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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371)화 (371/425)

남궁마제

나아갈 진(進) 따를 화(化) : 잔인한 사랑(6)

진국 소속 무인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귀천성을 배신하고도 자신들의 세력을 유지하던 이들이 일시에 모든 것을 버리고 사라졌다.

혼현마제의 죽음으로 목숨의 위협을 느낀 이들이 도망친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했다.

문제는 무림인들이 사라지고 남은 진국이었다.

신 제국은 파별군을 앞세우고 건위까지 내려와 있었고, 한 제국 또한 북위군이 영도군과 남해군을 이끌고 교주를 코앞에서 위협하고 있었다.

혼현마제가 나서 무림인들과 몇몇 호족을 회유하여 진국을 만들긴 했지만, 제대로 건국을 선포하고 나라의 체계가 서기도 전에 혼현마제가 죽어 버린 터였다.

진국에는 지금 신 제국과 한 제국군을 상대할 중앙군도, 장수도 없었다.

결국 호족들에겐 겹겹이 성벽을 치고 군사들을 데리고 숨든, 신 제국과 한 제국의 군대가 나타나자마자 항복하든 두 가지 선택지뿐이었다.

사실 그조차도 산림이 울창하고 습생이 고약한 환경으로 대군이 공격하기 힘든 점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 제국과 한 제국은 주인 없는 땅이 되어 버린 이곳을 상대보다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보이는 바는 그러했다.

* * *

“…….”

위장군 원수경이 진화가 곱게 내놓은 것을 조용히 보았다.

“이걸 왜 제게…….”

“아무래도 제 손에 있는 게 더 위험한 것 같아서요.”

“……네?”

위장군이 체면도 잊고 멍하니 되묻고 말았다.

대체 저게 가지고 있어 위험할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상대를 위험하게 만드는 거라면 몰라도!

“안 그래도 황자님께서 그것의 쓰임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조정에서 잘 알려 드리라는 말은 있었는데…… 황자님, 황룡금패는 황제 폐하를 대신하여 백만대군을 움직이는 패입니다. 지금 당장 제게 지휘권을 달라 하시면 제가 내드릴 수밖에 없는 권위를 가진 것입니다.”

위장군 원수경이 진지한 얼굴로 황룡금패의 권위를 역설했다.

하지만 말갛게 저를 보는 눈을 보자니, 진화가 제 말을 알아들은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더욱 제게 필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역시나.

위장군 원수경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후우, 황룡금패는 오직 황제 폐하만이 회수하실 수 있으니, 일단 가지고 계십시오. 그리고 지휘권을 가지는 대신 부장으로서 전투를 이끌어 보시지요.”

“제가요?”

진화가 눈이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이래서 어른들이 딸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하나.

아들들만 줄줄이 키웠던 위장군은 진화의 모습에 미소를 지을 뻔한 걸 겨우 참았다.

“예, 황자님께서 부장이십니다. 특별히 지휘를 하실 것은 없고, 군사들이 어찌 움직이는지 지켜보시면 됩니다.”

위장군 원수경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저 지켜만 보면 된다니, 진화도 특별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진화가 위장군에게 인사를 한 뒤 막사를 나갔다.

진화가 나가고, 진짜 위장군의 부장인 이선명이 들어왔다.

“역시, 특이하시죠?”

이선명이 알 만하다는 듯 웃으며 물었다.

그에 위장군의 표정이 묘했다.

“특이하다라…… 확실히, 본인의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내 조언을 순순히 들어주시는 것이 삼황자와는 다르더군.”

위장군이 솔직한 감상을 내놓았다.

원미인이 폐서인 된 뒤 원씨 가문은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했지만, 부장 이선명에게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다.

부장 이선명은 위장군과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막역지우이자 상수원씨의 가신 가문 출신으로 명운을 함께하는 관계였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기에 부장 이선명도 위장군의 말을 가볍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말씀하시는 걸 보니, 이제 확실히 줄을 갈아탄 겁니까?”

“줄은 무슨.”

위장군이 부장의 농담에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줄이라니.

상수원씨는 삼황자를 동아줄처럼 생각했던 적이 없었다.

그저 황태자를 따를 수 없으니 그나마 원귀빈의 판단을 믿었던 것뿐.

그것을 모르는 삼황자가 멋대로 혈연이니, 뒷배니, 뭐니 설쳐 댔지만, 이제는 그 혈연마저 끊어 버린 뒤였다.

“본가가 계속해서 하후 가문을 본받고자 하는 것은 알 걸세. 하후 가문과 적호군이 오래도록 살아남은 이유는 딱 두 가지네. 하후 출신 장군들과 적호군의 능력, 그리고 오직 황제만을 섬긴 충성심. 상수원씨와 북위군이 가야 할 길이지.”

