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나아갈 진(進) 따를 화(化) : 잔인한 사랑(3)
살선(殺先) 보곡성.
혹자들은 흔히 살선이라는 별호를 ‘죽음의 신선’이라 생각하지만, 틀렸다.
보곡성의 살선의 의미는 첫 번째 죽음.
살각의 암살자들은 대상자들에게 죽음 그 자체로 찾아가며, 살각주는 그 첫 번째라는 의미였다.
살선 보곡성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암림혈귀갑이 마치 날개라도 된 듯 보곡성의 기운을 받아 일렁거렸다.
마치 사신(死神)과 같은 모습이, 이제껏 등장했던 소리마제들보다 훨씬 소리마제다워 보였다.
“크아아아앗--!”
챙! 챙챙챙챙!
보곡성이 순식간에 진화의 앞으로 달려들면서 공격이 시작되었다.
일반적인 고수의 안력으로는 도무지 좇을 수 없는 속도로 공격이 쏟아졌다.
검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진화와 보곡성의 주변에는 온통 불꽃으로 번뜩였다.
챙! 챙챙챙챙!
파팟-!
암림혈귀갑의 사슬 끝에 뾰족하게 달린 창은 진화의 온몸을 찌를 듯이 달려들었지만 결국 진화의 검을 뚫지 못했다.
오히려 진화의 검이 푸른 광채를 뿜는 순간, 진화의 뇌전에 도망가듯 튕겨 나갔다.
“정말로, 내 공격이 보인다고?”
암림혈귀갑이 튕겨 나가며 보곡성의 어깨가 흔들렸다.
보곡성은 몹시 놀란 듯 눈을 크게 떴지만, 진화는 그런 보곡성의 반응이 새삼스러울 뿐이었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여상하게 되물은 진화가 제게 다가오는 암림혈귀갑을 보며 눈빛을 번뜩였다.
그리고 암림혈귀갑의 사슬 끝에 달린 창의 꼭짓점을 모조리 쳐 냈다.
탕! 탕탕탕탕-!
창끝에 힘이 집결된 만큼 반발도 거셌다.
창이 멀리 튕겨 나가자 암림혈귀갑의 사슬까지 모조리 뒤로 딸려 갔다.
촤르르르르-!
“크읏!”
뒤로 딸려 간 암림혈귀갑 때문에 보곡성의 상체가 흔들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진화의 검이 움직였다.
쉐에엑!
챙! 챙! 챙챙챙챙-!
이번에는 보곡성의 앞에서 불꽃이 튀었다.
보곡성이 힘겹게 진화의 검을 막아 냈다.
그 모습을 보며 진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당신이 보는 세계는 딱 여기까지인가 보군.”
그 말을 마친 진화의 눈동자에 검은 번개가 내리쳤다.
* * *
살각주 보곡성이 흑살대와 마주하고도 피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암살자들이 정면에서 검수들과 부딪히는 것은 그들에게 불리한 일이었다.
암살자들의 신체는 근본적으로 단단함보다는 유연하도록, 강함보다는 가볍고 빠르도록 단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살각은 암살(暗殺)보다는 살기(殺技)에 중점을 두었다.
‘몰래’ 죽이는 기술이 아니라 ‘죽이는 기술’ 그 자체에 집중한 것이다.
그래서 살각은 암살자들을 모두 똑같이 빠르고 가볍고 유연하게 만들기보다, 그들 각자에 맞는 무공을 가르치고 수련하도록 했다.
보곡성은 그들 하나하나를 암살자가 아닌 살인 전문가로 키웠고 그에 마땅한 자부심을 품었다. 그래서 이렇게 장애물이 많고 닫힌 공간이라면 살각 제자들이 흑살대에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안일했다.
“구!”
남궁교명의 부름과 함께 남궁구가 바람처럼 가볍게 날아올랐다.
그리고 너덜너덜한 지붕 끝을 밟고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쉐에에엑-!
챙! 챙! 챙!
남궁구는 가벼운 보법 대신 몸을 회전하며 천풍검법에 힘을 싣고, 아슬아슬한 지붕 끝에서 아무렇지 않게 검을 휘두르며 살각 암살자들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일격에 죽이기는 힘들지만 균형을 무너뜨리는 거라면 어려울 것이 없었다.
“어중간한 암살자들이군. 멍청하긴.”
남궁구가 살각의 암살자들에게 싸늘한 비웃음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남궁구의 검이 돌풍처럼 지붕 위를 휩쓸었다.
반면.
파지직! 푹!
“큿!”
남궁구와 함께 지붕 위로 오른 남궁교명은 전진이 쉽지 않았다.
온몸의 근육이 긴장하며 균형을 잃진 않았지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지붕이 부서지고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이런, 젠장!”
욕지거리를 뱉은 남궁교명은 옆에서 파고드는 살기에 본능적으로 검을 들었다.
