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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370)화 (370/425)

남궁마제

나아갈 진(進) 따를 화(化) : 잔인한 사랑(5)

한 제국 장추궁.

황제와 주요 대신들이 자리해 있었다.

황제는 매우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하고 있고, 다른 대신들은 입을 꾹 다문 것이…… 마치 웃음을 참는 듯한 표정이었다.

“관문에서 또? 허허, 이거 참…… 차라리 통관패나 쥐여 줄 것을 그랬군. 이거 내가 중신들 보기 민망해서 원.”

“허허허허! 황자님께서 아직 황룡금패가 뭔지 실감을 하지 못하셔서 그런 것입니다. 곧 통관패보다 대단한 패라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황제의 장인인 조위례가 황제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시원하게 웃자, 대사마와 대사농, 중서령도 고개를 돌려 웃음을 터뜨렸다.

신료들의 솔직한 반응에 차라리 마음이 편해진 듯, 황제도 민망하지만 웃음을 지었다.

“그건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응? 이건 또 뭐야? 만……두?”

이어진 내용에 황제의 눈이 커졌다.

자신이 잘못 본 것은 아닌지, 황제의 눈동자가 몇 번이고 왔다 갔다 내용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미 문서에 스며든 먹물이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황룡금패를 잠시 외상으로 맡겨? 만두 때문에? 이, 이…….”

너무 기가 막혀서 화도 나지 않는다고 할까.

황제의 말에 신료들마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황제가 이미 몇 번이고 확인한 내용이었다.

“그, 금패는 회수하셨겠지요?”

“황자님이 왜 외상을…… 과, 관청에 금패를 제시하면 돈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전혀 생각지도 못한 황룡금패의 쓰임에 신료들도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조위례마저 말을 더듬었을 정도였다.

“허어, 대체…… 만두를 얼마나 좋아하는 거지?”

황제의 물음에 누구 하나 답을 하지 못했다.

황제가 내려 준 권위, 제국의 권력, 군력과 맞바꿀 만큼 좋아하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 되겠군. 위장군에게 녀석을 보자마자 금패를 회수하라고 해야겠소.”

“허허, 참, 화, 황당하긴 하지만…… 후우, 좀 더 지켜보시지요. 위장군이라면 황룡금패의 쓰임을 황자님께 정확하게 알려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직접 군을 움직여 보신다면 황자님의 생각도 많이 달라지시겠지요.”

“그렇사옵니다. 아, 아무것도 모르시면 황룡금패가 그냥 금덩어리로 보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하하하…….”

조위례에 이어서 대사농 정조인까지 나서서 황제를 만류했지만, 그의 웃음에선 자신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황제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일단 그건 그렇게 하고…… 준비는 끝났다고?”

황제의 눈빛이 돌변했다.

그런 황제에 맞춰 신료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그래. 허허, 무림인이 황제에 올라서 그런가? 뭘 모르더군. 장안 하나 점령하고 기고만장한 꼴이라니.”

황제가 서늘하게 비소를 흘렸다.

장안은 낙양의 코앞에 있다는 것 외에도 한 제국에서 손에 꼽는 요지인 동시에 전대 황조의 수도였다. 한마디로 황제의 도시였다는 것이다.

장안을 빼앗긴 황제는 전쟁 중에 여타 도시 하나를 잠시 빼앗긴 것처럼 넘기기는 했으나, 사실은 꽤나 체면에 타격을 입었다.

황제에게 존재하지 않은 위엄을 지켜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무어 있겠는가.

황제가 숨겨 둔 분노를 드러내었다.

“전쟁은 승패를 가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 얻은 영토를 지키고 다스릴 방안도 마련을 해 놨어야 하거늘.”

“무림에서 군림할 줄만 알았지 천하를 다스려 본 적이 없는 무뢰배일 뿐입니다.”

“그 무뢰배의 손에 짐의 장안이 있지. 어찌 되었든 진국은 어차피 신 제국의 영토였고, 신 제국을 무너뜨리고 나면 천천히 가져도 될 것이지. 중요한 건, 장안이네. 꼭 가져와야 할 것이야.”

“하후대장군이 군을 이끌고 직접 움직이셨으니, 심려 놓으십시오.”

“진국으로 간 군은 장안을 찾을 때까지, 최대한 신 제국군의 전력을 분산시키고 오랫동안 붙잡아 두어야 할 것이네.”