“저희야 장군님이 가자 하시면 그 길로 가야지요.”

모처럼 속내를 말하는 위장군의 모습에 부장 이선명이 슬쩍 미소를 흘렸다.

위장군이 술도 없이 속내를 말하는 건 어지간히 들뜨지 않고선 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천하의 원수경을 들뜨게 하는 황자라니, 부장 이선명도 기대감이 생겼다.

“그나저나 저분이 황제라니…… 확실히 여러모로 특이할 것 같긴 하군요.”

“아까부터 계속 특이하다 어쩐다 하는 것이, 들어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

위장군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러자 부장 이선명이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어휴, 말도 마십시오. 저 무림인 놈들 이름부터 숙청이니 흑살이니 하더니, 황자님은 멀쩡한데 함께 있던 무림인들이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나타나는 게 아닙니까.”

“피 칠갑을?”

“만두 외상으로 무슨 패를 맡겼는데, 그걸 주인이 고리대업자 놈에게 팔고, 고리대업자 놈이 그걸 들고 튀는 바람에 대환장이었다나요? 왈패들 쫓아가서 그 패 찾아온다고 그 피 칠갑을 했답니다! 말이 됩니까?”

“…….”

부장 이선명의 말에 위장군은 문뜩 진화가 내밀던 황룡금패가 떠올랐다.

‘설마 그 패가 황룡금패는 아니겠지?’

어쩐지 제 손에 있으면 더 위험할 것 같다는 진화의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다음 날.

무림인들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동안 진화는 말을 타고 위장군과 부장의 곁에 섰다.

위장군과 부장은 진화를 눈에 띄는 백마에 태우진 않았지만, 대신 화려하기 그지없는 갑옷을 입혔다.

“이건 괜찮소.”

“안 됩니다! 황자님이 무림 고수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전쟁터에서는 화살이 비처럼 끊임없이 쏟아집니다! 방패마저 너덜너덜해지면 그땐 이 철 갑옷이 황자님의 목숨을 구명할 것이니, 꼭 입으셔야 합니다!”

진화는 무겁고 불편한 철 갑옷을 거절했지만, 위장군과 부장은 단호했다.

“황자님께서 위험한 곳에 가실 일은 없겠지만, 꼭 비장들과 함께 후방에 있으셔야 합니다.”

“목숨 바쳐 지키겠습니다!”

부장 이진명의 말과 함께 네 명의 비장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진화에게 인사를 했다.

전쟁에서 진화의 호위 역할을 할 이들로, 그중 한 사람은 진화도 아는 사람이었다.

“당신은……?”

“오랜만입니다, 황자님.”

친근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그를 보며, 진화는 위장군을 보았다.

사내의 이름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가 위장군의 삼남이라는 것은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자균이 익숙하실 듯하여 붙였습니다. 기마술이 뛰어나니 만약을 대비하기 좋으실 겁니다.”

“하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위험에 처하시면 저만 믿으십시오.”

위장군의 말에 원자균이 주먹을 가슴에 대며 믿음직스럽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진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처음 전쟁에 나설 때는 익숙한 얼굴이 곁에 있는 게 안심이 되지.’

‘이름이 자균이었구나.’

위장군과 원자균, 진화는 진화의 첫 출전 준비를 만족스럽게 마쳤다.

* * *

전쟁은 단조로웠다.

굳게 닫힌 성 앞에 북을 두드리며 우르르 몰려가고.

멀찍이서 성으로 큰 바위를 던지면 성안에서도 바위가 날아온다.

성벽이 부서지면 좋지만, 교주의 성들은 대부분 돌뿐 아니라 흙을 함께 쌓아 올린 것이라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결국 방패를 든 병사들이 기다란 사다리, 운제를 가지고 성벽에 가까이 가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궁수들이 성벽 위를 향해 끊임없이 화살을 날렸다.

성벽 위에서도 날아드는 화살과 바위에 맞서 똑같이 화살과 바위를 던졌다.

타타타타타탓-!

“붙여-! 성벽으로 바짝 붙여라!”

“방패를 겹쳐라!”

“으아아악-!”

장수들이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고, 병사들의 비명도 끊이지 않았다.

흙과 피가 뒤엉겨 지옥을 구르는 형상으로 병사들은 끊임없이 성문을 두드렸다.

위장군과 부장들이 멀지 않은 곳에서 그 모습을 냉철하게 지켜보았다.

마침, 북위군의 충차가 성문에 닿았다.

쿵. 쿵. 쿵.

북위군이 성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크아아아아악---!”

“아악! 피해라!”

성벽에서 사다리를 타던 병사들에게 뭔가가 끼얹어졌다.