채-앵!
부딪힌 검에서 충격이 전해졌지만, 흔들린 것은 오히려 상대방이었다.
남궁교명은 한쪽 발이 빠지면 빠진 대로 검을 휘둘렀다.
불안한 하체에도 불구하고 그의 검은 흔들리지 않고 상대의 급소를 베고, 살각의 암살자들을 검과 함께 통째로 바닥에 던져 버렸다.
“크아아아앗-!”
퍼-억!
바닥에 떨어지는 살각의 암살자들을 기다리는 건 나하연이었다.
그들은 안전하게 착지하기 전에 나하연의 주먹을 맞고 머리나 허리가 부서졌다.
“타아아아앗-!”
사방이 적으로만 가득 찬 상태라면 나하연은 망설일 것이 없었다.
나하연의 별호는 언니처럼 천상화나 배경과 미모를 연상케 하는 패왕화 따위가 아닌 용수권이었다.
패왕권문의 용수팔반은 일흔두 가지 권의 연속기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부수는 건 나하연이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였다.
게다가 남궁구와 남궁교명 때문에 지붕에서 떨어진 살각 암살자들이 운이 좋아 나하연의 무자비한 주먹질을 간신히 피한다고 해도.
푹! 푹! 푹!
기다렸다는 듯 흑살대 대원들의 도가 그들의 온몸을 내리찍었다.
“우아아아-! 가증스러운 배신자 새끼들!”
퍼-억! 퍽! 퍽!
흑살대주가 거대한 도를 도끼질하듯 휘둘렀다.
흑살대의 무공이 그러했다.
도끼질하듯, 강한 힘으로.
사패천주가 천마산의 삼백 년 묵은 나무들을 쓰러뜨리며 만들어 낸 흑살도법은, 닿았다 하면 사람의 몸을 순식간에 양쪽으로 쪼갰다.
퍼---억!
“크아아악!”
비명과 함께 살각의 암살자 하나가 없어진 손목 아래를 막으며 휘청거렸다.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며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흑살도법은 어느 부위가 잘려 나가든 대량의 출혈을 일으키며 상대를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다.
살각의 암살자들이 휘청거리며 쓰러진 후에도 흑살대는 사람의 목을 장작 패듯 잘라 내며 확인 사살을 마쳤다.
사방에 사람의 몸뚱어리가 조각조각 흩어져 있고, 흙바닥이 붉게 물드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비릿한 혈향이 골목에 가득했다.
필요 이상으로 잔인해진 싸움터에는 질퍽해진 바닥을 박차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 악에 받친 비명만 가득했다.
“감히 천을 배신하고도 살길이 있을 듯싶더냐!”
강무련이 살기를 터뜨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팟! 팟!
살각의 암살자들이 휘두르는 날이 짧은 검은 강무련의 질긴 살갗에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고.
퍼-억!
“크억!”
빈틈을 노린 강무련의 주먹에 늑골이 있어야 할 자리가 움푹 패었다.
강무련은 사패천에서도 목숨을 건 사랑대전으로 정정당당하게 후계자 자리를 거머쥔 사내였다.
미친 소의 뿔처럼 휘두르는 두 주먹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암림혈귀갑의 힘을 얻은 보곡성은 강무련을 무시했지만, 난투가 벌어지는 그곳에서 강무련은 군계일학처럼 눈에 띄었다.
퍼억! 퍽! 퍽!
“크아아악!”
“커헉!”
중도를 표방한다는 건 모든 것을 조화롭게 골고루 익히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림을 통틀어도 음양의 조화나 균형을 추구하는 문파는 몇몇 있어도 대놓고 중도를 추구하는 문파는 남궁세가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 것을 고루 익혀야 하는 만큼 필요한 재능은 많은 데 비해 경지에 오르기까지 오랜 수련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코앞에 적의 칼이 기다리고 있는 무림에서 어중간한 무인은 경지에 오르기도 전에 죽기 십상이었다.
강무련이 보는 살각 또한 그러했다.
“느려! 약하다! 고작 이따위 수준으로 감히 사파 하늘을 더럽혔더냐!”
강무련과 흑살대의 손 속이 평소보다 잔인한 이유였다.
사랑탑대전은 사패천의 율법인 동시에 실력 본위를 외치는 사파의 자존심이었다.
강무련은 살각이 비열한 수로 경쟁자를 죽이고 사랑탑대전을 사패천주를 움직이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는 살각이 배신과 더불어 사파의 자존심을 더럽혔다 생각했다.
퍽! 퍽-!
강무련의 주먹에 살각 암살자들의 뼈가 부서지고 머리가 터져 나갔다.
피가 튀면서 눈앞을 가렸지만, 강무련은 그들을 모두 응징할 때까지 멈출 생각이 없었다.