“그리 전하겠습니다, 폐하.”

한때 천하를 도모하고 한 제국을 부활시켰던 황룡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날아오르기는 태산보다 무거우나, 한번 날아오르면 천하를 진동시킬 거대한 움직임이었다.

* * *

하후대장군부.

한 제국에서 황제의 치세는 몰라도 ‘하후’라는 성은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로 이름난 가문으로, 전조부터 지금까지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한 제국을 지킨 수문장으로서 대대로 대장군부를 가진 가문이었다.

현재는 무려 세 명의 하후대장군이 존재하고 있는 제국 최고의 명문가였다.

그중 가주 철혈창 하후충은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여전히 한 제국의 전군총사령관으로서의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태사직에 있던 조위례처럼 전군총사령관도 명예직처럼 여겨졌지만, 어쨌든 황제를 대신하여 한 제국의 모든 군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상징성은 제국에서 황제 다음가는 권위를 가졌다.

게다가 철혈창 하후충의 이름은 무림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그가 바로 한 제국을 대표하여 귀천성과의 전쟁을 이끈 십이좌회의 일인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하후충이 세상에 나왔다.

무려 십만 대군을 이끌고 말이다.

“저, 저분이 그분인가?”

“대단하군. 과연 팽가 저리 가라 할 체격이야.”

십만 대군을 선두에서 이끌며 나타난 하후충의 모습에 무림인들 사이에서도 감탄이 터져 나왔다.

백염과 백미를 날리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용골호담을 타고났다는 팽가에 결코 뒤지지 않는 체격은, 일반 전투마보다 한 배 반은 더 클 법한 한혈마를 타고 있어 더욱 눈에 띄었다.

부리부리한 안광과 손에 든 철혈창, 투구 양쪽에 솟은 뿔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그때.

“어이, 하가-!”

무림인들 사이에서 붉은 적삼을 걸친 성승이 손을 흔들며 나타났다.

‘스님이 합장이 아니라 손을 흔들어?’

‘그것도 적삼을 입은 고승이?’

군기가 꽉 잡힌 군사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런 니미쓰불 놈이! 하후가라고! 하후가 성이라고 몇십 년을 씨불여야 하냐! 귓구녕에 염주 알이 박혔냐고!”

“……!”

걸쭉한 욕지거리가 사자후처럼 쏘아졌다.

군사들은 물론 무림인들의 눈도 함께 흔들렸다.

척. 척척. 척.

하후충이 말에서 내려 성승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때, 그들의 곁으로 신선 같은 풍모를 풍기는 백의 도장이 다가갔다.

무당은 중원에서 제일가는 도문이라,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 백성들도 무당파를 찾아 도를 수행하며 도사들을 신앙처럼 따르는…….

“이놈은 하후가가 아니라 쌍구(雙口)가라니까? 제일 어린놈의 쉐끼가 제일 늦게 나타나선, 어디서 주둥이를 나불거려?”

“허어, 같이 우화등선하는 나이에 지랄은.”

“뭐야, 이놈아?”

“공평하게 쪽수로 붙자!”

“그게 어떻게 공평하냐, 십만이나 끌고 온 놈이!”

“저놈은 대가리에도 뇌 대신 곱창이 있는 게 확실하다니까.”

세상의 존경을 받는 무림과 군부의 최고 어른이라 할 만한 세 사람의 대화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돌리고 필사적으로 못 들은 척을 했다.

오직 하후대장군을 오랫동안 모신 부장들과 비장들만이 마음 편하게 웃었다.

“허허허, 대장군께서 오랜만에 친우들을 만나시니 신이 나신 모양이군.”

“예, 평소보다 목청이 크신 듯합니다.”

“옥허신검 청연도장은 저번에 보셨고. 아! 성승 각오대사는 육 년 전에 보셨으니 진짜 오랜만이긴 하군.”

“허허허!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나? 두 분이 소림 시주 단지를 털어 드시는 바람에 장군부와 소림이 반반 각출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허허허허!”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어느새 노장이 된 장군들이, 혈기 왕성한 한때를 추억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물론 육 년 전에도 하후대장군의 나이는 환갑을 넘겼었다는 건 굳이 추억하지 않았다.