펄펄 끓는 물과 뜨겁게 태운 흙이었다.

북위군 충차의 위로도 쇠 창이 박힌 뭔가가 준비 중이었다.

“낭아박입니다! 젠장, 이 촌구석에서 대체 저런 걸 어떻게 구한 거지?”

부장 이선명이 낭패한 듯 얼굴을 구겼다.

어서 충차를 물리지 않는다면 낭아박의 쇠 창이 북위군 병사들의 위로 떨어질 것이었다.

성벽 위에서 하나하나 분해된 낭아박을 다급하게 못을 치는 모습이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습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성문이 부서진다는 보장이 없었다.

어차피 꼭 이겨야 한다기보다 신 제국군을 붙잡아 두기 위해 질질 끌어야 하는 전쟁.

이런 전쟁에서 공들여 키운 병사와 충차를 잃을 이유는 없었다.

“장군, 일단 물러서시지요.”

“음.”

부장의 말에 위장군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장호군에도 미치지 못한 임교성에 저런 무기들이 있을 줄이야. 방심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보가 부족했음은 인정해야 했다.

“물러서지.”

위장군이 후퇴를 명했다.

하지만 그때, 완성된 낭아박이 성벽 위로 올려졌다.

“엇!”

누군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와 함께 뭔가가 성벽 위로 날아갔다.

번----쩍!

쿠—웅!

새파란 번개가 번쩍 낭아박을 잡고 있던 밧줄에 떨어지고, 낭아박이 성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안으로 떨어졌다.

“으아아아악!”

“크아아악!”

낭아박을 옮기던 적 병사들의 비명이 들리는 듯했다.

위장군과 부장은 물론 함께 있던 장수들이 놀란 눈으로 진화를 보았다.

“지켜보라 해서 지켜보긴 했습니다만, 위험해 보여서요. 그런데 저 성문을 부수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아니면 성벽을 넘는 것이 목표입니까?”

진화의 질문에 위장군과 부장은 선뜻 말문을 열지 못했다.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둘 다입니다만 성문을 여는 것이 먼저겠지요. 일단 성안으로 대군이 들어갈 출로를 여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군이 들어갈 출로를 여는 것이라…….”

위장군의 말에 진화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위장군을 향해 말했다.

“잠시 전쟁에 참여해도 되겠습니까?”

“전쟁터에 직접 말입니까?”

진화의 요청에 위장군은 물론 부장까지 곤란한 얼굴을 했다.

군의 움직임을 알려 주는 건 가능하지만 전투에 참여라니, 황제의 금지옥엽보다 귀한 적통 황자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역적과 같은 취급을 받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신 제국군의 주의를 끄는 것과 함께 진화에게 전쟁 경험을 쌓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으니.

“생각하신 방법이 있으신 겁니까?”

“보여 드리는 것이 빠를 듯합니다.”

“……좋습니다. 직접 나서셔도 좋습니다.

눈앞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죽고 다치는 것을 지켜보고도 담대한 진화의 눈빛과 자신감 있는 표정, 그동안 들었던 진화의 무공에 대한 소문들을 떠올린 위장군은 크게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위장군의 허락이 있자마자 진화가 말을 달려 나갔다.

“어엇! 황자님!”

다짜고짜 곧바로 나갈 줄은 몰랐던 비장들이 당황하며 진화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네 명의 비장들보다 더 빨리 말을 모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진화의 숙청단 단원들이었다.

남궁구와 남궁교명, 강무련, 나하연은 진화의 직속이라는 핑계로 전쟁에 참여했는데, 그들은 진화의 행동을 예상이라도 한 듯 비장들보다 빨리 진화의 뒤에 따라붙었다.

“구와 교명은 나와 함께 성벽 위로 간다. 강무련과 나하연은 성문을 열어라!”

“충!”

진화의 명과 함께, 강무련과 나하연이 곧장 성문 앞으로 돌진했다.

중간에 화살을 맞은 말이 쓰러졌지만, 경공을 펼친 두 사람의 속도는 말보다도 빨랐다.

“간다!”

탓.

탓. 탓.

말을 몰던 진화가 달리던 말 위에서 그대로 뛰어오르고, 남궁구와 남궁교명도 함께 뛰어올랐다.

“온다! 죽여라!”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진화 일행에게 화살 비가 쏟아졌다.

쉐에에에엑---!

“산개여야-로구나!”

남궁구가 쏘아 낸 검기가 그들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 비를 베어 버리고.

세 사람이 성벽에 착지하자마자 이번에는 남궁교명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런 걸로 뭘 하려는 거지?”

쉐에에에엑--!

챙! 챙! 챙! 챙!