* * *
살각과 흑살대만 생각한다면 살각주 보곡성의 탐욕은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보곡성은 살각의 비선들이 모두 죽었다는 사실을 잊었다.
아니, 설사 그들이 모두 살아 있었더라도 과연 강무련과 정파 신진고수들의 상대가 되었을까.
남궁구와 남궁교명, 나하연의 활약으로 무게추가 완전히 기울었다.
보곡성의 처지도 다른 살각 암살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쉐에에엑---!
챙-! 챙챙챙!
암림혈귀갑의 사슬까지 더한다면 손이 수십 개나 다름없었건만, 보곡성은 진화의 검을 숨 가쁘게 막아 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렇군. 당신이 보는 세계는 딱 여기까지인가 보군.”
보곡성의 머릿속에 진화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곧장 알아듣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 의미를 정확히 알 것 같았다.
그때 이후로 진화의 검은 점점 더 빨라지고 검에 실린 힘도 강해졌다.
암림혈귀갑의 창에 부딪히고 나면 그 충격이 보곡성의 어깨에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은 검은 눈동자가 무심하게 저를 비추는 것을 보며 보곡성을 할 말을 잃었다.
사람 같지 않게 아름다운 얼굴이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말도 안 돼! 어디서 이런 놈이……!’
이제 와 부정하는 것도 한심한 일이었다.
혼현마제는 이미 남궁진화가 소리마제와 환마제, 권마제 그리고 광마제마저 죽였음을 알려 주었었다.
게다가 처음 소리마제를 죽일 땐 남궁세가 전체가 움직여야 했지만, 마지막 광마제는 오로지 진화 혼자 상대했다.
진화는 이제 소리마제를 앞에 두고 전장을 덤덤하게 지켜볼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쉐에에엑-!
팟! 팟! 팟!
매섭게 불꽃이 튀면서 보곡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보곡성이다! 무림 최고의 살인 전문가라고!’
살각의 자존심을 전 무림에 세우기 위해, 살인 기예문으로서의 입지를 만들기 위해 혼현마제의 손을 잡고 오랫동안 기다렸다.
이대로 무너진다면, 자신이 그리던 이상마저 무너지는 것이었다.
끝끝내 자신의 이상이 무림에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대로 물러서지 않겠다-!’
보곡성의 눈에 결연한 각오가 흘렀다.
그리고 암림혈귀갑으로 보내는 피와 기운이 늘었다.
촤르르르---!
보곡성의 낯빛이 창백해진 것과 달리 암림혈귀갑은 힘을 얻어 날뛰었다.
촤아아아악---!
창날이 마치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뱀처럼 진화를 향해 이를 들이밀었다.
촤----앙!
암림혈귀갑의 수십 개의 창이 하나로 모여 진화의 검에 부딪혔다.
그 순간, 보곡성의 눈이 빛났다.
‘간다!’
쉐에에에엑---!
붉디붉은 단검이 진화의 목을 갈랐다.
아니, 갈랐다고 생각했다.
“느렸다.”
보곡성의 앞이 아닌 뒤에서 진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보곡성이 경악을 금치 못한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가 채 몸을 돌리기도 전에 암림혈귀갑의 사슬 절반이 진화의 손에 잡혔다.
파지지지지직---!
“아아아아악!”
보곡성의 입에서 고통을 참지 못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푸른 뇌전이 암림혈귀갑의 절반을 타고 번뜩였다.
보곡성이 고통을 떨쳐 내려 검을 휘둘렀다.
쉐에에엑----!
진화는 잡고 있던 암림혈귀갑을 놓고 보곡성과 거리를 벌렸다.
“헉. 헉. 헉…….”
암림혈귀갑의 반쪽이 까맣게 타서 축 늘어져 있고, 보곡성도 마찬가지였다.
암림혈귀갑에 모든 힘을 빼앗긴 것일까.
보곡성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호흡조차 가다듬을 수 없을 정도로 지친 것이다.
진화는 그가 왜 그런 모습인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제까지 암림혈귀갑을 가진 소리마제들이 전부 보곡성과 같았기 때문이다.
“지쳤나? 하긴 그렇겠지. 암살자의 힘으로 내내 내 검과 맞부딪쳤으니까. 당신들은 암림혈귀갑으로 힘을 얻는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야. 암림혈귀갑은 당신의 피와 생명력을 당겨쓰는 괴물일 뿐이다. 그러니 고작 이 정도 움직이고 그렇게 지치고…… 늙어 버린 거겠지.”
진화의 말에 보곡성이 눈을 크게 떴다.
눈에 띄게 지친 보곡성은 순식간에 얼굴에 주름이 지고 눈썹과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었다.
보곡성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제 얼굴을 손으로 만졌다.
하지만 제 얼굴의 변화를 알아채기도 전에 쭈글쭈글해진 손등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이, 이건……!”