“제발…….”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무당 태극혜검대와 소림 백팔나한들이 안절부절못하며 문파 어른들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성승과 옥허신검이 본인들에 대한 환상은 박살 내더라도, 문파의 품위와 위상만큼은 지켜 주었으면 할 뿐이었다.

물론, 그들의 바람이 얼마나 하잘것없는 것이었는지 알게 되는 건 사흘도 걸리지 않았다.

굳게 닫힌 장안 성문 앞.

십만 대군 그리고 장안 무림과 정사 연합의 무인 오천 명을 이끌고 장안 성문 앞에 선 하후대장군과 성승, 옥허신검은 그들을 향해 겨눠진 수백, 수천 개의 화살 앞에 당당하게 섰다.

“오늘은 인사차 왔으니 가볍게 통성명이나 나누자꾸나! 본인은 한 제국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들어 제국의 영토를 가지러 온 하후충이다--!”

“본 도장은 옥허신검 청연이라 하네. 허허, 광마제가 뒈졌다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여기서 낯익은 인물들을 만날 줄은 예상을 못 했군.”

“알았다면 본 땡중, 각오가 선물로 염주 알이 아니라 개새끼들 눈알이라도 빼 왔을 것을. 지금이라도 괜찮은가?”

세 사람이 각자 인사를 마치자, 마치 화답이라도 하는 듯 수천, 수만 발의 화살 비가 그들을 향해 떨어졌다.

휘익! 휙휙휙! 휘이이이이---!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는데, 그 소리는 거대한 태풍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자, 장군!”

“사숙조님!”

뒤에서 다급하게 하후충과 성승을 부르는 목소리와 함께.

옥허신검 청연이 앞으로 나섰다.

“저, 저, 탈속하면서 소갈머리도 버린 무당 놈들! 아무도 내 걱정을 안 해?”

옥허신검 청연이 투덜거리긴 했으나, 무당은 현명했다.

스으으윽.

청연이 한쪽 팔로 커다란 원을 그리고.

동시에.

우우우웅-!

존재하지 않는 팔이 나타나 원을 그린 듯 티 없이 깨끗한 기운이 반쪽 태극을 그렸다.

옥허신검 청연이 검을 꺼내지 않고 한쪽 팔로 그린 태극과 팔괘가 거대한 크기로 그들의 앞을 막았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탓-!

쏟아지던 화살 비가 청연이 그린 태극과 팔괘에 막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청연의 양쪽으로 성승과 하후충이 나왔다.

“허허허, 선물을 이렇게 많이 주었는데, 본 땡중은 줄 게 염주밖에 없구먼.”

성승이 손에 들고 있는 팔찌를 끊어 성문으로 쏘아 보냈다.

휘이이이---! 퍽! 퍽! 퍽! 퍽!

호두알만 한 염주 알들이 금색 불꽃에 휩싸인 듯 날아가 장안성을 지키는 거대하고 두꺼운 성문에 박혀 들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염주 알이 성문에 박히긴 했지만 성문은 끄떡도 없는 모습이었다.

거대한 청연의 태극권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귀천성 무인들 사이에서 코웃음이 나왔다.

그때.

“이게 진짜다-!”

쏴아아아아----!

하후충이 철혈창을 휘둘렀다.

철혈창이 수십, 수백 배 커진 듯한 모습의 강기가 그대로 장안 성문을 향해 날아갔다.

퍼어어어억---!

쿵! 쿵!

하후충의 강기가 성문을 때리는 것과 동시에, 이미 성승의 염주 알 때문에 이음새 부분이 떨어졌던 성문이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좌우로 굳게 닫힌 문이 상하로 쪼개져 쓰러졌으니, 당분간 저 성문을 복구할 수 없을 터였다.

“허허허허! 인사는 마쳤으니, 조만간 또 보자꾸나!”

거대한 성문을 뚫어 버리고.

말 그대로 인사를 마친 하후대장군과 성승, 옥허신검이 유유히 등을 보이며 돌아섰다.

“와아아아아아---!”

한 제국군과 정사연합 무인들의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 * *

한편.

오만이라는 대군이 영도군에 자리했다.

장안보다는 적은 수였지만, 남해군에도 삼만이라는 수가 집결해 있었다. 