창과 검은 물론 기다란 낫과 도끼를 들고 그들에게 달려드는 병사들을 보며 남궁교명이 무기째 병사들을 갈라 버렸다.

“…….”

검을 뽑으려던 진화는 팔 움직임에 걸리적거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얇은 철편이 연결된 갑옷을 보던 진화는 좋은 생각이 난 듯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온몸의 기운을 일으켰다.

퍼—엉!

진화의 기운에 갑옷의 이음새가 모두 끊어졌다.

거기에 푸른 천뢰기가 갑옷 전체에 번뜩거렸다.

파지지지직---!

번개를 감싼 한 제국 장수를 보며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이 두려움에 주춤거렸다.

그 순간, 진화는 갑옷의 철편 하나하나에 천뢰기를 담아 사방으로 쏘았다.

파파팟-!

파파파파파팟-!

“으아아악!”

“아악!”

천뢰기가 담긴 철편은 그저 뼈와 살에 박혀 드는 것뿐 아니라 생전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까지 전했다.

생전 처음 느끼는 고통에 철편을 맞은 적 병사들이 비명과 함께 쓰러져 몸을 파들파들 떨었다.

번개를 쓰는 사람이라니.

공포로 물든 적 군사들이 뒤로 물러서고, 진화를 중심으로 성벽 위에 침묵이 흘렀다.

운제를 타고 성벽에 오르던 아군 병사들도 경외감 가득한 눈으로 진화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병사들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화의 시선은 성문을 막고 있던 목책과 흙더미를 향했다.

파지지직.

진화의 손에 천뢰기가 모여들고.

손 위에 뜬 푸른 달처럼 번뜩이던 천뢰장이 아래로 떨어졌다.

콰과광---퍼-엉!

“으아아악!”

쿵! 쿵!

성문을 막고 있던 목책과 흙더미가 폭발하고, 동시에.

우지---끈!

콰광-! 쾅-!

거대하고 두꺼운 성문이 강무련과 나하연의 주먹에 뚫렸다.

“와아아아아아----!”

병사들의 환호와 함께 한 제국의 대군이 성문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겨우 다섯 사람의 활약에 열리는 성문을 보며 부장들이 말을 잃은 사이.

“……황룡금패가 필요 없다 하시더니. 허!”

진화의 활약을 지켜보던 위장군은 헛웃음을 웃고 말았다.

시선 분산, 시간 끌기용 전쟁이었지만, 그렇다고 다 이긴 전쟁을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위장군과 북위군, 영도군은 전쟁에 나선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장호군으로 가기 전 최대의 난관이라는 교림을 정복해야 했다.

전투가 끝이 나고.

“와아아아아아---!”

“황자 전하 천세! 천세!”

어마어마한 군공을 세우고 돌아온 진화 일행을 기다리는 것은 병사들의 환호와 심각한 표정의 적호단주, 청룡단주, 흑살대주였다.

“육림군에 있던 맹족이 귀천성 놈들의 움직임을 알려 왔다. 육림군 쪽에 있는 귀천성 세력이라면 수신방뿐이다. 신귀(迅鬼) 장배경이 움직였다. 검마제가 움직인 것이 틀림없다.”

“맹족과 백매단이 화공문을 추적했으니, 혼현마제를 따르던 독마제와 그 일당도 모두 그곳에 있을 것이다.”

“소천주, 움직여야 합니다!”

검마제가 움직였고, 혼현마제를 따르던 일당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으니.

미리 움직인다면 독마제와 검마제가 싸우는 동안 기다렸다 놈들의 뒤를 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진휘 형님 일행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요?”

진화의 물음에 적호단주가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일단 이곳에 정보를 남겨 두고 우리부터 움직이지.”

“……예. 준비하겠습니다.” 

적호단주의 말에 진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임무에 남궁진휘 일행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남매의 얼굴 한번 보자고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이번 전투에 전설 같은 영웅담을 남기고, 진화와 일행은 적호단, 청룡단, 흑살대와 함께 교주 안쪽으로 움직였다.

* * *

탁.

수오가 독마제의 손을 잡았다.

독마제가 포개진 두 손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럼 너만 믿는다.”

힘을 꽉 주어서 잡는 수오의 손길에 독마제가 고개를 들어 수오와 마주했다.

“나는 너를 잃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검마제와 직접 부딪힐 필요는 없다. 그저 우리 진국 무인들이 안처로 갈 때까지, 네 독으로 놈의 걸음만 붙잡고 오면 되는 것이다.”

“알겠어요.”

독부의 힘없는 대답에 수오가 다시 힘을 주어 독부의 손을 잡았다.

“……내겐 이제 너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안전이 중요하다. 꼭 내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네! 당신의 뜻대로 될 거예요, 가가.”

수오의 말에 그제서야 독부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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