의 시선은 오로지 광마제를 향했다.
“당신은 점점 늙어 가고, 시간은 당신 편이 아니지. 당신은 여전히 비참한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구나.”
“닥쳐라---!”
휙! 휙! 쉐에에에엑--!
수십 개의 광룡환이 날아들었다.
진화의 눈동자 속 우주에서도 천둥번개가 내리쳤다.
파파파파파파팟---!
진화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수십, 수백 개의 뇌전이 광룡환을 흔적도 없이 태워 버렸다.
“역시 숨겨 둔 수가 있었어! 네놈의 몸에 힘이 숨겨져 있었어! 내놔라! 내가 만든 것이다! 그걸 내게 내놔--!”
광기로 물든 광마제가 진화를 향해 달려들었다.
다섯 마리의 광룡은 어느새 다시 거대한 한 마리가 되어 광폭하게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아아----!
이전에도 보았던 것이었다.
거대하고 흉포하며, 악의로 잔뜩 뭉친 미친 용.
이미 한번 죽였던 것을 다시 두려워할 진화가 아니었다.
“이전과 똑같이, 당신의 죽음에는 항상 이것이 있구나.”
침착하다 못해 덤덤한 얼굴로 제게 날아드는 광룡을 보던 진화는, 광룡의 이빨이 검 끝에 닿자마자 검을 휘둘렀다.
제왕검형 불위-!
쉐에에에에! 쉐에에엑-
파파파파팟--!
화가의 붓질처럼 변덕스럽고.
방향을 알 수 없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가벼웠으며.
어디서 떨어질지 모르는 천벌처럼 강력했다.
진화는 입을 벌린 광룡의 사나운 이빨부터 오만한 두 눈, 악의를 품고 있는 기운을 모조리 베어 버렸다.
이전에 제 몸과 함께 그것을 터뜨렸을 때처럼 하나하나 조각조각.
그리고 이번에는 검을 들고 광마제의 앞까지 뛰어들었다.
“젠장! 이놈! 이 하찮은 제물 따위가--!”
콰아아아아아---!
광룡의 형체고 뭐고, 시커먼 광기에 둘러싸인 광마제가 진화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광마제의 광기와 진화의 기운이 부딪히며 다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크읏!”
진화가 이를 악물었다.
전진하려는 진화의 의지가 가로막히고 진화를 삼키려던 광마제의 광기가 흩어졌다.
핏줄이 터지도록 온몸의 기운을 내뿜었지만, 젊고 건강한 광마제는 이전 생의 마지막 순간보다 강했다.
‘안 돼!’
싸우면 싸울수록 진화는 광마제를 죽이고 싶단 생각이 간절해졌다.
복수심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이전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광마제를 놓친다면, 광마제는 다시는 스스로 함정에 걸려드는 오만한 판단을 내리거나 진화와 맞붙으며 방심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죽인다, 여기서 반드시!’
눈앞에서 뇌전이 번뜩였다.
시계 가득 번뜩인 뇌전은 진화의 몸속, 진화의 온 우주에서도 번뜩이고 있었다.
진화의 모든 기운이 충돌하며 만들어진 뇌전이 진화의 몸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크아아아아아---!”
제왕검형 천하(天下)--!
비명과 같은 진화의 고함과 함께, 진화의 검이 광마제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파팟---!
수없이 많은 충돌이 광마제의 광기를 부쉈다.
“너, 너……!”
광마제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반면 진화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했다.
“죽어라!”
온몸의 힘이 쏘아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진화는 멈추지 않았다.
함께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저들을 위해 죽어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파파파파팟-!
콰----앙!
진화의 검이 광마제를 꿰뚫었다.
* * *
공중에서 끊임없이 빛이 번뜩였다.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어김없이 이어지는 굉음과 기의 여파만으로 그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음을 짐작할 뿐이었다.
콰광광----광!
수십, 수백 개의 뇌전이 뿜어져 나오며 광룡이 조각조각 찢어졌다.
검은 광기가 순식간에 흩어지고.
퍼--엉!
검은 기운을 둘러싼 광마제와 푸르른 뇌전에 휩싸인 진화가 맞부딪혔다.
그러다가 곧.
파파파파파파팟---!
콰-----앙!
진화의 손에 들린 번개가 광마제를 꿰뚫는 것과 함께, 두 사람이 공중에서 떨어져 내렸다.
“진화야---!”
“주군!”
남궁경과 백서가 동시에 몸을 날렸다.
“진화야! 진화야!”
남궁경이 창백한 얼굴로 진화를 안아 들었다.
창백한 남궁경보다 더 새하얀 얼굴로 쓰러진 진화는 남궁경의 부름에도 깨어나지 못했다.
“놓치면 안 된다!”
광마제를 안아 든 백서를 향해 창궁무애단 부단주 남궁위와 남궁구, 남궁교명, 현오가 뛰어들었다.
쉐에에에에엑----!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그들의 앞을 막는 광룡귀면대를 베었다.
남궁구와 남궁교명의 비호 속에 거침없이 들어간 남궁위가 검을 휘둘렀다.
얼음처럼 시리고 찬 검기가 백서의 목을 지났다.
파팟---!
피가 분수처럼 치솟았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피를 고스란히 맞으며 현오가 광마제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아니, 뻗으려 했다.
하지만 현오가 주먹을 뻗기 전에 광마제는 이미 죽어 있었다.
의천검을 가슴에 꽂고, 새하얗게 질린 피부 위로 검게 탄 핏줄이 드러났다.
전신이 조각조각 쪼개지듯 온몸에 검은 줄이 있었다.
“…….”
팟-!
현오가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의천검을 뽑았다.
피 한 방울까지 모두 태워 버린 듯, 검이 뽑혀 나오는 데에도 피는 나지 않았다.
현오가 광마제의 시체를 보는 동안, 숙청단과 남궁세가 무인들이 광룡귀면대를 몰아붙였다.
남궁경은 아들을 안고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