게다가 북위대장군 원수경이 영도군에 집결한 군의 사령관이고 북위군사마인 원자기가 남해군을 이끈다는 것을 생각하면 팔만의 군대가 함께한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영도군에 무림인들이 합류했다.

황도에 있던 북위군 군사들은 적호단과 청룡단을 본 적이 있어 익숙한 듯했지만, 흑살대가 등장했을 때는 호기심 어린 시선이 그들을 따라붙었다.

“어서 오십시오. 저는 북위군 부장 이선명이라 합니다만…….”

북위군 부장이 적호단주와 청룡단주 그리고 흑살대주를 맞으며 말끝을 흐렸다.

적호단주와 흑살대주의 덩치를 피해 뒤를 쳐다보는 모습이 누군가를 찾는 듯했다.

그가 누구를 찾는지는 적호단주, 청룡단주, 흑살대주도 알고 있었다.

“숙청단주, 아, 아니, 이황자님은 뒤에 오고 계십니다.”

적호단주가 볼일이 있다며 뒤에 쳐졌던 진화의 사정을 전해 주었다.

그런데 적호단주의 말을 들은 북위군 부장의 표정이 조금 미묘했다.

“아. 예. 그런데…… 이황자님의 직책이 숙청, 단주이십니까?”

숙청에서 한번 끊어 읽는 북위군 부장의 말투에서, 적호단주는 그가 무슨 오해를 했는지 알아차렸다.

“아! 숙청이 그 전부 죽일 때의 그 숙청(肅淸)이 아닙니다. 맑을 숙(淑)에 맑을 청(淸)으로 이황자님의 정의무학관 숙소 이름인데, 맑은 기운을 받는다 뭐 그런 의미입니다. 오해 마십시오.”

“아! 그렇습니까? 하마터면 오해를 할 뻔했습니다. 하하하하! 하긴, 아무리 무림의 작명이라지만 제국 유일의 적통 황자에게 숙청단주라는 직책을 그런 뜻으로 줄 리 없지요. 하하하하하!”

적호단주의 설명에 북위군 부장이 오해했음을 인정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 하, 하, 오해 사기 좋은 이름이긴 합니다. 하, 하.”

‘젠장, 왜 이름을 그따위로 지어 가지고.’

적호단주는 북위군 부장을 따라 어색하게 웃으며 속으로 이런 작명을 한 진화를 욕했다.

아니, 애초에 진화에게 작명을 맡긴 군사부의 실수였다.

“저는 적호단 단주 팽치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쪽은 청룡단 단주 남궁현입니다. 그리고 저쪽은…….”

적호단주와 통성명을 한 북위군 부장은 적호단주의 소개를 따라 청룡단주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일행을 소개해 주는 듯하던 적호단주가 흑살대주의 앞에서 멈칫했다.

흑살대주가 의아한 듯 적호단주를 보는데, 적호단주의 눈이 조금 떨렸다.

적호단주가 도움을 구하는 듯 청룡단주를 보았지만 청룡단주는 그를 외면했다.

‘이런 젠장!’

눈치 없는 흑살대주는 적호단주를 재촉하고, 북위군 부장은 의아한 듯 그를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쪽은 흑……살대주 추서량인데…….”

적호단주가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이미 북위군 부장은 눈을 크게 떴다.

“흑살대주요?”

“사패천 최고의 죽음의 사신, 흑살대요. 나는 흑살대주 추서량이라고 하고.”

흑살대주는 적호단주의 소개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자신과 흑살대를 소개했다.

그게 북위군 부장에게는 사실 확인이 아닌 확인 사살이 되었을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한 얼굴이었다.

“아, 예. 흑살…… 죽음의.”

“아, 아니. 흑살은 그 흑살이 맞는데, 숙청은 절대 그 숙청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아…… 예. 오해……하지 않아 보지요. 대장군께서도 그러실진 모르겠지만.”

북위군 부장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부장의 눈빛이 협력자들을 반기던 눈빛에서 ‘그렇고 그런’ 무림인들을 보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때, 적호단과 청룡단이 술렁이며 길을 벌렸다.

그 사이로 혼자 멀쩡한 진화와 온몸이 피로 흥건하게 젖은 남궁구와 남궁교명, 강무련, 나하연이 걸어 들어왔다.

북위군 부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이젠 그의 눈빛을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아오, 젠장! 저 시발단 새끼들!”

적호단주가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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