보곡성의 얼굴이 공포로 질렸다.
그런 보곡성에게 확인 사살이라도 하듯 진화의 말이 떨어졌다.
“당신은 죽음의 시간을 당긴 것뿐이야.”
단호한 진화의 말에 보곡성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아니야! 그럴 리 없다! 이대로 끝내지 않아--!”
촤르르--르!
보곡성의 분노에 찬 고함과 함께 그의 얼굴이 더 쭈글쭈글하게 변하고 눈썹과 머리, 수염은 완전히 백색으로 변했다.
하지만 암림혈귀갑은 더 많은 기운을 얻고 붉게 출렁거렸다.
촤아아아아---!
암림혈귀갑의 사슬이 땅바닥에 박혔다.
그리고 땅바닥에서 피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꿀렁꿀렁.
마치 바닥에 흥건한 피를 마시는 듯 암림혈귀갑의 사슬이 꿀렁거렸다.
그 모습을 보는 진화와 일행의 눈도 커졌다.
진화는 이전 소리마제를 상대하며 암림혈귀갑이 그의 피를 끌어당기는 걸 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의 피를 흡수하는 건 처음이었다.
바닥이 질퍽해질 정도로 흥건한 피.
촤라라라라---!
피를 마신 암림혈귀갑은 진화가 태워 버린 사슬까지 본래의 모습을 찾고 출렁이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 힘이 넘친다! 힘이 넘쳐! 네놈도 이건 몰랐겠지?”
보곡성이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진화가 눈살을 찌푸렸다.
기세를 찾은 듯한 암림혈귀갑.
하지만 그보다 먼저 진화의 눈에 들어온 건, 암림혈귀갑과 달리 여전히 백 살도 넘은 노인처럼 변해 버린 보곡성의 모습이었다.
암림혈귀갑은 힘을 찾았지만 보곡성이 빼앗긴 기운은 그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파지지지지직---!
진화의 눈동자에 검은 번개가 몰아쳤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의천검을 휘둘렀다.
파파파파파파팟----!
천뢰제왕검법 무수전뢰.
검푸른 뇌전이 땅을 파헤치며 보곡성을 향해 갔다.
“어림없다-!”
퍼-엉!
파바팟-!
보곡성이 암림혈귀갑의 사슬을 움직여 진화의 뇌전을 정면에서 막았다.
그런데 진화의 뇌전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암림혈귀갑의 사슬에서 번쩍였다.
파지지지지직---!
“이, 이게 왜……!”
암림혈귀갑이 바닥에서 끌어당긴 피에 진화의 천뢰기가 담겨 있었으니, 결국 암림혈귀갑이 진화의 뇌전을 품고 만 것이다.
촤라락! 촤라락!
암림혈귀갑이 천뢰기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그사이.
쉐에에에엑---!
짙푸른 번개가 보곡성의 목을 갈랐다.
“커헉!”
보곡성이 피를 뱉으며 눈알을 굴려 옆을 보았다.
진화의 덤덤한 목소리는 그의 뒤에서 들렸다.
“그래서 내가 충고하지 않았나. 실행할 수 없는 계획 따윈 아무 소용없다고.”
“컥!”
보곡성은 끝끝내 진화를 돌아보지 못하고 목이 떨어졌다.
“사, 살선이 죽었다!”
누군가 진화에게 목이 떨어진 보곡성을 보고 크게 소리쳤다.
“놈들이 도망간다!”
“쫓아라!”
“우아아아아---!”
흑살대의 함성을 들으며 진화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곡성이 죽으면서 함께 쓰러진 암림혈귀갑이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푹!
진화가 암림혈귀갑을 검으로 찔렀다.
파지지지지직-!
진화의 천뢰기에 몸서리치던 암림혈귀갑이 결국 까맣게 탄 채 보곡성에게서 떨어졌다.
진화는 죽은 소리마제 보곡성의 시체와 널브러진 암림혈귀갑의 잔해를 보며 짧게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젠 정말로.”
광마제에게 닿았고 마제들을 뛰어넘었다.
이젠 정말로 역천마제와 귀천성을 몰아낼 때가 왔음이 실감이 났다.
* * *
혼현마제의 죽음.
그리고 소리마제와 살각의 몰살.
소식은 빠르게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혼현마제와 소리마제가 귀천성을 배신하긴 했지만, 팔마제 중 둘의 죽음은 사소한 사건이 아니었다.
정사연합은 바쁘게 정사연합 회의를 소집했고, 이 소식은 신 제국 황성에도 전해졌다.
진국을 인정하진 않았지만 그들의 영토가 무주공산이 되었다는 소식은 한 제국 조정도 술렁이게 만들었다.
“만두……라고?”
조금 상관없는 이야기도 조정을 술렁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